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다가온 소정 역시 예천우를 말리기 시작했다.‘뭐지?’너무나 친절한 말투에 임완유는 언제 두 사람이 이렇게 친해졌나 싶었지만 나름 생명의 은인이니 그만큼 고맙겠거니라고 생각할 뿐 더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애원 어린 눈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는 사만식은 속으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예천우...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네.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번 위기만 넘기면... 총을 다룰 수 있는 애들로 준비해야겠어. 네가 아무리 대단해 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을까?’하지만 예천우는 순간 스치고 지난 사만식의 표독스러운 표정을 그대로 캐치했다.순진한 임완유와 소정은 아마 모르겠지만 사만식 같은 사람을 지금 살려준다면 감격하긴커녕 오히려 후환을 남겨두는 것임을 예천우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날 공격하는 건 상관없지만 아마... 더 약한 완유를 노리겠지.’“아니. 난 정말 저 자식 죽이려고 온 거야. 장난으로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차가운 표정의 예천우가 죄 많은 사만식의 목숨을 끊어놓으려던 순간.경찰차 사이렌 소리와 함께 50명쯤 되는 경찰특공대가 실탄까지 장착한 채 저택에 들이닥쳤다.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선 건 바로 천해시 경찰청 장한식이었다.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치니 임완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지? 소정이가 신고한 건가? 아니야. 바로 잡혀들어와서 그럴 새도 없었을 텐데...’어안이 벙벙한 건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바닥에 잔뜩 드러누운 경호원들을 쭉 훑어보던 장한식 청장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다가가 사만식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사만식 씨, 당신을 살인혐의, 횡령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뭐, 뭐지?’경찰 측에서 은밀하게 그를 파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확신했고 영사그룹의 권력에 결국 겁 먹고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긴급 체포라니...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만식은 차라리 경찰에 체포되는 게 나을
“천우야, 경찰에 신고... 네가 한 거야?”임완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그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청장님이라는 그분 반응을 보니까... 뭔가 이상해서. 마치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눈치였어.”임완유의 분석에 소정 역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천우가 신고한 게 아니었어? 아니. 설령 아니라고 해도 완유가 알면 안돼. 그럼 천우한테 더 빠질지도 모르니까.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든 완유랑 유걸 씨를 엮어주는 거야.’“아, 알겠다. 유걸이가 했나 보다!”“유걸이가?”임완유가 미간을 찌푸렸다.저번에 보아하니 사진호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데 영사그룹 사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행동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넌 유걸이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더라고. 내가 유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대충 설명했더니 일단 진정하라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 삼촌이 지금 사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고까지 했다니까. 솔직히 경찰청 청장 되는 짬밥이 체포 작전에 직접 투입된다는 게 말이 돼? 분명 유걸이 개입해서 그런 걸 거야.”소정이 되는대로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유걸이 삼촌 유용진이 경찰청 2인자라고 했던가... 그럼 가능할 수도?’되는대로 이야기를 지어낸 소정은 대충 화장실을 가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뜬 뒤 바로 유걸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바이를 맞추기 시작했다.“소정아, 정말 고마워. 내가 이 은혜는 무조건 갚을게.”통화를 마치고 소정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사이, 어느새 달려온 유걸이 임완유를 향해 부랴부랴 달려왔다.“완유야, 괜찮아?”“유걸? 너가 여기까진 무슨 일로...”“소정이한테 얘기듣고 너무 걱정이 돼서... 그래서 바로 삼촌한테 전화했던 거거든. 사만식 회장 체포됐다면서?”유걸이 느끼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삼촌한테 거의 무릎 꿇고 빌다시피 해서 출동한 거야. 경찰 측에선 증거가 확실하게 잡히면 일망타진하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보면 좀 경솔하게
