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드디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그때 나랑 경소경씨가 임신준비 할 때 임신이 됐으면 내 아이도 지금쯤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어… 난 정말 바보야. 내 자신을 괴롭히면서 그 사람 발목까지 잡고. 어제 저녁에 그러고 나서 내가 싫어졌을지도 몰라. 일단 오늘 저녁에 제대로 준비를 한 다음에 내일 아침에 그 사람한테 가볼게. 내일 월차 내야겠다. 맞다, 그리고 좋은 소식 있어. 너가 내 문제를 해결해주니까 신도 나를 돕는 거 같아.” 온연은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해결됐으면 됐어. 또 무슨 좋은 소식?” 진몽요는 가방에서 패션 잡지를 꺼냈다. “나 10등안에 들어갔어. 비록 딱 10등이라 표지 장식은 못 했지만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룬 것 같고 훨씬 의미 있어졌어!” 예상 밖에 희소식에 온연은 깜짝 놀랐다. “정말 Top10이야? 간묵이 표절한 그 작품 말하는 거지? 장하다 우리 몽요! 이 성과로는 너 앞으로 큰 회사들 많이 갈 수 있겠어. 앞으로 네가 어딜가든 월급도 배로 줄 거야. 물론 너가 임립네 회사를 떠나라고 부추기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네 앞길이 창창해졌잖아. 정말 대단해, 내일 경소경도 만나서 일과 사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버려!” 카페에서 나온 뒤 온연은 바로 목가네로 향했다. 비록 그녀는 속으로 목정침이 아이를 잘 못 돌볼까 봐 걱정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 약해질 수 없었다. 그녀는 목정침 그 악당과 끝까지 싸워서 남은 생은 절대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지 않기로 다짐했다. 집에 늦게 온다고 했던 목정침은 6시에 집으로 돌아왔고, 포대기에 아이를 안은 모습이 꼭 코알라 같았다. 중요한 건 목정침의 표정은 놀랄 정도로 썩어 있었다. 온연은 샤워를 마치고 스킨케어를 바르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어땠어요? 아이는 말 잘 들었어요? 오늘 늦는다고 안 했어요? 왜 집에 일찍 왔어요?” 목정침은 아이를 내려놓았다. “너 일부러 그런거잖아. 내가 아무것도 못 하게 일부러 두고간 거잖아! 조그마한 게 밥도 잘 먹어
밥 먹을 때도 목정침은 썩은 표정이자 온연이 깐족거렸다. “왜 그래요? 몇 억짜리 사업이라도 망쳤어요? 망쳤으면 뭐 어때서요? 어차피 돈 벌어서 우리 줄 건데 그러게 왜 나를 도발해요?” 목정침은 눈을 게슴츠레 하고 “아니, 이따 밥 먹고 방에 가서 다시 얘기해…” ...... 새벽 1시쯤. 진몽요는 악몽에서 깼고 불안한 느낌이 가시질 않아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동안 침대에 앉아 있었다.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후에 마신 그 커피 맛에 입맛이 떨어져 저녁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잠을 잤다. 배가 살짝 고팠던 그녀는 일어나 냉장고에 먹을 걸 찾으려 거실로 나오고 보니 현관의 안야의 신발이 없었다. 그 말은 안야가 저녁에 집에 오지 않았다는 건가? 그녀는 안야의 방문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정말 사람이 없었다. 안야 같이 참한 아가씨는 외박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남자친구 생겼다는 말도 없었기에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그녀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고 점점 서늘한 느낌에 털이 삐죽섰다. 설마 안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겠지? 여자애가 무슨 일을 못 당할까?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걸 안야까지 겪고 싶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또 누구에게 걸어야 할지 몰랐다. 이 늦은 시간에 온연은 쉬고 있을 테고 아이도 챙겨야하니 잠시 고만하고 경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아침에 그를 찾아갈 생각이었으나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이상한 건 경소경의 핸드폰도 꺼져있었다. 그녀는 뜨거운 솥 위에 개미처럼 마음이 급해져 바로 차를 끌고 백수완 별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의 집 열쇠가 있었고 그가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이런 일은 안 도와주면 안되는 건 아닌가?
