그는 온연이 몰래 나간 것도 모자라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급히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옷깃을 추스리며 폭풍우를 맞닥뜨릴 준비를 마친 후 걸음을 옮겼다.문 안에 들어서니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하인들이 모두 나와 있었고. 임집사와 유씨 아주머니는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임집사는 그녀를 보자 한숨만 내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연은 깊게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괜찮아요, 잘 해결해볼 게요…”유씨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일렀다.“도련님 술 드셨어, 기분도 안 좋으시고… 도련님과 이야기 잘해봐.”온연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위층으로 향하였다. 침실 문은 굳게 닫힌 채였다. 목정침은 의자에 앉아 방금 불을 붙인 듯한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었다. 방 안은 이미 담배연기로 자욱해 그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일 지경이었다.그가 양복을 갈아입지 않은 걸로 보아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빈 잔에 해장 차를 따라주었다.“진몽요가 취했었어요, 집에 바래다주고는 바로 온 거예요.”목정침은 그녀의 해명에도 아랑곳 않고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임집사가 나가지말라고 얘기 안 하던가?”온연이 침착하게 대꾸했다.“말해 주셨어요. 하지만 제가 어딜가든 관여할 권한은 없어요. 임집사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목정침이 담배를 눌러 꺼버렸다.“네 기억력이 안 좋은 건가? 임집사도 일 한지 오래되었으니, 그만 돌려 보내야겠어.”온연은 당황하였다. 임집사에게 이렇게 큰 영향이 끼칠 줄은 몰랐다. “제가 임집사님이랑은 상관없다고……”목정침은 말이 없었다. 눈 밑에는 피곤함이 서려 있었으며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상의할 여지가 없어 보였으나 온연은 단념할 수 없었다.“제가 어떻게 하면 임집사님을 그냥 두실 건가요?”목정침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눈을 감고는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 온연은 급하게 행동해서
#온연이 따뜻한 죽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죽 드시고 속 달래세요.”“나가.”목정침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온연은 제자리에 선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임집사님 지금 짐 싸고 계세요. 임집사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목정침은 미간을 문지르더니 참을 수 없다는 어조로 말했다.“반복하게 하지 마.”온연은 입을 꾹 다물었으나 자리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목정침은 그런 그녀를 무시 한 채 옷을 갈아입으려 몸을 일으켰고 온연은 다급해졌다.“진몽요네 보석 재료를 훔쳐간 사람이 결국은 죽은 채로 발견됐고, 속상한 친구를 달래주러 갔을 뿐이에요, 모든 건 제 스스로 한 행동이에요! 임집사님과는 상관없으니 차라리 저에게 벌을 줘요!”목정침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시계를 내려다보고는 말했다.“2분 줄 테니 날 설득해. 그런 허튼소리 하지 말고.”온연은 마음을 졸이며 말했다.“전 더 이상 입양됐던 어린애가 아니에요, 당신의 부인이라구요! 어쨌든 지금의 관계가 되었고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목정침이 그런 그녀를 담담히 쳐다보았다.“그럼, 먼저 아내다운 모습을 보여야하는 거 아닌가? 밤늦게 돌아오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닌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온연은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어깨가 축 쳐졌다.“그건… 제가 잘못했어요.”목정침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했지. 네 어릴 때 잘못 배운 방식으로 일 해결하려 하지 마.”그렇게 말하며 발은 이미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히 그의 앞을 막고 까치발로 서서 그의 뺨에 입술을 살짝 맞대었다.“제가 잘못 했다니까요… 이제 그만 화 푸세요?”순간 그의 몸이 경직되었고 그녀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다. 온연은 방금 자신의 행동이 강연연이 그에게 애교를 부릴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싫어하는 행동이지만, 의식적으로 그가 이런 말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온연은 그의
