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보며, 노경해는 찻잔을 들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낙구영에게 말했다.“한지훈을 위한 차는 준비됐는가?”낙구영이 황급히 대답했다.“노 씨 어르신, 차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뒤쪽 탁자에 놓인 두 잔의 차를 가리켰고, 노경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20분도 지나지 않아 문지기가 달려와 보고했다.“낙 문주님, 한지훈이 도착했습니다!”“들여라!”한마디를 던지고, 낙구영은 서둘러 입구로 걸어 나갔다.문주가 직접 입구까지 나가는 것은 최고의 예우였고, 낙구영은 한지훈의 담대한 성품을 마음속으로 존경하며 이런 예로 맞이하기로 한 것이다.반면 노경해와 그 일행은 관중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있어 한지훈은 곧 죽을 사람이었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한지훈 선생님께서 이렇게 저희 문파에 찾아와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낙구영이 한지훈에게 예를 갖추어 말했다.“과찬이십니다, 낙 문주님!”한지훈은 광장에 나부끼는 깃발과 관중석을 흘낏 쳐다보며 상황을 이미 꿰뚫어 보았다.“한지훈 선생님, 안으로 드시죠!”낙구영이 손짓으로 안내하며 한지훈을 청봉문 안으로 들였다.가는 길에는 붉은 카펫이 길게 깔려 있었고, 양옆에는 청봉문의 제자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한지훈은 태연하게 걸음을 옮겨 광장에 들어섰고, 관중석의 노경해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한지훈을 응시했다.그는 한지훈이 자신에게 와서 예를 표하길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낙구영과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비록 곧 싸움이 벌어질 상황이었으나, 서로 원수는 아니었기에 낙구영은 한지훈을 미소로 대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노경해가 일부러 크게 헛기침을 했고, 이는 한지훈에게 예를 표하라는 신호였다.“저 어르신께선 폐가 좋지 않으신가 보군요. 옛날부터 허풍이 심해서 그런 겁니까?”한지훈이 손가락으로 노경해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풋!양옆에 서 있던 청봉문
사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한지훈의 실력이 아니라, 그가 그 독차를 마신 뒤에도 전투력이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성천왕은 말할 것도 없고, 오성 용급 천왕계의 사람이라 해도 그런 독차를 마시면 그 독성의 영향을 받아 실력이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그런데 한지훈은 어떻게 된 일인가? 설마 그가 백독불침의 체질이라도 되는 것인가?!그럴 리 없다!노 씨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백독불침은 전설 속의 특별한 체질일 뿐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다!사실 그들이 알지 못한 것은, 한지훈이 청봉문에 오기 전 이미 자신이 만든 해독제를 미리 먹었다는 것이다.천생서문에 따르면, 이 해독제는 한 번의 복용으로 하루 밤낮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며, 독주를 마시더라도 마치 꿀을 마시듯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게 된다.물론 독차를 마셨을 때, 한지훈도 전혀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 느낌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그와 동시에, 오릉군 가시가 엄청난 기세로 단월성의 귀두검과 부딪혔다! “쿵!”몇 번의 굉음이 울리자, 단월성은 손에 든 검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려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능숙하게 조종하며 칼날을 돌려 단월성의 목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비록 오릉군 가시의 길이는 2척이 넘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빨라 눈앞을 번개와 같은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천왕계 강자들은 무기를 통제할 수 있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한지훈의 조종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한지훈의 손에서 오릉군 가시는 마치 생명을 얻은 듯 매우 빠르고, 위세가 등등했다! 단월성은 반응할 틈도 없이, 오릉군 가시가 그의 목구멍을 뚫고 지나갔다!단월성은 자신의 목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그의 시야는 마치 밤이 서서히 내려앉는 것처럼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목에는 거대한 혈구멍이 나 있었고, 그 안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단월성은 절망감
