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람들에게 억대의 BBA는 이미 대중화되어 있다. 너무 튀지도 않고 주행 느낌도 더 좋을 것이다.다만 예천우가 들어가서 몇 분 둘러보는 동안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중요한 것은, 셔츠에 스커트를 입은 네 명의 예쁘장한 아가씨들이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분명히 그를 봤으나 일어서는 사람은 없었다.예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이때 좀 마른 체형의 아가씨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얼굴이 참 예뻤고 눈이 아주 컸는데 긴장한 듯 물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차를 구입할 생각이신가요?”“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을 찬찬히 훑어보니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앉아있던 여직원들이 이 장면을 보고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유, 진꽃병 씨가 참 애를 쓴다. 안타깝긴 하지만 뻘짓일 텐데.”“말해 뭐해, 걔 그 눈치로 보름 동안 차 한 대도 못 파는 게 정상이지.”“그래, 저런 쓸모없는 애를 뽑아서 어디다 쓰는지 몰라, 보기만 하려고 뽑은 건가?”“당연히 보려고 뽑은 거지, 얼굴이 반반하지 않았으면 고 대표님이 뽑았겠어?”글래머한 몸매의 매니저 반도훈이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진가인은 다 들렸다.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괴로움을 참으며 물었다. “고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예 씨입니다!”“예 선생, 그럼 어떤 모델이 마음에 드십니까?” 진가인은 손에 든 카탈로그를 훑으며 긴장해서 물었다. “카탈로그 보면서 소개할 필요 없어요.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아무거나요?”진가인은 멍해 있다가 상대방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아무거나? 웃겨, 정말 차를 구입할 생각이 있다면 누가 이렇게 말해요.”“그러게요. 저 사람 옷차림을 보세요. 딱 봐도 그냥 거지구먼 어떻게 벤츠를 사요.”“저 계집애 경험 쌓는다 치죠 뭐. 다음부턴 좀 이렇게 생각 없이 굴지 말았으면.”“쟤 머리로
반도훈과 다른 직원들도 들었다. 특히 예천우가 은행카드를 꺼내서 계산하려는 것을 본 순간, 다들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반도훈은 인차 정신을 차리고 물 한잔 따라서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다가갔다. “예 선생, 옆에서 들으니 S680을 구매하시겠다고요?”“그렇습니다만.”예천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참 안목이 있으시네요. 이 모델은 부자의 상징이지요. 어딜 가나 상위층임을 대표하죠.”“그런데 진가인 씨가 입사한 지 보름도 안돼서 차에 대해 전혀 몰라요. 고객님 같은우량 고객에게는 매니저인 제가 직접 상품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전 저분이 소개했으면 합니다.”“하지만 저 애는 설명해 봤자 뭐 들을만한 게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제가 매니저로서의 권한이 있으니, 예 선생이 최고의 할인과 혜택을 받게끔 할 수 있습니다!”반도훈은 말하면서 물 잔을 건넸다. 심지어 일부러 예천우의 손을 슬쩍 스치기도 했다.예천우가 상대방의 속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물 잔을 받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전 이렇게 싼 물건은 종래로 가격을 따지지 않습니다. ”“어머, 예 선생은 과연 갑부이시군요.” 반도훈은 비위를 맞춰가며 말했다. “진가인 씨,어서 예 선생께 과일 좀 내와요.”진가인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돌아섰다. “잠깐!”“그럴 필요 없어요. 전 과일 안 먹습니다. ”“그리고, 애쓰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이 차는 반드시 저분한테서 사야겠으니. 아니면 안 살겁니다. ”예천우가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의 의사를 명확하게 말하니 다른 직원들도 알아차렸다. 방금 전 그들의 대화는 다들 들었을 것이고 불만을 품었을 것이다. 이런 굴욕을 당해 본 적이 없는 반도훈은 매섭게 진가인을 흘겨보고는 자리를 뜨려다가 예천우 손에 든 카드를 봤다. 은행 카드 같지 않은데.그녀는 즉시 입을 열었다. “예 선생 요구라면야 마땅히 들어드려야죠. 그런데 예 선생 손에 든 카드를 제가 좀 봐도 될까요?”“그럼요!”예천우은 무심하게 대답했다.반도
