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남궁은서는 예천우가 불만스러워한다는 걸 느꼈지만 더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알았어요.”예천우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사부님이 자신을 세심하게 돌봐주고 용왕의 자리에까지 앉힌 이상 자신에게 해를 끼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옥패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 물건이 정말 그렇게 신비로운 건가요? 아버지는 비밀을 풀었나요?”“글쎄. 네 아버지도 완전히 해독하지는 못했어. 하지만 옥패를 통해 체질을 정화하고 천부적인 재능을 크게 끌어올리는 도움을 얻었지. 하지만 다른 건 네 아버지도 이해하지 못했어.”남궁은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옥패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요?”예천우는 옥패를 꺼내 들었다. 겉모습은 너무나 평범했고 진기를 운행하거나 피를 떨어뜨려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에이, 어쩌면 이 물건은 내 운명이 아니겠지.’그는 생각을 접었다.‘사부님이 정말 내가 이 옥패의 비밀을 풀어 내기를 원했을까? 말도 안 돼.’예천우가 어머니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유이안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형부, 지금 어디예요?”“왜 그래요?”예천우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언니가 사고가 났어요.”“뭐라고요?”예천우의 목소리는 즉시 싸늘해졌고 주변 공기가 몇 도나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유이안은 그 기운에 놀라 전화를 통해서도 차가운 느낌이 전해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이 위험한 건 아니에요. 다만 누군가에게 모욕을 당했어요.”“지금 어디죠?”예천우는 누가 그녀를 괴롭혔는지는 묻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임완유를 만나는 것이었다. 유이안이 이렇게 전화를 걸 정도라면 그녀가 적잖은 수모를 당했다는 뜻이었다.‘혹시 임씨 가문 사람들인가?’생각해 보니 유은수가 계속해서 임씨 가문의 주식을 되찾으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그것 때문이라면 임씨 가문을 정말 아예 없애버릴 테야.’“아직 임씨 저택에 있어요. 짐을 챙기고
만약 예천우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그는 눈앞의 노인이 자신의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노인은 이미 진정한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옛 용왕 역시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그 노인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옛 용왕 역시 육지의 신선 경지에 도달한 것 같았다..그 당시 예정환은 가짜지만 진짜처럼 보이는 옥패를 넘겼다. 하지만 용진성과 옛 용왕 같은 강력한 인물에게는 그 정체가 금세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몇 날 며칠의 연구 끝에 그들은 옥패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짜 옥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끝에 그들은 진짜 옥패를 찾아냈다. 진짜 옥패는 바로 진민의 손에 있었다.그들은 진짜 옥패를 얻은 후에 가짜 옥패를 다시 진민에게 돌려주었는데 심지어 진민조차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러나 진짜 옥패를 손에 넣고도 그것의 비밀을 풀지 못한 그들은 난관에 봉착했다.옛 용왕과 용진성은 옥패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예정환의 아들, 즉 예천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옛 용왕은 예천우를 데려가 용문에서 보호하며 키웠고 그들은 오랜 시간 옥패의 비밀을 파헤치려 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끝에 진짜 옥패를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예천우가 가져가길 기다렸다.그들의 계획대로 예천우는 진민에게서 옥패를 되찾았다. 이 모든 계획은 치밀하고 완벽하게 실행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 동안 예천우의 행동은 그들의 감시 아래 있었다. 예천우가 몇몇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부하들을 모은 것조차 그들의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았다.예천우는 자신이 처음부터 옛 용왕의 손안에서 옥패의 비밀을 푸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어머니 남궁은서에게 사부님의 말을 전하려 했다.그러나 남궁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 들었어. 하지만 화내지