문을 연 순간 그녀는 굳어버렸다. 집에 안 들어온 안야와 눈을 마주쳤고 그녀가 안도하기도 전에 안야의 당황한 눈빛이 긴장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물었다. “너 여기서 뭐해?” 안야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식탁위에 물건들을 치우고 있었다. 식탁에는 빈 술병 두개가 있었고 안야의 헝클어진 머리와 옷만 보고 이전 상황을 감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안야의 침묵은 그녀를 더 열 받게 만들자 화를 냈다. “너 말해! 여기서 뭐하냐고!” 경소경은 낯선 사람이 집에 오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안야와 경소경에 핸드폰이 동시에 꺼져 있던 이유를 알았다. “죄송해요, 사장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두 분이 해성 호텔에서 싸우신 것 같길래 속상하실 거 같아서 말동무 해드리러 왔을 뿐이에요. 두 분이서 이렇게 정말 끝내실 까봐 다 두 분을 생각해서 그런건데… 술을 많이 드셔서…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말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고 진몽요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래서… 넌 나를 위해서 이 사람이랑 그랬다는 거야? 어?” 안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인정하는 셈이었다. 진몽요는 황당해서 씩씩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고 경소경의 안방 문을 열자 그는 침대에서 깊게 잠들어 있었고 바닥엔 안야의 옷이 떨어져 있었다…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그녀는 경소경이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 걸 알았다. 이런 결과는 절대상상도 못 했었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서 경소경을 때리며 왜 아침까지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 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동시에 그녀 본인에게 왜 그렇게 오래 고민했냐고 일찍 결정했더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젠 다 늦어 버렸다. 역시나 신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건 망상이었고 그녀는 결국 제일 잃고 싶지 않았던 걸 잃었다. 그녀는 깊이 고통받고 있었고 경소경은 편히 자고 있었다. 그는 어쩌면 지금 그녀의 기분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말을 하고 그녀는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안야는 천천히 걸었고 걷는 자세도 이상했다. 진몽요는 소파에서 앉아 천천히 걸어오는 안야를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너무 티 내지 마. 나도 아니까 그렇게 알려줄 필요 없어. 여자들은 처음하면 원래 아픈 거 몰랐어? 너만 아파?” 안야는 그녀를 보고 맞은편에 앉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미묘한 태도변화를 진몽요는 예리하게 눈치챘다. “하… 이제 연기 그만하겠다 이거야? 전에 나한테 했던 말 장난 아니지? 넌 타겟을 임립에서 경소경으로 바꾼 다음에 행동한 거야.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걸 가르쳐준 게 웃기네.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지만 선을 넘으라고는 안 했는데… 안야, 내 전 약혼자였던 거 알면서도 이러는 건 정말 역겨워!” 안야는 연기할 생각이 없었고 고개 들어 그녀를 보았다. “사장님도 말하셨잖아요. 저 사람이 전 약혼자이지만 저희 둘 다 솔로라고, 그런데 안될 게 뭐 있어요? 그런 말투로 말하지 마세요. 제가 꼭 뺏어간 거 같잖아요. 사장님이 경소경씨를 버렸지만 저는 갖고 싶어요. 저도 알아요, 이런 관계가 이상하다는 거. 제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저희는 이제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겠죠. 저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 적도 없었잖아요. 그냥 저를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 불쌍한 벌레, 공짜로 일해주는 노예, 가끔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셨겠죠. 정말 이상해요. 이미 진가네 아가씨가 아닌데, 더 이상 부잣집 봉황이 아닌데, 왜 다른 사람들을 짓밟는 거예요? 경소경씨가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이렇게까지 만든 사장님이 바보죠!” 진몽요는 더 이상 착하게 대할 수 없었다. “노예? 장난감? 안야, 말하기 전에 네 양심을 생각해봐. 넌 나랑 연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가게에서 설거지하고 있었어! 말해, 나한테 있는 불만 오늘 다 말해. 너 같은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 좀 알아야겠어!” 안야는 이를 꽉 물고 말했다. “오늘의 저는 다 제 힘으로 이룬 거예요! 두 분이 아닌