"확실하지? 난 한번 나가면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야." 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지금 당장 가지 않으면 경호원 불러서 쫓아낼 거예요." 반도훈이 대꾸했다.고 대표가 살짝 의아했다. 고 대표는 예천우가 손에 든 카드를 쳐다보았다. 안색이 살짝 변해 있었다. 고 대표는 용등 블랙카드를 사진으로만 봤지, 실물은 처음 본다."잠깐만!"예천우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하자, 고 대표가 황급히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선생님, 손에 든 카드를 다시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예천우가 손에 든 카드를 날렸다.고 대표는 얼떨결에 블랙카드를 받았다. 자세히 보니 사진 속 카드와 똑같았다. 고 대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선생님, 잠시만요!"그가 빠른 걸음으로 벗어났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상황을 살피기 바빴다.곧 고 대표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잔뜩 흥분한 고 대표가 말을 더듬었다. "선, 선생님, 제가 귀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고 대표의 사과에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눈치를 살폈다. 예천우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진짜로 용등 블랙카드인지 의심하는 눈초리였다.특히 반도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고 대표님,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 사람은...""닥쳐!"고 대표가 화를 냈다. "저 카드가 어떤 카드인지 알아? 용등 블랙카드야! 이분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시다. 감히 그런 분께 무례를 범하다니, 죽고 싶어 작정했구나!"고 대표의 말에 사람들이 어리둥절해서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조금 전 예천우를 대했던 자기 행동을 떠올렸다.무례한 행동을 했던 사람들은 정말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천운 같은 기회를 그들이 재앙으로 바꾼 셈이다.진가인도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예천우가 차분하게 말했다. "사람 보는 눈은 있는 것 같은데, 자기 발로 나가는 게 나을까, 아니면 내가 자를까?"고 대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다급히 무
반도훈은 고 대표가 예천우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자 그를 살려두던 게 떠올랐다.그녀는 즉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제가 실수했어요. 제가 아둔해서, 무지해서, 감히 선생님을...""꺼져!"예천우가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 예천우는 그녀의 위선적인 헛소리가 듣기 싫었다.옆에서 구경하던 여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대표가 화가 나서 말했다. "반도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꺼져!"고 대표는 예천우의 명에 따르기 위해 으름장을 뒀다."잠깐, 저 여자는 잘못이 없다." 예천우가 진가인을 가리켰다.고 대표가 황급히 말했다. "진가인 씨는 남아.""다른 사람들이 날 빈정거리고 있을 때 진가인은 내게 친절했다. 아주 괜찮은 사람이야."고 대표는 예천우가 진가인에게 반했다고 믿었다. 그래서 황급히 말했다. "가인 씨는 확실히 훌륭합니다. 용모도 예쁘지만, 성품도 훌륭하지요.""가인 씨는 앞으로 영업팀 팀장이야."진가인은 멍해졌다. 입사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그녀는 회사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단번에 영업팀 팀장 자리를 맡게 되었다.그녀는 감당할 수 없었다. "대표님, 전, 전 할 수 없어요.""괜찮아. 누구든 처음부터 잘하는 게 아니야.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 묻거나 전화해서 물어봐."고 대표가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진가인은 너무 기뻤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원장님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선생님, 다른 분부가 있습니까?""내 차 수속 좀 해 줘."예천우는 평범한 차를 사려고 했다. 그러나 일이 생각보다 커졌고 여기서 차를 교환할 수 없었다."예, 최대한 빨리 수속을 마칩니다. 선생님, 이쪽으로 오세요."고 대표는 예천우를 VIP 룸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과일이 준비되었다. 진가인도 동행하게 되었고 고 대표가 직접 잡일을 처리하게 되었다.진가인은 안절부절못해서 의자에 어색하게 앉았다."그렇게 긴장하지 마. 난 아무 의도도 없으니까.
