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얼른 호칭을 바꿨다. “엄마~ 그럼 엄마랑 연이가 같이 골라주세요. 얼른요, 저는 도저히 못 고르겠어요.” 하람은 유심히 둘러본 뒤, 제일 중간에 있는 루비 목걸이를 가리켰고, 말을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루비 목걸이 좀 꺼내주세요.” 하람은 절대 뺏길 수 없었다. “아가씨, 저희가 먼저 찜했으니까 좀 기다리세요. 저희가 다 본다음에 보는 것도 늦지 않을 텐데요?” 여자가 말을 하려던 찰나에 진몽요를 보고 굳었다. 그녀는 예군작의 지갑에서 진몽요를 본 적이 있었다. 온연은 한 눈에 이 여자가 예군작의 아내 국청곡인 걸 알아봤다. “예 사모님, 이 목걸이는 이미 저희가 골라서요, 다른 걸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예 사모님이라는 단어는 국정곡을 충분이 기분 좋게 만들었기에 그녀는 그 목걸이를 보다가 손을 저었다. “네, 그러죠. 저는 이런 거 없어도 되니까 다른 거 고를게요. 정말 우연이네요, 진 아가씨는 제 남편이랑 친구죠? 남편이 가끔 얘기를 해서요.” 진몽요는 영문을 몰랐지만 온연이 ‘예 사모님’ 이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그제서야 이해했다. ”그럼… 예군작씨 아내분이신가요? 국가네 아가씨 맞죠? 아, 이제 생각 났네요. 실물을 뵌 적이 없어서 죄송해요, 이제 알아봤네요. 저랑 남편분은 아는 사이죠, 굳이 말하자면 친구고요. 아는 사이라서 잘 됐네요. 저는 결혼 예물 고르러 온 거라 저희 어머님이 저 루비 목걸이를 고르셨거든요. 그럼 양보 해주셔서 감사해요.” 국청곡은 웃고 있었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예군작에 지갑에서 그녀의 사진을봤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것처럼 어떤 일들을 묻어두는 게 가장 좋았다. “결혼하세요? 그럼 미리 축하드려요. 그 목걸이 예쁘긴 하죠, 결혼식에 쓰기 딱 좋겠어요. 그정도는 당연히 양보해드릴 수 있죠. 그럼 천천히 둘러보세요, 저는 다른 곳에 가볼게요.” 국청곡의 그림자가 멀어지자 하람이 말했다. “국가네 아가씨 괜찮게 생겼네, 예의도
문자를 받은 경소경은 빛의 속도로 집에 왔다. “엄마, 왜 또 이 사람 데려왔어요? 맨날 이렇게 많이 먹이는 것도 안 좋아요.” 하람은 불쾌한 듯 말했다. “너가 나보다 잘 알아? 내가 몽요한테 주는 건 다 영양분이 가득해서 살찌는 음식이 아니야. 난 통통한 손자를 안고 싶다고!” 경소경은 어이가 없었다. “만약에 손자가 아니라 손녀면요?” 하람은 당황했다. “손녀? 손녀나 손자나 다를 게 뭐야? 어차피 우리 경가네 사람일 텐데, 딸이면 얌전하고 좋지 뭐. 남녀 쌍둥이가 제일 좋지만.” 진몽요는 마음이 심란했다. 매일 하람이 손자 타령하는 걸 듣고 있으면서, 만약 정말 딸을 낳게되면 드라마처럼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녀는 상상하기 싫었고, 경소경의 손을 잡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엄마, 전 소경씨만 먼저 가 볼게요. 이따가 비 올 것 같아서, 빗길에 운전하면 위험하잖아요.” 하람은 그들을 보내기가 아쉬웠고, 특히 진몽요와 뱃속의 아이를 떠나보내기 싫었다. “밥 먹고 내일 가. 어차피 내일 출근도 안 하잖아. 그렇게 하자. 소경아, 가서 요리해. 몽요가 좋아하는 걸로.” 하람의 견고한 태도에 경소경은 진몽요의 손등을 두들겼다. “내일 가죠 뭐. 난 요리 할게요, 이따가 너무 배부르면 좀 덜 먹으면 돼요. 배고파지면 또 내가 뭐 해줄게요.” 진몽요는 소리 없이 울었다. “알겠어요…” 어차피 경소경이 옆에 있으니 없는 것보단 마음이 편했다. 수다를 떨다가 하람은 임립을 언급했다. “립이가 좋은 청년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떠나 버렸네. 예전에 소경이가 정침이랑 립이랑 제일 친했었거든. 요즘 쟤도 많이 초췌해졌어.” 진몽요는 얼른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쉿… 엄마, 작게 말해주세요. 소경이 안 그래도 심란한데 이 얘기 들으면 또 마음 아파할 거예요.” 하람은 입술을 문질렀다. “나도 알아, 주방에 있으니까 그냥 얘기한 거지. 몽요야, 여기 들어와서 살기 싫으면 주말에라도 와. 소경이가 널 챙겨주는 게 영 마음이 안 놓여서 그