기나긴 손톱은 살점을 뜯어버렸다. 이내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너무나도 한지훈을 증오했다.그가 증오하는 건 한지훈이 누군가를 다치게 한 것 때문이 아니라, 한지훈이 바로 그의 체면을 구긴 첫 번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당당한 무맹 장로였던 그는, 그동안 어디를 가든 항상 존경을 받아왔었다. 그러나 반면 한지훈은 그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한지훈, 이런 식으로 굴면 나중에 우리 무종 사람들한테 미움받게 될 텐데 겁나지는 않아?" 노 씨 어르신은 계속하여 위협했다. "훗, 미움받는 게 뭐 어때서? 당신들은 어떻게든 나를 죽으려고 안달 나 있는데, 설마 내가 당신들한테 사정을 봐주겠어? 그러니까 허튼 생각하지 마!" 한지훈은 차갑게 대답했다.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던 노 씨 어르신은 이내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한 노인에게 말했다. "허 노인, 이 주제 모르는 녀석 정말 안하무인 그 자체네! 무맹의 위신마저 모두 짓밟으려 하다니!" "나 오늘 반드시 저 놈을 죽이고야 말겠어!" 그 말을 들은 허 씨 어르신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무맹의 장로가 아니라 무맹에서 살인만을 담당하는 전문 킬러였다. 그 경계는 한지훈보다도 한 단계 더 높았다. 적어도 원 씨 집안 원승천의 급 정도는 되었다. 결국 무종 사람들은 항상 무맹에 대해 존경하는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고 있었다. 무맹 중에는 그와 같은 킬러들이 수백 명도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감히 무맹의 장로들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한지훈은 노 씨 어르신에게 조금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한지훈이 곧 죽음을 당할 거라 예상했다. 이내 허 노인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순식간에 온몸의 기세를 폭발시켰다. 2 성 현급 천왕계, 3 성 지급 천왕계, 그리고 4 성 천급 천왕계... 마지막으로 5성 용급 천왕계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청봉문 사람
"그래, 네가 무맹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만 한다면 오늘 네 목숨은 지킬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 사활은 낙 문주한테 맡길 거야!" "그리고 너 전에 진 씨 집안의 가산도 받지 않았었어? 당장 그 가산을 전부 돌려주고, 무맹에도 20억 원을 기부한다면 오늘의 일은 여기까지 하는 거로만 할게!" ‘뭐라고?’ 허 노인의 말에 한지훈은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너희 무맹 사람들은 다 이 정도 수준이야? 절을 하고 사과하라 하고, 또 나더러 가산을 전부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게다가 너희 무맹한테 20억이나 주라고?" "이보세요, 선생님. 대낮에 술이라도 한 잔 하셨어요?" 그 말을 들은 허 노인은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사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요구가 이미 인정 넘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전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지훈의 자세에, 허 노인은 차갑게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여유롭게 한 발자국 내딛자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의 가까이에 다가갔다. 순간 한지훈의 동공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이 허 노인은 정말이지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이었다. 이런 절학은 에도 기록되어 있긴 하지만 이미 사라진 지는 여러 해가 되었다고 했었다. 그리하여 설령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이 절학을 깨닫지는 못했다. 믿기지 않는 장면에 청봉문과 노 씨 주변의 사람들도 잇달아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이는 그들 모두의 상상을 초월했다. 단 한 걸음에,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를 앞으로 나아가다니!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봤지? 지금이라도 고개 숙이고 용서를 빌면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은 남아있긴 해!" 허 노인은 한 손을 거만하게 짊어진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한지훈이 어리석지 않은 이상 반드시 그에게 복종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사실 허 노인은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약간 꺼려하고 있었다. 비록 매우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과 맞붙는 것은 절대 상책이 아
