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다가온 소정 역시 예천우를 말리기 시작했다.‘뭐지?’너무나 친절한 말투에 임완유는 언제 두 사람이 이렇게 친해졌나 싶었지만 나름 생명의 은인이니 그만큼 고맙겠거니라고 생각할 뿐 더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애원 어린 눈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는 사만식은 속으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예천우...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네.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번 위기만 넘기면... 총을 다룰 수 있는 애들로 준비해야겠어. 네가 아무리 대단해 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을까?’하지만 예천우는 순간 스치고 지난 사만식의 표독스러운 표정을 그대로 캐치했다.순진한 임완유와 소정은 아마 모르겠지만 사만식 같은 사람을 지금 살려준다면 감격하긴커녕 오히려 후환을 남겨두는 것임을 예천우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날 공격하는 건 상관없지만 아마... 더 약한 완유를 노리겠지.’“아니. 난 정말 저 자식 죽이려고 온 거야. 장난으로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차가운 표정의 예천우가 죄 많은 사만식의 목숨을 끊어놓으려던 순간.경찰차 사이렌 소리와 함께 50명쯤 되는 경찰특공대가 실탄까지 장착한 채 저택에 들이닥쳤다.그리고 그들의 선두에 선 건 바로 천해시 경찰청 장한식이었다.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치니 임완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지? 소정이가 신고한 건가? 아니야. 바로 잡혀들어와서 그럴 새도 없었을 텐데...’어안이 벙벙한 건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바닥에 잔뜩 드러누운 경호원들을 쭉 훑어보던 장한식 청장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다가가 사만식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사만식 씨, 당신을 살인혐의, 횡령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뭐, 뭐지?’경찰 측에서 은밀하게 그를 파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확신했고 영사그룹의 권력에 결국 겁 먹고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긴급 체포라니...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만식은 차라리 경찰에 체포되는 게 나을
“천우야, 경찰에 신고... 네가 한 거야?”임완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그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까 청장님이라는 그분 반응을 보니까... 뭔가 이상해서. 마치 우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눈치였어.”임완유의 분석에 소정 역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천우가 신고한 게 아니었어? 아니. 설령 아니라고 해도 완유가 알면 안돼. 그럼 천우한테 더 빠질지도 모르니까.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든 완유랑 유걸 씨를 엮어주는 거야.’“아, 알겠다. 유걸이가 했나 보다!”“유걸이가?”임완유가 미간을 찌푸렸다.저번에 보아하니 사진호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데 영사그룹 사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행동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넌 유걸이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더라고. 내가 유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대충 설명했더니 일단 진정하라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 삼촌이 지금 사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고까지 했다니까. 솔직히 경찰청 청장 되는 짬밥이 체포 작전에 직접 투입된다는 게 말이 돼? 분명 유걸이 개입해서 그런 걸 거야.”소정이 되는대로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유걸이 삼촌 유용진이 경찰청 2인자라고 했던가... 그럼 가능할 수도?’되는대로 이야기를 지어낸 소정은 대충 화장실을 가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뜬 뒤 바로 유걸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바이를 맞추기 시작했다.“소정아, 정말 고마워. 내가 이 은혜는 무조건 갚을게.”통화를 마치고 소정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사이, 어느새 달려온 유걸이 임완유를 향해 부랴부랴 달려왔다.“완유야, 괜찮아?”“유걸? 너가 여기까진 무슨 일로...”“소정이한테 얘기듣고 너무 걱정이 돼서... 그래서 바로 삼촌한테 전화했던 거거든. 사만식 회장 체포됐다면서?”유걸이 느끼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삼촌한테 거의 무릎 꿇고 빌다시피 해서 출동한 거야. 경찰 측에선 증거가 확실하게 잡히면 일망타진하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보면 좀 경솔하게
