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고?”예천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아니야? 네가 자꾸 나를 먼저 공격하라고 유도한 거 다 일부러 그런 거잖아. 그래서 내가 방심하면 기습하려고! 이번에도 내가 조심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또 당할 뻔했네.”김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예천우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그래, 네 말이 맞다 치자.”“흥, 역시 내가 다 알아맞혔네!”“이번엔 안 속을 거야. 한 가지 알려줄 게 있는데 난 원래 몸이 남들보다 튼튼해. 같은 레벨에서는 나랑 맞붙을 사람 없다고. 그러니까 네가 화경 초급이라 해도 결국엔 내가 이길 수밖에 없어.”김준은 자부심 넘치게 말했다. 그러자 예천우는 웃음을 참으며 한마디 했다.“누가 내가 화경 초급이라 그랬어?”“그게 뭐가 중요한데? 딱 보면 답이 나오는데. 네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내 뛰어난 두뇌로 다 계산 끝냈거든. 어때? 대단하지?”김준은 뿌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말이 참 많아...”예천우는 지친 듯 고개를 저었다.“됐고 시끄러워. 할 말 있으면 빨리하고 덤벼!”“또 유도하려는 거지? 네가 먼저 공격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이번엔 안 속아. 내가 먼저 손을 쓸 거야!”김준은 허세 가득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째려보더니 몸을 날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예천우가 겁먹은 것처럼 그대로 서 있는 걸 보자 더 기세등등해졌다.“꺼져!”예천우는 덤덤하게 말하며 손을 휘둘렀다.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그의 진기가 엄청난 속도로 손끝에 모였다.방금까지는 별 움직임이 없었는데 순간적으로 막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김준은 자신만만하게 이길 줄 알았지만 밀려오는 강력한 기운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했다! 이 녀석 화경 초급이 아니었어! 큰일이네!’김준은 순간 겁을 먹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퍽!”예천우의 한 방에 김준은 십여 미터나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피를 한 번 토하더니 김준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예천우를 쳐다봤다.‘아니, 이 파워는... 화경 후급
“용왕님은 내가 이생에서 유일하게 존경하는 인물이야.”김준의 눈에는 용왕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평생소원이 용왕을 한 번이라도 만나는 것이고 그를 위해 일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유이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용왕을 존경한다면서 방금은 그 사람을 제압하려고 했잖아? 혹시 그 사람 얼굴이라도 본 적 있어?”“뭔 소리야. 뭔 용왕님은 워낙 신비로워서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시거든. 내가 어떻게 그분을 본 적이 있겠어?”김준은 고개를 저으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정말? 사실 너... 이미 용왕을 만났어.”유이안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어떻게? 내가 용왕님을 봤다면 바로 달려가서 사인을 부탁했겠지.”김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짜라니까.”“거짓말 마. 내가 정말 용왕을 봤다면 그분께 무조건 예의를 표했을 거야.”“무슨 사인을 받으려고 그래? 오히려 무술 지도를 부탁해야지.”유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그럼 힌트 줄게. 방금 네가 제압하려던 내 형부가 바로 용왕이야.”“뭐? 말도 안 돼!”김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문득 예천우와 주고받았던 대화와 그의 나이, 그리고 그의 대단한 실력을 떠올리며 더할 나위 없이 놀라워했다.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깨달은 김준이 물었다.“방금 그 사람이 진짜 용왕님이 맞다고?”“그럼. 이젠 천해시에서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 네가 원하면 확인해 봐도 돼.”유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비록 일반인들은 모르는 이야기지만 상류층 인사들 사이에선 이미 예천우가 바로 용왕이라는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물론 김준을 포함한 대부분은 예천우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김준은 그 말을 듣고 완전히 망연자실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내가 감히 용왕님에게 대들다니. 그야말로 무모한 짓을 한 거네. 다행히 용왕님께서 봐주신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나는 끝장이었을 거야. 어쩐지 실력이 그렇게도
예천우는 별생각 없이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저번에 도움을 받았던 상대라 거절하기도 뭐해서 전화를 받았다. 성격은 고지식해도 사람은 괜찮은 편이라 이번에도 거절하긴 좀 그랬다.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예천우, 이제는 내 전화까지 씹어?”예천우는 속으로 ‘우리 사이에 꼭 전화를 받아야 할 정도로 가깝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왜? 무슨 일이야?”“무슨 일이냐고? 임완유가 너한테 말 안 했어?”“뭘 말인데?”예천우는 일부러 시치미를 뗐다.“정말 몰랐구나. 그럴 줄 알았다니까.”용미소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예씨 가문에서 네가 그렇게 소란을 피웠는데도 아무도 더 이상 널 건드리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아?”예천우는 순간 멈칫하며 되물었다.“그러게, 눈치는 좀 챘지만... 네가 한 거였어?”“당연하지! 내가 청룡님께 부탁드려서 보호해 달라고 한 덕에 네가 아직도 이렇게 멀쩡한 거야.”용미소는 살짝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진짜?”