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야는 음악을 듣고 있어 진몽요의 목소리를 들은 거 같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그녀는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진몽요의 태도를 보면서 약간의 질투심이 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진몽요는 제도 현지 사람이고 큰 도시의 여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서 노력하지 않아도 그녀보다 뭘 해도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력하지 않아도 간묵 같은 사람이었고, 이 세계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겉으로는 빛나 보여도 현실은 힘겹게 살고 있으며, 이 도시에서 가장 기본적인 아파트에 호적을 둘 수도 없었다. 아니, 그들은 평생을 노력해도 이 도시의 집조차 살 수 없었지만, 진몽요는 노력하지 않아도 뭐든 쉽게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진몽요는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경소경 같은 우수한 남자까지 거절하며 헤어지고 나서 또 그 주변을 맴돌며 예군작을 만났다. 그녀는 간묵이 자신에게 그가 바라는 여자는 제도 현지 여자이지 본인 같은 순진한 여자가 아니라는 말이 생각났다. 순진하다는 말은 촌스럽다는 말이지 않을까? 더 좋은 걸 원하는 건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었고 그녀도 다르지 않았다. 진몽요와 온연을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었고, 작은 도시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녀는 이 제도라는 큰 도시에서 자리를 잡고 싶었고, 진몽요와 온연 같은 여자가 되고 싶었고, 그녀들처럼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남자들 앞에서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그녀는 뼛속까지 비참하게 살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난이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예전에는 소소한 행복을 느꼈지만 지금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경소경의 집으로 가는 길, 진몽요는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당신은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안야를 생각하며 물었다. 왜냐면 오늘 회사에서 안야가 한 말들과 아까 방에서 대답도 안 한 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걸 알리가 없는 경소경은 간단하게 자신의 생각만 말했다. “있죠, 사람은 변해요. 시간이
진몽요가 먼저 대답했다. “그쪽이 잘못한 거 없어요. 이 사람 성격이 원래 이래서 3개월만 사귀어도 오래 사귄 거예요. 그쪽도 만난지 3개월 정도 됐죠? 연락 안 오는 거면 이미 차인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속상해할 거 없어요, 처음 만날 때 이렇게 될 거 알았잖아요. 나도 당신 다음 타자지만 자랑스럽진 않아요. 나도 언젠간 차일 날이 올 테니. 그러니까 우리 서로서로 이해하자고요?” 경소경의 안색은 창백해졌고 그는 당장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샤샤씨… 내가 여기 사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샤샤의 표정은 진몽요를 보자마자 이미 굳어 있었다. “그냥…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알게 되었어요… 죄송해요… 저 먼저 가 볼게요!” 샤샤가 눈물을 머금은 채 황급히 뛰어가자 진몽요의 마음속엔 불이 지펴졌다. “개가 똥 먹는 버릇은 못 고친다더니, 밖에서 만난 똥이 그렇게 좋으면 왜 또 날 찾아왔어요? 단순히 나한테 차인 게 분해서 그런거죠? 난 그래도 당신을 믿었는데! 아까 그 맹세는 왜 한 거예요? 아무래도 또 당하기 전에 당신을 멀리 해야겠어요!” 그녀가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경소경이 차 문을 잠궈버렸다. “내가 거짓말한 거 아니라고 했잖아요! 함부로 흥분하지 말아요! 할 얘기 있으면 집에 가서 해요.” 진몽요는 화를 가라앉혔다. “당신 자꾸 나를 집안으로 들이려 하는데, 난 지금 당신의 모든 게 의심스러워요. 난 당신이 정말 잠을 못 잘까 봐 걱정돼서 그랬는데 당신은 왜 매번 나를 바보 취급해요? 저 샤샤라는 여자 당신을 위해서 수소문해서 알아온 거라고 거짓말 한 거죠? 여기 처음 온 거 아니죠? 어차피 우리도 안 친했을 때 같이 한 침대에서 잤었는데 다른 여자라고 다를 거 없겠네요. 당신은 수면장애가 아니라 애정결핍이에요.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아무나 필요했던 거라고요! 차 문 열어줘요, 나 당장 집에 갈래요!” 경소경은 머리가 지끈거렸고, 집 앞까지 차를 끌고 와서 문을 열었다. 진몽요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뒤를 돌았고 그는 다른
