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는 진나비와 몇 년 동안 함께 일했고 진나비가 얼마나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여자인지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진나비에게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려고 하면 진나비가 제출한 첫 번째 요구는 바로 어떤 남자 배우와도 스킨십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하지만 진나비는 예천우와 주동적으로 스킨십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진나비가 그렇게 묻자 예천우도 잔뜩 긴장했다. 특히 진나비가 일부러 가까이에 와서 묻자 예천우는 더욱 긴장해서 다급하게 말했다.“전 호랑이도 아닌데 왜 나비 씨를 잡아먹겠어요.”“오히려 천우 씨가 호랑이였으면 좋겠네요.”진나비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게... 호랑이 얘기는 일단 그만해요.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저는 다른 일 때문에...”“안 돼요!”예천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나비는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오랜만에 만났으니 오늘 좀 더 저와 함께 있어야 해요.”며칠 동안 예천우를 그리워한 진나비는 용기를 내어 떠나려는 예천우를 잡으려 했다.예천우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었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나비 씨,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저는 아내가 있는 사람이에요.”“알아요. 하지만 제가 책임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천우 씨의 가정을 망치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안 돼요? 능력 있는 남자 곁에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천우 씨는 강자 중의 강자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진나비는 예천우의 곁에만 있으면 아내라는 명분이 없어도 된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나비 씨, 다른 남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저는 달라요. 제 마음속에는 완유 밖에 없어요. 일단 오늘은 제가 정말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함께 식사해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진나비는 이번에 그를 말리지 않고 다만 서운한 표정이었다. 사실 진나비도 자신이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되고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을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특히 팬들에게 알려지면 얼마나 비참
예천우는 장슬기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는 청순하고 순수한 장슬기에게 호감이 갔다. 게다가 장슬기는 아주 철이 들어 보였다.“안녕하세요. 이곳에서 슬기 씨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좀 뜻밖이네요. 예천우 씨, 정말 홀스 그룹의 직원이세요?”장슬기는 살짝 궁금했다.“물론이죠!”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이었다.“앞으로 슬기 씨와 만날 기회가 많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장슬기는 살짝 놀라서 얼굴을 붉히며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는 잠 재밌으신 분이네요. 하지만 전 회사에서 예천우 씨를 본 적이 없어요.”“저는 단지 앞으로 만날 기회가 많다고 말했을 뿐인데 왜 얼굴을 붉히는 거죠? 설마 제가 슬기 씨에게 호감이 있을까 봐 그러는 거예요?”어제도 장슬기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여자일 줄은 몰랐다. 특히 청순한 외모와 하얀 피부를 가진 장슬기가 얼굴을 붉히자 그녀를 놀리는 게 남다른 재미가 있었다.마찬가지로 청순한 진가인보다 장슬기는 남다른 수줍음과 여린 모습이 있었기에 그녀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했다.“아, 아니에요!”장슬기는 더욱 쑥스러워했다. 사실 예천우의 말이 맞았다. 장슬기는 예천우가 자신을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예천우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유일한 차이점은 만약 다른 사람이 장슬기를 그렇게 쳐다보면 매우 싫었겠지만 예천우가 그렇게 보면 쑥스러울 뿐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장슬기, 네 친구야?”바로 그때 배가 뚱뚱한 남자가 걸어왔고 너무 나온 배 때문에 셔츠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검은색 바지에 넥타이를 맨 남자는 줄곧 잘난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그는 회사 고위층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디자인 부서 부장인 진한수였고 안고은은 바로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그게... 그렇다고 할 수 있죠.”장슬기는 좀 멍해졌다. 친구가 아니라면 예천우에게 미안할 것 같았고 친구가 맞다고 하면 이제 본지 두 번밖에 안 되었다.“그