“아, 나도 따로 볼일이 있어서 두 사람 먼저 집으로 가.”먼저 차에 탄 예천우는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감히 내 여자를 때려? 절대 용서 못해...’한편, 체포 작전을 무사히 마친 장한식은 천해시 시장 황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예천우 씨는 무사히 저택을 나섰고 사만식 대표는 지금 경찰서로 압송하는 중입니다.”“좋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뵐 날이 머지 않을 것 같군요.”천해시의 종양덩어리나 마찬가지인 사만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황근호가 호탕하게 웃었다.“감사합니다. 시장님.”국회 진출을 약속받으니 장 청장의 입꼬리 역시 귀에 걸렸다.영사그룹 사만식 회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워 실질적인 작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사실 이번 체포작전의 숨은 공신은 바로 양대복이었다.양대복이 직접 황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천우와 사만식의 아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고 양대복은 만식파와 경쟁 관계인 조폭 두목으로서 상대방의 범죄 증거를 꽉 잡고 있었기에 경찰 측에서 고민이던 직접적인 증거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던 양대복 역시 그제야 묘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드디어 끝이다.’지금까지 사만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던 건 사만식이나 영사그룹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종사급 고수인 사만식의 아버지 사태수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겉으로 드러나있는 상대는 예천우이니 설령 사태수가 돌아온다 해도 예천우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물론 이건 천우 님께서 아시면 안 되겠지만...’같은 시각, 임완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소정이 또 넌지시 한 마디 던졌다.“완유야, 이번에 유걸이 진짜 큰 도움 준 거 알지. 그 사람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어.”“그러게. 유걸이 아니었으면 천우... 정말 사만식 회장 죽였을지도 몰라.”“그러니까. 너뿐만 아니라 천우도 이번에
한편, 역시 예천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 소정은 몰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천우야. 아, 완유가 전화해 보라고 해서. 어디까지 왔어?”“지금 병원이야. 볼일만 마치고 바로 갈 거라고 전해 줘.”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성큼성큼 병실로 향했다.‘병원?’살짝 갸웃하던 소정은 바로 예천우가 임완유의 복수를 하러 간 것임을 직감했다.‘뭐야. 임완유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같은 시각. 임완유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연히 예천우인 줄 알고 발신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은 그녀의 귓가에 표독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완유, 마지막 경고야. 지금 당장 우리 진호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안 그럼 너네 집안 전부 밀어버릴 거니까.”김혜정이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전화를 끊어버리자 임완유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뭐야...’“누구야?”소정의 질문에 임완유가 대답했다.“사진호 어머니.”자초지종을 들은 소정이 펄쩍 뛰었다.“하, 뭐야. 자기 남편이 경찰에 체포된 건 모르는 건가? 뭘 믿고 그렇게까지 하는 거래?”“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잖아. 뭐 믿고 있는 게 또 있나 보지.”“그러게.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어.”한편, 엄마의 통화를 듣고 있던 사진호는 왠지 모를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임완유 성격에 이런 협박 통화 한 통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임완유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엄마, 진짜 병실로 올까요?”“그럼. 안 오면 자기 가족 다들 길바닥에 나앉을 텐데 안 오면 어쩔 거야. 아들, 넌 이번 기회에 걔 기부터 확 잡는 거야. 알겠지?”“네, 엄마!”임완유가 그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바보처럼 헤실거리던 사진호의 표정이 확 굳었다.‘설... 설마 예천우?’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아들을 바라보던 김혜정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진호야, 왜 그래?”그리고 아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