“아, 나도 따로 볼일이 있어서 두 사람 먼저 집으로 가.”먼저 차에 탄 예천우는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감히 내 여자를 때려? 절대 용서 못해...’한편, 체포 작전을 무사히 마친 장한식은 천해시 시장 황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예천우 씨는 무사히 저택을 나섰고 사만식 대표는 지금 경찰서로 압송하는 중입니다.”“좋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뵐 날이 머지 않을 것 같군요.”천해시의 종양덩어리나 마찬가지인 사만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황근호가 호탕하게 웃었다.“감사합니다. 시장님.”국회 진출을 약속받으니 장 청장의 입꼬리 역시 귀에 걸렸다.영사그룹 사만식 회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워 실질적인 작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사실 이번 체포작전의 숨은 공신은 바로 양대복이었다.양대복이 직접 황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천우와 사만식의 아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고 양대복은 만식파와 경쟁 관계인 조폭 두목으로서 상대방의 범죄 증거를 꽉 잡고 있었기에 경찰 측에서 고민이던 직접적인 증거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던 양대복 역시 그제야 묘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드디어 끝이다.’지금까지 사만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던 건 사만식이나 영사그룹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종사급 고수인 사만식의 아버지 사태수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겉으로 드러나있는 상대는 예천우이니 설령 사태수가 돌아온다 해도 예천우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물론 이건 천우 님께서 아시면 안 되겠지만...’같은 시각, 임완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소정이 또 넌지시 한 마디 던졌다.“완유야, 이번에 유걸이 진짜 큰 도움 준 거 알지. 그 사람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어.”“그러게. 유걸이 아니었으면 천우... 정말 사만식 회장 죽였을지도 몰라.”“그러니까. 너뿐만 아니라 천우도 이번에
한편, 역시 예천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 소정은 몰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천우야. 아, 완유가 전화해 보라고 해서. 어디까지 왔어?”“지금 병원이야. 볼일만 마치고 바로 갈 거라고 전해 줘.”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성큼성큼 병실로 향했다.‘병원?’살짝 갸웃하던 소정은 바로 예천우가 임완유의 복수를 하러 간 것임을 직감했다.‘뭐야. 임완유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같은 시각. 임완유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연히 예천우인 줄 알고 발신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은 그녀의 귓가에 표독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완유, 마지막 경고야. 지금 당장 우리 진호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안 그럼 너네 집안 전부 밀어버릴 거니까.”김혜정이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전화를 끊어버리자 임완유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뭐야...’“누구야?”소정의 질문에 임완유가 대답했다.“사진호 어머니.”자초지종을 들은 소정이 펄쩍 뛰었다.“하, 뭐야. 자기 남편이 경찰에 체포된 건 모르는 건가? 뭘 믿고 그렇게까지 하는 거래?”“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잖아. 뭐 믿고 있는 게 또 있나 보지.”“그러게.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어.”한편, 엄마의 통화를 듣고 있던 사진호는 왠지 모를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임완유 성격에 이런 협박 통화 한 통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임완유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엄마, 진짜 병실로 올까요?”“그럼. 안 오면 자기 가족 다들 길바닥에 나앉을 텐데 안 오면 어쩔 거야. 아들, 넌 이번 기회에 걔 기부터 확 잡는 거야. 알겠지?”“네, 엄마!”임완유가 그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바보처럼 헤실거리던 사진호의 표정이 확 굳었다.‘설... 설마 예천우?’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아들을 바라보던 김혜정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진호야, 왜 그래?”그리고 아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
