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 앞에서 귀왕은 손으로 닭도 못 잡는 어린아이처럼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기분이 들었다.예천우가 발을 떼자마자 귀왕은 재빨리 구덩이에서 일어섰다.종사 경지의 정점인 자기가 절대 이렇게 무능하게 당할 리가 없다고 여긴 귀왕은 방금은 분명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귀왕은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 강력한 공격을 시도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예천우는 또다시 귀왕을 들어 바닥에 거세게 내팽개쳤다.이후 예천우의 강타를 몇 번 더 정통으로 맞은 귀왕의 오장육부는 이미 완전히 뒤틀렸고 입에서는 시뻘건 피가 쏟아져 나왔고 상처투성이인 몸은 이미 볼품없이 무너졌다.마지막으로 예천우가 귀왕의 가슴에 강력한 발차기를 날렸다.“아악!”귀왕은 또 억제할 수 없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무서운 기세로 떨어졌다. 귀왕은 이제 몸을 움직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전설 속의 귀왕이자 종사 정점의 고수가 이렇게 단순한 기술에 터져 동서남북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하게 지다니, 이건 저항할 능력이 하나도 없이 완벽하게 압도당한 것이었다.귀왕은 심지어 중상을 입고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예천우의 기술은 얼핏 보건대 화려하지 않은 단순한 기술이었지만 이번에 입은 상처는 지난번에 비해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았다.귀왕이 생각을 아직 정리하지도 못 했을 때, 더 공포스러운 일이 일어났다.예천우가 유령처럼 다시 귀왕의 곁에 나타나 발로 목을 짓누른 것이었다.예천우가 조금만 힘을 더 주면 귀왕은 숨통이 끊어질 게 분명했다.이 장면을 직접 목격한 양대복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귀왕의 무서운 속도와 끔찍한 실력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양대복은 이 남자가 종사급 고수가 아닌 단순한 약자일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사실 이 사람은 종사 경지의 정점에 서 있는 고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왕에게 처참하게 당하고 있었다.용왕의 실력은 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걸까? 양대복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귀왕은 예천우가 움직이지 않는 틈을 타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이 하얗게
귀왕은 예천우가 바로 목숨을 끊을 기세라는 걸 느끼고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 그 사람이 직접 나한테 지시를 내린 거야.”“직접?”“그래. 물론 가면을 쓰고 있기는 했지만, 목소리와 체격은 똑똑히 볼 수 있어서 절대 틀림없을 거야.”“그 말은 그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야?”예천우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보지 못했어.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잘 알아. 그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그 사람이 너를 어떻게 찾아온 거야?”“예전에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어. 그때 나를 찾아와서 보육원에 있는 너를 없애버리라고 했어. 반드시 쥐도 새도 모르게 실행하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게 하면 안 된다고 했어.”귀왕이 말했다.“그래서 사람을 시켜서 보육원에 불을 지른 거야?”예천우는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나는...”귀왕은 변명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역시 사실이구나. 그렇다면 너는 이제 죽어도 돼.”예천우는 냉랭한 얼굴로 발에 힘을 세게 줬다.“안돼!”겁먹은 표정을 한 귀왕은 마지막으로 목숨을 구걸하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예천우는 그에게 변명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어찌 됐든 그가 보육원에 저지른 짓만으로 천만번을 죽어 마땅했다.곁에 있는 양대복은 놀라기도 했고 긴장되기도 했다.그 시절의 사가종가는 위엄이 대단해서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했고 모든 이들이 우러러봤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의 실력은 더욱 두려웠는데 어디를 가나 두려움을 자아내는 존재였다. 하지만 용왕 앞에서는 보잘것없었고 아무렇지 않게 망가뜨릴 수 있었다. 이는 그를 더 조심스럽게 했다.예천우는 귀왕을 처치하고 핸드폰을 꺼내 양박군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말했다.“박군, 직접 귀문으로 갔다 와.”양박군은 멈칫하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마침 제가 실력이 많이 늘어서 귀왕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귀문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양대복은 이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용왕이 정말 자신의 딸이 마음에 들어 딸이랑 결혼하려고 한다고 제가 김칫국을 마셨다.예천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양 회장이 싫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할게.”“아닙니다. 저는 반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 일은 체은이 본인에 달렸죠. 당문의 일이 있고 난 뒤로 저는 체은이와 약속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겠다고요. 체은이가 좋다고 하면 저희는 모두 아무 의견이 없을 것입니다.말은 이렇게 해도 용왕이 믿음직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 남자나 데리고 온다고 하면 양대복은 당연히 조사할 테지만 다만 예전처럼 막지는 않을 것이다.“저는 좋아요.”양체은이 얼른 말했다.“천우 오빠를 도울 수만 있다면 저는 뭐든 상관없어요.”양체은이 이럴수록 예천우는 마음이 더 불편했다. 양체은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에게 잘해주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다.그는 어떻게 이 모든 걸 완전히 무시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 예천우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때 그는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기억력이 뛰어난 그는 여전히 그날의 일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킬러의 추격에 맞서 어머니는 매번 최선을 다했고 여러 번이나 중상을 입었다. 