#전화기 너머 목정침은 파트너와 계약을 맺던 상황이었다. 전화 벨소리에 방해가 되어 불쾌해진 목정침은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핸드폰을 꺼버렸다.계약을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와서야 그는 핸드폰을 다시 켰고, 온연의 부재중 전화를 마주한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온연은 일반적으로 그에게 전화를 잘 걸어오지 않았었다. 급히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긴 수신음 끝에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만 흘러나왔다.‘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이내 저택으로 전화를 다시 걸었고, 전화를 받은 것은 유씨 아주머니였다.“온연은?”유씨 아주머니는 위층을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사모님께서 요 며칠 상태가 좋지 않으세요. 어젯밤에도 밤새 방에 불이 켜져 있었으니 아마 제대로 못 주무신 듯해요. 방금 막 잠드셨어요.”목정침은 무의식 중에 한숨을 흘렸다.“그래, 일어나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전해줘.”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시 벨소리가 울려왔다. 발신자는 강연연이었다. 그는 업무로 인한 피곤함에 그녀를 대할 겨를이 없어 오는 전화를 닥치는 대로 끊었지만, 단념하지 않는 듯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짜증이 나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수신 버튼을 누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에서는 강연연의 억울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오빠, 왜 전화 끊었어? 누구랑 통화했는데? 출장에서는 언제 돌아오는 거야? 보고싶어~”싫증 날 정도로 아양 떠는 목소리를 듣자 그의 눈에 혐오감이 내비쳤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내가 어딘지, 뭐하는지 일일이 너한테 보고해야 하나? 강연연, 네 위치가 어딘지 잘 생각해. 넌 그저 온연의 이복동생일 뿐, 그 의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알아들어?”강연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지금… 지금 뭐라고? 오늘 일이 잘 안 풀렸어? 그럼 내가 방해 안 할게, 화 내지 마……”그는 인정사정도 없이 관계를 깨끗이 정리했다.“난 여태껏 너한테 분명히 말해왔어, 네가 부풀려 생각했을 뿐이
#강연연은 가뜩이나 마음이 답답했는데, 온연의 편을 드는 진함의 말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지난번엔 걔를 위한다고 날 때리더니, 욕하는 것조차 허락 안된다 이거야? 개가 내다버린 쓰레기밖에 더 돼? 딸이라고 할 수도 없잖아! 걔를 감싸서 뭐하는데?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서 그래? 엄마 노릇 하기에는 이미 늦지 않았나? 뭘 그렇게 능청을 부려?!”진함의 안색이 확연히 어두워졌다.“강연연, 너 한 번만 더 다시 그런 말 지껄이면, 그때부턴 내 딸도 아니야!”온연 때문에 다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더 이상 진함과 다투는 것이 귀찮게 느껴질 지경이었다.“그래, 난 당신 딸 아니야. 걔야말로 당신 딸인 거야! 됐지?!”진함은 싸늘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이내 강연연을 침실에 둔 채 문을 잠궈버렸다.“너 가라앉으면 그 때 열어줄 줄 알아. 다시는 나 화나게 하지 마!”목가네 저택, 온연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후였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온연을 함부로 깨울 수가 없었다. 그저 깨어난 온연에게 따뜻한 죽을 건네 줄 뿐이었다. 온연은 죽에서 나는 해산물 냄새에 입맛을 잃어버렸다.“아주머니, 저 못 먹겠어요… 비린내 안나는 걸로 바꿀 수 있을까요? 목정침은 언제 돌아온다는 얘기 없었나요?”“응, 그런 얘긴 없었는데, 너 일어나면 전화 하라고 하시더라.” 온연이 놀라 급히 핸드폰을 보았다. 역시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급히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 무렵, 목정침은 식사 자리에서 울리는 전화에 조심스레 화면을 확인하였고, 온연임을 확인한 목정침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지?’온연은 혹시나 그가 바쁜 상황일까 싶어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출장 중 이시죠? 언제 돌아오세요?”목정침은 룸 안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모레쯤, 큰 사업이 있을 거야. 별 일 아니면 기다리고, 중요한 거면 직접 찾아오도록 해.”온연은 머뭇거리다