“없어요!”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너의 재능은 정말로 뛰어난 것 같구나. 하지만 절대 자만해서는 안 돼. 더 노력해야 해. 용도에는 청룡보다도 강한 절대적인 강자가 한 명 더 있어.”옛 용왕이 경고하듯 말했다.“뭐라고요?”예천우는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청룡은 항상 세계 최강자로 불리지 않았던가.그는 믿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사부님, 청룡이 세계 최강자가 아니었어요?”“청룡은 확실히 매우 뛰어난 강자야. 같은 연령대에서는 세계 최고라 불릴 만하지. 하지만 진정한 실력 면에서 그보다 강한 이가 없진 않아. 그런 사람들은 드물지만 실제로 존재해.”“적어도 용도에 있는 한 사람은 청룡을 이길 수 있을 거야. 다만 너무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모두가 그 고수의 존재를 잊어버렸지.”옛 용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누구시죠?”예천우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바로 비룡위의 창시자 용진성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용진성은 지금 최소 백오십 살이 넘었을 거야.”옛 용왕은 조용히 말하면서 곁에 앉아 있던 평범해 보이는 노인을 흘낏 쳐다보았다.“게다가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네 아버지가 죽음으로 몰린 상황을 생각해 보면 너의 적들은 정말 강력한 자들이야. 그런 고수들을 상대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해. 단지 네 곁에 있는 그 사람들만으로는 어림없어. 그리고 용문은 다른 일에선 너를 도울 수 있어도 이 문제에 있어선 손을 댈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용문은 용국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야. 우리와 비룡위는 대립할 수 없어. 그런데 비룡위는 그때의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가해자 중 하나야. 특히 옥패는 바로 비룡위에 의해 빼앗겼지.”옛 용왕이 말했다.“사부님,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용문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충분한 실력이 없으면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어요.”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아버지는 목숨을 잃고 옥패를 내어주는
예천우가 돌아오자 남궁은서는 크게 반가워하며 그를 맞이했다. 아들을 되찾은 후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예천우의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하지만 임국종의 죽음으로 인해 예천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임완유와 함께 보냈다. 이제야 모든 일이 마무리된 지금 예천우는 왕 어르신이 했던 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하며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려 했다.그러자 남궁은서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왕 어르신께서 널 속이진 않았을 거야. 사실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을 뿐이지.”“그런데 엄마, 그때 사부님께서 저를 데려간 건 엄마의 계획이 아니었나요?”“아니야.”남궁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때 난 도저히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 그래서 널 고아원에 숨겼고 거기에 옥패도 함께 맡겼지. 그땐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몰랐으니까. 그 후에 옛 용왕이 널 제자로 삼은 건 나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어. 옛 용왕이 널 데려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도 엄청난 노력을 들였어.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널 찾지 않을 리 없었겠지. 최근에서야 널 찾고도 바로 만나지 못한 건 내가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야.”“예백천을 죽이는 거였나요?”“맞아.”남궁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예백천을 죽이는 일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설마 용도를 떠난 적 없는 청룡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지.”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부님이 저를 데려간 건 결국 할아버지의 부탁이었던 건가요? 그런데 왕 어르신 말로는 할아버지가 계속 저를 찾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만약 할아버지가 직접 사부님께 부탁하신 거라면 굳이 저를 찾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그건 네가 직접 사부님께 물어보는 게 좋겠어.”남궁은서는 그렇게 답하며 건의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 문제를 분명히 알아내야만 했다. 이는 자신이 앞으로 예씨 가문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그
남궁은서와 예천우가 결국 살아남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이번에 네 할아버지를 만난 건 불과 몇 달 만이었지만 정말 많이 늙었더구나.”왕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우야, 내가 너를 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니야. 정말 부탁인데 네 할아버지를 좀 도와줘. 하지만 그게 너한테 어려운 일이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고. 결국 그 당시에 예씨 가문이 너희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던 건 사실이니까.”왕 어르신은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가장 큰 원흉은 예백천의 배신이었다. 만약 그가 예정환에게 받은 도움과 지원이 없었다면 어찌 그토록 빠르게 종사로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더군다나 예씨 가문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예정환을 방치해 죽게 만들고 심지어 예천우와 남궁은서를 집에서 쫓아냈다.이 모든 일들은 도저히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어르신, 죄송하지만 오늘은 술을 더 마실 수 없겠어요. 