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깜짝 놀랐다.안고은 등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얼굴도 잘생기고 나이도 젊은 남자가 회사의 새로운 대표님일 줄은 그 아무도 몰랐다. 그들의 생각에는 새로운 대표님이라면 나이가 있고 경험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고 적어도 30, 40대인 줄 알았다.이렇게 젊은 대표님은 본 적도 없었다.특히 진한수는 황향선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안색이 크게 변해서 다리에 힘이 빠져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진한수는 방금 예천우를 끊임없이 조롱하고 얕잡아봤다.‘망했어. 이제는 끝장났어.’“예... 예 대표님, 제가...”“왜? 네 말대로 내가 회사에서 꺼져줄까?”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아니에요. 예 대표님, 오해예요. 전 예 대표님이신 줄 몰랐어요. 제발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어요.”“내가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네가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이야?”“아니에요. 제가...”“됐어. 쓸데없는 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어. 내가 널 회사에서 꺼지게 하겠다고 한 이상 반드시 약속을 지킬 거야. 네가 스스로 꺼질래? 아니면 내가 널 해고할까?”예천우는 전혀 진한수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진한수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크게 변했고 사악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호통쳤다.“예 대표님, 아까는 확실히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회사에 엄청나게 큰 공헌이 있는 사람이에요. 대표님을 조금 건드렸고 해서 저를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는 건 좀 지나치지 않았어요? 대표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면 다른 고위직 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면 누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겠어요? 이건 분명히 회사의 발전에 해를 끼치는 겁니다.”사실 예천우가 오기 전에 고위직 간부들은 미리 회의했다. 그들은 사전에 모두 힘을 합쳐서 새로운 대표를 상대하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대표님이 자리에 오르자마자 자신들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랐다.모든 고위직 간부의 지지가 있었으니 진한수
“네!”황향선은 재빨리 공손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 역시 부대표님께 보고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알았어. 빨리 가서 처리해. 딱 10분만 줄게. 10분 안에 회사의 모든 직원을 집합시켜.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예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네!”황향선과 진한수는 다급하게 몸을 돌려 달려갔다.두 사람이 떠나자 안고은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지금 예천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놀라움과 어색함이 가득했다.안고은은 방금까지만 해도 줄곧 예천우를 얕잡아 보고 그가 했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알고 보니 예천우는 정말로 홀스 그룹의 사람이었다. 다만 보통 직원이 아닌 새로운 대표님이었다.‘난 심지어 새로운 대표님을 그토록 얕잡아 보았어.’안고은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예 대표님, 제가 그전에...”“괜찮아요. 앞으로 잘하면 되죠.”안고은은 몇 번이고 예천우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고 심지어 심한 말까지 했지만 다만 성격이 워낙 강했을 뿐이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안고은은 확실히 업무 능력이 강했기에 이것만 봐서라도 예천우는 그녀의 성격을 다 참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 때문에 승진하는 건 불가능했다.예천우는 안고은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기로 했다.예천우는 진한수를 해고하고 그 자리에 주미원을 승진시키기로 이미 결정했다.“네!”안고은은 재빨리 순순히 대답했고 더 이상 예전의 도도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녀는 장슬기를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이 계집애는 정말 안목이 참 좋네. 지난번의 일을 겪고도 여전히 예천우 씨와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야.’안고은은 이제야 진나비가 왜 예천우에게 공손하게 대하는지 알아차렸다.안고은은 예천우가 반드시 다른 가문의 도련님이거나 재벌 2세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대표님의 자리를 손쉽게 이어받지 못할 것이다.장슬기는 지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뜻밖으로 예천우는 회사의 새로운 대표님이었다.“정... 정말 회사의 대표님이세요?