고 대표가 일 처리를 잘 끝낸 덕분이다. 어느새 저녁 7시가 넘어 있었고 예천우는 새 차를 몰고 나왔다.곳곳에 주차된 고급차들에 그는 살짝 놀랐다.이번에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상류 사회의 예술회 같았다.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예천우가 들어가려 하자, 두 명의 경호원이 그를 막았다."선생님, 안녕하세요. 초대장을 제시해 주십시오."예천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가 직접 그를 초대했다. "연주회 가는 건데, 그래도 초대장 필요한가요?"마침 옆으로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가 지나갔다. 그들은 에천우를 힐끗거렸다. 그를 멸시하는 게 분명했다."여긴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곳입니다."사람들은 초대장을 꺼내 경호원에게 보내준 뒤, 안으로 입장했다.경호원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예, 안으로 들어가려면 초대장이 필요합니다.""그렇군요."예천우는 전화하고 싶었지만, 어르신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전 예천우라고합니다. 초대 명단에 이름 있을 건데, 관리자한테 확인해 보는 게 어때요?"경호원은 예천우의 평범한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그를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있는 거다. "안 됩니다. 초대장 없이는 입장이 불가합니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들어 전화하려 했다.이때, 임완유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임완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예천우가 이런 자리에 아무렇게나 입고 온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임완유의 목소리를 들은 예천우는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그의 아내 임완유다.임완유는 세련되고 화려한 롱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게다가 아름다운 그녀의 용모와 고상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녀가 등장하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그녀의 곁에는 잘생긴 유걸이 있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유걸은 아주 댄디해 보였다.다만 예천우와 눈이 마주친 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성심껏 준비한 임완유와
"너 정말 뻔뻔하구나!"초대장도 없이 빈 손으로 찾아왔다는 얘기에 임완유는 어이가 없었다.창피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급하게 자신의 초대장을 꺼내 말했다."저한테는 초대장이 있는데, 같이 데리고 들어가도 되죠?""안됩니다. 초대장을 들고 있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경호원은 고개를 저었다."아..."예천우를 향한 비웃음 가득한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읽은 임완유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유걸, 먼저 들어가있어. 난 조금 있다가 갈게.""예천우, 따라와!"그녀는 일단 예천우를 다시 데려가려고 했다."어디 가?"예천우는 어리둥절했다."네가 보기에는?"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 본인 탓인 줄도 모르고 이렇게 해맑은 예천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난 도무지 모르겠어.""잔말 말고 따라와!"임완유는 단단히 화가 났다.그런데 바로 이때,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둘의 모습을 보고는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혹시 예천우 씨 맞으세요?""네, 그런데요?""그럼 강 선생에 대해서도 잘 아시나요?""물론이죠. 그 분이 저를 초대한겁니다.""그렇죠? 선생님께서 직접 초대한 게스트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 부하들이 보는 눈이 없어서 약간 실수를 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얼른 들어오세요. 오늘 밤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는 모두 멍해졌다.이렇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젊은이가 뜻밖에도 직접 초대된 게스트라니, 심지어 누군가가 직접 이렇게 맞이를 해주다니.임완유 또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지? 예천우가 게스트라고?유걸 또한 이 상황이 기가 막혔다. "네, 감사합니다."예천우는 살짝 웃으며 임완유를 향해 인사했다."난 먼저 갈게!"이게 무슨 일이야? 임완유는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 자식 봐라, 초대 받아놓고 날 속여?까불대는 그의 모습이 매우 얄미웠다.근데, 대체 어떻게 게스트로 초대된거지
