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두펑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군자는 이미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나 군자야. 10초 줄 테니까 당장 너희 이집트 원수한테 전화를 바꿔. 아니면 앞으로 3일 안에, 이집트를 아예 전복시켜 버릴 거니까!”군자의 무서운 경고에, 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 났다. 그는 말 그대로 무려 한 나라의 원수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룡전의 비육 총책임자로서, 그는 충분히 이 정도 능력과 자격이 있었다. 그렇게 5초도 안 되어 수화기 너머로는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자님, 안녕하세요. 저 카스트로입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전체 통화 과정은 스피커폰으로 켜져 있었고,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똑똑히 듣고 있었다. 짧은 한 마디 속에서도, 이집트 원수는 세 번이나 존칭을 썼다. “당신한테 단 5분의 시간만 줄게. 지금 당장 데클라 호텔 412호로 달려와. 1분이라도 늦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군자는 할 말을 마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순간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한편 나국화는 후회막심하며 한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로의 고위 관원이 충성하고 있는 이 사람이 뜻밖에도 한지훈의 수하였다니. 더 이상 한지훈과 얼굴을 맞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메이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내 2분도 안 되어 호텔 주위 전체는 수백 대의 헬리콥터로 포위되었다. 수백 대의 각종 전차는 모래 바람을 이끌며 데클라 호텔을 포위했다. 그중 001호라고 표시된 무장 헬리콥터 한 대는 빠른 속도로 호텔 꼭대기층에 착륙하였다. 곧이어 검은 옷의 경호원 몇 명이 흰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를 철저히 보호하며 4층까지 쏜살같이 달려갔다. “원수님!”“미친... 대통령이잖아!”눈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에 많은 이집트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났다. 하지만 놀라움은 그치지 않았다.
한지훈은 담담하게 물었다. “저... 잘못했습니다!”메이어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럼 자결해!”‘자결?’ 한지훈의 말에, 두펑은 두 눈에 불을 뿜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여봐라! 얼른 와서 자결을 도와!”카스트로는 심지어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내 뒤에 있던 두 명의 대통령 경호원들은 두말없이 권총을 꺼내 메이어의 머리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깜짝 놀란 나국화를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메이어는 순식간에 머리가 깨졌고 새빨간 핏물이 온 바닥에 흘렀다. “한 선생님, 이젠 만족하시죠?”카스트로는 은근슬쩍 한지훈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그러자 군자가 나서서 가로막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이 한 선생님이랑 악수할 자격이 있어?”머쓱 해난 카스트로는 훌쩍거리며 이를 악물고 다시 물러섰다. “아까까지만 해도 일을 크게 벌이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이 기회에 한번 제대로 크게 벌려봐야지!”한지훈은 두펑을 힐끗 보고는 다시 카스트로를 향해 말했다. “나한테 술 좀 따르지!”쾅! 그 말을 들은 나국화의 일행들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두펑 또한 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메이어는 한지훈에게 술을 권하라 하고, 한지훈은 그들 이집트의 원수더러 술을 권하라 하다니. “대통령 님, 안... 안됩니다!”두펑은 손을 떨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뭐가 안돼?”카스트로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두펑을 삿대질하며 말했다. “호국의 장로란 사람이 어쩜 이렇게나 멍청한 건지. 그동안 이집트가 어떻게 전쟁의 세례를 받지 않으면서 평화를 지켜왔는지 몰라?”“내가 술을 권하면 안 된다고? 그럼 네가 직접 가서 그 외국 군단들을 쫓아내 봐!”잔뜩 화가 난 카스트로는 두펑을 제대로 혼쭐 냈다. 이내 그는 몸을 돌려,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술 한 잔을 가득 따르고는 한지훈의 가까이에 다가가 공손하게 잔을 들어 올렸다. “한 선생님, 이집트를 대표하
