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머리가 아파왔지만, 직접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틀 지난 음식들은 이미 많이 상해 있어 냄새가 고약했다. 임신중이라 냄새에 예민한 나머지 헛구역질을 참지 못했다. 강령은 그제서야 그녀의 임신 사실이 생각나 말했다. “아 참 너 임신한 거 내가 깜빡했다! 신경 쓰지 말고 놔둬, 내가 치울 게, 얼른 가서 씻으렴! 뭐 좀 먹을래? 배달시켜줄까?” 온연은 고개를 저었고, 숨을 참으며 애써 쓰레기를 치웠다. “이모, 몽요 일하는 거 힘들거에요. 이런 사소한 집안일은 직접 해주시면 좋겠어요, 주말에는 저희가 할게요.” 강령은 말로는 오케이 했지만, 시선은 티비를 향해 있었다. 온연은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아 샤워실로 향했다. 일찍 퇴근하긴 했지만 너무 피곤했다.한숨 푹 자고 싶었는데 배는 고프고,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씻고 나오자, 강령은 그녀에게 과일을 내왔다. “뭐 좀 먹어야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몽요한테 해달라 하고. 궁금해서 그러는데, 진짜 애 낳을 때까지 목정침한테 얘기 안 할 생각이야 지금 말해도 낳지 말라고는 안 할 거 같은데. 목가네에서 애 키우면 사모님도 되고 굳이 힘들게 일 안 해도 되잖아.” 이 말을 들은 온연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제가 불편하게 해드렸나요…?” 강령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네가 임산부라서 예전보다 소비가 더 커지니까, 매일 불편한 몸으로 고생하는 게 걱정되서 그러지. 먹어먹어, 과일이 아이 피부에 좋아.” 온연은 억지로 웃으며 과일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멍하니 진몽요가 누워있었고 온연은 그녀가 걱정되어 물었다. “몽요야, 오늘 왜 이렇게 다운되어 있어? 일이 잘 안 풀려?”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잘 풀려, 너무 잘 풀려서 오히려 불안해. 오늘 내가 사무실에서 할 일이 없길래 임산부 관련 어플을 다운 받아서 네 정보를 넣고 음식이나, 주의해야 할 점 같은 거 좀 알아보려 했거든. 근데 경소경한테 들켜버렸어. 누가 임신
개인취향? 온연은 살면서 한번도 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못봐서 이해하지 못했다. 진몽요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너 아직 밥 안 먹었지? 뭐 먹고싶어? 냉장고에 뭐 있나볼게, 없으면 배달시켜 먹어야겠다.” 그녀는 냉장고를 한참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연아, 아무것도 없다, 내가 아침에 나가서 장 봐올 게, 저녁은 뭐 먹을래?” 온연은 배달음식은 위생적이지 않고, 식당의 평가가 좋지 않을 뿐더러 요리 과정을 볼 수가 없어, 외식이 좀 더 낫다고 생각했다. “우리 나가서 먹자, 금방 갔다오면 되니까.” 그들의 대화를 들은 강령이 제일 먼저 신이 났다. “좋아, 나가서 먹자, 집에 아무것도 없는데,가자!” 진몽요는 집에 남아있는 냄새를 킁킁거리며 “엄마, 아까 이미 뭐 먹지 않았어요? 더 먹을 수있겠어요?” 강령은 그녀를 째려보더니 “배달음식은 맛없어, 그냥 어쩔 수 없이 몇 입 먹은거야. 그러니 배고프지.” 진몽요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령이 이렇게까지 이기적인 사람인지 몰랐다. 아빠가 살아 계실 때까지는 몰랐는데, 지금은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강령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녀의 밥까지 주문해준 적이 없었다. 그녀가 강령을 케어해주는 건 당연 해졌고, 강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만 신경 썼다. 동네 근처에 중급 식당에 도착한 후, 강령은 온갖 싫은 티를 내며 휴지로 책상을 닦았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데도, 좋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뭐 파리 소굴도 아니고 위생이 왜 이래요?” 종업원은 당황한 눈치였다. 이 시간대에 손님이 적어 객관적으로 위생은 양호한 식당이었다. 진몽요는 웃으며 음식을 주문했고, 종업원이 자리를 뜨자 표정이 싹 굳었다. “엄마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일부러 트집 잡는거죠? 고급식당 가고싶어서 그러는 거 다 알아요. 제발 지갑 좀 들여다보세요, 능력 없으면 상상도 하지 마시라고요. 사사건건 저희 불편하게 하지마시고, 기분 나쁘면 집에 다시 가세요