#그로부터 30분 후, 목정침은 드디어 이성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 이성의 비서와 진락 역시 동행하고 있었다. 온연은 그들을 발견했음에도 차 앞에 가만히 서있었고, 두 일행이 떠난 후 목정침과 진락만 남은 후에야 마중을 나갔다. 목정침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얼떨떨해 했다.“언제 도착한거지?”온연은 얼어서 빨갛게 된 두 손을 주머니에 잽싸게 집어넣었다.“방금이요, 나오실 때 딱 맞춰 왔어요.”그녀의 뺨은 바람에 맞아 새빨개져 있었다. 목정침은 장님이 아니었고, 그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차에 타. 일단 호텔로 가지.”호텔에 도착한 후 목정침은 가장 먼저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섰다. 그가 씻는 동안 온연은 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계속 고민하였으나 욕실문이 다시 열릴 때 까지도 완전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는 샤워 가운을 걸친 채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욕실을 나섰고, 두 모금 채 빨지 않고 담배를 눌러 꺼버렸다.“무슨 일이지?”온연은 긴장하여 단 한글자도 내뱉지 못했고, 작은 얼굴은 곧 새빨개졌다. 목정침은 샤워하기 전 벗어 놓은 시계를 들고는 만지작거렸다.“진몽요네 집 일과 관련된 건가?”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목정침은 그녀를 올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도와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기업이든 흥망성이 있지만, 이번 일로 내가 잃은 건 단지 그 재료 200억만이 아니야. 그 재료들이 나에게 만들어줄 가치까지 잃었다고. 가장 큰 피해자는 나 아닌가? 넌 왜 나를 곤란하게 만든 이들을 동정하라 하는 거지? 재료를 잃어버린 건 그들의 부주의였고, 사업가로서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어. 그게 설령 진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알아들어?”그의 도리를 온연은 모두 이해했으나, 지금은 그 밖에 도움을 청할 이가 없었다.“그럼 사업가의 시각에서 보지 않는다면요? 그 손실이 얼마였는지 가격을 매겨주세요.
#무슨 생각이 있다는 것인지 온연은 그의 말에 선정적인 뜻이 있는 줄 알았으나, 곧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몹시 피곤하였는지 거의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온연 역시 샤워를 마치고 조심스레 침대 가장자리에 몸을 뉘였으나 잠은 오지 않았고, 몸을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그때 갑자기 목정침의 핸드폰에서 알람음이 울렸다. 마침 온연의 머리 맡에 놓여 있었기에, 그녀는 자연스레 몸을 일으켜 화면을 확인하였다. 오빠, 자? 내가 잘못했어… 너무 보고 싶어, 그쪽으로 가도 될……뒤의 내용은 읽지 않았으나, 분명 짐작이 갔다. 강연연이 그를 찾아오려 하였다. 목정침을 향한 원망이 무기력 해졌다면, 강연연과 진함을 향한 화는 강에서 바다의 크기가 되었다고 굳이 말할 수 있었다. 온연은 무언가 사악한 생각이 들었다. 곧 목정침의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내려 하였으나 잠금 장치에 의해 멈칫해야했다. 그녀는 곰곰이 회상해 보았다. 예전에 목정침이 다른 곳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온연이 떠보자는 마음으로 1027을 입력했는데, 잠금 장치가 풀렸다. 그녀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목정침, 지금 자고 있어요.이내 강연연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고, 온연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강연연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누구야?!”온연의 말소리는 작았지만, 절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누구겠니? 강연연,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유부남 건들일 엄두도 못 냈는데, 네 엄마는 뻔뻔하게 널 지지까지 해주는거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강연연은 온연의 목소리에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 뱉었다. 그에게 또 다른 사람이 생긴 게 아닌 것을 확인한 강연연은 교활하게 그녀에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네가 오빠를 잡을 능력이 없는 거면서, 왜 나를 탓해? 넌 완벽한 오빠에게 유일한 오점이야. 당장 너를 걷어차도 모자라!”온연은 이불에 얼굴을 묻어 최대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온연의 몸이 빳빳하게 경직되었다. 