“그럼 방금 메이어는 왜 통행증만 있으면 된다고 한 거죠?”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한지훈 선생님, 메이어의 통행증은 1층까지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제 통행증도 2층까지만 갈 수 있죠. 피라미드는 총 7층이라 저희가 가진 통행증은 모두 외곽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카스트로가 한지훈에게 설명했다.역시 그랬던 거군!한지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억지로 들어가면 어떻게 됩니까?”“그건 불가능합니다. 한지훈 선생님의 명성을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인왕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대제사에는 인왕이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백 년 동안 아무도 감히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겁니다!”카스트로가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다. 인왕이라고?!이는 하나의 경지를 뜻했지만, 카스트로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착각한 것 같았다. 이집트에 아직도 이런 존재가 남아 있다는 것인가? 이전에 한지훈은 한용에게서 이 세상에 인왕의 경지에 도달한 강자가 여전히 존재할 거라는 확신의 말을 들었었다. 만약 이 신비로운 피라미드 안에 그런 존재가 있다면, 굳이 무리하게 들어가다가는 일을 망칠 수도 있다!“카스트로 씨, 그렇다면 피라미드에 들어가려면 누구를 찾아가야 합니까?”“이게… 그 대제사들의 신분은 매우 보안이 철저해서 저희도 누가 대제사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래서…아마 선생님을 돕지 못할 것 같습니다!”카스트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집트는 정부와 종교가 완전히 분리된 국가였기에 정부는 종교를 규제할 수 없었고, 그 대제사들은 정부의 관할을 받지 않았다.카스트로는 당장 한지훈을 도와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그러지 못해 답답했다. 그렇게 되면 신룡전에서 그를 방치할 거라는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제사들은 하나같이 신비로웠으니, 어떻게 빠른 시일 안에 그들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한지훈이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자, 군자는 고개를 숙였다.오늘 대제사라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도 않고, 술을 마시라고 할 때는 안 마시다가 마시라고 하면 또 안 마시니, 이딴 식으로 감히 반항을 해!”그는 다시 술병을 들어 올리더니 진강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 “탁!”하지만, 술병은 곧 군자의 손에 정확히 붙잡혔다.그 모습을 본 남자는 멈칫하며 군자를 훑어보고는 소리쳤다. “넌 뭐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하는 건가?!”이때, 한지훈이 천천히 걸어 나와 진강 앞에 선 뒤 말했다. “너는 파용군 출신이다. 한 번 파용군은 평생 파용군이고, 남자라면 가슴을 펴고 살아야 한다!”“예!”진강은 침을 삼켰지만, 그는 여전히 머뭇거렸다. 진강은 알고 있었다, 비록 보스도 그의 아들이 못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도련님에게 반격이라도 했다가는 그의 이전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보아하니, 싸우는 법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군.”한지훈은 말을 하며 손을 들었고, 그 남자의 뺨을 내리쳤다. “짝!”맑은소리와 함께, 남자는 몸을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네, 네가 감히 날 때려?”남자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태어나서 이렇게 심하게 맞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때렸다면?! 용국인은 아무나 함부로 깔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한지훈 차갑게 말한 뒤 진강에게 시선을 돌렸고, 진강은 잠시 갈등하다가 술병을 집어 들고 남자에게 다가갔다.“틸라, 나도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어. 내가 눈에 거슬린다고 했으니 나도 이제는 관두도록 하지!”진강은 술병을 든 채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쨍그랑!”술병이 깨지며 붉은 와인이 남자의 머리에서 흘러내렸고, 남자는 머리를 감싸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진강! 너 두고 봐!”“짝!”틸라가 말을 하자, 진강은 곧 다시 그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대꾸했다. “내 앞에서 손가락질을 한 번만 더 하면, 네 팔을 부러뜨려버릴 테니까 조심해라!”틸라는 진강의 눈빛 속에서 섬뜩한 살기를 느꼈고, 그는 무서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나국화 일행은 한지훈과 그의 일행이 호텔을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원래라면 한지훈을 돕는 것이 자신들의 인생에서 공을 세울 최고의 기회였을 것이다.