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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패배를 인정해야 하다

작가: 명모
채림이 혼자 드림캐슬을 일궈 세웠다고 수군대는 게 내키지 않고 화가 났지만, 이철민과 장선화는 그저 웃는 얼굴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BM 그룹 원로 이사들도 다시 성사된 계약에 너무 기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때, 내색하지 않고 사람들의 두 얼굴을 지켜보던 채림이 교활한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기에서 졌으면 패배를 인정해야죠. 우리 다 함께 사나의 노래 한 곡 들읍시다.”

청아한 목소리가 소란스러웠던 현장에 순간 파고들었다.

채림의 귀띔 덕에 사람들은 방금 전 했던 내기를 떠올렸고, 연예인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기쁨에 하나둘 호응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나는 얼른 손사래를 치며 발을 뺐다.

“저, 저 오늘 목이 좀 쉬어서요.”

“싱글 앨범도 낸 연예인이면서 노래 한 곡 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핑계 대지 말고 졌으면 패배를 인정해야지. 목이 쉬었어도 노래는 할 수 있잖아. 설마 지금껏 냈던 싱글 앨범이 직접 부른 게 아니었던 거야?”

궁지에 몰린 사나는 이를 악물고 무대에 올라가 고분고분 마이크 앞에 섰다.

곧이어 전주가 흐르자 사나는 작은 소리로 흥얼대기 시작했다. 사나가 작은 소리로 노래하자 무대 뒤에 있던 음향사도 따라서 음량을 낮추었다. 그 때문에 음을 이탈한 목소리가 그대로 사람들의 귀에 전해졌고 무대 아래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이게 뭐야?”

“듣고 있기 너무 괴로운데!”

“예전에 냈던 싱글 앨범은 분명 엄청 듣기 좋았는데, 설마 다 가짜였어?”

그제야 원후는 다급히 직원들에게 명령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당장 오디오 꺼!”

“죄송해요. 어떻게 된 이유인지 오디오에 문제가 생겨 꺼지지 않아요.”

“당, 당장 가서 전원 끊어!”

원후가 화를 내며 또다시 버럭 소리쳤다.

다음 순간 전원이 끊기면서 현장은 암흑에 빠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또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원후가 백사나를 지켜주려고 너무 목숨 거는 거 아니야?”

“그러게? 왜 자기 약혼녀보다 더 아끼는 것 같지?”

“아까 백채림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는 나서지도 않더니...”

“...”

약 2분 뒤, 현장 직원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보고했다.

“원후 도련님, 누가 휴대용 발전기를 준비했는지 전원을 꺼도 소용없어요...”

“그만!”

원후는 진땀이 났다.

사나의 열창은 비록 몇 마디로 끝났지만 너무 듣기 거북해 사람들은 온몸이 불편했다.

그저 음정이 맞지 않는 거면 웃기기라도 할 텐데, 장송곡을 부르는 것처럼 축 처진 음정으로 흥얼거린 바람에 사나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속이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수군대는 소리에 사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를 악물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쥐구멍을 찾아 숨어들고 싶었다.

그 시각, 채림은 군중 밖에서 이 모든 걸 가라앉은 눈으로 지켜봤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아직 더 큰 서프라이즈가 남았으니까.’

채림은 현장이 어두워진 틈을 타 지수와 함께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다 대기시켰지?”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

지수는 가슴을 퍽퍽 두드리며 보증했다.

“360도로 사각지대 없이 CCTV를 설치해 뒀어. 네가 이원후한테 숨겨 둔 도청기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고. 바람을 폈으면 벌을 받아야지. 이원후랑 백사나, 내가 아주 제대로 탈탈 털어줄게!”

한창 말하던 지수는 갑자기 열을 내며 이를 갈고 거칠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채림이 진정하라며 지수를 달랬다. 사실 채림도 방금까지 화가 났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였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건 반격이야.”

“그래, 반격!”

지수는 마음을 다잡고 대답했다.

