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야, 경찰에 신고... 네가 한 거야?”임완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그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청장님이라는 그분 반응을 보니까... 뭔가 이상해서. 마치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눈치였어.”임완유의 분석에 소정 역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천우가 신고한 게 아니었어? 아니. 설령 아니라고 해도 완유가 알면 안돼. 그럼 천우한테 더 빠질지도 모르니까.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든 완유랑 유걸 씨를 엮어주는 거야.’“아, 알겠다. 유걸이가 했나 보다!”“유걸이가?”임완유가 미간을 찌푸렸다.저번에 보아하니 사진호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데 영사그룹 사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행동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넌 유걸이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더라고. 내가 유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대충 설명했더니 일단 진정하라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 삼촌이 지금 사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고까지 했다니까. 솔직히 경찰청 청장 되는 짬밥이 체포 작전에 직접 투입된다는 게 말이 돼? 분명 유걸이 개입해서 그런 걸 거야.”소정이 되는대로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유걸이 삼촌 유용진이 경찰청 2인자라고 했던가... 그럼 가능할 수도?’되는대로 이야기를 지어낸 소정은 대충 화장실을 가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뜬 뒤 바로 유걸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바이를 맞추기 시작했다.“소정아, 정말 고마워. 내가 이 은혜는 무조건 갚을게.”통화를 마치고 소정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사이, 어느새 달려온 유걸이 임완유를 향해 부랴부랴 달려왔다.“완유야, 괜찮아?”“유걸? 너가 여기까진 무슨 일로...”“소정이한테 얘기듣고 너무 걱정이 돼서... 그래서 바로 삼촌한테 전화했던 거거든. 사만식 회장 체포됐다면서?”유걸이 느끼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삼촌한테 거의 무릎 꿇고 빌다시피 해서 출동한 거야. 경찰 측에선 증거가 확실하게 잡히면 일망타진하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보면 좀 경솔하게
“아, 나도 따로 볼일이 있어서 두 사람 먼저 집으로 가.”먼저 차에 탄 예천우는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감히 내 여자를 때려? 절대 용서 못해...’한편, 체포 작전을 무사히 마친 장한식은 천해시 시장 황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예천우 씨는 무사히 저택을 나섰고 사만식 대표는 지금 경찰서로 압송하는 중입니다.”“좋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뵐 날이 머지 않을 것 같군요.”천해시의 종양덩어리나 마찬가지인 사만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황근호가 호탕하게 웃었다.“감사합니다. 시장님.”국회 진출을 약속받으니 장 청장의 입꼬리 역시 귀에 걸렸다.영사그룹 사만식 회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워 실질적인 작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사실 이번 체포작전의 숨은 공신은 바로 양대복이었다.양대복이 직접 황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천우와 사만식의 아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고 양대복은 만식파와 경쟁 관계인 조폭 두목으로서 상대방의 범죄 증거를 꽉 잡고 있었기에 경찰 측에서 고민이던 직접적인 증거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던 양대복 역시 그제야 묘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드디어 끝이다.’지금까지 사만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던 건 사만식이나 영사그룹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종사급 고수인 사만식의 아버지 사태수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겉으로 드러나있는 상대는 예천우이니 설령 사태수가 돌아온다 해도 예천우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물론 이건 천우 님께서 아시면 안 되겠지만...’같은 시각, 임완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소정이 또 넌지시 한 마디 던졌다.“완유야, 이번에 유걸이 진짜 큰 도움 준 거 알지. 그 사람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어.”“그러게. 유걸이 아니었으면 천우... 정말 사만식 회장 죽였을지도 몰라.”“그러니까. 너뿐만 아니라 천우도 이번에