“좋아. 딱 기다려봐.”진한수는 말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예천우의 사진을 찍은 후 장슬기에게 속삭였다.“장슬기, 내가 전에 했던 말을 잊지 마. 오늘이 마지막이야. 오늘이 지나도 내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내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나도 몰라.”진한수는 그렇게 말하고 씩씩거리며 떠났다.예천우의 사진을 찍었으니 그를 쉽게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이 녀석은 반드시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해.’진한수가 떠나자 장슬기는 이내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 왜 그러시는 거예요. 회사에서 진 부장님을 건드리면 도저히 회사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요.”“제가 슬기 씨한테 폐를 끼칠까 봐 그러는 거예요?”“물론 아니죠.”장슬기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 게다가 예천우 씨가 없다고 해도 진 부장님은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보아하니 전 회사를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왜요? 방금 그 음란한 노인네가 슬기 씨한테 무례한 요구를 제출했어요?”예천우는 진한수가 장슬기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대략 짐작이 갔다.다만 장슬기가 스스로 말하지 않자 예천우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음란한 노인네?’장슬기는 어쩌면 이 단어가 진한수라는 사람을 형용하기에 너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예천우 씨, 정말 그 사람과 딱 맞아떨어지네요. 진 부장은 정말 파렴치한 음란한 노인네가 맞아요. 많은 여직원이 진한수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어요.”“이런 일이 있었어요?”예천우의 손에는 그의 범죄 증거가 있었지만 주로 회사의 우수한 디자인을 남의 회사에 팔아 리베이트를 받는 것들이었다.“네. 방금 진 부장은 저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했어요. 그와 하룻밤을 보내면 저를 승진시켜 주고 월급도 올려주겠다고 했죠. 하지만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가 회사에서 어떤 악랄한 수단으로 저를 해칠지 모르겠어요. 오늘이 아마도 제가 회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 되겠네요.”장슬기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대표님이 아직 오지
“그게... 슬기 씨, 저한테 회사에서 돌고 있는 다른 소문에 관해 더 말해주세요.”예천우는 궁금했다.“그런 걸 말해서 뭐 하게요?”“궁금해서 그러는 거죠.”“나중에 말해드릴게요. 어차피 저도 회사를 떠나야 해요. 지금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올라가죠.”“좋아요.”건물 1층 입구까지 왔는데 회사 출입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했다.하지만 예천우에게는 카드가 없었다.장슬기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카드도 없으니 이상하기도 했다.“그게... 오늘 깜빡하고 안 가져왔네요.”“그러면 저를 따라오세요.”장슬기는 경호원에게 예천우가 고객님이라고 말하고 예천우를 데리고 함께 들어갔다.건물은 새 건물이었고 엘리베이터도 무척 깨끗했다. 두 사람은 이내 15층에 도착했고 15층과 16층 전체가 홀스 그룹의 사무실이었다.회사 입구에 도착했는데도 예천우는 출입 카드가 없었기에 바로 장슬기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슬기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왠지 예천우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잘 생기고 멋지고 대범한 사람인데 나쁜 사람일 리가 없을 것이다.다만 안으로 계속 들어가던 장슬기가 갑자기 돌아서서 말했다.“예천우 씨, 이쪽은 디자인 부서에요. 왜 아직도 저를 따라오시는 거예요?”“그게... 제 사무실도 이쪽이에요.”예천우가 대답했다.“그럴 리가요!”장슬기는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정말 디자인 부서 직원이었다면 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진 부장은 디자인 부서 부장이라고요. 여기로 오면 바로 진 부장님과 마주칠 수 있다고요!”“그러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도대체 우리 회사 직원 맞아요?”장슬기는 자신이 속았다는 느낌에 화가 나서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이 계집애는 정말 풍만해. 진가인보다 엄청나게 크네.’“그게...”“빨리요. 진 부장이 저기 있어요. 빨리 제 뒤에 숨으세요. 일단 저쪽에 가서 앉아 있어요.”바로 그때 장슬기는 먼
그녀들의 상상과는 달리 예천우는 여전히 침착하게 하나하나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자 많은 예쁜 여직원들은 순식간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그녀들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고 예천우가 정말 디자인 천재라고 생각했다.장슬기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예천우가 자기 선배라고 핑계를 댔을 뿐인데 예천우가 정말로 디자인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는 단번에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예천우 씨가 이렇게 대단한 분이었던 거야? 어쩐지 처음부터 호감이 가더니 말이야. 알고 보니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어.’“선배님, 어느 대학에서 나왔어요? 지금은 어디서 일하세요? 실력이 너무 대단하시네요.”“선배님, 여자 친구 있어요? 없다면 저는 어때요? 안심하세요. 제 남자 친구가 되어준다면 선배님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다 할게요.”“저도요. 무슨 잡일이든 제가 다 할게요. 일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선배님을 내조하고 싶어요.”“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님과 아이를 4명 낳고 싶어요. 4명이 모자라면 5명, 6명 다 돼요.”“...”동료들이 점점 이상한 말을 하자 듣고 있던 장슬기마저 얼굴이 빨개졌다.하지만 말소리가 점점 커지자 안고은이 개인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차갑게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다들 일 안 해요?”안고은의 말에 여직원들은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그러자 안고은은 제자리에 서 있는 예천우를 발견했다.장슬기는 놀라서 손바닥에 땀이 났다. 비록 안고은은 평소에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면서 잘 대해 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늘 패기가 넘쳤고 엄격했다.오늘 안고은이 아주 싫어하는 예천우를 회사까지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웠으니 안고은은 지금 엄청 화가 날 것이다.“여긴 왜 왔죠?”안고은은 예천우를 발견하자마자 화가 나서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고 차가운 시선으로 예천우를 노려보았다.“그게...”“안 과장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제멋대로 예천우 씨를 이곳까지 데리고 왔어요.”장슬기는 어차피 자기도 곧 회사를 그
