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세운 계획대로 그들은 진나비의 얼굴이 회복되는 대로 인스타를 통해 결과를 알리려고 했다.그리고 임연 그룹이 준비한 행사 장소에서 생방송을 할 예정이었다.그렇게 하면 첫째는 회사와 진나비 개인에게 수많은 팬이 생길 거고 둘째는 회사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임완유는 이미 예천우의 제안으로 회사의 인터넷 생방송 계정을 만들었다.많은 사람이 진나비의 구체적인 치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게다가 최근 인터넷의 열기 때문에 임연 그룹 공식 동영상 계정의 팔로워가 폭발적으로 많이 올랐고 지금은 3천만 명에 달했다.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팔로워를 기록했으니 엄청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진나비가 들어간 것을 본 예천우는 임완유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완유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내가 어떻게 생각하는데? 예천우, 다른 여자랑 껴안고 있었던 게 처음이 아니잖아? 내가 보는 눈앞에서 네가 그렇게 했으니 내가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임완유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어...”예천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할 말이 없는가 보지? 네가 정말 여자를 좋아한다면 더 이상 널 가두지 않을게. 이번 일이 끝나면 바로 이혼 하자. 아무튼 우리 집에서도 나더러 이혼하라고 강요하는 중이야.”임완유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사실 그녀는 집안 사람들이 주는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아오면서도 예천우와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이혼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큰 노력을 기울였다.특히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당장 이혼 하라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그래도 혼자 힘으로 버텨왔다.하지만 예천우는 여자들과 함부로 포옹했고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예천우는 쓴웃음을 짓더니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네가 믿든 말든 진나비는 방금 너무 기쁘고 흥분한 나머지 날 와락 안으며 고맙다고 인사했을 뿐이야. 그러는 그녀를 한 번에 바로 밀어내기도 좀 그랬고.”“허허.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그러게 말이야. 임연 그룹이 또 무슨 핑계를 대는지 지켜볼거야.”“맞은 말이야. 돈 많은 사업가들은 정말 인성이 전혀 없어. 감히 우리 여신 진나비를 속였다니.”“그러니까. 다름이 아니라 우리 여신님을 위해서라도 임연 그룹과 끝까지 싸워야 해.”“다 같이 임연 그룹의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해.”“...”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미친 듯이 욕하기 시작했고 주로 임연 그룹에 대한 욕들이었다.그때 임완유와 예천우가 함께 들어왔다. 장태산의 인스타와 밑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임완유는 차갑게 말했다.“이 장태산은 스스로 명의라고 자칭했으니 원래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난체하고 오만방자할 줄은 몰랐어.”“오만방자한게 아니라 배후에 누군가가 있을 거야.”“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뒤에서 누가 시킨 거야?”임완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아마 그럴 거야.”“그게 누구야?”임완유가 화가 난 어조로 물었다.“공손진!”예천우는 이미 그 소식을 알고 있었기에 담담하게 말했다.공손진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사소한 일은 예천우의 정보망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과 수라전 전하라고 불리우지 않을 것이고 양대복도 그의 부하였으며 담양도 많은 세력들을 가지고 있었다.“뭐라고, 말도 안돼!”임완유는 즉시 부인했다.“공손진은 우리와 아무런 경쟁관계도 아니고 충돌도 없는데 왜 우리 회사를 해치겠어?”심지어 공손진은 분명히 임완유에게 관심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녀의 회사에 해를 끼칠것 같지 않았다.게다가 그녀의 인상속의 그 소년은 착하고 용감하며 목표의식도 뚜렷한 좋은 소년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을 해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아직 묻지는 않았지만 임와유의 마음속에는 이미 십중팔구 예전의 그 어린 소년이 바로 공손진으로 여기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공손진이 어렸을 때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옥 목걸이의 다른 절반이 지금 자신한테 있겠는가.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공손진은 확실히 너랑 원한이
임완유의 요구에 따라 진나비는 자신의 인스타에 글을 올렸다.“누가 임연 그룹의 약이 효과가 없다고 그랬어요?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났어요. 제가 줄곧 경악과 기쁨에 잠긴 나머지 인터넷에서 미처 팬분들에게 소식을 알리지 못했어요. 그리고 장태산 신의님은 예전에 저를 치료해 주었기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비록 신의님께서도 제 흉터에 대해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했어도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신의님은 인터넷에서 제 은인을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저를 이용해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으니 정말 유감이네요!”진나비가 이렇게 말하니 다시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나비 언니, 정말로... 정말 나으셨어요?”“당연하지. 아니면 나비가 저렇게 말할 리가 없어.”“정말이에요? 나비 누나가 다 나으셨대. 잘 된 거야.”“나비 언니, 우리를 속이지 말아 주세요. 