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경은 의심스럽게 물었다. “어머님 집에는 왜요? 만약 가고 싶으면 내일 아침에 일찍 가면 되잖아요, 저녁에 가서 뭐하게요?” 진몽요는 툴툴거렸다. “내 말 좀 들어주면 안돼요? 갑자기 예군작씨가 나한테 줬던 그 꽃이 엄마집에 있던 게 생각나서, 당장 가서 버리려고요! 우리 엄마가 만약 그 꽃이 전지가 준 거인 걸 알면, 매일 물 주기는커녕 당장 시들게 만들 거예요!” 경소경은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맞네요, 가서 처리해야죠.” 강령네 집으로 차를 타고 간 뒤, 그들이 온 걸 보고 강령은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기뻐했다. “갑자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미리 말도 없이, 밥은 먹었어?” 진몽요는 강령과 말할 겨를도 없이 바로 안방에 있는 베란다로 가서 그 화분을 찾았다. 경소경은 어쩔 수 없이 강령의 말에 대꾸했다. “그… 저희는 먹고 왔어요. 몽요씨가 가지러 올 물건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들리게 됐어요.” 물건을 가지러 왔다는 용건인 걸 듣고 강령은 기뻐하지 않았다. “난 또 너희가 나 보러 온 줄 알았는데, 그냥 얼굴만 잠깐 비치러 온 거야? 됐다, 평소에는 보고 싶어도 얼굴 보기 힘들더니만.” 경소경은 어색하게 웃었다. “어머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저랑 몽요씨랑 평소에 바빠서, 아이도 저희 엄마가 봐주고 계시잖아요. 저희가 시간 나면 뵈러 올게요.” 진몽요는 그 화분을 들고 금방 나왔고, 강령은 이상하게 여겼다. “이 꽃은 왜? 이 꽃 가지러 온 거야? 너 그 꽃 별로 안 아낀다며? 그래서 우리 집에 계속 뒀잖아.” 진몽요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어… 그… 예전에는 이 꽃이 뭔지 몰랐었는데, 이틀전에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집에서 키우면 안되는 식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해서 가져가려고요. 엄마 나이도 있으니까, 혹시 모르잖아요? 그쵸? 엄마, 오늘은 늦었으니까 우선 소경씨랑 먼저 갈게요. 일찍 쉬세요.” 강령은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래, 가는 길에 운전 조심하고, 그 꽃 별로면
경소경은 약간 불안했다. “내 생각엔… 그냥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시 돌려줄 필요 없잖아요. 몽요씨… 괜찮아요?” 진몽요는 그를 보고 웃었다. “당신 생각에는요? 내가 언제 안 괜찮은 적 있었어요? 무슨 걱정을 해요? 난 절대 죽지 않는 천하장사라고요. 그때는 내가 자발적으로 전지를 건드렸어요. 아니면 우리 집이 망하고 사람도 죽지 않았겠죠.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은 나니까, 언제까지 다른 사람들한테 나 대신 막아달라고 하면서 피할 수는 없죠. 난 무섭지 않아요. 전지가 아무리 무서워도, 나랑 예전에 3년이나 만났었고, 걔도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비록 걔가 하는 짓들은 귀신보다 더 무섭지만요…” 경소경은 달래듯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요, 그럼 집으로 가죠.” 진몽요는 자신이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꿈에 져버리고 말았다. 이 날 밤, 그녀는 밤새 악몽을 꿨고, 놀라서 몇 번이나 깼고 이로 인해 경소경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날이 막 밝아지자 그녀는 어떻게 해도 잠에 들지 못 했고, 경소경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꿈에서 아빠가 나왔어요, 무섭게 나를 보고 혼내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만나지만 않았어도 아빠가 죽지 않았을 거라면서 날 탓했어요…” 경소경은 천장을 보면서 초췌한 몰골이었지만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 했다. “아니에요, 아버님이 어떻게 당신을 탓해요? 그때 당신은 몰랐잖아요, 당신도 피해자예요.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꿈을 꾼 거예요. 옛말 중에, 낮에 하는 생각은 밤에 꿈에 나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생각을 비워요, 그런 쓸데없는 거 걱정 말고요. 만약 미리 결과를 알았더라면 당신은 절대 이렇게 될 때까지 두지 않았을 거예요.” 진몽요는 억울해서 물었다. “당신도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죠? 구제불능일 정도로요.” 경소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바보 같지 않아요, 당신은 그냥 나만 아는 바보예요.” 8시까지 버티다가 진몽요는 겨우 잠에 들었다. 경소경
