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는 진나비와 몇 년 동안 함께 일했고 진나비가 얼마나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여자인지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진나비에게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려고 하면 진나비가 제출한 첫 번째 요구는 바로 어떤 남자 배우와도 스킨십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하지만 진나비는 예천우와 주동적으로 스킨십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진나비가 그렇게 묻자 예천우도 잔뜩 긴장했다. 특히 진나비가 일부러 가까이에 와서 묻자 예천우는 더욱 긴장해서 다급하게 말했다.“전 호랑이도 아닌데 왜 나비 씨를 잡아먹겠어요.”“오히려 천우 씨가 호랑이였으면 좋겠네요.”진나비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게... 호랑이 얘기는 일단 그만해요.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저는 다른 일 때문에...”“안 돼요!”예천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나비는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오랜만에 만났으니 오늘 좀 더 저와 함께 있어야 해요.”며칠 동안 예천우를 그리워한 진나비는 용기를 내어 떠나려는 예천우를 잡으려 했다.예천우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었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나비 씨,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저는 아내가 있는 사람이에요.”“알아요. 하지만 제가 책임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천우 씨의 가정을 망치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안 돼요? 능력 있는 남자 곁에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천우 씨는 강자 중의 강자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진나비는 예천우의 곁에만 있으면 아내라는 명분이 없어도 된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나비 씨, 다른 남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저는 달라요. 제 마음속에는 완유 밖에 없어요. 일단 오늘은 제가 정말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함께 식사해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진나비는 이번에 그를 말리지 않고 다만 서운한 표정이었다. 사실 진나비도 자신이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되고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을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특히 팬들에게 알려지면 얼마나 비참
예천우는 장슬기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는 청순하고 순수한 장슬기에게 호감이 갔다. 게다가 장슬기는 아주 철이 들어 보였다.“안녕하세요. 이곳에서 슬기 씨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좀 뜻밖이네요. 예천우 씨, 정말 홀스 그룹의 직원이세요?”장슬기는 살짝 궁금했다.“물론이죠!”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이었다.“앞으로 슬기 씨와 만날 기회가 많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장슬기는 살짝 놀라서 얼굴을 붉히며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는 잠 재밌으신 분이네요. 하지만 전 회사에서 예천우 씨를 본 적이 없어요.”“저는 단지 앞으로 만날 기회가 많다고 말했을 뿐인데 왜 얼굴을 붉히는 거죠? 설마 제가 슬기 씨에게 호감이 있을까 봐 그러는 거예요?”어제도 장슬기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여자일 줄은 몰랐다. 특히 청순한 외모와 하얀 피부를 가진 장슬기가 얼굴을 붉히자 그녀를 놀리는 게 남다른 재미가 있었다.마찬가지로 청순한 진가인보다 장슬기는 남다른 수줍음과 여린 모습이 있었기에 그녀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했다.“아, 아니에요!”장슬기는 더욱 쑥스러워했다. 사실 예천우의 말이 맞았다. 장슬기는 예천우가 자신을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예천우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유일한 차이점은 만약 다른 사람이 장슬기를 그렇게 쳐다보면 매우 싫었겠지만 예천우가 그렇게 보면 쑥스러울 뿐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장슬기, 네 친구야?”바로 그때 배가 뚱뚱한 남자가 걸어왔고 너무 나온 배 때문에 셔츠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 검은색 바지에 넥타이를 맨 남자는 줄곧 잘난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그는 회사 고위층의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디자인 부서 부장인 진한수였고 안고은은 바로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그게... 그렇다고 할 수 있죠.”장슬기는 좀 멍해졌다. 친구가 아니라면 예천우에게 미안할 것 같았고 친구가 맞다고 하면 이제 본지 두 번밖에 안 되었다.“그
“좋아. 딱 기다려봐.”진한수는 말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예천우의 사진을 찍은 후 장슬기에게 속삭였다.“장슬기, 내가 전에 했던 말을 잊지 마. 오늘이 마지막이야. 오늘이 지나도 내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내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나도 몰라.”진한수는 그렇게 말하고 씩씩거리며 떠났다.예천우의 사진을 찍었으니 그를 쉽게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이 녀석은 반드시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해.’진한수가 떠나자 장슬기는 이내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 왜 그러시는 거예요. 회사에서 진 부장님을 건드리면 도저히 회사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요.”“제가 슬기 씨한테 폐를 끼칠까 봐 그러는 거예요?”“물론 아니죠.”장슬기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 게다가 예천우 씨가 없다고 해도 진 부장님은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보아하니 전 회사를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왜요? 방금 그 음란한 노인네가 슬기 씨한테 무례한 요구를 제출했어요?”