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의 힘은 매우 위대하며, 그의 아래에서는 그 어떤 것도 개미에 불과하다. 한 나라의 군사력도 천왕 앞에는 고철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천생서문에 기록된 천왕에 관한 묘사였으며, 천왕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확실히 보여 주었다.육성 사령관이 만약 한 나라를 파괴하려 한다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지만, 천왕 강자에게는 그저 숨을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한지훈은 잠시 찬 공기를 들이마셨고, 동시에 할아버지에 대한 걱정도 많이 줄어들었다. 일존 천왕 강자라면, 아무 일도 없을 게 분명했다."어때, 생각은 다 했나? 죽음을 선택할 텐가, 아니면 우리와 함께 할 텐가?"넘버 0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한지훈은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죽고 싶지도, 당신들과 함께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당신들을 이길 겁니다!"그가 말을 내뱉자마자, 압도적인 투지와 살의가 밀림 전체를 휩쓸었다!그 순간, 한지훈에게서 솟아오른 전의는 바다보다 강성하고, 창공보다 깊었다!그는 마치 인간 세상을 걸어 다니는 피투성이인 아수라처럼, 눈빛 하나만으로 충분히 일존 사령관을 위협할 수 있었다.이 말을 들은 넘버 0도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그렇다면 죽는 수밖에!"순간!마치 네 마리의 거대한 용이 내뿜는듯한 무서운 기운이 순식간에 온 밀림을 덮쳤다!지금 이 순간, 흑뢰는 폭풍의 중심에 있었고 비교할 수 없는 오존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흑뢰 바깥에서, 용린은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방금 전, 여섯 개의 기운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즉, 용왕이 일존 사령관을 죽였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나머지 네 개의 기운도 용왕 못지않게 매우 강력했다."안 되겠군! 들어가서 용왕님을 도와야겠어! 용일, 넌 여기 남아서 신룡전 사람들을 맞이해."용린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즉시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때, 거대한 바위 위의 군신 강자가 용린의 앞을 가로막았다."저리 비켜!"용린이 낮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발을 들어
하늘에는 수십 대의 전투기도 나타나 공중을 선회하고 있었고, 한 줄기 형체가 하늘에서 내려와 흑뢰 주변에 착륙했다.그들은 흑뢰의 유일한 항구에 빠르게 집결했고, 거의 천 명 정도 되는 규모였다. 신룡전의 전위대가 온 것이다!!! 모두의 시선 속에는 끊임없이 도착하고 있는 신룡전 강자들의 모습이 보였다.용일은 용궁에서 모인 강자들 앞에 서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여러분, 즉시 출동해서 사령관님을 구출하세요!!! 앞길을 막는 자는 죽음뿐입니다!""예!"굉음이 해역 전체에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수천 명의 용궁 강자들이 흑뢰로 돌진했고, 곧 전투가 벌어졌다.하늘로 불길이 치솟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흑뢰 중심구 벙커 건물 3층 밀실에 있던 7명 역시 흑뢰 내부로부터 걸려 온 긴급 보고를 빠르게 전달받기 시작했다. "보고합니다! 남쪽 제5구역에 정체불명의 강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상대는 매우 강하며, 저희 7개 팀을 전멸시켰습니다!""보고합니다! 북쪽 제7구역이 당했습니다! 상대는 수백 명에 달하니 긴급 지원 바랍니다!"보고는 모두 흑뢰 전체를 뒤집어놓았고, 밀실 안에 있던 7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빨리 무슨 일인지 확인해! 흑뢰 안에 정체불명의 강자들이 이렇게 많이 나타났다는 말이야?!"테이블 앞에 앉은 중년 남성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화를 냈다. 순간, CCTV 화면에서는 각 구역의 전투 화면이 나왔고, 매우 비참하고 끔찍했다. 화면에는 불길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고, 정체불명의 강자들이 거의 학살 수준으로 흑뢰 안의 수많은 용병대와 강자들을 죽이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중년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신룡전! 분명 신룡전이다! 빌어먹을 용왕, 신룡전의 사람들을 데려오다니!""캐럴! 즉시 용병단을 조직하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라! 반드시 흑뢰를 지켜야 한다! 누구도 들이닥치게 해서는 안 돼!"캐럴은 명령을 받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한 뒤 재빨리 밀실을 나섰다. "너희들도 각자의 전투 부대에 명을 내려!