한편, 역시 예천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 소정은 몰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천우야. 아, 완유가 전화해 보라고 해서. 어디까지 왔어?”“지금 병원이야. 볼일만 마치고 바로 갈 거라고 전해 줘.”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성큼성큼 병실로 향했다.‘병원?’살짝 갸웃하던 소정은 바로 예천우가 임완유의 복수를 하러 간 것임을 직감했다.‘뭐야. 임완유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같은 시각. 임완유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연히 예천우인 줄 알고 발신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은 그녀의 귓가에 표독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완유, 마지막 경고야. 지금 당장 우리 진호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안 그럼 너네 집안 전부 밀어버릴 거니까.”김혜정이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전화를 끊어버리자 임완유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뭐야...’“누구야?”소정의 질문에 임완유가 대답했다.“사진호 어머니.”자초지종을 들은 소정이 펄쩍 뛰었다.“하, 뭐야. 자기 남편이 경찰에 체포된 건 모르는 건가? 뭘 믿고 그렇게까지 하는 거래?”“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잖아. 뭐 믿고 있는 게 또 있나 보지.”“그러게.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어.”한편, 엄마의 통화를 듣고 있던 사진호는 왠지 모를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임완유 성격에 이런 협박 통화 한 통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임완유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엄마, 진짜 병실로 올까요?”“그럼. 안 오면 자기 가족 다들 길바닥에 나앉을 텐데 안 오면 어쩔 거야. 아들, 넌 이번 기회에 걔 기부터 확 잡는 거야. 알겠지?”“네, 엄마!”임완유가 그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바보처럼 헤실거리던 사진호의 표정이 확 굳었다.‘설... 설마 예천우?’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아들을 바라보던 김혜정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진호야, 왜 그래?”그리고 아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
하지만 잠시 후, 정작 얼굴에 새빨간 손가락 자국이 남은 건 바로 김혜정이었다.순간 벙쪄있던 김혜정이 다음 순간 볼을 움켜쥐었다.“감... 감히 날 때려? 이게 죽으려고!”예천우는 미친 여자처럼 달려드는 김혜정의 따귀를 또다시 거세게 때렸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김혜정의 입가에 비릿한 피맛이 그대로 느껴졌다.“내가 웬만해서 여자는 잘 안 때리는데 당신은... 인간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너...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나 영사그룹 사모님 김혜정이야!”“영사그룹?”아직도 자신만의 꿈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영사그룹이 언제까지 당신 뒤를 봐줄 것 같아? 아니, 그전에 언제까지 영사그룹이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아?”“너... 그게 무슨 소리야?”“정 궁금하면 남편한테 전화해 보든가?”김혜정은 당황스러운 손길로 남편인 사만식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건 남편이 경찰 측에 체포되었다고 말하는 낯선 경찰의 목소리였다.“그... 그럴 리가 없어.”“아, 내가 지금 당신 집에서 오는 중이거든? 영사그룹은 이제 끝이야.”“그럴 리가 없어! 영사그룹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무너질 리가 없어! 이건 거짓말이야! 날 흔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고!”예천우는 여전히 망상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지나쳐 사진호에게로 향했다.어떻게든 뒤로 물러나려고 해도 등은 곧 벽에 닿아버리고...잔뜩 겁 먹은 얼굴의 사진호가 애원하기 시작했다.“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제발... 제발 용서해 줘.”“이미 늦었어.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건 아버지고 아들이고 똑같네.”말을 마친 예천우가 왼손을 이불 위에 내려놓고 거대한 기운과 함께 사진호는 자신의 그곳을 망치로 깨부수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으으윽.... 으아아악!”짐승 같은 울부짖음과 함께 시뻘건 피가 이불을 적시기 시작했다.소란에 부랴부랴 달려온 의료진조차 눈앞의 참혹한 상황에
