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의 성격상 임완유 부모에게 경고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결코 지나치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예천우는 절대 속이 좁아 앙갚음하려고 씩씩대는 사람이 아니었고 반면에 속내가 깊고 마음이 강해 이런 사소한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여러 정황은 예천우가 확실히 양체은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설마 예천우가 정말 양체은을 좋아하게 된 걸까?게다가 양체은의 예천우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뜨겁고 절실했고 그 애정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심지어 임완유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까지 보였다.양대복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본 진호성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양 회장, 방금 혹시 용왕님과 통화하신 건가요?”“하하, 맞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제 딸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데 딸내미가 용왕님과 쭉 함께 있었다네요.”양대복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건 그야말로 폭발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평범한 사람이 말했다면 다들 믿지 않았겠지만, 양 회장이 이런 말을 할 때는 누구도 거짓으로 여기지 않았다. 양 회장이 굳이 이런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담양도 마찬가지로 그 말에 어리둥절했다. 설마 자기가 천우님의 뜻을 잘못 이해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만약 자기가 잘못 이해한 게 맞다면 돌아가서 천우님의 꾸중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로 생각한 담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양 회장님, 용왕님께서 어떤 지시를 내렸습니까?”“아, 맞다. 용왕님께서 다들 돌아가라고 하셨고 준비한 예물도 각자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양 회장은 일부러 내공을 사용해 우렁찬 목소리를 내서 모두 똑똑히 들을 수 있게 했다.“헐...”이 말에 다들 순간 멈칫하더니 얼음처럼 얼어붙었다.여기 모인 예물의 총액은 거의 조 단위에 육박했다. 여태껏 그 누구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금액의 예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
“뭐라고?”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더구나 소리친 여자가 목청을 높여 외친 덕에 대다수 사람이 그 말을 제대로 들었고 뒤에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사람들도 앞에 있던 사람과 물어보며 금세 이 소문을 다들 알게 되었다.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50대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옷차림을 봐서는 아마 임씨 가문의 하인인 듯했다.유은수도 그 말을 듣고는 바로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에게 쌍욕을 퍼부었다.“추미영,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가 무슨 자리인데 너 따위가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릴 함부로 지껄여?”“전 사실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항상 용왕님이 반듯한 직업도 없다고 무시해 왔죠. 그분을 밥 먹듯이 모욕하고 이 집에서 쫓아내려고 온갖 수를 썼습니다. 며칠 전에는 용왕님이 목숨 걸고 아가씨를 구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 온갖 음모를 꾸미고 결국 그분을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왕님은 아가씨와 이혼하고 임씨 가문을 떠날 수밖에 없었죠. 어젯밤 임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그분은 아가씨를 생각해서 돌아와 여러분을 구해주신 겁니다.”“뭐라고 떠드는 거야! 거기 누구 없어? 이 여자 당장 끌어내!”유은수는 다급하게 사람들을 불렀지만 임씨 가문 하인들은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다들 단지 진실을 듣고 싶었고 추미영이 전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어젯밤, 용왕님께서는 자기 신분을 드러내고 아가씨를 구하신 후 떠나시기 전에 모두에게 새 여자친구를 소개하셨습니다.”추미영은 폭발적인 사실을 꺼냈다.“뭐라고? 용왕님에게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임씨 가문과의 인연은 이제 끝난 건가?”“대박, 생각지도 못했네.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힐 줄이야. 근데 그 새 여자친구가 과연 누굴까? 도대체 어떤 운 좋은 여자가 용왕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을까?”“어휴, 나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이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양대복 앞에 다가와 차례로 두 손 모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양대복도 급히 겸손하게 웃으며 단지 소문일 뿐, 아직 정확히 아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한편, 임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임국종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부끄러움은 둘째 치고 임씨 가문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엄청난 도약을 이룰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이 순간, 임국종은 말 그대로 땅을 치며 후회했다.유은수 역시 충격을 받아 멍해진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너, 너...”유은수는 그렇게 같은 말만 반복하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하지만 유은수는 정신을 차린 뒤 급하게 소리쳤다.“아니에요, 절대 사실이 아니에요! 용왕님과 우리 딸은 그저 잠깐 다퉜을 뿐이에요. 당시 용왕님이 한 말은 진심이 아니란 말이에요! 여러분,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아니면 이렇게 합시다. 여러분이 준비한 예물은 우선 저희에게 맡겨두세요. 만약 하루 안에 용왕님을 여기 임씨 가문으로 다시 모시지 못하면 그때 제가 이 예물들을 전부 여러분께 돌려드릴게요. 이건 엄청난 기회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떠나시면 예물을 용왕님께 드릴 이런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거예요.”그 말을 들은 진호성과 다른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앞의 여자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인 것 같지 않았다.아무리 용왕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그래도 유은수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모든 상황이 아직 명확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진호성은 미소를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어머님, 물론 저희도 예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아까 용왕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듯, 예물은 다시 가져가라고 하셨으니 저희도 그 뜻을 거스를 수는 없죠. 이렇게 합시다. 용왕님께서 완유 씨랑 결혼식을 올리는 날에 이 예물을 다시