한지훈은 비웃으며 입가의 피를 닦아냈고, 눈동자에서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주변의 삼존 육성을 힐끗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삼존 6성은 역시 강하군요! 내가 당신들을 이길 수 있을지 정말 시험해 보고 싶네요.""시건방진 자식!"이때, 넘버 3이 화를 내며 앞으로 나아와 허리에서 단도를 꺼내 한지훈의 목을 베려고 달려들었다!이 검은 위압적이고 맹렬했으며, 그 속도는 번개처럼 빨랐다!사대 천급 전신, 혹은 사령관 급의 일성 준수라도 이 공격을 당하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한지훈은 6성이었고, 찰나의 순간에 반응을 해오며 손을 들며 오릉군 가시를 쏘아 올렸고, 상대의 손에 있는 단도를 내리쳤다!불꽃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고, 상대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한지훈의 손에 들려 있는 오릉군 가시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천급 무기로군! 하하, 좋아, 받아들이지!"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지훈에게 달려가 손에 단도를 쥐고 한지훈의 심장, 목, 미간 등 중요한 부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검에 찔리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당할 것이다!한지훈은 또다시 오릉군 가시를 사용해 상대를 공격했고, 모든 공격에서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은 30분 동안 싸웠지만 승부를 보지 못했다. 순간, 상대는 날렵한 뱀처럼 순식간에 한지훈의 뒤에서 공격을 시작했고, 단도는 한지훈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이때 한지훈은 앞으로 구르면서 동시에 허리에서 몇 개의 바늘을 꺼내 상대를 향해 날렸다. 여자의 반응 속도도 매우 빨랐다. 단도로 눈앞으로 날아오는 바늘을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밀림에는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여자는 제 자리에 서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암살 무기를 사용하다니, 정말 비열하군!"그러자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전장에서는 승리할 수만 있다면 암살 무기든 다른 것이든 다 상관없는 법이지."한지훈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짝, 짝, 짝!이때, 넘버 0이
그 순간, 넘버 0의 주먹이 한지훈의 가슴과 복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은 저항할 시간이나 더 이상 막아낼 손도 없었다!갑자기 다가오는 넘버 0의 주먹을 본 한지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마찬가지로 넘버 0의 눈빛도 매우 차가웠고,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넌 결국 패배를 맛볼 거다, 죽어라!"그의 주먹은 즉시 날아왔다.일촉즉발의 순간!한지훈이 오른손을 살짝 당기자 공중에서 날아다니고 있던 넘버 2의 칼과 충돌한 오릉군 가시가 갑자기 튀어나왔고, 눈 깜짝할 사이에 넘버 0의 등을 향해 날라왔다!그 순간, 오릉군 가시의 솟구치는 살의에 넘버 0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그는 즉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슥-이때 한지훈 앞에 있었던 넘버 0의 모습이 사라졌고 그는 한지훈의 이번 공격을 피해냈다. 그가 방금 서 있었던 자리에는 오릉군 가시가 그대로 땅에 박혀 순식간에 부지를 뒤집어 놓았다. 한지훈은 숨을 돌릴 틈을 얻었고, 발을 들어 그의 앞에 있는 넘버 3을 격렬하게 걷어찼다! 퍽!그의 발길질에 넘버 3은 마치 거꾸로 날아가는 포탄처럼 수십 미터나 날아가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 몇 그루를 쓰러뜨린 후, 땅바닥에 떨어졌다.하지만 넘버 3은 상처 하나 없는 듯 보였고, 살의가 가득한 눈동자로 다시 땅에서 일어나 가슴에 난 발자국을 털어냈다.이때, 한지훈은 제 자리에 서서 차가운 빛을 내뿜는 오릉군 가시를 들고, 반대편에 있는 세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넘버 0은 미소를 지으며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역시, 넌 매우 강해! 웬만한 6성은 네 손에서 죽음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군.""하지만 오늘, 우리 셋을 마주한 이상 넌 죽은 목숨이다!"그의 한 마디에 밀림에는 찬바람이 불었다.하지만 이때!광적인 분노에 휩싸인 그림자가 멀리서 지프차를 몰고 달려들며 소리쳤다."용왕님!!!"끼이익!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온 들판에 울려 퍼졌다!용린은 싸늘한 눈으로 지프차에서 뛰어내렸고, 삼성 지수