예천우는 잠시 멍해졌다. 용문 정보원이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청룡이 예씨 가문에 경고를 줬다고 했다. 예훈을 귀찮게 한 사람에게 손을 대지 말라는 뜻이었다. 즉 예천우를 뜻하는 것과 같았다.예천우는 청룡이 왜 자신을 도와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손녀를 도와 예훈을 혼내줬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다니.‘청룡... 용지천... 그리고 용미소... 혹시 다 같은 집안인가?’만약 그렇다면 용미소의 배경이 상당할 텐데.“그날 내가 너한테 도와줄까 물었잖아. 네가 말은 안 했지만 내가 알아서 한 거야.”용미소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네가 예훈을 그렇게 박살 냈으니 예씨 가문이 화풀이할 상대를 찾고 있었을 텐데 내가 아니었으면 넌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듣고 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정말 고마워.”어쨌든 용미소 덕분에 일이 조금 수월해진 셈이었다. 물론 '용왕'이라는 그의 신분도 한
예천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여자의 잘록한 허리로 향했다. 마치 손으로 가볍게 감쌀 수 있을 정도로 가늘었다. 검은색 원피스에 감싸인 섹시한 가슴은 완벽한 곡선을 만들어내며 묘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눈매는 한 번 보면 빠져나오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이었다.그녀가 슬쩍 고개를 들어 예천우를 바라봤다가 금세 다시 시선을 내리자 예천우조차 감탄했다. 그의 눈에 이런 절세미인은 임완유 정도나 비교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양체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예천우는 더 이상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 앉아 용미소를 기다렸다. 용미소는 금세 도착해 그를 보더니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왜 하필 여기야?”“왜? 괜찮지 않아? 분위기도 좋고.”“좋긴 뭐가 좋아. 여긴 원래 커플들이 오는 곳이라고. 커플 전용 카페야.”“아...”예천우는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바로 앞의 커플이 어두운 조명 속에서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용미소는 고개를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정말 뻔뻔하네... 너, 혹시 일부러 여기로 예약한 거 아니야?”“아니야, 왜 내가 그런 짓을 해.”“흥, 누가 알아? 집에서 보는 꽃보다 들꽃이 더 이쁘다고 생각해서 날 꼬시려는 걸지도 모르지.” 용미소는 얼굴이 붉어진 채 말했다. 순간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을 진지하게 좋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곧 '아니야, 그럼 난 불륜녀가 되는 거잖아. 절대 안 돼. 그가 이혼이라도 해야 가능하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예천우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당황했다. ‘설마 이 여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말도 안 돼.’그는 서둘러 말했다.“그럴 리가! 난 죽기 싫어..”“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그렇게 무서워?” 용미소가 발끈했다.“그런 뜻이 아니고... 그냥 농담이야.”“흥, 그래야지. 너도 알지? 이번에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벌써 끝장났을 거야.”“그래, 알아. 정말 고마워.”예천우는 감사 인사
“뭐라고? 네가 용문 용왕이라고?”“예천우, 나 무시하는 거야? 사람 속이려면 좀 그럴싸한 핑계를 대야지.”용미소는 화가 단단히 난 얼굴이었다. 예천우가 자기 앞에서 대놓고 뻔뻔한 농담을 던질 줄이야. 그에게 용왕 같은 위엄은 눈곱만큼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하는 용왕은 강하고 무섭기까지 한 인물이었으니까.예천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해도 믿질 않으니 어쩌겠나.“그래, 난 용왕 아니야. 그냥 장난친 거였어.”“봐! 역시 뻔뻔한 거짓말쟁이네! 그럼 너 대체 뭐야?”“음... 넌 내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내가 뭘 상상하든 네 정체랑 무슨 상관인데? 날 가지고 노는 거야? 만약에 네 신분이 너무 비밀스러워서 못 밝힌다면, 속삭이듯 이라도 말해 봐.”“사실 진짜 비밀스럽긴 해. 나 말이야... 특공대 소속이야.”예천우는 대충 둘러댔다.“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너 분명 특공대일 거라고 생각했어!”용미소는 신난 듯이 탄성을 질렀다. 사실 그녀도 특공대에 대한 은근한 로망이 있었다. 말하고 나서 너무 큰 소리로 외쳤다는 걸 깨닫고, 얼른 입을 막으며 속삭였다.“조용, 조용... 조심해야지.”“맞아, 신중해야지. 내 정체는 절대 아무한테도 밝힌 적 없으니까 비밀로 해 줘.”“걱정하지 마. 내 입은 무거우니까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야.”용미소는 으쓱거리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똑똑하다는 거 몰랐지? 네 정체를 벌써 알아챘다니까!”“역시 팀장님답게 예리하고 똑똑하시네.”“그러니까 이제 네 정체를 알았으니 앞으로 귀찮게 하지 마. 나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알았어, 알았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고마워.”예천우는 슬쩍 그녀를 치켜세운 뒤 거짓말이 들킬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근데 넌 어떻게 용씨 가문의 도움을 받게 된 거야? 혹시 너희 집안이랑 친척이야?”“당연하지. 나도 용씨잖아.”“오, 얼마나 친한 사이인데?”“우리 할아버지랑 청룡 전신이 친형제 사이거든.”