’무맹에는 역시나 인재들이 많았어.’ 한지훈은 내심 독기를 품었다. 이미 그의 뒤쪽은 바로 링의 가장자리였고 아래쪽은 줄지어 늘어선 총칼들이 가득하여 당장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사 링에서 뛰쳐나온다 하더라도 칼 끝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호장법!" 곧이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꺼내 허 노인의 손바닥을 향해 찔렀다. 그제야 마침내 한지훈과 맞붙게 된 허 노인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아직 실력이 미숙하네!" 이내 허 노인은 몸을 한쪽으로 기울고는, 매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한지훈의 목구멍을 잡았다. 그러자 한지훈은 급히 수법을 철회하고는, 오릉군 가시로 방어에 나섰다. "땡!" 바로 그 순간,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렸고 한지훈은 한껏 떨리는 손으로 오릉군 가시를 꽉 잡았다. 허 노인의 위세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한지훈은 처음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가 이렇게 약하게만 느껴졌다. 전혀 당해낼 수 없는 그 힘에 한지훈은 좀 놀랐다. "잘 봐!" 곧이어 허 노인은 큰 소리와 함께, 단 한 손으로 한지훈의 가슴을 내리쳤다. 두 사람의 대결을 마주한 많은 사람들은, 이미 허 노인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에 반면 한지훈은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찬가지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노 씨 어르신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떠나기 전에 미리 덫을 준비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오늘 정말 한지훈한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할게 뻔했다. "어르신, 상황을 보아하니 몇수만 더 펼치면 한지훈이 곧 패할 것 같은데요!" 이때 그의 옆에 있던 한 40대 중년 남자가 노 씨 어르신에게 환심을 사려 다가갔다. "훗. 자고로 허 노인은 무맹 10대 고수 중 한 명이야! 한지훈 이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절대 허 노인의 적수가 될 수는 없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허 노인의 손아귀에서 죽은 줄 알기나 해?" 노 씨 어르신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편 한지훈은 여전히 몸을 사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사실 한지훈은 내심 이미 대처 방안이 있었다. 방금 한지훈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중의 한 단락 내용을 떠올렸다. 다만 이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은 종래로 이것이 하나의 살인 수법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경계든지 실력이든지, 한지훈은 어느 하나 우세인 점이 없었다. 유일한 승리 수단은 오직 교묘한 수법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있어 쉽게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지훈의 사전에는 패배란 없었다. 방금 한지훈과 주먹을 맞부딪힌 허 노인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 팔이 저려났고 게다가 가볍게 떨리기도 했다. 보아하니 눈앞의 이 어린 청년은 정말로 대단한 강자였다. 단 4성 천왕계의 실력만으로도 자신에게 압박을 줄 줄은 몰랐다. 허 노인에게는 3대 수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몸을 움츠리고 자취를 감추어 귀신보다도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덮치는 것. 두 번째는 손바닥을 자유자재로 놀려 아예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그의 용호 주먹이었다. 그의 주먹의 위력은 작은 산 하나도 옮길 수가 있었다. 그러나 방금 꽤 기나긴 대결을 펼친 허 노인은 이미 거의 전력을 다한 상황이었다. 반면 방금 땅에 떨어지게 된 한지훈은, 다리는 부러지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적지 않게 다치기는 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기색을 보니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그 모습에 허 노인은 더욱 놀랐다. 사실 한지훈은 보기와 다르게 전혀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허 노인과 주먹을 맞부딪힌 후로, 당연히 다리에 무리가 가 한지훈은 식은땀을 몰래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오늘의 재난을 피할 수는 없게 될 테니까. 아무리 아파도 그는 반드시 참고 허 노인을 물리쳐야 했다. "어르신 손재주가 좋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이 주