“참, 백사나가 네 방에 호스트 한 명 숨겨뒀더라. 우리 쪽 사람이 대신 처리했어. 오늘 밤 네 방에 가서 나쁜 짓 할 사람은 없을 거야.”

채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약혼식 전에 내가 다른 남자와 붙어먹었다는 기사를 내서 내 이미지를 망가뜨릴 모양이네. 내가 미리 알았으니 망정이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만 네 방에 숨겨뒀을 리 없어. 약도 썼을 거야. 너 아까 술 안 마셨지? 조심해.”

지수는 갑자기 생각난 듯 귀띔했다.

“알았어.”

다행히도 채림은 파티장에 있는 물건에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약은 술에만 탈 수 있는 게 아니야. 안전을 위해서 방에 한 번 다녀올게.”

오늘 파티를 위해 원후는 H시 각 업계의 유명 인사들을 초대했다.

파티가 밤 늦게까지 진행될 건 뻔했다. 더욱이 문라이트는 바닷가에 있어 원후는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이 오늘 저녁 객실에서 쉬고, 내일 아침 바로 약혼식에 참석하도록 수많은 객실을 예약했다.

채림은 사립 탐정한테서 받은 만능키를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 이윽고 특수 통로로 일부 객실을 몇 개 확인하고는 맨 끝에 있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을 연 순간, 채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미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나? 왜... 방에 아직도 남자가 있지?’