“디자인 부서에서 나가라고요? 저를 환영하지 않는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심지어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쪽은 그럴 자격이 없을 거예요. 게다가 당신들은 저를 환영해 주셔야 할 텐데요.”“환영한다고요? 자기가 누군지 알기나 알아요? 경고하는데 제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요. 더 이상 소란을 피운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안고은은 화가 났다.지난번의 일이 있고 난 뒤로부터 그녀는 예천우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은 모든 화를 풀어버리고 싶었다.부하들이 모두 예천우 때문에 세뇌당하지 않았다면 안고은은 예천우에게 더 심한 말도 했을 것이다.장슬기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말했다.“예천우 씨, 우리 회사에 몰래 들어온 건 예천우 씨가 잘못한 게 맞아요. 빨리 떠나세요.”“안 돼요. 전 오늘 절대 이대로 못 가요.”예천우는 새로운 대표님을 부임하러 왔기에 절대로 순순히 갈 수 없었다.“못 간다고? 누군가 했더니 네놈이었구나. 널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감히 디자인 부서에 와서 소란을 피워? 여봐라, 이곳에 정체불명의 도둑놈이 침입했으니 즉시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진한수는 휴대 전화를 꺼내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누가 여기서 떠들고 있는지 궁금해서 와보니 바로 자기가 죽여버리고 싶었던 녀석이었다.그 말을 듣다 장슬기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 뭐 하는 거예요. 빨리 가세요.”지난번만 해도 장슬기는 예천우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만 지금 보니 예천우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안고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놈이 꽤 잘생긴 것치고 수단은 좀 있네. 진나비 씨도 이놈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걸 보면 이놈은 분명히 여자를 속이는 재주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개수작이라면 전혀 소용도 없지. 게다가 진한수까지 건드렸으니 이놈은 이제 끝장났어.’주미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진 부장님, 안 과장님, 예천우 씨가 아무리 잘못이 있더라고 하더라도 도둑은 아니니 경찰
“이 자식이!”진한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정말로 주미원을 해고할 수 없었기에 돌아서서 모든 화를 예천우에게 화풀이했다.“경비원은 어딨어? 빨리 오라고 해!”“네! 무슨 일이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원이 숨을 헐떡이며 허둥지둥 달려왔다.달려오는 경비원을 보자 진한수는 버럭 화를 냈다.“뭐 하는 거야. 빨리 이 자식을 다리가 부러지도록 때려. 그리고 당장 경찰서로 보내. 이 자식이 우리 디자인 비밀을 훔쳤어.”경비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달려가서 손을 쓰려고 했다.장슬기는 깜짝 놀랐고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안고은은 차갑게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아주 쌤통이야. 내 말을 듣고 진작에 떠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정말 잘난척하더니. 꼴 좋네.’그들이 하도 큰 소리로 다퉈서인지 부대표 유영진의 비서인 황향선도 급히 달려왔다. 오늘 새로운 대표님이 온다고 했으니 회사에서 시끄러운 일을 일으키면 안 되었다.“그만해요!”그때 황향선이 달려오면서 진한수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진 부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오늘은 새로운 대표님이 부임하시는 날인데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절대 안 돼요.”그 말을 듣자 진한수는 안색이 조금 변했다.‘지금 이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만약 새로운 대표님에게 들키면 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거야.’이런 생각을 한 진한수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화를 냈다.“이놈아, 운 좋은 줄 알아. 오늘 새로운 대표님의 부임식만 없었다면 넌 이미 내 손에 죽었을 거야. 당장 꺼져!”진한수는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패기가 넘치게 말했다.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모두 예천우가 하룻강아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남의 회사에 와서 잘난척하고 있으니 말이다.오늘 새로운 대표님의 부임식만 없었더라면 예천우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한수, 뭔가 잘못 알고 있는데. 오늘 꺼져야
이를 지켜보던 장슬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경비원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하고 두려워서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다행스러운 건 바로 옆에 서 있던 예천우가 앞으로 다가가 순식간에 몇몇 경비원들의 두 손을 모두 부러뜨렸다.그들은 너무 아파서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다리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아예 일어날 수 없었다.그런 상황을 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예천우는 얼굴도 잘생긴 데다가 무술 솜씨까지 대단했다.장슬기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자 뜻밖에도 자기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진한수도 안색이 좀 변했고 이내 화를 내며 말했다.“이 자식이 어쩐지 이렇게 날뛰더라니. 무술 실력이 좀 있었네. 네가 깡패야? 딱 기다려.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예천우가 아무 말이 없자 황향선이 입을 열었다.“진 부장님, 새로운 대표님께서 이제 곧 도착할 거예요...”