심지어 장슬기마저도 안고은에게 많이 혼났다. 하지만 장슬기는 안고은의 조언과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장슬기는 안고은을 항상 고맙게 생각했다.물론 회사가 정한 디자인 부서 과장의 자리는 원래 한 사람뿐이 아니었다. 능력만 있으면 회사는 전부 기회를 줄 것이다.단지 주미원은 진한수의 미움을 샀기 때문에 계속 승진하지 못했을 뿐이었다.주미원은 깜짝 놀랐고 이내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예 대표님, 당연히 원하죠. 디자인 부서 과장의 자리는 잘 해낼 자신이 있어요.”그러나 주미원은 그때 살짝 망설였다.“하지만...”“하지만 뭐요?”예천우는 살짝 이해되지 않았다.주미원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어쩌면 누군가가 대표님의 결정을 막을 수 있어요. 대표님께서 앞으로 회사의 운영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됩니다.”보통 사람이라면 아마 그 이유를 더 물어보겠지만 예천우는 바로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안심하세요. 오늘이 지나면 제가 무슨 짓을 하든 그 누구도 절 막지 못할 거예요.”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안고은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깜짝 놀랐다.‘예 대표님의 말은 무슨 뜻이지? 설마 오늘 한꺼번에 모든 예 대표님을 막아 나서는 사람들은 전부 없애 버리겠다는 건가?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해.’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예천우가 입을 열었다.“게다가 저도 주미원 씨를 디자인 부서 과장으로 승진시킬 생각이 없었어요.”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또 멍해졌다.‘저항이 크다고 하니 대표님도 어쩔 수 없나 봐. 아까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시더니. 과장이 아니면 뭘 준다는 거야? 팀장? 주미원 씨는 지금 이미 팀장이잖아.’주미원도 살짝 얼굴이 어두워졌다.‘이 회사는 어쩌면 정말 나랑 맞지 않아. 그런데 난 천해시를 떠날 수도 없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주미원 씨의 능력으로 완전히 진한수 대신에 디자인 부서 부장직을 맡을
예천우의 말을 들은 디자인 부서 직원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변했다.‘바로 시작된 건가?’유영진 부대표님은 매우 체면을 중시하고 상당히 횡포한 사람이었다. 진한수보다 훨씬 지위가 높고 실력이 대단했는데 예천우는 이렇게 바로 그와 맞섰다.아니나 다를까 유영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정말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진한수마저 상대할 수 없는 놈이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하지만 유영진은 그래도 가슴속의 불만을 가까스로 참아가며 말했다.“제가 늦게 온건 이유가 있었어요. 방금 한 고위직의 권력자 친구가 저한테 전화가 와서 가장 먼저 오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의 전화라면 당연히 바로 끊겠지만 아까 전화는 정말 끊으면 안 되는 전화였어요. 그를 건드렸다간 우리 그룹은 즉시 파산할 수도 있어요.”유영진은 분명히 예천우를 협박하고 있었다.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일이 있었어? 그러면 정말 안 되지.”“그러게 말이에요.”유영진은 득의만면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이 분명히 나한테 겁을 먹은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내가 이따가 널 어떻게 혼내주면 좋을까?’“예 대표님, 이쪽으로 가시죠. 대표님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집합시킨 건 직원 총회를 개최하시려는 거예요?”유영진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하지만 이곳은 좀 불편하지 않아요? 너무 멀리 서 있으면 대표님의 말씀을 듣지 못할 것 같네요. 마이크도 없고 스피커도 없으니 말이에요.”유영진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는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준비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유영진은 자지가 이 회사의 실권자라는 것을 예천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괜찮아. 내 목소리가 꽤 큰 편이니 모두 들을 수 있을 거야.”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됐어요.”유영진은 속으로 예천우를 비웃었다.‘네가 아무리 목소리가 크다고 해도 이렇게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멍해져서 놀란 어조로 말했다.“그 병신 새끼가 아직도 천해시를 떠나지 않은 거야?”“뭐? 뭐라고?”임완유는 깜짝 놀랐다.“아니야. 몇 시에 밥 먹는 거야?”“11시 반, 사계루 레스토랑이야.”“그렇게 일찍 밥을 먹는 거야? 일단 알았어. 넌 시름 놓고 약속 장소로 가.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따가 널 찾으러 갈게.”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임완유는 살짝 멍해졌다.‘천우의 말은 무슨 뜻이지? 설마 소란을 피우러 오겠다는 건 아니겠지? 미친 거 아니야. 그러면 분명히 여정수를 건드릴 텐데.’하지만 예천우가 나서지 않는다면 임완유도 혼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임국종과 유은수는 이번에 임완유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정말 완전히 사이가 틀어질 것이고 심지어 임씨 가문 전체를 해칠 것이라고 협박했다.‘됐어. 나도 몰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 어쩌면 천우가 그만의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야.’예천우는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시간을 보았다. 지금 벌써 10시였다. 이곳에서 사계루 레스토랑까지 꽤 먼 거리였기에 서둘러야 했다.예천우는 직접 가서 의자 몇 개를 가져와서 먼저 의자 두 개를 탁자 위에 마주하게 올려놓고, 이어서 의자를 하나 더 올려놓고 바로 의자 위에 올라섰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뜻밖으로 새로 온 대표님은 심지어 잡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의자 위에 그렇게 쉽게 올라갈 수가 없을 것이다.유영진 등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은근히 예천우를 비웃었다.‘이 새끼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여긴 서커스단이 아니라고.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표야. 정말 웃겨 죽겠네.’예천우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홀스 그룹의 새로운 대표 예천우라고 합니다. 다들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도 점심에 약속이 있어서 이따가 바로 가야 해요. 그래서 이 자리