하지만 잠시 후, 정작 얼굴에 새빨간 손가락 자국이 남은 건 바로 김혜정이었다.순간 벙쪄있던 김혜정이 다음 순간 볼을 움켜쥐었다.“감... 감히 날 때려? 이게 죽으려고!”예천우는 미친 여자처럼 달려드는 김혜정의 따귀를 또다시 거세게 때렸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김혜정의 입가에 비릿한 피맛이 그대로 느껴졌다.“내가 웬만해서 여자는 잘 안 때리는데 당신은... 인간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너...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나 영사그룹 사모님 김혜정이야!”“영사그룹?”아직도 자신만의 꿈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영사그룹이 언제까지 당신 뒤를 봐줄 것 같아? 아니, 그전에 언제까지 영사그룹이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아?”“너... 그게 무슨 소리야?”“정 궁금하면 남편한테 전화해 보든가?”김혜정은 당황스러운 손길로 남편인 사만식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건 남편이 경찰 측에 체포되었다고 말하는 낯선 경찰의 목소리였다.“그... 그럴 리가 없어.”“아, 내가 지금 당신 집에서 오는 중이거든? 영사그룹은 이제 끝이야.”“그럴 리가 없어! 영사그룹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무너질 리가 없어! 이건 거짓말이야! 날 흔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고!”예천우는 여전히 망상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지나쳐 사진호에게로 향했다.어떻게든 뒤로 물러나려고 해도 등은 곧 벽에 닿아버리고...잔뜩 겁 먹은 얼굴의 사진호가 애원하기 시작했다.“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제발... 제발 용서해 줘.”“이미 늦었어.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건 아버지고 아들이고 똑같네.”말을 마친 예천우가 왼손을 이불 위에 내려놓고 거대한 기운과 함께 사진호는 자신의 그곳을 망치로 깨부수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으으윽.... 으아아악!”짐승 같은 울부짖음과 함께 시뻘건 피가 이불을 적시기 시작했다.소란에 부랴부랴 달려온 의료진조차 눈앞의 참혹한 상황에
“영사그룹... 정말 끝인 거야?”지금 이 순간, 김혜정에게 더 중요한 건 아들의 상태가 아니라 바로 그룹의 존망이었다.“내 여자를 건드린 순간, 이미 각오했어야 할 일이었어.”‘경찰이 나서지 않았다 해도 내가 전부 부숴버렸을 테니까...’“그럴... 그럴 리가 없어.”김혜정이 여전히 현실부정을 이어나가는 사이, 장한식 청장이 병실에 들이닥쳤다.예천우가 병원으로 향했다는 황 시장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분명 피바람이 불 테니 먼저 가서 수습을 하고 있으라고 말이다.역시나 황 시장의 예상대로 병실 안의 상황은 처참했다.한편, 장한식의 얼굴을 알아본 김혜정이 허겁지겁 달려갔다.“청장님, 이... 이 사이코패스 자식 얼른 체포하세요. 내 아들... 그리고 저까지 맞은 것 좀 보시라고요!”확실한 상황에 장한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후... 이건 좀 수습하기 힘들겠는데?’잠깐 망설이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 씨, 도주 위험이 있는 용의자를 제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하시겠다?’장 청장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예천우가 싱긋 웃었다.“별말씀을요. 더 나은 천해시를 위해 응당해야 할 일인 걸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네.”예천우가 무사히 병실을 나서자 상황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오만방자한 사만식 그리고 그 가족들이 더 어마무시한 세력을 건드린 것이 분명하다고 수군댔다.“정... 정말 끝인 거야?”어느새 두 눈에 빛을 잃은 김혜정이 여전히 중얼거리고 사진호 역시 중요한 그곳을 잃었다는 고통보다 집안이 망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애초에 임완유 그 계집애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이게 다 유걸 그 자식 때문이야!’“김혜정 씨, 당신을 폭행, 횡령 혐의로 체포합니다. 그리고 사진호 씨, 살인, 강간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두 사람 모두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한편, 병원을 나선 예천우는
“그래서 날 칼로 썼다 이 말이지?”“죄, 죄송합니다!”“솔직하게 말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 끝까지 변명했으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은데 말이야.”“용,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사만식 회장 아버지가 과거 제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에 눈이 멀어 순간 실수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그런데 왜 용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그때 당시... 지원을 요청하긴 했지만... 회답이 없었습니다.”“음... 그래. 다음엔 나한테 직접 보고하도록.”“네. 사태수는 4년 전 이미 종사급 고수였습니다. 지금쯤 아마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죠. 천우님 때문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으니 아마 돌아오자마자 천우님을 공격하려 할 겁니다.”“상관없어. 