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우는 호족 도련님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찍이 나 씨 집안을 떠나 줄곧 해외에서 발전해 왔으며 평소에는 거의 돌아오지도 않았기에, 어릴 때부터 나계홍이 그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 나계홍은 의외로 소심한 사람이었다. 필경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나 씨 집안은 강중에서 일반적인 가문이었으니까. 그리하여 그는 나한우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제멋대로 행동하기는커녕 조금도 엉뚱한 행동도 감히 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에 나한우는 가세가 남보다 조금 나은 것 외에는 일반 가정에서 자란 남자아이들과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더욱 겸손하고 예의 바른 남자였다. 사실 그와 두소령은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부터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후 나한우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넘도록 자신의 능력으로 나 씨 집안 회사에서 사장의 자리까지 차지하고서야 결혼의 전당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20여 년의 인생동안 한 번도 엉뚱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이유로 감히 시비를 거는 걸가? 그러나 나한우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장홍학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넌 아직도 궤변을 늘어놓아?”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조카가 얻어맞게 되자, 나계홍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나한우의 몸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이봐, 뭐가 됐든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움직여야지. 대체 우리 조카가 뭘 잘못했다는 건지 그걸 묻고 싶네!”“만약 정말 잘못한 게 있다면, 난 결코 단점을 감싸주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만약 잘못이 없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아. 우리 나 씨 집안사람들,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그 말에 장홍학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나계홍을 흘깃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유소봉에게 말했다. “이 놈이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그러자 유소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리를 비집고 나와 두소령
“됐어, 그럼 이젠 확실해졌네!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어!”장홍학은 두소령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더 이상 말도 말라고? 건방진 그의 태도에 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미간을 찌푸렸고,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불만스러운 기색이 있었다. “아저씨, 전 정말 그 사람 몰라요. 대학교 다닐 때부터 하루 종일 저한테 귀찮게 굴고, 저희 여학생 기숙사 입구에까지 찾아와서 손목도 베고, 저더러 여자 친구가 돼달라고 강요하긴 했지만 전 줄곧 한 번도 그 사람을 상대한 적이 없어요!”두소령은 나계홍을 바라보고는 급히 변명했다. 그러나 나계홍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장홍학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자, 이젠 모든 게 분명해졌어. 넌 유소봉의 약혼녀여야 해. 그러니 지금 당장 나한우와의 결혼식도 정리해. 그리곤 우리랑 같이 천산으로 돌아가서 소봉이랑 결혼을 올리고, 오늘 저녁같이 합방해!”“뭐라고요? 제가 대체 왜 저놈이랑 결혼해야 돼요? 전 저 놈 여자 친구가 아니라니까요. 대학 4년 동안 한 번도 말을 섞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낯선 사람이랑 합방해야 돼요? 천산이면 뭐가 대단한데요? 천산이면 평범한 여자를 빼앗아갈 수도 있냐고요? 저는 때려 죽어도 저 못생긴 변태 놈이랑은 함께 하지 않을 거예요!”두소령은 화가 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그 말에 유소봉은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쳤다. “두소령! 이 천한 년 같으니라고! 내가 너한테 꽃을 선물하기 위해 차까지 모두 팔았어! 그동안 내가 널 위해 바친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저놈이 나보다 잘생기고 돈 많다는 이유로, 나는 아예 무시하는 거야?”그 순간, 장홍학은 조용히 유소봉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소령은 한 번도 유소봉을 상대한 적이 없었다. “이젠 당신도 알아 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우리 조카며느리, 그동안 유소봉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의 여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나계홍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건