이 말은 조금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비록 모녀가 평소에도 자주 싸우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른 걸 온연은 눈치챘다. 훨씬 무겁고, 쌓인게 한번에 폭발한 느낌이었다. 진몽요는 최대한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제 월급이 12000위안인데 저는 2000위안 밖에 안 드리죠. 그거 말고도 월세가 6000이고, 나머지 4000으로 세금 내고 생활비로 써야해요. 그 2000원은 생활비랑 별개고요, 배달음식도 다 제가 돈 내고 마작 할 용돈까지 챙겨드리는데, 제가 어떻게 사는지 생각해 보셨어요?” 강령은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온연은 그제서야 진몽요의 경제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모녀 둘이서 살기에 투룸이면 적당하겠지만 강령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최대한 큰 집을 구했고, 용돈까지 드리며 얼마 안되는 남은 돈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미 다 말한 거 진몽요는 참을 수 없었다. “엄마가 정말 생각 있는 분이셨다면, 저희 지금보다 작은집에 살면서월세도 줄일 수 있었고, 엄마가 돈 낭비만 덜 했어도 충분했을거에요. 엄마만 없었어도 저도 회사 숙소에서 살면서 저축도 할 수 있었을거에요. 엄마는 뒤치닥꺼리 하라고 딸 낳은 거예요? 엄마가 절 낳아줬다고 제가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 거예요? 엄마가 저를 낳아서 엄마 노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지만, 엄마 지금 겨우 40대인데 벌써부터 저 더러 책임지라구요?” 강령은 아무렇지 않았다. “너 이렇게 적은 월급으로 어떻게 살건데? 네가 능력이 없는 데 왜나를 탓해? 나는 한번도 일 해 본적 없고 사람들 한테 굽신 거리는 건 더 못해. 내가 일 안 하면 당연히 네가 날 책임져야지. 집 얘기는 꺼내지도 마, 이사 안가면 연이가 월세 보태겠다고 했으니 그럼 반은 절약한 거 아니야? 불쌍한 거처럼 말하지 마, 안 불쌍하고 싶으면 돈 벌어, 내가 돈 버는 건 불가능하니까.” 진몽요는 너무 화가나 울컥했다. “연이는 잠깐 사는
그녀는 도시락통을 들고 경소경의 사무실로 향했다. “진짜 매일 점심 배달해주시게요?” 경소경은 바빠서 그녀를 흘깃 보고는 “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 그녀는 도시락을 그의 책상 위에 올려 놓고선 “아니요, 그냥 왜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지 궁금해서요. 다른 직원들이 임신했을 때 이렇게 챙겨 주신 적 없잖아요. 연이 친구라서, 목정침한테 잘 보이려고 이러시는 것도 당연히 아닐테고.” 경소경은 일을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어쨌든 우리가 친분은 있잖아요, 더 이상 그쪽이 신경 쓸 일이 아닌 거 같은데요?” 진몽요는 장난 칠 기분이 아니었다. “저 좋아하시는 거 아니죠?” 경소경은 약간 찔렸지만, 애써 시선을 돌리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 “너무 오버하지는 말고요.”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님 다행이고요, 앞으로 점심 안 가져다주셔도 돼요. 저 임신 아니에요, 거짓말이었어요. 아는 친구가 임신한 거예요.” “친구 누구요?” 경소경이 의심하는 말투로 물었다. 그녀는 당황해서 “그쪽이 모르는 친구에요, 왜 이렇게 캐물어요? 갑자기 잘 해주시길래 사실대로 말한 거에요. 거짓말도 할 게 못 되네요.” 경소경은 그녀의 옷차림을 슥 보더니 “온연씨에요?”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모르는 친구라고 말했잖아요, 왜 연이겠어요? 마음대로 추측하지 말아 주실래요?” 경소경은 침착하게 생각했다. “어제 거짓말할 때를 보면, 사실을 숨기려고 본인이 뒤집어 쓴 거 같은데, 내가 모르는 친구면 굳이 안 숨기지 않았을까요? 만약에 온연씨가 임신한 거면 그녀를 위해서 숨겼겠죠. 너무 놀라지 마요, 저 심리학도 배웠어요.” 진몽요는 그제서야 인정했다. “그럼.. 목청침한테 말 안하시면 안될까요? 연이는 아직 말 할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그래요. 두 사람 문제인데 저희가 굳이 낄 필요 없잖아요.”