국왕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강력한 천둥처럼 흑뢰 전체에 울렸다!그 순간, 흑뢰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일곱 대의 전투기는 모두 실탄과 핵무기로 무장된 채 하늘을 맴돌고 있었고, 공포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단 한 번의 명령으로 흑뢰를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었다. 흑뢰 중심 구역에 있는 벙커 건물의 밀실 안,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는 흑뢰에 나타난 전투기 7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용국의 국왕이 직접 나타나다니!이는 정말 큰 사건이고, 천지를 뒤흔드는 일이었다! 그는 곧장 위성 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려 했다.하지만 이때!쾅!밀실의 문이 열리더니 철문이 순식간에 폭발했다!중년 남자도 화들짝 놀라며 옆을 보았고, 문 앞에 검은 가운을 걸친 키가 큰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네가 어떻게 왔어?”그 모습을 본 중년 남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흑뢰를 떠난 것 아니었나?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러자 검은 가운을 입은 장신의 그림자가 밀실로 들어와 CCTV 화면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겉옷과 모자를 벗으며 강직한 얼굴과 희끗희끗한 머리를 드러냈다.사각형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썹, 높은 콧대와 넓은 입술, 그리고 혼돈과 장엄함을 머금은 눈. 그는 온몸에 천지를 멸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손발을 한 번만 움직여도 온 세상을 뒤흔들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위성 전화를 손에 쥔 중년 남자를 냉랭하게 바라보았다."넘버 1! 뭘 하고 싶은 거야?" 중년 남자는 당황하며 온몸을 떨었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시베리아 울프, 넌 선을 단단히 넘었다!"순간 그가 입을 열어 말했고, 깊은 목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강력했으며 단 한 마디로 살의를 드러냈다!그가 바로 넘버 1, 한용이다!그는 당시 용국 백만 대군의 최고 장군, 천용 대원수이었다.시베리아 울프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남성은 그의 말에 재빨리 눈살을 찌푸리며
"하하하!"시베리아 울프는 몇 번이나 크게 웃으며 거짓말을 포기한 듯 말했다."한용, 당신이 이 정도로 많이 알아낼 줄은 몰랐군! 어쨌든 이제 알았으니까 더 이상 숨기진 않겠다! 그래, 그 소식을 퍼뜨린 사람이 바로 나고, 내 목표도 한지훈이다! 자, 이제 뭘 어떻게 할 거지?”이 말을 들은 한용의 눈은 압도적인 살의를 뿜어냈고, 그의 몸에서 솟아오르는 기운은 하늘보다 더 장엄했으며 즉시 벙커 건물을 휩쓸고 흑뢰 전체를 뒤덮었다!!!"그렇다면, 당연히 죽어야지!"한용이 차갑게 말했다. "내 손자를 건드린 대가는 죽음뿐이다!"그러나 시베리아 울프는 비웃으며 말했다. "나를 죽이고 싶나? 한용, 조사를 했다면 내 뒤에는 서부 9개 나라 정상회가 있다는 것도 알지 않나?! 만약 내가 흑뢰에서 죽는다면, 9개국은 당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고, 용국 또한 마찬가지다!""그래?! 그렇다면 9개국 정상회가 너 같이 쓸모없는 놈을 포기할 건지, 아니면 나 혹은 용국과 전쟁을 벌일 것인지 그 선택이 궁금하군!"한용이 차갑게 말했고, 손에 쥐고 있던 펜이 갑자기 빛을 내며 날아가 시베리아 울프의 손바닥을 관통했다! "아아악!"순간, 시베리아 울프는 관통된 피 묻은 손바닥을 잡고, 분노로 가득 찬 붉은 눈으로 눈앞의 한용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한용! 이곳은 흑뢰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모든 흑뢰를 등지는 것 밖에는 안 된다고!!!""그래서, 뭐가 문제지? 흑뢰가 내 적이라면 난 흑뢰를 멸할 테고, 9개국이 내 적이라면 그곳 또한 멸망시킬 테다!""시베리아 울프, 이제 넌 끝이야!"한용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용이 손을 들자 탁자 위에 펜이 모두 흔들리며 공중에 떠올랐고, 시베리아 울프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한용을 바라보았다.펜은 순식간에 시베리아 울프의 몸을 관통했고, 그의 몸에 여섯 개의 핏구멍이 남겨졌다!"쿨럭!"시베리아 울프는 피로 뒤덮여 공포에 질린 눈으로 한용을 바라보았고, 중얼거리며 말했다."너… 정말 천왕의 경지에 이르
같은 시각, 한지훈이 있는 곳. 국왕과 용 선생이 전투기에서 직접 뛰어내렸고, 그들이 입고 있던 로브가 펄럭였다. 두 개의 앞머리로 거대한 바위가 땅에 떨어지는 듯한 두 자태가 극도로 광활하고 차가운 아우라를 발산한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그림자는 마치 거대한 바위가 땅에 떨어지는 듯했으며, 극도로 매서운 기운을 발산했다.이 기운은 순식간에 전 흑뢰를 휩쓸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국왕 폐하! 용 선생님!"이때, 한지훈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국왕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뒷짐을 진 채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훌륭하군, 네 실력이 또 늘었어. 곧 나와 용 선생을 따라잡을 거다."국왕도 한지훈의 실력에 감탄했고, 천자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한지훈의 실력은 확실히 더 강해져 있었다!한 씨 가문의 혈통은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강력했다! 수십 년 전, 이미 여러 나라의 강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한용이 있지 않았는가! 이제 한지훈은 육성에 도달하여 그들과 동등한 무적의 존재가 되었으며, 다시 한번 모든 나라의 강자들을 겁주기에 충분했다! 용 선생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훈에게 인사했다.그 후, 국왕은 맞은편에 있는 삼존 육성을 냉담하게 바라보았다. "짐은 용국의 국왕이다. 세 사람 중 누가 나와 겨루겠는가? 아니면 동시에 덤빌 텐가?"그의 한 마디에 밀림에는 찬 바람이 불어왔고, 뒤에 서 있던 한지훈도 그의 말을 듣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왕은 과연 패기가 넘쳤고, 홀로 삼존 육성을 상대하려 했다. 용국의 국왕 다운 기세였으며, 그 장엄한 기세와 위엄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맞은편에 있는 삼존 육성들은 극도로 안색이 어두워지며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이 두려움은 금방 사라졌다.결국 그들 또한 육성 강자이지 않은가! 그들은 국왕과 용 선생도 육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00은 순간 굳은 얼굴로 말을 꺼냈다."용국의 국왕께서 직접 흑뢰에 발걸음을 하시다니, 참으로 뜻밖이네요! 하지만, 국왕 폐하께서