그녀는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고 문 앞까지 가자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내가 여기 온 건바람핀 현장을 잡으러 온 게 아니라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경소경씨한테 도움받으러 온 거였어. 그런데 넌 서프라이즈를 했네.” 안야의 동공은 살짝 흔들렸지만 얼른 숨겼다. 그녀는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되돌릴 수 없었고 다시는 다른 사람이 쉽게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대도시의 아가씨가 되고싶었다. 진몽요가 떠난 후 그녀는 이곳에 남아 경소경의 집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리고 피곤해서 경소경의 옆에 누웠다. 그녀는 임립에게 설렜던 적이 있었지만 단지 물질적인 조건 때문이었고 경소경을 향한 감정은 달랐다. 경소경은 눈부신 별 같은 존재였고 정말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파트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마음 편히 잘 수 없었다. 안야가 한 짓을 생각하면 역겹고 힘이 빠졌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짐을 빼고 임립에게 사직서를 메일로 보냈다. 그녀가 안야를 쫓아내지 않고 직접 짐을 뺀 건 경소경이 안야와 발전할 일이 없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 안야는 갈 곳이 없으니 이건 안야를 향한 마지막 배려였다. 다음 날 아침. 경소경은 극심한 두통에 잠에서 깼다. 어제의 기억은 어렴풋이 났지만 딱 술 취하기 전까지였고 취한 뒤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원래는 혼자 아침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일어나려 하니 이불 한쪽이 살짝 무거워서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안야가 왜 옆에 있는거지?! 바닥에 떨어진 옷들은 또 뭘까?! 그는 어제 그녀가 같이 술 마시자고 온 뒤로 쫓아내기 귀찮아서 받아준 기억밖에 없었다… 영문을 모르던 그때 안야가 잠에서 깼다. “일어나셨어요…?” 그는 표정이 안 좋았고 옷 매무새를 정리한 뒤 안야 앞에 섰다. “어떻게 된 거예요?! 똑바로 설명해요! 왜 우리집에서 잔 거예요? 왜 내 옆에서 잤냐고요?!” 안야는 이불을
경소경의 호흡은 가빠졌고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뭐라고요? 진몽요씨가 이미 안다고요? 어제 저녁에 왔었어요?” 안야는 살짝 당황했다. 그녀의 손등의 난 선명한 상처를 보고도 그는 진몽요를 걱정하다니…그 순간 그녀의 마음에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다.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은 일어나서 차 키를 들고 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집에서 나가요!” 며칠동안 비가 온 뒤 오늘은 드디어 날씨가 맑았다. 태양은 동쪽에서 뜨고 있었고 도시 전체도 점점 시끌벅적 해졌다. 경소경은 지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진몽요만 생각했다. 어제 저녁 그렇게 된 이후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아파트에 도착한 후 미친듯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그는 절망했고 진몽요의 핸드폰은 꺼져 있어 전화도 할 수 없었다. 그 상태로 30분 정도 지나자 맞은편 이웃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 집 아가씨 찾아요? 어제 새벽에 이사 가던데. 소리가 들려서 살짝 봤는데 한 명은 어제 나갔어요. 그 머리 길고 피부 하얀 예쁜 아가씨 말이에요.” 이사를 갔다…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는 감사인사를 전한 뒤 혼이 나간 채로 차에 돌아와 조용히 생각한 후 강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방 연결됐고 강령은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르는지 목소리가 업되 있었다. “소경이니? 무슨 일이야?”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몽요씨 집에 있나요?” 강령이 대답했다. “집이지. 어제 저녁에 들어왔어. 그때가 아마 새벽 4시였던 거 같은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지금 아직 자고 있어. 깨워줄까?” 그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아… 괜찮습니다.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그는 운전대에 머리를 기대었고 마음 속은 타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일까지 생겼는데 이제 진몽요랑 다시는 재결합을 못하지 않을까? 어떤 상황이었든 그는 건들이면 안되는 사람을 건들였고 그건 진몽
