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알게 뭐예요?” 그는 발로 그녀의 캐리어를 차버렸다. “당신이 말했죠, 사과도 하고 설명도 했다고. 난 이미 그 일 신경 껐어요. 알겠어요? 그러니까 그 얘기 그만해요. 늦었으니까 자요.” 그녀는 잠 얘기만 나와도 화가 났다. 그녀가 목가네에서 밥도 못 먹고 있을 때 그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마치 그는 책을 넘기듯이 뭐든 빨리 넘겼다. 그 순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게 제일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화도 내지 않고 그저 시종일관 차가운 태도인데 이걸 누가 견딜 수 있을까? 분명 금요일에 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좋지 않게 끝났는데도 그는 이틀동안 연락 한 통 없었고, 그녀는 이제 그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잠이 오겠지만, 난 안 와요! 당신은 아무렇지 않겠지만 난 다르다고요!” 싸우는 순간 그 분노속에 억울함도 엉켜 있고, 남자가 양심 없다고 뒤돌아서 욕하는 건 여자들의 본능이었다. 이 순간 여자에 머릿속엔 싸웠던 근본적 이유보다 중요한 건 남자의 태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일이 이렇게 커졌는지 몰랐고, 남자가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 지 알 길이 없었다. 이건 절대 사랑하는 사람한테 할 수 없는 태도였기에 여자들은 100%중에 50%는 답답함, 30%는 억울함, 그리고 20%는 분노였다. 그 중에 이성은 0%였다. 경소경은 입술을 만지작 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가 여자들과 싸울 때 쓰던 방법이 진몽요한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분명 예전에는 쉽게 해결했었던 문제들을 갖고 지금은 어쩔 줄 몰라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했다. 어떻게 해야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말 실수를 하면 맞지 않을까? 진몽요는 당연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화가 나 있는데도 그가 아무렇지 않다는 것만 보였다. 싸우기만 하면 그는 입을 다 물었다. 그녀는 힘껏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앉아서 캐리어를 쌌다. 다
진몽요는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일어났다. “그때 누가 나한테 그러던데, 내가 예군작이랑 밥 먹어도 되면, 당신도 이순이랑 연락해도 된다고. 내가 당신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당신 인내심도 대단해요. 내가 이틀동안 안 돌아왔는데 전화나 문자 한 통 없고, 도대체 내가 안중에 있긴 해요? 있냐고요? 아까 내가 왔을 때도 내려와서 문 열어 주기 귀찮았죠. 만약에 내가 오늘 혼자 왔으면 문도 안 열어줬을 거 같네요.” 경소경은 그 순간 침묵했다. 역시, 여자랑은 대화로만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는 그녀가 온연과 함께 있는 걸 알았기에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만약 돌아오기 싫은데 전화를 걸었더라면 어쨌든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싸우는 건 집에서 싸우는 게 낫지 않나? 그는 그녀가 돌아온 뒤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이틀동안 안 올 줄은 몰랐다… 그도 아까 그녀가 왔을 때 왜 직접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는지 의아했고 왜 그녀가 전화를 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는지 몰랐었다. 물론 이 질문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의 침묵은 진몽요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요, 당신 말 한 마디 하기가 참 어렵네요. 나도 당신이 무슨 말 하길 안 바랄게요. 진짜 가지가지 하네. 역시 돌아오면 안됐었어!” 말을 하고 그녀는 다시 앉아서 짐을 쌌고, 그는 거슬리는 캐리어를 들어 드레스룸에 놓았다. ”어디갈려고 그래요? 얼른 침대로 가서 자요!” 진몽요는 입술을 깨 물으며 문 앞으로 걸어갔다. “잘 거면 당신이나 자요. 방해 안 할 테니까.” 그는 다가가서 그녀를 붙잡았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만 싸우면 안돼요? 이 저녁에 어딜가려고요?” 그녀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이번엔 뿌리쳐지지 않았다. “신경 꺼요! 어차피 신경 쓰고 싶지도 않잖아요! 어차피 관심 없잖아요!” 그는 벽에 있던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끄고 그녀를 안아 침대위에 던졌다. 그녀가 일어나려고 발버둥칠 때 그는 그녀를 눕히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만해요, 말 좀 듣고
