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너희들 모르지? 오늘 밤 용등상회 양 회장이 직접 파티를 열어 거물급 인사를 대접할 거야.” “그래? 어떤 인물이길래 양 회장이 직접 나서?”“당연히 고위층 인물이지. 아마 상회에 가입한 명문 가문들만 초대받았을거야.”유걸이 웃으며 말했다.“완유야, 너희 집안에서 그동안 계속 용등상회 가입을 신청하고 있었잖아. 오늘 밤이 그 기회야.”“뭐라고?”임완유는 마음이 흔들렸다.비록 이미 지원해서 명단에 오르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인원수가 3개 정도로 제한적이어서,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간단해. 오늘 나랑 같이 그 파티에 가. 나랑 같이 들어가면 내가 상회 고위층들 소개해 줄게. 그러면 상회에 가입하는 건 시간문제지.”“그렇긴 하네, 그러면,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겠어.”임완유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 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준비할 필요 없어. 오늘, 이 파티는 개최되지 않을 거야.”그의 말에 모든 사람이 그를 쳐다봤다. 임완유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예천우,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는 알기나 해?”“정말이야. 양대복이 오늘 환영회를 열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예천우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피식.....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하나같이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예천우를 쳐다봤다. 자기가 승낙하지 않았다고?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임완유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창피한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양대복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입에 올리다니, 만일 소문이라도 나면 무슨 봉변을 당할 줄 알고.양대복이 어떤 인물인데, 그에 비하면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개미에 불과했다.그러니, 지금 예천우의 모습이 정말 무지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유걸은 더욱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봐, 당신이 무슨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충격을 받았다.임완유도 놀라서 멍해졌다. 설마 이 촌스러운 놈이, 그 어마어마한 인물이라고?그런데 이때, 유걸이 또 다른 소식을 받았다.“양씨 가문 딸이 갑자기 심각한 병에 걸렸대.”“뭐야, 이거 큰일이야!”“그래, 양 회장이 손녀를 그렇게 아끼는데, 심지어 친척이나 친구들 외에는 그 손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른다잖아.”“그러니까. 난 진짜 엄청 아름답다는 얘기밖에 못 들었어.”“아, 알겠다!”이때, 유걸이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이번 파티를 취소한 건 분명히 손녀 때문일 거야.”“맞아, 맞아. 양 회장이 손녀를 그렇게 아끼는데, 틀림없이 그래서일 거야!’“그러니까, 이 놈이 어떻게 양 회장의 파티를 취소해.”“그러게, 말이야, 우연일 뿐이야.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정말 뻔뻔하네.”예천우도 이때 전화를 받았는데, 양대복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그는 주소를 물어보고는 바로 갈 준비를 했다.임완유는 예천우같은 사람이 어떻게 양대복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가, 유걸의 말을 듣고서야 모든 퍼즐이 맞혀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이 하마터면 그의 허튼소리를 믿을 뻔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예천우를 노려보았다.“남자는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괜찮아. 하지만 현실적이어야 해. 그러니까 거짓말이나 하고, 허풍이나 불면서 살지 마.”예천우는 그녀를 상대할 틈도 없었다.“나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가긴 어딜가, 한마디 했다고 그걸 못 견뎌? 완유가 뭐 틀린 말 했어?”소정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정말 일이 있어서 그래.”“거짓말, 이제 막 천해 시에 왔으면서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야. 괜히 창피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창피한 거 알면 완유한테서 떨어져.”“됐어, 혼자 놀러 가게 내버려둬.”임완유는 말하면서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냈다.“이 카드에 한 200만 원 정도 있을 거야. 놀고먹고, 지낼 데를 찾는 데는 충분할 거야.”“필요 없어. 나 지낼 곳 있어.”예천우도
