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군작은 부정하지 않았다. “거의 그렇죠. 앉으세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제가 밥 사기로 했는데, 왜 이곳으로 데려오신 거죠? 이제 제가 얻어먹는 입장이 됐네요.” 예군작의 반짝이는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누가 사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저와 함께 식사를 했으면 했던 거예요. 목적 달성을 했으니 누가 사든지 상관없어요.” 그의 말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특히나 그의 눈빛을 보면 그녀는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왜 계속 그녀를 응시하는 걸까? 냉랭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그녀는 화제를 전환했다. “예 선생님, 저를 왜 도와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저랑은 다른 세계 사람이신 거 같은데, 제가 어울리지도 못 할 뿐더러, 저를 도와주신다고 해서 득이 될 것도 없고요. 사업하시는 분이니까 공짜는 없을 거 같아서요.” 예군작은 여유 있게 되 물었다. “그때 알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그의 반문에 말문이 막혔고 물을 따르며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제가 여기까지 왔잖아요? 온 김에 물어보는 거죠…” 그는 길다란 손가락으로 식탁을 치며 리듬을 탔고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이 이유가 문제될 건 없죠? 저는 늘 제가 하고싶은 대로 살거든요.” 진몽요는 순간 이 남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녀는 특출 나게 예쁘지도 않고 잘 나가는 집안 출신도 아니지만, 그도 딱히 잘 난 건 없었다. 장애 또한 큰 단점이니 그녀는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경소경에게 미안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뒤 그녀는 정직하게 말했다. “저의 문제를 해결해주신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제 약혼자가 제 주변에 다른 이성이 있는 걸 경계해서요…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약혼자 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그가 알아듣길 바랬다. 예군작은 소리내어 웃었다. “허허… 진 아가씨 설마 제가 관심 있어서 이런다고 생
그녀가 이순을 볼 때 이순도 그녀 쪽으로 돌아봤다. 디저트 가게에서 그렇게 헤어진 이후로 이순을 본 적도 없었고, 어디로 간 줄도 몰랐는데 이곳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 몰랐다. 이순은 그녀를 보더니 다시 하던 일을 했고 예군작이 물었다. “아는 사이에요?”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전에 좀 알던 사이였어요… 저 오후에 출근해야 돼서 먼저 가볼게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예군작은 붙잡지 않았다. “그래요,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아는 사이라고 하니 이순한테 마중나가 달라고 할게요.” 그리고 그는 이순을 불렀다. “순아, 손님 보내 드려.” 이순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걸어왔고, 진몽요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 바로 저택 정문 앞으로 걸어갔다. 주변에 사람이 없자 그녀가 물었다. “너 예군작씨 경호원이니?” 이순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왜요? 남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신 가 봐요?” 진몽요는 그녀의 적대적인 태도에 살짝 당황했다. “다른 뜻 없어, 그냥 궁금해서… 내가 여기서 널 만나 될 줄은 몰랐네. 사실… 너랑 경소경씨 일 나 별로 신경 안 써. 그러니까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한 때는 우리 친구였잖아.” 이순은 차갑게 웃었다. “그래요? 저는 친구로 생각한 적이 없어서요. 아무도 적을 친구로 두지 않아요. 그러니까 쿨한 척 마세요. 가식인 거 다 보여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진몽요는 더 이상 친한 척하지 않았다. “그래, 그냥 나만 그랬던 걸로 하자. 난 갈게, 데려다 줄 필요 없어.” 그녀가 차에 타자 이순이 갑자기 말했다. “그쪽도 그렇게 보기보다 깨끗하진 않은 가봐요. 아니면 경소경한테 말도 안 하고 예군작을 만나러 오진 않았겠죠. 경소경은 절대 모를 거 같은데, 제 말이 맞죠?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소중한 보석을 가졌는데도 제대로 간수도 못 하다니. 진짜 별로네요.” 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렸다. “첫째, 이건 내 일이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설명 해주
