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나 이대로 죽는 거 아니지? 아빠... 아빠 보고 싶어. 나 진짜 아빠 있는 거 맞지? 나 이렇게 아프면... 아빠가 나 보러 와줄 거지? 흑흑...”눈물범벅인 얼굴의 강우연이 온통 피로 물든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부여잡았다.“그럼. 아빠 분명 오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 고운이 조금만 더 힘내자, 응?”아이를 겨우 달랜 강우연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5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던 그 번호를 눌렀다.“한지훈, 나... 강우연이야. 고운이가... 고운이가... 우리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 우리 고운이... 정말 잘못 되면 어떡하지? 지훈아, 제발... 제발 우리 고운이 보러 와주면 안 돼? 네가 너무 보고 싶대.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제발 돌아와줘. 너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건데.... 흑흑흑...”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의 가냘픈 등이 슬픔으로 파르르 떨렸다.한편, 수화기 저편. 봉장대(封將台) 위에 서 있던 한지훈의 손이 살짝 떨렸다.눈앞에 모인 십만 병사들의 얼굴이 순간 흐릿해졌다.오늘은 10년에 한 번씩 거행되는 용국(龍國)의 봉장대전, 단 30만 명의 파용군을 이끌고 8국 연합 100만 대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한지훈을 5대 구역 중 하나인 북양구 장군으로 봉하는 자리이기도 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기뻐야 할 순간이지만 5년 만에 걸려온 전화를 듣는 순간, 한지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다급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들리는 건 차가운 연결음뿐...‘안 돼...’그리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로 앞둔 그 시각, 한지훈은 수많은 대신들과 장군들이 지켜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산을 달리고 또 달렸다.그 모습에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봉장대전, 가문의 명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광스럽고 빛나는 자리, 그 자리를 제쳐두고 어딜 가는 걸까? 그것도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쿠궁!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내달린 한지훈이 산발치에 세워둔
한편, K대 대학병원.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또각또각.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이게 어디에 손을 대!”짝!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같은 시각, S시 공항은 완벽하게 봉쇄된 상태, 세계를 놀라게 만든 3대 신의가 동시에 도착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이에 S시 시장 소지성과 재계 1위 이안그룹 대표 이한승을 비롯한 각계 유명 인사들이 공항 VIP 휴게실에 모였다.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하여 신의 손, 화타의 환생이라고도 불리는 3대 신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 재벌그룹 회장들은 줄을 섰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의 진료비용에 몇 년 뒤로 밀려있는 웨이팅 때문에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든 인물!그런 그들이 S시를 방문했다니 어떻게든 연이 닿지 않을까 싶어 모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가장 앞에 선 소지성과 이한승이 감격에 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손강수 신의님, 하시윤 신의님, 이나희 신의님. 저희 S시를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소지성의 인사 따위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세 사람은 초조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우우웅!그리고 그 순간, 군용 지프차 세 대가 총알처럼 달려오더니 군복 차림의 용육, 용칠, 용팔이 각기 차에서 내렸다.시장이니 재계 1위 그룹 회장이니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모습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시장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신의님들이 이렇게 떠나시다뇨. 방금 전 그 군인들은 뭡니까?”시의원 송호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소지성 시장 역시 잔뜩 굳은 표정이다.군 장교 출신인 그는 방금 전 세 군인의 차림새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북양구 파용군 소속이 왜 여기에.’“어서 사람들을 보내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세요. 단, 저들이 하는 짓을 막아선 안 됩니다. 그저 상황 보고만 하시면 되는 거예요.”소지성이 송호문에게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송호문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려는 소지성에게 물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거예요?”“장군님한테 가봐야겠습니다.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요.”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지성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한편, 파용군 비밀 임무 수행