이 임명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어리둥절했다.예천우의 목소리는 투과력이 강했기 때문에 크게 들리지 않아도 모든 사람의 귀에 똑똑히 들어갔다.사람들은 모두 예천우가 뭐라고 했는지 똑똑히 들렸다.왕경수는 영업부에서 차장이었지만 바로 부대표의 자리에 올랐다.게다가 예천우는 왕경수가 그를 대신해 그룹의 업무를 관리한다고 하니 거의 대표나 다름없었다.정말로 터무니없는 소리였다.안고은도 살짝 멍해졌다.방금 일을 겪으면서 그녀는 예천우가 다른 결정을 내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천우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예천우는 지금 회사의 모든 고위층 사람에게 도발하는 것이었다.주미원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예천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주미원은 사실 예천우가 단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예천우는 어쩌면 회사에서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이 순순히 예천우의 말을 들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장슬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왕경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멍해졌다.주위 사람들이 의아한 시선으로 왕경수를 바라보자 왕경수도 어리둥절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야?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옮길지 말지 고민했어. 가장 좋기는 송씨 가문의 회사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대표님은 왜 이런 말씀을 하신 걸까? 대표님은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굳이 날 선택한 걸까?’그 순간 유영진은 얼굴이 굳어졌고 심지어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예천우를 노려보다가 다시 옆에 서 있던 다른 고위직 사람들에게 눈짓했다.그들은 이미 연합하여 새로운 대표와 맞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진한수도 멍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예천우를 쳐다보았다.‘이 새끼가 미쳤어?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하지만 예천우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직접 말했다.“왕경수 씨가 어디 계세요? 이쪽으로 오세요.”왕경수는 원래 좀 뒤에
“좋아요.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런 자신감이죠. 그러면 왕경수 씨의 직위는 이렇게 결정합시다. 오늘부터 왕경수 씨는 회사의 새로운 부대표로 취임하세요.”예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잠시만요!”그때 유영진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예 대표님은 방금 회사에 왔을 뿐인데 아무런 상황도 모르면서 바로 새로운 부대표를 임명하는 건 너무 경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다 같이 앉아서 투표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그럴 필요 없어. 나에게는 절대적인 결정권이 있지.”예천우는 기세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유영진은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어두워졌고 화를 내며 말했다.“예 대표님이 이렇게 독단적으로 나오면 회사 전체에 해를 끼치는 거예요. 이러시면 누가 감히 대표님 밑에서 일할 수 있겠어요?”“일하기 싫다고? 좋아. 일하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봐.”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모든 사람의 안색이 전부 변했다. 특히 예천우의 냉담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자 그는 누구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제가요!”그때 진한수가 앞으로 나서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방금 나한테 쩔쩔매던 녀석이 감히 큰소리를 쳐? 이제 내가 널 혼내줄 차례야. 아까도 나보고 회사에서 꺼지라며? 결국 나한테 겁먹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잖아.’그렇게 생각한 진한수는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나섰다.예천우는 그가 나오는 것을 보자 빙긋 웃었다. 그러자 진한수는 또 예천우가 자기한테 겁먹은 줄 알았다. 그때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네가 일하기 싫다면 네 자리는 디자인 부서의 주미원 씨가 맡으면 되겠네.”“주미원 씨, 여기로 오세요.”예천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네!”주미원이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예 대표님.”“오늘부터 주미원 씨가 진 부장님의 자리를 이어받으면 돼요. 문제없죠?”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문제없어요.”주미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큰 그룹의 디자인 부서를 책임지게 될 것