‘어차피 다음에 물어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용미소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경찰서로 돌아갔다.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장한식을 보며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장 서장님, 저한테 예천우 신분 안 알려줘도 다 알게 됐다니까요!”장한식은 잠시 당황하더니 말했다.“네가 벌써 알아냈다고?”장한식도 사실 얼마 전에서야 예천우의 용왕 신분을 알게 되었다.예천우의 강한 실력과 과감한 행동들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황 의원님이 그를 이렇게 아꼈는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용미소는 장한식이 정말 알고 있었던 걸 보니 속으로 안심하며 조용히 말했다.“그럼요. 특공대라면서요? 뭐 비밀인 건 알지만 굳이 저한테까지 숨기실 필요는 없잖아요?”“뭐라고? 특공대라고?”장한식은 피식 웃었다.“그래,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자, 이제 회의하러 가자.”장한식은 회의실로 걸어가며 속으로 예천우가 용미소를 철저히 속였다고 생각했다.예천우가 굳이 장난스럽게 자신을 특공대라고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용문은 늘 용국의 지키고 있으니 예천우가 절대 악인은 아니라는 걸 장한식은 알고 있었다.용미소는 뭔가 찝찝함이 남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설마 특공대가 아니라고? 그럴 리가 있나? 서장님이 괜히 모른 척하는 거겠지.’그녀는 자신만만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천우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특공대처럼 보였으니까.한편, 예천우는 용미소가 건물에서 나가는 걸 보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나가지 않고 카페 구석 끝자리로 다가갔다.그곳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처음부터 혼자였다.짧은 시간이었지만 예천우는 그녀가 자신을 세 번이나 흘깃거린 걸 눈치챘다.예천우가 다가가자 여자는 긴장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뭐랄까, 참 똑부러지게 생긴 여자네.’예천우는 그녀의 빛나는 눈망울을 보며 깜짝 놀랐다. 마치 숲에서 사는 요정 같았다.가까이서 본 그녀
“제 말에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데. 설마 그쪽도 저한테 관심 있었나요?”예천우가 일부러 장난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듣자 그녀는 살짝 당황했다. 평소라면 차분했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예천우의 몇 마디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녀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되물었다.“그쪽은 모든 여자한테 이렇게 하시는 건가요?”“하하, 그럴 리가요. 솔직히 이렇게 장난친 건 처음이네요.”“전 예천우라고 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저는 선우서림이에요.”선우서림은 전혀 불쾌해하지 않는 듯 미소를 지으며 이름을 알려주었다.“선우서림... 참 예쁜 이름이네요. 선우 씨 성을 가진 사람은 드문데 설마 선우 가문 출신인가요?”예천우는 웃으며 살짝 떠봤다.사실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현재도 선우 가문에 대한 전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예전처럼 나라를 위해 책략을 세우는 군사 대신 이제는 상업에서 비범한 능력과 성과를 내는 사람들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지휘자의 명을 따르는 자들이었다.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선우 가문의 후손이 자신의 편이 되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곧 거대한 상업 제국을 손에 넣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선우 가문은 자손이 많지 않았다. 대대로 단 한 명 정도만이 뛰어난 능력을 갖췄고 나머지는 지극히 평범했다.“뭐, 비슷하죠.”“정말 선우 가문의 후손이신가요?”예천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녀의 말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그러자 선우서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계속 이렇게 물어보실 건가요?”“하하, 물론 그럴 생각은 아니지만 솔직히 궁금해서요. 게다가 서림 씨는 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예천우가 떠보듯 물었다.“알고 있어요. 유명한 용왕님이잖아요. 지금 천해시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선우서림은 대범하게 인정했다. 이 말에 예천우는 살짝 놀라며 미소를 지었다.“과찬이네
예천우는 상대방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배후에 있는 자를 찾아내야만 그들의 음모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괜찮아요. 차를 가지고 왔어요. 혼자 갈게요.”선우서림은 예천우의 제안을 거절하며 자연스럽게 페라리 스포츠카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걸더니 그대로 떠났다.차가 사라지자 예천우는 이내 뒤쫓았다.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용문의 비밀 요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페라리 차량 번호 좀 알아봐 줘. 이 차를 누가 샀고 최근엔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특히 자세히 조사해. 그리고 선우서림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해 줘. 모든 정보를 알고 싶어.”전화를 끊은 예천우의 눈에는 이제 더 이상 호감이나 애정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싸늘한 냉기가 감돌 뿐이었다.짧은 대화와 직감을 통해 그는 선우서림가 이미 자신을 알고 있었고 자신을 통해 어떤 목적을 이루려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제발 이 모든 것의 배후가 네가 아니길. 그 누구도 내 여자를 다치게 할 수 없어.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뛰어난 운전 실력을 발휘해 복잡한 도로 속에서도 유연하게 차선을 오가며 점점 선우서림의 차에 가까워졌다.사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5년 전, 그는 비밀리에 세계적인 레이싱 챔피언과 맞붙어 가뿐히 승리한 적이 있었고 그 뒤로 ‘차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다만 경기 중에는 마스크를 쓰고 나왔기 때문에 그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전 세계 레이서들 사이에서는 그의 정체가 큰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고 수많은 사람이 그가 누구인지 찾아내려 했지만 결국 아무도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사실 선우서림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레이싱을 좋아해 마스크를 쓴 차신을 유일한 우상으로 삼아왔다.예천우와 헤어진 후 선우서림은 호텔로 돌아가 오늘 밤의 일을 사모님에게 보고하려고 했다. 사모님은 예천우를 만나지 말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라고 당부했다. 그러