“영사그룹... 정말 끝인 거야?”지금 이 순간, 김혜정에게 더 중요한 건 아들의 상태가 아니라 바로 그룹의 존망이었다.“내 여자를 건드린 순간, 이미 각오했어야 할 일이었어.”‘경찰이 나서지 않았다 해도 내가 전부 부숴버렸을 테니까...’“그럴... 그럴 리가 없어.”김혜정이 여전히 현실부정을 이어나가는 사이, 장한식 청장이 병실에 들이닥쳤다.예천우가 병원으로 향했다는 황 시장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분명 피바람이 불 테니 먼저 가서 수습을 하고 있으라고 말이다.역시나 황 시장의 예상대로 병실 안의 상황은 처참했다.한편, 장한식의 얼굴을 알아본 김혜정이 허겁지겁 달려갔다.“청장님, 이... 이 사이코패스 자식 얼른 체포하세요. 내 아들... 그리고 저까지 맞은 것 좀 보시라고요!”확실한 상황에 장한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후... 이건 좀 수습하기 힘들겠는데?’잠깐 망설이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 씨, 도주 위험이 있는 용의자를 제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하시겠다?’장 청장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예천우가 싱긋 웃었다.“별말씀을요. 더 나은 천해시를 위해 응당해야 할 일인 걸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네.”예천우가 무사히 병실을 나서자 상황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오만방자한 사만식 그리고 그 가족들이 더 어마무시한 세력을 건드린 것이 분명하다고 수군댔다.“정... 정말 끝인 거야?”어느새 두 눈에 빛을 잃은 김혜정이 여전히 중얼거리고 사진호 역시 중요한 그곳을 잃었다는 고통보다 집안이 망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애초에 임완유 그 계집애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이게 다 유걸 그 자식 때문이야!’“김혜정 씨, 당신을 폭행, 횡령 혐의로 체포합니다. 그리고 사진호 씨, 살인, 강간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두 사람 모두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한편, 병원을 나선 예천우는
“그래서 날 칼로 썼다 이 말이지?”“죄, 죄송합니다!”“솔직하게 말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 끝까지 변명했으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은데 말이야.”“용,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사만식 회장 아버지가 과거 제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에 눈이 멀어 순간 실수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그런데 왜 용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그때 당시... 지원을 요청하긴 했지만... 회답이 없었습니다.”“음... 그래. 다음엔 나한테 직접 보고하도록.”“네. 사태수는 4년 전 이미 종사급 고수였습니다. 지금쯤 아마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죠. 천우님 때문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으니 아마 돌아오자마자 천우님을 공격하려 할 겁니다.”“상관없어. 겨우 종사급 따위가.”말을 마친 예천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종사급이면 거의 최상급 고수인데 이렇게까지 무시하신다고?’여기서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세상의 무술 등급은 명경, 암경, 화경, 종사 등 등급으로 나뉜다.명경은 흔히 말하는 보통의 격투가 레벨로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육체의 강인함을 키우는 자들을 가리킨다.그리고 암경은 수련을 통해 내력의 힘을 깨우친 자들로 이 단계부터 보이지 않는 공격으로 상대에게 내상을 입힐 수 있다.그리고 화경 단계부터 내력의 힘을 육체적인 능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 놀라운 공격 속도와 파괴력을 가지기 시작한다.그리고 마지막 종사는 내력과 육체적 능력 모두 일정 경지를 돌파한 이들을 가리키며 숨결 한번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고수들을 가리킨다.특히 종사급 고수는 한국 전체를 뒤져봐야 10명이 될까 말까한 초엘리트들로 수많은 고수들이 모였다는 용문마저도 전대 용왕을 제외하고 종사 경지를 돌파한 이는 좌오 호법 두 사람뿐이라는 소문만 파다하게 돌 뿐이었다.“천우 님은 아직 너무 젊어. 물리적으로 종사급 고수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신 거지?”하지만 평생 수련한 양대복 본인보다 나이로 치면 애송이
유한숙의 말에 임국종도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최근 아들과 며느리의 끊임없는 세뇌에 임국종은 슬슬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닐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예천우는 있는 건 허세뿐인데다 맡긴 회사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싸움 실력 하나만 믿고 여기저기서 사고만 치고 오는 그야말로 한량에 깡패나 다름없는 남자였다.아버지가 조금 흔들리는 눈치를 보이자 임강이 굳히기를 들어갔다.“그러니까요. 이번엔 글쎄 영사그룹까지 건드렸다지 뭡니까? 완유가 제발 흥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말을 안 듣더래요. 다행히 유걸 군이 경찰청에 계시는 삼촌한테 부탁해서 바로 사만식 회장을 체포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완유는 물론이고 우리 집안 정말 풍비박산날 뻔했어요, 아버지.”“형님, 나도 그 얘기는 대충 들었수.”임국종의 동생인 임국진 역시 한 마디 거들었다.“아니, 우리 완유가 어디 부족한 애도 아니고 왜 그런 촌놈한테 시집 보내지 못해 안달인 거야? 미꾸라지 한마리 잘못 들어왔다가 집안 물 전부 흐리는 거 한순간이야.”“맞아요, 큰아버지.”임강의 사촌동생인 임찬 역시 예천우가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예쁘고 능력있는 임완유에게 최대한 좋은 짝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용도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너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그런 와중에 예천우의 편을 드는 건 임완유뿐이었다.“솔직히 천우도 저희 많이 도와줬잖아요. 임유그룹이 용등상회에 가입하는 것도 도와줬고 절 몇 번이나 구해주기도 했고요.”“상회에 가입하게 도와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연히 과거에 맺은 인연 덕분이었지 자기 능력으로 해낸 일은 아니었잖아? 그리고 널 구해줬다고? 그게 널 구한 거니? 무슨 일이든 주먹부터 올라가는 게 구한 거냐고?”“남편이 다혈질이면 와이프는 속이 아주 말라간다 너? 잘 생각해.”하지만 이어지는 가족들의 공세에 임완유도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래... 천우는 너무 충동적이야. 그 애 옆에 있으면 마치 시한폭탄