“그래?”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고 담담하게 말했다.“진한수, 내가 알기로는 넌 재작년부터 여러 번 회사의 디자인을 다른 경쟁사에 팔아서 큰돈을 챙겼지. 사실이야?”“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건 루머예요. 어느 새끼가 그래요? 죽여버리겠어요.”진한수는 안색이 크게 변했고 즉시 언성을 높였다.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는 건 진한수도 깜짝 놀랐음을 알 수 있었다.“루머라고? 그런데 왜 그렇게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재작년 6월 8일... 작년... 그리고 최근에도 있지. 지난 6일, 넌 주미원 씨가 디자인한 반지와 다른 디자인을 다른 경쟁사에 팔아 2억 원을 챙겼지.”예천우가 말한 날짜와 심지어 금액까지 모두 상세했다.진한수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창백해졌고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얼른 부인했다.“그건 다 루머예요. 다른 사람들이 한 헛소리일 뿐이라고요. 사실이 아닙니다.”진한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주로 예천우가 한 말이 너무 상세했고 비록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들이었다.디자인 부서의 직원들은 그 말을 듣고 하나같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침내 그들은 진한수가 거절했던 디자인 기획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게 되었다.분명히 어떤 디자인들은 아주 좋은데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알고 보니 진한수가 그걸 다른 회사에 팔았다.유영진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 진한수에 관한 일을 그들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예천우가 이렇게 상세히 조사할 줄은 몰랐다.‘진한수를 이 정도로 조사했다면 어쩌면 우리도...’“사실이 아니야? 좋아.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서 하나하나 사실대로 조사하라면 되겠네. 너도 누명을 씻을 수 있고.”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안 돼요. 안 된다고요!”진한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사실 예천우가 그렇게 자세히 말할 때부터 그는 이미 다리에 힘이 빠졌다.지금은 아예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진한수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예
“하지만, 예 대표님은 외부 사람이 아니잖아요.”“무슨 예 대표? 어디서 나온 대표야? 그 사람이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는 거야?”유은수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문아,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혹시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오늘 아침 예천우 그 자식은 날 보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어.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어도 결국엔 완유 뒤를 따라다니는 사위일 뿐이잖아. 그런데도 나한테 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지나쳐? 어디서 예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유은수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문은 유은수의 비난에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려 했지만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유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됐어, 하문. 더 이상 쓸데없는 말 안 하겠어. 그 재료는 절대 안 줄 거야. 지금 네가 할 일은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는 거야.”“불가능합니다!”하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불가능하면 방법을 찾아! 어차피 똑같은 효과가 안 나와도 돼. 조금이라도 비슷한 기능만 있으면 되는 거야. 화장품이란 게 원래 사람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 다르잖아. 결과가 별로면 그건 소비자 체질 탓이지 제품 탓이겠어?”유은수는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하문은 더욱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가짜 제품을 만드는 건 절대 안 됩니다.”“가짜라니! 이건 제품 개선이야.”유은수는 폭발하듯 소리쳤다.“끝까지 반대하겠다면 당장 회사를 나가!”“좋아요. 그럼 나가겠습니다.”하문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했다.회사를 떠나는 게 금전적으로 손해가 크겠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자진 퇴사를 하면 별다른 보상도 받을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하문은 단호한 선택을 내렸다.유은수는 그의 사직서를 받자마자 단번에 승인했다.“잘됐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본데... 네가 없다고 회사가 무너질 것 같아? 돈만 있
마침 임완유도 거의 정리를 마쳤고 예천우는 시간을 확인했다.아직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상황이었고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너희 엄마는? 벌써 간 거야?”예천우는 의아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유은수가 인사도 없이 가버린 건가 싶었다.“응, 갔어.”임완유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너도 급히 돌아가야 한다면서. 우리도 가자.”“그래.”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그는 운전하면서도 임완유가 무언가 말하려다 마는 걸 눈치채고는 물었다.“완유야, 무슨 일 있어? 혹시 그거... 화장품 레시피 때문이야?”예천우가 먼저 말을 꺼내자 임완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아까 어머니가 했던 말을 전부 설명했고 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야. 그냥 레시피 하나잖아. 지금 당장 적어서 건네줘도 돼.”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더더욱 감동했다.“천우야, 미안해. 나도 알아. 엄마가 일부러 연기하는 걸 수도 있다는 거... 그런데도 난 또 그러는 엄마를 한번 믿고 싶었나 봐.”예천우는 순간 놀랐다.‘완유는 이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었구나.’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그럼 지금 바로 레시피 써줄까?”“아니, 집에 가서 해도 돼.”“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한편, 유은수는 회사로 바로 가지 않았다.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메이크업까지 꼼꼼히 한 뒤에 최대한 빠르게 회사로 복귀했다.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결백하다는 걸 직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일이었다.유은수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직원들 앞에서 강경한 태도로 선언했다.“나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어.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는 전부 거짓말이라고!”그녀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경찰서에서 금방 나온 사실을 강조하며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만약 내가 진짜로 문제를 일으켰다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었겠어?”직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대체로 그녀