겨우 종사급 따위가.”말을 마친 예천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종사급이면 거의 최상급 고수인데 이렇게까지 무시하신다고?’여기서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세상의 무술 등급은 명경, 암경, 화경, 종사 등 등급으로 나뉜다.명경은 흔히 말하는 보통의 격투가 레벨로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육체의 강인함을 키우는 자들을 가리킨다.그리고 암경은 수련을 통해 내력의 힘을 깨우친 자들로 이 단계부터 보이지 않는 공격으로 상대에게 내상을 입힐 수 있다.그리고 화경 단계부터 내력의 힘을 육체적인 능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 놀라운 공격 속도와 파괴력을 가지기 시작한다.그리고 마지막 종사는 내력과 육체적 능력 모두 일정 경지를 돌파한 이들을 가리키며 숨결 한번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고수들을 가리킨다.특히 종사급 고수는 한국 전체를 뒤져봐야 10명이 될까 말까한 초엘리트들로 수많은 고수들이 모였다는 용문마저도 전대 용왕을 제외하고 종사 경지를 돌파한 이는 좌오 호법 두 사람뿐이라는 소문만 파다하게 돌 뿐이었다.“천우 님은 아직 너무 젊어. 물리적으로 종사급 고수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신 거지?”하지만 평생 수련한 양대복 본인보다 나이로 치면 애송이
유한숙의 말에 임국종도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최근 아들과 며느리의 끊임없는 세뇌에 임국종은 슬슬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닐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예천우는 있는 건 허세뿐인데다 맡긴 회사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싸움 실력 하나만 믿고 여기저기서 사고만 치고 오는 그야말로 한량에 깡패나 다름없는 남자였다.아버지가 조금 흔들리는 눈치를 보이자 임강이 굳히기를 들어갔다.“그러니까요. 이번엔 글쎄 영사그룹까지 건드렸다지 뭡니까? 완유가 제발 흥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말을 안 듣더래요. 다행히 유걸 군이 경찰청에 계시는 삼촌한테 부탁해서 바로 사만식 회장을 체포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완유는 물론이고 우리 집안 정말 풍비박산날 뻔했어요, 아버지.”“형님, 나도 그 얘기는 대충 들었수.”임국종의 동생인 임국진 역시 한 마디 거들었다.“아니, 우리 완유가 어디 부족한 애도 아니고 왜 그런 촌놈한테 시집 보내지 못해 안달인 거야? 미꾸라지 한마리 잘못 들어왔다가 집안 물 전부 흐리는 거 한순간이야.”“맞아요, 큰아버지.”임강의 사촌동생인 임찬 역시 예천우가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예쁘고 능력있는 임완유에게 최대한 좋은 짝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용도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너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그런 와중에 예천우의 편을 드는 건 임완유뿐이었다.“솔직히 천우도 저희 많이 도와줬잖아요. 임유그룹이 용등상회에 가입하는 것도 도와줬고 절 몇 번이나 구해주기도 했고요.”“상회에 가입하게 도와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연히 과거에 맺은 인연 덕분이었지 자기 능력으로 해낸 일은 아니었잖아? 그리고 널 구해줬다고? 그게 널 구한 거니? 무슨 일이든 주먹부터 올라가는 게 구한 거냐고?”“남편이 다혈질이면 와이프는 속이 아주 말라간다 너? 잘 생각해.”하지만 이어지는 가족들의 공세에 임완유도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래... 천우는 너무 충동적이야. 그 애 옆에 있으면 마치 시한폭탄
식당 밖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놀란 눈빛으로 속삭였다.“저 여자는... 가수 진나비 아냐?”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자신에게 불똥이 튈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호텔 로비 매니저도 진나비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전날 밤에도 진나비가 묵던 방에 문제가 생겼던 것을 기억하며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왜 이렇게 시끄러운 일이 끊이지 않는 거야.’진나비는 김희자의 말을 듣자 화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거짓말하지 마세요. 난 당신 아들이 누군지도 몰라요.”김희자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네가 내 아들을 모른다고? 네가 아니었다면 내 아들이 다리 두 개가 부러지고 지금 혼수상태에 빠질 일이 있었겠어?”그녀는 진나비를 향해 매섭게 외쳤다.“여봐라. 당장 이 년을 끌고 가서 내 아들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만들어!”김희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부하들은 진나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잠깐만요!”하지원이 다급히 외쳤다.‘나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예천우 씨가 엄청 화를 내실 거야.’“당신들은 이 여자가 누군지 알기나 해요? 감히 우리 나비한테 왜 이러시는 거죠?”김희자는 하지원을 비웃으며 말했다.“누군데? 그냥 연예인일 뿐이잖아. 우리 백씨 가문 안중에는 연예인의 신분은 단지 벌레일 뿐이야.”