“오면 뭐 어때요? 새로운 대표가 온다고 해도 전 그를 혼내줄 거예요.”진한수는 황향선의 건의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황향선도 어쩔 수가 없었다. 진 부장님과 유 대표님은 서로 친한 사이었으니 그녀도 진한수를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한수도 이렇게 중요한 부서의 부장이 될 수 없었다.예천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다가가 진한수의 휴대 전화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그의 뺨을 때렸다.진한수는 뺨이 얼얼한 통증을 느끼며 잠시 멍해졌다가 버럭 화를 냈다.“이놈이, 감히 날 때려?”“널 때리면 어쩔 건데? 회사에서 당장 꺼져.”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날 회사에서 꺼지라고? 하하. 웃겨 죽겠네. 내가 누군지 알아?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그래. 넌 내 말을 들어야 하지.”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내가 바로 홀스 그룹의 새로운 대표야.”예천우가 그의 휴대전화를 내팽개친 건 일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 대표님은 외부 사람이 아니잖아요.”“무슨 예 대표? 어디서 나온 대표야? 그 사람이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는 거야?”유은수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문아,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혹시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오늘 아침 예천우 그 자식은 날 보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어.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어도 결국엔 완유 뒤를 따라다니는 사위일 뿐이잖아. 그런데도 나한테 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지나쳐? 어디서 예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유은수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문은 유은수의 비난에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려 했지만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유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됐어, 하문. 더 이상 쓸데없는 말 안 하겠어. 그 재료는 절대 안 줄 거야. 지금 네가 할 일은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는 거야.”“불가능합니다!”하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불가능하면 방법을 찾아! 어차피 똑같은 효과가 안 나와도 돼. 조금이라도 비슷한 기능만 있으면 되는 거야. 화장품이란 게 원래 사람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 다르잖아. 결과가 별로면 그건 소비자 체질 탓이지 제품 탓이겠어?”유은수는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하문은 더욱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가짜 제품을 만드는 건 절대 안 됩니다.”“가짜라니! 이건 제품 개선이야.”유은수는 폭발하듯 소리쳤다.“끝까지 반대하겠다면 당장 회사를 나가!”“좋아요. 그럼 나가겠습니다.”하문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했다.회사를 떠나는 게 금전적으로 손해가 크겠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자진 퇴사를 하면 별다른 보상도 받을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하문은 단호한 선택을 내렸다.유은수는 그의 사직서를 받자마자 단번에 승인했다.“잘됐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본데... 네가 없다고 회사가 무너질 것 같아? 돈만 있
마침 임완유도 거의 정리를 마쳤고 예천우는 시간을 확인했다.아직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상황이었고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너희 엄마는? 벌써 간 거야?”예천우는 의아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유은수가 인사도 없이 가버린 건가 싶었다.“응, 갔어.”임완유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너도 급히 돌아가야 한다면서. 우리도 가자.”“그래.”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그는 운전하면서도 임완유가 무언가 말하려다 마는 걸 눈치채고는 물었다.“완유야, 무슨 일 있어? 혹시 그거... 화장품 레시피 때문이야?”예천우가 먼저 말을 꺼내자 임완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아까 어머니가 했던 말을 전부 설명했고 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야. 그냥 레시피 하나잖아. 지금 당장 적어서 건네줘도 돼.”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더더욱 감동했다.“천우야, 미안해. 나도 알아. 엄마가 일부러 연기하는 걸 수도 있다는 거... 그런데도 난 또 그러는 엄마를 한번 믿고 싶었나 봐.”예천우는 순간 놀랐다.‘완유는 이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었구나.’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그럼 지금 바로 레시피 써줄까?”“아니, 집에 가서 해도 돼.”“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한편, 유은수는 회사로 바로 가지 않았다.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메이크업까지 꼼꼼히 한 뒤에 최대한 빠르게 회사로 복귀했다.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결백하다는 걸 직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일이었다.유은수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직원들 앞에서 강경한 태도로 선언했다.“나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어.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는 전부 거짓말이라고!”그녀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경찰서에서 금방 나온 사실을 강조하며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만약 내가 진짜로 문제를 일으켰다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었겠어?”직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대체로 그녀