유걸은 한참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끼어들었다."이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근데 과연 피아노 곡들을 잘 감상할 수 있겠는지 모르겠네요.""들어본 적은 많지 않긴 하지만 분명히 그쪽보다는 적지 않을거예요."예천우는 일부러 임완유 앞에서 자신에게 도발을 걸어오는 유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뜻밖의 반격에 유걸은 당황했다. 예천우의 말대로 그는 피아노에 대해 아는 게 전혀없었다."허세 부리지는 마시죠.""허세 아니고, 저 진짜 잘 알거든요." 예천우는 여유롭게 웃었다."그럼 제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볼가요?""됐거든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서 시험 받는거 별로 안 좋아해요." 예천우는 가볍게 거절했다.뜻밖의 신경전에 임완유는 저도 모르게 둘을 번갈아보았다.한편으론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예천우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유걸과 함께 있을 때랑은 달리 덜 눈치가 보였다. 임완유의 이런 마음을 유걸도 진작에 눈치를 챘다.그리하여 더더욱 화가 났다. 자신이 공을 들여 짠 판이 계속하여 이렇게 흐트러지게 되니. 그는 곧이어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곧 연주회가 시작될거야. 얼른 가서 자리에 앉자.""응, 그래."두 사람이 자리를 찾으러 떠나자,예천우도 곧바로 함께 했다.이를 본 유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쪽은 모처럼 이렇게 화려한 곳에 온 것 같은데,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하시죠?” "연주회가 시작된다 하잖아요. 저도 들을거거든요."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유걸은 그가 얄미워 미칠 지경이었다.이번 연주회의 좌석 배치는 일반 연주회와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모두 세 좌석에 작은 둥근 탁자 하나씩 배치되어있었다.가장 큰 포인트는, 앞의 첫 줄에 있는 몇 개의 원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원탁들은 모두 마음대로 앉을 수 있는 좌석들이었다. 심지어 넉넉하게 여분의 자리도 남겨뒀었다.그리하여 이번 연주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탁상 옆에 도착하자마자 임완유는 자연스레
피아노에 대해 잘 모르는 유걸이었지만 그는 괜히 시비를 걸고 싶었다. 이렇게 큰 연주회에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수 있는 실력의 고수라면 틀림없이 뛰어난 실력자일텐데 어떻게 그저 보통이라고 평가를 할 수가 있지?다들 기립박수 하는 거 안 보여?"무식한 놈."예천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더이상 유걸을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러자 유걸은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제3자로서 지켜보고 있던 임완유는 더 이상 참다 못해 호통을 쳤다."예천우, 너 말 조심해.”"됐어. 딱 보니까 피아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나한테 들켜서 일부러 나한테 도발을 하면서 센 척 한거야. 민망하면 그럴 수 있지 뭐."유걸은 옆에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러나 임완유는 마치 바보를 보듯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사실 예천우의 말이 맞긴 한데, 정말 피아노에 대해서 모르는건 너인 것 같네. "완유야, 굳이 그렇게 날 볼 필요는 없어. 비록 천우 씨가 일부러 나쁜 의도로 날 건드리긴 했지만 내가 그렇게 뒤끝 있는 성격은 아니라서 걱정 마. 어찌 됐든 천우 씨는 네 남편인데 내가 체면을 세워 줘야지."유걸은 점점 허세를 떨어갔고, 이렇게 하면 임완유가 감동을 받을 줄 알았다. 정작 임완유는 내심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유걸이 매번 자신을 도와준걸 생각하면 차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일단 연주회나 계속 듣자."멍청한 놈.예천우도 한심하기 그지 없는 유걸 때문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그 영문을 알리가 없던 유걸은 괜히 기분이 나빴지만 따질 수는 없어 계속 음악을 감상하기로 했다.곧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해외파 피아니스트였다. 이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갔다.곧 마지막이 다가올 시점, 사회자가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음으로 모실 분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맨틀의 공연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주세요!”그러자 장내에서는 열렬한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다들 이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필경 당대 세계 제일
모두가 하나씩 존경의 태도로 남궁은서를 칭찬하는 모습을 보며 정우찬의 얼굴은 매우 침울해졌다.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돌아와야 했지만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가 나왔다.그러나 남궁은서의 자세를 보면서 남궁은서가 지금 자신의 전성기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는 남궁은서는 신분과 지위 모두에서 성종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다.여 전주가 그렇게 강력한 실력을 갖추고도 자리를 내어주기로 결심한 걸 보니 자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이런 생각에 정우찬은 마음을 조금 놓게 되었다.그러나 그 순간 정우찬은 절정 노조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주인님?’그 말을 듣고 정우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뒤에 나온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그냥 나올 수 있는 게 아닌데... 정우찬의 얼굴에는 수치심이 스쳤다.남궁은서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절정 노조가 그처럼 말하는 걸 보고 그가 이미 완전히 복종한 걸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예천우한테 완전하게 복종하면서 주인님이라 부를 줄은 몰랐다.