그러자 하지원은 단호하게 말했다.“나비는 용왕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고요. 용왕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용문의 용왕이에요!”잔뜩 화가 난 김희자는 비웃으며 말했다.“난 용왕이고 뭐고 관심 없어. 내 아들을 다치게 했다면 누구든 죽여버릴 거야. 그놈이 용왕이라도 마찬가지야!”하지만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흑호는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흑호는 김희자와 달리 용왕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말했다.“사모님, 용왕이라면...”“용왕이 뭐가 어때서? 너까지 겁먹는 거야? 용왕이라는 사람이 정말로 대단하다면 이런 사람들과 엮일 리 없잖아!”김희자는 차가운
김희자가 일행과 함께 식당에 도착했을 때 진나비 일행은 이미 그들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희자의 말을 들은 순간 세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위압감 넘치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공포를 느꼈다.하지원은 급히 말했다.“나비야, 빨리 예천우 씨한테 연락해!”“근데 바로 천우 오빠 이름을 먼저 말해볼까? 괜히 오빠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진나비는 예천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안 돼! 빨리 전화해. 저 여자를 좀 봐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이잖아. 단순히 이름만으로 안 통할 수도 있어. 게다가 만약 저 사람들이 용왕이라는 이름을 모른다면 어떻게 할 거야? 저 정도로 흉악한 사람들이라면 큰일 날 수도 있다고.”하지원은 서둘러 말했고 진나비도 그 말에 동의했다. 예천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진나비는 곧바로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예천우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듣지 못했다.왜냐하면 임완유가 아침에 어제와 같은 면 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예천우는 임완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재빨리 요리를 하고 있었다.임완유는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식당 근처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예천우가 면 요리를 완성하고 나서야 전화가 울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전화를 확인한 그는 바로 받았다.“천우 오빠, 지금 호텔 3층 식당에 있어요! 갑자기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식당을 비우고 우리만 남겨두고 있어요. 뭔가 위험할 것 같아요.”진나비는 다급히 말했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짝하고 뺨을 치는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렸다.김희자는 거칠게 진나비의 뺨을 내리치자 진나비는 순간 멍해졌고 얼굴 한쪽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그녀가 들고 있던 휴대폰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당신 뭐 하는 거예요! 왜 사람을 때려요!”장미나와 하지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들어보니 어떤 여자 연예인 때문이라고 했다.‘비록 무슨 상황인지 잘 몰라도 이 진나비라하는 년은 이제 죽었어. 아무리 인기 있는 스타라도 우리 백가의 몇십조 자산 앞에서는 먼지에 불과해.’화가 난 김희자는 이를 악물며 휴대폰을 꺼내 들고 명령을 내렸다.“흑호야, 지금 바로 조사에 들어가. 내일 아침까지 진나비가 어디에 사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네 놈들도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이어 김희자는 영상을 하나 전송하며 말했다.“그리고 이 영상을 확인해.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야 해.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나비의 위치를 알아내는 거야!”‘진나비를 찾아내야만 우리 지훈이를 해친 그 자식을 잡을 수 있겠지.’흑호는 명령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김희자가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렇게 사람을 찾는 건 드문 일이었기에 그는 즉시 명령을 실행에 옮겼다.흑호는 동성에서 악명 높은 흑호파의 두목이었다. 흑호파가 동성 지하세력 중에서 막강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뒤에서 백씨 가문이라는 대단한 세력이 받쳐줬기 때문이었다.진나비라는 이름까지 알았기에 그녀가 사는 곳을 찾는 건 흑호파에게 있어서 식은죽 먹기였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진나비가 묵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 번호까지 알아냈다.다음 날 아침, 김희자는 흑호와 그의 부하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호텔로 향했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내 아들을 다치게 한 자들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겠다.”