평소와 다른 그녀의 모습은 경소경을 놀라게 만들었다. “몽요씨… 괜찮아요? 강한 척할 필요 없어요, 울고 싶으면 울어요, 그래야 마음이 좀 편해지잖아요.” 진몽요는 그를 노려봤다. “내가 왜 울고 싶겠어요? 전지가 돌아온 걸 알고, 게다가 일부러 내 옆에 접근했다는 걸 알고 놀라서 울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3살짜리 애도 아니도, 왜 날 무시해요? 그래 봤자 좀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을 뿐이니까 걱정 말아요. 괜찮으니까 오늘 내 요리솜씨나 좀 맛 봐봐요.” 경소경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녀의 다른 모습은 평소와 심리상태가 다르다는 걸 충분히 나타냈기에 그는 같이 답답함을 느꼈다. 손을 씻고 식탁 옆에 앉은 뒤, 식탁 위에 올려진 풍성한 요리들을 보면서 그는 입맛이 떨어졌다. 진몽요는 불평했다. “왜 그래요? 내가 만든 건 맛없을까 봐 그래요? 내 요리 먹기 쉽지 않은데 싫어하는 거예요? 다음에 언제 먹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요리를 집어서 입안으로 넣었고,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라는 말을 이해했다. “아니요,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요. 당신이 진실을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상상했었는데, 지금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어요…” 진몽요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다들 내가 똑똑하지도 않고 아무 생각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 생각없이 사니까 이러는 게 정상아니에요? 상처받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 건 나 답지 않아요. 설마 내가 그런 모습을 보여야 다들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사실 생각을 바꿔보면, 전지는 내가 한 때 사랑했던 남자잖아요. 근데 내 앞에서 무서워 봤자 얼마나 무섭겠어요? 난 그냥 마음이 무겁고, 걔를 멀리하고 싶고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같은 엄마가 낳은 자식은 아니어도 목정침씨 친동생인데, 당신이 봤을 때 왜 둘은 그렇게 다를까요?” 경소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떤 방면에서 보면 목정침은 전지보다 더 무섭고 극단적이었다… 그가 아무 말도 없는
창밖에 오후의 햇빛을 보며 어르신의 시선은 온통 그쪽으로 향했다. “군작아… 할아버지 밖에 나가서 햇빛 좀 쬐고싶다.” 예군작은 말없이 일어나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웠고, 그는 자신이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의식하지 못 했다. 그는 혹시라도 이미 늙을대로 늙은 어르신이 다칠까 봐 두려워했다. 바깥 정원으로 나오니 온도는 딱 적당했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으며, 공기에는 맑은 잔디와 흙의 냄새가 베어 있었다. 어르신의 입가엔 오랜만에 미소가 걸렸다. “군작아, 우리 처음으로 이렇게 사이좋게 나와서 햇빛 보는 거지?” 예군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처음이에요.” 어르신의 흐릿한 두 눈도 웃고 있었다. “그러게… 처음인데…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네.” 예군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거 좋아하시면 언제든지 데리고 나와드릴 수 있는데, 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세요? 꼭 당장이라도 죽을 사람처럼요. 그렇게 귀찮게 잘 하시더니, 이제 저를 더 못 괴롭히시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실 것 같은데요?”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내가 당장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 그랬다면 넌 진작에 예가네를 손에 넣고 네가 하고싶은 거 하면서, 내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됐었잖아.” 예군작은 망설이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생각했었죠, 한 두번이 아니었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에요. 어차피 며칠 못 사실 텐데, 그렇게 마음이 급하진 않았어서, 속으로 생각만 하고 넘어갔죠.” 어르신은 웃었다. “허허… 만약 네가 진짜 군작이었으면 내가 일찍 죽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내 친손자는 내가 제일 잘 알거든. 걔는 날 너무 싫어해서 만나기만 하면 이를 바득바득 갈 정도야, 너처럼 내가 하루하루를 버티게 둘 정도로 착하지가 않지.” 예군작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예군작을 잘 모르니 함부로 욕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어르신이 갑자기 물었다. “청곡이는? 왜 갑자기 애가 안 보이지? 배도 많이 나왔으니까 네가 조심해, 혼자 함부로 나가