절정 노조는 정우찬의 놀란 표정과 다른 사람들의 이질적인 반응을 느꼈다.그러나 그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며 차분히 말했다.“주인님의 능력은 천지를 넘어서시니 내가 이렇게 부르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잖아?”그 말을 들은 모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 뭐 정상이라고 하면 정상이겠지.’예천우는 웃으며 답했다.“절정 노조, 말해봐. 무슨 일이야?”절정 노조가 이렇게 예의 있게 말해주는 이상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절정 노조는 급히 대답했다.“정우찬과 정우환 두 형제에 대한 일이에요. 두 사람이 예전에 잘못해서 주인님을 모욕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재능이 뛰어나고 수련 능력도 매우 높습니다. 만약 몸이 회복된다면, 훗날 육지 신선의 경지에 이를
남궁은서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 보니 예천우의 성격상 이런 큰일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었다.원래는 양박군이 괜찮은 후보였는데 그의 실력은 충분하지만 이렇게 큰 종파를 다루는 경험이 부족해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었다.남궁은서는 남궁청휘가 임종 때 유언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성종을 발전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라는 부탁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젠 예천우가 그 자리에 앉을 때까지 자신이 대신해야 할 것 같았다.“어쩔 수 없군. 네가 원할 때까지 내가 대신 맡을게.”남궁은서는 속으로 결심을 다지며 말했고 예천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말을 이었다.“다들 궁금할 수 있겠지만 영종의 종주는 사실 이전 성종 종주님의 딸이었습니다. 영종 종주님의 실력은 다들 보셨죠? 분명히 종사 절정의 경지를 찍은 실력자입니다. 신분과 실력 모두 이번 성종 종주 자리에 적합한 분이시죠. 이의가 없으시죠?”그러자 모두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예천우라는 대단한 존재가 이렇게 말하는 이상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양박군은 예천우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말했다.“귀왕종은 아무 이의 없이 남궁 종주님을 지지합니다!”정우찬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가 가진 자존심과 자신감을 완전히 깨버렸고 이제 그는 아무 힘도 없는 듯 한없이 무기력해졌다.“정우찬,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정우찬이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것을 본 절정 노조는 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절정종도 남궁 종주님을 지지합니다!”정우찬은 이 말을 듣고 더욱 쓰라린 마음을 느꼈다.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절정종도 이미 예천우에게 복종해 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수라전, 귀왕종, 절정종, 영종은 이미 모두 지지 선언을 마쳤고 이제 남은 건 화간종이었다.원현주는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음을 느꼈고 남궁은서와 예천우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화
모든 일이 해결되었음을 확인한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자. 오늘 우리가 나눈 대화는 절대 외부에 누설되지 않게 해. 알겠나?”“예. 주인님.”절정 노조는 고개를 숙여 존경을 담아 대답했지만 대답을 마친 후 잠시 머뭇거렸다. ‘주인님?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지만 곧 자신이 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생각했다.‘내 목숨이 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는데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지.’예천우 역시 잠시 깜짝 놀랐다가 다른 사람의 말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었다. 일이 해결되었으니 그는 오른손을 휘둘러 주변의 장벽을 제거했다.예천우와 절정 노조가 사라진 뒤 약 20분 정도가 흘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쳐 조금 초조해졌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 이상이 없자 그들은 또다시 혹시나 변수가 생길까 두려워해서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사모님,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겠죠?”선우서림이 걱정스레 속삭였다.“그럴 리 없을 거야.”남궁은서도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예천우의 실력은 절정 노조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런데도 절정 노조는 그처럼 오랜 시간을 살아온 괴물이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5분만 더 기다리자. 안 되면 우리가 직접 들어가 봐야겠어.”선우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원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남궁 종주님, 여 전주님은 당신과 어떤 관계인가요?”남궁은서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제야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물론 관계가 있습니다. 이번 행동은 전부 여 전주가 설계한 거니까요.”원현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지만 남궁은서는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한 것 같았다.‘이런... 또 뭐가 숨겨져 있는 건가?’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세상에 정말 사람의 모습을 바꿀 방법이 있을까?변장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신체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거