“그래? 그럼 만약 내가 네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면?”장홍학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차갑기 그지없는 누군가의 소리가 군중 속에서 울렸다. 이내 방금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일어나는 동시에 한 손으로 공중을 가리키더니, 순간 온 하늘의 먹구름이 갑자기 흩어지고 강심 광장을 뒤덮은 겹겹의 살기도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모두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강중의 상인들은 일제히 일어나 인사했다. “북양 왕을 뵈옵소서!”“한 선생님을 뵈옵소서!”“북양 왕을 뵈옵소서!”......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장홍학이 서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우선 나계홍의 앞에 다가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 대표, 더 이상 나설 필요 없어.” 나계홍은 급히 몸을 굽혀 말했다. “예, 한 선생님의 냉정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나계홍은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장홍학을 흘깃 보고는 한쪽으로 물러섰다. “한지훈?!”나무처럼 든든한 그림자를 가진 사람이라니. 하물며 며칠 전, 한지훈과 화산 11로의 놀라운 대전은 아직도 장홍학의 눈에 선했다. 그 일전을 펼칠 당시, 한지훈은 그야말로 마치 천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과도 같았다. 한 사람의 힘으로 11명의 천신계 고수를 감당해 내고는,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는 중상까지 입혔다. 이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천위인걸가? 비록 장홍학 역시 일성 천신계라고 하긴 하지만, 그는 경지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까지는 불안정했다. 설령 그에게 100년이란 시간을 더 주더라도 한지훈의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오로지 천산의 명예만 회복할 생각만 했을 뿐, 한지훈이 이 결혼식에 참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진작에 알았다면, 그는 방금 폭언까지 퍼부어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가문을 멸문시킨다는 건 쉽게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현재 역외 강자들은 아직 돌아오
제대로 얻어맞은 장홍학은 한껏 부은 얼굴을 가리고는, 이를 갈며 땅에서 일어났다. 순간 그의 몸에서는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폭발하였다. 온 하늘은 그의 위세에 의해 흔들리고 있었다. 비록 한지훈은 무적의 존재라 하긴 하지만, 장홍학은 엄연히 천산 서검원 부원장이다. 한지훈으로부터 연속하여 따귀를 두 대 맞았으니, 더 이상 그에게 남은 체면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 씨 집안에서 자라온 그는, 천산에 다다른 후에도 장 씨 집안과의 혈연 덕에 든든한 보호를 받아왔다. 그러므로 그의 따귀를 때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산의 수좌인 장로라 할지라도 그를 상대로 한 마디도 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이 감히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따귀를 때리다니, 그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장홍학의 기운이 폭발하는 순간, 하늘에는 즉시 먹구름이 잔뜩 끼었고 평온하던 강물은 곧바로 파도가 일어나게 됐다. 천신계 강자가 만약 온 기세를 폭발시킨다면, 일반인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칫했다가는 강중시 전체를 전멸할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장홍학은 극도로 화가 났고 심지어 이성까지 잃은 듯했다. 이내 그의 발밑에서는 살기가 솟아올라 한순간에 하늘까지 치솟았다. 곧이어 한 줄기의 눈부신 푸른빛 장막이 구름 위와 땅에 이르렀고, 그 빛은 멀리 천리 밖에서도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 한편 천산 서검원 장로인 여정풍은 지그시 그 광막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홍학인 건가?” “아놔, 금지령이 아직 해제되지도 않았는데 장홍학 이 녀석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게다가 이곳은 용국의 땅인데, 만약 선을 넘고 일반인에게 손을 대면 아마 수많은 사람들의 비방을 받게 될 거라고!”여정풍의 맞은편에 앉아 한창 담소를 나누고 있던 한 백발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 역시 천신계 강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손을 대면 강중조차도 순식간에 황량한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곳이