“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꺼내 앉아 침술을 시행할 준비를 했다.“잠깐만요, 뭐 하는 겁니까?”양운철이 호통을 쳤다.“치료요!”“누가 당신더러 치료하라고 했어? 분명히 말하는데, 난 이미 경성의 명의인 이대선 신의를 청했어. 그분이 곧 도착할 거니까. 빨리 비켜.”양운철이 호통을 치다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버지가 착각하셨나? 이런 애송이를 신의라고 데려오다니, 사기꾼같이 생겼구만.”지연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예천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그때 문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중 한 명은 희끗희끗하고 약상자를 들고 있는 노인이었다.양운철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이 신의 맞으시죠? 드디어 오셨군요. 빨리 제 여동생 좀 봐주세요.”“그래!”이 신의가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빨리 비키지 않고 뭐해? 내 여동생의 치료를 방해한다면, 너 같은 놈 10명의 목숨으로도 보상할 수 없어!”양운철은 예천우에게 대놓고 욕을 퍼부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옆으로 걸어갔다.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었다면, 그는 바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이 신의가 앞으로 나와 그녀의 맥을 짚어 보더니 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단지 한독이 침입했을 뿐이야. 침 몇 번 맞고, 약 몇 번 바르면 반드시 나을 거야.”양운철은 자기가 무슨 큰 공이라도 세운 듯 기뻐하며 말했다. “봤어? 이게 진정한 신의야!”이 신의의 은침이 그녀의 손을 찌르려고 하는 순간, 예천우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이 이 바늘로 찌르면, 목숨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목숨을 앗아갈 겁니다.”그의 말에 이 신의가 살짝 멈칫했다, 도대체 무슨 신분이길래, 자신의 실력에 의문을 품는 건지, 기분이 언짢아졌다.그러자 또다시 양운철이 나서서 말했다.“이봐, 이 신의가 계신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너도 이 신의가 어떤 사람인지 알 거야. 의사협회의 부회장님이라고!”더 이상 헛소리하
“아이씨,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신의 라면서요.”양운철은 자기가 큰일을 해결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니 화가 치밀었다.만약 양체은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정말 끝장이다.양체은은 점점 힘이 빠져 떨지도 못하고 있었다.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양운철의 얼굴도 점점 더 굳어졌다. 방금 예천우가 한 말이 생각났다. 그가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말할 줄 몰랐다. 순간, 자신이 진짜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바로 후회할 것이란는 예천우의 말이 생각났다.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지금 정말 후회하고 있다.이때 양대복이 서둘러 집에 돌아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예천우를 보며 다급히 물었다.“예 선생님, 우리 체은이는 좀 어떤가요?”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양운철을 쳐다보았다.“저 사람한테 물어봐!”양대복은 다들 왜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는지 의아했다. 그러다 옆에 침을 들고 있는 이신의를 보고, 대략 짐작한 듯 위압적인 태도로 말했다.“양운철, 어떻게 된 거야!”양대복의 분노에 찬 호통에, 양운철은 그대로 멍해졌다.이 신의는 창백한 얼굴로 씁쓸해하며 말했다.“양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용서하세요. 따님은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뭐야!”양대복은 창백해진 얼굴로 휘청거렸다.아!지연수는 결국 못 참고 통곡했다. 그녀도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예천우가 손을 썼다면, 양체은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양운철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너, 너, 멍청한 놈!”양대복은 화가 나서 양운철을 발로 걷어차고는 애걸하는 눈빛으로 예천우를 쳐다봤다.“걱정 마, 아직 살아있으니까.”예천우가 말했다.“네?”양대복은 황급히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용왕께서 손 쓰셔서 우리 체은이를 살려주세요!”조급해서,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것도 잊었다.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다들 그저 어이가 없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예천우가
마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양체은 몸의 한기가 보통이 아니어서 적지 않은 힘을 썼다.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양대복도 격동하여 소리쳤다.“예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자기 딸의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명의들이 속수무책으로 있었던 문제를 용왕은 쉽게 해결했다.“예 신의의 의술은 정말 놀랍습니다.”“방금 이 늙은이가 눈이 멀어서 이렇게 귀한 분을 알아보지 못했네요. 양해해 주세요.”이 신의도 놀라서 지켜보다가, 이어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습니다!”예천우도 이 신의를 인정하는 듯 예의를 차려 말했다.“그럼,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줄 수 있으실까요? 제가 의술을 잘 닦을 수 있도록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십시오.”이 신의는 흥분한 목소리로 허리를 굽혀 부탁했다.당장이라도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었다.양운철은 멍하니 그 상황을 지켜봤다. 이 신의는 중의학계에서도 손꼽히고, 명성과 지위가 높은 신의인데, 지금 이 젊은이를 스승으로 모시겠다니.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그럴 시간이 없습니다.”