그러나 한지훈을 가볍게 여긴 그들의 태도로 인해, 그들은 인생에서 유일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한지훈 일행은 호텔을 떠나 진강의 안내로 그가 살고 있는 카로시의 작은 월세방으로 향했다.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말이 있듯, 매일 칼날 위를 걷는 삶을 사는 진강은 늘 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진강은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의 장소라며 안심시키듯 말했다.“사령관님, 여기라면 안전합니다. 사령관님과 양령아 씨는 우선 여기 머무르시고, 저는 제 부하에게 연락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 회사도 떠났으니, 그가 저를 여전히 도와줄지는...”진강은 내내 머릿속으로 고민했다.지금 자신이 다시 곤경에 처했는데, 이전의 부하들이 여전히 자신의 체면을 세워줄지는 알 수 없었다. 전화는 말할 것도 없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양령아와 한지훈은 난감한 표정으로 좁은 월세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침실 하나와 거실 하나뿐이었고, 침대도 하나뿐이었다.확실히 진강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못 오해한 듯했다.“저기... 진 선생님, 저와 한 선생님은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양령아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진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사… 사령관님,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양령아 씨를 위해 다른 거처를 마련하겠습니다!”그러자 한지훈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난 소파에서 잘 테니 양령아는 침실에서 자면 돼, 이게 더 안전할 거야.”그 말을 들은 양령아는 난처해하며 말했다. “한 선생님, 그럴 순 없어요!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한지훈은 자신의 우상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그를 이런 식으로 푸대접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
진강이 진지하게 물었다.“네,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할아버지께서 요즘 또 이상한 걸 만지고 계시니 조금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젊은 남자는 웃으며 말했고, 그는 한지훈 일행을 작은 마당으로 안내했다.그 마당은 용경의 사합원과 매우 비슷했지만, 주변 건물은 모두 황토로 지어진 단출한 구조였다.그중 한 방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고, 방 안에서 기묘한 읊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한지훈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마치 오래된 주문 같았으며 노인이 어떤 신비로운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듯했다. “한 선생님, 형님, 과일 좀 드세요!”젊은 남자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와 옆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고, 한지훈과 양령아에게 각각 오렌지를 하나씩 건넸다.이곳에서 과일은 상당히 귀한 물건이었고, 대부분 사막으로 이루어진 이집트에는 과일을 수입해야 했기에 가격이 매우 비쌌다. 젊은 남자가 진강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과일을 먹으며 진강은 옆 방을 가리키며 물었다.“네 할아버지는 매일 이런 걸 하시니?”젊은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음력으로 7월 16일에만 하시는데, 마침 오늘이 딱 그날입니다!”그러자 남자는 역법이 새겨진 석판을 꺼내 진강에게 내밀었다. 한지훈은 이 말을 듣고 눈썹을 더욱 찌푸렸다, 그가 말한 음력은 분명 용국의 농사력을 뜻했다.하지만 두 나라는 천리도 넘게 떨어져 있었는데, 용국의 역법이 어떻게 이집트에까지 전해진 거지?! 한지훈이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순간, 방 안의 불빛이 갑자기 꺼졌다.곧이어 70세에 가까운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방에서 나왔고, 겉보기엔 노쇠해 보였지만 한지훈은 단번에 그가 비범한 사람임을 알아챘다.적어도 일성 준천왕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었으며, 노쇠로 인해 경지가 떨어진 듯 보였다.“할아버지, 말씀드렸던 분들이에요. 이분은 저희 형님이시고, 이쪽은 한 선생님이십니다.”젊은 남자가 급히 다가가 노인을 부축하며 한지훈 일행을 소개했다.그러자 진강도