“겨우 영사그룹 따위... 제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무덤덤한 예천우의 반응에 유한숙은 더 화가 치밀었다.“하, 넌 아직도 그 허세니? 머리라는 게 달렸으면 유걸이한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 이번에 유걸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어느 들판에서 시체로 뒹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유걸 씨요? 유걸 씨가 영사그룹을 무너트렸다?”예천우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천우야 제발... 제발 한 번만 잘못했다고 해. 그놈의 허세 제발 그만 좀 부리라고.’속이 타들어가는 임완유와 달리 예천우가 사람들의 공격을 받자 소정은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 계속해. 차라리 이혼하고 집안에서 쫓아내버려. 그래야... 내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한편, 분위기가 자기 쪽으로 슬슬 몰려오자 이때다 싶은 생각에 유걸이 입을 열었다.“천우 씨 말이 맞아요. 저희 힘으로는 부족하죠. 제아무리 경찰이라도 대기업을 한순간에 무너트리긴 힘드니까요.”또 무슨 꿍꿍이냐 싶은 마음에 예천우가 유걸을 힐끗 돌아보던 그때 그가 말을 이어갔다.“이번에 영사그룹을 무너트릴 수 있었던 건 상부에서 사만식 회장의 횡포에 이미 불만을 품고 있었기도 했고 또 저희 신학그룹이 곧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어머 신학그룹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축하해요. 그럼 시가도 몇 배로 뛰겠네.”임한숙은 마치 그 돈이 이미 자기 재산이 된 듯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런데 신학그룹 상장과 사만식 대표 체포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가?”“아, 이번 상장을 앞두고 저희 그룹 지분을 거의 반값에 넘겨서 영사그룹 이사들을 많이 끌어들여 왔거든요. 그 덕에 경찰에서 출동하기 전 영사그룹은 이미 텅 빈 고목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습니다.”“그랬구나... 세상에 정말 큰일을 해줬네.”“완유야, 들었지? 얼른 고맙다고 해?”“아, 유걸 씨 고마워요. 반값에 넘기면 손해도 많이 봤을 텐데... 제가 어떻게든 보상할게요.”“아니요. 보답 같은 걸 바라고 이
모두가 하나씩 존경의 태도로 남궁은서를 칭찬하는 모습을 보며 정우찬의 얼굴은 매우 침울해졌다.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돌아와야 했지만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가 나왔다.그러나 남궁은서의 자세를 보면서 남궁은서가 지금 자신의 전성기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는 남궁은서는 신분과 지위 모두에서 성종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다.여 전주가 그렇게 강력한 실력을 갖추고도 자리를 내어주기로 결심한 걸 보니 자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이런 생각에 정우찬은 마음을 조금 놓게 되었다.그러나 그 순간 정우찬은 절정 노조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주인님?’그 말을 듣고 정우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뒤에 나온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그냥 나올 수 있는 게 아닌데... 정우찬의 얼굴에는 수치심이 스쳤다.남궁은서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절정 노조가 그처럼 말하는 걸 보고 그가 이미 완전히 복종한 걸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예천우한테 완전하게 복종하면서 주인님이라 부를 줄은 몰랐다.절정 노조는 정우찬의 놀란 표정과 다른 사람들의 이질적인 반응을 느꼈다.그러나 그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 모든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며 차분히 말했다.“주인님의 능력은 천지를 넘어서시니 내가 이렇게 부르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잖아?”그 말을 들은 모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 뭐 정상이라고 하면 정상이겠지.’예천우는 웃으며 답했다.“절정 노조, 말해봐. 무슨 일이야?”절정 노조가 이렇게 예의 있게 말해주는 이상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절정 노조는 급히 대답했다.“정우찬과 정우환 두 형제에 대한 일이에요. 두 사람이 예전에 잘못해서 주인님을 모욕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재능이 뛰어나고 수련 능력도 매우 높습니다. 만약 몸이 회복된다면, 훗날 육지 신선의 경지에 이를