이 신의는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끈질기게 말했다.“그럼, 카톡이라도 추가할 수 있을까요?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제가 물어볼 수 있게요.”양운철은 완전히 멍해졌다. 심지어 방금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예천우가 이 신의를 상대하려 하지 않는 걸 보고 양대복은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양운철, 너 이 개자식! 거기 서서 뭐 해! 선생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고!”양운철은 머리가 하얘졌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끔찍이 아끼셨는데, 지금 이 어린 애송이에게 무릎을 꿇으라니.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란 말인가!“왜, 내 말이 말 같지 않냐?”“아니면 네가 양씨 집안에서 나갈래?”양대복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질렀다.자신도 용왕님께 공손히 대하는데, 그런 큰 잘못을 저질러
식사를 마친 후, 양대복은 예천우를 천궐 1호 별장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런 뒤, 그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선물을 꺼내 예천우에게 공손하게 건네 주었다.이신의는 예천우가 떠나는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며 매우 아쉬워했다.마음 같아서 그는 예천우의 집에 함께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집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다워…난 언제쯤 이런 근사한 별장을 가질 수 있을까.”같은 시각, 천궐의 산장을 걷고 있던 소정이 부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정도 가격의 집은 지금도 살 수 있어. 저기 산 중턱에 있는 천궐 1호 별장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돈을 모아도 사지 못할 거야…”옆에 있던 유걸이 말했다.“천궐 1호 별장이 얼마나 비싸길래, 너희 유 씨 가문도 사지 못하는 거야?”“우리 가문 재산을 통 틀어도 구매할 수 없을 거야.”유걸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천궐 1호 별장은 대가족 세력조차 마음대로 구매할 수 없는 저택이다. 간단히 말해서, 천궐 1호 별장은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살 수 있는 곳이었다.“진짜? 너희 집안도 살 수 없다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부자인 걸까? 그 곳에 사는 사람을 한번 쯤은 만나보고 싶다…” 소정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하였다.“꿈도 꾸지 마. 넌 평생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조차 없을 테니깐.”“하긴!” 소정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어? 저 차는 양 회장님 차 아니야?”“응, 맞아. 듣기로는 양 회장님도 천궐 1호 별장에 살고 있대.”“근데, 잠시만… 방금 양 회장님 차에서 예천우가 내린 것 같아… 심지어 조수석에서 말이야!” “그 촌 놈 말하는 거야?”유걸은 즉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농담하지 마. 그런 촌놈이 무슨 수로 양 회장님 차에 탈 수 있겠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하긴, 그럴 리가 없지.” 소정도 유걸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천궐 산장은 빌라촌의 이름이다. 안에 많은 별장이 있었다. 매 채 가격이 최소 200억에
“완유야, 너 갑자기 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야? 설마, 할아버지께서 나와 같이 한방에서 지내라고 한 거야?”예천우는 방금 할아버지와의 전화를 곱씹어보며 생각하였다.“비…비슷해.”임완유는 부끄러운 듯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러자 예천우가 즉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몸이 설마 2000만 원의 가치밖에 안 돼?”“무슨 헛소리야!”임완유는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네가 승낙한다고 해도, 난 그럴 생각 없으니 걱정하지 마. 근데, 정말 거절하면 그 돈 받을 수 있는 거야?.”“그럼, 좋아.”예천우가 대답했다.“정말?” 임완유는 예상치 못한 예천우의 대답에 크게 당황하였다.“음, 근데 2000만 원은 좀 부족한 거 같고, 2억 줘.”‘뻔뻔한 놈…역시 촌에서 온 티가 나.’ 임완유는 속으로는 그를 욕했지만, 그와의 동침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의 요구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그래.”그녀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2억이 적힌 수표 한 장을 꺼내 예천우에게 주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임완유의 부모님을 마주할 수 있었다.유은수는 예천우가 들어오는 걸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예천우, 내가 경고하는데, 그 헛된 망상을 접는 게 좋을 거야. 임씨 가문은 너 같은 촌놈이 넘볼 수 있는 게 아니야. 특히 내 딸은, 너처럼 쓰레기 같은 놈이랑 같은 레벨이 아니라고!”임완유도 엄마의 입장을 지지하긴 했지만, 지금 엄마가 하는 말을 들으려니 왠지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하지만 이것 또한 그를 물러나게 할 방법이라 생각했다.임강도 한마디 했다.“그래. 예천우, 주제 파악 좀 해. 영감이 아무리 널 감싸고 돈대도, 난 얼마든지 널 이 집에서 쫓아낼 수 있어.”예천우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이때, 방 안에 있던 임 씨 할아버지가 거실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천우야, 왔니? 어젯밤 일은 미안하게 됐다. 다 내가 얘를 잘못 가르쳐서 그래… 널 밖