이때, 02는 03이 날아가 우뚝 솟은 고목에 박히는 것을 보자 공격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조심스럽게 국왕을 바라보았다.국왕은 뒷짐을 진 채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눈빛이 번쩍였다."세 사람, 아직도 싸우고 싶은가?"국왕이 물었다.이때 00은 가슴을 부여잡고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더니, 고목에 박혀 있던 03의 어깨에서 나비 검을 유유히 뽑아냈다.03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이미 피로 물든 어깨를 감싸며 증오와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국왕을 바라보았다!00은 국왕과 용 선생, 한지훈을 바라보며 마침내 말을 꺼냈다.“용국의 국왕 폐하께서는 역시나 강하십니다! 오늘, 저희의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그 후 00은 02, 03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그러자 국왕은 돌아서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엇을 더 해야 하지?”한지훈은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감시 구역으로 가서 할아버지를 찾아야겠습니다.”국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건넸다.“그래, 우리는 밖에서 널 기다리지. 만약 할아버지를 찾게 되면 날 대신해서 말을 전해 다오, 우리 용국이 당신에게 신세를 졌다고! 만약 찾지 못한다면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곳에는 아직 강자가 남아 있으니 말이야.”이 말을 들은 한지훈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아직도 강자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국왕의 얼굴은 엄숙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그것도 나와 용 선생보다 더 강한 자이지!”이 말을 할 때, 국왕의 심오한 눈은 밀림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느낌은 틀림없이 사령관 급의 강자를 뛰어넘는 기운이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자리를 옮겼고, 용린과 함께 지프차를 몰고 흑뢰 감시 구역으로 향했다.어느새 그들은 흑뢰 중앙의 벙커에 도착했고, 이미 그곳의 방어 세력이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시체는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어떤 투쟁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용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시체의 부상을 확인했고,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청전인?”국왕은 지금까지 도청전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하지만 한지훈이 추천한 인물이라면 믿을 만했다.“그럼 짐이 그에게 관직을 하사하여,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는가?”국왕이 신중하게 묻자,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용국이 위기에 처하면 그가 스스로 나설 것입니다. 그는 무종 사람으로 자유로운 삶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관직을 주면 그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제가 그를 국왕께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오륙으로 떠나기 전까지, 적어도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국왕은 이 말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지훈, 그대는 진정 나라의 기둥이로구나!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내와 자식이 아니라 짐이라니! 짐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겠구나!”위기가 해소되자 국왕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오직 국왕 폐하의 근심을 덜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이제 할 말을 다 했으니, 저는 물러나겠습니다.”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국왕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한지훈, 이번 곤륜에서의 경험이 상당했을 텐데... 지금의 그대는 어느 경지인가?”잠시 침묵이 흘렀다.“천신입니다!”짧고 날카로운 대답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한지훈의 모습이 사라졌다.“천신...?!”국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국왕 폐하, 방금 누군가 다녀갔습니까?”진우가 문을 밀고 꼭대기 층 테라스로 들어오며 말했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그래, 한지훈이었다!”국왕이 담담히 대답했다.“한지훈이라고 하셨습니까?!”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귀신이나 환영 같은 걸 믿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지훈은 이미…“쓸데없이 놀라