하지만 잠시 후, 정작 얼굴에 새빨간 손가락 자국이 남은 건 바로 김혜정이었다.순간 벙쪄있던 김혜정이 다음 순간 볼을 움켜쥐었다.“감... 감히 날 때려? 이게 죽으려고!”예천우는 미친 여자처럼 달려드는 김혜정의 따귀를 또다시 거세게 때렸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김혜정의 입가에 비릿한 피맛이 그대로 느껴졌다.“내가 웬만해서 여자는 잘 안 때리는데 당신은... 인간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너...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나 영사그룹 사모님 김혜정이야!”“영사그룹?”아직도 자신만의 꿈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영사그룹이 언제까지 당신 뒤를 봐줄 것 같아? 아니, 그전에 언제까지 영사그룹이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아?”“너... 그게 무슨 소리야?”“정 궁금하면 남편한테 전화해 보든가?”김혜정은 당황스러운 손길로 남편인 사만식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건 남편이 경찰 측에 체포되었다고 말하는 낯선 경찰의 목소리였다.“그... 그럴 리가 없어.”“아, 내가 지금 당신 집에서 오는 중이거든? 영사그룹은 이제 끝이야.”“그럴 리가 없어! 영사그룹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무너질 리가 없어! 이건 거짓말이야! 날 흔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고!”예천우는 여전히 망상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지나쳐 사진호에게로 향했다.어떻게든 뒤로 물러나려고 해도 등은 곧 벽에 닿아버리고...잔뜩 겁 먹은 얼굴의 사진호가 애원하기 시작했다.“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제발... 제발 용서해 줘.”“이미 늦었어.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건 아버지고 아들이고 똑같네.”말을 마친 예천우가 왼손을 이불 위에 내려놓고 거대한 기운과 함께 사진호는 자신의 그곳을 망치로 깨부수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으으윽.... 으아아악!”짐승 같은 울부짖음과 함께 시뻘건 피가 이불을 적시기 시작했다.소란에 부랴부랴 달려온 의료진조차 눈앞의 참혹한 상황에
“영사그룹... 정말 끝인 거야?”지금 이 순간, 김혜정에게 더 중요한 건 아들의 상태가 아니라 바로 그룹의 존망이었다.“내 여자를 건드린 순간, 이미 각오했어야 할 일이었어.”‘경찰이 나서지 않았다 해도 내가 전부 부숴버렸을 테니까...’“그럴... 그럴 리가 없어.”김혜정이 여전히 현실부정을 이어나가는 사이, 장한식 청장이 병실에 들이닥쳤다.예천우가 병원으로 향했다는 황 시장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분명 피바람이 불 테니 먼저 가서 수습을 하고 있으라고 말이다.역시나 황 시장의 예상대로 병실 안의 상황은 처참했다.한편, 장한식의 얼굴을 알아본 김혜정이 허겁지겁 달려갔다.“청장님, 이... 이 사이코패스 자식 얼른 체포하세요. 내 아들... 그리고 저까지 맞은 것 좀 보시라고요!”확실한 상황에 장한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후... 이건 좀 수습하기 힘들겠는데?’잠깐 망설이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 씨, 도주 위험이 있는 용의자를 제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하시겠다?’장 청장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예천우가 싱긋 웃었다.“별말씀을요. 더 나은 천해시를 위해 응당해야 할 일인 걸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네.”예천우가 무사히 병실을 나서자 상황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오만방자한 사만식 그리고 그 가족들이 더 어마무시한 세력을 건드린 것이 분명하다고 수군댔다.“정... 정말 끝인 거야?”어느새 두 눈에 빛을 잃은 김혜정이 여전히 중얼거리고 사진호 역시 중요한 그곳을 잃었다는 고통보다 집안이 망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애초에 임완유 그 계집애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이게 다 유걸 그 자식 때문이야!’“김혜정 씨, 당신을 폭행, 횡령 혐의로 체포합니다. 그리고 사진호 씨, 살인, 강간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두 사람 모두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한편, 병원을 나선 예천우는
“그래서 날 칼로 썼다 이 말이지?”“죄, 죄송합니다!”“솔직하게 말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 끝까지 변명했으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은데 말이야.”“용,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사만식 회장 아버지가 과거 제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에 눈이 멀어 순간 실수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그런데 왜 용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그때 당시... 지원을 요청하긴 했지만... 회답이 없었습니다.”“음... 그래. 다음엔 나한테 직접 보고하도록.”“네. 사태수는 4년 전 이미 종사급 고수였습니다. 지금쯤 아마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죠. 천우님 때문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으니 아마 돌아오자마자 천우님을 공격하려 할 겁니다.”“상관없어. 겨우 종사급 따위가.”말을 마친 예천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종사급이면 거의 최상급 고수인데 이렇게까지 무시하신다고?’여기서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세상의 무술 등급은 명경, 암경, 화경, 종사 등 등급으로 나뉜다.명경은 흔히 말하는 보통의 격투가 레벨로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육체의 강인함을 키우는 자들을 가리킨다.