예상치 못한 임 씨 할아버지의 제안에 임완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하지만, 바로 그때 예천우가 이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의 마음만 받을게요. 전 당분간 회사에 출근하고 싶지 않습니다.”유은수는 한시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예천우를 비꼬기 시작하였다. “출근하기 싫다고? 그럼, 집에 누워서 공짜로 먹고 자겠다는 거야 뭐야?”“그건 아니고요, 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예천우가 담담히 말했다.‘뭐? 돈이 부족하지 않다고?’‘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집에 얹혀살아?’‘게다가 산에서 막 내려온 촌놈이, 무슨 돈이 있다고!’그러나, 유은수의 반응과는 다르게 임강은 예천우의 거절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그는 곧바로 유은수의 팔을 황급히 잡으며, 그녀를 제지하였다.그는 예천우를 지지하기 위해서 그녀를 제지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이런 촌놈이 딸과 함께 출근을 하게 된다면, 딸의 명성을 망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였다.유은수는 곧바로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순간, 임완유는 방금 말한 그 2억이 생각났다. 그런 뒤 그녀는 곧바로 경멸하는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이 얍삽한 자식, 내가 준 2억으로 마음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그러나, 이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임 씨 할아버지는 진심으로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그래. 산에서 내려온 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우선 도시의 삶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겠구나. 내가 너무 성급했어.” 임 씨 할아버지가 말했다. “참, 완유야, 용등상회에 가입하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니?” 임 씨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임완유를 바라보았다.“운이 좋게도 이번에 저희 집안은 용등 상회 가입 예정명단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번에 양 회장님께서 단 세 가정만 용등 상회에 들이겠다고 발표하시면서, 저희 가문이 용등 상회에 가입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지고 말았어요.그래서 우선 유걸한테 곧 열릴 용등 상회 만찬회 티켓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임완유가
백강호가 곧 도착한다는 생각이 들자 두 남자는 한층 더 자신감을 얻고는 크게 소리쳤다.“이 자식아,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예천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너희가 서라고 하지 않았냐?”“그, 그야... 맞긴 한데 그냥 거기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지. 네가 가까이 오라는 건 아니었어.”“...”예천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무심하게 말했다.“난 여기서 시간 낭비할 생각 없거든.”그 말을 남긴 채 그는 다시 차로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두 남자는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서로 눈을 맞추고는 동시에 움직였다.한 명은 왼쪽에서 다른 한 명은 오른쪽에서 기습하듯 덮쳐왔다.점점 가까워지자 그들은 예천우가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 않는 걸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이거 제대로 먹히는 거 아냐? 이대로면 한 방에 끝낼 수 있을지도?’그러나 곧 그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그들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강력한 힘이 몸을 덮쳤고 두 사람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튕겨 나가 버렸다.그들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나뒹군 뒤 바닥에 세게 부딪쳤다.그러자 가슴이 타들어 갈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분명 상대에게 닿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된 걸 보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기분이었다.그들을 가볍게 처리한 예천우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음...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조금 더 지체해도 되겠군.’어차피 경찰서에 너무 일찍 가도 사람도 없을 테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바로 그때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자식, 당장 멈춰!”돌아보니 김희자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그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예천우를 당장이라도 찢어버릴 기세였다.자신에게 치욕을 안긴 남자한테 어떻게든 원한을 갚아주고 싶다는 눈빛이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여유롭게 차에 기대어 임완유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손짓한 뒤 김희자를 향해 웃으