남궁은서는 예천우의 말을 듣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 보니 예천우의 성격상 이런 큰일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었다.원래는 양박군이 괜찮은 후보였는데 그의 실력은 충분하지만 이렇게 큰 종파를 다루는 경험이 부족해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었다.남궁은서는 남궁청휘가 임종 때 유언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성종을 발전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라는 부탁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젠 예천우가 그 자리에 앉을 때까지 자신이 대신해야 할 것 같았다.“어쩔 수 없군. 네가 원할 때까지 내가 대신 맡을게.”남궁은서는 속으로 결심을 다지며 말했고 예천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말을 이었다.“다들 궁금할 수 있겠지만 영종의 종주는 사실 이전 성종 종주님의 딸이었습니다. 영종 종주님의 실력은 다들 보셨죠? 분명히 종사 절정의 경지를 찍은 실력자입니다. 신분과 실력 모두 이번 성종 종주 자리에 적합한 분이시죠. 이의가 없으시죠?”그러자 모두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예천우라는 대단한 존재가 이렇게 말하는 이상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양박군은 예천우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말했다.“귀왕종은 아무 이의 없이 남궁 종주님을 지지합니다!”정우찬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가 가진 자존심과 자신감을 완전히 깨버렸고 이제 그는 아무 힘도 없는 듯 한없이 무기력해졌다.“정우찬, 왜 이렇게 멍하니 서 있어?”정우찬이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것을 본 절정 노조는 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절정종도 남궁 종주님을 지지합니다!”정우찬은 이 말을 듣고 더욱 쓰라린 마음을 느꼈다.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절정종도 이미 예천우에게 복종해 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수라전, 귀왕종, 절정종, 영종은 이미 모두 지지 선언을 마쳤고 이제 남은 건 화간종이었다.원현주는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음을 느꼈고 남궁은서와 예천우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화
모든 일이 해결되었음을 확인한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자. 오늘 우리가 나눈 대화는 절대 외부에 누설되지 않게 해. 알겠나?”“예. 주인님.”절정 노조는 고개를 숙여 존경을 담아 대답했지만 대답을 마친 후 잠시 머뭇거렸다. ‘주인님?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하지만 곧 자신이 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생각했다.‘내 목숨이 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는데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지.’예천우 역시 잠시 깜짝 놀랐다가 다른 사람의 말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었다. 일이 해결되었으니 그는 오른손을 휘둘러 주변의 장벽을 제거했다.예천우와 절정 노조가 사라진 뒤 약 20분 정도가 흘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쳐 조금 초조해졌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 이상이 없자 그들은 또다시 혹시나 변수가 생길까 두려워해서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사모님,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겠죠?”선우서림이 걱정스레 속삭였다.“그럴 리 없을 거야.”남궁은서도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느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예천우의 실력은 절정 노조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런데도 절정 노조는 그처럼 오랜 시간을 살아온 괴물이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5분만 더 기다리자. 안 되면 우리가 직접 들어가 봐야겠어.”선우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원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남궁 종주님, 여 전주님은 당신과 어떤 관계인가요?”남궁은서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제야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물론 관계가 있습니다. 이번 행동은 전부 여 전주가 설계한 거니까요.”원현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지만 남궁은서는 의도적으로 대답을 회피한 것 같았다.‘이런... 또 뭐가 숨겨져 있는 건가?’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세상에 정말 사람의 모습을 바꿀 방법이 있을까?변장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신체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거