경소경은 이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고 진몽요는 그 점이 만족스러웠다. 사실 달래주면 되는 문제였는데 왜 그는 애초에 그런 태도였던 걸까? 그녀는 핸드폰을 그에게 돌려주었다. “가져 가요!” 분위기는 이미 풀어졌고 경소경의 사고도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야 어떻게 하면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 있는지 알았다. “화 풀렸어요? 나는 걔 문자 답장해 줄 생각도 없었고 연락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어요. 그러니까 당신도 예군작 멀리해요. 앞으로 기분 안 좋다고 혼자 집 나가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우리 같이 해결해요. 온연네 집에 가서 또 씩씩거리지 말고요. 내가 만약에 찾아가서 당신이랑 싸웠으면 내 체면은 뭐가 됐겠어요? 당신은 정말 당신 없는 동안 내가 잘 먹고 잘 잤다고 생각했어요? 난 계속 잠도 못 자고, 오늘 새벽 6시까지 버티다가 겨우 잠 들었어요. 주말엔 회사에서 연장근무 하는데 내가 한가한 줄 알았어요? 이제 그만 울어요, 내일 아침에 눈 붓겠어요.” 진몽요는 눈물을 닦았고 화는 이미 식어있었다. “그 말을 누가 믿어요, 날 찾으러 안 왔어도 전화나 문자 한 통 없었잖아요? 핑계 그만 대고… 나 좀 그만 눌러요, 당신 무거워요.” 그는 그녀의 작은 턱을 잡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찾으러 갈까 생각했는데 참았어요. 당신도 안 왔잖아요? 이제 내가 무거워서 싫다는 거예요?”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저리가요! 잠 못 잤으면 계속 자요,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잖아요… 나도 자야겠어요… 졸려 죽겠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살짝 입을 맞췄다. “진짜 졸려요? 난 왜 당신이 안 졸려 보이지? 아까 싸울 때 소리지르는 거 보니까 하나도 안 졸려 보이던데. 속담 중에, 하루만 못 봐도 삼 년을 못 본 것과 같다 라는 말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녀는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 “몰라요!” 그는 여유롭게 상의를 벗었고,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 “난 알아요.” 어두운 불빛아래 그녀는 희미하게 그
경소경은 단호하게 예군작의 전화번호를 차단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는 더 이어서 할 흥미가 떨어졌고 오히려 피곤이 밀려왔다. 이 이틀동안 그는 거의 눈을 감은 적이 없었다. “일찍 자죠, 내가 좀 피곤해서…” 말을 하면서 그는 이미 눈을 감았다. 진몽요는 살짝 실망했고 순간 그가 또 화가 난 건지 정말 피곤한 건지 헷갈렸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었는데, 예군작의 문자를 보자마자… 하지만 곧 그녀는 그가 정말 피곤해서 라는 걸 알았다. 그녀가 그를 발로 건드려봤지만 그는 습관적으로 그녀의 다리를 잡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목가네. 온연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며 깊게 생각했다. 아까 경소경의 말투만으로 그의 기분을 짐작할 수 없어서 목정침에게 물었다. “두 사람 화해했을까요? 아까 경소경이 전화를 받아서요.” 목정침은 그녀의 핸드폰을 뺏어 저 멀리 두었다. “진몽요 대신해서 전화까지 받았으면 화해 한거지.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거의 12시야. 싸울만큼 싸웠겠지. 소경이가 애도 아니고.”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누울 준비를 하려던 순간 배에서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큰 통증은 아니었지만 분명이 느껴졌다. 그녀는 유산을 경험해 본 적이 있어 이런 느낌에 익숙했고 그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목정침씨… 나… 방금 배가 살짝 아팠어요…” 목정침은 벌떡 일어나 앉아 불을 켰다. “지금은?”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식은 땀을 흘렸다. “모르겠어요… 아까 잠깐이었던 거 같은데, 무서워요.” 그는 일어나서 외투를 챙겼다. “가자, 지금 병원 가봐야 되겠어.” 온연도 불안한 마음에 두 사람을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잠옷 위에 외투만 걸쳤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인기척에 유씨 아주머니가 일어났고, 두 사람이 이 새벽에 외출을 하자 이상해서 물었다. “늦은 시간에 어디 가세요?” 목정침은 조심스럽게 온연을 부축했고 눈은 그녀의 배에 고정되어 있었다. “연이가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요. 지금 병원 가는 길이에요. 먼저