한지훈은 두 다리를 약간 굽히더니, 아예 허 노인의 가슴을 향해 직접 무릎을 내리꽂았다. "아, 젠장!" 깜짝 놀란 허 노인은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중력에다가, 한지훈 자체가 내는 힘까지 더불어 허 노인이 감당하게 될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이내 허 노인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옆으로 1미터 남짓 굴러갔다. 재빨리 피한 덕에, 한지훈의 두 무릎은 링을 찧게 되었고 땅에는 깊은 균열이 나타났다. 이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비명을 질렀다. 스탠드에서 지켜보던 노 씨 어르신조차도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충격을 금치 못한 청봉문의 제자들까지도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만큼 한지훈의 실력은 역시나 초연했다. 허 노인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한지훈뿐일 것이다. 그래도 허 노인은 그동안 백여 차례의 전투를 치른 경험과 바탕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연이은 공격은 피할 수도 없게 되고 진작에 목숨까지 잃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 끈기에, 사실 한지훈도 내심 은근히 놀랐다. 상대가 허 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한지훈의 두 무릎 아래에서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속하여 여러 차례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허 노인은 매번 아슬아슬하게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 영감은 과연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한지훈의 실력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무렵, 더욱 놀라운 장면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바로 한지훈이 곧바로 앞으로 달려들어 두 팔꿈치로 허 노인의 옆구리를 세게 내리치는 것이었다. 허 노인은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 이내 그는 급히 허리에 힘을 주고는 몸을 몇 바퀴 더 구르고 나서야 겨우 한지훈의 두 팔꿈치를 피했다. 이렇게 된 이상 허 노인은 더 이상 어떤 체면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목숨을 건지는 게 가장 중요했다.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어느새 생명의 끝에 다다른 허 노인의 모습에, 노 씨 어르신은 창백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낙구영으로 하여금 한지훈을 이기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낙구영이 이길 승산이 절반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절대 무맹을 찾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떨리는 몸으로 큰 구덩이에 누운 허 노인을 힐끗 쳐다보고는 제자리에 앉았다. 지금 이 순간, 허 노인의 몸은 마치 죽은 고기처럼 그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에 누운 채 때때로 경련까지 일으켰다. 허 노인은 여전히 자신의 패배 원인을 깨닫지 못했다. 방금 한지훈이 펼친 그 일련의 공격은 아주 치밀하여, 경험이 극히 풍부한 허 노인조차도 이런 괴이한 수법은 처음 마주하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분통해도 이젠 후회하기엔 늦었다. 그의 내장은 이미 한지훈의 발에 짓밟혀 전부 부서졌고, 허 노인은 그저 큰 구덩이에 누워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 씨 어르신의 편을 들면서 같이 한지훈을 비난해 오던 몇몇 문주들도 어느새 입을 꾹 다물었다. 한지훈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몸을 돌려 노 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너한테 기회를 줄게. 네가 무릎 꿇고 내 앞에서 절을 한다면 이전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은 없던 일로 해줄게.” 그리고는 방금 자신이 마셨던 그 찻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쩌면 한지훈이 진작에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노 씨 어르신은 내심 긴장되었다. 낙구영은 그 독이 든 찻잔을 보며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비록 그는 한지훈이 대체 왜 중독되지 않았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지만, 분명한 건 한지훈은 이 독차를 마시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한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노 씨 어르신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한지훈, 너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감히 나더러 너한테 절을
