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시선이 임국종에게 집중되자 그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대단한 인물들이 그동안 임씨 가문이 예천우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게 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설령 그들이 모른다 해도 예천우와 완유가 이미 이혼했고 그가 임씨 가문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결과는 같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양대복은 임국종의 이상한 태도를 눈치챘다. 잠시 의아해하며 생각했다. 설마 잘못 짐작한 건가? 용왕님은 재경합할 생각이 없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이 임씨 어르신이 왜 이렇게 긴장할까. 게다가 임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왜 용왕님의 신분이 갑자기 이렇게 빠르게 퍼지고 다들 하나같이 오늘 아침에 임씨 가문에 모인 걸까?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용왕님이 아니었단 말인가? 하지만 다행히도 그때, 진 가주가 웃으며 말했다.“용왕님은 워낙 대단한 분이니 우리가 여기서 잠시 기다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하지만 담 회장, 당신은 참 특별한 분이네요. 어떻게 두 손이 빈 것 같으신데, 설마 용왕님을 뵈러 오셨는데 준비가 없으셨던 건가요?” 사실 이 질문은 모두가 궁금해하던 것이었다. 담양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물론 아닙니다. 제 선물은 여러분 모두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그래요? 정말 기대되는데요. 마침 용왕님께서 바쁘시니 먼저 당신의 선물을 구경해 볼까요?”진 가주는 정말로 궁금했다. 전설적인 인물로 불리는 담양과 깊은 교류는 없었지만, 조사해 본 관련 정보에서는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 전 홀스 그룹, 지금은 임완유가 이름을 바꾼 윈드플로우 그룹의 사장인 왕경수도 나타났다. 왕경수는 예천우가 직접 매니저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인물이었다. 이번에는 예천우와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그는 반드시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야 그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
그들은 조금 떨어져 있어서 담양과 몇몇 사람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비록 그들의 대화 소리가 크긴 했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만이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누가 용왕님이 나이 든 어르신이라고 했나요?” 왕경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시 한번 생각해 봐요. 젊고, 대단하며, 매우 강압적인 사람이죠.” “대체 누구에요, 왕 사장님? 이제 그만 궁금하게 해주세요.”주미원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기간에 왕 사장은 비록 일할 때는 단호하게 처리했지만, 그녀들에게는 매우 친절했고, 협력 또한 원활했다. 사실 이는 왕경수가 상대방의 성향에 맞춰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알기로는 예천우가 그들을 좋아했다. 특히 이 두 사람은 상당히 아름다운 미녀들이었다. 특히 장슬기는 아름다운 얼굴에 완벽한 몸매, 그리고 순수하고 귀여운 미소로 남자들을 매료시킬 만큼 매력이 넘쳤다. 왕경수 자신도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는 속으로 더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넘볼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것을...예를 들어, 장슬기는 언젠가 분명 용왕님의 사람이 될 것이라고...왕경수는 웃으며 막 말을 꺼내려 했을 때, 장슬기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왕 사장님, 말씀하시는 분이 혹시 예 사장님인가요?” “맞아. 생각보다 빨리 알아냈군.” “아...” 두 여자는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 오늘의 일을 겪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도 용왕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인물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그들이 구체적인 대화를 듣지는 못했지만, 수십억 원 가치의 선물이 언급되며 퍼져나가자, 그들은 상황의 일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장슬기는 예천우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회사에서 마주친 순간들까지 생각나자 더욱 신기하게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앞에서 다시 변화가 감지되었고, 모두가 조용해지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알고 보니 모두가 담양이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그가
임강 역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완전히 멍해져서 눈앞의 상황을 거의 믿을 수 없었다.한참 후, 마음속에서 엄청난 흥분이 밀려왔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그들의 것이 될 것이며, 그와 그의 아내, 임완유 부모의 것이 될 것이었다. 임강은 줄곧 예천우가 그들을 잠시 혼내주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여러 상황을 보면, 어젯밤까지도 예천우는 임완유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끼고 있었고, 그가 갑자기 떠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놓치지 않고 빨리 사과만 하면, 비록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더라도 예천우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때 주변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담양의 말이 사람들을 완전히 충격에 빠뜨렸고, 모두가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거나 귀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런!” “담 회장이 뭐라고 했다고요? 천하그룹 전체를 예물로 바친다고?”“정말이에요? 난 도저히 믿기지 않는데요. 내가 알기로는 지금의 천하그룹 가치는 100조가 넘잖아요. 게다가 이런 대기업은 뒤에서 여러 주주가 있는데, 담양 혼자서 그걸 결정할 수 있단 말이에요?” “장난치는 거겠죠. 절대 진짜일 리 없어요.” “하지만 만약 진짜라면, 담양이 너무 대담한 거 아니에요? 용왕님 앞에서 그렇게 장난치면, 그건 용왕님께 결례가 될 텐데요.” “누가 알아요? 어쨌든 나는 담 회장이 천하그룹 전체를 바친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 주변 사람들이 끝없이 논쟁을 벌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진 가주 등 주요 인물들도 모두 멍해 있었다. 오직 양대복만이 잠시 멍해졌다가 곧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 그는 이미 용왕님이 담양에 사씨 그룹의 모든 것을 인수하라고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담양이 명백히 용왕님의 부하임을 알았고, 천하그룹의 자산 소유자는 용왕님 자신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담양이 용왕님께 그룹을 바친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 이유는 사람들의 생각