‘게다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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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림은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일부러 놀란 듯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왜 다들 여기로 왔어요?”“너 깨워주려고 왔지. 너 오늘 원후랑 약혼식이잖아. 얼른 일어나 치장해야지.”셋째 숙모 진미애는 채림을 밀치며 맨 처음 방 안에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이내 어질러진 방안을 빙 둘러보더니 침실 안 커다란 침대에 시선을 고정했다.그곳 주위에는 옷이 이곳저곳 널브러져 있었고 이불이 불룩 올라와 있었다.“아유, 너도 참, 얼른 준비해야지. 이따가 스타일리스트가 곧 올 텐데.”진미애는 말하면서 막무가내로 침실에 쳐들어갔다.그 뒤로 채림이 바싹 따라 들어가며 말했다.“제가 알아서 정리할게요.”“숙모가 도와줄게.”진미애는 채림의 비밀을 까발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때문에 거의 달리다시피 침대로 달려가 이불을 확 걷어 바닥에 내팽개쳤다.하지만 이불이 방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진미애는 침대 위를 멍하니 바라보며 굳어버렸다.침대는 너무나도 깨끗했고 그토록 바라던 외간 남자는 없었다.진미애는 너무 수상해서 목을 한껏 움츠리더니 의아한 시선으로 남편 백성호를 바라봤다.‘사나가 분명 백채림 방에 외간 남자가 들어왔다고 했는데? 남자는 어디 있지?’“여긴 제가 알아서 치울 테니 셋째 숙모는 숙모 딸이나 신경 써요.”채림은 이불을 주우며 비아냥거렸다.하지만 채림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채지 못한 진미애는 뒤돌아 백성호에게 물었다.“사나는 왜 아직도 안 깨어났대? 이상한데? 내가 가볼게.”백성호가 진미애를 데리고 옆방으로 향하자 채림은 얼른 뒤따르며 사람들을 부추겼다.“우리도 가볼까요?”“...”사람들은 너도나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그럴 게, 오늘 분명 원후와 채림이 약혼식 날인데 아침 댓바람부터 대신 증명해달라는 백성호 부부한테 끌려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이상할 만도 하지.대체 뭘 증명해달라는 건지. 답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한편으로 의심하면서도 마지못 해 채림의 뒤를 따랐다.그때 사나 방 앞에 도착한 진미애가 여분 카드키를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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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은 마침 미스 글로벌 파티 오디션이 있는 날이다.다행히 어젯밤 잠을 푹 잔 덕에 채림의 피부 상태는 매우 좋았고 생기가 넘쳐흘렀다.화장을 마친 채림은 특별히 시간 내어 어머니와 아침 식사를 했다.“채림아, 엄마가 엄마 명의로 된 주식 절반을 네 명의로 돌려놨어. 이제부터 너도 BM 그룹 일원이야.”한창 얘기하던 민해란은 잠시 말을 끊더니 채림의 의견을 물었다.“그런데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걸 책임지고 싶어?”“향수 연구를 책임지고 싶어요. BM 그룹이 가장 취약한 것부터 일으켜 세우려고요.”채림은 최근 구상하고 있는 계획안을 어머니한테 건넸다.“이건 제가 오랫동안 구상한 제품 계획안이에요. 이미 전문가한테 평가를 맡겼었는데, 엄마가 보기에 어때요?”계획안을 마지막까지 대개 훑어보던 민해란은 눈을 반짝였다.“엄마는 너 믿어. 네 실력과 재능이라면 향수 사업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거야.”어머니의 인정을 받은 채림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식사가 끝난 뒤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파티 오디션을 보러 떠났다.이제 막 차에 올랐을 때, 채림의 핸드폰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10분 전 지수가 뿌린 사나의 은밀한 밀회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서 퍼져 화젯거리가 되어 있었다.채림은 기사더러 MS 그룹에 가라고 하고는 핸드폰을 들고 차가운 눈으로 댓글 반응을 살폈다.[백사나 연애도 못 해봤다고 하지 않았나? 인터뷰에서 연애 경험이 없다고 했는데 이건 뭐지? 돈 벌려고 거짓말을 하다니!][이 남자는 누구지?][백사나 형부 되는 사람이라고 함. 회사 상사이기도 하고. 백사나 언니는 그 다리를 절던 매니저임. 진짜 양심도 없네!]댓글을 아직 채 살피지도 못했는데 원후의 전화가 걸려 왔다.[채림아.]“응.”[내 말 좀 들어 봐.]여전히 화가 가득한 채림의 목소리에 원후는 조급해 났다.[본 것 대로 믿으면 안 돼... 어젯밤 내가 술에 취한 건 맞지만 장담하건대 사나랑 아무 일도 없었어.]“어떻게 장담할 건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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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저 여자가 백사나한테 약혼자를 뺏긴 백씨 가문의 아가씨, 백채림 아니야? 정말 바보인 건지, 아니면 바보인 척하는 건지. 아직도 백사나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건가?”채림의 뒤에 있던 이름 모를 두 연예인이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끌었다.“백씨 가문은 진작에 몰락했잖아. 이번에 원후 도련님한테 빌붙으려다가 실패해서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 내가 보기엔 바보가 아니라 미친 것 같아.”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위에서 빈정거리는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하지만 채림은 여전히 덤덤한 눈빛을 유지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편을 들었다.“지금 말 다 했어요? 백채림은 내 언니예요! 언니를 말하는 건 나를 말하는 거랑 같아요”청순한 옷차림을 한 사나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채림을 부축하며 속삭였다.“언니, 화 안 났지? 어젯밤 일은 정말 오해야. 나 형부랑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채림은 고개를 돌려 착한 척 연기하는 사나를 바라보더니 비아냥거리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래?”사나는 그 순간 눈을 반짝였다.“당연하지, 여긴 사람이 많아서 나중에 내가 상세하게 설명할게. 그런데 역시 언니밖에 없어. 오늘 아침도 나를 위해 국제 브랜드 모델 계약을 따냈다며?”‘내가 요즘 너를 위해 따낸 계약이 그것 하나뿐인 줄 알아?’며칠 뒤 사나의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하면 그 위약금을 무는 데만 전 재산을 갖다 바쳐야 할 거다. ‘내 약혼자를 돌봐 준 값은 제대로 치르게 할게.’아무것도 모르는 사나는 채림이 정말 바보라고 생각하며 계속 지껄였다.“오늘 오디션 나한테 엄청 중요하니까 대신 손 좀 써줘. 그러면 나도 안심할 거 아니야.”“누가 너 대신 손써주겠대?”채림은 사나의 손을 확 뿌리쳤다.사나는 너무 놀라 눈을 땡그랗게 뜨며 믿기지 않는 듯 채림을 바라봤다.‘내 뒤를 봐주려고 온 게 아니면 뭔데? 설마 본인이 참가하려고?’‘절름발이 주제에?’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천생 연예인의 분위기를 내뿜는 남자가 걸어 나왔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14화 여우 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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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100화 인기 많은 채림