하데스 신전?!양령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르신, 실례지만 하데스 신전도 피라미드에 속하는 건가요? 그건 사신…”“명신이죠!”양령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지훈이 서둘러 바로잡았다.이집트에서는 하데스를 사신이라 부르는 것은 금기였고, 이는 이집트의 신에 대한 불경으로 여겨졌다! 전설에 따르면, 하데스는 명계를 다스리는 신으로 이집트 조상들은 자신들이 하데스와 봄의 여신의 후손이라고 믿었기에 명신이라 존칭해야 했다. 노인은 한지훈의 말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네! 다른 피라미드의 한가운데 있는 피라미드가 있는데, 그 피라미드가 바로 하데스의 신전이지.”“하지만, 만약 자네들이 찾고 있는 사람이 그 피라미드 안에 있다면 매우 어려워진다네.”“그 피라미드 안에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어떤 것도 가져갈 수 없어!”뭐라고?! 한지훈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노인의 눈빛은 매우 그윽했으며 마치 존경의 빛을 띠고 있는 듯했다.설마 그 피라미드 안에 인왕이 살고 있는 것인가?! 인왕 경지의 강자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한지훈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심지어 한용조차 인왕과 겨루게 되도 그 결과는 뻔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한지훈은 확실히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신계의 강자를 만난 적은 없었으니 인왕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어르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를 그 세 피라미드로 안내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한지훈이 매우 공손하게 물었다. “안내라…”노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가 답을 하려는 순간, 하늘에 갑자기 세 개의 거대한 불덩이가 치솟았고, 정확히 말하면 세 개의 거대한 화염구였다.수백 미터 상공에서도 얼굴만 한 크기로 보였으며, 가까이 다가오면 직경이 수 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다.세 개의 화염구는 바람을 가르며 한지훈과 노인이 있는 작은 마당을 향해 곧장 날아왔다.“건방진 놈들!”노인의 눈빛에서 한 줄기 날카로운 광채가 번쩍
노인은 마당 입구에 선 두펑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내 정체를 논할 권리는 네게 없다! 이 세 개의 화염구는 도대체 무슨 의미이지?!”확실히 노인은 두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제사장의 위엄을 가진 그는 몇 마리 하찮은 졸개들에게 기죽을 리 없었다.“별거 아닙니다. 당신이 제사장이니 우리 사이에 간섭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파라오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제사장도 나라의 적이 되고 싶지는 않겠죠? 그러니 순순히 저놈을 넘기십시오!”그는 손가락으로 한지훈을 가리킨 뒤 이를 갈며 말했다.역시나 한지훈의 예상대로였다. 두펑은 속이 좁아 원한을 밤새도록 품고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자네가 두펑과 원한이 있단 말이오?”노인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두펑이 어떤 인물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고, 보통 사람은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커녕, 얼굴 한번 마주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약간의 일이 있었습니다. 어르신, 제 생각에는 이 일을...”한지훈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노인은 그의 말을 가로막고 말했다.“두펑, 내 마당에 들어온 사람은 내 손님이다. 내 손님에게 무례를 범하는 것은 곧 제사장을 모욕하는 것이다!”“티차! 당신은 일성준천왕일 뿐이니, 너무 일을 그르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두펑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고, 삼성 지급 천왕계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강렬한 압박감이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의 엄청난 기세에 노인의 몸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사실 두펑이 결심하고 한지훈을 죽이려 한다면, 티차도 그를 막아낼 수 없었다.“두펑...”노인이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한지훈이 앞으로 나서며 노인을 등지고 선 뒤 담담하게 말했다.“두펑, 사실 당신이 호국 장로인 것을 봐서라도 당신을 죽이지는 않으려고 했다. 게다가 이미 당신에게 기회를 한 번 주었는데, 그런데도 그렇게 죽고 싶다면 기꺼이 소원을 들어주지.”한지훈의 말에 두펑은 처음엔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비웃기 시작했다. “네놈은
