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바쁘게 보낸 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바로 잠들었다.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이미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도한영은 돌아간 후 도범준 앞에서 애교도 부리면서 예천우가 얼마나 날뛰면서 시장인 아버지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고 일러바쳤다.소중한 딸이 그렇게 말하자 도범준은 즉시 화가 났다.그래서 당장 사람을 보내 예천우와 임연 그룹을 처리하라고 시켰다.다음 날 오전 예천우는 아침 일찍 깨나서 9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직원들은 예천우를 보자 깍듯이 인사했고 예천우는 대표 사무실에 가서 임완유와 홀스 그룹의 일을 상의했다.그리고 영업부 관리 문제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어찌 됐든 예천우는 지금 홀스 그룹에 가서 새로운 대표님으로 부임하기 때문에 임연 그룹의 일에 관여할 시간이 당연히 없었기에 영업 부서 이사의 자리는 또 비어있게 되었다.“네가 추천 할 사람이 있으면 바로 임명하면 돼.”예천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만약 매니저일 뿐이라면 예천우는 직접 유현을 그 자리에 안배하면 됐다.사실 유현은 능력도 매우 좋고 뭔가 빨리 배우고 중요한 건 매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정말 그와 같은 인재를 매몰시킬 뻔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를 바로 이사의 자리에 올라가게 하는 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그때 임완유가 물었다.“유현 씨는 어떻게 생각해?”“유현?”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몇 년만 더 배우고 성장하도록 하면 절대 문제가 없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를 것 같아.”“넌 유현 씨를 믿어?”임완유가 물었다.“물론이지. 난 무조건 유현 씨를 믿어.”이건 예천우가 장담할 수 있었다.“그럼 유현 씨에게 한번 해보라고 맡겨보자. 만약 정 안 되면 그때 가서 더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되지.”임완유가 말했다.그녀가 알기로는 예천우는 회사에서 별로 일을 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일은 유현이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알았어. 어쩌면 유현 씨가 정말 해낼지도 몰라. 다만 하문이 그를 돌봐 줄
예천우는 두 사람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오늘 좋은 일이 있어서 두 분을 불렀어요.”“좋은 일이라고요? 예 이사님, 저를 속이지 마세요. 전 매일 이사님과 좋은 일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요.”이신향이 부끄럽게 예천우를 쳐다보았다.섹시한 옷차림에 애교까지 부리자 예천우는 참지 못하고 반응을 일으킬까 봐 재빨리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좋은 일이에요.”이신향은 농담일 뿐이었으나 예천우의 말을 듣고 살짝 놀라서 물었다.“예 이사님, 설마 진짜로 그런 건 아니겠죠?”“물론 정말이죠. 오늘 신향 씨를 이곳에 부른 건 제가 신향 씨에게 승진할 거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죠.”“승진이요?”이신향은 어리둥절했다. 지금 영업 부서의 이사는 예천우였고 자기는 팀장일 뿐이었고 중간에 유현마저 있으니 승진할 리가 없었다.“그래요. 유현 씨, 요즘 영업 부서 일을 맡았는데 어때요?”예천우가 물었다.“긴장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죠. 하지만 하루하루가 뜻깊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천우 씨는 저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신향 누나를 제 자리에 안배하시려는 거예요?”비록 지금 유현은 직위가 이신향보다 높지만 이신향에게 깍듯이 대하면서 줄곧 그녀를 신향 누나라고 불렀다.예천우는 유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제가 그렇게 하면 원망할 거예요?”“천만에요.”유현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천우 씨가 저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셨다면 전 아직도 평범한 영업 부서 직원일 뿐이겠죠. 어떻게 이렇게 많은 배울 기회와 자신을 더 훌륭하게 할 수 있겠어요? 천우 씨의 은혜는 평생 갚아도 모자랄 것입니다.”“유현 씨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도 기쁩니다.”예천우는 유현이가 한 말은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하지만 유현 씨가 이렇게 훌륭한데 제가 어떻게 유현 씨를 다른 곳으로 보내겠어요?”“그러면 신향 누나가 승진한다는 건 무슨 말씀이죠?”유현이가 물었다.“회사에서 매니저 자리를 만들어서 이사를