제가 확인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그래. 술 마실 기회야 많잖니. 다음번엔 제대로 마셔보자고!”“감사합니다. 어르신.”예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지만 그의 표정은 약간 냉담해 보였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왕재현과 왕지훈은 이미 사라졌지만 왕효리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천우가 나오자 그녀는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천우 오빠, 할아버지랑 이야기 다 끝났어?”“응. 그런데 나 아직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갈게.”예천우가 말했다. “그게... 천우 오빠...”하지만 예천우는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고 왕효리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할아버지가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천우 오빠가 이렇게 기분 나빠 보이다니.’그녀는 참지 못하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 왕 어르신께 물었다.“할아버지, 대체 무슨 얘기를 하신 거예요? 왜 천우 오빠를 그렇게 화나게 했어요?”“화가 났다고?”왕 어르신은 잠시 멍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걱정하지 마. 천우는 화난 게 아니야. 단지 천우가 들은 내용
왕재현은 잽싸게 술잔을 들어 예천우에게 공손히 말했다. “예 신의님, 죄송합니다. 지난번에 제가 무례하게 굴었던 점 사과드립니다.”왕지훈도 급히 따라 술잔을 들며 사과했다.예천우는 이전에 이미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에 대해 썩 마음에 들어 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난 일은 됐어요. 다만 앞으로는 권력을 앞세워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두 사람은 급히 보증하며 말했다.“그렇다면 됐어요.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합시다.”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들어 왕 어르신을 향해 건배하며 말했다.“어르신, 이 잔은 제가 어르신께 올릴게요. 과거 저희를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왕 어르신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술잔을 들어 올리며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또 그런 얘기를 꺼내는구나. 고마워해야 하는 쪽은 오히려 나야. 하지만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실 그때의 일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어.”“숨겨진 사연이요?”“그래.”왕 어르신은 주변 사람들을 한번 둘러본 뒤 바로 말했다.“너희들은 다른 일이 없으면 먼저 좀 자리를 비켜줘. 난 천우와 사적으로 나눌 이야기가 좀 있어.”왕재현과 왕지훈은 이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안도하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습니다. 아버지, 예 신의님, 편히 이야기 나누세요.”왕효리는 별로 썩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예천우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듯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방을 나섰다.다른 왕씨 가문 사람들도 차례로 방을 떠났다.방에 단둘이 남은 왕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천우야, 너희 어머니와 네가 예씨 가문에서 쫓겨난 후 여러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너희를 적으로 대했지.”“어떤 이는 너희 목숨을 노렸고 어떤 이는 소문으로 전해지던 보물을 탐냈어. 아니면 둘 다였을지도 몰라. 너희가 도망치는 동안 내가 정보를
그러자 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도 조금 기억나요. 제가 맞다면 그때 왕 어르신께서 저한테 탕후루를 하나 주셨던 것 같아요.”예천우는 그 기억이 떠올랐다. 아주 뚜렷한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확실히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예천우는 비범한 재능을 가졌지만 대체로 세 살 이후의 일들을 주로 기억했고 세 살 이전의 기억은 희미했다. “맞아, 맞아! 넌 기억력이 정말 좋구나.”왕 어르신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번에도 네가 치료해 준 덕분에 이렇게 웃고 있는 거야. 아니었으면 지금쯤 저세상으로 갔겠지.”그는 임씨 가문의 임국종이 세상을 떠난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병세로 따지면 자신의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병원에서는 아예 수술을 포기하고 죽기를 기다리라는 말까지 했으니 말이다.“왕 어르신, 과찬이세요. 예전에 어르신께서도 저희를 많이 도와주셨잖아요.”왕효리는 할아버지가 예천우와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며 더없이 기뻐했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술을 따라주며 웃었다.“할아버지, 이렇게 즐겁게 웃으신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천우 오빠, 오늘 할아버지랑 술 좀 많이 마셔주세요.”그 말을 들은 왕 어르신은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효리가 날 잘 아는구나. 천우야, 우리 손녀 어때? 괜찮지 않아?”예천우는 잠시 멈칫하며 웃었다. “물론이죠. 어르신의 손녀는 정말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성격도 침착하고 대범하네요. 