경소경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저를 임신하셨을 때 그렇게 드셨으면 전 태어났을 때 몇 키로였어요? 저한테 영양분이 간 거 확실하세요?” 하람은 투덜거렸다. “네가 영양분 흡수를 제대로 안 한 거지. 너 때문에 20키로가 넘게 쪘는데 낳고 보니까 고작 3키로 정도였어. 괜히 많이 먹었지 뭐야. 임신 기간에 몸도 늘 조심했었는데.” 경소경은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늘 제가 잘못한 것만 말하고, 아들 구실 못 했다고만 하시는데, 제가 그렇게 잘못한 것도 없지 않나요? 저는 남의 집에서 늘 얘기하는 잘난 ‘다른 집 아들’인데, 엄마만 늘 저를 과소평가하세요. 어쨌든, 엄마가 많이 드셔서 영양분이 저한테 온 것도 아니니 몽요씨도 그렇게 많이 먹이지 마세요. 안 그래도 살 잘 찌는 체질이라 확실히 튼실해졌잖아요.” 진몽요는 식탁 아래서 그의 발을 밟았다. 튼실하다고? 이런 단어로 그녀를 형용하는 건 너무했다. 경소경은 아픔을 느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다. 하람은 드디어 생각을 고쳤다. “알겠어, 앞으로 몽요가 먹고 싶은 만큼만 먹어. 내가 부추기지 않을 게. 너도 몽요를 생각하지만 나도 며느리를 생각하는 마음이었다고.” 밥을 다 먹고, 진몽요는 졸음이 밀려와 휴식을 취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낮에 그렇게 쇼핑을 하고, 그녀는 임신을 하니 확실히 몸이 힘들어졌다. 초반에는 별 증상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달라짐을 느꼈다. 경소경은 거실에서 잠시 머물다가 올라가서 방문을 열자 하람이 불렀다. “뭐하는 거야? 너는 다른 방에서 따로 자야지. 몽요 쉬는 거 방해하지 말고.” 그는 살짝 당황했다. “왜요? 제가 쉬는 걸 왜 방해하겠어요? 저랑 살 때는 늘 같이 잤는데요?” 하람은 그를 끌고 갔다. “좀 가만히 있어, 얘 임신 했잖아!” 그는 이해가 안됐다.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됐어요, 엄마랑 이런 얘기해서 뭐 하겠어요. 저희 신경 쓰지 마시고 가서 남편 챙기셔야죠. 가세요!” 하람은 대화
그는 눈물 없이 울었다. “엄마가 당신이랑 따로 자래요. 내가 당신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그런 것 같아요. 당신이 친딸이고 내가 주어 온 자식이잖아요.” 그녀는 문을 응시하며 작게 말했다. “그럼 부모님 주무시는 거 기다렸다가 몰래 들어와요. 안 그래도 낯설어서 잠도 안 오는데 같이 안 있으니까 더 못 자겠어요. 밖에 비도 오고 번개도 쳐서 무서워요.” 그의 말투는 한 층 부드러워졌다. “알겠어요, 좀 있다 갈 테니까 겁먹지 말고 먼저 자요.” 저녁 11시쯤 되자 하람과 경성욱은 드디어 잠에 들었다. 경소경은 나이 든 사람들이 이 저녁까지 안 자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몰래 진몽요의 방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를 품에 안으니 안정감이 들었다. 진몽요는 그의 품 안에 자리를 잡았다. “옷은 왜 안 입었어요?” 그는 살짝 튀어나온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요즘 날씨가 에어컨 키면 춥고 안 키면 또 더워서요. 얼른 자요, 내일 일찍 가게요.” 그녀는 그의 가슴을 문질렀다. “이미 많이 자서 잠이 안 와요. 아까 나가서 결혼식 때 필요한 물건다 샀어요. 어찌나 피곤하던지. 당신은 따라오지도 않고 집에서 쉬기만 했죠?” 그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니에요, 나도 회사 갔다 왔어요. 정말로요. 당신 없이 내가 어떻게 쉬어요? 진짜 안 쉬었어요.” 공기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진몽요는 온연이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경소경은 참을지 말지 고민하고 하고 있었고, 이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설마 하람이 이 새벽에 감시하러 온 건가? 발 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하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몽요야, 깼어? 주방에서 국 끓이고 있는데 한 그릇 할래? 내가 가져다줄까?” 경소경은 얼른 거절하라는 손짓을 했지만 이때 문이 열렸다. 그녀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니요, 지금 배가 안 고파서 내일 아침에 먹을 게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주무세요.” 하람이 대답을 하고 나가자 경소경은