매번 파렴치한 킬러가 자신을 공격하면서 어머니의 집중력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그러니 어머니는 자신 때문에 번번이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고 그때마다 굳센 의지로 수십 번의 추격을 피해갔다.결국, 중상을 입고 절반의 목숨을 바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버리고 홀로 추격자들을 따돌렸다.임완유를 만나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는 선생이 나타나기도 전에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양대복이 승낙했으니 모든 건 계획대로 진행하면 됐다.양대복은 양체은도 데리고 갔다. 사실 양체은은 떠나기 싫었지만,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순순히 아버지를 따라 돌아갔다.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예천우는 쓴
예천우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그들의 속셈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괴롭히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지금의 그는 방법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임완유가 속상한 게 싫어서라도 그는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국종 일행은 이미 홀까지 들어 왔다. 그곳의 배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은 더없이 웅장해져서 지금 당장이라도 이사를 와서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지만 지금 제일 급한 용무는 예천우를 설득하는 일이었다.지금 예천우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은수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얼른 다가가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천우야, 역시 여기 있었구나. 우리가 너를 찾느라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몰라.”“그래? 나는 항상 여기 있었는데. 말이 안 돼. 당신들은 허구한 날 나를 쓸모없는 놈이라고 욕하잖아. 나에 대해 그렇게 잘 안다면서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몰라?”예천우는 담담하게 되물었다.“천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예전에는 엄마가 잘 몰랐어. 엄마가...”“잠깐만.”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말조심해. 엄마라고 하지 마. 나는 지금 당신이랑 아무런 관계가 없어.”“그래. 아줌마가 말을 잘못했어. 예전에는 아줌마가 부귀영화를 너무 바라는 마음에 잘못을 너무 많이 했고 허튼소리도 너무 많이 했어. 내가 죽일 년이야. 하지만 다 이 아줌마가 멍청해서 그런 것이니 완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내가 완유한테 무슨 말을 해도 완유를 아무리 핍박해도 그 애는 네 곁을 지킬 생각뿐이였어.”유은수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어제 네가 떠난 후로부터 완유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지금 눈은 완전 팅팅 부었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아.”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물었다.“지금 괜찮은 거야?”“아니. 전혀 괜찮지 않아.”유은수는 말이 통할 기미가 보이자 얼른 눈물을 더 흘리며 말했다.“완유가 지금 무척 초췌해. 밥도 안 먹고 거의 반 시체처럼 있어.
임국종이 쓸쓸하게 말했다.“지금 너를 찾아온 건 네가 용왕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이제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이야. 너야말로 완유에게 최고의 안식처라는 것을 말이야. 만약 네가 지금 완유를 떠난다면 그 애는 살아가지 못할 거야.”“그래. 천우야, 우리를 어떻게 해도 좋으니 제발 완유를 살려줘.”유은수가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천우야, 아저씨도 제발 부탁할게. 완유한테 기회를 한번 줘.”그들이 이렇게 말을 안 해도 예천우는 마음이 불편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듣고 조금 전 두 사람의 득의양양한 눈빛이 생각나 벌컥 짜증을 내며 말했다.“나한테 기회를 주라고? 당신들은 예전에 왜 기회를 주지 않았던 거야?”“예전에는 우리가 잘못했어. 우리가...”유은수는 또다시 말을 반복하면서 전보다 더 후회스럽다는 기색을 띠었다.“그만해. 그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 없어.”예천우는 차갑게 대꾸하고는 임국종을 보며 말했다.“당신들의 사과는 모두 받아들일 것입니다. 예전의 일에 대해서 더는 서로 빚진 게 없는 거로 하죠.”이 말을 들은 임씨 가문 사람들의 눈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특히 유은수는 무척 감격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예천우의 마음이 돌아졌다는 게 분명했다.“하지만!”예천우가 계속 말을 이었다.“임씨 가문에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왜?”유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천우야, 우리를 아직 용서하지 못하는 거야? 우리 때문에 완유를 원망하면 안 되잖아.”“내가 당신들을 용서했다고 말한 이상 반드시 용서할 거야.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어. 나는 이미 양씨 가문과 양체은을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어. 결혼식은 3일 뒤에 진행할 거야.”예천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예천우의 말에 그들의 표정이 모두 크게 변하였다. 그 누구도 예천우가 양체은과 함께 있으면서 이렇게 진도가 빠를 줄 예상치 못했다. 바로 결혼이라니.임국종은 믿지 못하는 듯했지만, 예천우의 단호한 모습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유은수는 초조해져서 말했다.“천우