진몽요는 살짝 당황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창피해서 말 못했어요. 나도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군작이 나서서 도와줄 줄 몰랐어요… 나 그 사람이랑 연락도 한 적 없었고, 이 일이 해결되고 나서야 명함도 받은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명함을 거절할 수는 없잖아요? 나는 그 사람 목적이 뭐든 은혜만 갚으면 만날 일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말한 후 그녀가 물었다. “이순이 연락했어요? 걔가 예군작 밑에서 일하던데, 아까 마주쳤거든요…” 경소경은 창문 앞으로 걸어가 그녀를 등지고 서서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다른 남자랑 밥 먹어도 되는데, 다른 여자가 나한테 전화하는 건 안돼요?” 그녀는 속으로 억울했다. “걔랑 연락 안 한다면서요…?” 그는 정말 화가 났는지 여전히 같은 태도였다. “내가 먼저 연락한 적 없어요, 걔한테 먼저 연락이 온 거예요. 무슨 문제 있어요? 당신은 되고 왜 난 안돼요?” 그녀는 그에 말에 반박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었다. “더 할 말없으면 일하러 가 볼게요.” 그녀가 뒤돌아 문 앞으로 걸어가자 경소경은 책상에 있던 파일들을 다 쓸어버렸다. “당신 지각했어요!”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알아요, 회사 규정대로 개근상금 안 주면 되잖아요. 상관없어요!” 그들의 싸움은 거기서 막을 내리지 않았고, 퇴근 시간이 되자 진몽요는 차를 타고 바로 목가네로 향했다. 그녀는 오늘 경소경이 야근을 하든 말든, 몇 시까지 야근을 하든, 그가 저녁을 먹든 말든, 누구랑 먹든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그저 온연과 함께 있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땐 마침 밥 시간이었고 유씨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그녀를 반겨주었다. “몽요야, 마침 잘 왔어. 딱 밥 먹으려고 했는데, 너 아직 안 먹었지? 얼른 수저랑 젓가락 가져다 줄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짜증을 참으며 식탁 쪽으로 걸어가 온연 옆에 앉았다. “딱 시간 맞춰서 잘 왔다, 밥 좀 얻어먹으러 왔어.” 온연은
진몽요는 이순의 적대적인 태도만 생각하면 화가 났다. “이순이요! 둘이 사귀었었는지 모르겠어요.” 목정침은 살짝 의아했지만 이순과의 일은 대충 그도 알고 있었다.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네요. 그냥 이따가 연이랑 둘이서 수다 떨어요.” 밥을 다 먹고 그는 바로 서재로 올라가 그녀들만의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그가 올라가자 진몽요는 이야기 보따리를 꺼냈고, 석동해부터 예군작까지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순을 언급하면서 이를 꽉 물었다. “나 경소경씨랑 오늘처럼 심하게 싸운 적 없었어! 그리고 막 내 앞에서 물건까지 쓸어버리더라! 너가 진짜 그 사람이 사무실에서 어떤 태도로 말했는지 몰라서 그래. 난 너무 화가 나서 울 뻔했어. 내 월급까지 까겠데… 짜증나!” 온연은 고민하더니 말했다. “내 생각에 경소경은 그냥 네가 문제 생겼을 때 제일 먼저 자기를 안 찾아와서 화가 난 거 같은데. 그래도 너희 두 사람 오래 만났는데, 결국에 그 문제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해결해 준 거잖아.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해. 너가 몰래 예군작이랑 밥 먹으러 갔고, 남녀관계라는 건 정말 모르는 건데 화가 나는 건 당연하지. 물론 너도 너만의 입장이 있겠지. 다 너 잘못은 아니지만 예군작 일은 조금 복잡하긴 하네. 그리고… 마침 이순이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고 있고, 또 우연히 그 저택에서 만났으면, 걔가 분명 경소경한테 너랑 예군작이 밥 먹은 일을 얘기했다는 뜻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벼운 일은 아닌 것 같아. 나중에 더 일이 꼬이기 전에 너가 예군작을 멀리하는 게 좋겠어. 내 생각엔 그 사람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애초에 네 앞에 나타난 이유부터가 이상하잖아, 네 주량이 높아서 그랬다고? 전문적인 술집여자들에 비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네 주량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닌데, 그 사람 말 너무 믿지 마.” 진몽요는 예군작보다 경소경과의 문제에 더 관심이 있었다. “난 예군작이랑 다시 연락할 생각없어. 문제는 지금 나랑 경소경씨 문제를 어떻