예군작은 침착하게 방 문 앞에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한 적 없어요, 아침까지도 있었다고요. 여긴 해성이에요. 제가 그 사람을 어떻게 하고싶어도, 국가네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저는 지금 할아버지 보느라 바쁜데 제가 어떻게 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렇게 화 내시다가 돌아가시면 저만 또 덤탱이 써요.” 그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앉아 어르신은 진정이 되어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지 않았다. ”사람 시켜서 찾으라고 해! 내가 국가네에 전화해 봤더니, 거긴 없다고 했어!” 예군작은 사람을 불러 어르신의 안방을 치우게 했고, 뒤돌아 정원으로 걸어갔다. 이때 아택이 다가와 말했다. “어르신 몸 상태가 이러셔서 화를 내시면 잘못될지도 모르니 도련님께서 좀만 참으세요.” 예군작은 담뱃불을 붙였다. “가서 국청곡 찾아봐, 이 중요한 순간에 대체 어딜 간 거야. 걔만 안 보이면 노인네는 내가 어떻게 했다고 생각해. 찾으면 집으로 돌아와서 매일 노인네 앞을 지키고 있으라고 해. 노인네가 눈 감을 때까지, 그래야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아택은 대답을 한 뒤, 사람들을 데리고 예가네 저택을 떠났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아택 쪽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병원에 계십니다…” 예군작은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이 살짝 떨렸다. “왜 병원에 있어?” 아택은 전화 너머 머뭇거렸다. “도련님께서 직접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위치 보내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예군작은 차를 대기시키라고 한 뒤, 빠르게 국청곡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여러가지 상황을 상상했지만 병실에 들어가서 무탈한 국청곡을 보고 멍해졌다. “어떻게 된 거예요?” 국청곡은 침대에 반쯤 누워 눈빛을 살짝 피했다. “최근에 할아버지 상황이 악화되었으니 아이를 보고싶어 하셔서 좀 일찍 출산하려고요, 별 일 아니에요. 제 몸 상태가 괜찮아서, 2틀정도 관찰하고 수술하려고요. 당신은 평소에 할아버지 챙기느라 바쁘니까 사소한 일은 말 안 했어요.” 예군작의 표정
예군작은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고 아주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이 아이를 낳는 게 싫었더라면 이미 사라지게 만들었겠죠. 절대 지금까지 두지 않았을 거예요. 날 여태 믿지 않았던 건 당신이에요. 지금까지 늘 경계했죠. 내가 노인네를 무서워해서, 노인네가 죽으면 당신을 없애 버릴 거라고 생각했잖아요. 터무니 없이요!” 국청곡은 너무 아파서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고, 어느정도 놀란 게 있었다. 설마 진짜 그녀가 오해한 건가? 그녀는 그저 속으로 믿지 못 하고 있었다… 이건 도박에 걸 수 없었고, 이 도박에서 진다면 아이가 없어질 것이다.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는 걸 보자 예군작은 짜증이 나서 손을 내렸다. “자꾸 나 귀찮게 그만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요!” 국청곡은 고개를 숙이고, 하얀 이불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난 안 가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가 이렇게 하도록 오히려 둬야죠. 이건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아쉬워하신 일이에요, 난 절대 할아버지가 아쉬움을 남기신 채 눈 감게 해드릴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 늘 당신 말만 들어왔잖아요, 이번에는 내 말 좀 들어주면 안돼요? 수술동의서에 서명해줘요. 이 일 아직 우리 가족들한테 말 안 했는데, 가족 서명이 꼭 필요해서요. 당신은 아이의 아빠니까 제일 서명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예군작은 아무 말이 없었고, 그녀가 몸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바로 수술을 안 한 게 아니라 수술동의서에 서명이 필요해서 수술을 못 했다는 걸 대략적으로 추측했다. 이 일을 분명 국가네 사람들은 싫어할 테고, 그녀는 가족들에게 말하는 걸 계속 망설였다. 아니면 아이를 이미 낳았을 테다. 그가 가만히 있자 국청곡이 애원했다.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그러니까 한번만 내 말 좀 들어주면 안돼요? 이 일이 끝나면 뭐든 당신이 하자는대로 할게요…” 이때, 아택은 병원에서 수속을 밟고 나왔다. “도련님, 수속 다 밟았으니 이제 가셔도 됩니다.” 국청곡이 간절하게 예군작을 보