이 시각, 강중에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용경은 한층 더 고요했다.용각에서 국왕은 홀로 천자각 꼭대기에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지금 한지훈이 부재한 상황에서, 용국은 반드시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만 했다!그러나 유청은 그 기준에 명백히 미치지 못했다.적어도, 실력이나 경지에 있어서 유청은 열국을 위압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내려앉았다!“누구냐!”국왕은 즉시 돌아서며 크게 외쳤고, 동시에 허리에 손을 뻗어 검을 뽑으려 했다.“국왕 폐하, 저입니다.”스윽—!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국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한... 한지훈?!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국왕은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너...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국왕은 말을 하며 몇 걸음이나 물러섰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세히 보니 과연 한지훈이었다!다만, 지금의 한지훈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고, 그의 분위기 역시 확연히 변화한 듯했다.예전의 한지훈에게서는 절대적인 위엄이 느껴졌다면, 지금의 한지훈은 더욱 깊고 심오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국왕 폐하,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하산한 뒤에서야 국상을 알았지만, 다행히 운 좋게도 죽지 않았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죽지 않았다니?!”국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눈가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한지훈! 네 녀석... 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 뻔했구나! 네가 정말 죽었다면, 용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겠느냐!”국왕은 말하며 성큼 다가와 한지훈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세차게 흔들었다.“하지만, 예 씨 부부는 저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두 부부 덕분입니다! 그 부부가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수정층 아래에 누워 있는 것은 바로 저였을 것입니다!”한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 예 씨 어르신
황약사가 말을 마치자,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마당을 나섰다.일반인들은 황약사가 의술이 뛰어나고 그 실력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극히 일부만이, 황약사가 진정한 천왕계 강자이며 무적천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설령 단해룡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황약사의 손에서 쉽게 이득을 보지 못할 터였다.황약사의 예상대로, 한지훈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씨 가문이든 단해룡이든 가슴 한편에 약간의 설렘이 부풀어 올랐다. 한지훈이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장씨 가문의 사람들이 괜히 희생된 것도 아니고, 단해룡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예충기가 살아 있다면 감히 나서지 못했겠지만, 그마저도 곤륜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젠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노 씨 어르신 무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각 문파와 접촉했고, 화산과 항산 역시 이에 호응하며 손을 잡았다. 이제 강우연이 강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그녀를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퍼졌다!겉보기엔 용국이 평온해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거센 격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사대 가문 중에서도 특히 동방 가문과 원씨 가문이 한지훈과 가장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기에,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가주님, 듣기로는 노 씨 어르신과 무맹이 이미 열 개가 넘는 문파를 규합하여 한씨 가문을 찾아가 응징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원상용은 차분한 시선으로 보고한 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원씨 가문의 원한이 그냥 묻힐 수는 없지!”“한지훈, 네가 살아 있을 때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이제 네가 죽었으니, 우리가 잔인하다고 탓하지는 말아라!”원상용은 말을 마친 뒤 보고를 한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원상호, 네가 원씨 가문을 대표하여 강중으로 가 강우연에게 책임을 물