    “채림 씨, 또 만났네요.”먼저 입을 연 건 건욱이었다.그러자 그레이스가 곧이어 비아냥거렸다.“그러게. 또 만났네. 참 인연이 깊어.”채림은 입꼬리를 움찔거렸다.“인연인지 아닌지는 그쪽이 더 잘 알 텐데.”감독과 PD는 차 안에서 촬영 절차를 설명했고 채림은 스태프들과 세부 사항을 논했다. 건욱도 그 사이에 끼고 싶었으나 끼지 못해 그레이스가 옆에서 눈짓을 하는 것도 무시했다.“채림 씨, 이번에 C시 소개 멘트는 원래 채림 씨가 하기로 했는데 그레이스 씨가 나중에 합류하는 바람에 인문 경관의 해설은 그레시스 씨가 하기로 했어요. 나중에 그 부분은 그레이스 씨한테 나눠주세요.” PD는 살짝 난감한 듯 말했다.“소개는 저희가 이미 써두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나중에 경관 선택은 채림 씨가 먼저 할 거예요.”채림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먼저 선택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이번에 미스 글로벌 파티 주최 측에서 도시 홍보 영상을 찍는 건 순전히 공익성 활동이다. 때문에 채림은 각 지역의 인문경관과 민속 습관을 더 통속적인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보급하고 싶은 마음이지 절대 노이즈마케팅 할 생각이 없었다.한참 뒤, 차는 어느새 C시 호텔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그레이스는 겨우 기회를 잡아 채림에게 다가갔다.“C시는 정말 좋은 곳이야. 사람들 인심은 후하고 경치는 아름답고. 네티즌들도 C시 홍보 영상에 기대가 커. 그러니 네가 여기에 촬영 온 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뭐?”채림은 헛웃음이 나왔다.“본인이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퀸이 되었다고 후원사가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인터넷에 우리의 불화설이 떠도는 바람에 주최 측에서 일부러 우리를 같은 조에 배정했고, 그 덕에 너도 C시에 오게 된 거야.”“아하.”채림은 두 손을 들어 깔끔하게 머리를 묶은 뒤 차갑게 웃었다.“그 자신감에 박수를 보내. 하지만 한 가지 잘못 말한 게 있어.”“뭔데?”그레이스가 의아한 듯 물었다.“불화설이 아니라 우리는 진짜 안 맞는 거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9화 뒤끝 있네

    채림은 순간 가슴이 멎는 기분이었다. 지후가 사람들 앞에서 저를 희롱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둘의 대화를 듣지 못한 주위 사람들은 지후가 채림을 협박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채림은 한마디만 듣고 고개를 푹 숙였으니까.지후의 입가에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옅은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현장 스태프들을 바라볼 때 눈빛은 다시 싸늘해졌다.“어떻게 된 일이죠?”“문 대표님, 그게 사실은 제가 기획안이 별로인 것 같아... 의견을 조금 냈거든요...”지후 앞에서 미아는 순한 양이 되어 누구보다 예의를 차렸다.“지후는 차가운 눈빛을 보내더니 불만 투로 물었다.“그쪽은 누구죠?”주위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삐 눈알을 굴렸다. 지후가 미나를 아예 모른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전에 미나는 분명 자기를 MS 그룹이 띄워주는 연예인이라고 소개했다. 게다가 문지후 여자 친구라는 스캔들도 터졌었고. 그런데 그 모든 게 다 터무니없는 소리였다니...미나는 불편함을 애써 참으며 주위에서 터져 나오는 비웃음을 못 들은 척 무시한 채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뭐가 어찌 됐든, 이번이야말로 자기를 소개할 좋은 기회였다.“문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지후는 미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얼굴로 명령했다.“기획안에 어떻게 나왔으면 그대로 촬영해요. MS 그룹 소속 연예인은 많아요. 미나 씨가 정말 독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말을 마친 지후는 성큼성큼 채림 곁으로 다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따라와요.”채림은 잠깐 망설이다가 얼른 지후를 따라 나갔다.“기획안은 수정할 거 없으니 나랑 같이 집에 가요.”지후는 문을 나서자마자 말했다.“전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따로 갈게요.”“가면서 데려다줄게요.”지후는 채림에게 바짝 다가가면서 그녀의 맑은 두 눈에 질투가 드리웠는지 자세히 보려고 했다.하지만 채림은 오히려 고개를 더 숙이며 입술을 오므린 채 여전히 거절했다.“문 대표님 회사에 여자 연예인도 많을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8화 법적 배우자