예천우는 곧바로 자신이 배운 공법을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이 공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번거로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곧 자신이 가진 영혼력과 강력한 정신력 덕분에 배우는 일이 훨씬 수월한 것 같았다.어쩌면 성종의 사리 덕분일 수도 있지만 몇 분 만에 공법의 요령을 모두 익히고 말았다.이 공법은 영혼의 힘을 사용해 사람의 생사를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운 공법이었다. 예천우는 그 공법을 배우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렇게 영혼의 힘을 이용해 사람을 제어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군.’예천우는 속으로 감격하며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층 예리한 눈빛으로 절정 노조를 바라보았다. 이제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물론 이 공법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기 영혼의 힘이 상대보다 월등히 강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또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그리고 상대가 아무 준비 없이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만약 방어한다면 영혼의 힘이 쉽게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가 절정 노조를 바라보자 절정 노조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예천우의 눈빛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선배님,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보물을 주면 저를 놓아주겠다고요.”절정 노조는 급히 물었다.“물론이지. 내가 놓아주겠다고 했으니 확실히 놓아줄 거야.”예천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네가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냥 무사히 놓아주는 건 불가능하겠지.”“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절정 노조는 점점 더 불안해하며 물었다.“간단해. 내가 네 영혼을 통제할 거야.”예천우는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뭐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거죠?”절정 노조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자기가 영혼을 잃은 꼭두각시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너무 긴장하지 마. 전혀 완전한 통제는 아니야. 단지 네 머릿속에 영혼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뿐이야. 만약 나게 나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한다면 한 번의 생각
예천우는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앞에 갑자기 넓고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이 나타났고 그 길이와 너비는 대략 10미터 정도였다.이렇게 거대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자 예천우는 당연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공간 반지는 대략 1세제곱미터도 안 되어서 그조차 매우 신기하게 여겨졌고 세상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공간 안에 신선하고 푸르른 약초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예천우는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약초들이 여기서 시들지 않아?”절정 노조는 잠시 머뭇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다른 공간 반지들은 이렇게 효과가 없었나 싶었고 자신이 뭔가 중요한 보물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래도 그는 솔직히 대답했다.“네. 이곳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의도에 따라 구역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어요. 정말 신기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공간이 너무 작은 게 흠이죠. 겨우 3미터 정도밖에 안 되죠.”“3미터 정도라고?”예천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네. 그런데 이 공간은 변화가 가능한 것 같아요. 처음 받을 때보다 분명히 커졌습니다.”절정 노조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예천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깨달은 듯 눈을 반짝였다.‘이 반지는 아마 주인의 실력이 강해짐에 따라 확장될 수 있는 것 같네.’자신이 절정 노조보다 훨씬 강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그에 비해 공간이 더 커졌고 나중에 실력이 더 올라가면 공간도 더 넓어질 것이다. 언제 한계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반지는 정말 특별하고 비범한 물건이었다.예천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번에 정말 신기한 물건을 얻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이 반지가 옥패보다도 훨씬 더 기쁘고 흥분되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옥패는 현재 아무런 효과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예천우가 그토록