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가 먼저 나를 때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어하면 안 돼요?”“맞아요! 예천우 씨가 하신 행동은 완벽한 정당방위입니다.”황인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진 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친구가 괜찮군. 앞으로 잘 키우면 승진시켜도 되겠어.’“무슨 정당방위야? 난 아직 때리지도 않았는데!”김희자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자기는 제대로 손도 못 대고 뺨을 맞았는데 이게 정당방위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예천우는 지금 경찰에 잡혀 온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감히 날 때릴 수 있다니?’“하지만 김희자 씨는 분명히 손을 올렸고 예천우 씨를 공격하려 했잖습니까. 그러니 방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만약 예천우 씨가 반격을 위해 지금 김희자 씨를 계속 공격한다면 그건 문제가 되겠죠.”황인수가 단호하게 말하자 김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 이놈, 네 이름이 뭐야? 감히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 내가 당장 널 혼내 줘야겠어. 당장 네 경찰 옷을 벗겨버릴까? 말까?”그러자 황인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예천우가 말했다.“난 못 믿겠는데?”예천우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김희자 씨는 황 형사의 옷을 벗길 자격이 없습니다.”그 순간 진 서장이 앞으로 나섰고 김희자를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김희자 씨, 백씨 가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경찰을 우습게 보고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네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김희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너 진짜 경찰서장 계속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진 서장은 피식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범죄자의 협박 한 마디에 벌벌 떨고 입도 못 여는 곳이라면 그런 경찰서장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어.”“네, 네가!”김희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헛구역질할
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뭔가 제대로 못 알아듣겠는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황인수도 잠시 굳어졌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김희자가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하지만 그도 굳이 나서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빨리 예천우를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희자는 예천우의 태연한 얼굴을 보자 그냥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녀석이라 생각하며 비웃었다.“꼴을 보니 앞으로 네가 얼마나 비참한 꼴을 당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설마 감방에서 조금 있다가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만들지 알아? 안에서 넌 살아 있는 게 지옥 같을 거야. 난 널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 속에 처박아 넣을 방법이 백 가지가 넘는다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옆에 있는 황인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황 형사님, 형사시죠?”황인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죠.”“그럼 지금 저 사람이 당신 앞에서 공공연히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황인수는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그래 이건 명백한 협박죄지...’하지만 문제는 김희자가 경찰서장까지 대놓고 협박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었다.역시나 김희자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꼬맹이, 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내가 경찰 앞에서 협박한다고? 이젠 웃기지도 않아. 설령 이 경찰서장이 여기 있다 하더라도 난 똑같이 말할 수 있어!”그녀의 뻔뻔한 말에 주변 경찰들의 표정이 심히 불쾌해졌다. 아무리 백씨 가문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경찰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분노해도 어쩔 수 없었다.그 순간 마침 경찰서의 진 서장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안에서 김희자와 충돌을 피하려고 최대한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와 반대로 김희자는 늘 거만하게 코를 치켜들고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무례한 말과 지시를 쏟아냈다.