예천우는 곧바로 자신이 배운 공법을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이 공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번거로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곧 자신이 가진 영혼력과 강력한 정신력 덕분에 배우는 일이 훨씬 수월한 것 같았다.어쩌면 성종의 사리 덕분일 수도 있지만 몇 분 만에 공법의 요령을 모두 익히고 말았다.이 공법은 영혼의 힘을 사용해 사람의 생사를 조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운 공법이었다. 예천우는 그 공법을 배우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렇게 영혼의 힘을 이용해 사람을 제어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군.’예천우는 속으로 감격하며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층 예리한 눈빛으로 절정 노조를 바라보았다. 이제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물론 이 공법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기 영혼의 힘이 상대보다 월등히 강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또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그리고 상대가 아무 준비 없이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만약 방어한다면 영혼의 힘이 쉽게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가 절정 노조를 바라보자 절정 노조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예천우의 눈빛에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선배님,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보물을 주면 저를 놓아주겠다고요.”절정 노조는 급히 물었다.“물론이지. 내가 놓아주겠다고 했으니 확실히 놓아줄 거야.”예천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네가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냥 무사히 놓아주는 건 불가능하겠지.”“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절정 노조는 점점 더 불안해하며 물었다.“간단해. 내가 네 영혼을 통제할 거야.”예천우는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뭐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거죠?”절정 노조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자기가 영혼을 잃은 꼭두각시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너무 긴장하지 마. 전혀 완전한 통제는 아니야. 단지 네 머릿속에 영혼의 흔적을 남겨두는 것뿐이야. 만약 나게 나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한다면 한 번의 생각
예천우는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앞에 갑자기 넓고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이 나타났고 그 길이와 너비는 대략 10미터 정도였다.이렇게 거대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자 예천우는 당연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공간 반지는 대략 1세제곱미터도 안 되어서 그조차 매우 신기하게 여겨졌고 세상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공간 안에 신선하고 푸르른 약초들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예천우는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물었다.“약초들이 여기서 시들지 않아?”절정 노조는 잠시 머뭇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다른 공간 반지들은 이렇게 효과가 없었나 싶었고 자신이 뭔가 중요한 보물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래도 그는 솔직히 대답했다.“네. 이곳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사람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의도에 따라 구역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어요. 정말 신기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공간이 너무 작은 게 흠이죠. 겨우 3미터 정도밖에 안 되죠.”“3미터 정도라고?”예천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네. 그런데 이 공간은 변화가 가능한 것 같아요. 처음 받을 때보다 분명히 커졌습니다.”절정 노조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예천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깨달은 듯 눈을 반짝였다.‘이 반지는 아마 주인의 실력이 강해짐에 따라 확장될 수 있는 것 같네.’자신이 절정 노조보다 훨씬 강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그에 비해 공간이 더 커졌고 나중에 실력이 더 올라가면 공간도 더 넓어질 것이다. 언제 한계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반지는 정말 특별하고 비범한 물건이었다.예천우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번에 정말 신기한 물건을 얻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이 반지가 옥패보다도 훨씬 더 기쁘고 흥분되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옥패는 현재 아무런 효과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예천우가 그토록