“알겠어.”유은수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속으로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누가 너더러 다시 오라고 했어? 돌아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내 회사를 빼앗으려고? 꿈도 꾸지 마. 임연 그룹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다고.’하지만 유은수는 임완유가 머지않아 천풍 그룹의 글로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며 조만간 조 단위 자산을 가진 대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임강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유은수의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예전부터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유은수에게 있었고, 이제는 거의 여황제 수준이었다.그녀가 말하면 곧 법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그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한편, 예천우는 용미소를 찾아갔다.그녀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따졌다.“예천우,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지난번에 왜 날 속였어?”“내가 널 속였다고?”예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르는 척하지 마. 넌 분명 용문의 용왕이면서도 나한테 특수 요원이라고 했잖아!”“아, 그거 말이야.”예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용왕이라고 말했는데 네가 안 믿었잖아. 그래서 그냥 네가 듣고 싶은 대로 맞춰준 거지.”“흥! 그런 말장난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덕분에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한 줄 알아?”용미소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말했다.“그래.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사과할게.”그녀가 지난번 자신이 예씨 가문과 대립할 때까지도 도와주려고 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예천우는 더 이상 장난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용미소는 가볍게 사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사과만으로는 부족해. 하나 약속해 줘.”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예천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겠지?’“뭘 약속해 달라는 건데?”“아직 정하지 않았어. 하지만 걱정하
예천우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완유야, 여기 일은 끝난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 아까 용 형사가 나를 찾더라고.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 난 여기 마무리하고 있을게.”그녀는 아까 용미소가 예천우를 따로 부른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예천우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그가 나가고 난 뒤 임완유와 가족들은 담당 경찰과 대화를 나눴고 마침내 임완유는 서류에 서명했다.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임완유가 단호하게 거절했고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이 모든 일이 마무리되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임완유를 꼭 끌어안았다.“완유야, 정말 고맙구나!”그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데도 넌 여전히 날 이렇게 감싸주다니... 넌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야. 엄마는 너를 사랑해.”너무나도 감성적인 말이었기에 임완유는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이런 말은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완유야, 이제 엄마는 정말로 정신 차렸어.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회사를 잘 이끌고 우리 임씨 가문을 더욱 성장시켜야지.”“네, 믿어요. 엄마가 회사를 잘 운영하면 분명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임완유는 괜한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어머니를 칭찬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 기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그래, 그렇지? 엄마를 믿어. 난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바로 그때 유은수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말이야. 그 루루 화장품의 레시피 말인데...”임완유는 순간 굳어졌다.‘결국 여기까지 왔네. 모든 대화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말이야.’그녀는 짧은 순간 고민했다.이 레시피가 그녀의 것이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넘겨줬을 것이다.하지만