그녀는 경찰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당장 예천우를 체포하라고 명령하면서도 지시를 바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상사를 끌어내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다행히 서장님이 참을성이 좋았던 덕분이지 만약 황인수 자신이었다면 형사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되받아쳤을 것이다.김희자의 이런 오만하고 권위적인 태도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호감이 없었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모두가 불만이 많았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씨 가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고위직 인사들이 김희자를 대할 때 공손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황인수가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황 형사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네, 조금 걸음이 빨랐네요.”황인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그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김희자와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그 여자 성격에 그랬다가는 일이 커질 텐데.’하지만 운명은 참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꼭 만들어냈다. 바로 그때, 김희자가 안에서 나와버렸다. 그녀와 함께 나온 이는 백강호의 동생인 백도훈과 여러 명의 강력한 경호원들과 변호사들이었다.김희자는 항상 화려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다.백도훈의 무공 실력 또한 상당했고 백강호 밑에서 배운 덕분에 이제 그는 화경 초급 경지의 고수였다.화경 고수는 무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로 여겨졌다.오늘 벌어진 일로 인해 김희자는 극도로 화가 나 있었고 화경 고수인 백도훈에게 예천우를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하지만 백도훈은 신중한 성격이었고 흑호와 예천우의 관계를 조사한 뒤 백강호에게 의견을 구했다.백
“그래. 우리 형제가 힘을 합치고 성종의 세 명의 사자가 더해지면 한 명은 종사 절정의 경지고 나머지 둘은 종사 후급이니 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거야.”정우환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 4대 종에서 영종은 조금 위협적일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에게 상대가 안 돼.”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강렬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맞아. 하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할까 봐 좀 걱정돼.”정우환은 그 두 명의 무서운 인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외부라니?”“청룡이랑 용문의 옛 용왕을 말하는 거야?”정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래. 두 사람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정우환은 그들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옛 용왕의 실력은 소문보다 훨씬 강했고 아마도 청룡과 동등하거나 더 강할지도 몰랐다.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전투를 통해서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그 두 사람은 용도에 머물러 있고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대.”정우찬이 여유롭게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야.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걱정하지 마.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나타난다면 난 두 사람의 목숨을 죽일 수도 있지.”정우찬의 눈은 흥분으로 빛났다.청룡 전신과 용문의 옛 용왕을 한 번에 처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업적일까? 전 용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정우환은 그의 말을 듣고 놀라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경악했다. “형, 설마 어르신께서...”“맞아. 어르신은 며칠 전 마침내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어. 이 세상에 더는 적수가 없지.”정우찬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그들은 이미 불패의 위치에 있었다. 한편, 경찰서 입구 근처 안쪽 자리에서 황인수 경찰은 예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달려가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예천우와 몇 번 대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소장님이 그를 특별히