“사령관님, 이제 저흰 어떡하죠? 파용군이 S시에 나타나면 상황이 복잡해질지도 모릅니다. 기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홍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한편,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침묵하던 서효양이 말했다.“어서 원로님들에게 이 사실을 아려. 그리고 참모장 자네는 직접 S시로 가봐. 최대한 빨리!”스크린을 통해 파용군의 위치를 다시 확인한 서효양이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S시 시장 연결해. 앞으로 30분마다 S시의 상황을 보고한다. 한민학 군단장더러 직접 움직이라고 해. 이번 일 제대로 못해내면 다들 옷 벗을 각오해야 할 거야!”퍽!분노에 찬 서효양의 펀치와 함께 의자가 산산조각 났다.한편,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S시는 거센 폭풍을 앞둔 바다처럼 기이한 고요함을 풍기고 있다.S시 교외의 한 별장.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기댄 한지훈의 얼굴이 보인다.극도의 흥분과 분노로 인해 과거 전투에서 입은 내상이 다시 도져 피까지 토하며 쓰러진 한지훈이었지만 3대 신의인 손강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사령관님, 더 이렇게 흥분하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제가 아니라 정말 화타님께서 환생하신다 해도 사령관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이미 환갑을 넘긴 손강수가 금색 침을 집어넣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고맙습니다.”아직 무리를 하면 안 된다는 손강수의 말에도 한지훈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제 딸... 우리 고운이는 어떻습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두 분께서 치료를 하고 계시니 아가씨께서도 무사히 깨어나실 겁니다.”손강수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의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듯 한지훈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터벅터벅.한고운이 누워있는 방 앞에 도착한 한지훈은 혹시나 아이가 깨어날까 훨씬 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곱게 잠든 한고운을 보니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었다.“우리 고운이 괜찮은 거
송호문의 분노에 조명한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병원에서 신고를 받고 밤새 CCTV까지 뒤져가며 용의자들 위치를 파악했다.사망자가 워낙 많은 큰 사건이다 보니 이번 일만 깔끔하게 해결하면 특진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그런데... 칭찬은커녕 불호령이라니.‘게다가 왜... 오히려 저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눈치지?’“청장님, 저희 용의자 체포하러 온 겁니다. 전체 철수라뇨. 그게 지금 말이됩니까? 저 자식들 7명이나 죽인 흉악범들입니다!”송호문의 말에 반박하며 조명한은 한지훈 일행을 힐끗 바라보았다.‘방금 전, 내가 느꼈던 건 분명히 살기였어. 청장님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셨다면 정말 총격전이 벌어졌을지도 몰라!’“조명한, 너 미쳤어? 네가 뭔데 나대! 너만 경찰이야? 너만 경찰이냐고! 좋게 말할 때 당장 철수해, 알겠어?”송호문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시장님 특별 지시란 말이다, 이 자식아! 너나, 나나 자리 보전하고 싶으면 제발 내가 시키는대로 하라고!’비록 송호문 본인도 한지훈의 진짜 정체는 물론, S시까지 온 이유를 알지 못했으나 소지성 시장을 그렇게까지 벌벌 떨게 만들 사람이라면 결코 그가 상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보군요. 정의감에 심취한 경찰이 일으킨 해프닝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송호문은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지만 한지훈의 차가운 얼굴에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다리마저 후들후들 떨려오기 시작했다.정말 강제 진압이 진행되기 전에 달려왔으니 망정이지 단 몇 초라도 늦었더라면 조명한을 비롯한 경찰특공대 팀 전체가 전멸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며 두려움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워나갔다.이때 한지훈 대신 용일이 앞으로 한발 나서며 비아냥거렸다.“하, 일개 경찰특공대가 이런 짓을 벌여요? 정말 미치신 겁니까?”분명 존댓말이지만 단어 하나하나 사이에 박혀있는
바로 전화를 끊은 한지훈의 주위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긴 다리를 번쩍 들어 지프차에 탄 한지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난 북양 총사령관 자리를 포기한다. 앞으로 난 군과 그 어떤 관련도 없는 민간인이야. 그리고 신룡전 애들한테 전해. 최대한 빨리 S시로 이동한다. 그리고 용오, 용육, 용칠, 용팔. 너희들은 산장에 남는다.”“사령관님, 정말 전역하실 겁니까?”용일이 다급하게 물었다. 북양왕, 현 시대의 가장 뛰어난 명장, 용국의 상징이자 8대 용장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 이대로 모든 걸 버린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앞섰다.“그래. 이미 결정한 일이니 더 이상 토달지 마. 타워 팰리스로 출발한다.”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한 한지훈이 거세게 엑셀을 밟았다.‘우연아, 조금만 참아. 내가 곧 갈게. 이제부터 넌 내가 지킬 거야.’