설령 언니가 낫지 않더라도 팬들은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요.”“내가 보기에는 임연 그룹이 우리를 속이려고 꾸민 짓이야. 정말 나았다면 왜 사진 한 장 올리지 않겠어?”“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 나았다는 사람이 사진 한 장도 안 올리겠어?”“...”사람들이 의심하는 소리가 많아지자 진나비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다.“가장 아름다운 나!”이런 글귀에 방금 찍은 셀카 사진을 덧붙여서 올렸다. 그녀는 스스로 매우 잘 찍었다고 생각했다.“세상에! 너무 이쁘잖아. 이 사람이 바로 진나비야?”“정말이야? 마치 선녀를 본 것 같아. 너무 아름다워.”“맙소사! 나비 언니, 정말 아름다워요. 영원히 사랑해요.”“난 왜 예전보다도 더 이쁜 것 같지. 나비 누나가 돌아왔어. 예전의 슈퍼스타가 돌아왔어.”“...”순식간에 그녀에게 완전히 열광하는 댓글로 가득했다.그런데도 여전히 이상한 사람들도 혹간 있었다. 그들은 그녀가 화장품으로 흉터를 가렸다고 의심했고 올린 이 사진은 포토샵을 통해 심하게 보정했다고 했다. 방금 바로 사
“믿고 싶지 않지만 임연 그룹의 대표가 직접 말했으니 거짓은 아닐 거야.”“천해 TV라고 했지? 오늘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지 않고 본방 사수해야지.”“나도 요즘 인기가 가장 높은 드라마도 안 보고 천해 TV만 지켜볼 거야.”“...”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 밤 방송국까지 찾아가서 진나비를 보려고 했다.그와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장태산의 인스타에 몰려들어 그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임완유가 이미 오늘 저녁에 방송국에서 생방송을 한다고 했으니 장태산도 뭔가 대응하라고 재촉했다.특히 많은 진나비의 팬들은 더욱 흥분했다.장태산도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진나비가 올린 사진을 자세히 분석했다. 심지어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친구를 찾아서 사진의 진위를 확인했다.하지만 결론은 이 사진은 절대 큰 보정이 없이 찍은 사진이었다. 그 말인즉 진나비의 얼굴은 정말 회복되었다는 뜻이었다.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어도 거의 회복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화장품만으로는 그녀의 흉터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그게 정말 가능했다면 그녀는 진작에 화장품으로 가리고 다녔을 것이다.하지만 장태산은 단지 이 모든 게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는 신선이 오시지 않은 한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실은 바로 눈앞에 놓여 있었고 진나비는 심지어 오늘 밤에 생방송까지 하겠다고 했다.안색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장태산은 소파에 힘이 빠진 채로 누워있었다. 네티즌들이 그에게 온갖 험한 말을 해도 그는 감히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 소식을 들은 공손진도 안색이 급히 변했고 바로 소정에게 물었다. 소정의 말을 들어보니 십중팔구는 정말 치료된 것 같았다.게다가 이건 예천우의 덕분이라고 했다.그 말을 들은 공손진은 매우 화가 났다.‘빌어먹을 자식. 이놈이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니. 살려둬서는 절대 안 돼.’그는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부하를 불
방금 임완유는 진나비의 활약에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회사의 샤이니 시리즈 화장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회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소정이 와서 말하기를 누군가가 익명의 택배를 보냈다고 했다. 택배 위에는 임 대표께서 직접 열어보시면 서프라이즈가 있다는 말이 보였다.처음에 소정은 택배 안의 물건이 임완유를 해칠까 봐 직접 뜯으려고 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그런데 택배를 뜯어보니 안에는 사진이 무더기로 들어 있었다.사진을 본 소정은 전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임완유가 얼른 다가와서 사진을 보았고 그녀의 얼굴이 더욱 새파랗게 질렸다.전부 예천우와 양체은의 다정한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들이었다. 그것도 다양한 각도로 찍힌 사진들이었다.그날 밤 양체은은 술을 많이 마셨고 예천우에게 자신의 첫날 밤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매우 적극적이었다. 사진 속의 두 사람은 매우 친밀해 보였다.특히 예천우가 양체은을 허리에 껴안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사이가 아주 좋은 커플처럼 보였다.그 사진들을 본 임완유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록 예전에 예천우와 양체은이 각별한 사이였고 심지어 포옹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건 단지 그녀 자신의 상상에 불과했다.게다가 양체은은 후에 당씨 집안과 약혼까지 했다.하지만 지금 임완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보통 친구가 아닌 특별한 남녀관계를 가지고 있는 양체은과 예천우였다. 사진만 보면 두 사람은 십중팔구 이미 잠자리를 가진 것 같았다.게다가 예천우가 요즘에 진나비와 또 이상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천우는 정말 예쁜 여자만 보면 오금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보면 볼수록 화가 났고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 임완유는 휴대전화를 꺼내 직접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예천우는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그는 오늘 밤 생방송에 이변이 생길까 봐 방송국에 남아서 진나비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상대방이 너무 급해서 사람을 보내 진나비를 잡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죠. 하지만 지금은 예전 리즈 때보다도 더 느낌이 좋아요. 물론 이게 모두 천우 씨 덕분이에요.”“또 의미 없는 소리를 하네.”“사실이에요. 