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걸이 놀라서 해명하려고 하는데 임선호가 갑자기 소리쳤다. “맞아요, 유걸이 그런 거예요. 유걸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요? 그는 유씨 가문의 도련님이고 신학그룹의 주인이에요. 그를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거예요.” 임선호의 말이 끝나자 유걸은 하마터면 땅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황급히 해명했다. “아니, 아니에요…….” “유걸아 왜 그래? 저런 사람을 왜 무서워해? 우리에게도 백이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임선호는 꿋꿋이 말했다. “닥쳐, 닥치라고.” 유걸은 급해서 소리쳤다. 임씨 어르신도 황급히 말했다. “선호야, 그만해. 이분은 사대종사야.” “대종사면 뭐? 지금이 무슨 세상인데, 무술 좀 한다고 대단한 줄 아나본데 유걸이 전화만 한통 하면 저 사람 따윈 당장 죽일 수 있어.” 그리고 유걸을 보며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젠장, 가서 죽어.” 유걸은 화가 나서 발로 임선호를 걷어찼다. ‘이 자식 병신 아니야? 이렇게 뻔한 상황도 파악을 못해?’ 그에게 차인 임선호는 어리둥절해졌다. ‘난 분명히 유걸의 편을 들어 말한 건데 왜 날 때리는 거지? 내가 말한 게 부족해서 그런가?’ 유걸은 돌아서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사종사님, 저 자식 말을 듣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의 신분과 비교를 하겠어요?” 임선호는 처음엔 어리둥절했는데 지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항상 유걸을 대단한 미래의 매형하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유걸까지 쩔쩔매다니, 그렇게 대단해? 아니지, 유걸은 주식이 아까워서 그런 걸 거야. 대단한 인물에게 부탁하면 주식을 지출해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왜 저렇게까지 하겠어?’ “사종사님,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에요.” 유걸이 해명했지만 사태수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음험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식, 네가 사람을 찾아서 우리 사씨 가문을 망친 거였어?” 사태수는 임완유가 원인이긴 하지만 그녀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유은수의 말이 끝나자 유걸은 하마터면 숨을 질 뻔했다. 사태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화를 내며 말했다. “네가 병원에 쳐들어와서 우리 며느리를 때린 거였어?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말이 끝나자 유걸이 반응하기도 전에 가슴이 아파오더니 날아가서 기둥에 부딪혀 떨어졌다. 그는 내장이 뒤틀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아픔을 신경 쓸 새 없었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공포가 그를 더 절망스럽게 했다. 그는 다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아니에요, 정말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저희 유씨 가문에 실력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 없어요.” “안되긴 하지만 너희 회사는 상장회사잖아. 주식을 이용해서 대단한 인물에게 부탁할 수도 있는 거지.” 사태수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말하는데 가짜일 리가 있겠어?” “가짜예요.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모두 저한테 속은 거라고요.” 유걸은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죽을까 봐 황급히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태수는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했다. “신학그룹은 상장회사가 아니에요. 심지어 지금 망하기 직전이에요. 어떤 대단한 사람이 이런 주식을 원하겠어요?” 유걸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모든 걸 털어놓았다. 그의 말은 임씨 가문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상상이 안 되는 건지 모두들 반응이 없었다. “잠깐, 유걸, 방금 뭐라 그랬어?” 가장 먼저 알아들은 임완유는 놀라고 분노해서 물었다. “뭐,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숨길 필요 없어. 사실 예천우 말이 맞았어. 우리 유씨 가문은 지금 망하기 직전이야. 내가 상장했다고 하는 것도 너희들에게 사기 치기 위해서야.” 유걸은 이실직고했다. 이때 문 앞에 불청객 두 명이 왔는데 모두들 안에 집중하고 있어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사태수는 발견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누가 왔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심지어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문 앞에 온 사람은 바로 소정과 예천우였다. 소정은 임완유를 찾으