같은 시각, 천산서검원 안에서 한 젊은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고, 그의 시선은 강중 쪽을 향했다.이 기운은...... 너무나도 익숙했다.장홍학이 어째서 강중의 번화가에서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거지?!게다가 살기가 너무나도 짙었고, 만약 무고한 살육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확정된다면 천산이라 해도 그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무엇보다도, 아직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기에 용국의 정세 역시 여전히 불투명했다.앞으로 무종이 용국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데,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천산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올 것이었다!그는 옆에 있던 CCTV 영상을 켠 뒤 장홍학과 대치 중인 상대를 확인했다.그리고 그 인물이 한지훈임을 알아본 순간, 그는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오늘 장홍학은 필히 죽게 되겠군!장홍학이 검을 휘둘러 한지훈을 향해 공격을 한 순간, 한지훈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자 황금빛의 장막이 허공을 가르며 펼쳐졌다!그 장막은 장홍학의 검기를 단숨에 흡수해 버리며, 강렬했던 일격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천신계 강자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공격이었지만, 그저 허공으로 흩어지는 물방울처럼 미동조차 없었다.일순간, 주변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해졌다.지켜보던 사람들은 죽기는커녕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지 않았고, 이 광경을 본 장홍학은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그의 일격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단 말이지?!그는 떨리는 눈으로 황금빛 장막을 다시 바라보았고,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너…… 네놈이 공간 장벽을 쓸 수 있다고?!”장홍학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것은 분명 화산의 전수되지 않은 절기 중 하나이지 않은가!화산 제자들 중에서도 공간 장벽을 이토록 능숙하게 다루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그런데 한지훈은 단 한 번 손짓만으로 공간 장벽을 펼쳐 그의 모든 검강을 가둬버린 것이다
장홍학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황금빛 용이 그를 향해 내려꽂혔다!굉음과 함께 장홍학의 몸이 수백 미터나 튕겨 나갔고, 왼쪽 반신은 거의 폭발하듯 파열되며 피투성이가 된 채 땅바닥을 굴렀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연거푸 고개를 저었고, 공격 결과에 불만이 가득한 듯했다.그러나 그는 다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 장홍학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공포스러운 위압감이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세로 장홍학을 짓눌렀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몸의 절반이 피범벅이 되었음에도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한지훈의 힘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그와 교전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단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장홍학은 이제 막 일성 준천신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였고, 비록 신급 강자이긴 했으나 2초 만에 패배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검원의 낙장생조차도 차마 숨을 들이쉬지 못한 채 경악했다.한지훈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같은 등급의 강자를 상대로 순식간에 압도하다니?!“아까 나에게 선택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이제 알려주지. 난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아. 네놈이 누구도 죽일 수 없도록 할 테니까!”한지훈이 낮고 냉혹한 목소리로 말하며, 장홍학의 몸을 휙 들어 올려 앞으로 거칠게 던졌다!쿵 하는 소리가 들리며 충격으로 화강암 타일조차도 사람 모양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순식간에 광장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불과 몇 초 전만 해도 장홍학은 오만방자하게 군림하며 나씨 가문 사람들에게 협박을 일삼던 자였다.그러나 지금은?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마치 개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한지훈은 손가락을 오므려 가볍게 움켜쥐었고, 장홍학의 몸이 대형 구덩이에서 떠오르며 한지훈 앞으로 날아왔다!퍽! 장홍학은 한지훈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처박혔고, 그의 무릎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포에 질린 유 씨 부자는 인파 속으로 숨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 역시 숨을 삼키며