“네! 알겠습니다!”노 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드러났다. 한지훈은 이번만큼은 피해 가기 어려울 거라 확신했다. 설령 참석하든 안 하든 필연코 사신의 큰 화를 불러올 거라 생각했다. 흔쾌히 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그는 결국 무맹 종문의 수많은 강자들에게 의해 포위당하게 된다. 천신과도 같은 강자를 마주하게 되면, 한지훈은 감히 쉽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천신계 강자들은 침 한번 뱉는 것만으로도 한지훈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반대로 만약 한지훈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무맹에게는 맹주를 불경하게 대했다는 구실이 하나 생겨 단해룡이 종문 문주들을 거느리고 직접 한 씨 집안으로 향하여 죄를 물을 수도 있었다. 때가 되면 국왕도 한지훈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게 된다. 이 생각에 노 씨 어르신은 밖으로 나가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기에, 무맹은 손가락 하나로 세계 각지에 바로 초청장을 보낼 수가 있다. 그날 오후, 무종 대장로는 단해룡의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그는 열어보지 않고도, 단해룡의 의도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 “큰일 났네! 이 사람이 왜 갑자기 관문을 벗어난 거지? 은거하러 갔다고 하지 않았어? 어떡하지!”대장로는 초대장을 손에 쥔 채 왔다 갔다 하며 주위를 서성거렸다. “대장로님, 무종의 권위를 동원해서라도 이번 성회는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이때 옆에 있던 삼장로가 일어나 말했다. “취소?”그 말에 대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단해룡이 어떤 성질머리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잖아. 만약 우리가 감히 막무가내로 권력을 행사한다면, 그는 결국 국왕과 사당의 대립면에 서게 될 거라고!”“상대는 결코 무적천이나 장도령과는 달라. 무맹은 매우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그 자신 또한 장도령보다도 약하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어. 그는 자신이 강한 걸 잘 알기에 이렇게 제멋대로 일을 벌이는 거야!”“만약 정말 우리가 나선다면 나한테 일이 불리
단해룡의 나이에 설령 천산 대전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하더라도 그의 뜻대로 되기는 어려웠다. “저희 장 씨 집안과 천산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단 선생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말 한마디만 잘해주시면 천산은 필연코 장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 줄 것입니다! 그러니 단 선생님, 한 번만 눈 감아주시면 얼마든지 소원대로...”장천풍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단해룡은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큰 소리로 단호하게 외쳤다. “한지훈의 목숨을 바쳐 얼마든지 천산을 참배할 수 있다면 나야 흔쾌히 받아주지! 얼른 돌아가서 장 씨 어르신에게 전해, 장도령과의 친분을 봐서라도 반드시 이 원수를 갚을 거라고!”그 말에 장천풍은 차가운 눈빛으로 단해룡을 힐끗 보았다. 만약 천산의 입문 기회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단해룡은 진작에 이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내심 이 상황이 언짢았지만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내 장천풍은 주먹을 꽉 주고는 살짝 웃으며 단해룡을 향해 말했다. “단 선생님, 장 씨 집안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떠나가는 장천풍의 뒷모습을 보면서 단해룡도 내심 꿍꿍이를 하였다. 만약 정말 장천풍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지훈은 정말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단해룡은 장도령의 실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온 천하에 그와 맞붙을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얼마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단해룡은 성큼성큼 산 아래로 걸어갔다. 그렇게 반나절도 안 되어 단해룡은 무맹 본부의 대문 앞에 다다르게 됐다. 갑작스러운 단해룡의 등장에 무맹 장로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맞이했다. 노 씨 어르신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단해룡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맹주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저... 저희 그동안 정말 비참하게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노 씨 어르신은 울음을 터뜨렸고, 한지훈에게 따귀를 맞게 된 것부터 무릎 꿇은 사실까지 모두 털어놓았
