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드디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그때 나랑 경소경씨가 임신준비 할 때 임신이 됐으면 내 아이도 지금쯤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어… 난 정말 바보야. 내 자신을 괴롭히면서 그 사람 발목까지 잡고. 어제 저녁에 그러고 나서 내가 싫어졌을지도 몰라. 일단 오늘 저녁에 제대로 준비를 한 다음에 내일 아침에 그 사람한테 가볼게. 내일 월차 내야겠다. 맞다, 그리고 좋은 소식 있어. 너가 내 문제를 해결해주니까 신도 나를 돕는 거 같아.” 온연은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해결됐으면 됐어. 또 무슨 좋은 소식?” 진몽요는 가방에서 패션 잡지를 꺼냈다. “나 10등안에 들어갔어. 비록 딱 10등이라 표지 장식은 못 했지만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룬 것 같고 훨씬 의미 있어졌어!” 예상 밖에 희소식에 온연은 깜짝 놀랐다. “정말 Top10이야? 간묵이 표절한 그 작품 말하는 거지? 장하다 우리 몽요! 이 성과로는 너 앞으로 큰 회사들 많이 갈 수 있겠어. 앞으로 네가 어딜가든 월급도 배로 줄 거야. 물론 너가 임립네 회사를 떠나라고 부추기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네 앞길이 창창해졌잖아. 정말 대단해, 내일 경소경도 만나서 일과 사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버려!” 카페에서 나온 뒤 온연은 바로 목가네로 향했다. 비록 그녀는 속으로 목정침이 아이를 잘 못 돌볼까 봐 걱정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 약해질 수 없었다. 그녀는 목정침 그 악당과 끝까지 싸워서 남은 생은 절대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지 않기로 다짐했다. 집에 늦게 온다고 했던 목정침은 6시에 집으로 돌아왔고, 포대기에 아이를 안은 모습이 꼭 코알라 같았다. 중요한 건 목정침의 표정은 놀랄 정도로 썩어 있었다. 온연은 샤워를 마치고 스킨케어를 바르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어땠어요? 아이는 말 잘 들었어요? 오늘 늦는다고 안 했어요? 왜 집에 일찍 왔어요?” 목정침은 아이를 내려놓았다. “너 일부러 그런거잖아. 내가 아무것도 못 하게 일부러 두고간 거잖아! 조그마한 게 밥도 잘 먹어
밥 먹을 때도 목정침은 썩은 표정이자 온연이 깐족거렸다. “왜 그래요? 몇 억짜리 사업이라도 망쳤어요? 망쳤으면 뭐 어때서요? 어차피 돈 벌어서 우리 줄 건데 그러게 왜 나를 도발해요?” 목정침은 눈을 게슴츠레 하고 “아니, 이따 밥 먹고 방에 가서 다시 얘기해…” ...... 새벽 1시쯤. 진몽요는 악몽에서 깼고 불안한 느낌이 가시질 않아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동안 침대에 앉아 있었다.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후에 마신 그 커피 맛에 입맛이 떨어져 저녁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잠을 잤다. 배가 살짝 고팠던 그녀는 일어나 냉장고에 먹을 걸 찾으려 거실로 나오고 보니 현관의 안야의 신발이 없었다. 그 말은 안야가 저녁에 집에 오지 않았다는 건가? 그녀는 안야의 방문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정말 사람이 없었다. 안야 같이 참한 아가씨는 외박을 한 적도 없을뿐더러 남자친구 생겼다는 말도 없었기에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그녀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고 점점 서늘한 느낌에 털이 삐죽섰다. 설마 안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겠지? 여자애가 무슨 일을 못 당할까?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걸 안야까지 겪고 싶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또 누구에게 걸어야 할지 몰랐다. 이 늦은 시간에 온연은 쉬고 있을 테고 아이도 챙겨야하니 잠시 고만하고 경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아침에 그를 찾아갈 생각이었으나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이상한 건 경소경의 핸드폰도 꺼져있었다. 그녀는 뜨거운 솥 위에 개미처럼 마음이 급해져 바로 차를 끌고 백수완 별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의 집 열쇠가 있었고 그가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이런 일은 안 도와주면 안되는 건 아닌가?