유은수의 말에 김국종은 날카롭게 유은수를 노려보았다.비록 자기가 용도에서 돌아온 뒤 생각이 크게 달라져 이런 상황이 벌어졌지만 자기 며느리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예천우를 무시해 왔다.이제 와서 비위가 상할 대로 상한 예천우를 다시 불러들이겠다니, 이 여자는 아무래도 지금껏 자기가 한 짓들을 돌아볼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유은수는 노인의 매서운 눈빛에 움찔하며 물었다.“아버님, 왜 저를 그렇게 보시는 거죠?”“왜 보냐고? 네가 한 짓들에 대해 선택적 기억상실증이라도 온 거냐? 네가 처음부터 예천우를 계속 공격해 왔으니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거 아니야.”노인은 차가운 말투로 유은수를 꾸짖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제가 예천우를 공격했다니요! 그럼 아버님은 안 그랬나요? 처음에 이혼 계획을 짠 건 아버님이잖아요! 그 계획만 없었어도 완유가 이혼했겠어요?”“내가 계획했다고? 그게 네가 낸 좋은 아이디어 아니었어? 감히 누굴 상대로 큰소리치는 거야? 네 안 중에 내가 있기나 해?”김국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전에는 임씨 가문에서 자기 권위가 절대적이었고 자기 말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입만 달린 녀석이라면 모두가 김국종과 반항하려는 것처럼 보였다.유은수가 겁에 질린 모습을 보자 임강이 슬쩍 옆으로 끌어당겼고 유은수도 이내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었다.하지만 유은수는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불만을 삭이지 못했다.'흥, 노인네가 뭐라고 하든 간에 내 딸이 예천우를 다시 불러들이기만 하면 나야말로 용왕님의 장모가 될 사람이야. 그때가 되면 완유 할아버지 지위보다 내 지위가 훨씬 높을 거라고.'그때 임완유가 세 사람 곁으로 걸어왔다.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없었던 임완유가 입을 열어 차갑게 말했다.“대체 왜 다들 싸우고 있는 거죠? 이 모든 게 여러분이 원했던 결과 아닌가요? 이제 소원대로 이루어졌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굴 필요 없잖아요.”이 말을 들은 김국종은
이 말을 들은 용미소는 즉시 예훈이 완전히 끝장났다는 걸 알아챘다.아무리 예씨 가문 후계자인 예훈의 실력이 강력해도 용수아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아무도 예훈을 구할 수 없었다.용수아의 할아버지는 다름 아닌 용국에서 용방 1위에 오른 청룡 전신 용지천이었기 때문이다.예훈은 그동안 용수아에게 집착해 그녀와 결혼하려고 애썼다. 이 결혼이 성사한다면 자기 지위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용수아는 예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예훈은 만취한 상태에서 정신을 놓고 용수아를 강제로 범하는 일이 벌어졌다.예훈의 운이 좋았거나 아니면 잘 숨겼던 덕분에 처음에는 그 행위가 발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종이로 불을 감쌀 수 없듯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게 들통났다.오랜 수련을 마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용지천은 이 사실을 듣자마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용지천은 즉시 예씨 가문을 찾아가 예씨 집안을 반쯤 파괴하고 진기가 이미 파괴된 예훈을 반죽음 상태로 두들겨 팼다.예씨 가문의 체면과 백호 전신의 면목이 없었더라면 예훈은 시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루가 되었을 게 분명했다.예씨 가문 어르신이 무릎 꿇고 간곡히 부탁한 덕분에 예훈은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예씨 가문에서 영원히 추방당했다.용지천은 또한 예씨 가문 사람들에게 예훈과 영원히 연을 끊으라고 엄숙하게 경고했다. 이를 어길 시 예씨 가문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위협까지 보탰다.용수아는 용미소와 절친한 사이여서 이 일을 용미소에게 자세하게 털어놓았다.용미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예천우가 예훈을 폐인으로 만든 일을 용수아에게 털어놓으며 예천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용수아는 그 말을 듣자 자기가 죽도록 증오하는 예훈을 폐인으로 만든 당사자가 사촌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고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그래서 용미소는 예 장군이 철수한 원인이 이번 예씨 가문 풍파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고 동시에 예씨
임씨 가문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또다시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였다.예훈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러 청룡 전신을 분노하게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청룡 전신은 용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로, 예천우 같은 용왕조차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이번 일로 인해 예훈과 관련된 세력들이 줄줄이 연루되었고 결국 예씨 가문의 절반 세력이 거의 와해하고 말았다.생각해 보면 만약 임완유가 정말 예훈을 따라 용도로 갔다면 예씨 가문에서 쫓겨난 후 더 이상 일어설 기회조차 없을 것이고 끝없는 연루와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그랬다면 임씨 가문은 완전히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 모든 상황을 떠올리며 다들 다행히 하늘이 임씨 가문을 지켜줬다고 여겼다.하마터면 임완유가 예훈을 따라 예씨 가문에 간다는 그 결정 하나 때문에 임씨 가문이 멸망의 길로 들어설 뻔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바로 예천우를 다시 임씨 가문으로 불러오는 일이었다.예천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임완유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임완유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예천우에게 부탁한다면 그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 가능성이 클 것이다.다들 눈빛을 주고받으며 곧바로 결정을 내리고 함께 임완유를 찾으러 갔다.하지만 임완유는 문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임완유는 굳이 문을 열지 않아도 다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들 아무리 문밖에서 온갖 이유를 대며 설득해도 듣고 싶지 않았다.답답해진 유은수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 이러다 정말 천우가 양체은 그 여우 같은 년이랑 결혼이라도 하면 모든 게 끝장이에요.”“그럼 어쩌면 좋겠어?”임국종이 물었다.“제가 직접 찾아가서 빌겠어요. 천우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저인 거 잘 알아요. 오늘 당장 이마를 땅에 부딪쳐가며 빌어서라도 천우를 데려오겠어요.”유은수는 결연한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유은수는 자기가 천해시 최고의 사모