이 장면을 보며 예천우는 마음속으로 떨림을 느꼈다. 어머니는 그 옥패 속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고 그것이 수련자에게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했다.그렇지 않다면 아버지가 그렇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리 없었다.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다른 조각이 부족해서 두 조각을 맞춰야만 비밀을 풀 수 있는 것일까?그 생각에 예천우는 점점 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어쨌든 예천우는 당장 시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괜찮은 것 같고 보니까 꽤 오래된 것 같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에 쓰는 건가?”그 말에 절정 노조는 잠시 멈칫한 뒤 급히 설명했다.“이건 아주 특별한 물건입니다. 다만 저도 정확히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우연히 제 체질을 개선해 준 적이 있어요. 그 덕분에 제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겁니다.”“정말 그런가? 그 당시 상황은 어땠고 그렇게 오랫동안 연구했는데도 뭔가 얻은 게 없었어?”“아뇨.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처럼 수련하던 중에 갑자기 에너지가 넘쳐 흐르더니 자연스럽게 제 안으로 흡수되었어요.”절정 노조는 어쩔 수 없이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옥패의 비밀을 알아차렸다면 지금처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 체질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크게 향상되었고 거의 몇 년의 수련을 한 것처럼 능력이 향상되었다.“제대로 활용법도 모르면서 이게 무슨 보물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이건 분명 쓸모가 있는 물건이에요. 활용하는 방법은 몰라도 선배님께서 두 번째 조각을 찾으면 아마 그 비밀을 풀 수 있을 겁니다.”“두 번째 조각?”예천우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절정 노조는 급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예전에 남궁청휘와 함께 유적을 발견하고 탐험했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절정 노조의 설명을 들은 예천우는 모든 것이 이해됐다.이 두 개의 옥패는 분명 쌍이었고 절정 노조가 가진
절정 노조의 얼굴은 복잡하게 얽히며 심란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옥패는 그에게 최강의 보물이었고 지금까지 그가 그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비록 지금은 그중 하나만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가져다준 이점이 적지 않았다.만약 그 옥패가 없었다면 그는 절대로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반지 역시 보물이지만 결국 외부의 물건일 뿐이었기에 없어져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옥패는 달랐다.옥패의 두 번째 조각을 찾고 그것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언젠가 자신의 실력이 예천우를 능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가 되면 예천우에게서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사실 이번에 정씨 형제를 시켜 성종을 통일하려 했던 이유도 바로 옥패를 찾기 위한 준비였다.혼자서는 절대 비룡위에게서 옥패를 빼앗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그동안 많은 연구를 해왔다.그가 연구한 결과 옥패의 비밀을 풀려면 다른 한 조각을 찾아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그 옥패의 두 번째 조각은 당초 남궁은서가 가지고 있었다. 남궁청휘가 죽은 후 그 옥패는 예정환의 손에 들어갔다.그리고 예정환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죽기 전에 그 옥패는 비룡위가 주도하는 연합 세력에 의해 빼앗겼다.그는 한때 그 옥패를 빼앗으려 했지만 한 번의 시도 끝에 비룡위의 강자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거의 죽을 뻔했다. 그 후로 마음을 접고 수련에만 집중해 왔다.이제는 드디어 수련을 끝내고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며 재기를 노리게 된 것이다.하지만 성종을 통합하는 데 실패하면서 첫발을 내딛는 이 전투가 참담하게 끝나게 된 것이다.절정 노조는 옥패는 두 개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예전 그는 남궁청휘를 따라다니다가 우연히 그 옥패를 얻었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아무도 모르게 지냈다.남궁청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천재였고 아주 어린 나이에 그 강력한 실력을 발휘했지만 그 옥패 때문에 결국 적에게 포위되어 죽음을 맞이했다.예천우가 이 말을 했을 때 그는 원래