이 장면을 보며 예천우는 마음속으로 떨림을 느꼈다. 어머니는 그 옥패 속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고 그것이 수련자에게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했다.그렇지 않다면 아버지가 그렇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리 없었다.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다른 조각이 부족해서 두 조각을 맞춰야만 비밀을 풀 수 있는 것일까?그 생각에 예천우는 점점 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어쨌든 예천우는 당장 시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괜찮은 것 같고 보니까 꽤 오래된 것 같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에 쓰는 건가?”그 말에 절정 노조는 잠시 멈칫한 뒤 급히 설명했다.“이건 아주 특별한 물건입니다. 다만 저도 정확히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우연히 제 체질을 개선해 준 적이 있어요. 그 덕분에 제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겁니다.”“정말 그런가? 그 당시 상황은 어땠고 그렇게 오랫동안 연구했는데도 뭔가 얻은 게 없었어?”“아뇨.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처럼 수련하던 중에 갑자기 에너지가 넘쳐 흐르더니 자연스럽게 제 안으로 흡수되었어요.”절정 노조는 어쩔 수 없이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옥패의 비밀을 알아차렸다면 지금처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 체질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크게 향상되었고 거의 몇 년의 수련을 한 것처럼 능력이 향상되었다.“제대로 활용법도 모르면서 이게 무슨 보물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이건 분명 쓸모가 있는 물건이에요. 활용하는 방법은 몰라도 선배님께서 두 번째 조각을 찾으면 아마 그 비밀을 풀 수 있을 겁니다.”“두 번째 조각?”예천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절정 노조는 급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예전에 남궁청휘와 함께 유적을 발견하고 탐험했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절정 노조의 설명을 들은 예천우는 모든 것이 이해됐다.이 두 개의 옥패는 분명 쌍이었고 절정 노조가 가진
절정 노조의 얼굴은 복잡하게 얽히며 심란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옥패는 그에게 최강의 보물이었고 지금까지 그가 그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비록 지금은 그중 하나만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가져다준 이점이 적지 않았다.만약 그 옥패가 없었다면 그는 절대로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반지 역시 보물이지만 결국 외부의 물건일 뿐이었기에 없어져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옥패는 달랐다.옥패의 두 번째 조각을 찾고 그것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언젠가 자신의 실력이 예천우를 능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가 되면 예천우에게서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사실 이번에 정씨 형제를 시켜 성종을 통일하려 했던 이유도 바로 옥패를 찾기 위한 준비였다.혼자서는 절대 비룡위에게서 옥패를 빼앗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그동안 많은 연구를 해왔다.그가 연구한 결과 옥패의 비밀을 풀려면 다른 한 조각을 찾아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그 옥패의 두 번째 조각은 당초 남궁은서가 가지고 있었다. 남궁청휘가 죽은 후 그 옥패는 예정환의 손에 들어갔다.그리고 예정환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죽기 전에 그 옥패는 비룡위가 주도하는 연합 세력에 의해 빼앗겼다.그는 한때 그 옥패를 빼앗으려 했지만 한 번의 시도 끝에 비룡위의 강자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거의 죽을 뻔했다. 그 후로 마음을 접고 수련에만 집중해 왔다.이제는 드디어 수련을 끝내고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며 재기를 노리게 된 것이다.하지만 성종을 통합하는 데 실패하면서 첫발을 내딛는 이 전투가 참담하게 끝나게 된 것이다.절정 노조는 옥패는 두 개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예전 그는 남궁청휘를 따라다니다가 우연히 그 옥패를 얻었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아무도 모르게 지냈다.남궁청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천재였고 아주 어린 나이에 그 강력한 실력을 발휘했지만 그 옥패 때문에 결국 적에게 포위되어 죽음을 맞이했다.예천우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원래