문을 연 순간 그녀는 굳어버렸다. 집에 안 들어온 안야와 눈을 마주쳤고 그녀가 안도하기도 전에 안야의 당황한 눈빛이 긴장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물었다. “너 여기서 뭐해?” 안야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식탁위에 물건들을 치우고 있었다. 식탁에는 빈 술병 두개가 있었고 안야의 헝클어진 머리와 옷만 보고 이전 상황을 감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안야의 침묵은 그녀를 더 열 받게 만들자 화를 냈다. “너 말해! 여기서 뭐하냐고!” 경소경은 낯선 사람이 집에 오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안야와 경소경에 핸드폰이 동시에 꺼져 있던 이유를 알았다. “죄송해요, 사장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두 분이 해성 호텔에서 싸우신 것 같길래 속상하실 거 같아서 말동무 해드리러 왔을 뿐이에요. 두 분이서 이렇게 정말 끝내실 까봐 다 두 분을 생각해서 그런건데… 술을 많이 드셔서…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말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상처가 되었고 진몽요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그래서… 넌 나를 위해서 이 사람이랑 그랬다는 거야? 어?” 안야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인정하는 셈이었다. 진몽요는 황당해서 씩씩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고 경소경의 안방 문을 열자 그는 침대에서 깊게 잠들어 있었고 바닥엔 안야의 옷이 떨어져 있었다…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그녀는 경소경이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 걸 알았다. 이런 결과는 절대상상도 못 했었다. 그녀는 자신이 미쳐서 경소경을 때리며 왜 아침까지 그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 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동시에 그녀 본인에게 왜 그렇게 오래 고민했냐고 일찍 결정했더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젠 다 늦어 버렸다. 역시나 신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건 망상이었고 그녀는 결국 제일 잃고 싶지 않았던 걸 잃었다. 그녀는 깊이 고통받고 있었고 경소경은 편히 자고 있었다. 그는 어쩌면 지금 그녀의 기분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말을 하고 그녀는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안야는 천천히 걸었고 걷는 자세도 이상했다. 진몽요는 소파에서 앉아 천천히 걸어오는 안야를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너무 티 내지 마. 나도 아니까 그렇게 알려줄 필요 없어. 여자들은 처음하면 원래 아픈 거 몰랐어? 너만 아파?” 안야는 그녀를 보고 맞은편에 앉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미묘한 태도변화를 진몽요는 예리하게 눈치챘다. “하… 이제 연기 그만하겠다 이거야? 전에 나한테 했던 말 장난 아니지? 넌 타겟을 임립에서 경소경으로 바꾼 다음에 행동한 거야.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걸 가르쳐준 게 웃기네.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지만 선을 넘으라고는 안 했는데… 안야, 내 전 약혼자였던 거 알면서도 이러는 건 정말 역겨워!” 안야는 연기할 생각이 없었고 고개 들어 그녀를 보았다. “사장님도 말하셨잖아요. 저 사람이 전 약혼자이지만 저희 둘 다 솔로라고, 그런데 안될 게 뭐 있어요? 그런 말투로 말하지 마세요. 제가 꼭 뺏어간 거 같잖아요. 사장님이 경소경씨를 버렸지만 저는 갖고 싶어요. 저도 알아요, 이런 관계가 이상하다는 거. 제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저희는 이제 더 이상 친구가 아니겠죠. 저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 적도 없었잖아요. 그냥 저를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 불쌍한 벌레, 공짜로 일해주는 노예, 가끔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셨겠죠. 정말 이상해요. 이미 진가네 아가씨가 아닌데, 더 이상 부잣집 봉황이 아닌데, 왜 다른 사람들을 짓밟는 거예요? 경소경씨가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이렇게까지 만든 사장님이 바보죠!” 진몽요는 더 이상 착하게 대할 수 없었다. “노예? 장난감? 안야, 말하기 전에 네 양심을 생각해봐. 넌 나랑 연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가게에서 설거지하고 있었어! 말해, 나한테 있는 불만 오늘 다 말해. 너 같은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 좀 알아야겠어!” 안야는 이를 꽉 물고 말했다. “오늘의 저는 다 제 힘으로 이룬 거예요! 두 분이 아닌