“물론 가능합니다.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니면 제가 조금 있다가 직접 갈까요?”예천우가 물었다. “그게 제일 좋겠네요. 제가 사람들을 입구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왕 총독이 서둘러 답했다.“알겠습니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출발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귀에 한층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선우서림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지나가는 남성조차 돌아보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고 선우서림을 본 남성들은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어 전봇대에 부딪힐 정도였다.“정말 우연이네. 막 도련님한테 전화하려던 참에 여기서 만났네.”선우서림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녀의 미소는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비록 그녀가 예전에 예천우가 머물 대형 아파트에 자기 방도 하나 남겨놨다고 했지만 그녀는 열쇠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이 예천우와 임완유 만을 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야?”예천우는 마음의 동요를 억누르며 물었다. “딱히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도련님이 보고 싶었어.”선우서림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농담하지 마.”예천우는 그녀의 농담에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이마에 땀이 날 뻔했다. ‘이 여자는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농담 아니라니까요. 주인님은 유리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선우서림은 한 발 더 다가섰고, 그녀의 몸은 거의 예천우와 닿을 뻔했다.“됐어. 난 바빠. 딱히 볼 일 없는 거면 먼저 가볼게.”예천우는 얼른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서림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어.’“잠깐만요. 사실 볼 일이 있어요.”“뭔데?”“사모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어. 내일 우리가 성종 대회에 참석하러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선우서림은 살짝 장난스러운 톤으로 물었다.“준비는 네가 다 하는 거잖아. 난 몸만 가면 되는 거 아니야?”예천우는 성종 대회와 관련된 건 별로
유은수가 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경찰들이 곧바로 대표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경찰은 자기 신분을 제시하며 말했다.“유은수 씨, 당신은...”그 말을 듣는 순간 유은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어, 어떻게 된 일이...’‘설마 완유가 나를 경찰에 신고한 건가? 날 잡으라고 한 거라고?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내가 엄마인데 이렇게 잔인하고 천인공노할 짓을 하다니.’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떨었다.하지만 유은수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그녀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사실 이런 규모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했다.비록 수갑은 채우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실은 금세 큰 화제가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곧 유은수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온라인에서 우리 임 대표님을 험담하던 사람이 그게 유 대표님이라던데?”이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평소 유은수를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도 그녀가 이런 짓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특히, 임완유를 충직하게 따르던 직원들과 오래된 직원인 하문은 이 사실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서 내가 뭐가 되겠어?’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임완유는 전화를 받지 않자 하문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었다.‘아마도 임 대표님은 유 대표님이 화를 내실까 봐 전화기를 끄고 있었던 거겠지.’사실, 임완유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을 뿐이었다.‘차라리 이렇게 안 보는 게 속 편해.’임완유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복잡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양서은은 미안한 마음에 말을 건넸다.“임 대표님,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요. 서은씨가
이 상황에 임완유는 조금 갈등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비법을 정말로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화장품의 재료 비법을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 지어라는 말은 예천우가 했지만 임완유는 그의 속마음을 잘 이해했다. 사실 예천우는 비법을 지금이 아닌 진실이 밝혀진 후에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완유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임씨 가문을 위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엄마, 그게 무슨 뜻이죠?”“별것 아니야. 그냥 내 추측일 뿐이야. 천우 말이야,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그런데 비법을 이렇게 꼭 쥐고 놓지 않는 거 보면 일부러 그런 거 아니겠어?”“난 그렇게 생각해. 천우가 일부러 너를 막고 있는 거야. 네가 지금 설령 회사에 남아 있더라도 언제든지 비법을 손에 쥐고 너랑 거래할 것 같아.”유은수의 말에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사실 비법을 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엄마 말대로라면 천우는 분명히 저에게 비법을 주지 않겠죠. 그럼 저를 찾아서 뭐 하겠다는 거죠?”“그게...”유은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 자신이 말한 대로라면 지금은 예천우에게 의존하는 것 외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걸 알았다.