그리고 암경은 수련을 통해 내력의 힘을 깨우친 자들로 이 단계부터 보이지 않는 공격으로 상대에게 내상을 입힐 수 있다.그리고 화경 단계부터 내력의 힘을 육체적인 능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 놀라운 공격 속도와 파괴력을 가지기 시작한다.그리고 마지막 종사는 내력과 육체적 능력 모두 일정 경지를 돌파한 이들을 가리키며 숨결 한번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고수들을 가리킨다.특히 종사급 고수는 한국 전체를 뒤져봐야 10명이 될까 말까한 초엘리트들로 수많은 고수들이 모였다는 용문마저도 전대 용왕을 제외하고 종사 경지를 돌파한 이는 좌오 호법 두 사람뿐이라는 소문만 파다하게 돌 뿐이었다.“천우 님은 아직 너무 젊어. 물리적으로 종사급 고수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신 거지?”하지만 평생 수련한 양대복 본인보다 나이로 치면 애송이
유한숙의 말에 임국종도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최근 아들과 며느리의 끊임없는 세뇌에 임국종은 슬슬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닐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예천우는 있는 건 허세뿐인데다 맡긴 회사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싸움 실력 하나만 믿고 여기저기서 사고만 치고 오는 그야말로 한량에 깡패나 다름없는 남자였다.아버지가 조금 흔들리는 눈치를 보이자 임강이 굳히기를 들어갔다.“그러니까요. 이번엔 글쎄 영사그룹까지 건드렸다지 뭡니까? 완유가 제발 흥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말을 안 듣더래요. 다행히 유걸 군이 경찰청에 계시는 삼촌한테 부탁해서 바로 사만식 회장을 체포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완유는 물론이고 우리 집안 정말 풍비박산날 뻔했어요, 아버지.”“형님, 나도 그 얘기는 대충 들었수.”임국종의 동생인 임국진 역시 한 마디 거들었다.“아니, 우리 완유가 어디 부족한 애도 아니고 왜 그런 촌놈한테 시집 보내지 못해 안달인 거야? 미꾸라지 한마리 잘못 들어왔다가 집안 물 전부 흐리는 거 한순간이야.”“맞아요, 큰아버지.”임강의 사촌동생인 임찬 역시 예천우가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예쁘고 능력있는 임완유에게 최대한 좋은 짝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용도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너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그런 와중에 예천우의 편을 드는 건 임완유뿐이었다.“솔직히 천우도 저희 많이 도와줬잖아요. 임유그룹이 용등상회에 가입하는 것도 도와줬고 절 몇 번이나 구해주기도 했고요.”“상회에 가입하게 도와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연히 과거에 맺은 인연 덕분이었지 자기 능력으로 해낸 일은 아니었잖아? 그리고 널 구해줬다고? 그게 널 구한 거니? 무슨 일이든 주먹부터 올라가는 게 구한 거냐고?”“남편이 다혈질이면 와이프는 속이 아주 말라간다 너? 잘 생각해.”하지만 이어지는 가족들의 공세에 임완유도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래... 천우는 너무 충동적이야. 그 애 옆에 있으면 마치 시한폭탄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
허씨 가문의 위세는 꽤 강력했지만 4대 가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실로 엄청났다.많은 허씨 가족 특히 허가연 아버지의 동생인 허종우와 그의 아들 허광호는 손씨 가문과의 인연을 통해 가문이 성장하기를 바랐다. 손씨 가문과 손을 잡으면 분명히 집안의 실력도 훨씬 더 강해질 것이고 그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허가연의 엄마인 조은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난번에도 자신이 몰래 허가연을 보내서 임선호를 만나러 천해시로 가게 했었다.허가연의 아버지인 허성태도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한편 허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꺼내 임선호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임선호는 답장이 없었다. 게다가 양가의 대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도 임선호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허가연의 마음은 무거워졌다.임선호의 집안이 아주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적어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줄 알았기에 실망스러웠다.임씨 가문 사람들이 말했던 대단한 예천우라는 존재도 결국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허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이런 생각들이 떠오르자 허가연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틀 후면 좋은 날이니 그날 약혼식을 올리는 게 어떨까요? 이견 없으시죠?”손동욱의 어머니인 강지혜가 제안했다. 이미 허씨 가문는 손씨 가문으로 시집오는 게 결정되었고 허성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은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딸이 마음 접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때 갑자기 문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요!”바로 그 순간 예천우와 임선호가 마침내 도착한 것이었다....그 시각, 용도의 예씨 가문.이른 아침에 가문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충격에 빠져 있었다. 조금 전 전해진 소식은 충격적이었다.어젯밤 백호 전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그는 외부에