그는 긴장해서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맞아요, 날 찾아오면 안됐었어요. 우리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내가 연락 안 해서 이해했을 줄 알았는데, 난 당신이 시간낭비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필요한 것도 이미 줬잖아요. 그러니까 좀 놔줄 수 있어요? 아무 것도 모르면 이 바닥에서 일하지 말아요. 다음부터 이러지 마요, 우리가 다시 연락할 일은 없을 거예요.” 샤샤는 소리 내어 울었다. “알겠어요… 죄송해요… 도련님 눈에는 제가 그런 여자들이랑 다를 바 없는거죠? 그래도 제 첫 사랑이신데… 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샤샤는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고, 진몽요의 머릿속엔 ‘첫사랑’이라는 말이 맴돌았다. 경소경은 항복하는 듯 손을 양손을 들었다. “그래요, 정말 하나같이 만만한 여자가 없네요. 다시는 함부로 못 대하겠어요. 당신도 하고싶은 대로 해요, 내가 다 견딜게요…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은 일은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진몽요는 웃으며 그의 뺨을 때렸고, 경소경은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진짜 무섭네… 모든 일은 다 돌려받는다더니, 예전에 놀았던 거 이제 벌받는 건가보네요. 다시 여자랑 놀면 나는 사람도 아니에요…” 당연히, 그는 저녁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긴장감 넘치는 밤이 지나고 아침에 순간적으로 충동적인 마음에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손을 댔지만 얼굴을 한 대 맞자 정신이 들었다. 그는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손자국이 남은 얼굴로 회사에 갔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니 이 또한 견뎌야했다. 진몽요를 회사로 데려다 준 후, 그는 바로 자신의 회사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볼까 봐 그는 사람이 많은 출근 시간을 피했고, 사무실을 지나치자 직원들은 그를 쳐다보며 수근거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사무실로 들어왔고, 문을 닫자마자 하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얼굴이 왜 그래? 고양이 키우니?” 그의 입꼬리가 쳐졌다. “여긴 또 왜 오셨어요?” 하람은 그의 의자에서 일어났다. “병원가서 검사하
하람은 눈동자를 굴렸다. “여자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아이지. 나도 그때 널 가지지 않았더라면 난 다른 집에 시집갔을 거야. 네가 몽요를 임신시키면 재결합할 수 있다고 봐야지. 이게 제일 실패 없고 효과적인 방법이야!” 경소경은 살짝 걱정했다. “제 생각에… 그건 안될 거 같아요. 저번에 저희 둘 다 몸에 아무 문제없었는데 한참동안 임신이 안된 걸 보면 별로 희망이 없는 거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어요?” 하람은 그를 노려보며 “없어, 그러게 왜 예전에 얌전히 안 살았어? 당분간은 몸 관리 좀 잘하고 한번의 기회를 노리란 말이야. 알겠어? 됐고, 더 얘기 안 할래. 엄마가 다 큰 아들이랑 이런 얘기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밑에 차 기다리고 있으니까 먼저 내려갈게. 다리가 아직도 아프네…” 경소경은 깊게 고민하더니 이 방법을 마음속에 새겨 두었다. 비록 그는 남자라서 여자들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진몽요가 임신을 하면 판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온연도 임신했기 때문에 목정침에게 돌아간 거 아니었나? 이렇게 보니 아이는 정말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무기였다. 병원.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의 부축 하에 병원을 몇 바퀴 돌았다. 그녀의 매일 활동량은 딱 이정도였다. 임신 말기라 조산의 위험성이 크고, 자궁이 찢어질까 봐 그녀는 숨도 크게 쉴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오버스러울지 몰라도, 그녀는 지금 혹시 모를 상황이 생기는 게 제일 두려웠다. 지금까지 버텨왔으니 더 이상의 실수는 발생해서는 안된다. 침대로 돌아온 후 그녀는 리치가 먹고싶어졌다. “아주머니, 리치 좀 사다 주실 수 있으세요?”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가 혼자 있으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혼자 괜찮겠어? 그럼 어디가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어. 불편한 곳 있으면 바로 간호사 부르고. 금방 다녀올게.”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가만히 누워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씨 아주머니가 나간 후, 그녀는 서랍위에 있던 책을