이에 용일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용일,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용이 역시 죽을 때까지 사령관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몸, 저도 파용군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신룡전 소속으로서 사령관님을 모시겠습니다!”뒤이어 용일부터 용팔까지 모든 8대 용장이 파용군의 직책을 내려놓고 오로지 신룡전의 8대 용장으로서 한지훈을 보좌하기로 선포한다.신룡전, 비록 파용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 비밀 조직일 뿐, 공식적으로 군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곳, 국가가 아닌 오직 한지훈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힘들 결정일 텐데 기꺼이 그의 뜻에 따라준 8대 용장을 바라보던 한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용국의 가장 신비로운 곳, 용각.경계가 삼엄한 내각 대청의 원탁에 네 명의 중년 남자가 앉아있다.전화기를 내려놓은 신한국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휴, 어쩜 나이를 먹어도 변하는 게 없니. 여전히 고집불통이군.”“왜요. 저쪽에서 먼저 끊은 겁니까?”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 금테
눈물 범벅이던 강우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저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정말 환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스럽기마저 했다.가장 절망스러운 순간, 5년 동안 수없이 그리워했던 그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이 상황을 인지한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드디어... 드디어 왔네요. 드디어...”한지훈은 품에 안긴 가냘픈 그녀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확연히 마른 몸이 그 동안의 고생을 말해 주는 듯했다.강우연의 눈물과 핏방울을 닦아주던 한지훈의 눈동자는 그녀의 총상을 발견하고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심장과 단 몇 센치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정말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살의가 치솟았다.“으악, 으흑흑...”한편, 김태우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양예나의 등을 다시 꾹 밟았다.비록 등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양예나는 감동의 미소와 함께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몇 미터나 되는 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강우연을 구하던 그 모습, 마치 영화속 멋진 남자주인공, 동화속 왕자님처럼 비현실적이었다.그와 동시에 양예나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설마... 저 남자가 고운이 아빠?’“우연아, 드디어... 드디어 만났구나. 축하해. 이제 저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게...”속삭이듯 이 말을 내뱉은 양예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스르륵 눈을 감았다.“탕!”김태우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 양예나의 두 다리를 관통했다.“꺄아악!”양예나의 비참한 비명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태우는 저 멀리 서로를 안고 있는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며 악을 썼다.“당장 잡아! 저 자식들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오라고!”저벅저벅.발걸음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우고 김
도검과 곤봉을 든 수백 명의 장정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그들의 기세에 강우연은 그 자리에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데도 강우연은 어깨가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며 연약한 몸으로 한지훈의 앞을 막아서 그를 보호하려 했다. 그녀는 손에 중절모를 들고 파이프를 피는 중년 남자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제 잘못이에요. 이 사람은 풀어주세요! 제가 다 책임질게요... 제발요..."다리 힘이 풀려 스르륵 쓰러지는 그녀의 어깨를 따뜻한 손이 감싸주었다. 그녀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화가 난 얼굴을 한 한지훈을 보면서 말했다."뭐 하는 짓이에요! 김씨 가문의 김정학 어르신이에요. 어르신의 수하만 몇천 명이에요, s 시의 탑4 재력가중의 한 명이세요. 당신이 상대할 사람은 아니니 먼저 고은이를 데리고 이 자리를 떠나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한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주면서 말했다. "자기는 내 사람이야, 내 여자가 누구 앞에 무릎 꿇고 비는 걸 볼 수 없어.""아! 삼촌... 삼촌... 살려줘요! 제발요..."피투성이가 된 김태우가 김정학을 향해 울부짖었다. 김정학은 그런 김태우를 쓸쓸한 눈빛으로 보았다. 너무나 비참한 모습을 한 조카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몸에 치솟았다."감히! 내 조카를 건드려?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보군?"한지훈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우연을 자기 쪽으로 끌어안으면서 말했다."당신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이놈!"김정학의 분노한 소리에 뒤에 있던 수백 명의 수하들이 도검과 곤봉을 꽉 쥐어 올렸다. 