‘내가 괜한 말을 했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그제야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웬만해서는 주지 않겠지만 네가 미인계를 쓰면 통할지도 몰라. 어차피 너희는 이미 다시 사귀고 있잖아. 임씨 가문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노력해 봐.”“미안하지만 엄마, 난 그런 걸 잘 못해요.”임완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비법을 원하는 거라면 엄마가 직접 천우에게 전화해서 달라고 하세요! 왜 제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거죠?”임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엄마는 정말 너무해. 천우가 얼마나 엄마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는지 알면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양대복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하며 상황을 정확히 분석했다.‘만약 용왕님이 진짜로 우리가 임씨 가문을 계속 도와달라고 하셨다면 알아서 하라는 대신에 분명히 하던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을 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고 알아서 하라고 하셨으니 분명히 도와주지 말라는 의미겠지.’하지만 예천우와 임완유의 관계를 생각해 보니 예천우는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간접적인 방식으로 의도를 전달한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예천우는 임씨 가문을 조금 혼내주기를 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양대복의 추측일 뿐 확실한 사실이 아니었기에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임씨 가문에 압박을 가할 수는 없었다. 만약 예천우와 임씨 가문 사람들 사이가 다시 좋아졌는데 압박을 가한 걸로 들통나면 그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올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양대복은 임연 그룹을 해치는 대신에 더 이상 도와주지 않으면 큰 잘못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양대복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임씨 가문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제공하던 모든 자원을 철회하도록 했다.양대복의 명령이 내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양대복의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기에 곧바로 그의 결정을 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결국 그들은 임씨 가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유은수는 임연 그룹에 닥칠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기다린 그녀는 시간이 다 된 것 같았다. 지금쯤이면 임완유는 예천우와 떨어져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전화를 걸었다.임완유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완유야, 천우 아직 옆에 있어?”임완유는 잠시 놀랐다. 유은수는 예천우가 여전히 옆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사실대로 대답했다.“아니요.”“좋아, 잘 됐어.”천우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 유은수는 다급하게
용국에서는 앞으로 이런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왜 그렇게 말하냐면 내 엄마는 굉장히 세속적이고 아주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이 일은 정말 도저히 이해가 안 돼.”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 그녀는 예천우가 말하는 것을 다 믿고 싶었지만 이 사건만큼은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럴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곧 알게 될 거야. 이 일이 공개된 게 첫 번째 단계일 뿐이고 그다음엔 너희 엄마가 조사를 받을 거야. 심지어 감옥에 갈 수도 있어.”“뭐라고!”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걱정스레 물었다.“뭐라고? 감옥에 간다고? 이건...”“조급해하지 마!”예천우는 급하게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정상적으로 보면 감옥에 갈 수도 있지만 만약 네 엄마가 피해자의 용서를 받고 적절한 보상을 하면 문제없이 해결될 수 있어.”“네 말뜻은... 내가 엄마를 용서하면 괜찮다는 거야?”“응. 이미 확인했어. 처음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관대하게 처리될 거고 용서만 받으면 된대.”“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네 엄마가 모든 일을 인정하고 과정과 절차를 스스로 밝히는 거야. 그다음에야 양해서에 네가 서명하는 거지.”예천우는 차근차근 설명했다.“그러니까 네 엄마가 했는지 아닌지는 곧 밝혀질 거야. 만약 네 엄마가 아니라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또 상위 기관에서 관련 증거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증인과 물증은 절대 가짜일 리 없어.”“알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임완유가 조금 우울해 보이자 예천우는 그녀의 기분을 살피며 한참을 함께 있었다. 결국 임완유가 그를 내보낼 때까지 예천우는 먼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괜찮아. 난 계속 일해야 해.”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고 떠나면서 덧붙였다.“루루 화장품 재료의 비법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너희 엄마에게 줄 수 있어.”‘어찌 됐든 임연 그룹은 임 어르신의 평생 노력이 있는 회사니까.”예천우가 떠난 지 얼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