예천우는 진한수가 장슬기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대략 짐작이 갔다.다만 장슬기가 스스로 말하지 않자 예천우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음란한 노인네?’장슬기는 어쩌면 이 단어가 진한수라는 사람을 형용하기에 너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예천우 씨, 정말 그 사람과 딱 맞아떨어지네요. 진 부장은 정말 파렴치한 음란한 노인네가 맞아요. 많은 여직원이 진한수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어요.”“이런 일이 있었어요?”예천우의 손에는 그의 범죄 증거가 있었지만 주로 회사의 우수한 디자인을 남의 회사에 팔아 리베이트를 받는 것들이었다.“네. 방금 진 부장은 저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했어요. 그와 하룻밤을 보내면 저를 승진시켜 주고 월급도 올려주겠다고 했죠. 하지만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가 회사에서 어떤 악랄한 수단으로 저를 해칠지 모르겠어요. 오늘이 아마도 제가 회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 되겠네요.”장슬기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대표님이 아직 오지
“그게... 슬기 씨, 저한테 회사에서 돌고 있는 다른 소문에 관해 더 말해주세요.”예천우는 궁금했다.“그런 걸 말해서 뭐 하게요?”“궁금해서 그러는 거죠.”“나중에 말해드릴게요. 어차피 저도 회사를 떠나야 해요. 지금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올라가죠.”“좋아요.”건물 1층 입구까지 왔는데 회사 출입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했다.하지만 예천우에게는 카드가 없었다.장슬기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카드도 없으니 이상하기도 했다.“그게... 오늘 깜빡하고 안 가져왔네요.”“그러면 저를 따라오세요.”장슬기는 경호원에게 예천우가 고객님이라고 말하고 예천우를 데리고 함께 들어갔다.건물은 새 건물이었고 엘리베이터도 무척 깨끗했다. 두 사람은 이내 15층에 도착했고 15층과 16층 전체가 홀스 그룹의 사무실이었다.회사 입구에 도착했는데도 예천우는 출입 카드가 없었기에 바로 장슬기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슬기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왠지 예천우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잘 생기고 멋지고 대범한 사람인데 나쁜 사람일 리가 없을 것이다.다만 안으로 계속 들어가던 장슬기가 갑자기 돌아서서 말했다.“예천우 씨, 이쪽은 디자인 부서에요. 왜 아직도 저를 따라오시는 거예요?”“그게... 제 사무실도 이쪽이에요.”예천우가 대답했다.“그럴 리가요!”장슬기는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정말 디자인 부서 직원이었다면 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진 부장은 디자인 부서 부장이라고요. 여기로 오면 바로 진 부장님과 마주칠 수 있다고요!”“그러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도대체 우리 회사 직원 맞아요?”장슬기는 자신이 속았다는 느낌에 화가 나서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이 계집애는 정말 풍만해. 진가인보다 엄청나게 크네.’“그게...”“빨리요. 진 부장이 저기 있어요. 빨리 제 뒤에 숨으세요. 일단 저쪽에 가서 앉아 있어요.”바로 그때 장슬기는 먼
그녀들의 상상과는 달리 예천우는 여전히 침착하게 하나하나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자 많은 예쁜 여직원들은 순식간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그녀들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고 예천우가 정말 디자인 천재라고 생각했다.장슬기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예천우가 자기 선배라고 핑계를 댔을 뿐인데 예천우가 정말로 디자인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그는 단번에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예천우 씨가 이렇게 대단한 분이었던 거야? 어쩐지 처음부터 호감이 가더니 말이야. 알고 보니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어.’“선배님, 어느 대학에서 나왔어요? 지금은 어디서 일하세요? 실력이 너무 대단하시네요.”“선배님, 여자 친구 있어요? 없다면 저는 어때요? 안심하세요. 제 남자 친구가 되어준다면 선배님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다 할게요.”“저도요. 무슨 잡일이든 제가 다 할게요. 일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선배님을 내조하고 싶어요.”“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님과 아이를 4명 낳고 싶어요. 4명이 모자라면 5명, 6명 다 돼요.”“...”동료들이 점점 이상한 말을 하자 듣고 있던 장슬기마저 얼굴이 빨개졌다.하지만 말소리가 점점 커지자 안고은이 개인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차갑게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다들 일 안 해요?”안고은의 말에 여직원들은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그러자 안고은은 제자리에 서 있는 예천우를 발견했다.장슬기는 놀라서 손바닥에 땀이 났다. 비록 안고은은 평소에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하면서 잘 대해 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늘 패기가 넘쳤고 엄격했다.오늘 안고은이 아주 싫어하는 예천우를 회사까지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웠으니 안고은은 지금 엄청 화가 날 것이다.“여긴 왜 왔죠?”안고은은 예천우를 발견하자마자 화가 나서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고 차가운 시선으로 예천우를 노려보았다.“그게...”“안 과장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제멋대로 예천우 씨를 이곳까지 데리고 왔어요.”장슬기는 어차피 자기도 곧 회사를 그