백도훈은 이번에야말로 철저히 마음을 접었다.그는 이제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듯 어떻게든 백씨 가문을 점차 지옥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그리고 백강호가 반드시 죽을 거라 확신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그가 알게 된 소식 때문이었다.그건 예천우의 정체가 바로 용문의 용왕이라는 사실이었다.그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순간 백도훈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그는 병원으로 가는 길 내내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이번 싸움을 되돌려 보며 문득 깨달았다.‘혹시 내가 완전히 잘못 판단한 거 아닐까?’예천우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그가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결정적인 단서는 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그가 친하게 지내던 경찰관 한 명이 황급히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경찰서 서장과 황인수의 대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고 엄청난 사실을 전해 주었다.“예천우는 용문의 용왕이라고 해.”이 말을 듣자마자 백도훈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아무리 생각해도 백씨 가문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용문.그곳은 무림 강자들이 모인 조직이고 실력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었다.그리고 그 용문에서 최정상에 선 자가 바로 용왕이었다.그런 곳에서 용왕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예천우라니.그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백도훈은 고민했다.만약 백강호가 끝까지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했다면 이 사실을 알려줬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도 없었다.백강호는 이미 자신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가 살아 있는 한 자신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니 차라리 그를 부추겨 직접 예천우에게 덤비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그리고 백도훈의 예상대로 김희자가 백강호를 부추기며 예천우를 죽이자고 설득했다.백강호는 처음에는 신중해지려 했으나 아내의 끊임없이 조르는 소리에 결국 움직이기로 했다.그렇게 되어 새벽 5시 반에 백강호는 아내 김희자와 여러 명의 무술 고수들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녀석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었겠지. 하지만 그 녀석의 몸놀림은 정말 기이했어. 굉장히 특이한 신법이었어. 엄청난 속도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움직였단 말이야.”백도훈은 깊은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우리는 그 자식을 너무 얕봤어. 그저 손쉽게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갑자기 공격해 왔고 결국 당해버렸어.”“그래, 그거야!”백강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처음엔 네가 그 녀석을 압도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당했다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지.”“흑호도 마찬가지였어요. 자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그 녀석의 기습에 당해버렸어요.”백도훈의 말을 듣던 김희자가 서둘러 덧붙였다.그녀는 흑호까지 같은 방식으로 당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천우가 강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운과 비겁한 수를 써서 이겼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백강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 역시 그럴 리가 없었지. 겨우 스무 살짜리 젊은 녀석이 그렇게 강할 리가 있나.'그야말로 아무리 천재라도 종사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백강호는 이미 화경 절정의 경지였다.‘그 녀석 따위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겠군. 게다가 사용하는 신법이 그렇게 신기한 것이라면 내가 직접 그걸 익혀 전투력을 더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어?’그런 생각을 하자 백강호의 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이때 김희자가 거칠게 말했다.“오빠, 그럼 더 기다릴 것도 없잖아요. 당장 가서 그 자식을 박살 내고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김희자는 원래 백강호를 오빠라고 불렀다.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비록 아들까지 폐인으로 만들어진 상황이었지만 섣불리 움직이는 건 위험했다.“서두를 필요 없어.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야. 내일 아침에 흑호가 깨어난 후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그럼 그 녀석의 신원은 알아냈어?”백강호는 백도훈에게 물었다.“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어.