단해룡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장씨 가문의 집사조차도 여러 관계를 거쳐야 그의 소식을 조금이나마 알아낼 수 있었다.몇몇 명산대천을 찾은 끝에야 마침내 망월봉에서 단해룡을 발견할 수 있었다.이때 단해룡은 비록 백 살 가까운 나이였으나, 겉모습은 여전히 마흔 살 정도의 중년으로 보였다.검은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길게 늘어졌고, 새하얀 연마복은 먼지 하나 묻지 않아 고결함을 풍겼다.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단해룡은 천천히 눈을 뜨며, 종소리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장천풍인가?”“단 선생님, 과연 귀가 밝으십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 발소리를 기억하시다니요!”장씨 가문의 집사 장천풍은 멀찍이 단해룡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장 형이라면 바쁜 사람일 텐데, 어찌하여 이 산골까지 나를 찾아온 것이오?”단해룡은 여전히 앉은 자세를 유지하며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단 선생님,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장천풍은 한 손을 등 뒤로 하며 단해룡에게 말했다.“오? 무슨 일이오?”단해룡은 약간의 의구심을 띤 채로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장씨 가문은 용국에서 손꼽히는 명문으로, 심지어 국왕조차도 장씨 가문의 체면을 고려해야 할 정도였다.그런 장씨 가문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단 선생님, 하루 전에 장도령이 한지훈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했습니다. 우리 장씨 가문은 비록 그 어린 녀석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천신계의 금령은 단 선생도 아시다시피 절대 어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에는 우리 장씨 가문의 원로들이 직접 나설 수 없습니다!”장천풍은 장도령이 왜 죽임을 당했는지를 간략히 설명했고, 단해룡은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한지훈이라는 이름은 몹시 생소했고, 그는 수년간 망월봉에서 고독한 수련에 몰두했다.하지만 그는 천신 경지만 남겨두고 있었고, 이 한 걸음을 돌파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단해룡은 이미 무맹에 맹
도청전인이 말한 천왕은 단순히 경지의 높낮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현재 한지훈이나 이전의 장도령, 그리고 무적천과 같은 인물처럼 무도와 진법을 융합하여 진정한 천왕의 위엄을 가진 거물을 뜻했다!이들 세 명이 단해룡에게 단숨에 제압당했다는 사실은 그의 실력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한두 명이라면 운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세 명 모두가 순식간에 패배했다면 이는 실력으로 압도당한 것이다.“오호라?”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전인을 바라보았다.“이 세 사람은 만약 한용 선배가 계셨다면 들어보셨을 겁니다. 강한 한 명은 두자산, 또 한 명은 진망해, 마지막 한 명은 70년 전 용국의 정상에 서 있던 강한생이라는 인물들입니다!”“이들 모두 당시 무맹 장로와 적대하여 무맹으로부터 추격을 받았던 인물들입니다. 따라서 무맹의 많은 사람들을 반격해 처치했던 강자들이었죠. 하지만 강한생이 무맹의 부맹주를 죽이면서 결국 큰 화를 초래했습니다!”“단 3일 만에, 그들의 시신은 무맹 본부 바깥의 깃대에 걸렸고, 머리에는 수은이 채워져 미라처럼 처리되었고, 지금까지도 무맹 본부의 문 앞에 높이 걸려 있습니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단해룡은 함부로 건드릴 상대가 아니죠. 심지어 무적천조차도 그와 적대하지 않으려 했으니까요. 이것이 왜 수십 년 동안 무신종과 무맹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해 온 이유입니다!”도청전인의 말을 듣고, 한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단해룡은 정말로 강력하고 위험한 적수임이 분명했다.“즉, 무적천조차도 그를 상대로 절대적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거군요?”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도청전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적어도 그 당시에는 그랬다.하지만 지난 70년 동안, 무적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마찬가지로 단해룡 역시 수십 년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췄으니, 그의 현재 실력을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웠다!“알겠습니다! 이건 선생님께 드릴 테니, 시간이 날 때 꼼꼼히 읽어보도록 하세요.”