“그럼... 선배님께서는 뭘 원하죠?”절정 노조는 급히 물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했고 아까처럼 바로 도망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수련자라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했다. 만약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아마 바로 죽이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노예로 만들어서 마음대로 부려 먹었을 것이다.예천우는 절정 노조를 한 번 쓱 쳐다보며 말했다. 절정 노조는 나이가 분명히 많았고 예천우가 만난 유일한 육지 신선의 경지였기에 그는 아마도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 요구는 간단해. 네 목숨으로 내 빚을 갚으라는 거지.”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오른손을 휘두르며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그 압박은 너무 강력했지만 예천우가 조절을 너무 정교하게 해서 오직 절정 노조만을 겨냥했다.절정 노조는 갑자기 밀려오는 살기의 기운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몸이 떨리며 급히 말했다.“잠깐만요. 잠깐만요. 좋은 물건이 있어요. 제발, 선배님, 저를 살려 주세요!”“무슨 물건인데? 꺼내 봐.”예천우는 자신의 기운을 단번에 수축시키며 그 힘을 완벽하게 조절했다.“여기서요?”절정 노조는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예천우는 오른손을 휘두르며 갑자기 회색의 안개 같은 기운이 뭉쳐져 두 사람을 감쌌다.주변 사람들이 잠시 멈칫했다. 눈앞에 갑자기 안개처럼 보이는 것이 나타나 두 사람을 완전히 감싸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볼 수 없게 되었다.“이건 단순히 진기가 실체화된 게 아니라 거의 응고된 형태로 오래 쌓이면 사라지지 않으며 소리도 차단하고 외부의 시선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거야.”절정 노조는 속으로 떨며 생각했다. 이 정도 능력은 전설 속의 육지 신선 최고 경지에 도달한 자만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있는 자의 능력이었다.이 정도의 힘을 얻으려면 몇백 년의 수련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육지 신선이라고 해도 이 경지에 오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이제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 소리도
이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무슨 말이야?그토록 강력하고 무적이라 여겨지던 절정 노조가 사실 깊은 구덩이에 숨어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니.정우찬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거북 신공이라 불리는 공법을 익혔기에 한번 발동하면 숨을 완전히 멈추고 심박수까지 숨길 수 있었다.이렇게 죽은 척하는 방법은 아무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쉽게 들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너... 어떻게 알았지?”절정 노조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어섰다. 그는 첫 전투에서 이렇게 처참한 결과를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말해봤자 별 의미는 없지만 내가 직접 공격했으니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겠지. 그 한 방으로 네 목숨이 위험해지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태연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자 절정 노조는 깊은 후회를 느꼈다. 두 번의 강력한 타격에 정신이 멍해졌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는 두려워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너무 서둘러 죽은 척을 한 것이었다.절정 노조와 예천우의 대화를 들은 정우찬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는 절정 노조가 이렇게까지 부끄러운 수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 했다.절정 노조는 절정의 고수이자 절정종의 종주 아닌가.하지만 절정 노조는 늘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겼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가 눈앞에서 보여주는 당당함을 보며 정우찬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그가 가진 나이와 상관없이 그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그는 실제 나이가 백 살 아니 몇백 살일 수도 있다.어쩌면 그의 조상들과의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런 생각을 한 절정 노조는 조심스레 물었다.“선배님... 대체 어떤 분이신가요?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분이라면...”“선배님?”예천우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남궁은서도 잠시 놀랐지만 금세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예천우가 정말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