“네! 알겠습니다!”노 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드러났다. 한지훈은 이번만큼은 피해 가기 어려울 거라 확신했다. 설령 참석하든 안 하든 필연코 사신의 큰 화를 불러올 거라 생각했다. 흔쾌히 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그는 결국 무맹 종문의 수많은 강자들에게 의해 포위당하게 된다. 천신과도 같은 강자를 마주하게 되면, 한지훈은 감히 쉽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천신계 강자들은 침 한번 뱉는 것만으로도 한지훈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반대로 만약 한지훈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무맹에게는 맹주를 불경하게 대했다는 구실이 하나 생겨 단해룡이 종문 문주들을 거느리고 직접 한 씨 집안으로 향하여 죄를 물을 수도 있었다. 때가 되면 국왕도 한지훈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게 된다. 이 생각에 노 씨 어르신은 밖으로 나가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기에, 무맹은 손가락 하나로 세계 각지에 바로 초청장을 보낼 수가 있다. 그날 오후, 무종 대장로는 단해룡의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그는 열어보지 않고도, 단해룡의 의도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 “큰일 났네! 이 사람이 왜 갑자기 관문을 벗어난 거지? 은거하러 갔다고 하지 않았어? 어떡하지!”대장로는 초대장을 손에 쥔 채 왔다 갔다 하며 주위를 서성거렸다. “대장로님, 무종의 권위를 동원해서라도 이번 성회는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이때 옆에 있던 삼장로가 일어나 말했다. “취소?”그 말에 대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단해룡이 어떤 성질머리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잖아. 만약 우리가 감히 막무가내로 권력을 행사한다면, 그는 결국 국왕과 사당의 대립면에 서게 될 거라고!”“상대는 결코 무적천이나 장도령과는 달라. 무맹은 매우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그 자신 또한 장도령보다도 약하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어. 그는 자신이 강한 걸 잘 알기에 이렇게 제멋대로 일을 벌이는 거야!”“만약 정말 우리가 나선다면 나한테 일이 불리
단해룡의 나이에 설령 천산 대전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하더라도 그의 뜻대로 되기는 어려웠다. “저희 장 씨 집안과 천산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단 선생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말 한마디만 잘해주시면 천산은 필연코 장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 줄 것입니다! 그러니 단 선생님, 한 번만 눈 감아주시면 얼마든지 소원대로...”장천풍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단해룡은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큰 소리로 단호하게 외쳤다. “한지훈의 목숨을 바쳐 얼마든지 천산을 참배할 수 있다면 나야 흔쾌히 받아주지! 얼른 돌아가서 장 씨 어르신에게 전해, 장도령과의 친분을 봐서라도 반드시 이 원수를 갚을 거라고!”그 말에 장천풍은 차가운 눈빛으로 단해룡을 힐끗 보았다. 만약 천산의 입문 기회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단해룡은 진작에 이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내심 이 상황이 언짢았지만 얼굴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내 장천풍은 주먹을 꽉 주고는 살짝 웃으며 단해룡을 향해 말했다. “단 선생님, 장 씨 집안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떠나가는 장천풍의 뒷모습을 보면서 단해룡도 내심 꿍꿍이를 하였다. 만약 정말 장천풍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지훈은 정말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단해룡은 장도령의 실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온 천하에 그와 맞붙을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얼마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단해룡은 성큼성큼 산 아래로 걸어갔다. 그렇게 반나절도 안 되어 단해룡은 무맹 본부의 대문 앞에 다다르게 됐다. 갑작스러운 단해룡의 등장에 무맹 장로 몇 명이 급히 달려와 맞이했다. 노 씨 어르신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단해룡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맹주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저... 저희 그동안 정말 비참하게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노 씨 어르신은 울음을 터뜨렸고, 한지훈에게 따귀를 맞게 된 것부터 무릎 꿇은 사실까지 모두 털어놓았