이렇게 되면 이 엄청난 영광은 여전히 그들의 임씨 가문의 것이었다. 임국종은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며 안심한 채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게 하다가,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저분은 우리 천해 시의 황 시장이 아닌가요? 황 시장까지 오시다니!”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하며 황호건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그곳에 서 있는 천해 시의 여러 대인물을 보았다. 이 사람들은 천해 시에서 작은 움직임만 보여도 도시 전체의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 모두 모여 있었다.황호건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예천우가 전설 속의 용왕님일 줄이야. 용왕님이라면 그를 방문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과 명의 예천우는 매우 좋은 관계였고, 이렇게 큰 자리에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생각하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명의 예천우가 용왕님이라면 모든 문제가 사라졌다. 왜냐하면 용왕님은 공직에서도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황호건이 오자, 천해 시의 여러 대인물이 하나같이 그에게 예의를 표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황호건은 일반적인 시장과는 달리 매우 젊었고, 성과도 특히 뛰어났다. 그가 취임한 후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게 운영되었으며, 여러 방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이 대인물은 모두 황호건에게 시간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최소한 성 단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위로 갈 수 있을지는 그의 운에 달려 있었다. 임국종은 깜짝 놀랐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많은 대인물들이 모였으니, 황 시장이 온 것도 그렇게 이상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신분상 얼른 나가서 맞이하고 몇 마디 나누는 것이 당연했다. 예의를 갖춘 후, 황호건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용왕님께서 안에 계신가요?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 잠깐 시간을 내서 방문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양체은은 급히 아버지에게 물었다.“아빠, 지금 시간 좀 있어요?”연극일지 진심일지 관계없이 이 일은 분명 아버지와 상의할 필요가 있었다.그래서 예천우는 양체은의 아버지에게 별장으로 오라고 전했다.어제부터 지금까지 예천우는 천궐1호 별장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깥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양대복은 양체은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은 좀 힘들겠구나. 내가 지금 임씨 가문에서 용왕님을 만나 뵙고 있거든.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네? 용왕님을 뵙고 계신다고요?”양체은은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양체은은 천우 오빠의 정체가 용왕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예천우가 지금 분명 자기 옆에 있는데 아버지가 임씨 가문에서 용왕님을 뵙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응, 그래서 시간 낼 수 없구나. 너도 알다시피 용왕님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이잖아.”양대복이 한마디 더 보탰다.“아빠 말은 이해해요. 근데 문제는 천우 오빠가 지금 제 옆에 있다는 거예요. 천우 오빠는 지금 천궐1호 별장에 있어요.”“뭐? 너 날 놀리는 건 아니지?”이번엔 양대복이 양체은의 말에 멈칫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지금 임씨 가문이 엄청 북적거려. 황 의원님, 사대 가문 가주, 그리고 천해시를 휘어잡을 수 있는 고위층 인사들이 전부 모여 있단 말이야.”“그 사람들이 거기 왜 간 거죠?”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 양대복이 전하는 소식은 예천우도 금시초문이었다.“그, 그건 저도 그냥 전해 들은 겁니다. 용왕님께서 갑자기 임씨 가문에서 신분을 공개하셨다길래 다들 예물을 들고 찾아왔거든요. 저도 그래서 여기 온 겁니다. 심지어 경매에서 얻은 진귀한 순신검까지 준비했어요.”“순신검이요? 그건 확실히 훌륭한 예물이네요. 제가 궁금한 건 단 하나, 이 소식을 누가 대복 씨에게 전했죠?”말문이 막혀 고개를 저으며 질문을 던진 예천우는 문득 보이지 않는 인물이 조용히 배
예천우의 성격상 임완유 부모에게 경고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결코 지나치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예천우는 절대 속이 좁아 앙갚음하려고 씩씩대는 사람이 아니었고 반면에 속내가 깊고 마음이 강해 이런 사소한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여러 정황은 예천우가 확실히 양체은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설마 예천우가 정말 양체은을 좋아하게 된 걸까?게다가 양체은의 예천우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뜨겁고 절실했고 그 애정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심지어 임완유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까지 보였다.양대복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본 진호성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양 회장, 방금 혹시 용왕님과 통화하신 건가요?”