전화를 끊고, 그는 유씨 아주머니에게 게스트룸을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상황을 보니 진몽요는 오늘 밤 정말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이었다. 거의 11시가 다 되었는데 온연이 아직도 잘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가 계단 앞에서 당부했다. ”연아,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일찍 쉬어야 되지 않겠어?” 온연은 거실에 있던 시계를 보았다. “그러게 늦었네요, 몽요야 우리 이제 잘까?” 진몽요는 지금까지 경소경에게 연락이 안 오자 기분이 안 좋아져서 웃지도 않았다. “그래… 나 혼자 자기 싫어, 나랑 같이 자자.” 목정침은 그 말을 듣고 속이 답답했지만 애써 참았다. 그는 역시 진몽요가 그럴 줄 알았다…그 순간 남녀관계가 친구 앞에서는 아무런 기차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동의했다. “그래, 게스트룸으로 가자.” 목정침은 계단 앞에서 자신을 지나치는 그녀들을 보며 말리고 싶었지만 결국 한 마디도 못 했다. 혼자 안방으로 들어간 그는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고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랑 같이 있어줘.’ 온연은 문자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었다. 그에게 답장을 하려던 찰나에 진몽요가 옆에서 구경했다. “대박이네. 겨우 벽 몇 개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도 너한테 문자를 보내네. 지금 질투하는 거야? 평소에 맨날 같이 자면서 오늘 나랑 한번 자는 게 싫데? 어차피 남자들은 잠들면 돼지처럼 쿨쿨대는데, 넌 임산부니까 나랑 자는 게 더 안전하지 않아?” 온연은 답장을 하면서 대답했다. “그정도는 아니야… 잠을 깊게 안 자거든, 새벽에 나한테 이불 덮어준다 뭐다 해서. 괜찮아, 가서 좀 달래고 올 게.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자고 있어. 난 평소에 이 시간이면 자는데 네가 와서 그런지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네.” 목정침을 언급할 때 그녀의 표정을 보니 진몽요는 목정침이 평소에 그녀에게 잘해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다 표정에서 드러났다. “아니면 그냥 그 사람이랑
그는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그의 목덜미에 팔을 감았다. 두 사람의 호흡이 가빠지자 목정침dms 그녀를 놓아주었다. “다시 진몽요랑 놀아줘야 하잖아. 얼른 가, 이정도면 됐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살짝 웃었다. “그래요, 일찍 자요.” 그녀는 사실 그를 비위를 맞추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를 기쁘게 만드는 방법. 예전에는 그 방법이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감정은 서로를 향했고, 뭐든 상관없었다. 주말동안 진몽요는 온연과 함께 목가네에 있었다. 오랜만에 날씨는 주말내내 좋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눈바람만 불었다. 그녀가 경소경과 사귀고 나서 이렇게까지 심하게 싸운 건 처음이었다. 지금은 서로 연락도 안 하고 관심도 안 줬다. 그녀는 처음에는 그가 먼저 연락을 주기 바랬는데, 이제는 실망했다가 화가 났다가 결국엔 반성까지 하고 있었다. 분명 심각한 일이 아닌데 왜 경소경은 화가 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녀는 이순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이순이 경소경한테 전화할 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길래 경소경이 이렇게까지 마음에 두고 있는 걸까? 그녀는 그저 남자와 식사만 했을 뿐, 딱 거기까지였다. 일요일 저녁.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 했다. 내일이면 다시 출근을 해야되고, 출근을 하면 경소경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을 텐데 진몽요 성격상 분명 만나면 마찰이 생길테고, 또 출근을 안 하자니 그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일은 일이고, 사생활은 사생활이었다. 그녀가 핸드폰을 들고 경소경에게 연락할지 말지 고민하던 찰나에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잔뜩 기대하고 문자를 봤는데 그 순간 실망하고 말았다. 문자를 보낸 건 경소경이 아니라 예군작이었다. ‘요즘 날씨가 좋네요, 같이 산책이라도 할래요?’ 그녀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죄송해요, 시간이 없어서요.’ 문자를 보내고 그녀가 소파에 기대 길게 한숨을 쉬자 온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