천우 씨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쯤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을지 몰라요. 어찌 됐든 천우 씨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천우 씨가 저를 배신한다고 해도 전 괜찮아요.”“바보야.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하지만 너 때문에 배후에 그 사람이 큰 타격을 받았어. 혹시 누군가가 너를 해칠까 봐 너의 곁에 경호원을 배치했어.”그는 말하면서 먼 곳에 있는 두 남자를 가리켰다. 그 두 사람은 실력이 아주 좋았다. 강한 무자는 상대할 수 없어도 일반 무자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네! 천우 씨의 말을 따르겠어요.”진나비는 예천우가 아닌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는 게 싫었지만 예천우가 그렇게 말하니 그의 말을 들었다.“하지만 오늘 밤은 천우 씨가 저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세요.”“알았어.”예천우는 지금 여유가 있으니 그녀의 뜻을 따랐다.대략 30분 후, 예천우가 진나비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떠나려던 참이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고 보니 임완유였다.“예천우, 지금 어디야?”임완유는 화가 난 말투였다.예천우도 이러는 그녀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그래도 참고 입을 열었다.“슬텐 호텔 문 앞에 있어. 무슨 일이야?”“문 앞이라고? 진나비 방 안에 있는 게 아니야?”슬텐 호텔이라는 말을 듣자 임완유는 예천우가 또 진나비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더욱 화가 났다.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완유야,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말해줘.”“알겠어. 지금 회사로 와. 너와 직접 할 얘기가 있어.”임완유는 비록 많이 화가 났지만 그래도 그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번에도 소정이 사실을 위조했던 것을 생각하니 그녀는 자신이 이번에도 또 속을 까봐 걱정했다.“좋아.”예천우는 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얼굴이 새
“그게 다야?”“그래. 이게 다야.”예천우는 이미 사진까지 다 찍혔으니 순순히 인정하고 싶었다.변명조차 하기 싫어하는 예천우를 본 임완유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게 다야?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을래? 예천우, 네가 남자야? 날 뭐로 보는 거야?”예천우가 멈칫 놀라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당연히 내 아내로 생각하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항상 최선을 다해서 널 도왔겠어?”“날 도왔다고? 그래 네 말이 맞아. 넌 나를 도와주는 동시에 자신도 도왔지.”임완유는 씩씩거리며 말을 이어갔다.“임연 그룹이 없었다면 네가 아무리 똑똑해도 네 능력을 펼칠 기회조차도 없었어. 네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집어치워.”“오. 네 말도 일리가 있어.”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예천우가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태도를 본 임완유는 마음이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사실 방금 험한 말을 뱉자마자 후회하고 있었다.그런 말을 하면 예천우가 상처 받을 것을 알고 있었다.특히 예천우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도와줬다. 그가 없으면 임완유는 확실히 버틸 자신이 없었다.예천우는 막강한 권력이 없었지만 매번 좋은 아이디어로 큰 도움을 줬고 회사와 임완유를 위험의 경지에서 빠져나오게 했다.하지만 모든 증거가 눈앞에 있고 그는 분명히 다른 여자와 함께 잤을 것이다. 임완유가 화가 나서 물었을 때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표정을 본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다른 할 말이 또 있어?”예천우가 담담하게 물었다.그는 확실히 서운했다. 임완유가 예전에 자신을 그토록 믿지 않았었고 오늘에 그녀가 했던 말을 듣고 그는 완전히 단념했다.그는 오늘 처음 임완유와 이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담담한 예천우의 모습을 본 임완유는 방금 미안한 생각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녀는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됐어. 너랑 무슨 할 말이 있겠어.”“그럼, 이만 가볼게.”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섰다.임완유는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고 화가 나서 말도 나오지 않
하지만 임완유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고 장태산이 했던 일을 떠올리자 차갑게 말했다.“장 신의님은 유명한 신의님인데 제가 어떻게 감히 신의님의 사과를 받을 수 있겠어요? 신의님께서 저를 혼내줄까 봐 두렵네요.”“아닙니다. 임 대표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대표님 뒤에서 그렇게 대단한 분이 받들어 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 잠시 후에 바로 인터넷에서 공개로 사과하고 대표님 회사의 제품을 홍보해 드리겠어요. 대표님,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부디 절 용서해 주세요.”장태산은 다급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어리둥절했다. 자신의 뒤에 큰 인물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 말인즉 그분이 장태산에게 경고했을 가능성이 컸다.“신의님께서 말씀하신 큰 인물이 누구세요?”“바로 우리 용화대 총장이자 한의학협회 회장님이잖아요. 모르고 있었어요?”장태산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용화대와 용도대는 화하에서 가장 이름 있는 명문대였고 많은 학생이 꿈에도 그리는 대학이었다.임완유는 살짝 놀랐다. 그녀는 용화대의 총장을 몰랐었다. 만약에 장태산에게 묻는다 해도 그도 누가 그녀를 돕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설마 예천우?’하지만 그는 교토의 큰 인물을 알 리가 없었다.‘예천우가 아니라면 또 누구일까?’