경소경은 알 수 없는 한숨을 쉬며 “알았어요, 밥은 그래도 가져왔으니 먹어요. 그리고 앞으로 아침에 내가 일찍 일어나는 날엔 요리해서 먹는김에 그쪽 것도 챙겨다 줄게요. 내꺼 먹는김에 해주는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진 말아요.” 진몽요도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도시락을 들고 자리를 떴다. 목씨 그룹 회사. 강령은 길에서 받은 전단지로 더위를 식히며, 건물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때 프론트에 직원에게 다가가 “아가씨, 여기 대표한테 진몽요네 엄마가 볼 일 있어서 찾아왔다고 말 좀 해줘요. 여기 대표님 부인이 우리집에 살고 있거든요.” 프론트 직원은 듣고 전화기를 들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화가 연결되고 직원이 말했다. “대표님, 진몽요님 어머니가 찾으십니다.” “올라오라고 하세요.” 전화 후 직원은 강령을 엘리베이터까지 직접 모시며 말했다. “46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발 걸음 소리너무 크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강령은 웃으며 “고마워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령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정돈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목정침 같은 사람을 만나려면 겉모습은 단정해 보이는 게 좋으니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목정침의 비서 엘리가 일회용 슬리퍼를 건내며 말했다. “진 사모님, 움직임은 최대한 작게 해주세요. 대표님이 산만한 걸 안 좋아하셔서요.” 강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목정침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은 열려 있었고, 목정침은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를 기다리는 듯했다. “정침아, 우리 정식으로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이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역시 연이가 보는 눈이 있네.” 강령은 아부를 많이 들어봐서, 자연스럽게 이런 말들을 할 줄 알았다. “사모님, 할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 목정침은 그녀의 아부에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게… 연이가 우리 집에 살고 있잖아? 말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걔네가 말을 못하게해서. 근데 내 생각은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 집이 지금 상
”연이 임신했어, 병원가서 검사해보니 12주래. 지금 홀몸도 아닌데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얼굴이 홀쭉해. 그 코딱지만 한 월급 받으려고 일하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더라. 너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그 집에 다시 들어가기 싫어서 말 안 하는 거겠지. 임산부는 기분이 제일 중요해. 살고 싶은 곳에서 살게 해줘. 어떻게 생각해?” 목정침은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그녀가 또 임신했다고? 그는 불현듯 당시 의사가 했던 말이생각났다. 다시 임신할 확률이 적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피임은 안 했지만 몇번 하지도 않았는데 그 적은 확률에 이렇게 쉽게 임신이 된다고? 게다가 3개월정도면 딱 그녀가 심개와 하일호텔에서 발견된 날이라 그럴 듯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뒤를 돌아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집에 돌아오고 싶지 않다면 그 사람 마음이에요. 여튼 와서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이따 비서한테 현금 좀 드리라고 할게요. 제가 줬다고는 하지 마시고, 그냥 용돈으로 쓰라고 하세요. 챙겨 주셔서 감사해요.” 강령이 여기에 온 목적은 돈이었기에, 목정침의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 그래,알겠어.” 얼마 후, 엘리가 들어와 검은색 캐리어에서 현금 뭉치를 꺼냈다. 돈을 좋아하는 강령은 그 돈이 최소 10만위안 정도 될 거 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겨우 처음으로 돈 뜯으러 왔는데 이정도라면 앞으로 남은 온연의 임신 기간 동안 더 많은 돈을 얻을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돈을 들고 회사에서 나온 강령은 가슴을 들고 허리를 폈다. 얼굴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고, 코너를 돌자마자 있는 보석 가게에 들어갔다. 옷을 사면 진몽요에게 쉽게 들킬 수 있으니, 액세서리를 사면 들킬 위험이 줄어들 거 라고 생각했다. ...... 온연은 자신이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매일 일찍 집에 가지 않았다. 저녁에 퇴근하면 늘 10시정도였다. 임립이 카풀 제의를 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그녀의 배