    “지금 나를 비꼬는 거야?”미나는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자 쪽팔렸는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아니요, 사실을 서술한 것뿐입니다.”채림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이번 기획안은 계약하기 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촬영 중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면 저희 측 문제는 아닌 거죠.”미나는 여우 같은 눈매를 치켜 올리며 채림을 날카롭게 째려봤다.“지금 계약서로 날 압박하겠다는 거야?”“만약 미나 씨는 계약서도 안중에 없다면, 계속 협력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채림은 상대의 협박 따위가 두렵지 않았다.“안 찍으면 안 찍었지!”미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빽 소리쳤다.“내가 촬영 안 하면 당신들 일정에 차질이 생기잖아!”막무가내로 나오는 미나를 보고 유미를 포함한 기타 BM그룹 직원들은 모두 초조해 났다. 하지만 채림은 그들에게 속지 말라고, 자기한테 방법이 있다고 눈빛을 보냈다.“미나 씨가 촬영 안 하면 우리 일정에만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라 윤재 씨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요.”채림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윤재 선배 들먹이지 마! 나 윤재 선배님 직속 후배야. 우리 사이가 설마 스캔들을 조작해 엮인 두 사람보다 못할까?”미나는 눈을 날카롭게 치켜떴다.“우리 회사가 계약한 상대가 윤재 씨인데, 윤재 씨를 들먹이지 않으면 누구를 들먹이겠어요?”채림은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하지만 윤재 씨와 친하다니 더 잘됐네요. 미나 씨가 대신 말 좀 전해줘요. 이따 윤재 씨 스케줄 뒤로 미뤄졌다고.”“뭐?”미나는 순간 허리를 곧게 폈다.“윤재 씨 촬영은 미나 씨 촬영 마치고 나서 시작할 거거든요. 두 사람 사이가 좋다고 했으면서 설마 모르는 건 아니죠? 윤재 씨 곧 도착해요.”채림은 고개를 숙인 채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시간 다 됐네요. 아마 도착했을 거예요.”미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녀는 채림이 이토록 말주변이 강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 보는 앞에서 이대로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끝까지 물러서지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7화 스캔들 상대

    채림은 다음 날 어머니와 함께 H시로 돌아갔다.윤재의 1분기 광고 촬영도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채림은 사전에 윤재의 매니저먼트팀과 소통하고, 암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향수 기획팀 직원 두 명더러 촬영을 지켜보라고 명령했다. 그러고 본인은 사무실에서 조향 대회를 준비했다.저녁 무렵.강원의 자사도우미, 김선주한테서 전화가 왔다.“사모님, 오늘 저녁 집에 돌아와 식사하실 겁니까?”채림은 약 1초간 반응하고는 물었다.“둘째 삼촌은 집에 있나요?”“네, 돌아오셨습니다. 만약 사모님도 돌아오신다면 문 대표님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김선주는 재빨리 대답했다.채림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이런 말을 들어 본지도 참 오래된다. 집에서... 누군가 함께 식사하기를 기다리는 것도 오랜만이고...채림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한테 선물한 진주 왕관이 떠올라, 집에 돌아가 직접 감사 인사를 하려고 결심했다.“그래요. 이따 바로 갈게요.”채림이 대답했다.한편, 전화를 끊은 김선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게, 주인어른의 머리 위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단번에 가시고 강원에 다시 봄바람이 부는 듯한 분위기가 찾아왔으니까.채림의 마음도 가벼웠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정리하고는 문을 닫고 퇴근했다.하지만 그때, 핸드폰이 울리면서 향수팀 직원 소유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백 대표님, 한번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이쪽에서 촬영 진행이 안 되고 있어요...”“다 얘기 끝난 거 아니었나요? 윤지 씨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채림은 의아했다.“윤재 씨가 아니라 같은 소속사 윤미나 씨가 문제예요... 상대는 문지후 대표님 여자 친구라고 소문난 스캔들 상대인데 우리를 계속 괴롭혀요. 저희도 더 이상 시중들기 힘들어요...”소유미가 억울한 듯 말했다.‘하.’채림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면서 흔들림 없는 눈을 깜빡거렸다. ‘스캔들 상대도 있었어?’“알았어요, 바로 갈게요.”채림은 전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6화 팬