’목정침이 막을까 봐 몰래 다른 사람 통해서 이 편지 전해. 너 목정침 너무 믿지 마! 걔는 악마야! 네 아빠가 걔 때문에 죽은 거 알고 있지? 아이를 위해서 물론 넌 용서하겠지. 게다가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반성하면 그만이니까. 근데 네 할머니도 걔 때문에 죽은 거 알고 있어? 할머니는 단순히 감기 때문에 열이 나시고 경증 폐렴을 앓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걔가 면회 왔을 때 병원에서 돌아가셨어. 할머니가 돌아가신 거 말 안 해줬지? 왜 그랬을지 네가 잘 생각해 봐. 비록 난 너랑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그래도 난 네 고모부야. 널 해치지 않아. 걔가 네 할머니를 해친 이유는 목정침이 네 아빠를 죽인 걸 할머니가 알게 되서야. 할머니가 너한테 걔를 떠나라고 말이라도 할까 봐, 목정침은 그럼 네가 정말 뱃속에 아이를 두고 떠날까 봐 그런 나쁜 짓을 저지른 거지! 게다가 몰래 뒤에서 분명 할머니를 협박했을 거야. 노약자가 그런 무서운 협박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어? 그리고 할머니가 그 집에서 나온 뒤로도 계속 만나러 왔는데, 그건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어! 분명 협박했을 거야. 할머니는 계속된 협박에 충격 받아서 돌아가신 거고. 넌 정말 할머니가 바보여서 그 좋은 집을 놔두고 고모네 집으로 왔다고 생각해? 그건 할머니가 그 집이 무서워서 떠나신 거야. 하지만 할머니가 떠나고 나서도 그 집을 벗어날 수 없었지. 난 너한테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목정침이 나랑 네 고모를 제도 밖으로 쫓아냈어. 우리한테는 말할 기회가 없었고, 네 주변에는 늘 목정침이 함께했잖아. 평소에도 다른 사람이 늘 널 곁에서 지키고 있는 이유가 네가 진신을 알게 될까 봐서야. 네가 병원에 있는 거 알고 편지를 전해주고 싶었어. 이제 어떻게 할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그리고 걔가 사람까지 불러서 나한테 손지검했어. 사진은 편지안에 있으니 네가 봐봐. 나도 무서웠어. 미안해, 일찍 알려주지 못 해서.’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 그녀는 얼른 편지를 구겨서
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도 안 들고 대답했다. “어떻게 그래? 만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련님이 말씀하셨어. 네가 여기 있는 동안 절대 자리 비우면 안된다고. 난 아까 나갔다 올 때도 무서웠어. 도련님이 아시게 되면 분명 한 마디 하실 거야.” 그녀는 살짝 이성을 잃었다. “제 안전을 걱정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감시하는 거예요? 그만 좀감시하세요!” 그녀가 소리치자 유씨 아주머니는 당황했다. “연아…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도련님이 널 생각해서 그러는 거 몰라서 이래? 우리는 다 진심으로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널 돌 봐주는 건데 그게 왜 감시라고 생각해? 컨디션 안 좋아? 의사 선생님 불러줄까?” 온연은 자신이 흥분하면 뱃속에 아이가 심하게 요동친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감정조절을 할 수 없었고, 이미 한번 속았기에 그녀가 목정침에 대한 신뢰도는 깊지 않았다. 게다가 편지 안에 내용들이 다 맞아 떨어지는데 어떻게 의심을 안 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건… 그녀의 가족이 죽었는데도 그녀는 속고 있었다! 할머니는 진함을 제외한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갑자기, 다리 사이로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느껴졌고, 그녀는 힘겹게 배를 잡으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저 목정침 만나야겠어요! 지금 당장 오라고 하세요! 왜 저를 속였는지 물어봐야겠어요! 그 정도 해친 걸로 모자랐데요? 전 정말 다시 잘해보려 했는데, 정말… 저한테 왜 그런거죠?” 유씨 아주머니는 손에 든 리치를 내려놓고 그녀를 안았다. “의사 선생님! 빨리 오세요! 양수 터졌어요! 조산할 거 같아요!” 온연의 마지막 기억은 간호사가 수술실로 옮기는 순간이었다. 목정침은 병원에 바로 도착했고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주머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갑자기 양수가 터져요?” 유씨 아주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저도 모르겠어요. 사모님이 갑자기 흥분하셔서 저보고 집에 가라고 감시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희가 사모님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감시하는 거라고
