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예천우가 보내준 녹음 파일을 할아버지께 바로 보내줬다.할아버지는 녹음을 듣자마자 즉시 화를 내면서 임완유보고 자신의 계획대로 하라고 했다.경찰이 이 사건에 개입하자 임연 그룹의 일부 경영진 사람들은 밤에 바로 경찰서에 소환되었다.장연희도 당연히 그중 한 명이었기에 그녀는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사실 임완유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볼 때부터 그녀는 깜짝 놀라서 이미 유사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그 후에 그녀는 또 예천우에게 다시 전화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녀에게 아무 약속도 해주지 않았다. 그녀보고 그냥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고 가서 경찰에게 전달한 내용이 지난번에 자신과 했던 내용과 같고 그 외에 다른 새로운 문제가 없다면 분명히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줬다.이 말을 들은 장연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지난번에 예천우게게 숨기지 않고 전부 말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방금 예천우 씨에게 전화하길 잘했네.’예천우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 걸 생각해 보니 분명 지금에 와서 려성한의 수작을 발견한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분명히 진작에 모든 것을 알고 려성한이 함정에 걸려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장연희를 돕기 위해서 유사라는 이른 아침에 예천우에게 전화했다. 예천우는 그녀가 걸려 온 전화를 보고 멈칫거리다가 받았다.“무슨 일이 있으세요?”뜻밖에도 예천우의 냉담한 태도를 긴장해진 유사라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그게... 사실은... 장연희에 관해 묻고 싶었어요.”“걱정하지 마세요. 지난번에 장연희 씨는 회사를 해치는 일을 하지 않았기에 별일 없을 겁니다.”예천우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시간 낭비 하기 싫어서 그녀의 말을 재빨리 끊었다.“네. 알겠어요.”유사라는 예천우와 몇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뜻밖에도 그가 이렇게 냉담할 줄은 몰랐다.“다른 일이 더 있으세요?”“없... 없
예천우는 진나비를 데리고 회의실 옆으로 갔다. 비록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긴장해?”“조금요!”“걱정하지 마. 아무 일 없을 거야.”예천우는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그리고 오늘 널 위해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어.”“선물이요?”진나비는 살짝 놀란 표정에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래. 네가 무조건 좋아할 만할 선물이지. 심지어 네 얼굴이 회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거야.”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진나비는 잠시 멍해졌다. 예천우의 선물은 분명 귀중할 것이니 그녀도 살짝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얼굴이 회복되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라는 말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그때 장미나가 입을 열었다.“천우 씨, 무슨 선물이길래 그래요? 나비 언니가 예전의 얼굴을 되찾기만 한다면 이미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너무 큰 선물이에요. 그보다 더 소중한 선물은 없을 거예요. 돈이나 값진 물건도 나비 언니에게는 다 필요 없어요. 언니에게 2,000억 원을 준다 해도 언니는 아마 받지 않을 거예요.”그러자 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2,000억 원은 나한테도 없어.”“저도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냥 해본 소리예요.”장미나는 그가 오해할까 봐 급히 해명했다.“알고 있어.”바로 그때 임완유도 도착했다. 그녀는 진나비를 보자 인사를 건넸고 요즘 상황에 대해 걱정스럽게 물었다.임완유의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진나비는 처음에 긴장했지만 곧 임완유가 정말 좋은 친구임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기분 좋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자 진나비는 이내 긴장이 풀렸다.옆에 앉아 있던 예천우는 긴장이 풀린 진나비를 보자 역시 임완유가 대단한 여자임을 느꼈다.시간은 어느덧 오전 10시가 되었다.발표회의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였고 지금 회의실 전체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기 시작했다.임완유가 먼저 들어가기 전에 그는 예천우를 힐끗 노려보았다.‘천우가 정말 진나비 씨에게 신경을 많
그런 일이 있었기에 진나비는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에게 욕을 먹었고 심지어 많은 팬이었던 사람도 그녀를 비난했다. 결국 그녀는 이 일 때문에 서서히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말았다.진나비의 명예가 이 일로 인해 완전히 망가져 버렸기에 조혜선은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왜냐하면 당시 그런 상황에서 진나비가 결백하다고 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그 질문을 듣자 임완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조금 있으면 나타나실 거예요. 게다가 나비 씨가 대중들의 눈앞에서 베일을 벗을 겁니다.”“뭐라고? 정말이야?”“설마 진나비의 얼굴이 다 나은 거야?”“임연 그룹의 화장품을 써서 나은 게 아닐까?”“정말 그렇다면 난 임연 그룹에서 판매하는 필요한 제품을 전부 살 거야.”“나도. 임연 그룹에서 우리 나비를 복귀하게 한다면 화장품을 임연 그룹의 제품으로 싹 다 바꿔버리겠어.”“정말 어이없네. 나쁜 계집애일 뿐인데. 왜 저런 년을 지지하는지 모르겠네.”“그러게 말이야. 다른 남자와 술도 함께 마시고 게다가 잠자리도 하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생인 줄 알겠어. 이런 년을 지지하고 있다니. 정말 어이없는 세상이네.”“...”뒤이어 온갖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험한 말들이 쏟아졌다. 그 모든 것을 진나비가 지켜보고 있었다.아까 기분이 매우 좋았지만 지금 그런 댓글을 보니 진나비는 또 매우 괴로웠다.설령 자신이 원래의 얼굴을 되찾고 수많은 인기를 얻었다 해도 다른 사람의 비난을 받아 가며 살 것 같았다.심지어 오늘의 발표회 때문에 듣기 싫은 과거도 들추어낼 수도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니 진나비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그 순간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다.누군가가 말을 시작해서 그런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진나비의 예전 일들을 언급했다. 그 모든 일들이 조혜선이 날조한 거짓이었다.인터넷에서 진나비를 욕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었다.댓글을 쭉 보고 있던 진나비는 멘탈이 나갈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장미나는 조바심