바로 그때, 한 노인이 허둥지둥 인파를 헤치고 뛰어와 다급히 한지훈에게 외쳤다.“한 선생님! 부디 홍학이 이번이 첫 실수라는 점을 감안하여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게다가 그는 천산서검원의 부원장입니다. 만약 여기서 그를 죽이신다면, 천산서검원의 체면에도 큰 손상이 갈 것입니다. 또한, 조정과 오대명산 간의 화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노인을 흘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오? 그런데 당신은 누구지?”노인은 황급히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말했다.“저는 동천서라 합니다. 천산서검원의 집사 장로지요. 며칠 전, 장 부원장이 하산할 때 미처 함께하지 못하였기에 그가 소인의 참언을 믿게 된 것입…”그러나 노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싸늘하게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오? 헛소리를 들었다고? 만약 오늘 내가 오지 않았다면, 나씨 가문은 과연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까? 천산서검원의 사람이 대로에서 여인을 납치하려 들다니, 이게 무도 대가가 할 짓인가? 혹시 오대명산의 도덕과 가풍이란 게 이런 것이었소?”“그것이…”동천서는 한지훈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고, 만약 한지훈이 없었다면 오늘 나씨 가문의 조카며느리는 분명 강제로 끌려갔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던 손님들 또한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이것이야말로 천산서검원의 횡포이지 않은가! “한 선생님, 우리 무림인은 본디 혈기가 왕성하니, 가끔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번만큼은…”“충동적이라고? 이걸 충동적이라고 할 수 있나?!”한지훈은 동천서를 차갑게 노려보았고, 그의 눈에는 살기가 스쳤다.그리고는 한 손을 등 뒤에 두고 장홍학을 가리키며 말했다.“천산서검원의 부원장이라는 자가 정말 하찮은 자들의 말에 휘둘렸을까?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아니,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해. 저 장 부원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은 결국
“예!”용월은 짧게 대답한 뒤, 즉시 전화를 꺼내 한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 뒤 한지훈의 명령을 그대로 전달했다.불과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수십 기의 중형 핵탄두가 일제히 발사되었고, 목표는 바로 천산서검원이 있는 방향이었다!“큰일이군! 모든 사람들에게 당장 서검원에서 철수하라고 알리게!”낙장생이 달리면서 필사적으로 외쳤다.그러나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천산서검원의 사람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왜 갑자기 철수해야 한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더구나, 천산서검원에는 엄격한 문규가 있어 각 전각 간에 함부로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설령 떠난다 해도, 어디로 가란 말인가?바로 그 순간, 공중에서 십여 개의 흰빛이 떨어졌다!“콰과광!”순식간에 십여 개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구쳤고, 하늘을 가득 메운 강렬한 섬광은 태양보다도 더욱 눈부셨다!그 빛이 사라졌을 때, 천산서검원이 있던 자리에는 오직 잿더미와 폐허만이 남아 있었다.거대한 폭발음은 멀리 떨어진 장홍학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렸다.그 순간, 그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지며 말을 잃었다.천산서검원이 자리 잡고 있던 거대한 산이 단 몇 초 만에 평지로 변해버렸다!오직 낙장생만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을 뿐, 천산서검원 내에 있던 자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그 광경은 전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생중계되었다.그리고, 오대명산 또한 경악했다!한 마디 말다툼에 핵무기로 천산서검원을 초토화시켰다고? 한지훈은 대체 얼마나 포악한 자란 말인가?!동천서는 이 광경을 보며 이를 갈더니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 일은 장홍학 한 사람의 잘못일 뿐인데 어찌하여 천산서검원의 천여 명 제자들까지 모조리 멸살한단 말입니까?! 뿐만 아니라, 천산은 본래 무종의 발원지 중 하나인데,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게 된다면 당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까?”이제 천산서검원이 사라진 것은 단순히 천산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오대명산 전체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었고,