“하하, 맞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제 딸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데 딸내미가 용왕님과 쭉 함께 있었다네요.”양대복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건 그야말로 폭발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평범한 사람이 말했다면 다들 믿지 않았겠지만, 양 회장이 이런 말을 할 때는 누구도 거짓으로 여기지 않았다. 양 회장이 굳이 이런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담양도 마찬가지로 그 말에 어리둥절했다. 설마 자기가 천우님의 뜻을 잘못 이해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만약 자기가 잘못 이해한 게 맞다면 돌아가서 천우님의 꾸중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로 생각한 담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양 회장님, 용왕님께서 어떤 지시를 내렸습니까?”“아, 맞다. 용왕님께서 다들 돌아가라고 하셨고 준비한 예물도 각자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양 회장은 일부러 내공을 사용해 우렁찬 목소리를 내서 모두 똑똑히 들을 수 있게 했다.“헐...”이 말에 다들 순간 멈칫하더니 얼음처럼 얼어붙었다.여기 모인 예물의 총액은 거의 조 단위에 육박했다. 여태껏 그 누구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금액의 예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
“뭐라고?”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더구나 소리친 여자가 목청을 높여 외친 덕에 대다수 사람이 그 말을 제대로 들었고 뒤에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사람들도 앞에 있던 사람과 물어보며 금세 이 소문을 다들 알게 되었다.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50대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옷차림을 봐서는 아마 임씨 가문의 하인인 듯했다.유은수도 그 말을 듣고는 바로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에게 쌍욕을 퍼부었다.“추미영,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가 무슨 자리인데 너 따위가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릴 함부로 지껄여?”“전 사실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항상 용왕님이 반듯한 직업도 없다고 무시해 왔죠. 그분을 밥 먹듯이 모욕하고 이 집에서 쫓아내려고 온갖 수를 썼습니다. 며칠 전에는 용왕님이 목숨 걸고 아가씨를 구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 온갖 음모를 꾸미고 결국 그분을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왕님은 아가씨와 이혼하고 임씨 가문을 떠날 수밖에 없었죠. 어젯밤 임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그분은 아가씨를 생각해서 돌아와 여러분을 구해주신 겁니다.”“뭐라고 떠드는 거야! 거기 누구 없어? 이 여자 당장 끌어내!”유은수는 다급하게 사람들을 불렀지만 임씨 가문 하인들은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다들 단지 진실을 듣고 싶었고 추미영이 전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어젯밤, 용왕님께서는 자기 신분을 드러내고 아가씨를 구하신 후 떠나시기 전에 모두에게 새 여자친구를 소개하셨습니다.”추미영은 폭발적인 사실을 꺼냈다.“뭐라고? 용왕님에게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임씨 가문과의 인연은 이제 끝난 건가?”“대박, 생각지도 못했네.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힐 줄이야. 근데 그 새 여자친구가 과연 누굴까? 도대체 어떤 운 좋은 여자가 용왕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을까?”“어휴, 나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이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양대복 앞에 다가와 차례로 두 손 모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양대복도 급히 겸손하게 웃으며 단지 소문일 뿐, 아직 정확히 아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한편, 임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임국종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부끄러움은 둘째 치고 임씨 가문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엄청난 도약을 이룰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이 순간, 임국종은 말 그대로 땅을 치며 후회했다.유은수 역시 충격을 받아 멍해진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너, 너...”유은수는 그렇게 같은 말만 반복하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하지만 유은수는 정신을 차린 뒤 급하게 소리쳤다.“아니에요, 절대 사실이 아니에요! 용왕님과 우리 딸은 그저 잠깐 다퉜을 뿐이에요. 당시 용왕님이 한 말은 진심이 아니란 말이에요! 여러분,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아니면 이렇게 합시다. 여러분이 준비한 예물은 우선 저희에게 맡겨두세요. 만약 하루 안에 용왕님을 여기 임씨 가문으로 다시 모시지 못하면 그때 제가 이 예물들을 전부 여러분께 돌려드릴게요. 이건 엄청난 기회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떠나시면 예물을 용왕님께 드릴 이런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거예요.”그 말을 들은 진호성과 다른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앞의 여자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인 것 같지 않았다.아무리 용왕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그래도 유은수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모든 상황이 아직 명확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진호성은 미소를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어머님, 물론 저희도 예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아까 용왕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듯, 예물은 다시 가져가라고 하셨으니 저희도 그 뜻을 거스를 수는 없죠. 이렇게 합시다. 용왕님께서 완유 씨랑 결혼식을 올리는 날에 이 예물을 다시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