임완유는 먼저 일어나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여러분은 제가 왜 두 경찰분을 이곳으로 모셨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하지만 이 일은 진나비 씨와 관련이 있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니 다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오전 시간인데도 라이브 방송을 관람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출근하면서 방송 과정을 보고 있었다.특히 임연 그룹의 직원들은 모두 업무를 중단하고 방송 과정을 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그들에게 방송을 보라고 요구했다.기자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더욱 흥미를 느껴 하나둘씩 일어나 질문을 하려고 했다.두 경찰은 손들 흔들며 기자들을 앉으라고 했고 마이크를 잡고 자신들의 신분을 소개했다.특히 말하고 있는 경찰은 심지어 경찰서 부국장님이었으니 신분과 지위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은 자연히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진나비 씨의 당시 일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진나비 씨의 얼굴을 망가뜨린 화재는 의외가 아닌 인위적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관련 용의자들은 현재 모두 체포되었습니다.”“뭐라고?”“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그때 큰불이 났을 리가 없을 거야.”“젠장. 누가 감히 우리 여신을 해치는 짓을 했어.”“여신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화재 때문이 아니라도 그녀의 인성은 바꿀 수 없어 어쩌면 하늘이 그녀에게 내린 벌일지도 몰라.”“...”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하지만 경찰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말을 이어갔다.“그 외에 진나비 씨를 둘러싼 많은 거짓 소문도 해명하겠습니다.”그러고 나서 그들은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었다. 화면에서 조혜선은 당시 진나비가 다른 사람들과 술도 함께 먹고 잠자리까지 가졌다고 했던 것이 전부 거짓이라고 말했다.동영상이 끝나자 옆에 있던 경찰이 인터넷에 떠돌던 수많은 사진과 기사를 직접 설명했다.사실 당시에는 확실한 사진과 증거가 없었고 모두 어렴풋한 사진이었다. 경찰은
“난 진나비가 너무 좋아. 회복되지 않더라도 영원히 응원할 거야.”“흉터가 있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불편하다면 굳이 베일을 벗지 않아도 돼. 우린 널 영원히 응원할 거야.”“...”그 순간 진나비에 대한 기대와 응원의 소리는 최고조에 달했다.물론 언론 매체 쪽에서는 벌써 서로 미친 듯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오늘 뉴스를 되도록 빨리 발표하려고 했다.오늘 일은 무조건 빅 뉴스일 것이다.뜻밖에도 오늘 발표회는 시작하자마자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으니 사람들은 점점 더 기대하고 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진나비 본인은 지금 이 순간 눈물을 줄곧 흘리고 있었다.처음 경찰들이 나타났을 때 그녀는 무슨 일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 관한 일을 해명하겠다고 했다.‘설마 조혜선이 나를 해쳤던 일을 말하려는 걸까?’이어서 경찰은 그녀의 생각대로 조혜선의 일을 해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까지만 해도 덤덤했고 단지 이렇게 하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하지만 경찰의 뒤이은 말들에 그녀는 완전히 눈물을 펑펑 쏟았다.진실은 이렇게 되어 모든 사람에게 전해졌다.경찰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누구보다도 더 믿음이 갔다.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댓글들을 보자 진나비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한 참이 지나서야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도 물었다.“천우 씨, 이게 바로 아까 말씀하신 선물이에요?”그 순간에야 그녀는 예천우가 말한 선물의 의미를 알아차렸다.장미나는 처음에 단지 진나비를 위해 기뻐하고 있었을 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나비의 말을 듣고서야 장미나는 이게 바로 예천우가 말했던 선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만약 이게 바로 그가 말한 선물이라면 그는 정말 그녀들을 속이지 않았다. 이 선물은 어쩌면 진나비의 얼굴을 치료하는 것보다도 더 소중했다.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마음에 들어?”“네! 너무 좋아요. 제 얼굴이 회복되지
한 여자가 흰색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훨씬한 키에 그녀의 몸에서 매우 순수하고 고상한 기질이 느껴졌다.안타깝게도 그녀는 얼굴에 검은색 베일을 두르고 있어 전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있는 여자는 바로 장미나였다.두 사람이 나타나자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열광했고 베일에 싸인 진나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동시에 카메라가 순식간에 돌아갔고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들떠 있었다.“왔어, 왔어!”“진나비가 확실해. 얼굴을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한눈에 바로 알아봤어. 저 여자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진나비야!”“사랑해요, 진나비!”“괜찮아! 우리는 진나비를 영원히 응원할 거야.”“...”순식간에 라이브 방송에 각종 응원 댓글로 가득 떠 있는 걸 보면 진나비의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었다.