이때, 약왕파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장로들이 하나같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비록 약왕파와 한지훈 사이에는 오래된 원한이 있었으나, 한지훈의 삶은 의롭고 당당하여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하아! 북양왕의 생애가 너무나도 짧았구나. 만약 그에게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이처럼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수만 도에 달하는 고온 속에서라면, 누구라도 수증기로 변해 사라졌을 것이야. 하지만 제릉산에 의관총이라도 마련된 것이 그나마 영광이라 해야겠지.”장로들은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오직 오 장로만은 깊은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생각엔 며칠 안 가서 무종의 사람들이 우리 문파를 찾아올 거요. 우리 약왕파는 이미 한지훈과 엮여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소?”그의 말에 주변 장로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오 장로, 자네가 한지훈에게 당한 게 있다 해도, 그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소!”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비록 무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했다.한지훈이 막 숨을 거둔 상황에서 즉각 손절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문파의 명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터였다.“제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약왕파 전체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단해룡이나 원씨 가문, 동방 가문 같은 세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장씨 가문, 천산, 화산, 항산의 인물들이 한지훈을 가만히 두겠습니까?”“그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한지훈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오직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예충기까지 함께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예충기 부부마저도 이번 사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그리고, 헬기를 통해 촬영된 그들의 시신 사진도 이미 공개되었습니다!”뭐라고?!앉아 있던 장로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
두 눈을 뜬 도청 전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당초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천신계 경지를 돌파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20대의 나이에 천신이라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이내 도청 전인은 천천히 일어나 옆에 놓인 보자기 하나를 들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 아래로 걸어갔다. 비록 도청 전인은 아직 천신경로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그 경지까지 반 보 정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도청 전인은 진법에 대한 인식은 깊게 가지고 있었다. 그 또한 체내의 자기장을 동원할 때마다, 발 밑에서는 두 갈래의 회오리바람이 떠오르면서 어느 정도의 기운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곤륜에서는, 한지훈은 천천히 대전을 빠져나왔고, 그의 발은 지면에 닿을 때마다 뇌해의 고온 양향으로 융해된 지면에 층층이 잔잔한 물결을 일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치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한지훈은 다시금 예충기 부부의 시체 앞에 다가와 허리 굽혀 절을 하였다. 그는 여전히 비통한 마음이었다. 만약 생사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는 절대 이 두 노인을 자신과 동행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한지훈은 눈물을 훔치고는 다시 가슴을 쳐들고 산 아래로 걸어갔다. 한지훈이 자리를 떠난 후, 예충기와 정봉교의 시체 옆에는 기이하게 피어난 금색의 작은 꽃 두 송이가 나타났고 수정과도 같은 지면에는 약간의 균열이 나타났다. 한지훈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면서 30분도 안 되어 작은 뜰로 다시 돌아왔다. 