역외 강자들은 원래도 호의를 베풀리 없었지만, 설령 장자진의 말대로 서천술이 정말 공심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한지훈은 절대 자신의 정혈을 넘겨줄 리 없었다. 그는 여전히 한 씨 집안 전체가 도살당한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했다. 그렇기에 한지훈은 언제나 자신이 충분히 강해야만 주변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원히 자신의 운명을 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었다. “그래? 좋아, 서천술이 정말 나랑 끝장을 보고 싶다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적어도 넌 그릇이 안돼!” 이내 더 이상 상대하기도 귀찮았던 한지훈은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 그 말을 들은 신 씨 어르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뚫어져라 한지훈을 주시하였다. 방금 그가 장자진을 때린 건 단지 도발이라 한다면, 지금은 서천술을 향해 직접적인 선전포고를 한 것과 같았다. “또 하고 싶은 말 있어?”한지훈은 차갑게 신 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 씨 어르신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장자진을 반쯤 죽일 정도록 때렸는데, 이 상황에 그가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뱉으려고 준비했던 그 말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럼 당장 꺼지지 못해!”한지훈은 차갑게 한마디 던졌다. 이내 신 씨 어르신은 급히 앞으로 나가 장자진을 일으키고는 허리 굽히며 말했다. “네, 저희 바로 물러가겠습니다!”그는 장자진을 부축하고는 조용히 한 씨 공관을 나섰다. 두 사람이 떠난 후에야 한지훈은 사람을 보내 다시 도청 전인을 불렀다. 곧이어 도청 전인은 한지훈에게 다가와 공손히 물었다. “주상, 저한테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난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온 시점은 언제였지?”도청 전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대답했다. “음... 약 100여 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에 저희 용국은 역외에서 돌아온 강자들의 음모에 의해, 8개 나라의 협공
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장자진은 다시 한번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내 스승님의 공심을 의심해?”“그리고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는 너랑 협상하러 온 게 아니야. 너는 마땅히 용국의 북양 왕으로서 용국을 위해 공헌해야 하는 거야. 설령 자신을 희생해서라도!”“그게 바로 너의 직책이지. 만약 방금 네가 한 그 말이 소문이 나기라도 한다면, 너는 용국 수억 명의 백성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거야!”장자진은 말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눈앞이 순간 깜깜 해나더니 이내 탁 하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는 한지훈의 따귀에 머리가 기울어진 채 몸이 날아가게 된 것이었다. “털썩!”장자진은 바닥에 넘어졌고, 그의 왼쪽 얼굴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자신을 희생하라고? 아니면 용국 백성들로부터 버림받을 거라고? 대체 누가 너한테 이딴 걸 가르친 거야?”“그럼 네 사부님은 그렇게 공심이 많으시다면서 왜 너를 희생시킬 생각은 하지 않는대? 설령 오늘 일을 퍼뜨린다 하더라도 용국 백성들이 네 뜻대로 움직일 것 같아?”“팍!”장자진이 일어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또 한 번 따귀를 후려쳤다. 두 번째 따귀는 첫 따귀보다도 소리가 더욱 우렁찼고, 심지어 입구에 서 있는 천검종 제자조차도 똑똑히 들었다. 장자진은 제대로 화가 났다. 필경 그는 역외 강자의 제자이기도 하고 게다가 그는 역외에서도 약간의 지위가 있었기 때문이다.한지훈 같이 의지할 데 없는 작은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명산 배후를 가진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그의 앞에서는 공손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감히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따귀를 때릴 수가 있는 건지?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려...”“팍!”한지훈은 다시 손을 들어 후려쳤다. “그래, 내가 널 때렸다. 왜?”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장자진을 흘겨보았다. “한지훈, 너 정말 용국에는 널 상대할 사람이 없다
“한지훈!”그 말을 들은 장자진의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했다. “설령 넌 준천신계 실력이긴 하지만, 역외 강자들의 대결은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 알기나 해? 다들 최소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들인데, 고작 네 실력으로 어떻게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를 이길 수가 있겠어?”“지금 네가 용국을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네 정혈을 내놓고 용국 역외 강자들이 이번 대결에서 상대를 이기도록 돕는 거야!”“이건 용국을 위해, 그리고 용국의 백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야!그리고 이건 나의 사부님 혼자만의 뜻이 아니라, 모든 용국 역외 강자들의 뜻이자 무종의 뜻이기도 해!”장자진은 시큰둥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그 사람들은 대체 뭔 근거로 날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건데?”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지훈!”그러자 장자진은 단단히 화가 났다. “네가 굳이 유럽 천신계 강자들을 피투성이로 만들지만 않았더라면, 용국은 이렇게까지 큰 화가 일어나긴 했을까?” “네가 알렉산더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유럽은 우리 용국과 손을 잡지 않았을까? 