이때 진나비, 하지원, 장미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회사 설립을 위해 일찍 일어나 있었다.특히 하지원은 회사 설립에 대한 모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동분서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아침 7시쯤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해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며 일정을 논의했다.“나비야, 넌 밖에 잘 나다니지 말고 회사에 대한 비전 같은 걸 준비하는 데 집중해.” “알겠어.”하지만 이때, 레스토랑 문이 열리며 김희자와 흑호 일당이 들어섰다. 김희자는 화려한
“왜 그래? 맛없어?”임완유의 이상한 반응에 예천우가 살짝 당황했다. ‘설마 내 요리 실력이 이렇게 퇴보했을 리는 없는데... 울 정도로 맛이 없는 거야?’“아니야! 맛있어. 너무 맛있어서 그래.”임완유가 울먹이며 말하자 예천우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맛있으면 천천히 먹어. 그렇게 급하게 먹을 필요 없어. 난 네가 맛없어서 우는 줄 알았잖아.”그 말에 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지 마. 먹다가 뿜을 뻔했잖아.”임완유가 웃자 마치 방 안에 꽃이 만개하는 듯 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예천우는 그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왜 멍하니 보고 있어?”“널 보고 있지.”“쳇. 거짓말쟁이.”임완유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다시 몇 가닥 국수를 집어 먹다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예전에도 자주 면 요리했어?”“자주까진 아니야. 다른 요리도 했지.”“다른 요리도 할 줄 알아?”“당연하지. 난 요리뿐만 아니라 레이싱, 서예, 점술도 할 줄 알아.”“진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걸 다 배웠어?”예전 같으면 임완유는 절대 그의 말을 믿지 않겠지만 지금은 아예 달랐다.“하하. 농담이야.”비록 사실이었지만 예천우는 자신이 너무 완벽해 보이면 임완유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가볍게 넘겼다.“또 날 속이는 거야? 정말 못됐어.”임완유는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었지만 면 요리를 먹으며 입가에는 달콤한 미소가 떠올랐다.식사를 마친 후 예천우는 웃으며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배도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일을 해볼까?”임완유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이번에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오늘 밤에는... 뭐든 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해줄게.” “뭐든 다 해준다고? 정말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되는 거야?”예천우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들은 아직 다른 많은 자세를 시도해 보지 못했다.“왜 알면서도 묻는 거야. 싫으면 관둬.”임완유는 그의 품을 살짝 벗어
“늦게까지 일했는데... 배고프지 않아?”예천우가 물었다. “괜찮아. 아직 별로 배고프지 않아.”하지만 임완유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안 배고프다니. 거짓말 하지 마. 자, 나랑 야식 먹으러 가자.”“너무 늦었어. 그냥 배달 음식을 시켜 먹자.”임완유는 이 근처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음식을 먹으려면 멀리 가야 하거나 차를 타야 하는데 그러면 내일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신경이 쓰였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배달 음식도 괜찮긴 하지만 자주 먹는 건 별로야. 밖에 나가기 시끄럽다면 잠시만 기다려. 내가 금방 다녀올게.”예천우는 말하면서 바로 집을 나섰다.집 근처에 작은 마트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서 면 같은 걸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빠르게 움직인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에 도착했고 예천우는 필요한 것들을 금방 골랐다.계란, 면, 조미료, 간장만 샀다. 하지만 마트 주인은 예천우의 잘생긴 외모에 눈이 반짝였고 서비스로 신선한 채소를 조금 건네줬다.임완유는 예천우가 물건을 들고 집에 돌아오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뭐야? 설마 직접 요리하겠다는 거야?”“맞아. 내 요리 실력을 한번 보여줄게.”예천우는 싱크대를 살펴봤고 낮에 가스가 연결된 걸 확인한 기억이 났다.“너 요리할 줄도 알아?”임완유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면 요리 정도는 간단하니까 별로 어려울 건 없겠지. 설령 맛이 없어도 참고 맛있게 먹어야겠네.’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예천우 지금의 신분으로 직접 면을 끓여주겠다는 것 만으로도 임완유는 몹시 행복했다.“조금만 기다려 보면 알거야.”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요리를 시작했고 그의 동작은 매끄럽고 능숙했다. 계란를 손쉽게 풀어 면발에 고르게 섞고 빠르게 준비한 재료를 넣어 조리했다.그가 만든 건 채소와 계란을 넣은 간단한 국수였다.시작부터 요리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