작은 뜰은 이미 텅 비었고, 신한국과 강만용조차도 종적을 감췄다. 결국 한지훈은 작은 뜰에서 잠시 머물다가 곤륜산 아래로 걸어갔다. 지금 이 순간 용국은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있었다. 용국의 백성들은 한지훈의 공적을 경외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한지훈을 위한 국장이 치러지는 날, 수백만 명의 용국 백성들은 함께 거리로 나가 한지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몇 줄로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한지훈은 급히 일어섰다. 후! 이때, 제단 주위에서는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더니 곤륜산 전체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이 한지훈의 감지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바로 이 대지의 주재자라도 된 것처럼, 그는 손 하나 발 하나로도 얼마든지 이 대지와 긴밀하게 융합할 수 있었다. 천신! 순간 한지훈의 마음속에서는 이 두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내 그가 주먹을 쥐자, 비할 데 없이 강력한 힘이 체내에서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마치 이 세상에 더 이상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 같았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났다. 백룡심을 융합시키고 나니, 또 다른 높은 경지에 다다르게 된 건가?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해도, 오로지 육안만으로도 수십 미터 높이의 돌로 쌓은 대전을 관통할 수 있었고 하늘의 노을빛까지 보아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천신의 경지에 다다른 징조이다. 게다가 천생서문에 따르면, 일단 천신계로 돌파하기만 하면 하늘에 노을빛이 나타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마침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바로 그 화려한 노을빛이었다. “엄마, 저거 봐, 불광이야!”한편 그 시각, 천부성에 있던 한 소녀가 하늘의 노을빛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린 소녀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많은 사람들은 그 눈부신 빛을 바라보았다. “어머, 진짜 불광이네. 영험한 보살이 나타났나 보구나!”“다들 얼른 무릎 꿇고 절하세요!”대낮에 어떻게 불광이 나타날 수 있는 거지? 어떤 사람은 단추까지 채운 채 공손하게 무릎 꿇었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뭐가 됐든 이 노을빛은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저 멀리 유럽에서는, 대전에 있는 한 백발의 노인은, 세계 각지에서 전송된 동영상 자료를 보고 있었다. 그는 하늘에 비춘 노을빛을 보고는,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용국에 또 천신 강자가 탄생한 거야? 마찬가지로 오르크스산에서는, 백발이
마치 금속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처럼 무섭게 들렸다. “칵!”바로 그때,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은제 상자는 떨어지게 됐다. 뒤이어 칠흑같이 어두웠던 제단은 갑자기 대낮처럼 밝게 비쳤다. 한지훈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방금 은제 상자가 놓여있던 곳에서는 눈부신 백광이 나타났다. 한지훈은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주시한다 하더라도 그 백광 뒤에 가려진 사물을 전혀 볼 수는 없었다. “설마 이게 바로 백룡심인 건가?”한지훈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천생서문에 있는 백룡심에 대한 기록을 다시 회상했다. 백룡심을 융합시키는 건 다른 용심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이유는 백룡심은 사실 생사상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년불멸의 용심은 영원히 살아있기에, 백룡심을 융합하려는 자가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생사가 맞아떨어져야 백룡심이 비로소 하나가 된다. 다만 문제는 그 조건이 매우 가혹하다는 것이다. 백광이 제단 전체를 밝게 비추는 가운데, 음양어 문양도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지훈은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쿵쿵쿵!” 심지어 한지훈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땅 위의 제단을 다시 한번 올려다본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른바 생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결코 이대로 허무하게 자결한다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땅에 그을린 몇 갈래 금은 모두 음양어로 몰리게 됐는데, 어느새 음양어의 한쪽은 이미 흰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럼 남은 반대쪽은 빨간색으로 물들여야 한다. 그 빨간색은 바로 피였다. 이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뽑아 들어 직접 자신의 손목을 찔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지훈은 순간 멍해졌다. “땡!” 오릉군을 내려치면서 뜻밖에도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 것이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힘껏 오릉군을 내리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목에 는 흰 점 하나만 보였다. 피는커녕 피부에 닿지도 못했다. 한지훈은