김정학의 한마디면 한지훈과 강우연을 흔적도 없이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앞에서 두 눈 똑바로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은 처음이군. 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주겠다. 하나는 무릎 꿇고 빌게 된다면 사지를 못 쓰게 만드는 거로 끝내겠어. 다른 하나는 너와 이 여자 둘 다 죽는 거야."김정학의 말을 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사실 한지훈은 내심 이미 대처 방안이 있었다. 방금 한지훈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중의 한 단락 내용을 떠올렸다. 다만 이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종래로 이것이 하나의 살인 수법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경계든지 실력이든지, 한지훈은 어느 하나 우세인 점이 없었다. 유일한 승리 수단은 오직 교묘한 수법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있어 쉽게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지훈의 사전에는 패배란 없었다. 방금 한지훈과 주먹을 맞부딪힌 허 노인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 팔이 저려났고 게다가 가볍게 떨리기도 했다. 보아하니 눈앞의 이 어린 청년은 정말로 대단한 강자였다. 단 4성 천왕계의 실력만으로도 자신에게 압박을 줄 줄은 몰랐다. 허 노인에게는 3대 수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몸을 움츠리고 자취를 감추어 귀신보다도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덮치는 것. 두 번째는 손바닥을 자유자재로 놀려 아예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그의 용호 주먹이었다. 그의 주먹의 위력은 작은 산 하나도 옮길 수가 있었다. 그러나 방금 꽤 기나긴 대결을 펼친 허 노인은 이미 거의 전력을 다한 상황이었다. 반면 방금 땅에 떨어지게 된 한지훈은, 다리는 부러지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적지 않게 다치기는 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기색을 보니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그 모습에 허 노인은 더욱 놀랐다. 사실 한지훈은 보기와 다르게 전혀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허 노인과 주먹을 맞부딪힌 후로, 당연히 다리에 무리가 가 한지훈은 식은땀을 몰래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오늘의 재난을 피할 수는 없게 될 테니까. 아무리 아파도 그는 반드시 참고 허 노인을 물리쳐야 했다. "어르신 손재주가 좋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이 주
’무맹에는 역시나 인재들이 많았어.’ 한지훈은 내심 독기를 품었다. 이미 그의 뒤쪽은 바로 링의 가장자리였고 아래쪽은 줄지어 늘어선 총칼들이 가득하여 당장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사 링에서 뛰쳐나온다 하더라도 칼 끝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호장법!" 곧이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꺼내 허 노인의 손바닥을 향해 찔렀다. 그제야 마침내 한지훈과 맞붙게 된 허 노인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아직 실력이 미숙하네!" 이내 허 노인은 몸을 한쪽으로 기울고는, 매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한지훈의 목구멍을 잡았다. 그러자 한지훈은 급히 수법을 철회하고는, 오릉군 가시로 방어에 나섰다. "땡!" 바로 그 순간,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렸고 한지훈은 한껏 떨리는 손으로 오릉군 가시를 꽉 잡았다. 허 노인의 위세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한지훈은 처음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가 이렇게 약하게만 느껴졌다. 전혀 당해낼 수 없는 그 힘에 한지훈은 좀 놀랐다. "잘 봐!" 곧이어 허 노인은 큰 소리와 함께, 단 한 손으로 한지훈의 가슴을 내리쳤다. 두 사람의 대결을 마주한 많은 사람들은, 이미 허 노인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에 반면 한지훈은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찬가지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노 씨 어르신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떠나기 전에 미리 덫을 준비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오늘 정말 한지훈한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할게 뻔했다. "어르신, 상황을 보아하니 몇수만 더 펼치면 한지훈이 곧 패할 것 같은데요!" 이때 그의 옆에 있던 한 40대 중년 남자가 노 씨 어르신에게 환심을 사려 다가갔다. "훗. 자고로 허 노인은 무맹 10대 고수 중 한 명이야! 한지훈 이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절대 허 노인의 적수가 될 수는 없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허 노인의 손아귀에서 죽은 줄 알기나 해?" 노 씨 어르신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편 한지훈은 여전히 몸을 사리지