진몽요는 그를 흉내내며 다리로 밀었다. “가요.” 다음 날, 온연은 목정침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 아이가 예방 접종을 맞을 때가 됐다. 요즘 날씨 변화가 심해서 감기 걸리기 쉬웠고, 밖에는 비가 내려서 그녀는 아이에게 긴팔을 입혀주었다. 옷이 두꺼워져 아이가 더 동그래진 모습이 훨씬 귀여워 보였다. 차에 탄 후, 목정침은 시계를 보고 운전석에 진락에게 말했다. “일단 병원에 내려서 접종은 너가 같이 가. 난 혼자 차타고 회사로 갈게. 접종 끝나면 임집사님이 데리러 오실 거야.” 온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급한 일 있어요? 왜 병원에 같이 안 가요?”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다. “응, 회의 있어.” 그녀는 왠지 모르게 실망했다. 예전에 그는 아이 일이라면 뭐든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걸까? 예전에 그녀는 아무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 했지만, 서예령이 나타난 이후로 그녀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녀는 자신이 서예령보다 부족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집안 배경은 그녀가 목가네에서 자랐으니 말할 것도 없었고, 뭐든 서예령보다 잘났지만, 왠지 모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녀와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기 전 그녀가 물었다. “진짜 같이 안 가요?” 목정침은 그녀에게 집중하지 않았다. “응, 이번엔 정말 안 가. 일이 바빠서.” 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들어 갔다. 회사에 도착한 뒤, 사무실에 들어가자 마자 목정침은 서류를 안고 책상 앞에 있는 서예령을 보고 당황했다. “무슨 일 있어요?” 서예령은 안고 있던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 “이 서류에 서명이 필요해서요. 제가 일찍 왔는지 대표님이 안 계셔서 잠깐 기다렸어요… 우선 서류부터 보시고 천천히 서명해주세요.” 그가 서류를 검토할 때 서예령은 입을 열었다. “대표님, 갑자기 왜 차가워지신 거예요? 제가 예전에 본 대표님 관련 뉴스에서 늘 웃고 계셔서 따뜻해 보이셨는데, 여기 온 다음부턴
그녀가 자리로 돌아오자 주임이 물었다. “내 책상에 있는 서류 건들였어요?” 서예령은 담담하게 말했다. “대표님이 회사에 오셨는데, 서명하러 안 가셨길래요. 자리에 안 계시는 거 보고 제가 대신 갔다 왔어요. 이미 서명도 다 됐으니 감사인사는 됐습니다.” 주임은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턴 주제에, 본인 일이나 똑바로 해요. 앞으로 이런 거 건들일 생각 말아요! 당신 같은 사람은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갈 자격 없어요!” 서예령이 되물었다. “곧 실직하실 마당에 다른 사람이 하는 것도 싫다 이거세요? 다들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결국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건데, 어차피 누군가 했어야 될 일이었잖아요. 저한테 화 내실 이유 없는 거 같은데요. 불만 있으시면 대표님한테 직접 말하세요, 대표님 반응이 궁금하네요.” 주임은 화가 나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 인턴 주제에 나한테 덤빈다 이거야? 너도 나중에 내 자리 오면 그때 덤벼봐. 앞으로 내 물건 건들이면 잘릴 줄 알아!”主 주임이 나가자 옆에 있던 사람이 위로했다. “주임님이 갱년기라서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자기가 일 처리 못 한 건데, 괜히 예령씨만 귀찮게 했네요.” 서예령은 웃었다. “익숙해서 괜찮아요, 일만 제대로 했으면 됐죠 뭐. 요즘 회사가 바빠서 다들 주말에 야근하는데, 주임님도 예민해지셨겠죠.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다 회사를 위한 거잖아요. 목대표님도 못 쉬시고 주말에 회사 나오시잖아요.” 옆에 있던 직원은 칭찬했다. “아직 인턴인데 생각이 그렇게 깊다니, 앞 날이 창창하네요. 사실 야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쉬는 날엔 어차피 나가서 돈만 쓰는데, 야근하면 수당도 3배나 더 주고 저는 나쁠 거 없다고 봐요.” 거의 점심시간이 되자, 목정침은 회의를 마치고 목가네로 향했따. 집에 들어서자 온연은 유모차 안에 있는 아이를 놀아주며 디저트 가게 장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편한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고 헝클어진 채, 화장도 안 해서 더 초췌해 보였다. 이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비록 그녀는 표정으로 티 내진 않았지만 마음은 내심 심란했다. 지금의 일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오히려 오염된 강처럼 너무 평온해서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목정침은 부모님도 없고 가족도 없고 형제도 없어서, 경소경과 임립은 그에게 아주 의미 있는 사람이었다. 