그리고 네가 화산 11로 중 8명이나 죽인 사실도, 역외에서는 이미 다 소문을 들었어! 그러니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야말로 네가 죄를 씻고 공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네가 정혈을 내놓기만 한다면, 이전에 네가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 역외 강자들은 더 이상 탓하지 않을 수도 있어!”장자진은 여전히 단호하게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 그가 보기에는, 서천술이 한지훈에게 건넨 조건은 이미 충분히 합리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정작 한지훈은 조건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감히 서천술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있다니. “한 선생님, 사실 장 선생께서 말씀하신 건 단지 한 방면일 뿐입니다. 저 역시 한 선생님이 용국의 북양 왕으로서 용국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민이 존경하는 북양 왕으로서도, 이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요?”신 씨 어
천검종의 두 제자가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굳이 나서서 막지는 않았다. 다만 동정 어린 표정으로 장자진과 진 씨 어르신이 함께 한씨 공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하… 저런 태도로 한지훈 선생님을 만나러 가다니, 죽으러 가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흥, 조금만 기다려 봐. 재미난 구경거리가 펼쳐질 테니까!”두 제자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한지훈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들이었고, 만약 장자진이 앞서 그렇게 거만하게 굴지 않았다면 한지훈이 굳이 그들을 문 앞에서 반 시간 동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장자진과 진 씨 어르신이 막 안으로 들어서자, 한지훈은 유유히 차를 음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를 본 장자진의 얼굴이 즉시 일그러졌고, 진 씨 어르신이 재빨리 장자진의 어깨를 눌렀다. 제발 화를 참으라는 신호였다.어디까지나 한지훈도 천신급의 고수였고, 반면 장자진은 고작 사성 천급 천왕계에 불과했다. 설령 그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한지훈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장자진은 내심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한지훈을 차갑게 노려보았고, 마침내 깊이 숨을 들이쉬고 분노를 가라앉혔다. 진 씨 어르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한지훈 선생님, 저는 천산파 진만곡이라 합니다. 그리고 이분은 역외 서천술 선배님의 제자 천산 장씨 가문의 장자진이라 합니다!”진 씨 어르신은 말하는 동안 거의 허리를 굽힌 채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고, 한지훈 앞에서 그는 감히 거만을 떨 수 없었다.“무슨 일이지?”한지훈은 눈을 들지도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장자진은 한지훈이 자신과 진 씨 어르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에, 결국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북양왕 따위가 뭐라고?!무종 전체를 둘러보아도 감히 그를 이렇게 대하는 자는 없었다!진 씨 어르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장자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오늘 너를 찾아온 것은, 내 스승님 서천술의 말을
고천덕과 낙장생이 동의한다고 해도, 문주의 허락 없이 이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이 살신을 천산으로 초대하는 것은 마치 늑대를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만약 협상이 결렬되기라도 하면 천산이 온전할 수 있을까?!“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겠군. 그럼 지금 바로 한지훈을 만나러 가도록 하지. 내 스승께서도 답을 기다리고 계시니!”말을 마치자, 장자진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진 씨 어르신이 따라 나가려 하자, 낙장생이 손짓으로 그를 불러 세우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가 어째서 천산에 있는 것이지?”“낙 원장님, 그 사실을 모르셨습니까? 세 시간 전, 장 선배님께서 막 오륙에서 돌아오셨습니다. 제가 그 소식을 듣고 즉시 그를 천산으로 초대했지요!”진 씨 어르신은 오륙과의 연락책이었으므로, 어떤 정보도 그의 귀를 피할 수 없었다.더군다나, 장자진 같은 신분이 천산 장씨 가문에 돌아와 놓고도 천산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천산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진 씨 어르신의 말을 들은 낙장생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 보아, 오륙의 강자들이 돌아올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그는 진 씨 어르신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가보게. 