도청전인은 한지훈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을 데리고 서재로 들어왔다.“한천왕님, 북명종 윤지성입니다. 예를 갖춰 인사드립니다!”중년 남성은 한지훈에게 깊숙이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도청전인에게 들었는데, 윤 선생께서 저와 상의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던데요?”한지훈은 윤지성을 바라보며 물었고, 윤지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한 선생님, 방금 전에 장도령을 직접 처단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덮으며 윤지성을 바라보았다.“장도령 그 자체야 큰 문제가 아닙니다만, 장씨 가문을 적으로 돌린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장씨 가문은 분명히 분노할 것이고, 한 선생님께서 모를 수도 있지만, 장도령에게는 비밀리에 친분이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자의 실력은 장도령을 훨씬 능가합니다!”“게다가 장씨 가문이 분노하면 이 사람은 반드시 한 선생님을 찾아올 겁니다. 비록 선생님께서 장도령을 이겼지만, 이 사람은 장도령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입니다!”윤지성이 담담히 말하자, 한지훈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게 누구란 말입니까?”그는 자신이 막 위험에서 벗어나 다시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매일 이렇게 사람을 상대할 시간도 있을 리 없었다. “무맹의 맹주, 단해룡입니다!”윤지성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맹의 맹주라니?!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맹은 무종과 거의 동등한 권위를 가진 민간 조직이었다.그 맹주인 단해룡은 신비로운 인물로, 그의 행적을 본 사람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실력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단해룡이 이미 천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추측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세속적인 일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당신 말은, 단해룡이 직접
처음에 강우연은 한지훈의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눈은 점점 더 크게 뜨였다.여전히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적어도 내용을 세 부분 중 한 부분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특히, 한지훈이 팔을 들어 살짝 휘두르자 흰빛의 광채가 번쩍이며,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이 내려치는 장면을 보고, 강우연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게... 당신이 자기장을 이용해서 한 건가요?”강우연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 하지만 처음에는 자기장에 대한 제어 능력이 약해서 이런 효과를 내기 힘들지. 게다가, 진법의 도움으로 이 자기장의 에너지를 증폭시켜야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어!”한지훈은 설명하며 삼절진의 핵심 원리를 강우연에게 설명했고, 그의 설명을 듣고 난 강우연도 점점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특히 진법에 대한 강우연의 이해력은 남달랐으며, 한지훈이 단 한 번 설명했을 뿐인데 그녀는 그 핵심을 완전히 꿰뚫어 이해했다!“그렇다면, 이른바 진법이란 의념과 자기장 사이의 연결이라는 거네요. 서로 연결만 된다면, 자기장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거죠?”강우연은 말을 이어가며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그러자 보이지 않는 힘이 손끝에서 발산되며, 몇 미터 떨어진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물론, 이런 정도의 파괴력은 전신 경지의 강자들에게는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강우연에게는 충분히 큰 진전이었다! 첫 번째로 진법을 활용한 시도에서, 그녀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여보, 이…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강우연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 지금 단계에서 이 정도면 정말 잘한 거야. 처음엔 이런 감각이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그 자신도 처음 금용의 심장을 얻었을 때는 단순한 환영 진법만 구사할 수 있었다.이 진법은 모든 진법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불과했고, 강자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한지훈
문밖에 있던 상업계의 거물들이 무려 반나절을 무릎 꿇고 있었다.진우가 떠나는 순간, 도청전인이 한지훈을 대신해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 가도 된다! 우리 가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상인은 상업에만 전념해야 하며 아첨이나 권세를 따르는 데에 마음을 두어 선 안 된다고 하셨다!”말을 끝낸 도청전인은 소매를 뿌리치고는 곧장 별장으로 돌아갔다.그제야 상업계의 거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도청전인이 했던 말을 기억할 리 없었고, 어쨌든 오늘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대의 성과였다.강우연은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돌아서서 한지훈에게 말했다.“오늘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방금 전에도 내가 다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니까요!”“장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우리를 괴롭히지 않겠죠?”조금 전, 한지훈과 장도령이 싸우는 동안 강우연은 2층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그 장면들을 모두 그녀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동시에 그녀의 인식은 완전히 새로워졌다.무도라는 것이 하늘과 땅을 좌우할 수도 있다니!