임립의 죽음으로 인한 그림자는 아마 오래 갈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불만이 많았다. 그가 속상해하면서 그녀와 아이를 무시하는 게 싫었다. 그녀와 아이도 중요하고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은 정작 그들인데 말이다. 우기가 지나고, 제도의 날씨도 시원해지며 가을에 접어들었다. 콩알이는 이제 대충 앉는 법을 배웠다. 가끔 중심을 잃고 혼자서 넘어지기도 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고 혼자서 장난감도 잘 갖고 놀았다. 온연도 이제 육아에서 슬슬 벗어나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가봐도 사모님이니 목정침네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일을 못 할 것 같았다. 경소경네 회사로 가서 배가 나오는 진몽요를 케어하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경소경네 회사도 다를 바 없을 것 같았기에 두 곳 다 가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일을 안 했기에 그녀는 중소기업을 찾았다. 예전에 감각을 되돌리면서 자연스럽게 일하는 게 편할 것 같았다. 비록 같은 업계지만 그녀도 이름을 내고 싶었고, 영원히 목정침을 의지하고 싶진 않았다. 일자리를 찾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제일 먼저 목정침에게 공유했다. “나 일자리 찾았어요, 앞으로 아이는 아주머니에게 맡기면 될 거 같아요. 퇴근하고 또 내가 볼게요.” 목정침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너가 알아서 해.” 온연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다시 예전처럼 차가워졌고, 그의 쌀쌀 맞은 태도가 그녀는 적응되지 않았다. “뭐하는 거예요? 우리 잘 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질린 거예요? 아니면 내가 예전에 반항하는 게 재밌었는데 이제는 말을 너무 잘 들어서 흥미를 잃은 거예요?” 그
온연은 여태껏 참고 그와 대화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늘 마지막까지 참다가 오늘에서야 터졌다. “아직도 임립이 세상을 떠난 것 때문에 속상한 거예요? 난 예군작이 제도로 돌아와서 당신이 자극받은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요. 당신 때문에 일상이 아름답지가 않아요. 임립이 세상을 떠난 건 나도 속상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죠. 이 일을 받아드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줬는데 나까지 속상하게 하지 말아요. 나한테 차갑게 대하지 말아요. 난 싫으니까!” 그녀는 많이 참고 말했지만 그녀의 말에 공기가 조용해졌다. 목정침은 살짝 놀란 듯 그녀를 보았다. “난 너가 내 태도를 신경 안 쓰는 줄 알았어. 지금까지 그런 적 없었잖아. 내 옆에 어떤 여자가 있든, 내가 집에 오든 말든 관심 없었잖아.” 온연은 나지막이 말했다. “그건 당신이 선을 지켰기 때문이에요, 집에도 잘 들어왔고요. 난 당신이 내가 신경 안 쓰더라도 그런 안정감은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정신 차려요. 앞으로 나도 일하러 나가야 되니까, 저녁에 같이 육아할 수는 있지만 이제 나한테 모든 걸 맡길 수 없어요. 당신은 아이 아빠고, 가정이 있는 남자예요.”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연아… 난 너가 이렇게 불만을 말하는 게 좋아. 앞으로 애는 아이방에서 재우자. 어차피 나중에 자기가 쓸 방이니까 적응할 때도 됐지. 아주머니도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녀는 갑자기 다른 꿍꿍이가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고, 화를 제대로 내지도 못 하고 끝나버렸다. 그녀는 그의 양복 단추를 갖고 놀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갑자기 애가 끼니까 방해되는 거 같았죠? 그래요, 어차피 이제 6개월이나 됐으니까요. 오늘 저녁은 일찍 쉬어요, 나도 내일 아침에 회사 출근해봐야 해요.”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올린 뒤 두 눈을 맞췄다. “오늘은 일찍 못 잘 것 같은데…” 그는 웃으며 서랍에 있던 종이를 꺼냈다. “나 수술했어.” 그녀는 깜짝 놀랐다. “언제 했어요? 왜 말 안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