하지만 한지훈과 가급적 충돌은 피하도록 해라. 내가 보기에, 오륙의 강자들은 열흘 내로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그전까지는 우리 천산이 굳이 한지훈과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오륙의 강자들을 이용해 그를 제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진 씨 어르신이 즉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네, 잘 이해했습니다!”그리고는 급히 몸을 돌려 장자진을 따라 나갔다.몇 시간 후, 진 씨 어르신과 장자진은 한지훈이 머물고 있는 한씨 공관 앞에 도착했다.진 씨 어르신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장자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천검종 제자들에게 명령했다.“한지훈에게 당장 나와서 나를 맞이하라고 전하라! 오륙의 서천술 대인의 적계 제자 장자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진 씨 어르신이 한 젊은 남성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고천덕과 낙장생은 순간 멍해졌다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들이 맞이하는 대상은 당연히 진 씨 어르신이 아니었다.천산에서조차 진 씨 어르신이 이토록 큰 예우를 받을 만한 위상은 아니었다.분명, 그들이 예를 갖춰 맞이하는 것은 바로 그 젊은 남성이었다!“고 씨, 낙 씨, 자네들이 다 여기 있었구먼!”젊은 남성이 입을 떼자 그의 나이와 신분이 단번에 드러났고, 고천덕과 낙장생은 황급히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선배님, 어찌 직접 오셨습니까?”비록 그들은 천산의 원장이지만, 눈앞의 젊은 남성을 대할 때는 감히 거만할 수 없었다.이 젊은 남성의 이름은 바로 천산 장씨 가문의 장자진이었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신분은 바로 서천술의 직계 수제자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는 무종 각 문파에서 마음껏 행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륙의 오대 명산조차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어떻게, 자네들도 한지훈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냐?”장자진이 뒷짐을 진 채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렇습니다. 한지훈은 젊은 세대 중에서도 천신계에 도달한 강자입니다. 그의 정혈은 반드시 서 선배님께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또한 이번 대결은 오륙의 향후 수십 년 국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그래서 저희가 진 씨 어르신께 부탁드려, 한지훈을 천산으로 데리고 와서 자신의 정혈을 바치도록 할 것입니다!”낙장생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장자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흠, 내 스승께서도 같은 뜻이시다. 만약 그자가 이번 대결을 위해 조금이라도 희생할 수 있다면 우리 스승님께서는 그를 놓아주실 생각이시지!”“이전에 그가 저지른 행위들 또한 한 번쯤은 눈감아 주실 수 있을 것이다.”이 말을 듣자, 낙장생과 고천덕은 순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서천술이 천산의 일을 대신해 나설 리는 없었다.게다가 서검원이 멸문한 것도 불과 하루 이틀 전의 일이었고, 이
한지훈이 이 길을 걸어오면서 이토록 순조로울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깨달음 덕분이었다!한지훈이 눈을 감는 순간, 아득한 구천에서 쏟아지는 별빛이 그의 몸을 감싸며 무수한 기류가 그의 육체로 몰려들었다!강렬하기 이를 데 없는 힘이 한지훈의 몸속에서 점차 응축되기 시작했다!그 힘이 점점 강해질수록, 그가 호흡을 내쉴 때마다 주위 공간이 미세하게 요동쳤다!그러던 순간, 황금빛 장막이 한지훈을 완전히 감싸더니 무수한 공간 속을 끊임없이 넘나들기 시작했다!공간과 시간, 마치 모든 것이 어떤 신비한 힘과 단단히 결속된 듯했다!영역이다!한지훈의 뇌리에, 천생서문에 기록된 한 구절이 떠올랐다.진정으로 인간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영역이다! 이 영역은 단순한 검역도, 검기도 아니었다!오직 일정한 공간, 나아가 시공안에서 만물의 주인이 되는 것!즉, 그 영역 안에서는 모든 것이 인간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천상의 변화도, 기운의 흐름도, 심지어 만물의 생사마저도 오직 영역의 주인이 지배하는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 순간, 한지훈은 어떤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거대한 황금빛 장막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더니, 다시 구천으로부터 한지훈의 몸속으로 낙하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아홉 마리 황금빛 창룡이 솟아올라 하늘을 휘감고 맴돌았다!천지를 뒤흔드는 용의 포효가 메아리쳤고, 용월과 용운이 경악 어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아악!”그 신비한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한지훈이 포효했다!하늘 위, 아홉 마리 창룡이 일제히 소용돌이치며 치솟았고 광대한 기세가 폭풍처럼 하늘을 휩쓸었다!순식간에, 한지훈 일행의 머리 위 하늘이 붕괴되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만약 이곳이 깊은 산속이 아니었다면, 강중의 백성들은 이 이변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터였다!“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가라앉다니?!”용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아래 대지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자신이 허공에 떠 있음을 깨달았다.그 발밑에