백도훈은 붉어진 눈으로 김희자를 노려보았다.혼자 119를 불러 병원에 온 후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그 눈빛에 김희자는 순간 움찔하며 기가 죽은 듯한 태도로 말했다.“너, 너 왜 그렇게 날 노려보는 거야?”백강호 역시 얼굴이 굳어졌고 그도 아내의 말이 100%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동생이 패배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반응할 필요가 있나 싶어 단호하게 말했다.“백도훈, 그게 무슨 태도야?”그러자 백도훈이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듯 소리쳤다.“형, 이 모든 게 다 형수 때문이야! 형수가 아니었다면 난 그놈과 싸울 일도 없었고 이렇게 폐인이 될 일도 없었어!”그러나 백강호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크게 화를 내며 꾸짖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싸울지 말지는 네가 결정할 수 있었던 일이잖아. 네가 원하지 않았다면 굳이 싸울 필요도 없었을 거야.”백도훈은 형의 반응에 얼이 빠졌다. 평소 형이 김희자를 감싸는 건 알았지만 설마 자신이 이렇게 된 상황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그러자 김희자가 재빨리 끼어들었다.“맞아! 난 네가 싸우길 원하긴 했지만 그것도 네가 직접 동의했잖아? 게다가 처음에는 네가 상대를 우습게 보고 비웃었잖아?”백강호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사실이냐?”그러자 백도훈은 입을 꾹 다물었고 자신이 더 이상 설명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형의 눈에서 실망과 냉담함이 깃든 걸 느꼈다.‘결국 우리는 핏줄이 아니니까... 난 결국 남일 뿐이었어.’그의 침묵을 본 백강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도훈아, 넌 너무 자만했어. 겨우 어린놈 하나 상대하는 걸 우습게 보고 방심한 거야. 그러니 이번 일은 교훈으로 삼아.”“형도 이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백도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그러자 백강호는 불쾌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아무도 네가 100%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네 형수를 탓하는 건 옳지 않아.”백도훈은 그 말에
예천우는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만으로도 백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특히 백씨 가문과 흑호파의 밀접한 관계와 원래부터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던 백씨 가문의 행적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그래서 그는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지금 당장은 성종대회 참가가 우선이었으니까.그런데도 김희자는 계속해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었다.이 정도면 그냥 놔두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좋아. 원한다면 끝까지 가보자.”김희자는 예천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갈았고 옆에 있던 백도훈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도훈아,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고작 풋내기 하나도 못 이기고 이 꼴이 돼? 정말 쓸모없는 놈이네.”‘쓸모없는 놈? 내가?’평소라면 백도훈은 그 말에 참았을 것이지만 지금 그는 평생 쌓아온 무공을 잃고 인생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다.‘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이었는데? 신중한 성격대로 움직였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그런데 그걸 다 무시하고 억지로 싸움을 붙인 건 바로 김희자였다.백도훈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그러나 김희자는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은 채 쏘아붙였다.“뭘 봐? 너 때문에 백씨 가문이 얼마나 큰 손해를 봤는지 알아? 이제 넌 쓸모도 없으니 네 몸은 네가 책임져. 스스로 119나 불러. 난 널 신경 쓸 시간도 없어.”그녀는 그렇게 냉정한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백도훈이 알아서 하든 말든 더 이상 관심도 없는 듯했다.“하...”백도훈은 분노와 모멸감에 치를 떨면서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올려 전화를 걸었다.“형...”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무거웠다.“단전이 완전히 파괴됐어. 지금 당장 돌아와 줘.”백강호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생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박함과 절망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뭐라고?”그는 즉시 전화를 끊고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이미 아들 백지훈이 폐인이 된 상태였고 아내