“그럼... 선배님께서는 뭘 원하죠?”절정 노조는 급히 물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상했고 아까처럼 바로 도망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수련자라면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했다. 만약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아마 바로 죽이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노예로 만들어서 마음대로 부려 먹었을 것이다.예천우는 절정 노조를 한 번 쓱 쳐다보며 말했다. 절정 노조는 나이가 분명히 많았고 예천우가 만난 유일한 육지 신선의 경지였기에 그는 아마도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내 요구는 간단해. 네 목숨으로 내 빚을 갚으라는 거지.”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오른손을 휘두르며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그 압박은 너무 강력했지만 예천우가 조절을 너무 정교하게 해서 오직 절정 노조만을 겨냥했다.절정 노조는 갑자기 밀려오는 살기의 기운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몸이 떨리며 급히 말했다.“잠깐만요. 잠깐만요. 좋은 물건이 있어요. 제발, 선배님, 저를 살려 주세요!”“무슨 물건인데? 꺼내 봐.”예천우는 자신의 기운을 단번에 수축시키며 그 힘을 완벽하게 조절했다.“여기서요?”절정 노조는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예천우는 오른손을 휘두르며 갑자기 회색의 안개 같은 기운이 뭉쳐져 두 사람을 감쌌다.주변 사람들이 잠시 멈칫했다. 눈앞에 갑자기 안개처럼 보이는 것이 나타나 두 사람을 완전히 감싸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볼 수 없게 되었다.“이건 단순히 진기가 실체화된 게 아니라 거의 응고된 형태로 오래 쌓이면 사라지지 않으며 소리도 차단하고 외부의 시선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거야.”절정 노조는 속으로 떨며 생각했다. 이 정도 능력은 전설 속의 육지 신선 최고 경지에 도달한 자만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있는 자의 능력이었다.이 정도의 힘을 얻으려면 몇백 년의 수련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육지 신선이라고 해도 이 경지에 오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이제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 소리도
이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무슨 말이야?그토록 강력하고 무적이라 여겨지던 절정 노조가 사실 깊은 구덩이에 숨어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니.정우찬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거북 신공이라 불리는 공법을 익혔기에 한번 발동하면 숨을 완전히 멈추고 심박수까지 숨길 수 있었다.이렇게 죽은 척하는 방법은 아무도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쉽게 들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너... 어떻게 알았지?”절정 노조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어섰다. 그는 첫 전투에서 이렇게 처참한 결과를 맞이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말해봤자 별 의미는 없지만 내가 직접 공격했으니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겠지. 그 한 방으로 네 목숨이 위험해지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태연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자 절정 노조는 깊은 후회를 느꼈다. 두 번의 강력한 타격에 정신이 멍해졌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는 두려워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너무 서둘러 죽은 척을 한 것이었다.절정 노조와 예천우의 대화를 들은 정우찬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는 절정 노조가 이렇게까지 부끄러운 수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 했다.절정 노조는 절정의 고수이자 절정종의 종주 아닌가.하지만 절정 노조는 늘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겼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가 눈앞에서 보여주는 당당함을 보며 정우찬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그가 가진 나이와 상관없이 그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그는 실제 나이가 백 살 아니 몇백 살일 수도 있다.어쩌면 그의 조상들과의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런 생각을 한 절정 노조는 조심스레 물었다.“선배님... 대체 어떤 분이신가요?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분이라면...”“선배님?”예천우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남궁은서도 잠시 놀랐지만 금세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예천우가 정말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