경찰서 안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임강이 급히 다가왔다.“완유야. 드디어 왔구나. 네가 안 왔으면 네 엄마가 정말 못 버텼을 거야.” 그가 다급한 얼굴로 외쳤지만 린완유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예천우 역시 냉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차가운 반응에 임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너무 심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천우와 임완유가 온 덕분에 그도 함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원래는 단순히 아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경찰의 안내를 받아 임완유와 예천우는 마침내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유은수는 이미 임완유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상태였기에 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벌떡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완유야! 내 사랑하는 딸아, 네가 왔구나!”유은수의 얼굴은 창백하고 지쳐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 모습이 한층 더 그녀를 안쓰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은수가 말했던 사랑하는 딸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그동안 가슴속 깊이 쌓아두었던 분노가 터지려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힘이 빠졌고 대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유은수는 평생 편안하게 살아왔고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을 테니 당연히 저렇게 지쳐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이번 일을 통해 뭔가 깨달았기를 바랄 뿐이었다.예천우는 그런 임완유 옆에서 유은수를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뭔가 어색했다.‘흠... 너무 작위적이야.’눈물에 젖은 듯한 눈동자, 흔들리는 어깨, 절박하게 보이는 표정은 전형적인 감성 자극 연기였다.하지만 굳이 나서서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었고 그저 임완유가 이걸로 마음을 정리할 수
김희자는 백강호의 싸늘한 시선을 받자 얼굴이 굳어졌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오, 오빠... 왜 그래?”백강호는 이를 악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왜 그러냐고? 이 지경까지 온 게 다 누구 때문인데!”그의 얼굴은 어둡게 일그러져 있었다.“이게 다 네가 저 자식한테 괜한 짓을 부추겼기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을 당했겠어?”김희자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했다.“그, 그게 왜 내 잘못이야? 게다가 어차피 절정종이 나서면 저놈은 끝장난다고 했잖아.”“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방금 흑호한테서 연락이 왔어. 그놈은... 용문의 용왕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뭐?”김희자는 경악했다.“그럴 리가 없어! 흑호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흑호가 나한테 거짓말할 리 없어.”백강호는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에 잠겼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놈이 처음부터 얼마나 당당했는지 이해가 가네. 애초부터 난 희자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어. 그런데 지금 알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지금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예천우를 어떻게 상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단전이었다.‘정말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지난번에 절정종의 종주께서 누군가가 단전 회복에 성공했다는 자가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찌 됐든 단전이 부서졌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회복할 수 없을 거야.’“그, 그러면 이제 돈은 어떻게 해야 해? 줘야 하는 거야?”김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녀도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흑호, 도훈이 그리고 이제는 오빠도 모두 나 때문에 망했어.’“... 돈은 줘야겠지. 만약 우리가 버티면... 백씨 가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백강호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었고 순식간에 많이 늙은 것 같았다.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예천우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돈을 안 줄 수가 없었다.‘그래. 일단 돈을 주고 이후에 절정종에 이 일을 넘겨 다시 찾아오면 돼. 나도
백강호는 천천히 몸을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정교한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는 이 보물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그리고 마치 손에서 놓기 싫다는 듯 아쉬운 눈빛을 띠며 예천우에게 상자를 건넸다.이건 단순한 보물이 아니었다.칠색연꽃을 재료로 약을 잘 만들면 곧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귀중한 보물이었다.백강호 역시 이걸 보고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지만 절정종의 압박이 너무나도 무거웠다.그들에게 이 보물을 바치는 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그는 절정종의 강자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종사급 고수를 단숨에 살해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그렇다면 저 자식이 절정종을 건드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이 자식이 감히 절정종을 건드려? 이번에는 반드시 죽을 거야.’예천우는 천천히 상자를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어 확인하자 과연 예상했던 대로 칠색연꽃이 들어 있었다.이 정도의 보물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은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이었다.