전화를 끊은 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만약 온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온지령네 부부를 죽일 셈이였다. 온연의 뱃속에 있던 아이는 수술을 통해 잘 낳았고, 7개월 밖에 안된 아이라 당분간은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해야 했다. 목정침은 아이를 볼 새도 없었고 간호사를 통해서 아들이라는 말만 전해들었다. 온연이 아직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자 그는 마음이 불안해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수술 관련 서명하는 일 외에 나머지 절차들은 유씨 아주머니가 밟았다. 수술실 밖에서 2시간 넘게 어떤 마음으로 기다렸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린 채 한시도 멍을 때리지 않았고, 안 좋은 상황들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는지 2시간이 지난 후 온연은 수술실에서 나왔다. 깊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얼른 다가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기절한 거예요? 보통 제왕절개는 반신마취 아닌가요?” 간호사는 웃으며 설명했다. “산모가 이럴 때는 몸이 약하고 피곤해서 마취의 원인도 있지만 그냥 잠든 거 일거예요. 큰 문제없이 수술도 잘 됐고, 일주일정도 몸조리하신 후에 퇴원하셔도 돼요. 아이는 미숙아라서 좀 지켜본 다음에 정상적으로 잘 컸을 때 퇴원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산모는 영양분을 잘 섭취해야 수술부위가 빨리 회복이 될수가 있어요. 맞다, 사모님 자궁이 중상을 입은 적이 있어서 더욱 조심하셔야 돼요. 나중에 피가 많이 나거나 하면 앞으로 임신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둘째 아이는 절대 없을 것이다. 이 아이를 낳는데도 그녀의 생명은 위험할 뻔했기에 간호사의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네, 감사합니다…” 병실에 돌아온 후, 그는 온연의 곁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때때로 그녀의 이마를 짚으며 체온을 체크했다. 방금 수술실 앞에서 그는 너무 긴장했었는지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그는 처음으로 여자가 아이를 낳은 후에 안색이 창백하다는 걸 알았다. 너무 창백해서 얼굴에 혈색 하나 없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인큐베이터 속에 있어. 미숙아라서 좀 지켜봐야 한데. 아이 울음소리 들었어, 엄청 작았지만, 분명 아이도 엄청 작겠지… 약속해, 몸 조리 잘 하겠다고. 난 너랑 아이의 건강이 제일 중요해.” 그녀의 대답이 들리지 않아서 보니 다시 잠에 들어 있었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온연이 퇴원하기 전까지 경소경을 이용해 영양식을 먹여주는 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시기이니 꼭 온연의 건강을 되돌려 놓아야했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아파왔따. 온연이 출산한 사실을 듣고 진몽요와 안야 그리고 임립은 퇴근하자마자 병원에 찾아왔다. 온연의 몸이 많이 약해서 잠에 들었다 깼다 했고, 마취 효과가 떨어질 때면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움직일 수 없었다. 병실에 있는 모습은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진몽요한테 겁을 주었다. 잠시 후 경소경이 영양식을 가져왔고, 사람들이 다 오자 온연은 정신을 차리고 잠에 들지 않으려했다. “몽요야, 나 대신 아이 좀 보고 와줘. 사진도 좀 찍어오고…” 진몽요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내가 사진 잘 찍어올 게. 조산은 몸에 안 좋긴 하지만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 일찍 낳으니까 훨씬 마음 편하지 않아? 매번 마음 졸일 필요도 없고. 너랑 아이 다 무사해서 너무 다행이야. 나 일단 갔다 올게, 밥 먹고 있어.”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경소경이 만든 요리를 보고도 이상하게 식욕이 하나도 없었다. 살짝만 움직여도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식은땀을 잔뜩 흘렸다. 목정침은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 수술부위 안 아프게 하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의사는 고민했다. “최대한 쓸 수 있는 약은 다 썼지만 하나도 안 아픈 건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며칠만 버티면 좋아질 거예요.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사모님 같은 경우에는 약발이 잘 안 받을 수도 있어요. 더 아플 수 있겠지만 진통제 같은 걸 많이 투여하면 안 좋아요. 그리고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