하지만 양체은이 동의한다 해도 예천우는 양대복과 의논해야 했다. 양대복은 양체은의 아버지이자 보호자였기 때문이다.양대복은 순간 멈칫했지만 자기가 예천우의 이름을 직접 불러도 된다고 허락한 걸 보고 엄청난 기쁨에 휩싸였다.양대복이 이제 용왕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는 표시가 분명해 보였다.양대복이 흥분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문을 열려는 순간, 예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예천우는 자기 기운을 최대한 숨긴 채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운은 이곳에 도착했다.역시나 잠시 후, 예천우의 예상대로 마스크를 쓴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마른 체구였지만 유령처럼 가볍고 민첩하게 움직였다.양대복은 노인의 모습에 얼굴이 굳어졌다. 실력이 강력한 예천우였기에 상대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고 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또 네놈이구나.”예천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지난번에 상처를 입은 귀문 귀왕 강주환이었다.지난번 귀왕이 부하들과 함께 왔을 때 수많은 부하를 잃고 자기도 크게 다쳤지만 예상 밖으로 이번에는 스스로 찾아왔다.과거 보육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대가도 아직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주동적으로 찾아오다니, 이상한 일이었다.“그래, 바로 나, 귀왕 강주환이야. 애송이야, 네 하늘을 나는 실력을 갖춘 젊은 경호원 말이야, 그 경호원 아직 살아 있다며? 그 녀석 얼른 불러내라.”귀왕은 음산하게 웃으며 오늘 여기 온 이유를 털어놨다.귀왕은 무시무시한 실력을 회복하자마자 예천우를 잡으러 달려온 것이었다.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귀왕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예천우를 잡아서 그가 가진 보물의 위치를 알아내야 했다.“양박군은 여기 없어.”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래? 거 참 실망스럽군. 그 녀석이 있었다면 내가 널 잡아가는 게 좀 더 힘들었을
양대복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긴장했다.자꾸 자기를 왕이라고 자칭하는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거지?심지어 지난번엔 부하 하나만으로도 용왕님을 제압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단순한 허풍은 같지 않아 보였다.예천우가 양대복에게 천우라 부르라 했음에도 양대복은 여전히 용왕님이라 부르는 게 익숙했다.특히나 방금 스스로 종사 경지의 정점에 이른 존재라고 말한 걸 보면 거의 전설적인 수준의 실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딸 양체은이 용왕님과 가까워질 절호의 기회를 얻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용왕님이 목숨을 잃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다행히도 용왕님은 전혀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어쩌면 용왕님께서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 두신 게 아닌가 싶어 양대복은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예천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네 실력은 예전보다 확실히 대단해진 것 같아. 근데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대답할 수 있겠어?”“뭐가 궁금한데?”“네 말로는 예전에 보육원 방화 사건이 예웅남의 지시였다고 했지? 그때 직접 만나서 받은 지시야? 아니면 전화로 들은 거야? 지시를 내린 사람이 예웅남이란 걸 확신할 수 있어?”예천우가 궁금한 걸 시원히 털어놨다.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이 문제는 예천우가 예씨 가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이다.귀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따가 내 손에 쉽게 제압당할 놈이 뭐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내가 왜 너에게 그걸 말해줘야 하지?”“말해줘야 할 이유는 없어. 그냥 날 알려줄 건지 아닌지나 얘기해.”예천우는 귀왕의 도발에도 여전히 차분하게 말했다.“이런 거만한 태도로 내게 부탁한다고? 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고 했지? 꿈 깨라.”귀왕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이 귀왕은 네가 시간을 끌거나, 아니면 누군가 널 구해주러 온다고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근데 여기서 너와 시간 낭비할 생각도 없어. 얼른 나와 함께 가자.”하지만
손씨 가문 사람들이 떠나자 허성태가 나서려고 했으나 허종우가 먼저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용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까 제가 눈이 멀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러자 허광호도 곧바로 뒤따라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그 모습을 본 허가연은 깜짝 놀라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임선호와 임완유 역시 허씨 가족의 이런 행동에 놀라며 일어섰다.임선호는 그들이 어찌 됐든 자신이 사랑하는 허가연의 가족이기에 더욱 당황스러웠고 임완유도 비슷한 생각이었다.예천우는 그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습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허가연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전혀 따질 생각이 없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감사합니다. 용왕님!”허종우와 허광호는 한숨을 돌리며 안도의 표정으로 일어섰다.두 사람은 속으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가연이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네.’허성태와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예천우에게 더욱 경외심을 품으며 다가와 몸을 낮추고 공손히 인사했다.“용왕님을 직접 뵙게 되어 너무 큰 영광입니다.”“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오늘 제가 여기 온 주된 이유는 선호와 허가연 씨의 일 때문입니다. 허가연 씨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더군요. 물론 여러분도 매우 훌륭하시고요.”허씨 가족 사람들의 조금 전 행동을 통해 그들의 진심을 확인한 예천우는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정말 감사합니다. 용왕님!”허성태는 감동하며 고개를 숙였고 자신의 선택이 이번만큼은 정말 탁월했다는 것을 실감하며 속으로 기뻐했다.예천우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서로 이토록 사랑하는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정식으로 약속하는 게 어떻겠어요? 날짜를 잡아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겠네요.”그 제안에 허성태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입니다. 저