단해룡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장씨 가문의 집사조차도 여러 관계를 거쳐야 그의 소식을 조금이나마 알아낼 수 있었다.몇몇 명산대천을 찾은 끝에야 마침내 망월봉에서 단해룡을 발견할 수 있었다.이때 단해룡은 비록 백 살 가까운 나이였으나, 겉모습은 여전히 마흔 살 정도의 중년으로 보였다.검은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길게 늘어졌고, 새하얀 연마복은 먼지 하나 묻지 않아 고결함을 풍겼다.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단해룡은 천천히 눈을 뜨며, 종소리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장천풍인가?”“단 선생님, 과연 귀가 밝으십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 발소리를 기억하시다니요!”장씨 가문의 집사 장천풍은 멀찍이 단해룡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장 형이라면 바쁜 사람일 텐데, 어찌하여 이 산골까지 나를 찾아온 것이오?”단해룡은 여전히 앉은 자세를 유지하며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단 선생님,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장천풍은 한 손을 등 뒤로 하며 단해룡에게 말했다.“오? 무슨 일이오?”단해룡은 약간의 의구심을 띤 채로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장씨 가문은 용국에서 손꼽히는 명문으로, 심지어 국왕조차도 장씨 가문의 체면을 고려해야 할 정도였다.그런 장씨 가문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단 선생님, 하루 전에 장도령이 한지훈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했습니다. 우리 장씨 가문은 비록 그 어린 녀석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천신계의 금령은 단 선생도 아시다시피 절대 어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에는 우리 장씨 가문의 원로들이 직접 나설 수 없습니다!”장천풍은 장도령이 왜 죽임을 당했는지를 간략히 설명했고, 단해룡은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한지훈이라는 이름은 몹시 생소했고, 그는 수년간 망월봉에서 고독한 수련에 몰두했다.하지만 그는 천신 경지만 남겨두고 있었고, 이 한 걸음을 돌파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단해룡은 이미 무맹에 맹
도청전인이 말한 천왕은 단순히 경지의 높낮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현재 한지훈이나 이전의 장도령, 그리고 무적천과 같은 인물처럼 무도와 진법을 융합하여 진정한 천왕의 위엄을 가진 거물을 뜻했다!이들 세 명이 단해룡에게 단숨에 제압당했다는 사실은 그의 실력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한두 명이라면 운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세 명 모두가 순식간에 패배했다면 이는 실력으로 압도당한 것이다.“오호라?”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전인을 바라보았다.“이 세 사람은 만약 한용 선배가 계셨다면 들어보셨을 겁니다. 강한 한 명은 두자산, 또 한 명은 진망해, 마지막 한 명은 70년 전 용국의 정상에 서 있던 강한생이라는 인물들입니다!”“이들 모두 당시 무맹 장로와 적대하여 무맹으로부터 추격을 받았던 인물들입니다. 따라서 무맹의 많은 사람들을 반격해 처치했던 강자들이었죠. 하지만 강한생이 무맹의 부맹주를 죽이면서 결국 큰 화를 초래했습니다!”“단 3일 만에, 그들의 시신은 무맹 본부 바깥의 깃대에 걸렸고, 머리에는 수은이 채워져 미라처럼 처리되었고, 지금까지도 무맹 본부의 문 앞에 높이 걸려 있습니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단해룡은 함부로 건드릴 상대가 아니죠. 심지어 무적천조차도 그와 적대하지 않으려 했으니까요. 이것이 왜 수십 년 동안 무신종과 무맹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해 온 이유입니다!”도청전인의 말을 듣고, 한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단해룡은 정말로 강력하고 위험한 적수임이 분명했다.“즉, 무적천조차도 그를 상대로 절대적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거군요?”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도청전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적어도 그 당시에는 그랬다.하지만 지난 70년 동안, 무적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마찬가지로 단해룡 역시 수십 년 동안 세상에서 모습을 감췄으니, 그의 현재 실력을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웠다!“알겠습니다! 이건 선생님께 드릴 테니, 시간이 날 때 꼼꼼히 읽어보도록 하세요.”