아마 수많은 명문의 도련님들이 왕씨 가문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겠어요.”“하하. 그야 당연하지!”왕 어르신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내 손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하지만 이 녀석이 눈이 너무 높아서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덕분에 내가 속이 타 죽을 지경이야.”“그런데 효리가 너를 아주 높이 평가하더라. 너도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이런 이야기가 왜 갑자기 나한테 오는 거야? 효리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예천우가 막 식당에 도착하자 매우 밝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신의님!”예천우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가볍게 화장했을 뿐인데 피부가 더욱 화사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검은 눈동자는 맑고 매혹적이며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와 하얗고 긴 다리는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다.지난번 병원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이 소녀가 이렇게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줄은 몰랐다. 아마도 수많은 남자가 그녀를 갖고 싶어 할 것이다.왕효리는 금세 예천우 앞에 다가왔고 예천우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예 신의님, 뭘 그렇게 보세요?”“효리 씨를 보고 있죠. 효리 씨의 미모에 순간 놀랐어요.”예천우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예 신의님도 참... 농담도 잘하시네요.”왕효리는 가슴이 두근거렸고 기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지난번 병원에서 만난 이후 왠지 예천우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났다. 사실 둘 사이엔 특별한 교류도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멈출 수 없는 호감이 생긴 것 같았다.‘아마 이게 첫눈에 반한다는 거겠지.’오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녀는 특별히 자신을 꾸몄다.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도 입고 나왔다.그리고 예 신의님이 정말 자신을 보고 놀랐다니 왕효리는 이 모든 준비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예천우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방금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신경 써줘서 고마워요.”“예 신의님, 너무 겸손하시네요!”왕효리는 서둘러 말했다.“지난번 예 신의님의 실력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혹시 친하게 지내도 될까요?”“물론이죠.”왕효리가 이렇게 진심 어린 호의를 보이는 데다 지난번 그녀에 대한 인상도 좋았고 그녀가 은인의 후손이라는 점도 있었기에 예천우는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정말요?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그래!” “어머니는 어딜 봐서 제가 임씨 그룹의 지분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죠?”임완유가 물었다. “그건... 뭐 대충 그런 뜻으로 말해달라고!”유은수는 정말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지금 손에 쥔 모든 것이 순식간에 다시 되돌려져야 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임완유에게 부탁하면서 다시 가져가라고 할 수도 있다.“됐어요. 시끄러워요! 걱정하지 마세요. 예천우에게는 제가 잘 설명할게요. 천우가 절대 당신들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임완유가 그렇게 말하자 유은수는 그 말을 듣고 즉시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좋아. 이건 네가 한 말이니까 만약 예천우가 뒤에서 무슨 일을 꾸미면 그건 분명히 네가 책임져야 해.”“걱정하지 마세요. 천우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임완유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그래... 우리는 그냥 조금 걱정이 된다는 뜻이야. 자, 이제 다 준비됐으니 서둘러 서명하고 지분을 넘겨줘.”유은수가 서두르자 임완유는 말없이 계약서를 가져와 대충 살펴본 뒤 빠르게 서명했다. 어차피 모든 지분은 부모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모든 것이 마침내 끝났다. 유은수는 기뻐서 얼굴이 활짝 피었다. 오늘이 아버지의 장례일인데도 그녀의 마음은 온통 그쪽에 있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고 임완유는 마음이 차가워졌다. 유은수가 이렇게 계산적이고 돈과 명예밖에 모를 줄이야.할아버지에게도 그녀에게도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말이다.만약 유은수가 자기 어머니가 아니라면 정말 가차 없이 혼내주고 싶었다.유은수는 기쁜 표정으로 들떠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완유야, 넌 이제 회사에서 지분도 없는데... 대표는 계속할 생각이야?”임완유는 깜짝 놀랐다.‘이제 내 대표 자리까지 빼앗으려는 거야?’그래서 임완유는 차갑게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 “아니. 그게 아니라... 넌 유천 그룹도 있잖아. 그건 네 회사니까 넌 거기서 일을 해야지. 그러면 이제 임연 그룹은 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