한참이 지나서야 유현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천우 씨, 고마워요. 천우 씨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저는 아직 작은 판매원에 불과했을 거예요. 앞으로 천우 씨의 말 한마디면 저는 절대 망설이지 않고 천우 씨를 따르겠어요.”“그런 마음이 있다니 저도 기쁩니다.”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솔직히 말씀드리지만 이번에 이신향 씨를 승진시킨 것도 유한 씨가 경험이 부족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니 앞으로 이신향 씨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유한 씨, 이사의 자리를 지키려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를 이신향 씨에게 빼앗길 수도 있어요.”“예 이사님, 그런 말씀 좀 하시지 마세요. 왜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거죠?”이신향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신향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유현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신향 누나의 인성은 제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게다가 신향 누나는 항상 저를 잘 보살펴 주셨으니 우리는 분명 즐겁게 잘 지내면서 일할 수 있을 거예요.”그리고 유현은 다시 예천우에게 말했다.“천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아주 좋아요.”예천우는 이신향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이 팀장님, 아니. 이제는 이 매니저님이죠. 이 매니저님은 회사에 오래 계셨고 경험도 많으시니 앞으로 유현 씨를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걱정하지 마세요. 꼭 그럴게요.”“좋아요. 앞으로 영업 부서를 잘 부탁드립니다. 비록 이사 자리는 하나뿐이지만 훌륭하다면 다른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예천우는 웃으면서 말했다.이신향은 그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하면서 말했다.“천우 씨,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천우 씨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거죠?”“사실 별거 아니죠. 회사에서 한 그룹을 인수했고 제가 가서 대표직을 맡을 거예요.”예천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사실대로 알려줬다.“네?”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하여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룹
임연 그룹 회사 안내원의 질문에 용미소는 직접 경찰증을 꺼내면서 말했다.“우리는 예천우 씨를 찾아왔어요. 그는 무리 싸움을 한 혐의가 있어요.”그러자 회사 안내원은 깜짝 놀라서 다급하게 말했다.“잠깐만요. 제가 확인해 볼게요.”지금의 예천우는 보통 신분이 아니었기에 아무리 경찰이라고 해도 함부로 들여보내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용미소는 예천우가 이 틈을 타서 도망칠까 봐 바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 차갑게 물었다.“예천우 씨는 어디에 있죠?”그러자 깜짝 놀란 직원들은 솔직하게 예천우의 사무실 쪽을 가리켰다.바로 그때 예천우는 회사 안내원의 전화를 받고 아예 스스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자 바로 그를 잡으러 온 용미소와 마주쳤다.“예천우 씨, 꼭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네요.”용미소는 지난번에 예천우의 득의만면한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천우, 이번에는 드디어 내 손에 잡혔어.’하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말했다.“아니, 이거 용 형사님이 아니세요?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온 거죠? 제가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제가 예천우 씨를 보고 싶어서 왔다고요?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죠. 저는 정말 예천우 씨를 감옥에 보내고 싶으니까요.”용미소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하지만 그건 안 돼요. 형사님으로서 국민에게 공정하게 대해야 하죠. 용 형사님 마음대로 사람을 붙잡아 감옥에 처넣으면 위법 행위가 아닌가요?”용미소도 자기의 말실수를 깨닫고 직접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저와 함께 가시죠.”이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지금 예천우의 신분은 예전과 남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예천우는 잡힌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다들 많이 침착해졌다.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잠시만요. 용 형사님께서 저를 데리고 가신다고 해도 일단 무슨 일 때문인지는 말해줘야 하지 않나요?”“왜긴 왜요? 어제 뭘