한지훈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최근 무적천이 지나치게 조용했고, 심지어 무신종마저도 산문을 굳게 닫아걸고 문파의 모든 제자들이 산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이는 분명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한지훈은 줄곧 무신종의 일거수일투족을 은밀히 감시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입수한 정보라곤 무신종이 이미 봉산했다는 것밖에 없었다. “국왕 폐하,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결코 무적천을 가볍게 보지 않겠습니다!”그렇게 말한 후, 한지훈은 국왕 및 진우와 오랜 시간 논의를 거친 뒤 작별을 고했다.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그는 즉시 용운과 용월에게 연락을 취했고, 모든 천왕계 이상의 신룡전 사람들을 본부로 소집하라는 명령이었다.메시지를 받은 용운과 용월은 즉시 논의를 거쳐, 신룡전 소속의 모든 천왕계 강자들을 소환했다.현재 신룡전에는 천왕계 강자가 수십 명에 달했다.다만 그들의 경지는 아직 낮아, 대다수가 일성 준천왕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이성 현급 천왕계 이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러나 예전에 비하면, 전체적인 전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날 밤, 한지훈은 신룡전 본부로 복귀한 후 모든 이들과 함께 즉시 폐관 수련에 돌입했다.신룡전의 구성원들이 빠르게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한지훈은 자신이 최근에 깨달은 공간 비진의 구체적인 활용법을 모두 전수했다.또한 몇 가지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히 설명했다. 그날 밤, 신룡전 본부는 갑자기 황금빛 광채로 물들었고, 수십 개의 금빛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한지훈과 용운, 용월 세 사람은 한적한 장소를 골라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들 앞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작은 연못이 있었고, 달빛이 반사되어 수면 위에 은은한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치 자신의 온몸의 관절과 혈도가 알 수 없는 기운을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의 의식이 흐르자, 주변의 풀과 나무들조차도 생기가 넘치는 듯했다.사실, 천신 경지에 도달한 자만이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소리가 대전 안에 울려 퍼졌다!주자양의 손바닥이 궁녀의 얼굴에 맞자, 그 궁녀는 5미터나 날아가며 대전의 기둥에 부딪혔다.“너 같은 것이 감히 나에게 지시를 내리다니?! 내가 오늘 온 이유는 단지 국왕 폐하에게 한마디 전하려는 것이다. 18리 밖의 진가복이 바로 서 선배님께서 선택하신 장소다!”“국왕 폐하께서는 빨리 사람을 보내어, 경기장과 관람석을 준비해 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 선배님과 다른 강자들이 돌아왔을 때, 저는 물론 국왕 폐하께서도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될 것입니다!”말을 마친 주자양은 국왕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주자양이 대전 밖으로 걸어 나가자, 문 앞의 군사들이 그를 막으려 했으나 국왕이 손을 살짝 휘둘러 모두 물러가라며 지시했다.주자양은 돌아서서 국왕을 한 번 쳐다본 뒤, 냉소적인 소리를 내며 대전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이 장면을 본 진우는 격분하며 주자양을 쥐어뜯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지훈은 뒤에서 나와 주자양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마음 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국왕 폐하, 방금 그를 그냥 보내서는 안 되었습니다!”진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주자양은 단지 현급 천왕계 강자에 불과했는데, 한지훈이 나서지 않아도 진우만으로도 충분히 그를 처치할 수 있었다.그러자 국왕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주자양 하나 죽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유자양이나 이자양도 있을 터인데 우리가 그들을 다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리고 이는 오대 명산과 무종 전체의 태도를 반영한 것인데, 내가 그를 죽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국왕은 말을 마친 후 몇 명의 군사에게 의식이 없는 궁녀를 밖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그들의 의도는 모든 이가 알고 있습니다. 오대 명산과 역외 강자들이 이미 의견을 일치시킨 것 같으니, 그렇다면 제 의견은 이러합니다. 국왕 폐하께서는 최근 몇 주 동안 잠시 인내하시고, 기회를 기다리셔야 합니다.”“백성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