“디자인 부서에서 나가라고요? 저를 환영하지 않는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심지어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쪽은 그럴 자격이 없을 거예요. 게다가 당신들은 저를 환영해 주셔야 할 텐데요.”“환영한다고요? 자기가 누군지 알기나 알아요? 경고하는데 제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요. 더 이상 소란을 피운다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안고은은 화가 났다.지난번의 일이 있고 난 뒤로부터 그녀는 예천우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은 모든 화를 풀어버리고 싶었다.부하들이 모두 예천우 때문에 세뇌당하지 않았다면 안고은은 예천우에게 더 심한 말도 했을 것이다.장슬기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말했다.“예천우 씨, 우리 회사에 몰래 들어온 건 예천우 씨가 잘못한 게 맞아요. 빨리 떠나세요.”“안 돼요. 전 오늘 절대 이대로 못 가요.”예천우는 새로운 대표님을 부임하러 왔기에 절대로 순순히 갈 수 없었다.“못 간다고? 누군가 했더니 네놈이었구나. 널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감히 디자인 부서에 와서 소란을 피워? 여봐라, 이곳에 정체불명의 도둑놈이 침입했으니 즉시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진한수는 휴대 전화를 꺼내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누가 여기서 떠들고 있는지 궁금해서 와보니 바로 자기가 죽여버리고 싶었던 녀석이었다.그 말을 듣다 장슬기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다급하게 말했다.“예천우 씨, 뭐 하는 거예요. 빨리 가세요.”지난번만 해도 장슬기는 예천우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만 지금 보니 예천우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안고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놈이 꽤 잘생긴 것치고 수단은 좀 있네. 진나비 씨도 이놈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걸 보면 이놈은 분명히 여자를 속이는 재주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개수작이라면 전혀 소용도 없지. 게다가 진한수까지 건드렸으니 이놈은 이제 끝장났어.’주미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진 부장님, 안 과장님, 예천우 씨가 아무리 잘못이 있더라고 하더라도 도둑은 아니니 경찰
“이 자식이!”진한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정말로 주미원을 해고할 수 없었기에 돌아서서 모든 화를 예천우에게 화풀이했다.“경비원은 어딨어? 빨리 오라고 해!”“네! 무슨 일이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원이 숨을 헐떡이며 허둥지둥 달려왔다.달려오는 경비원을 보자 진한수는 버럭 화를 냈다.“뭐 하는 거야. 빨리 이 자식을 다리가 부러지도록 때려. 그리고 당장 경찰서로 보내. 이 자식이 우리 디자인 비밀을 훔쳤어.”경비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즉시 달려가서 손을 쓰려고 했다.장슬기는 깜짝 놀랐고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안고은은 차갑게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아주 쌤통이야. 내 말을 듣고 진작에 떠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정말 잘난척하더니. 꼴 좋네.’그들이 하도 큰 소리로 다퉈서인지 부대표 유영진의 비서인 황향선도 급히 달려왔다. 오늘 새로운 대표님이 온다고 했으니 회사에서 시끄러운 일을 일으키면 안 되었다.“그만해요!”그때 황향선이 달려오면서 진한수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진 부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오늘은 새로운 대표님이 부임하시는 날인데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절대 안 돼요.”그 말을 듣자 진한수는 안색이 조금 변했다.‘지금 이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만약 새로운 대표님에게 들키면 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거야.’이런 생각을 한 진한수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화를 냈다.“이놈아, 운 좋은 줄 알아. 오늘 새로운 대표님의 부임식만 없었다면 넌 이미 내 손에 죽었을 거야. 당장 꺼져!”진한수는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패기가 넘치게 말했다.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은 모두 예천우가 하룻강아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남의 회사에 와서 잘난척하고 있으니 말이다.오늘 새로운 대표님의 부임식만 없었더라면 예천우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한수, 뭔가 잘못 알고 있는데. 오늘 꺼져야
이를 지켜보던 장슬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경비원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하고 두려워서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다행스러운 건 바로 옆에 서 있던 예천우가 앞으로 다가가 순식간에 몇몇 경비원들의 두 손을 모두 부러뜨렸다.그들은 너무 아파서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다리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아예 일어날 수 없었다.그런 상황을 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예천우는 얼굴도 잘생긴 데다가 무술 솜씨까지 대단했다.장슬기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뜨자 뜻밖에도 자기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진한수도 안색이 좀 변했고 이내 화를 내며 말했다.“이 자식이 어쩐지 이렇게 날뛰더라니. 무술 실력이 좀 있었네. 네가 깡패야? 딱 기다려.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예천우가 아무 말이 없자 황향선이 입을 열었다.“진 부장님, 새로운 대표님께서 이제 곧 도착할 거예요...”“오면 뭐 어때요? 새로운 대표가 온다고 해도 전 그를 혼내줄 거예요.”진한수는 황향선의 건의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황향선도 어쩔 수가 없었다. 진 부장님과 유 대표님은 서로 친한 사이었으니 그녀도 진한수를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한수도 이렇게 중요한 부서의 부장이 될 수 없었다.예천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다가가 진한수의 휴대 전화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그의 뺨을 때렸다.진한수는 뺨이 얼얼한 통증을 느끼며 잠시 멍해졌다가 버럭 화를 냈다.“이놈이, 감히 날 때려?”“널 때리면 어쩔 건데? 회사에서 당장 꺼져.”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날 회사에서 꺼지라고? 하하. 웃겨 죽겠네. 내가 누군지 알아?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그래. 넌 내 말을 들어야 하지.”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내가 바로 홀스 그룹의 새로운 대표야.”예천우가 그의 휴대전화를 내팽개친 건 일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