    사실 백성호는 J시에 온 지 며칠이 된다. BM 그룹에서의 지위를 잃은 그는 변씨 가문에 빌붙으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다른 살길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찾은 목표가 바로 방민수다. 하지만 여러 번 방문 요청을 드렸지만 한 번도 얼굴을 만나지는 못했다.결국 그는 큰돈을 들여 파티 초대장 한 장을 구했고, 그 파티에서 겨우 방민수를 만나 안부 좀 전하고 명함을 건넸다. 그게 끝이다.“마침 잘됐네. 그럼 우리 아빠 앞에서 그렇게 말해 봐. 아빠가 당신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니까.”은솔은 경멸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발버둥치던 백성호 그대로 굳어버린 채 멍한 눈으로 은솔을 바라봤다.이 작고 여린 여자애가 방 회장 따님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미처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방씨 가문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다.변형빈은 밖으로 끌려 나가는 백성호를 보자마자 모든 더러운 물을 그에게 뿌렸다.“협회장님, 보세요. 백성호는 궁지에 빠지면 무슨 짓이든 하는 놈입니다. 프롬프트도 분명 백성호가 사람을 시켜 망가뜨린 게 틀림없어요. 그랬으면서 나를 모함하다니...”“변형빈! 이 사람도 아닌 놈! 내가 네놈이 한 파렴치한 짓을 모두 까발릴 거야!”백성호는 이미 나갔으면서도 형빈의 목소리를 듣고 고래고래 소리쳤다.그 순간 형빈은 눈동자가 축소되면서 겁을 먹었다.“하...”고강섭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변형빈은 역시 싹수가 노래서 약이 없었다. 그래도 공을 세워 잘못을 덮을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이토록 식견이 짧으니 채림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고강섭은 몸을 돌려 채림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백 대표님, 위급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처리하는 모습 잘 봤습니다. 제 주변 교수님들이 백 대표님 칭찬뿐이에요.”“과찬이십니다.”채림은 대범하게 말했다.고강섭은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일은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처리할지는 우선 증거를 찾고 조사해 봐야 한다.협회에 DL그룹을 지지하는 세력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5화 당신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