예천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에게는 처음부터 명확했던 일이었기에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경찰에서 전화 온 거야?”그러자 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전화 왔어.”“오늘 오후에 경찰이 엄마를 데려갔어.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모든 걸 하나하나 다 자백했대.”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이전까지 엄마가 그렇게 확신에 차서 아니라고 했던 말을 믿고 싶었고 차마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하지만 결국 유은수는 줄곧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사실 유은수도 속수무책이었다.경찰서로 끌려갔을 때부터 다리가 후들거렸고 경찰이 사실대로 자백하고 피해자의 용서를 받아 합의서를 작성하면 바로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하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경찰은 유은수에게 만약 거짓말을 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결국 그녀는 가장 믿고 있는 딸이 자신을 감옥에 보내진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고 망설임 없이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유은수는 두려워서 심지어 너무 자세하고 완벽하게 자백했다.그런데도 임완유는 직접 유은수에게 전화해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러기도 전에 오히려 먼저 유은수가 전화를 걸어와 내일 오전에 천해시 경찰서로 와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유은수는 모든 것을 인정했다.유은수의 말을 들은 임완유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희망이 완전히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예천우는 한숨을 쉬며 임완유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너무 힘들어하지 마. 어쩌면 네 어머니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어.”“사정?”임완유는 허탈한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제 보니 처음부터 네 말이 맞았어. 그냥 엄마는 나를 밀어내고 싶었던 거야. 임연 그룹에서 유일한 주인이 되고 싶어서 내 성과를 절대 인정할 수 없었겠지.”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엄마의 딸이잖아. 딸의 성공을 축하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걸까? 이게 정말 어머니가 할 행동이었을까?”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백도훈이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본 김희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뭐야? 나 때문이라는 건가?’그녀는 자신이 직접 때린 것도 아닌데 백도훈이 왜 이런 눈빛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예천우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말도 안 돼! 분명 처음에는 도훈이가 우세였는데.’김희자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야!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예천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쓸데없는 말 말고 빨리. 2조 원은 언제 줄 건데?”“뭐? 2조 원? 웃기지 마. 네가 사기를 쳤잖아. 이런 건 인정 못 해.”“그래?”예천우는 눈빛이 차갑게 변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보아하니 아침의 교훈이 부족했나 보네.”“너,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여긴 경찰서 바로 앞이라고! 살려...”“짝!”“으악!” 김희자는 비명을 지르며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예천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누가 아까 경찰 부르지 말자고 했더라? 마지막으로 물을게. 2조 원은 줄 거야? 말 거야?”김희자는 이를 악물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줄... 줄게!”“좋아. 근데 너 같은 사람이 한 번에 2조를 내놓을 리 없으니 우선 2천억부터 보내. 남은 돈은 하루 안에 준비해.”그 말에 김희자는 얼굴이 새파래졌다.“나, 나 지금 당장 2천억은 없어...”“그럼 어쩔 수 없지.”예천우는 담담하게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며 말했다.“네 목숨이 2조 원짜리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지금 여기서 처리하면 백씨 가문도 돈 굳겠네?”“잠, 잠깐만. 있어. 있어!”김희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급하게 소리쳤다.“그럼 빨리 보내. 5분 줄게. 5분 안에 입금 안 하면 네 목숨으로 대신 받을게.”“알겠어.”김희자는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지시했다.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깨달았다.‘이 자식 미쳤어... 진짜야...’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백강호가 돌아오면 돈을 다시 뺏어오면 되겠다고