안야는 지금 경소경의 심정이 복잡해서 자신을 신경 쓰지 못 한다는 걸 알았다. 어차피 여기에 더 있어봤자 의미가 없으니 아파트로 돌아 가야했다. 그녀는 임립에게 반차를 내고 아파트에 와보니 진몽요의 물건들은 하나도 없었고 하람이 선물한 냉장고 같은 큰 가전제품만 남겨두었다. 그녀는 마음이 전혀 요동치지 않았다. 진몽요가 이사가지 않았어도 그녀가 나갔을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은 한 지붕아래 살 수 없었고 그녀가 이사 갈 일도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저녁에 잠을 잘 못 자서 그녀는 마음 편히 잠을 자고 싶었다. 계속 하고싶었던 일을 드디어 해내서 마음이 편했다. 회사. 진몽요가 어제 새벽 메일로 보낸 사직서를 보면서 임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새벽에 사직서를 보낸걸까? 진몽요는 전화도 안 받고 안야는 반차까지 냈으니 그는 안야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몽요씨가 사직서를 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온연은 어제 목정침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 했다. 문자 소리를 듣고 그녀는 비몽사몽한 채 핸드폰을 보고 문자 내용에 의아했다. 진몽요가 자신의 작품이 순위에 들어서 임립의 회사를 나갈 거 같진 않고 대체 무슨 일일까? 그녀는 답장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밥을 주라고 했고 그녀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또 늦었지.”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건넸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더니 오늘은 눈까지 부었네. 어제 도련님이랑 싸웠어? 작은 도련님이 일찍 일어나셔서 내가 한참을 달랬어. 너가 자고 있길래 일부러 안 깨웠지.” 온연은 민망한듯 웃으며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20대 젊은이가 아니라 정력이 그렇게 왕성한 줄 몰랐으나 이제서야 그의 정력이 아직 젊은 사람 못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점심까지 잠을 잤지만 그는 평소처럼 일을 하러 나갔다. 게다가 주말에 추가근무까지 나갔
온연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경소경도 연루된 건가? 그녀는 할 말을 아끼고 진몽요의 안방으로 향했다. 진몽요는 자고 있지 않았고 침대에 아무 말없이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눈이 호두처럼 부은 게 방금 운 게 보였고 이마에 상처는 피가 말라서 어느정도 아물어 있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 마시고 침대 맡에 앉았다. “몽요야, 무슨 일이야? 이마는 또 왜 그래? 너가 이러면 내가 얼마나 걱정되는데…” 진몽요는 코를 훌쩍이며 온연이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했다. “괜찮아, 살짝 넘어진 거야. 안야랑 경소경씨랑 만나. 생각만 해도 더러워. 어제 저녁에 벌어진 일이야. 난 안야가 핸드폰도 꺼져 있고 늦게까지 집에 안 오길래 경소경씨한테 도움받으려고 갔는데 내 눈으로 봤어. 더러워…” 온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충격 받았고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난 경소경씨가 그런 사람 아닌 것 같았는데. 아무 여자를 만나도 되지만 안야는 아니지… 분명 오해일 거야. 원래 너가 오늘 찾아가서 화해하려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만나서 얘기는 해봤어?”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얘기할 게 뭐가 이어. 내가 내 눈으로 봤는데. 그때 그 사람은 술 취해서 돼지처럼 차고 있었고 안야는 청소하고 있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데렐라도 아니고 딱 보면 알잖아!” 온연은 자세한 정황을 몰랐기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안야가 남의 위기로 기회를 삼았다고 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은 좀 도를 넘었다. 분위기가 너무 쳐진 것 같아 진몽요는 억지로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만졌다. “너가 애까지 데리고 날 찾아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너 눈은 또 왜 그래? 목정침이랑 싸웠어? 아직도 일하지 말래?” 온연은 고개만 저었다. 진몽요의 상태에 비하면 그녀와 목정침의 말다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진몽요는 무력하게 심호흡을 했다. “천천히 지켜보는 거지. 난 이제 디자인업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