    협회장은 ‘고맙다’는 단어를 강조하더니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뒤돌아 형빈을 꾸짖었다.“변 대표님, 남을 모함하기 전에 머리를 쓸 수는 없나요?”“협회장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형빈은 뜬금없이 꾸지람을 들어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이건 그가 원했던 상황이 아닌데 말이다.“무슨 말이냐고?”고강섭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세미나 시작 전, 내 비서가 분명 여러 번 강조했을 텐데요? 내 연설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연설문은 그동안 우리 업계에 도움을 준 제조 업체와 해외 업체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어요! 그런데 하필 중요한 시간에 프롬프트조차 없으면 어쩌자는 거예요? 이게 세미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장담한 결과인가요?”“그럴 리가 없어요.”형빈은 조급한 나머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대답했다.“프롬프트는 분명 협회장님이 무대에 오르기 전 고쳐 놨어요.”“그러니까 프롬프트는 내가 무대에 오르기 전 고장 났다는 거네요?”채림은 형빈의 말실수를 잡고 늘어졌다.그 순간 형빈은 멍해졌다. 그제야 본인이 함정에 빠졌다는 게 실감 났다.고강섭은 연신 한숨을 쉬며 뒷짐을 쥔 채 형빈을 비난했다.“변 대표님, 내가 세미나 주최 권한을 변 대표님께 맡기면서 연신 강조했을 텐데요? 동종 업계 사이 경쟁이 필요하긴 하다지만 건전하게 경쟁해야죠. 어쩜 매번 이렇게 남의 등에 칼 꽂는 짓을 할 수 있죠? 아직 교훈을 얻지 못한 모양이네요.”그때 형빈의 비서 엄태식이 비틀거리며 다가와 그의 귀에 아까 전 발생한 일을 설명했다. 프롬프트는 협회장님이 무대에 오르기 전 고치지 못했다고.”“아까는 어디 갔었어? 왜 그걸 바로 보고하지 않았어?”형빈은 쪽팔리는 한편 화가 났다.“저도 그동안 잡혀 있어서 올 수 없었어요...”태식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백 대표님이 결단을 내려 협회장님 연설문을 무대 위에 준비해 두어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어요.”고강섭의 비서가 옆에서 말했다.“변 대표님, 이번 일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고강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4화 어릿광대

    협회장이 해야 할 멘트는 무척 길기에 프롬프트도 없이 멘트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본인이 아무리 상투적인 말로 억지로 짜 집기 해서 지어낸다고 해도, 오늘 현장에 수많은 파트너가 와 한 분 한 분 감사 인사드리려면 회사 이름을 제대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많은 이름을 모두 외울 리는 만무했다.‘DL그룹!’며칠 전 DL그룹 회장이 직접 고강섭을 찾아와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사정사정했었다. 결국 마음 약해진 그는 마지막 기회를 줬다. 하지만 DL그룹이 이렇게 멍청한 실수를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렇게 간단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고강섭은 난처하기도 하고 화도 나 얼굴이 자줏빛을 띄었다. 그때 그의 옆에 있던 채림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협회장님, 저를 따라 세컨드 스테이지로 갑시다.”고강섭 눈에는 혼란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채림이 계속 웃는 바람에 그는 마지 못해 채림을 따라 나섰다.그러다 세컨드 스테이지 위에 도착했을 때, 고강섭은 무대 바닥에 자신이 해야 할 멘트가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고강섭은 카메라 뒤에서 눈을 반짝이더니 자신만만하게 무대를 내려가는 채림을 대견스러운 듯 바라봤다.잠시 당황했던 고강섭은 무사히 연설을 마치며 세미나의 막바지를 알렸다.채림이 백스테이지에 도착하자 변형빈이 부르는 것처럼 다가와 버럭 소리쳤다.“백채림, 뭐 하는 거야? 왜 협회장님을 데리고 빙빙 돌았어? 협회장님이 너 때문에 어지러워하셨잖아!”“내가 왜 협회장님을 모시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겼는지는 당신이 더 잘 알 텐데?”채림은 침착하게 반격했다.은솔의 경호원이 일을 깔끔히 처리했는지 형빈은 아직도 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걸 모른 채 어릿광대처럼 채림을 비난했다.“어디서 변명이야!”형빈은 사나운 말투로 윽박지르더니 뭔가 기대하는 듯 눈을 반짝였다.“그만!”그때 노기가 담긴 나지막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말다툼을 중단시켰다.형빈은 뒤돌아서서 잔뜩 화가 난 고강섭을 바라보더니 얼른 다가가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3화 뭘 그렇게 걱정해요?