“알겠어.”유은수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속으로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누가 너더러 다시 오라고 했어? 돌아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내 회사를 빼앗으려고? 꿈도 꾸지 마. 임연 그룹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다고.’하지만 유은수는 임완유가 머지않아 천풍 그룹의 글로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며 조만간 조 단위 자산을 가진 대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임강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유은수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예전부터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유은수에게 있었고, 이제는 거의 여황제 수준이었다.그녀가 말하면 곧 법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한편, 예천우는 용미소를 찾아갔다.그녀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따졌다.“예천우,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지난번에 왜 날 속였어?”“내가 널 속였다고?”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하지 마. 넌 분명 용문의 용왕이면서도 나한테 특수 요원이라고 했잖아!”“아, 그거 말이야.”예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용왕이라고 말했는데 네가 안 믿었잖아. 그래서 그냥 네가 듣고 싶은 대로 맞춰준 거지.”“흥! 그런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덕분에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한 줄 알아?”용미소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래.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사과할게.”그녀가 지난번 자신이 예씨 가문과 대립할 때까지도 도와주려고 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예천우는 더 이상 장난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용미소는 가볍게 사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사과만으로는 부족해. 하나 약속해 줘.”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예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겠지?’“뭘 약속해 달라는 건데?”“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
예천우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완유야, 여기 일은 끝난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 아까 용 형사가 나를 찾더라고.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 난 여기 마무리하고 있을게.”그녀는 아까 용미소가 예천우를 따로 부른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예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그가 나가고 난 뒤 임완유와 가족들은 담당 경찰과 대화를 나눴고 마침내 임완유는 서류에 서명했다.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임완유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이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를 꼭 끌어안았다.“완유야, 정말 고맙구나!”그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데도 넌 여전히 날 이렇게 감싸주다니... 넌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해.”너무나도 감성적인 말이었기에 임완유는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이런 말은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완유야, 이제 엄마는 정말로 정신 차렸어.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회사를 잘 이끌고 우리 임씨 가문을 더욱 성장시켜야지.”“네, 믿어요. 엄마가 회사를 잘 운영하면 분명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임완유는 괜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어머니를 칭찬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그래, 그렇지? 엄마를 믿어. 난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유은수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말이야. 그 루루 화장품의 레시피 말인데...”임완유는 순간 굳어졌다.‘결국 여기까지 왔네. 모든 대화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말이야.’그녀는 짧은 순간 고민했다.이 레시피가 그녀의 것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넘겨줬을 것이다.하지만