"그래, 네가 무맹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만 한다면 오늘 네 목숨은 지킬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 사활은 낙 문주한테 맡길 거야!" "그리고 너 전에 진 씨 집안의 가산도 받지 않았었어? 당장 그 가산을 전부 돌려주고, 무맹에도 20억 원을 기부한다면 오늘의 일은 여기까지 하는 거로만 할게!" ‘뭐라고?’ 허 노인의 말에 한지훈은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너희 무맹 사람들은 다 이 정도 수준이야? 절을 하고 사과하라 하고, 또 나더러 가산을 전부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게다가 너희 무맹한테 20억이나 주라고?" "이보세요, 선생님. 대낮에 술이라도 한 잔 하셨어요?" 그 말을 들은 허 노인은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사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요구가 이미 인정 넘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지훈의 자세에, 허 노인은 차갑게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여유롭게 한 발자국 내딛자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가까이에 다가갔다. 순간 한지훈의 동공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이 허 노인은 정말이지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이었다. 이런 절학은 에도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이미 사라진 지는 여러 해가 되었다고 했었다. 그리하여 설령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이 절학을 깨닫지는 못했다. 믿기지 않는 장면에 청봉문과 노 씨 주변의 사람들도 잇달아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이는 그들 모두의 상상을 초월했다. 단 한 걸음에,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를 앞으로 나아가다니!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봤지? 지금이라도 고개 숙이고 용서를 빌면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은 남아있긴 해!" 허 노인은 한 손을 거만하게 짊어진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한지훈이 어리석지 않은 이상 반드시 그에게 복종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사실 허 노인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약간 꺼려하고 있었다. 비록 매우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과 맞붙는 것은 절대 상책이 아
기나긴 손톱은 살점을 뜯어버렸다. 이내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너무나도 한지훈을 증오했다.그가 증오하는 건 한지훈이 누군가를 다치게 한 것 때문이 아니라, 한지훈이 바로 그의 체면을 구긴 첫 번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당당한 무맹 장로였던 그는, 그동안 어디를 가든 항상 존경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반면 한지훈은 그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한지훈, 이런 식으로 굴면 나중에 우리 무종 사람들한테 미움받게 될 텐데 겁나지는 않아?" 노 씨 어르신은 계속하여 위협했다. "훗, 미움받는 게 뭐 어때서? 당신들은 어떻게든 나를 죽으려고 안달 나 있는데, 설마 내가 당신들한테 사정을 봐주겠어? 그러니까 허튼 생각하지 마!" 한지훈은 차갑게 대답했다.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던 노 씨 어르신은 이내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한 노인에게 말했다. "허 노인, 이 주제 모르는 녀석 정말 안하무인 그 자체네! 무맹의 위신마저 모두 짓밟으려 하다니!" "나 오늘 반드시 저 놈을 죽이고야 말겠어!" 그 말을 들은 허 씨 어르신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무맹의 장로가 아니라 무맹에서 살인만을 담당하는 전문 킬러였다. 그 경계는 한지훈보다도 한 단계 더 높았다. 적어도 원 씨 집안 원승천의 급 정도는 되었다. 결국 무종 사람들은 항상 무맹에 대해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고 있었다. 무맹 중에는 그와 같은 킬러들이 수백 명도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감히 무맹의 장로들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한지훈은 노 씨 어르신에게 조금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한지훈이 곧 죽음을 당할 거라 예상했다. 이내 허 노인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순식간에 온몸의 기세를 폭발시켰다. 2 성 현급 천왕계, 3 성 지급 천왕계, 그리고 4 성 천급 천왕계... 마지막으로 5성 용급 천왕계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청봉문 사람
사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한지훈의 실력이 아니라, 그가 그 독차를 마신 뒤에도 전투력이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성천왕은 말할 것도 없고, 오성 용급 천왕계의 사람이라 해도 그런 독차를 마시면 그 독성의 영향을 받아 실력이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그런데 한지훈은 어떻게 된 일인가? 설마 그가 백독불침의 체질이라도 되는 것인가?!그럴 리 없다!노 씨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백독불침은 전설 속의 특별한 체질일 뿐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다!사실 그들이 알지 못한 것은, 한지훈이 청봉문에 오기 전 이미 자신이 만든 해독제를 미리 먹었다는 것이다.천생서문에 따르면, 이 해독제는 한 번의 복용으로 하루 밤낮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며, 독주를 마시더라도 마치 꿀을 마시듯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게 된다.