경소경 쪽은 조용했고, 2초 후에 그가 대답했다. “집이에요. 자고 있었는데, 무슨 일 있어요?” 진몽요는 순간 분노를 참지 못 할 뻔했다. 이제 겨우 9시 밖에 안됐는데, 경소경이 언제부터 9시에 잠을 잤었던가?! 이 시간엔 보통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거나, 유흥을 즐기고 있지 절대 일찍 잘 사람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녀가 집에 없는데도 그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마음 편히 자고 있었다. 그 순간 온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잠깐의 침묵 후 경소경이 덤덤하게 말했다. “아무 일 없으면 끊을게요.” 그리고 그는 정말 전화를 끊어버렸다. 진몽요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고, 홍수 난 것처럼 눈물이 마구 떨어졌다. 온연은 그런 진몽요를 달래 줄 자신이 없어 위층으로 올라가 목정침에게 도움을 청했다. “목정침씨! 내가 방금 몽요 대신에 경소경한테 전화를 했는데, 경소경이 자고 있었다고 몽요 안부는 묻지도 않은 채 전화를 끊었어요. 지금 몽요가 너무 우는데 내가 못 달래주겠어요, 어떡하죠? 당신이 경소경을 잘 알 거 아니에요, 이럴 땐 어떡해요?” 목정침은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얘기만 들어도 머리가 아팠다. “내가 소경이를 잘 알긴 하는데, 남녀 사이에 일까지는 모르지 않을까? 내가 걔랑 연애를 해본 것도 아니고. 내 생각에 제일 좋은 방법은 진몽요가 돌아가는 거야. 두 사람이 직접 해결해야지. 싸우든 어쩌든, 결판을 내면 되잖아. 남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면 안돼. 특히 여자를 잘 아는 남자는 더더욱 안돼. 소경이가 먼저 항복할 일은 없을 거야. 그래도 진몽요 보다는 인내심이 많으니까. 아무리 못 견디겠어도 걔는 참을걸.” 온연은 궁금해졌다. “남자들 다 그래요?” 목정침은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다 그렇지.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아무 일 없었던 척할 수 있어.” 그 순간 그녀의 머리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 다 했어요? 다 했으면 몽요 좀 데려다 줘요. 늦었으니까 난 같이 안 갈게요.” 목정침은 여유롭게
여기까지 듣자 진몽요는 고민했다. 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그저 핑계거리가 필요했다. 온연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계속 말했다. “넌 그 사람 약혼녀야. 잠깐 사귀는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정정당당하게 집에 들어가, 눈치 보지 말고. 만약에 갔는데도 계속 거기 못 있겠거나 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면 옷 몇 벌 챙겨서 엄마집으로 들어가. 가려는 데도 안 말리면 그냥 그 집에서 나오고, 말리면 화해하면 되지. 이따가 갈 때 차는 우선 여기에 두고 가. 목정침씨가 데려다 줄 거야. 그럼 네가 엄마집으로 가려고 할 때 어차피 그 사람이 또 데려다 줘야 되잖아. 널 혼자 가게 내버려 두진 않겠지.” 진몽요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지만 목정침은 되려 긴장했다. 온연의 말에 동의하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위험해 보였다. 보니까 좋은 날이 오려면 아직 많이 남은 듯했다. 그리고 그는 절대 경소경처럼 태연한 척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니면 싸움이 끝나질 않을 것이다. 백수완별장. 목정침은 온연은 맡긴 임무를 다 하기 위해서 바로 떠나지 않고 진몽요를 대신해서 문을 두들겼다. 그랬다, 진몽요는 열쇠를 챙기지 않았다. 5분 정도 계속해서 문을 두들긴 뒤, 안에서 느릿느릿한 경소경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진몽요는 또 눈물을 참지 못했다… 문이 열리자, 경소경은 하얀색 가운을 입고 서 있었고 잠에서 깨지 않은 얼굴이었다. 목정침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팍을 살짝 쳤다. “남자가 돼서 말이야.” 경소경은 대답하지 않고 거실로 걸어가 물을 한 잔 마셨다. 목정침은 진몽요를 문 안으로 밀었고, 문을 닫아 주었다. 이제 그의 할 일은 다 끝났다. 진몽요는 이런 모습으로 경소경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쿵쿵거리며 위로 올라갔다. 경소경은 소리를 듣자 컵을 내려놓고 바로 따라 올라갔다. 방에 들어온 뒤 진몽요는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고 있었고, 그는 누워서 핸드폰을 보면서 바로 잠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진몽요는 계속해서 경소경 쪽을 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