    채림과 같은 줄에 앉은 변형빈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녀를 도발하는 듯 바라봤다. 보아하니 이따 또 그녀에게 덫을 놓은 게 틀림없었다.하지만 지금 채림은 밝은 곳에 있고 상대는 어두운 곳에 숨어 있기에 막으려야 막을 수 없었다. 그저 조심을 다하는 수밖에.채림이 경계하고 있을 때 옆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채림 씨! 뭘 그렇게 걱정해요?”채림은 고개를 돌려 흘긋 바라봤다.“은솔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채림 씨가 연설한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죠.”은솔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을 보탰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요. 저 오늘 혼자 온 거 아니에요.”은솔은 멀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을 따라 보니 시선 끝에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몇 명 서 있었다. 심지어는 모두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모양인지 분위기가 남달랐다.채림은 입꼬리를 말아 올랐다.“오늘 정말 은솔 씨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너무 잘됐네요!”은솔은 기대되어 미칠 지경이었다.채림은 어처구니없어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뭔 일을 당하는 게 그렇게 기대되나?’채림이 은솔의 귀에 대고 몇 마디 당부하자 은솔은 이내 옆에 앉은 변형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고는 또 이내 흉악한 얼굴을 한 백성호를 보더니 호언장담했다.“걱정하지 마요. 제가 오늘 이 두 사람 죽어라 감시할게요! 만약 두 사람이 채림 씨한테 뭔 짓을 하려 한다면 오늘 내 손에 죽었어요!”채림은 풉, 웃음을 터뜨렸다.“우리가 뭐 깡패도 아니고, 적당히 해요.”“그래요. 채림 씨 말대로 할게요.”은솔은 반달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본인이 데려온 경호원들에게 당부했다.채림은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대 아래에 조용히 앉아 청중이 되었다.세미나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시상 순서가 되자 채림을 포함한 몇몇 기업 대표는 함께 무대에 올라 업계 청년 공로상을 수상했다.수상을 마친 뒤 바로 채림의 연설이 시작되었다.사회자의 짧은 멘트가 끝나자, 은솔은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92화 현명하십니다

    [우리 참 안 맞아. 어쩜 내가 도착하자마 H시를 떠났어?]건너편 상대는 계속 농담조로 말했다.“왜 돌아왔어?”문지후는 방금 풀었던 미간을 다시 찌푸렸다.[산사태 때 본인 목숨도 상관하지 않고 그 여자를 구했다던데? 상대한테 홀리기라도 했어? 오히려 바위 아래로 밀어야 하는 거 아니야?]상대의 목소리는 음흉하고 섬뜩했다.“정말 그 여자가 죽길 바라는 거야?”지후는 차갑게 되물었다.“그 여자는 이 세상에서 예진과 유일하게 관련되어 있는 사람인데?’[예지는 예지고 그 여자는 그 여자야! 그 계집이 예지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내가 왜 그 여자를 살려 둬야 해?]상대는 조급해졌는지 소리 질렀다.하지만 지후는 귓가에 들려오는 으르렁거림을 무시한 채 냉정을 되찾았다.“우리가 원하는 건 처음부터 달랐어. 난 그때의 진실을 알아내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할 거야!”[하하!]전화 건너편에서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칼 같은 문 대표가 언제부터 이렇게 꾸물대는 성격이 된 거야?]“내가 칼 같다고 해서 무고한 사람까지 베어 버리는 건 아니야!”지후는 차가운 말투로 위협했다.[정말 그 여자한테 푹 빠지기라도 했어? 계속 계획을 미룬다면,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어디 그래 봐!”지후의 몸은 순간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더니 협박과 경고를 날렸다.“내가 귀국을 결심한 날부터 그 여자는 내 사람이었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내가 결정해. 만약 내 계획을 망치면 그게 당신이라도 가만 안 둬!”지후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팍 끊었다. 그러다 한참 뒤 어디론가 전화했다. 2분 뒤, 강현은 그의 방에 나타났다.“차 대기시켜. H시로 돌아갈 거야.”지후가 대답했다.“하지만, 대표님...”강현은 말을 더듬다가 지후의 차가운 시선을 보고 입을 열었다.“방금 소식을 접했는데, 사모님께서 내일 향수 업계 세미나에 참석한답니다. 주최 측이 DL그룹이라 사모님께 불리할 것 같습니다.”지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했다.“동방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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