그녀는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고 문 앞까지 가자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내가 여기 온 건바람핀 현장을 잡으러 온 게 아니라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경소경씨한테 도움받으러 온 거였어. 그런데 넌 서프라이즈를 했네.” 안야의 동공은 살짝 흔들렸지만 얼른 숨겼다. 그녀는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되돌릴 수 없었고 다시는 다른 사람이 쉽게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대도시의 아가씨가 되고싶었다. 진몽요가 떠난 후 그녀는 이곳에 남아 경소경의 집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리고 피곤해서 경소경의 옆에 누웠다. 그녀는 임립에게 설렜던 적이 있었지만 단지 물질적인 조건 때문이었고 경소경을 향한 감정은 달랐다. 경소경은 눈부신 별 같은 존재였고 정말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아파트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마음 편히 잘 수 없었다. 안야가 한 짓을 생각하면 역겹고 힘이 빠졌다. 그 날 저녁 그녀는 짐을 빼고 임립에게 사직서를 메일로 보냈다. 그녀가 안야를 쫓아내지 않고 직접 짐을 뺀 건 경소경이 안야와 발전할 일이 없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 안야는 갈 곳이 없으니 이건 안야를 향한 마지막 배려였다. 다음 날 아침. 경소경은 극심한 두통에 잠에서 깼다. 어제의 기억은 어렴풋이 났지만 딱 술 취하기 전까지였고 취한 뒤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원래는 혼자 아침을 맞이할 줄 알았는데 일어나려 하니 이불 한쪽이 살짝 무거워서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안야가 왜 옆에 있는거지?! 바닥에 떨어진 옷들은 또 뭘까?! 그는 어제 그녀가 같이 술 마시자고 온 뒤로 쫓아내기 귀찮아서 받아준 기억밖에 없었다… 영문을 모르던 그때 안야가 잠에서 깼다. “일어나셨어요…?” 그는 표정이 안 좋았고 옷 매무새를 정리한 뒤 안야 앞에 섰다. “어떻게 된 거예요?! 똑바로 설명해요! 왜 우리집에서 잔 거예요? 왜 내 옆에서 잤냐고요?!” 안야는 이불을
경소경의 호흡은 가빠졌고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뭐라고요? 진몽요씨가 이미 안다고요? 어제 저녁에 왔었어요?” 안야는 살짝 당황했다. 그녀의 손등의 난 선명한 상처를 보고도 그는 진몽요를 걱정하다니…그 순간 그녀의 마음에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했다.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은 일어나서 차 키를 들고 나가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집에서 나가요!” 며칠동안 비가 온 뒤 오늘은 드디어 날씨가 맑았다. 태양은 동쪽에서 뜨고 있었고 도시 전체도 점점 시끌벅적 해졌다. 경소경은 지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진몽요만 생각했다. 어제 저녁 그렇게 된 이후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아파트에 도착한 후 미친듯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그는 절망했고 진몽요의 핸드폰은 꺼져 있어 전화도 할 수 없었다. 그 상태로 30분 정도 지나자 맞은편 이웃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 집 아가씨 찾아요? 어제 새벽에 이사 가던데. 소리가 들려서 살짝 봤는데 한 명은 어제 나갔어요. 그 머리 길고 피부 하얀 예쁜 아가씨 말이에요.” 이사를 갔다…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그는 감사인사를 전한 뒤 혼이 나간 채로 차에 돌아와 조용히 생각한 후 강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방 연결됐고 강령은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르는지 목소리가 업되 있었다. “소경이니? 무슨 일이야?”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몽요씨 집에 있나요?” 강령이 대답했다. “집이지. 어제 저녁에 들어왔어. 그때가 아마 새벽 4시였던 거 같은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지금 아직 자고 있어. 깨워줄까?” 그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아… 괜찮습니다.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그는 운전대에 머리를 기대었고 마음 속은 타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일까지 생겼는데 이제 진몽요랑 다시는 재결합을 못하지 않을까? 어떤 상황이었든 그는 건들이면 안되는 사람을 건들였고 그건 진몽