목정침은 그녀의 표정을 보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저희 가 볼게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차로 돌아오자 온연의 불타던 얼굴도 점차 가라 앉았다. 그런 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도 알고 있었는데 괜히 말로 꺼내니 분위기만 어색해졌다… 목정침은 그런 그녀에게 장난을 쳤다. “아까 얼굴 왜 빨개졌어?”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창 밖을 보았다. “그런 적 없는데요. 병원이 더운데 내가 옷까지 껴 입어서 더웠나보죠.” 새벽에 병원까지 다녀왔더니 다음 날 아침 목정침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고 회사에 도착했을 땐 이미 10시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비서 데이비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목 대표님, 진 사모님께서 사무실에 와 계십니다.” 진 사모님은 진함 밖에 없었다. 진함이 온연 몰래 그를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딱히 놀라지 않았다. “알겠어.” 사무실에 들어오자 진함은 잡지를 보고 있었고, 그를 보자 그녀는 일어나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좀 늦게 오셨네요.” 그는 그녀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무슨 일이세요?” 진함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연이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내가 직접 찾아가기엔 그렇고. 알잖아요, 지금 임신중이니까 내가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날 본다고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목정침은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모르죠, 한번도 본 적 없는 할머니까지 받아주는 앤데, 생각하시는 것과는 다르게 이미 마음이 풀렸을 지도 몰라요. 애가 생각보다 마음이 넓거든요. 지금 잘 지내고 있어요. 뱃속에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 어제 새벽에도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어요. 만나고 싶으면 가서 만나셔도 돼요.” 진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잘 지내는 것만 알면 됐어요. 저는 그 할머니랑 달라요. 연이는 할머니랑 만난 적이 없어서, 버림받지도 않았고 원한도 없겠죠. 그렇지만 저는 그 애를 버렸으니 다르죠… 게다가 강연연까지 죄를 지었으니 나도 똑같이 그 애를 볼
강연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진함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예전에 그녀가 잘못을 저지를 때면 진함은 적어도 화를 냈지만, 이번에 진함이 그녀를 감옥에서 빼내 줬을 땐 처음부터 끝까지 오히려 태연한 모습이었다. 온연도 진함의 딸이지만 당시에 버림받지 않았는가? 진함은 그만큼 냉혈한이었다… 그녀는 드디어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진함의 옷깃을 잡았다.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가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그러니까… 정침오빠한테 아빠 좀 풀어 달라고 부탁해주면 안돼요? 아빠도 결국 저를 위해서 감옥에 간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진함은 강균성을 생각해도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내가 너를 구해준 것 만으로도 이미 큰 일을 한 건데, 네 아빠까지 구해줘야 하니? 넌 감옥이 다 네 맘대로 되는 줄 알아? 난 네 아빠를 풀어줄 만큼 바보야 아니야. 너 같은 흡혈귀는 하나로 충분해. 앞으로 편하게 살고 싶으면 내 말 듣고 해외로 나가서 공부해. 근데 내 말을 어기려는 순간 더 멀리 보내버릴 거야.” 강연연은 닭처럼 고개를 조아렸다. “네… 엄마 말 대로 할 게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대신…가기전에 정침이 오빠 한번만 만나고 가면 안될까요?” 진함은 고민도 안 하고 대답했다. “안돼! 걔는 온연의 남자야, 만나는 것은 물론 떠올리지도 마! 건들면 안 되는 건 건들지 말고, 못 갖는 사람에 대한 욕망을 버려. 차에 타고 얼른 집에 가!” 차창 너머로 강연연은 미련이 남은 눈빛으로 목가네 그룹 건물을 바라봤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사람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이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진함의 착한 딸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목정침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착한 딸로 산다면, 착한… 동생이 될 수도 있었다! 예가네 저택. 예군작은 핸드폰 화면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차단 당한 일을 당연히 알았고, 진몽요가 이렇게