그렇게 한지훈은 예충기 부부의 시체를 향해 여러 차례 무릎 꿇고 참배까지 마친 후에야, 계속하여 곤륜허의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뇌해 구역을 지나 5리도 안되어, 한지훈은 갑자기 알 수 없이 넘쳐흐르는 생기를 느꼈다. 이내 주위에 깔려있던 회백색의 모래와 자갈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고, 전방에는 넓은 숲이 나타나더니 자연의 짐승들이 나무 사이를 누비는 걸 보게 됐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공기가 탁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예충기가 말한 바와 같이, 제준의 능묘로 들어설수록 생기가 오히려 짙어지고 있었다. 백룡심을 얻기 위해서는 생사를 건너야 한다더니. 방금 뇌해를 건너면서 한지훈은 이미 한 번의 죽음을 겪었기에, 지금 그의 눈앞의 펼쳐진 것은 바로 또 다른 삶이었다. 계속하여 이러한 생사의 왕복이 펼쳐질 예정이다. 동시에 한지훈은 내심 걸어온 길을 되새기며 생기와 사기를 번갈아 생각해 보았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한지훈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지훈은 생사의 오의를 깨닫지는 못하여 단지 모호한 개념만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상한 사실 하나는, 곤륜허에는 낮과 밤의 구분도 없는 것 같았다. 시간으로 계산하게 되면, 지금 시점은 노을이 지는 시점일 텐데 곤륜허는 여전히 대낮과도 같았다. 햇빛은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주위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이런 극한의 환경은 곤륜허를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또 몇 시간 계속하여 걸으면서 산등성이를 넘은 한지훈은, 갑자기 비할 데 없이 웅장한 궁전을 마주하게 됐다. 그 궁전은 길이가 수 미터에 달하는 돌로 쌓여 있었다. 비록 세월의 풍파를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대전과 벽에 보이는 금에서 당시 이 궁전이 얼마나 휘황찬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지훈은 곧장 대전으로 걸어갔다.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없는 한기가 한지훈에게로 밀려왔다. 이는 진정한 죽음의 기운이었다. 바로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극한의 한기였다. 대
국왕의 발언에, 종묘 장로들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젊어 보이지만 그 내면은 매우 단단했다. 이는 이번 기회를 빌어 아주 자연스럽게 4대 가문과 조정에 숨겨진 배후를 함께 물리칠 계획이었다. 재빨리 이 사실을 눈치챈 종묘 대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어귀에 있는 금위군을 향해 말했다. “여봐라, 당장 모두 밀어내!”“네!” 이내 한 무리의 금위군이 우르르 몰려들어 땅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 노신들을 밀어내려 하자 국왕이 차갑게 말했다. “그래도 엄연히 다들 우리 용국의 영웅들인데, 어떻게 밀어낼 수가 있겠어?” “네?”그 말에 한 무리의 금위군들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모두 끌어내! 3일 안에 용경을 떠나지 않는 자들은 가산까진 전부 몰수할 거야!”국왕의 노여움에 금위군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들어 멱살을 잡거나 팔을 잡아당긴 채 20여 명을 모두 용각 밖으로 끌어냈다. 그제야 조정은 비로소 평온을 되찾았다. 신한국은 끌려가는 노신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폐하, 이러면 이젠 4대 가문과 얼굴을 붉히게 될 것입니다!”강만용 역시 근심이 가득했다. “용국이 영원히 4대 가문의 용국은 아니야. 더욱이는 어느 명문 가문의 용국도 아니야. 자고로 용국은 백성들에게 속하고 만민에게 속하는 거야!”“나라를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은 마땅히 봉상을 받아야 하고, 그 유상 역시 마땅히 조상의 영예를 받아야 돼. 이것은 절대 당연한 천리야! 이 천리를 어기려 하는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될 거야!”국왕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그동안 4대 가문이 손을 뻗은 범위가 너무나도 넓었고 관리 범위도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국왕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닌 용국 전체의 의지를 대표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그 시각, 멀리 곤륜허에서는 사람 모양을 한 검은 숯덩이가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족히 10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람 모양의 검은 숯덩이는 겨우 몸을 버티고 땅에서 일어선 뒤 옆에 있는 유리석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