도청전인은 한지훈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을 데리고 서재로 들어왔다.“한천왕님, 북명종 윤지성입니다. 예를 갖춰 인사드립니다!”중년 남성은 한지훈에게 깊숙이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도청전인에게 들었는데, 윤 선생께서 저와 상의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던데요?”한지훈은 윤지성을 바라보며 물었고, 윤지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한 선생님, 방금 전에 장도령을 직접 처단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한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덮으며 윤지성을 바라보았다.“장도령 그 자체야 큰 문제가 아닙니다만, 장씨 가문을 적으로 돌린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장씨 가문은 분명히 분노할 것이고, 한 선생님께서 모를 수도 있지만, 장도령에게는 비밀리에 친분이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자의 실력은 장도령을 훨씬 능가합니다!”“게다가 장씨 가문이 분노하면 이 사람은 반드시 한 선생님을 찾아올 겁니다. 비록 선생님께서 장도령을 이겼지만, 이 사람은 장도령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입니다!”윤지성이 담담히 말하자, 한지훈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게 누구란 말입니까?”그는 자신이 막 위험에서 벗어나 다시 위험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매일 이렇게 사람을 상대할 시간도 있을 리 없었다. “무맹의 맹주, 단해룡입니다!”윤지성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맹의 맹주라니?!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맹은 무종과 거의 동등한 권위를 가진 민간 조직이었다.그 맹주인 단해룡은 신비로운 인물로, 그의 행적을 본 사람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게다가 그의 실력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단해룡이 이미 천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추측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세속적인 일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당신 말은, 단해룡이 직접
처음에 강우연은 한지훈의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눈은 점점 더 크게 뜨였다.여전히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적어도 내용을 세 부분 중 한 부분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특히, 한지훈이 팔을 들어 살짝 휘두르자 흰빛의 광채가 번쩍이며,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이 내려치는 장면을 보고, 강우연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게... 당신이 자기장을 이용해서 한 건가요?”강우연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 하지만 처음에는 자기장에 대한 제어 능력이 약해서 이런 효과를 내기 힘들지. 게다가, 진법의 도움으로 이 자기장의 에너지를 증폭시켜야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어!”한지훈은 설명하며 삼절진의 핵심 원리를 강우연에게 설명했고, 그의 설명을 듣고 난 강우연도 점점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특히 진법에 대한 강우연의 이해력은 남달랐으며, 한지훈이 단 한 번 설명했을 뿐인데 그녀는 그 핵심을 완전히 꿰뚫어 이해했다!“그렇다면, 이른바 진법이란 의념과 자기장 사이의 연결이라는 거네요. 서로 연결만 된다면, 자기장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거죠?”강우연은 말을 이어가며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그러자 보이지 않는 힘이 손끝에서 발산되며, 몇 미터 떨어진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폭발하듯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물론, 이런 정도의 파괴력은 전신 경지의 강자들에게는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강우연에게는 충분히 큰 진전이었다! 첫 번째로 진법을 활용한 시도에서, 그녀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여보, 이…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강우연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 지금 단계에서 이 정도면 정말 잘한 거야. 처음엔 이런 감각이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그 자신도 처음 금용의 심장을 얻었을 때는 단순한 환영 진법만 구사할 수 있었다.이 진법은 모든 진법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불과했고, 강자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한지훈
문밖에 있던 상업계의 거물들이 무려 반나절을 무릎 꿇고 있었다.진우가 떠나는 순간, 도청전인이 한지훈을 대신해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 가도 된다! 우리 가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상인은 상업에만 전념해야 하며 아첨이나 권세를 따르는 데에 마음을 두어 선 안 된다고 하셨다!”말을 끝낸 도청전인은 소매를 뿌리치고는 곧장 별장으로 돌아갔다.그제야 상업계의 거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도청전인이 했던 말을 기억할 리 없었고, 어쨌든 오늘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대의 성과였다.강우연은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돌아서서 한지훈에게 말했다.“오늘 정말 아슬아슬했어요. 방금 전에도 내가 다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니까요!”“장씨 가문 사람들이 다시 우리를 괴롭히지 않겠죠?”조금 전, 한지훈과 장도령이 싸우는 동안 강우연은 2층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그 장면들을 모두 그녀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동시에 그녀의 인식은 완전히 새로워졌다.무도라는 것이 하늘과 땅을 좌우할 수도 있다니!