경찰서 안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임강이 급히 다가왔다.“완유야. 드디어 왔구나. 네가 안 왔으면 네 엄마가 정말 못 버텼을 거야.” 그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지만 린완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예천우 역시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차가운 반응에 임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너무 심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천우와 임완유가 온 덕분에 그도 함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원래는 단순히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경찰의 안내를 받아 임완유와 예천우는 마침내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유은수는 이미 임완유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기에 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완유야! 내 사랑하는 딸아, 네가 왔구나!”유은수의 얼굴은 창백하고 지쳐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한층 더 그녀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은수가 말했던 사랑하는 딸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그동안 가슴속 깊이 쌓아두었던 분노가 터지려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힘이 빠졌고 대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유은수는 평생 편안하게 살아왔고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을 테니 당연히 저렇게 지쳐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이번 일을 통해 뭔가 깨달았기를 바랄 뿐이었다.예천우는 그런 임완유 옆에서 유은수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뭔가 어색했다.‘흠... 너무 작위적이야.’눈물에 젖은 듯한 눈동자, 흔들리는 어깨, 절박하게 보이는 표정은 전형적인 감성 자극 연기였다.하지만 굳이 나서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었고 그저 임완유가 이걸로 마음을 정리할 수
김희자는 백강호의 싸늘한 시선을 받자 얼굴이 굳어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 오빠... 왜 그래?”백강호는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왜 그러냐고? 이 지경까지 온 게 다 누구 때문인데!”그의 얼굴은 어둡게 일그러져 있었다.“이게 다 네가 저 자식한테 괜한 짓을 부추겼기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을 당했겠어?”김희자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했다.“그,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게다가 어차피 절정종이 나서면 저놈은 끝장난다고 했잖아.”“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방금 흑호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놈은... 용문의 용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뭐?”김희자는 경악했다.“그럴 리가 없어! 흑호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흑호가 나한테 거짓말할 리 없어.”백강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에 잠겼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놈이 처음부터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해가 가네. 애초부터 난 희자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어. 그런데 지금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지금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예천우를 어떻게 상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단전이었다.‘정말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 절정종의 종주께서 누군가가 단전 회복에 성공했다는 자가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찌 됐든 단전이 부서졌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회복할 수 없을 거야.’“그, 그러면 이제 돈은 어떻게 해야 해? 줘야 하는 거야?”김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녀도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흑호, 도훈이 그리고 이제는 오빠도 모두 나 때문에 망했어.’“... 돈은 줘야겠지. 만약 우리가 버티면... 백씨 가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백강호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고 순식간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예천우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돈을 안 줄 수가 없었다.‘그래. 일단 돈을 주고 이후에 절정종에 이 일을 넘겨 다시 찾아오면 돼. 나도
백강호는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정교한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는 이 보물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리고 마치 손에서 놓기 싫다는 듯 아쉬운 눈빛을 띠며 예천우에게 상자를 건넸다.이건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칠색연꽃을 재료로 약을 잘 만들면 곧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귀중한 보물이었다.백강호 역시 이걸 보고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지만 절정종의 압박이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들에게 이 보물을 바치는 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그는 절정종의 강자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종사급 고수를 단숨에 살해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그렇다면 저 자식이 절정종을 건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 자식이 감히 절정종을 건드려? 이번에는 반드시 죽을 거야.’예천우는 천천히 상자를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어 확인하자 과연 예상했던 대로 칠색연꽃이 들어 있었다.이 정도의 보물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이었다.이걸 제대로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상자를 닫아 그대로 챙겼다.