물론 독차를 마셨을 때, 한지훈도 전혀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 느낌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그와 동시에, 오릉군 가시가 엄청난 기세로 단월성의 귀두검과 부딪혔다! “쿵!”몇 번의 굉음이 울리자, 단월성은 손에 든 검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려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능숙하게 조종하며 칼날을 돌려 단월성의 목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비록 오릉군 가시의 길이는 2척이 넘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빨라 눈앞을 번개와 같은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천왕계 강자들은 무기를 통제할 수 있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한지훈의 조종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한지훈의 손에서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을 얻은 듯 매우 빠르고, 위세가 등등했다! 단월성은 반응할 틈도 없이, 오릉군 가시가 그의 목구멍을 뚫고 지나갔다!단월성은 자신의 목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그의 시야는 마치 밤이 서서히 내려앉는 것처럼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목에는 거대한 혈구멍이 나 있었고, 그 안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단월성은 절망감
오색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보며, 노경해는 찻잔을 들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낙구영에게 말했다.“한지훈을 위한 차는 준비됐는가?”낙구영이 황급히 대답했다.“노 씨 어르신, 차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뒤쪽 탁자에 놓인 두 잔의 차를 가리켰고, 노경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20분도 지나지 않아 문지기가 달려와 보고했다.“낙 문주님, 한지훈이 도착했습니다!”“들여라!”한마디를 던지고, 낙구영은 서둘러 입구로 걸어 나갔다.문주가 직접 입구까지 나가는 것은 최고의 예우였고, 낙구영은 한지훈의 담대한 성품을 마음속으로 존경하며 이런 예로 맞이하기로 한 것이다.반면 노경해와 그 일행은 관중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있어 한지훈은 곧 죽을 사람이었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한지훈 선생님께서 이렇게 저희 문파에 찾아와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낙구영이 한지훈에게 예를 갖추어 말했다.“과찬이십니다, 낙 문주님!”한지훈은 광장에 나부끼는 깃발과 관중석을 흘낏 쳐다보며 상황을 이미 꿰뚫어 보았다.“한지훈 선생님, 안으로 드시죠!”낙구영이 손짓으로 안내하며 한지훈을 청봉문 안으로 들였다.가는 길에는 붉은 카펫이 길게 깔려 있었고, 양옆에는 청봉문의 제자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한지훈은 태연하게 걸음을 옮겨 광장에 들어섰고, 관중석의 노경해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응시했다.그는 한지훈이 자신에게 와서 예를 표하길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낙구영과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비록 곧 싸움이 벌어질 상황이었으나, 서로 원수는 아니었기에 낙구영은 한지훈을 미소로 대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노경해가 일부러 크게 헛기침을 했고, 이는 한지훈에게 예를 표하라는 신호였다.“저 어르신께선 폐가 좋지 않으신가 보군요. 옛날부터 허풍이 심해서 그런 겁니까?”한지훈이 손가락으로 노경해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풋!양옆에 서 있던 청봉문
헉!약봉지를 받아 든 낙구영은 코로 냄새를 맡았고, 이상한 향이 코를 찔렀다. 그는 눈을 굴리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이 약이 바로 선인도라 불리는 독약이라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오직 천왕계 이상의 강자들에게만 통하는 독약이었다!실력이 강할수록, 독성은 더욱 강력해진다!이게 어떻게…낙구영은 한지훈을 죽이고 싶긴 했지만,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노 씨 어르신, 저희 무종 사람들은 정정당당해야 합니다. 이런 수단을 쓴다면, 뒷말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낙 문주, 독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는 걸 모르시오? 강자를 만나면 지혜로 취하고, 약자를 만나면 생포한다는 말이 있지 않소! 한지훈 같은 자는 이미 천하의 공분을 샀소. 그를 죽이는 것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천하의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큰 화근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겠소!”노경해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하지만…”낙구영은 작은 약봉지를 손에 쥔 채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노경해의 뜻을 거슬렀다간, 이 늙은이가 자신의 청봉문을 멸문시킬 것이 분명했다!지금 이 순간, 낙구영은 가슴 깊이 후회했다.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에,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다. 그날 오후, 낙구영은 성대한 연회를 열어 노경해를 극진히 대접하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노경해는 더욱 우쭐해하며 술잔을 들고 냉소했다.“한지훈 따위가 스스로 절기를 지녔다고 자부하며 무종 앞에서 방자하게 굴다니!”“예로부터 그보다 더 교만하고 강했던 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하지만 결국 모두 교만함으로 죽지 않았더냐! 하하하!”노경해는 말을 마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주위 사람들 또한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낙구영은 어색하게 몇 번 따라 웃었다.다음 날 아침.낙구영은 사람을 시켜 청봉문으로 초대하는 청첩장을 한지훈의 별장으로 보냈다.한지훈은 청첩장을 받아 들고 대충 훑어본 뒤, 전령에게 말했다.“낙문주께 한 시간 후에 반드시 가겠다고 전하십시오!”“그럼 청봉문에서 뵙길