안야는 지금 경소경의 심정이 복잡해서 자신을 신경 쓰지 못 한다는 걸 알았다. 어차피 여기에 더 있어봤자 의미가 없으니 아파트로 돌아 가야했다. 그녀는 임립에게 반차를 내고 아파트에 와보니 진몽요의 물건들은 하나도 없었고 하람이 선물한 냉장고 같은 큰 가전제품만 남겨두었다. 그녀는 마음이 전혀 요동치지 않았다. 진몽요가 이사가지 않았어도 그녀가 나갔을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은 한 지붕아래 살 수 없었고 그녀가 이사 갈 일도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저녁에 잠을 잘 못 자서 그녀는 마음 편히 잠을 자고 싶었다. 계속 하고싶었던 일을 드디어 해내서 마음이 편했다. 회사. 진몽요가 어제 새벽 메일로 보낸 사직서를 보면서 임립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새벽에 사직서를 보낸걸까? 진몽요는 전화도 안 받고 안야는 반차까지 냈으니 그는 안야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몽요씨가 사직서를 냈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온연은 어제 목정침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 했다. 문자 소리를 듣고 그녀는 비몽사몽한 채 핸드폰을 보고 문자 내용에 의아했다. 진몽요가 자신의 작품이 순위에 들어서 임립의 회사를 나갈 거 같진 않고 대체 무슨 일일까? 그녀는 답장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밥을 주라고 했고 그녀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또 늦었지.”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건넸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더니 오늘은 눈까지 부었네. 어제 도련님이랑 싸웠어? 작은 도련님이 일찍 일어나셔서 내가 한참을 달랬어. 너가 자고 있길래 일부러 안 깨웠지.” 온연은 민망한듯 웃으며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20대 젊은이가 아니라 정력이 그렇게 왕성한 줄 몰랐으나 이제서야 그의 정력이 아직 젊은 사람 못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점심까지 잠을 잤지만 그는 평소처럼 일을 하러 나갔다. 게다가 주말에 추가근무까지 나갔
온연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경소경도 연루된 건가? 그녀는 할 말을 아끼고 진몽요의 안방으로 향했다. 진몽요는 자고 있지 않았고 침대에 아무 말없이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눈이 호두처럼 부은 게 방금 운 게 보였고 이마에 상처는 피가 말라서 어느정도 아물어 있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 마시고 침대 맡에 앉았다. “몽요야, 무슨 일이야? 이마는 또 왜 그래? 너가 이러면 내가 얼마나 걱정되는데…” 진몽요는 코를 훌쩍이며 온연이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했다. “괜찮아, 살짝 넘어진 거야. 안야랑 경소경씨랑 만나. 생각만 해도 더러워. 어제 저녁에 벌어진 일이야. 난 안야가 핸드폰도 꺼져 있고 늦게까지 집에 안 오길래 경소경씨한테 도움받으려고 갔는데 내 눈으로 봤어. 더러워…” 온연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충격 받았고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난 경소경씨가 그런 사람 아닌 것 같았는데. 아무 여자를 만나도 되지만 안야는 아니지… 분명 오해일 거야. 원래 너가 오늘 찾아가서 화해하려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만나서 얘기는 해봤어?”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얘기할 게 뭐가 이어. 내가 내 눈으로 봤는데. 그때 그 사람은 술 취해서 돼지처럼 차고 있었고 안야는 청소하고 있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데렐라도 아니고 딱 보면 알잖아!” 온연은 자세한 정황을 몰랐기에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안야가 남의 위기로 기회를 삼았다고 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은 좀 도를 넘었다. 분위기가 너무 쳐진 것 같아 진몽요는 억지로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만졌다. “너가 애까지 데리고 날 찾아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너 눈은 또 왜 그래? 목정침이랑 싸웠어? 아직도 일하지 말래?” 온연은 고개만 저었다. 진몽요의 상태에 비하면 그녀와 목정침의 말다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진몽요는 무력하게 심호흡을 했다. “천천히 지켜보는 거지. 난 이제 디자인업계에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