전화를 끊을 때까지도 임완유는 누가 그를 돕고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태산이 인스타에 올린 사과글을 보았다.게다가 말하는 말투가 사뭇 진지했고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간절했다.장태산이 이렇게 나오니 수많은 사람이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의외로 자신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그의 행보를 칭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어찌 됐든 그의 지위로는 이런 사과를 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조용히 대처하고 사람들이 잊을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잠적할 것이다.하지만 장태산은 그런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인정한 것을 보니 그도 그만큼 진지했던 모양이었다.장태산은 원래 답답해서 죽고 싶은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
예천우가 잠시 말이 없자 한지연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물론 그녀 입장에선 아들을 위해 이신향이 조신우 같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천우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그녀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서둘러 나섰다.“조신우 씨, 농담이죠? 여긴 그냥 평범한 식당인데 그런 최고급 술이 있을 리가 있나요.”하지만 조신우는 턱을 치켜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럼 딴 데 가시죠. 이딴 데선 도저히 못 먹겠네요.”그 말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풋, 네가 나한테 밥 한번 사보겠다고? 한참 멀었어. 이 정도 식당에서 몇십만 원 쓰는 것만으로도 네 눈은 휘둥그레지겠지.’조신우는 속으로 그렇게 예천우를 조롱하고 있었다.그런데 예천우는 그를 슬쩍 쳐다볼 뿐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애초에 난 널 초대한 적도 없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그 말에 조신우의 얼굴빛이 확 어두워졌고 이제동은 깜짝 놀라 급히 끼어들었다.“천우야, 너 지금 무슨 말버릇이니. 조신우 씨가 어떤 분인데? 이런 분께 음식 대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너에겐 큰 영광이야.”예천우는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고 그러자 이신향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아빠, 그런 말은 너무하시잖아요. 오늘은 천우 씨가 초대한 자리예요. 뭐가 나와도 그걸로 먹는 거죠. 손님이 무슨 메뉴까지 고르고 술까지 따져요?”그러고는 예천우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천우 씨, 제가 가서 식당에 무슨 술 있는지 보고 올게요. 적당한 거 가져다드리면 되죠.”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막았다.“괜찮아요. 제가 준비해 왔어요. 굳이 여기 술 안 써도 됩니다.”사실 그가 가져온 술은 모두 공간 반지 안에 들어 있었기에 언제든 꺼낼 수 있었지만 굳이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아 자연스럽게 옆 가방에서 꺼내는 척을 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방금까지 분명 손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술병이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누구
“흥, 그건 당연하지.”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쟤는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무릎 꿇게 될걸요?”“그럼요. 조신우 씨,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죠.”이제동은 말하면서도 속으론 걱정이 가득했다.이신향이 갑자기 남자 친구를 데려왔다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예천우가 무턱대고 나서서 조신우를 자극할까 봐 더 불안했다.특히나 예천우라는 사람은 뭘 좀 안다고 착각하는 무모함까지 있으니 더 위험했다.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먼저 안으로 향했다.그런 모습에 이제동과 한지연은 눈살을 찌푸렸고 이신향은 난감한 마음에 얼른 뒤따랐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예천우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괜히 그가 모욕당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조신우도 마지못해 따라 들어왔고 일행은 함께 식당 안으로 향했다.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전통적이고 소박한 농가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오히려 대도시 고위층들이 선호하는 콘셉트 중 하나였다.하지만 조신우는 들어서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투덜댔다. “뭐야, 이런 촌스러운 데를? 딱 봐도 저질이네. 대도시에서 인당 2만 원도 안 되는 데면 분명 어디서 쿠폰이라도 긁어온 거겠지.”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히려 잘 됐네. 이따가 제대로 면박 줄 수 있겠다.”사실 오늘 조신우는 아버지에게서 활동 자금으로 4억 원을 통 크게 받아온 상태였다.그 돈으로 오늘 제대로 부자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이번 자리는 급하게 잡긴 했지만 예천우에겐 아무런 어려움도 아니었다.왜냐하면 이 동강루의 최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바로 천상 그룹이었고 결국 이 식당도 그의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러니 예약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사실 식당 대표는 그에게 가장 최고급 방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예천우는 일부러 거절했다.너무 티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안내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