예군작은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무표정으로 말했다. “노인네가 나한테 당신 옆에 한시도 떨어져 있지 말라고 했으니 집에 안 가고 딱이잖아요. 귀도 좀 쉴 겸요, 어차피 나도 옆에서 노인네 보살피고 싶지 않아요.” 국청곡은 고개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괜히 저렇게 말하는 걸 알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든, 어르신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알고 옆에서 계속 보살폈던 사람은 예군작이었다. 어르신의 기분이 계속해서 바뀔 때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의 다리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여러모로 애를 쓰며 불평하지 않았으니, 이 시간을 통해 좀 쉬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다. 만약 이렇지 않았다면 그가 또 어떻게 기꺼이 병원에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었을까? 둘째 날 오전, 의사가 수술동의서를 들고 예군작에게 서명을 권할 때 국청곡은 긴장돼서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술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고, 몸에는 상처가 하나도 없었고, 막상 때가 되니 당연히 두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티 내면 예군작이 비웃을까 봐 걱정했다. 이건 그녀의 결정이었고, 어차피 언젠간 마주해야 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예군작은 길다란 손가락으로 펜을 잡고, 서명하기 전에 또 잠깐 멈췄다. “겁먹은 거 같은데, 생각 확실히 했어요? 서명하면 이제 못 물러요.” 국청곡은 민망한 표정이었다. “겁먹었다고 누가 그래요? 나 겁 안 먹었으니까 서명해요! 수술시간 지체하지 말고요!” 그는 고개 돌려 그녀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은 뒤, 빠르게 동의서 밑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국청곡은 반복해서 심호흡을 하며, 의사가 수술 준비가 곧 다 될 거라고 말하자 호흡이 더 조급해졌다. 수술준비가 금방 끝났고 그녀는 수술실 안으로 향했다. 그녀는 온 몸을 떨고 있었고, 두려움이 온 몸을 집어삼킨 그런 느낌이라 극복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낳을 때 이렇게까지 겁먹는 여자는 없지 않을까? 그녀의
간호사는 밖에 남자가 두 명이 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묻지 않고 한 마디 했다. “산모는 건강하세요, 태아는 비록 일찍 태어났지만 또 너무 이른 건 아니라 보기엔 괜찮아 보이네요. 검사해보고 별 문제없으면 인큐베이터에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간호사와 아택이 아이를 데리고 멀어지는 걸 보자 예군작은 정신을 차렸다. 설마 딸인가…? 이러다 노인네가 둘째까지 낳으라고 하는 거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는 영양식단을 가져왔고, 국청곡도 수술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깊게 잠에 들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해서 방금이라도 큰 병을 얻은 것 같았다. 예군작은 처음으로 귀찮은 티를 내지 않았고 계속해서 오랫동안 그녀를 지켰다.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었다. 아이가 보이지 않자 아주머니가 물었다. “도련님, 혹시 아이가 조산이라 인큐베이터에 있는 건가요?” 예군작은 대충 대답했다. “몰라요.”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차갑다고? 자기 아이한테 관심도 없을 정도인가… 잠시 후, 어르신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예군작은 복도로 나가서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어르신은 다급해 보였다. “청곡이는? 오늘도 집에 안 오는 거야?” 그는 짜증이 나서 미간을 문질렀다. “안 갈 거예요. 지금 그 사람이랑 밖에서 쇼핑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저녁에 저는 잠깐 들를게요.” 어르신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청곡이 전화 좀 바꿔봐, 내가 직접 말 해야겠어.” 예군작은 아직 깊게 잠든 여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화장실 가서 전화 못 받아요. 저 좀 귀찮게 안 하시면 안되요? 살아있는 사람을 제가 잡아먹기라도 했을까 봐요? 이따가 영상 보내드릴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뒤, 그는 문 밖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병실로 돌아갔다. 그는 국청곡이 퇴원할 때까지 숨기지 못 할 걸 알았다. 어르신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니 언젠간 병원에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다. 2시간 동안 깊게 잠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