예천우가 먼저 자신을 도발하면서 곧 돌아온다고 했고 이제 또 임완유가 꼭 구해내 주겠다는 말을 하자 용미소는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임완유를 싸늘하게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제가 예천우 씨를 잡았으니 예천우 씨 본인이 위법 행위가 없는 한 누구도 그를 함부로 나오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용미소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예천우를 데리고 떠났다.임완유의 안색은 좋지 않았고 얼른 옆 사람에게 물었다. 듣고 보니 예천우가 잡힌 이유는 어제 김서준을 때린 일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또 전부 나 때문이었던 거야? 김서준 그 자식이 경찰서에 천우를 신고할 줄이야. 안 돼, 반드시 잘 조사해 봐야 해.’하지만 바로 그때 임국종에게서 전화가 왔다.“할아버지!”“완유야, 지금 당장 집으로 와.”임국종은 거의 명령조로 말했다.“무슨 일이세요? 지금은 바빠서 집 갈 시간이 없어요.”“아무리 바빠도 당장 돌아와야 해.”“알겠어요.”임완유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임국종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임강과 유은수에게 모든 걸 준비하라고 분부했다.알고 보니 려 어르신의 요구 때문에 려정수가 곧 임씨 저택으로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대략 30분 뒤에 려정수가 임씨 저택에 나타났다. 꽤 점잖고 젠틀해 보였고 생긴 것도 괜찮은 편이었다.그의 뒤에는 두 사람이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분명 실력이 만만치 않은 사람들인 것 같았다.임국종은 즉시 흥분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가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려 도련님, 드디어 도련님의 얼굴을 뵙게 되었네요.”려정수는 건방진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이 집은 인테리어가 좀 수준이 떨어지네요.”임국종은 안색이 확 변했지만 이내 대답했다.“그건 당연한 일이죠. 저희 집안은 보통 집안이라 어떻게 려씨 가문 같은 대가문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려씨 가문과는 아니죠. 용도에서 제 뒤를 따라다니는 졸개들의 집도 이곳보다는 훨씬
게다가 려씨 가문 어르신은 심지어 려정수에게 임국종의 손녀를 만나보라고 했다.‘쳇. 내가 어떤 신분의 사람인 걸 알기나 알아? 얼마나 많은 미녀들이 내 품에 안기려고 애쓰는데 왜 굳이 이런 쓰레기 가문의 여자를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어.’려씨 가문 어르신은 임국종에게 정말 잘 대해주었다. 옛정을 생각해서인지 심지어 임완유와 려정수가 함께 있는 걸 간절히 바라고 있기까지 했다.하지만 그 전제는 당연히 려정수가 임완유를 마음에 들어 해야만 했다.임국종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궁금해서 물었다.“어느 가문 사람들이 이토록 눈이 멀어서 감히 려 도련님을 건드린 거예요?”“쳇. 바로 송씨 가문이에요.”려정수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송씨 가문도 정말 병신들이야. 고작 여자 한 명 때문에 감히 나랑 맞서려고 하다니. 딱 기다려. 이번에 온 것도 너희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그렇지 않으면 송씨 가문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야.’“송씨 가문 말씀이세요? 꽤 실력이 좋은 집안이라고 들었어요.”임국종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실력이 좋기는 개뿔! 임씨 가문 같은 작은 가문의 안중에는 송씨 가문이 꽤 실력이 있는 가문이겠죠. 하지만 제가 직접 나선 이상 송씨 가문은 반격할 기회조차 없을 거예요.”려정수의 표정은 패기가 넘치면서도 엄청 건방졌다.“네. 지당한 말씀입니다. 려 도련님께서 직접 손을 쓰시면 당연히 다를 거예요.”임국종은 고개를 내저었다.‘이 송씨 가문 사람들도 정말 머리가 돌았네. 감히 려씨 가문을 상대하려고 하다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 아니겠어? 사람이라면 똑똑하게 살아야지. 특히 눈을 밝게 뜨고 누가 가장 좋은 사람인지 똑똑히 봐야 해. 나처럼 처음에 사람을 잘못 봐서 시골 촌뜨기를 임씨 가문에 들어오게 했으니 지금은 아무리 해도 쫓아낼 수 없어.’하지만 임국종은 어떻게 하든 예천우를 반드시 임씨 가문에서 쫓아내겠다고 다짐했다.려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그의 파텍필립을 쳐다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벌써