“이걸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그는 나지막이 말하며 백강호를 내려다봤다.“하지만 기억해 둬. 1조 8,000억은... 하루 안에 입금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야.”그 말을 남긴 채 예천우는 차에 올라탔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유유히 사라졌다.그들이 완전히 떠난 후에야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방금 전까지 예천우가 내뿜던 살기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김희자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헐떡이며 말했다.“오빠, 이제 어쩌면 좋아?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백강호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이를 갈았다.“걱정 마. 당장 위에 보고할 거야.”그의 눈빛에는 강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절정종의 것을 건드린 놈이 멀쩡할 것 같아? 이번엔 확실히 죽을 거야.”김희자는 여전히 불안한
김희자는 흥분한 나머지 곧바로 반박했다.“평범한 보물이라면 당연히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건 칠색연...”“그만해!”그때 백강호가 재빨리 김희자의 말을 끊었다.백강호는 아까 김희자를 미처 제지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눈을 번뜩이며 예천우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지금 당장 우리를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네 마누라보다는 똑똑하네. 적어도 너는 당장 나한테 사죄하고 빌라고는 하지 않잖아.”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똑똑해도 소용없어. 절정종이든 그보다 더 강한 세력이든... 오늘 네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를 살릴 수 없어.”그 말을 들은 백강호는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눈에는 경악과 분노가 뒤섞였다.“너... 감히 절정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냐? 아니면 절정종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거냐?”“그게 그렇게 중요해?”예천우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마지막 기회를 주지. 1조 8,000억... 낼 거야 말 거야?”예천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노려보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고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모두를 압박했다.백강호의 얼굴이 굳어졌고 주변 사람들 역시 숨을 삼켰다.김희자는 아예 식은땀을 흘리며 백강호를 붙잡았다.“오빠, 오빠... 그냥 줘요. 돈은 다시 벌면 되잖아요. 지만 목숨을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그간 수많은 사람을 죽여왔기에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이 자식 정말로 진심이네...’결국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돈을 줄게.”그러나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하지만 1조 8,000억을 한 번에 줄 순 없어.”예천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네 사정이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이 백강호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김희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전신이고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던 남편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모든 건 바로 그녀 자신이 부추긴 결과였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백강호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대체 누구냐...?”예천우는 무심하게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냉혹했다.“중요한 건, 지금 당장 1조 8천억이 내 계좌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지.”예천우는 김희자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네 마누라는 돈이 없다고 하던데 너는 문제없겠지?”백강호는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몸속의 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걸 느끼며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돈은 절대 줄 생각 없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네 아내의 목숨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군.”“오, 오빠...”김희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강호를 붙잡았다.“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목숨은 한 번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이를 악물었고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내가 있으면 저놈이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예천우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이 정도로 당하고도 아직도 자신만만하네.”백강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네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는 모양이군.”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래, 넌 강해. 인정하지. 넌 아마도 종사 경지의 고수겠지. 하지만 알아둬.”백강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 세상에는 종사가 너뿐인 게 아니야.”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래서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