장미나는 얼굴 가득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앞으로는 더 이상 누구도 나비 언니를 괴롭힐 수 없어. 우리도 이제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돈도 이미 계좌로 입금되었으니 이제 모든 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좋은 회사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하지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 비천 엔터테인먼트 어때?”“비천?”진나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하필 비천이에요?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이야?”하지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하늘로 날아오르겠다는 뜻도 있지. 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뜻도 있어.”진나비는 살짝 멍해졌지만 즉시 하지원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지었다.“이제 알겠네요. 비는 나비 언니 이름 중의 비자네요. 천은 예천우 씨의 천에서 따온 거네요. 언니와 예천우 씨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거네요. 게다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도 담겨 있어서 의미가 두 배로 좋네요!”진나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와, 정말 멋진 이름이네! 우리 이름이 합쳐졌다는 게 너무 좋아! 이 이름으로 회사를 만드는 일은 지원 언니한테 맡길게요.”“걱정하지 마. 이런 시끄러운 일은 내가 다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안아도 돼. 미나야, 네가 도와줘야 할 일도 좀 있을 거야.”하지원은 진나비의 믿음을 느꼈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비가 이렇게 날 믿고 있으니 난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만약 흑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바로 이 돈을 가지고 사라졌을 것이지만 하지원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원은 진나비와 장미나와 각별한 사이였기에 절대 그녀들을 배신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예천우의 위엄을 직접 목격한 그녀는 그가 자신의 투자금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예천우 씨는 내가 감히 돈을 손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비가 돈을 나에게 맡길 거라는 것도 이미 예상했을 테지.’하지원은 마음속으로
진나비는 처음에 회사를 전부 예천우 몫으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어차피 자신은 평생 예천우의 여자일 것이니 주식을 자기가 가지고 있어도 결국에는 예천우가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하지원의 지분에 대해서는 예천우가 사실 이미 말했다. 진나비가 회사를 운영하고 싶지 않고 하지원에게 회사를 넘길 거면 그녀에게 지분을 좀 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얼마를 주는 건 말하지 않고 진나비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잠깐만, 나비야. 나한테 지분을 준다고? 그것도 20%?”하지원은 완전히 멍해졌다. 초기 투자 금액의 20%라면 4,00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어때? 더 필요해?”“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그래!”하지원은 믿기 힘든 눈으로 진나비를 쳐다봤다.“괜찮아! 어차피 오빠도 동의했어. 그리고 내 몫도 많아서 이 정도는 언니한테 줄 수 있어.”“안 돼. 절대 안 돼. 난 돈 한 푼도 안 냈잖아. 이렇게 큰 지분을 받을 수는 없어.”하지원은 사실 투자를 좀 하고 싶었으나 바로 2조를 투자한 예천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나도 돈 안 냈는데 뭘!”진나비가 말했다.“넌 다르잖아. 어차피 나중에 예천우 씨의 아내가 될 거잖아. 난 아무것도 아니야...”하지원은 말을 잇지 못했고 어쩐지 약간 질투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그만해. 난 그냥 5%만 받을게. 그거면 됐어.”"안 돼! 그건 너무 적어! 그러면 언니 10%, 미나 5%!”진나비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심지어 그녀는 장미나에게 원래 10%의 지분을 주고 싶었다.가장 힘들고 절망적이었던 순간에 진나비의 곁에서 항상 함께해 준 사람이 바로 장미나였고 장미나의 존재 덕분에 진나비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장미나가 없었다면 진나비는 아마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그러자 장미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저도 포함되는 거예요?”“당연하지! 네가 없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어? 네가 얼