천지의 기상마저 무도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강우연의 말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장씨 가문이 어떻게 나올지 그는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적이 오면 맞서 싸우면 되는 법, 이미 원한을 맺었으니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두려움은 오히려 상대에게 약점이 될 뿐이었다!“장씨 가문이 어떻게 하든 그건 그들의 문제야. 요 며칠 당신 몸 상태는 좀 어때?”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잡고 함께 침대 옆에 앉으며 물었다.사실, 갓 아이를 낳은 강우연은 지금쯤 몸이 매우 약해져 있어야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그녀의 몸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하루 남짓의 시간 동안, 강우연은 이미 삼성 지급 전신 경지의 힘을 되찾은 상태였다.“느낌이... 임신했을 때보다 더 힘이 넘치는 것 같아요. 기운도 훨씬 좋아졌고요. 저도 참 이상해요. 원래라면 아이를 낳고 한 달은 조리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노 씨 어르신은 한지훈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의 몸을 꿰뚫고 있는 것을 느끼며,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한지훈 앞에서 열 번 넘게 머리를 조아렸다.한지훈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노 씨 어르신은 움직이지 못하다가, 한지훈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비로소 고개를 들어 올렸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노 씨 어르신, 보아하니... 당분간은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겠군요.”이때, 임천덕이 군중 속에서 나와 노 씨 어르신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그를 일으켰다.임천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존재가 한지훈에게 드러날까 두려워 숨어있었고, 한지훈이 떠난 후에야 그는 군중 속에서 나타났다. “흥! 네 사람들을 시켜 장도령의 시신을 거둬라! 그리고 천산으로 돌려보내도록!”노 씨 어르신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명령했다.“알겠습니다!”임천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자들에게 장도령의 시신을 수습하라고 지시했다.별장으로 돌아온 후, 대장로는 발을 구르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아이고! 북양왕, 너무 감정적으로 나섰군요. 장도령이 죽든 말든 큰일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일로 인해 국왕 폐하와 5대 명산 간에 틈이 생길 게 분명합니다!”“대장로님, 말씀은 이해합니다만, 5대 명산은 늘 은둔 생활을 하며 심지어 용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방관했던 걸 기억 못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멀리 갈 것 없이, 오국 연합군이 용경을 공격했을 때, 5대 명산이 천왕급 인물 한 명만 내보냈어도 순식간에 백성을 수렁에서 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 일은 무엇입니까?!”“그저 방관했을 뿐입니다!”한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면, 이들은 이익을 쟁취할 때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독점하려 듭니다. 용국의 국운이 다시 일어나는 지금, 화산이 동방 오우를 세상으로 내보낸 이유가 단순히 동방 가문의 복수를 위함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그렇게 믿지 않습니다.”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5대 명산 같은 존
한지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손에 쥐어진 적색 장총이 가볍게 흔들렸다.푹!한 줄기 핏물이 장도령의 뒤통수에서 튀어나왔다.장도령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대장로는 뒤를 돌아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더니 두 눈을 꼭 감았다.이제 국왕과 5대 명산 간의 균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장씨 가문은 필히 5대 명산을 선동하여 한지훈과 대립하려 할 것이고, 국왕은 결코 한지훈을 외면하지 않을 터였다.양측이 다시 화합할 수 있다는 희망은 이제 단지 아름다운 꿈이 되어버렸다.노 씨 어르신을 비롯한 이들은 멍하니 장도령의 시신을 바라보다, 잠시 후에야 모두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이 시점에서, 그들은 더 이상 한지훈과 적대할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예전에는 자신들 뒤에 있는 세력을 의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장도령조차 한지훈의 손에 죽고 나니, 이제 그들은 누구도 의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반대로, 무맹의 장로인 노 씨 어르신조차도 앞으로 한지훈을 보면 피해 다녀야 할 처지였다.더욱이 장도령의 죽음은 반드시 무맹에 즉각 보고해야 할 일이었다.한지훈이 과거 노 씨 어르신과의 원한 때문에 무맹에게 복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성 천급 천왕에 불과했던 한지훈이, 순식간에 오성 용급 천왕 중에서도 최고라 칭해지던 장도령을 쓰러뜨릴 줄이야!오늘의 전투를 통해, 한지훈의 이름은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천신 경지의 강자가 나오지 않는 한, 한지훈은 사실상 천하무적과 다름없었다!그의 조정에서의 신분이든, 무종에서의 지위든, 오늘 전투로 인해 전례 없는 높이까지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무신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문파가 이제부터는 한지훈의 눈치를 보며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한 천왕을 뵈옵니다!”노 씨 어르신이 가장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극도로 공손하게 말했다.다른 이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지훈 앞에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천왕!이것은 단순히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