임국종과 임강, 유은수는 려정수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임국종은 려정수가 임완유한테 첫눈에 반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말했다.“려 도련님, 소개해 드릴게요. 제 손녀 임완유예요. 지금 임연 그룹의 대표이고 임연 그룹을 운영하고 있어요.”그 말을 들은 려정수는 마침내 정신이 돌아왔고 흥분한 어조로 다가가서 말했다.“임완유 씨, 안녕하세요. 완유 씨가 이렇게 아름다운 분일 줄은 몰랐네요. 정말 만화속 여주인공처럼 너무 예쁘시네요.”려정수는 말하며 임완유와 악수하려고 오른손을 내밀었다.임완유는 약간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내밀지 않았다.그러자 유은수가 재빨리 말했다.“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이분은 용도 려씨 가문의 려 도련님이야. 빨리 인사드려.”려정수는 유은수의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처음 보는 거니까 임완유 씨는 조금 긴장하셨을 겁니다. 자, 앉아서 천천히 얘기를 나누죠.”려정수는 이대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유은수는 그 광경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임국종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처음에 려정수가 임씨 가문을 너무 얕잡아 보았기에 그는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 려정수가 임완유에 대한 태도를 보니 임국종은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완유가 려 도련님께 시집을 갈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행운일 거야.’예훈 도련님과 임완유를 엮어주는 건 생각에 머무를 뿐이었다. 예훈이가 아무리 임완유를 좋아한다고 해도 절대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없었다.신분이 고귀한 예씨 가문은 절대 임완유를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그렇게 대단한 가문과의 결혼은 감히 상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음식은 금방 나왔고 낯선 남자와 함께 집에서 밥을 먹으니 임완유는 몹시 불편했다. 하지만 임국종과 임강, 유은수의 강박 때문에 임완유는 또 너무 건방지게 굴 수도 없었다.임완유가 아까 회사를 떠날 때 송씨 가문도 려정수가 천해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려정수는 송씨 가문을 협박하기 위해 공식적인 일정을 잡고 왔
“예천우 씨, 혹시 천우 씨 배후에 있는 사람이 예천우 씨를 구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용미소가 떠보듯 예천우에게 말을 걸었다.“아니에요. 저는 제 배후에 누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그러면 왜 남이 예천우 씨를 구해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죠?”“저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어요. 제가 자신 있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제가 불법적인 일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니 당연히 순조롭게 나올 수 있죠.”예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용미소는 그 말을 듣자 속으로 예천우를 욕했다.‘이놈은 정말 여우처럼 교활한 놈이야.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좀 봐.’용미소는 차갑게 말했다.“지난번에는 도망쳤지만 이번에는 증인과 물증이 다 있으니 어떻게 또 도망치는지 지켜보겠어요.”하지만 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용 형사님, 내기 한번 하실래요? 오늘 제가 경찰서에서 나오지 못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든 용 형사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정말이에요?”용미소는 차갑게 웃었다. 오늘 밤만 예천우를 경찰서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면 되었다. 용미소는 확실히 그럴 능력이 있었고 게다가 예천우는 확실히 혐의가 있었으니 용미소는 이건 너무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물론이죠. 하지만 오늘 제가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면 제 조건을 들어줘야 해요.”“무슨 조건이죠?”“생각해 볼 게요. 뭘 하면 좋을까요? 아니면 제 여자가 되어 주세요.”예천우는 일부러 용미소를 놀리고 있었다.“뭐라고요!”용미소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예천우의 뺨이라도 호되게 때리고 싶었다.용미소는 아름다운 미모 때문에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많았지만 여태까지 그녀의 앞에서 건방진 행동을 한 사람은 없었다.혐의자인 예천우에게 희롱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든 용미소는 웬일인지 화가 나는 와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용미소는 차갑게 말했다.“좋아요. 오늘 경찰서를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면 예천우 씨 말대로 할 게요. 하지만 오늘이 지나도 경찰서를 나오지 못한다면 감옥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