한지훈은 약을 도청전인에게 건네준 후 지하실을 나섰다.어떤 일은 여전히 스스로 풀어야 하는 법,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슬픔은 누구에게나 아플 수 있지만 그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다! 한편, 청봉문에서는 낙구영이 전 인원을 소집해 노경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가 한지훈과 7일의 약속을 정한 이유는 바로 이 기회를 빌려 노경해를 초대하기 위해서였다.무맹의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비록 자신이 패배하더라도 청봉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노경해는 반쯤 눈을 가늘게 뜨고, 주석에 앉아 아래에 앉은 낙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낙 문주, 자네 말대로라면, 한지훈이 또 우리 무종의 3대 문파를 모두 멸망시켰다는 건가?”낙구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당백성 등 사람들이 한지훈의 별장에서 죽은 일을 설명했다.그러나 천검종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이들 문파를 합병하지는 않았고, 아마도 최근에 한지훈이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미처 손을 쓰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세 문파의 문주들은 모두 한지훈과 도청전인의 손에 죽은 셈이다.노경해는 이를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한지훈이란 놈은 피로 갚아야 할 것이다!”말을 마친 노경해는 주위를 차가운 시선으로 한 바퀴 스쳐본 후, 그제야 밀서를 꺼냈다.“이 밀서가 누구에게서 온 건지 아는가?”노경해가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 “그것이… 위에 동방 가문의 인장이 찍혀 있는 것 같습니다!”낙구영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와 한지훈 사이의 원한에 더 이상 사대 가문과 엮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한지훈과의 비무를 원할 뿐이었다.그리고 이 비무는 그가 원해서가 아닌, 당백성 등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죽은 후 오랜 친구로서 그가 대신 나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동방 가문이요?”아래의 한 문주가 의아하게 물었다.“그렇다, 동방 가문뿐만 아니라, 4대 가문 모두 지금 한지훈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지! 그를 죽이는 것은 이미 우리 같은 무
만약 광명파가 용국에 대항하는 대열에 참여했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용국에는 아직도 용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조직은 용족 유적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했다. “제가 여기서 무슨 소식이라도 들으면, 즉시 알려 드리겠습니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고, 광명파와 외부 전장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용도 광명파의 일원이었고, 호천 육존 중 한 명이었다.그 지위는 광명 십존보다도 훨씬 높았다! 한지훈은 만약 광명파가 용국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자신의 할아버지가 반드시 미리 자신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현재 소식이 전혀 없는 걸로 보아, 이는 분명히 뭔가 큰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몸조심하시고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연락하십시오. 흑병대가 꼭 돕겠습니다!”진우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도청전인의 제자 중 한 명이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한지훈 선생님,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무슨 일이냐?”한지훈이 돌아보며 물었다.“무종 아래의 무맹을 아시겠지만, 그 낙구영이라는 자가 무맹의 장로를 강중으로 불러들였다는 소식이 있습니다!”그 제자는 매우 초조해하며 말했다.무맹과 무종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하나는 국가 기관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 기관이었다. 용국의 무도가 무종이라 불리는 이유는 용경에 무종 열 장로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열 명은 천하무종의 흥망성쇠를 쥐고 있었고, 반면 민간의 무도계에서는 국가의 통제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무맹을 세운 것이다. 무맹은 용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조직이지만, 민간과 각 종문에서는 그 신뢰도가 무종보다 훨씬 높았다. 많은 문제가 무맹을 통해 해결되며, 무맹의 장로들은 각 종문 내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존재들이었기에 그들에겐 마치 태상황 같은 위치가 주어진다.낙구영은 한지훈과 7일 간의 약속을 한 상태였으며, 그 시간이 이제 다가오고 있었다.그런데 무맹의 장로들이 갑자기 강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