천지의 기상마저 무도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강우연의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장씨 가문이 어떻게 나올지 그는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적이 오면 맞서 싸우면 되는 법, 이미 원한을 맺었으니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두려움은 오히려 상대에게 약점이 될 뿐이었다!“장씨 가문이 어떻게 하든 그건 그들의 문제야. 요 며칠 당신 몸 상태는 좀 어때?”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잡고 함께 침대 옆에 앉으며 물었다.사실, 갓 아이를 낳은 강우연은 지금쯤 몸이 매우 약해져 있어야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그녀의 몸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하루 남짓의 시간 동안, 강우연은 이미 삼성 지급 전신 경지의 힘을 되찾은 상태였다.“느낌이... 임신했을 때보다 더 힘이 넘치는 것 같아요. 기운도 훨씬 좋아졌고요. 저도 참 이상해요. 원래라면 아이를 낳고 한 달은 조리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노 씨 어르신은 한지훈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의 몸을 꿰뚫고 있는 것을 느끼며,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한지훈 앞에서 열 번 넘게 머리를 조아렸다.한지훈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노 씨 어르신은 움직이지 못하다가, 한지훈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비로소 고개를 들어 올렸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노 씨 어르신, 보아하니... 당분간은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겠군요.”이때, 임천덕이 군중 속에서 나와 노 씨 어르신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그를 일으켰다.임천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존재가 한지훈에게 드러날까 두려워 숨어있었고, 한지훈이 떠난 후에야 그는 군중 속에서 나타났다. “흥! 네 사람들을 시켜 장도령의 시신을 거둬라! 그리고 천산으로 돌려보내도록!”노 씨 어르신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명령했다.“알겠습니다!”임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자들에게 장도령의 시신을 수습하라고 지시했다.별장으로 돌아온 후, 대장로는 발을 구르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아이고! 북양왕, 너무 감정적으로 나섰군요. 장도령이 죽든 말든 큰일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일로 인해 국왕 폐하와 5대 명산 간에 틈이 생길 게 분명합니다!”“대장로님, 말씀은 이해합니다만, 5대 명산은 늘 은둔 생활을 하며 심지어 용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방관했던 걸 기억 못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멀리 갈 것 없이, 오국 연합군이 용경을 공격했을 때, 5대 명산이 천왕급 인물 한 명만 내보냈어도 순식간에 백성을 수렁에서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 일은 무엇입니까?!”“그저 방관했을 뿐입니다!”한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면, 이들은 이익을 쟁취할 때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독점하려 듭니다. 용국의 국운이 다시 일어나는 지금, 화산이 동방 오우를 세상으로 내보낸 이유가 단순히 동방 가문의 복수를 위함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5대 명산 같은 존
한지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어진 적색 장총이 가볍게 흔들렸다.푹!한 줄기 핏물이 장도령의 뒤통수에서 튀어나왔다.장도령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대장로는 뒤를 돌아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더니 두 눈을 꼭 감았다.이제 국왕과 5대 명산 간의 균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장씨 가문은 필히 5대 명산을 선동하여 한지훈과 대립하려 할 것이고, 국왕은 결코 한지훈을 외면하지 않을 터였다.양측이 다시 화합할 수 있다는 희망은 이제 단지 아름다운 꿈이 되어버렸다.노 씨 어르신을 비롯한 이들은 멍하니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다, 잠시 후에야 모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이 시점에서, 그들은 더 이상 한지훈과 적대할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예전에는 자신들 뒤에 있는 세력을 의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장도령조차 한지훈의 손에 죽고 나니, 이제 그들은 누구도 의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반대로, 무맹의 장로인 노 씨 어르신조차도 앞으로 한지훈을 보면 피해 다녀야 할 처지였다.더욱이 장도령의 죽음은 반드시 무맹에 즉각 보고해야 할 일이었다.한지훈이 과거 노 씨 어르신과의 원한 때문에 무맹에게 복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성 천급 천왕에 불과했던 한지훈이, 순식간에 오성 용급 천왕 중에서도 최고라 칭해지던 장도령을 쓰러뜨릴 줄이야!오늘의 전투를 통해, 한지훈의 이름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천신 경지의 강자가 나오지 않는 한, 한지훈은 사실상 천하무적과 다름없었다!그의 조정에서의 신분이든, 무종에서의 지위든, 오늘 전투로 인해 전례 없는 높이까지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무신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문파가 이제부터는 한지훈의 눈치를 보며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한 천왕을 뵈옵니다!”노 씨 어르신이 가장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극도로 공손하게 말했다.다른 이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지훈 앞에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천왕!이것은 단순히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