“뭐라고!”하지원은 예천우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워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처음부터 2조 원이라는 투자 금액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회사 설립에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냥 2조 원 먼저 넣어본다고? 돈이 돈으로 보이지 않는 거야?’하지원은 도저히 믿기 힘든 마음에 다시 한번 물었다.“나비야, 방금 2조 원이라고 말했어?” “응, 2조 원.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모자라도 괜찮아. 오빠가 말하길 부족하면 언제든 추가로 투자해 줄 거래.”진나비는 투자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는 듯했다.그녀 역시 처음에 예천우가 말한 금액에 놀랐지만 예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이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난 돈이 넘쳐흘러. 내 자산이 몇백조 원도 넘는다고.”그 숫자를 듣자마자 진나비는 더 이상 계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몇백조라니! 그걸 다 쓰려면 그냥 앉아서 세기만 해도 몇 년은 걸릴 거야.’“모자라면 투자를 더 하신다고?”하지원은 또다시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예천우는 진나비랑 사귀지도 않고 부부 사이도 아닌데 2조를 투자한다는 건 정말 놀랄 일이었다.“그래. 천우 오빠는 그렇게 말했어. 어찌 됐든 오빠의 뜻은 돈은 벌어도 밑져도 별로 상관없다고 했어. 가장 중요한 거는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돈 걱정은 하지 말라더라고. 오빠는 자기한테 몇백조나 있다고 했어.”“뭐라고? 몇백조?”하지원은 다시 한번 멍해졌고 은근히 진나비한테 물어봤다.“나비야, 혹시 예천우 씨랑 정식으로 사귀고 있는 거야?”“아니, 오빠는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진나비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냥 친구?”그 말에 하지원은 머리가 멍해졌다.“괜찮아. 내 마음속에서는 오빠밖에 없어.”진나비는 단호하게 말했고 하지원은 할 말을 잃었다.‘이건 네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야. 어떤 남자가 여자와 사귀지도 않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2조 원을 투자한다고? 이걸 누가 믿어!’하지만 현실은 명백
진나비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오빠, 오빠 곁에 다른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도 받아들여 줄 수는 없어요?”“아...”예천우는 당황했다.‘내가 언제 다른 여자를 곁에 두었다는 거야?’“오빠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이번 생에서 난 오빠 사람이에요. 죽어서도 오빠랑 함께 할 거예요. 이번 생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진나비는 단호한 결심을 한 듯 갑자기 예천우를 끌어안더니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을 그의 입에 맞췄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감각이 예천우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졌다.예천우는 순간 얼어붙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돌직구야...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밀어내야 할까?’하지만 그건 너무 상처를 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그건 선을 넘는 행동이 될 수도 있으니까.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이 감각은 정말 황홀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예천우는 진나비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진나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특히 예천우가 미세하게나마 그녀의 행동에 응답했음을 느낀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했다.방을 떠나면서도 예천우는 조금 전의 상황이 계속 떠올라 괜히 머리를 흔들었다. ‘아슬아슬했네. 조금만 더 갔으면 선을 넘을 뻔했어.’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건 아니야. 이렇게 가다간 언젠가 큰일을 저지를지도 몰라. 이대로는 안 돼.’ 하지만 진나비나 선우서림 같은 여성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현실은 그를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었다.‘아, 너무 매력적인 것도 문제야.’한편, 진나비가 전화를 하자 하지원과 장미나가 방으로 돌아왔고 하지원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천우가 체력이 그렇게 약한 거야? 그 짧은 시간 만에 끝난 거예요?’장미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진나비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물었다.“나비 언니, 설마 예천우 씨랑 이미...?”“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