이런 일에는 아직 두려움이 강했다.“저, 저 잘 수 있어요! 낮잠을 자서 아직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주무세요, 안 깨우도록 할게요……”목정침은 더 이상 말이 없었고, 손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새까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목정침 역시 눈을 뜨고 있었고 그의 눈은 방금 깨어난 것 같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온연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난방에 적응이 안되어 온몸에서 땀이 났고 일어나자마자 난방을 조절하였다. 날이 밝았지만 목정침은 아직 깨지 않은 상태였다.온연은 침대 맞은편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어젯밤이후, 진몽요의 공장은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 신문은 제도 서열 3위의 보석 가공 공장이 도산 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거액의 빚까지 하나하나 까발렸다.온연은 힘이 쭉 빠졌다. 진몽요의 추락을 지켜보았으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온연은 고개를 들어 침대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깊이 잠든 그의 모습에는 심각함 이라고는 없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고, 온연에게는 냉담하지 않은 것이 비로소 그의 진실된 모습이었다. 온연과 가장 가까운 그였다.오전 8시, 목정침은 거의 정시에 깨어났고, 온연은 그에게 온수 한잔을 따라 주었다.“난방 때문에 건조해요. 물 좀 드세요.”그는 잠시 그녀를 훑어보다가 이내 물을 받아 들었다.“오늘 누굴 좀 만날 건데, 같이 가도록 하지.”온연은 불편해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입가에 닿은 말을 삼켰다. 그는 거절당하는 것을 싫어했다.목정침은 볼 일을 보러 나섰고, 온연은 오전 내내 호텔에 머물러야 했다. 점심 무렵, 진락이 차로 그녀를 고급 레스토랑으로 안내하였다. 역시 조용한 귀빈실이었고, 창밖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기만 할 뿐, 시끄러운 잡음은 들려오지 않았다.온연이 그곳에 들어서자 목정침과 머리카락이 희끗한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과한 사치를 부리지 않은 듯했고, 오히려 절제된 멋을
#목정침은 늦은 오후에는 별 일이 없는지 밖에 나가지 않았고, 대신 쇼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온연은 하품이 계속되어 잠을 쫓고자 대화 주제를 찾다가, 저도 모르게 모창해가 말한 그 일을 언급하였다.“정말 동생이 있으신 거에요?”목정침의 손이 뻣뻣이 굳더니 안색마저 어두워졌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게 진짜면, 진작 날 찾아와서 재산을 분배하려 들었을 거야.”온연은 대화 주제를 잘못 선택한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졸음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온연의 핸드폰에서 문자 알람음이 울렸다.나도 J시에 있어.J시는 현재 목정침과 자신이 있는 도시였다. 메시지를 보낸 이는 누구일까? 그녀가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아낸 거지? 온연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생각의 생각을 거쳐 온연은 이 번호가 심개 일 것이라고 대담하게 추측하였다. 온연은 잔뜩 긴장하며 목정침을 쳐다보았다. 목정침이 눈치채지 못했음을 확인하고는 이내 ‘누구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나 심개야. 지금 웨스트 카페에 있는데, 올래?온연은 무의식 중에 ‘응.’ 이라고 회신하였고, 곧바로 문자 내역을 삭제했다.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야 온연은 입을 열었다,“저 거리 구경하다 들어와도 될까요? 너무 심심해요…”목정침은 일에 집중하며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하였다.“가봐, 멀리는 가지 말고. 진락이 따라다니면 불편할 테니 혼자 다녀와. 호텔 이름 기억해 둬. 길 잃으면 택시라도 타고 돌아와.”그는 뜻밖에도 그녀가 길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 몇 년 동안 온연은 목가 저택에 가는 길 밖에 몰랐기에, 당장 J시에서는 북쪽이 어느 방향인지도 감이 안 왔다.온연은 그에게 대답하고는 거리로 나왔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웨스트 카페로 가는 길을 물었고, 약간은 불안해졌다. 웨스트 카페는 목정침이 있는 호텔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녀는 되돌아갈까 생각했다. 만약 그에게 들켰다가는 그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