예천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이제까지 지켜본 결과 백도훈의 움직임은 확실히 정교했다.그렇다는 건 분명 누군가가 뒤에서 가르쳤다는 뜻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이 수련하는 무공으로 이렇게 정교한 몸놀림이 나올 리 없었다.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누가 가르쳤든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그가 아직 반격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바로 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그런데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더 이상 봐줄 필요가 없었다.반면, 백도훈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처음에는 예천우가 얼마나 강한지 긴장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뭐야, 생각보다 별거 아니잖아?’자신이 계속 몰아붙이고 있는데 상대는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고 있었다.운이 좋게 몇 번 피해 간 게 아니었더라면 이미 몇 대는 맞았을 것이다.그리고 지금쯤이면 상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강한 줄 알았는데 고작 암경 절정의 경지겠네? 나랑 한 단계 차이가 나는데?’처음에는 예천우를 경계했지만 이제 보니 괜한 걱정을 한 듯했다.그가 흑호를 이긴 것도 아마 기습 덕분일 가능성이 컸다.‘아하, 신법이 워낙 뛰어나니 흑호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당했겠군.’그렇게 생각하니 자신감이 더욱 차올랐다.예천우가 더 이상 피하지 못하도록 유도해야 했기에 그는 일부러 멈춰 서서 비웃듯 말했다.“계속 도망만 다니는 게 네가 할 줄 아는 전부냐? 나랑 정정당당하게 한 번 붙어볼 용기는 있어?”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원한다면야.”백도훈은 속으로 비웃었다.‘이 녀석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군. 이렇게 쉽게 도발에 넘어오다니.’그가 반대로 도망치는 처지였다면 절대 이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주먹을 꽉 쥐고 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소리쳤다.“좋아. 그럼 한 방 받아 봐!”그의 주먹이 날아갔다.처음에는 위압감을 주기 위해 힘을 조금 감춘 상태였다.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역시 김희자 씨, 대단하시네요.”예천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늦었어. 곧 네가 얼마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 알게 될 거야.”김희자는 싸늘하게 웃었다.“보아하니 김희자 씨는 꽤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나비 회사에 투자할 돈이 2조 원이라 했지. 마침 스스로 걸어 들어오는 호구가 있군.’“내기?”“네. 만약 제가 백도훈을 이기면 당신이 저에게 2조를 주는 거예요.”“뭐라고? 2조 원?”김희자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자식아, 넌 2조 원이 얼마나 되는 돈인지나 알고 하는 소리야? 대체 뭘 걸고 나랑 내기하겠다는 거지?”“제 목숨을 걸죠. 만약 제가 지면 제 목숨은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풋, 네 목숨 따위가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희자는 조롱하듯이 크게 웃었다.‘저 하찮은 녀석의 목숨이 감히 2조 원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고 있네.’“그럼 내기는 취소하고 그냥 싸우죠.”예천우는 무심하게 덧붙였고 그때 김희자의 눈이 반짝 빛났다.“안 돼! 내기할 거야.”예상대로였다.김희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좋아. 네가 제안한 거니까 우리가 지면 2조 원을 주지. 하지만 네가 지면 네 목숨은 내 마음대로 할 거야!”“형수님, 그건...”백도훈이 당황하며 말하려 했지만 김희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저었다.“걱정할 것 없어. 난 널 믿어.”김희자는 단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겨우 저런 풋내기 녀석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화경 초급의 경지인 백도훈을 이길 리가 없었다.게다가 이건 단순한 구두 약속일 뿐이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안 주면 그만 아닌가? 반면 이기기만 하면 이놈을 내 손으로 철저히 짓밟을 수 있어.’백도훈도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어차피 말뿐인 내기였다.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좋아요. 저는 이미 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