이걸 제대로 활용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상자를 닫아 그대로 챙겼다.“이걸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그는 나지막이 말하며 백강호를 내려다봤다.“하지만 기억해 둬. 1조 8,000억은... 하루 안에 입금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생길 거야.”그 말을 남긴 채 예천우는 차에 올라탔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유유히 사라졌다.그들이 완전히 떠난 후에야 남아 있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방금 전까지 예천우가 내뿜던 살기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김희자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헐떡이며 말했다.“오빠, 이제 어쩌면 좋아?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백강호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이를 갈았다.“걱정 마. 당장 위에 보고할 거야.”그의 눈빛에는 강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절정종의 것을 건드린 놈이 멀쩡할 것 같아? 이번엔 확실히 죽을 거야.”김희자는 여전히 불안한
김희자는 흥분한 나머지 곧바로 반박했다.“평범한 보물이라면 당연히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건 칠색연...”“그만해!”그때 백강호가 재빨리 김희자의 말을 끊었다.백강호는 아까 김희자를 미처 제지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눈을 번뜩이며 예천우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지금 당장 우리를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네 마누라보다는 똑똑하네. 적어도 너는 당장 나한테 사죄하고 빌라고는 하지 않잖아.”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똑똑해도 소용없어. 절정종이든 그보다 더 강한 세력이든... 오늘 네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를 살릴 수 없어.”그 말을 들은 백강호는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눈에는 경악과 분노가 뒤섞였다.“너... 감히 절정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냐? 아니면 절정종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거냐?”“그게 그렇게 중요해?”예천우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마지막 기회를 주지. 1조 8,000억... 낼 거야 말 거야?”예천우가 차가운 시선으로 백강호를 노려보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고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모두를 압박했다.백강호의 얼굴이 굳어졌고 주변 사람들 역시 숨을 삼켰다.김희자는 아예 식은땀을 흘리며 백강호를 붙잡았다.“오빠, 오빠... 그냥 줘요. 돈은 다시 벌면 되잖아요. 지만 목숨을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그간 수많은 사람을 죽여왔기에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가 진심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이 자식 정말로 진심이네...’결국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돈을 줄게.”그러나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하지만 1조 8,000억을 한 번에 줄 순 없어.”예천우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네 사정이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이 백강호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김희자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전신이고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던 남편이 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그리고 그 모든 건 바로 그녀 자신이 부추긴 결과였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백강호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 대체 누구냐...?”예천우는 무심하게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냉혹했다.“중요한 건, 지금 당장 1조 8천억이 내 계좌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지.”예천우는 김희자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네 마누라는 돈이 없다고 하던데 너는 문제없겠지?”백강호는 치를 떨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몸속의 진기가 완전히 사라진 걸 느끼며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돈은 절대 줄 생각 없어.”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네 아내의 목숨도 별로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군.”“오, 오빠...”김희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백강호를 붙잡았다.“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목숨은 한 번 잃으면 끝이라고요!”백강호는 이를 악물었고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겁먹지 마. 내가 있으면 저놈이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해.”예천우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이 정도로 당하고도 아직도 자신만만하네.”백강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도 네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는 모양이군.”그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래, 넌 강해. 인정하지. 넌 아마도 종사 경지의 고수겠지. 하지만 알아둬.”백강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 세상에는 종사가 너뿐인 게 아니야.”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그래서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