유은수는 말을 마치고 정말 자신의 따귀를 스스로 세게 내리쳤다. 전혀 살살하는 기색이 없이 따귀를 내리치는 큰소리가 났고 무척 아파 보였다.하지만 유은수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다시 자신의 따귀를 세게 내리쳤고 양쪽을 번갈아 가며 때리는 바람에 얼마 지나지 않아 양쪽 뺨이 다 부었다.그녀는 임강을 쳐다보았고 임강에게 자신처럼 똑같이 하라고 눈짓했다. 유은수가 정말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임강은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이를 악물고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예천우는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자리를 피하기는 했어도 계속 이렇게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오른손을 휘젓자 부드러운 힘이 유은수와 임강을 함께 넘어지게 해서 적어도 그 자리에 계속 무릎을 꿇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방향을 피해서 그 행동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당신들 이게 뭐 하는 거야!”예천우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몰라서 말했다.“말했잖아. 이미 다 용서했다고. 그러니 이럴 필요 없잖아.”“아니야. 천우야, 너는 입으로는 용서했다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용서하지 않았어. 만약 네가 정말 우리를 용서했다면 우리와 함께 돌아갔을 거야.”임국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천우야, 나까지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거야? 만약 저 두 사람이 무릎을 꿇은 게 아직 부족하다면 나도 꿇을게. 우리를 어떻게 처벌해도 되지만 완유를 탓하지 않기를 바래.”말을 마친 임국종은 정말 예천우가 있는 곳을 향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그는 예천우가 그들을 무릎 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예천우가 다가가 말리려 했지만, 이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안돼요!”이때 임완유가 도착했다. 그녀는 이전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부모님은 이미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었고 할아버지도 꿇으려고 하는 상황이었다....용도의 예씨 가문. 서재의 의자에 앉아있는 예웅남은 어두운 표정을 하
청룡 전신은 건드릴 수 없다고 해도 용문의 용왕도 건드릴 수 없다는 말인가. 제일 처음 그는 예천우가 누군지 정말 몰랐다. 하지만 이제야 예웅남은 자신이 아들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알게 되었는데 바로 용문의 새로운 용왕이었다.처음부터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젊은 종사 고수가 불쑥 나타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하지만 용문의 새로운 용왕이라면 이상하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는 용문의 새로운 용왕의 실력은 종사 초급의 모습과 흡사했다. 기껏해야 종사 중급의 경지인데 백호 전신의 상대가 아니었다.유일하게 두려운 점은 그의 신분이었는데 그의 선생인 옛 용왕의 실력은 가늠이 안 갔다. 하지만 만약 예천우가 죽는다면 용문은 절대 죽은 사람을 위해 예씨 가문과 사생결단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지금 아들이 저렇게 처참하게 망가진 마당에 그는 뭐라도 해야 했다.생각을 정리하고 난 예웅남의 눈 속에는 차가운 살기가 번쩍이며 핸드폰을 꺼내 백호 전신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백호 전신은 지금 일 때문에 밖으로 나가 있었다.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때 예관희가 다가와서 예웅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큰아버지한테 합니다.”예웅남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훈이의 복수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도 여기에 갇혀있을 것입니다.”예관희는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지금 네 큰아버지한테 누구를 죽여달라고 할 셈이야? 청룡 전신을 죽여달라고?”“그럴 리가요!”예웅남은 다급하게 부인했다. 아무리 정신이 나갔어도 그럴만한 담력은 없었다.“그럼 예천우구나! 예천우의 신분이 밝혀졌다는 거 몰라? 그자가 바로 용문의 새로운 용왕이야.”예관희가 차갑게 물었다.“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떻습니까? 그자의 실력은 기껏해야 종사 초급인데 절대 큰아버지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그럼 옛 용왕은? 용왕의 좌우호위는?”“예천우가 죽는다면 설마 옛 용왕이 그자
소리가 들리자 임완유는 빠르게 다가와서 할아버지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당연히 할아버지가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바닥에 앉아 기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의 양쪽 얼굴은 빨갛게 부어올랐는데 따귀를 여러 차례 맞은 게 분명했다. 아버지의 표정도 어두웠고 얼굴에는 빨간 자국이 선명했다. 이를 본 임완유의 초췌한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이 모든 게 예천우가 한 일인 게 분명했다. 부모님의 지난 만행에 대해 임완유도 알고 있었다. 보통 지나친 게 아니어서 그녀 자신도 참아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부모님이었다. 무릎을 꿇은 것은 부모님들이 스스로 한 행동일 수 있어도 자신을 끔찍이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성격으로 봐서 뺨은 예천우가 때린 게 거의 확실했다. 그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임완유는 고개를 들어맞은 편에 서 있는 예천우를 보면서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가에 물기가 서렸다.임완유는 오늘 예천우를 찾아서 자세히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녀는 예천우의 태도가 갑자기 크게 변한 것을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었다. 여기에는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지 않아서 임국종 일행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길에 올라서야 그들이 이미 예천우의 집으로 그를 찾으러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임국종은 만약 임완유가 예천우의 주소를 물어본다면 알려주라고 떠나기 전에 당부했었다. 그는 임완유만이 예천우에게 먹힐만한 필살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임완유는 그들이 예천우에게 빌러 갔다는 것을 단번에 확신했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무슨 상황이라도 생길까 봐 바로 따라갔다.가는 도중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예천우가 처음 했던 말까지도 생각났다. 그는 재벌 양 회장이 그를 위해 환영회를 주최한다고 했는데 그녀는 거절했었다.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그녀는 믿지 않았었다.지금에야 임완유는 모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