유은수는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정말 예천우가 와 있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여 어색하게 말했다.“천우야, 왔구나. 아까는 내가 그냥 헛소리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예천우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요?”그는 이번에는 다른 차를 타고 왔다. 아마도 그래서 유은수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따지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완유야, 선호야, 차에 타.”임선호와 임완유는 즉시 차로 다가가 올랐다.“선호야, 네가 운전해.”예천우는 바로 차 열쇠를 선호에게 던졌다.그러자 임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를 잡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는 운전을 좋아해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흥분된 얼굴이었다.유은수도 차에 오르려 했지만 예천우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줌마, 어디 가시려고요?”“나도 같이 가야지. 선호 일인데 부모가 곁에 있어야 할 거 아니야?”유은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요? 그렇다면 부모님이 계시니 저는 굳이 안 가도 되겠네요.”예천우는 내리려는 척하며 차 키를 건네려 했다. 유은수는 이를 보고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야, 아니야. 그럼 난 집에서 기다릴게. 천우야, 선호를 좀 부탁해.”예천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차에 앉았다. 뒤이어 임완유가 자리를 마련해 주며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천우가 있으니 선호는 무사할 거예요.”“그래, 그래. 안전하게 다녀와.”유은수는 차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속으로 욕했다.‘왜 저렇게 잘난척하는 거야? 용왕일 뿐이잖아. 용국의 다른 대단한 사람들은 너랑 달리 그렇게 예절 바르던데.’차가 출발하자 임선호는 예천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말했다.“매부, 죄송해요. 다시 한번 매부한테 폐를 끼치게 되네요. 아까 엄마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좀 입이 거칠어요.”“괜찮아.”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편하게 운전이나 해. 정말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
김형준은 잠시 당황하다가 급히 말했다.“저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남다른 편이라서 굳이 훈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하라면 하는 거야. 안 갈 거야?”예천우가 물었다.“가겠습니다!”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싶어 김형준은 바로 대답했다.예천우는 양박군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곧바로 알려주고 직접 양박군에게 전화해 이 일을 설명했다.아직 당장 예천우를 따라다닐 수는 없었지만 이제 예천우의 작은 동생이 된 셈이니 앞으로 기회가 무궁무진할 거라며 김형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이안은 예천우와 이렇게 말이 잘 통하자 바로 다가와 물었다.“형부, 언니 일은 좀...”“이미 말했잖아, 더 얘기할 필요 없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난 자야겠어. 더 할 얘기 없으면 얼른 돌아가.”유이안은 무척 답답했다.‘뭐가 더 할 얘기가 없다는 건지. 분명 중요한 일인데... 형부가 일부러 피하고 있는 거잖아.’이번엔 정말 예천우가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임완유는 어쩌나 싶어 걱정이 밀려왔다.어쩔 수 없이 유이안은 김형준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가는 길에 유은수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예천우가 이미 단호히 결심했고 더 이상 그들과 얽힐 의사가 없다고 했다.사실 유이안이 예천우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도 유은수의 도움이 컸다. 유은수는 유이안이 예천우를 설득해 임완유를 용서하게 만들길 바랐던 것이다.그러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유은수는 자신이 한 일들이 크게 후회되기 시작했다.‘내가 왜 그렇게 어리석게 굴었을까.’두 사람을 돌려보낸 후 예천우는 푹 자고 아침 6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문득 임완유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임선호와 함께 동성시로 가기로 한 일이었지만 너무 사소한 일이라 깜빡 잊었다.예천우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고 임씨 가문으로 향했다. 과속 감시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속도를 내며 빠르게 이동했다.한편 임선호는 아침 7시가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