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도 하지 않고 비난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진나비는 다시 감격에 빠졌다.‘천우 씨,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얼굴을 치료하는 것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 중에 하나만 골라라 한다면 그녀는 심지어 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예천우가 말한 선물은 정말 대단했다.어쩌면 이것이 바로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인터넷 악플에 시달리다가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이유일 수도 있었다.진나비가 좌석에 앉자마자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진나비 씨, 이렇게 오랫동안 오해를 받으셨는데 뭘 하고 지내셨어요?”한 기자가 일어서서 그녀에게 물었다.진나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줄곧 제 얼굴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까지 돌아다녀도 여전히 마땅한 방법이 없었죠.”“아무런 방법이 없다고요? 그러면 지금에 와서도 아무런 방법도 없으시다는 말씀이세요?”다른 기자가 계속하여 질문했다.“네! 어제까지는 확실히 그랬어요. 하지만 제가 임연 그룹에서 생산한 제품의 약효를 지켜보니 어쩌면 회복할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알아.”“가짜가 아닐 거야. 검색해 봐. 뉴스에 다 나왔어. 심지어 곧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어쨌든 이 일은 아주 명확하니까.”그때 기자도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즉시 임완유에게 물었다.“임 대표, 회사에 려 사장님은 이미 잡힌 게 확실해요?”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사람들은 설마 가짜 소식인 줄 알고 얼떨떨해하고 있었다.“그런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은 려성한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더 이상 우리 회사의 사장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가 체포된 것은 사실이에요. 제가 경찰에 신고했어요. 원래 한 번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날조하고 회사를 모욕할 줄은 몰랐어요. 참. 그를 도와서 인터넷에서 함부로 험한 말을 했던 사람들도 조심하세요. 이제 곧 경찰이 책임을 추궁할 거예요.”그 말인즉 모든 것이 확인되었다는 뜻이었다.인터넷에서 함부로 했던 사람들도 임완유의 말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이미 임연 그룹의 대단함을 알게 되었다. 그들도 처음에는 려성한을 돕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에 많은 돈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역시 그렇네!’려성한이 잡혔다는 건 인터넷에서 떠돌던 임연 그룹이 자작극을 했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뜻이었다.“그리고 비록 진나비 씨가 오직 기적만이 그녀의 얼굴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제가 보장하는 건 꼭 진나비 씨의 얼굴을 치료해 드리겠어요. 원래 진나비 씨를 직접 치료해서 얼굴이 회복되면 발표회를 열려고 했지만 진나비 씨는 생각이 달랐어요.”그러자 진나비가 고개를 끄덕이었다.“제가 알기로는 임연 그룹이 자신의 신기한 약으로 흑반 환자들을 전부 치료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임연 그룹은 자작극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지요. 그래서 이제 제 얼굴이 회복하면 또 사람들이 제 얼굴이 회복된 건 임연 그룹과 상관이 없었다고 가짜 소문을 내는 게 두려워요. 그렇게 되면 저는 임연 그룹에서 저한테 준 은혜를 못 갚게 되는 거고 절 치
아니나 다를까 어떤 기자가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입을 열었다.“임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못 믿는 건 아니에요. 저도 대표님을 위해서 하는 말이에요. 전문가에게 진나비 씨의 흉터를 검사하게 하면 의심하고 있는 많은 사람의 입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그러게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어.”“그래. 검사해 보는 게 좋겠어.”“...”인터넷 방송 실시간 댓글에서도 많은 사람이 진나비의 흉터를 검사해 보라고 했다. 예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역시 사람 마음이란 복잡하군.’진나비가 먼저 이 일을 제안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골칫거리였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마음속으로 화가 많이 났지만 그녀는 억지로 참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자님께서 하신 이 질문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이미 준비를 마쳤어요. 오늘 특별히 천해 시의 4대 병원 피부과 전문가분들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전문가분들께서 이따가 진나비 씨의 흉터를 현장에서 검사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떠들썩했다.임완유가 이것까지 생각하고 준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지금 상황을 지켜보던 소정의 마음은 질투심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예천우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임완유는 예천우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소정은 만약 예천우가 이렇게 자신을 도와주었다면 지금쯤이면 아마 임완유가 자기 비서로 일하고 있겠다고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는 네 명의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50대 후반의 모습이었고 모두 주요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으뜸가는 의사들이었다.의사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한 명씩 다가가 진나비의 얼굴을 검사했다.그들도 사실 마음속으로 자기 의술로 진나비를 치료해 줄 수만 있다면 기필코 이름을 날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자세히 그녀의 흉터를 살펴보았다.하지만 안타깝께도 그들도 전혀 아무런 방법이 없었는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