‘정말로 예씨 가문은 이렇게 몰락하게 되는 걸까?’“조상님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말로 하늘이 우리 예씨 가문을 멸하려는 것입니까?”예관희가 혼자서 비통하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방에 나타났다.“어르신,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수십 년간 예관희의 곁을 지킨 검은 옷의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일아, 무슨 일인데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예관희가 물었다.“어르신, 제... 제가 큰 도련님의 아들을 찾았습니다!”예남일은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뭐라고!”예관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고 기쁨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확실해? 잘못 알아본 건 아니고?”“확실합니다. 당시 고아원이 화재로 없어졌지만 그 아이는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이름은 뭐고 어디에 있는 거야?”고아원의 일은 예관희도 알고 있었지만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랐다.“그 아이의 이름은 예천우입니다. 지금은 천해시에 살고 있고 현재 임완유와 함께 동성에 있습니다. 성격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예남일은 예천우가 동성에 있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나 그가 큰 도련님인 예정환의 아들임을 확신했다.“좋아. 정말 너무나 잘 됐어!”예관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곧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예천우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설마 예훈의 단전을 망가뜨렸다는 용문의 용왕도 예천우라고 하지 않았어?”예관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얼굴에 놀라움과 희망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용왕님도 천해시에 있었다고 했었지... 그럼 혹시 둘이 같은 사람이었던 거야?”이런 생각을 한 예관희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했다.“네. 맞아요! 바로 예천우 맞습니다!”예남일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정말이야? 너무 기쁜 일이네! 이제 예씨 가문에 희망이 생겼어!”예관희는 마침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용문 용왕이라... 이토록 전설적이고
이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문가에 숨어서 상황을 엿보던 주성한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그는 도무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도 알고 싶었다.그러나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본 순간 그는 손승우 일가가 모두 무릎 꿇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주성한은 그 순간 온몸이 떨리며 식은땀이 흘렀다.더 이상 볼 필요도 없이 그는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어떻게든 빨리 도망치려고 그는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너무 두려워서 상황의 전말을 더 알고 싶지도 않았다.한편 임선호는 예천우가 자신에게 이 일의 처분을 자신에게 맡기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천우가 이렇게 한 것은 아마 허씨 가문 사람들에게 임선호의 위신을 높여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천우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 임선호는 가슴속 깊이 감동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입을 열려 했다.손승우는 순간 당황했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임선호 씨, 오늘 일은 내가 정말 잘못했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게나! 어떤 요구든 말만 하시면 내가 반드시 따르겠네.”“그래요. 선호 씨, 제가 눈이 멀어 몰라보고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선호 씨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손승우와 손동욱이 다급히 임선호에게 사과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자 허성태는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집사람은 왜 이렇게 눈이 어두웠던 걸까.’허가연 역시 임선호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의 결단력에 감탄했고 마음은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 찼다.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반응에 손승우 가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임선호는 그들 생각과 달리 말했다.“필요 없어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다만 앞으로는 손씨 가문의 실력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임선호는 이번 일이 오로지 예천우 덕분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이상의 보상은 원치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강지혜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손승우가 평소에 자존심 하나는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니 말이다.손승우가 느끼고 있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났다.손승우는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소리쳤다.“너희 둘은 아직도 눈치 못 채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오늘 바로 너희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었기에 용왕님의 미움을 사게 된 거야. 