...... 새해 첫 날, 진몽요는 고민이 많아졌다. 원래대로라면 3일의 휴일동안 그녀는 경소경과 함께 경가네 공관에 가야하는 게 맞지만 경소경의 태도를 봐서는 안 갈 게 뻔했다. 새해 첫 날은 물론 설날에도 안 갈 것 같았다. 그녀는 일찍 일어나서 온연에게 도움을 청했다. “연아, 나 지금 어떡해야 되지? 새해 첫 날이라 경가네 공관에 가서 어머니도 보고 그러고 싶은데, 경소경씨가 일부러 죽은 척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해. 짜증나 죽겠어. 그 사람이 시부모님이랑 싸워도 나는 다르잖아. 내가 안 가면 좀 그럴 거 같은데 혼자 가기에도 좀 그래.” 이 일은 온연도 방법을 몰랐다. “네가 잘 설득을 하던지, 아니면 혼자 어색함을 무릅쓰고 경가네 공관에 가던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어차피 나한테는 그런 일이 안 생기니까~ 네가 전화 온 김에 나도 할머니한테 안부전화 드려야겠다. 경소경이랑 잘 얘기하고 네가 판단해봐.” 진몽요는 짜증을 참고 전화를 끊었고, 침대로 걸어가 이불을 걷었다. “경소경씨, 일어나요. 오늘 새해잖아요. 그쪽 어머니랑 우리 엄마한테 인사는 하러 가야죠?” 경소경은 잠이 덜 깬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당신 어머니 보러 가는 건 되는데 우리 엄마는 그냥 넘어가죠.” 그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던 그녀는 그의 허리를 꼬집었다. “당신 어머니잖아요! 친 엄마라고요! 그래도 한번 뵈러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평생 안 만날 거예요? 아버님이랑 사이 안 좋다고 해서 어머님까지 안 볼 셈이에요? 얼른 일어나요, 어머니 댁 가서 점심 먹고 저녁에 우리 엄마 보러 가요. 그리고 남은 이틀 잘 쉬면 되잖아요. 딱 이 정도 부탁만 들어줘요. 아니면 계속 괴롭힐 거예요.” 경소경은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말했어요, 나 우리 엄마 집 절대 안 가요. 강요하지 말아요. 다른 건 다 당신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이건 안돼요.” 진몽요는 결국 포기했다. 이럴 때 경소경은 돌처럼 완강해서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아래층. 온연은 고민하다가 진함의 번호를 찾았고, 목정침의 말을 들은 그녀의 마음은 살짝 흔들렸다. 할머니와 재회를 하고 나서 다시 한번 가족의 정을 느꼈고, 그래서인지 그녀도 더 이상 진함의 대한 미움이 크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진함은 문자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서 답장을 하고 다시 하던 일을 마저 했다. 그 일은 강연연의 짐을 싸주는 것. 오늘은 강연연의 출국 날이었고, 모든 건 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밖으로 나가기 전 강연연은 마지막으로 발버둥쳤다. “엄마… 저 졸업하기 전에 진짜 못 돌아오는 거예요? 저 진짜 가는데… 그래도 정침이 오빠 못 보고 가게 하실 거예요? 온연 보러 가는 셈치고 제가 멀리서 잠깐만 정침이 오빠 보고가면 안될까요?” 진함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전에 분명히 말했지 안된다고. 나도 온연을 보러 가지 않을 거고, 그러니 너도 목정침을 볼 일 없어.” 이 부분에서 그녀의 태도는 완강했다. 온연은 지금 임신중이니 절대 강연연이 가까이 가게 할 수 없었다. 강연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어요… 외국 가서 꼭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한테 인정받을 거예요. 그리고… 온연의 용서도 받을게요. 어쨌든 저희 다 한 가족이고 제 언니잖아요.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요. 제가 걔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를 잃고 싶지 않아요.” 강연연의 입에서 이런 말을 처음들은 진함은 마음이 약해졌다. “네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좋은 거야. 온연은 지금 임신하고 있으니 네가 최대한 멀리해야 해.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네가 돌아오는 거 생각해 볼 게. 너가 걔를 언니로 인정할 수 있어도 걔가 너를 동생으로 인정할지는 모르잖아. 그리고 목정침은 네 형부니까 다른 생각 하지 마.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좋은 날들만 있을 거야. 내가 장담해.” 강연연은 그저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에서 원하던 걸 영원히 얻지 못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좋은 날들이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