온연을 내려주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확인한 후에 진락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도련님, 사모님은 무사히 모셔다 드렸어요. 매일 이렇게 해야 할까요? 한번은 몰라도 계속되면 의심하실 텐데…” 전화 너머 목청침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아서 방법 찾으세요.” 진락은 어쩔 줄 몰랐다. “도련님, 이제 다른 방법이 없는데요. 아니면 사모님께 직접 제가 앞으로 운전 해드린다고 말해 주시는 게 어떤 가요? 아니면 진몽요님께 차를 선물해서 카풀하게 하는건요?” 목정침의 대답을 듣기전에 전화는 이미 끊어졌다. 목가네, 목정침은 창문 앞에 서서 경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몽요한테 차 한 대만 선물해줘, 온연이랑 출퇴근 시키게.” 경소경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난 너 모르는 줄 알았네. 마침 너한테 말할지 말지 고민중이었는데. 사람이 임신했는데, 넌 남자가 돼서 그거 밖에 못해? 그냥 목가네로 데려오면 되잖아.” 목정침은 그와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다. “비용은 내가 낼게, 네가 알아서 진몽요한테 선물해, 그럼 그렇게 알고 끊는다.” 둘째날, 회사에 도착한 경소경은 진몽요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녀에게 아우디 차키를 건네며 ”여기, 앞으로 출퇴근 편하게 하라고요, 시간 나면 온연씨도 데려다 주고.” 진몽요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로또라도 되셨어요?” 경소경은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회사 복지라고 하면 믿을거에요? 안 믿으면 이 차 누가 줬을 지 잘 생각해 봐요. 절대 내가 정침이한테 말한 거 아니에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진몽요는 순간적으로 화가났다. “내가 그쪽한테만 말했거든요! 그쪽이 아니면 누가 말했겠어요? 역시 남자는 믿으면 안되는데, 그 입 한번 정말 가볍네요!” 경소경은 억울해 죽을 뻔했다. “내가 말 안했어요! 어제 저녁에 정침이가 갑자기 전화 와선 그쪽한테 온연씨랑 같이 출퇴근하게 차 한 대 주라고 한 거일 뿐 이에요. 자기가 줬다고 말하지 말고 알아서 하라고. 저도 걔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몰라
온연은 걱정되는 말투로 “몽요야, 사실대로 말해봐. 경소경이랑 어디까지 간 거야? 절대 돈 때문에 굴복하면 안돼. 서로 좋아하는 사이면 이해되지만, 잠깐 재미 보려고 물질적 조건 때문에 그러는 거면 그러지 마. 내가 오버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어떤 남자도 공짜로 차 선물하고 밥 사주고 하지 않아서 그래.” 진몽요는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지금 당장 목정침이 임신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 할 용기가 없었고, 이 차도 목정침이 준 거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강령이 소문 낸 게 진짜라면? 온연이 더 물어봤다가 본인이 참지 못할 거 같았다. 안 그래도 입이 안 무거운 사람인데, 다들 왜 이러는 거야?” 그녀는 긴장된 말투로 말했다. “진짜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연아, 더 이상 묻지 말아줘.” 온연은 그녀가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알겠어, 너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 알아서 잘 해야해. 난 항상 옆에 있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말하고.” 진몽요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분명 자기와 상관없는 일인데, 중간에 잘못 껴서 고통받고 있었다. 강령은 나가서 마작을 하고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그녀는 진몽요가 당연히 자고 있을 거라고 여기고 불을 키지 않고 몰래 들어가려 했는데, 불이 저절로 켜지고 방 앞에서 진몽요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해? 새벽에 사람 놀래키고?” 강령은 최대한 태연한 척 했다. “들어오시죠.” 진몽요는 너무 졸렸지만, 속에서 끓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강령은 무슨 일이 있는 걸 눈치채고 일부러 샤워까지 마친 후 방에 들어갔다. “할 말 있으면 얼른 해, 나이 들면 다 일찍 쉬어야 하니까.” 나이 들면 일찍 쉬어야 한다고? 진몽요는 이 말이 우스웠다. “지금 시간을 보세요, 이게 일찍 쉬시는 건가요? 엄마 목정침한테 갔었죠?” 강령은 화장대 앞에서 크림을 바르며 얼굴은 평정을 유지했다. “아니.” 진몽요는 그 반지를 꺼내며 “이 반지 누가 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