빨리 와서 용왕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그는 속으로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동성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진은수조차 용왕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감히 편하게 서 있는 거야?’강지혜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마지못해 손승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오히려 손동욱은 강지혜보다 빨리 나서서 무릎을 꿇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용왕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식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런데 강지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평소에는 재잘재잘 말 잘하더니 왜 지금 와서 말이 없어? 당장 용왕님께 사죄하지 못해? 정말 우리 손씨 가문이 멸망하길 바라는 거야?”그러자 강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저... 잘못했습니다. 용왕님...죄송합니다.”강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손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고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손승우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서둘러 예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용왕님,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따를 것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손승우의 태
허성태와 조은희의 흥분한 표정과 달리 손승우 일가족은 완전히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승우의 아들인 손동욱은 평소에도 용왕님의 신비로운 강함을 동경해 왔으나 막상 자신이 용왕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었다. 용왕님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스치자 손동욱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강지혜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모습으로 악다구니를 퍼붓던 그녀는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승우는 표정이 더욱 참담했다. 조금 전 주성한의 수상한 행동을 되돌아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동안 그는 분노와 손씨 가문의 실력에 취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눈이 멀었던 자신이 미칠 듯이 후회스러웠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걸 수습하는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님이 화를 내면 손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될 것이다.허종우와 허광호 또한 그동안 예천우에게 무례하게 군 일을 떠올리자 멍해져 있었다.예천우에게 건방지게 굴고 못마땅해하며 험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혼내 주겠다고까지 했다.허성태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을 것이고 지금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저 겁에 질려 예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예천우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해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허가연 또한 멍한 상태로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예천우의 실력과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가연 역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부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일 줄이야. 정말 전혀 예상치도 못했어.’예천우는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은수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손승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순간 멍해졌다.‘내가 언제 용왕님을 무시했단 말이지? 게다가 누가 용왕님이야? 설마 전설적인 용문의 용왕님을 말하는 건가? 내가 무슨 수로 감히 용왕님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고 저러는걸 까? 잠깐만 혹시... 저 젊은이가 용왕님이라는 걸까?’손승우는 아득한 충격에 빠졌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손승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허종우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광호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다가 물어보려는 순간 진은수가 손승우를 꾸짖더니 돌아서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걸 보았다.“용문 4대 사자 진은수가 용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용왕님께서 이곳에 몸소 강림하셨는데도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고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그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전에 예천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진은수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완전히 이해했다.진은수가 용문 4대 사자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그가 용왕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한 예천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진은수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이제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게다가 예천우가 그토록 강력한 위치에 있는 용왕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손승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예천우가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니 말이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 또한 충격에 빠졌다. 진은수의 높은 위치를 알고 나서는 예천우가 인맥으로 도움을 청한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예천우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었고 심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