“나쁜 놈, 내가 널 얼마나 믿었는데 날 속이다니.”“야 이 뻔뻔한 사기꾼아! 돈 내놔! 빨리 우리 돈 내놓으라고!”유은수는 애간장이 탔다. 그것은 그녀의 전 재산이였다.“돈? 꿈 깨세요.”“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돈은 이미 해외로 빼돌려서 일전 한 푼도 없다고요. 절 탓하지 마세요. 다 당신들의 지나친 욕심 탓이죠.”“그게 아니라면, 그날 예천우가 그렇게 말렸을 때 당신들 여전히 날 철석같이 믿었겠냐고요.”임 씨 가문은 다들 벼락을 맞은 듯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임 씨 어르신네 식구뿐만 아니라 어르신 사촌 동생네 식구도 여럿 있었다.하나같이 맘속으로 후회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특히 유걸이 예천우 얘기를 꺼내니 그날의 상황이 눈앞에 떠올랐다.임 씨 어르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토록 나이를 먹고도 사람을 잘못 봐서 이런 한심한 실수를 하다니... 그는 유걸이 임완유를 세상 모든 것 이상으로 좋아한다고 너무 믿었었다.게다가 신의의 제자까지 오해했으니... 이제 와서 보니 예천우가 한 말들이 그냥 하는소리가 아니었으나 그들이 전혀 믿지 않았었다.임완유는 상대적으로 냉정했다. 사실 그녀는 그 당시 의문이 들었으나 진짜 사기극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유걸을 그토록 믿었고, 심지어 이 문제로 예천우를 몇 번이나 욕했었다.계속 그가 생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예천우가 한 말이 다 사실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임완유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유걸, 넌 참 비열하고 뻔뻔한 놈이야.”“그래 나 뻔뻔하다 왜!”유걸은 이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비꼬았다. “근데 이렇게 뻔뻔한 나를 믿은 건 너야!”“이제 보니 전에 매번 우리 임 씨 가문을 도와준 이유가 돈을 노려서였군.” 임완유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너네 임 씨 가문을 도왔다고?”“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 진짜 너무 웃겨!”“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너네 임 씨 가문을 도운 적이 없어. 네가 일방적으로 나한테로 공로를 돌린 거지.” 유걸이
“정말이에요. 사 대사님, 예천우가 틀림없어요. 그놈이 권력과 세력이 없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번에 양 회장 딸의 병을 치료해 주면서 임 씨 가문을 용등상회에 가입시켰습니다.”사태수도 듣고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천우도 원래부터 그의 표적 범위 안에 있었다.왜냐면, 바로 예천우가 사 씨네 별장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그리고 한 가지 더, 제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유걸은 병원에서의 일이 떠올랐다.“뭔데?”“병원에 가서 사 부인을 때린 사람이, 바로 예천우입니다.”유걸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이건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절대 사실입니다. 못 믿겠으면 병원 입구의 CCTV를 돌려서 그 시간대의 영상을 보십시오. 주변 간호사들한테 물어보셔도 됩니다.”사태수는 대체 누가 사 씨 가문에 대한 마무리 작전을 앞당겼는지를 찾으려고 급히 오느라 병원에 관한 일은 알고만 있고 아직 사람을 풀어 조사하는 중이다.뭐라고?!그게 예천우가 한 짓이라고?“유걸, 허튼소리치지 마.” 임완유가 다급히 말했다. 지금 말을 많이 할수록 사태수는 더 분노할 것이고, 예천우는 더욱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허튼소리 아니야. 네가 수모를 당했다는 말을 듣고 예천우가 화내면서 미친듯이 병원으로 달려가 이처럼 대역무도한 짓을 했어.”유걸이 보기에는, 예천우는 이번에 살아남지 못한다.예천우가 임완유를 위해 한 일들을 말할수록 임완유는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너무나도 후회되어 괴로웠다.“이거 외에, 다 솔직히 말할게. 오늘 식당에서 나 확실히 약을 넣었어. 그 술 주전자가 바로 원앙 주전자야. 그리고 난 사전에 해독제도 먹었지.”“참 아쉽네. 예천우 그 자식만 막아 나서지 않았다면 넌 이미 내 여자였을 텐데.” 유걸은 진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인지 술술 다 불어댔다.임완유는 들을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 심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특히 최근 들어 예천우를 대하는 태도가 참으로 쌀쌀맞았다.계속 그가 자신을 자신을 해치고 임 씨 가문을 해친다고
그렇긴 하지만 나를 만났으니 죽음뿐이군.“네가 사 씨네 별장에 쳐들어가서 경호원들을 한바탕 팼나?” 사태수가 무뚝뚝하게 물었다.“네!”평온한 모습으로 유유히 걸어 나오는 예천우의 눈에는 두려움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이것만으로도 임완유는 마음속에 파도가 일렁였다. 예천우는 영원히 두려움이란 무엇인지 모를 것만 같았다. 항상 여유로움이 넘친다고나 할까.하지만 문제는, 이러면 무서운 인물의 심기를 건드려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는 것이다.만약 유걸이 한 말이 다 진실이라면 예천우는 지금 아주 위험하다.아니나 다를까, 사태수가 예천우의 태도를 보더니 더욱 노발대발하면서 살기를 뿜었다. “네가 병원에 쳐들어 가서 우리 며느리 뺨을 때렸나?”“네!”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사 씨 가문에 마무리 작전을 앞당긴 것도 네가 사람 시켜서 한 짓이고?”이 문제는 사태수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궁금해했다. 예천우를 가리킨유걸도 포함해서 말이다. 왜냐면 그도 그냥 허투루 짚은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왜서인지 오늘 이 순간 그 일들을 다 말하고 나니 유걸의 머릿속에 매우 끔찍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설마, 예천우한테 진짜 신통력이 있는 걸까?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매번 공교롭게도 위험을 모면하고 아무리 강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아무리 무서운 위험에 처하더라도, 항상 무사할 수 있단 말인가.다른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도와줬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유걸은 자신이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특히 최근 사람을 청해 예천우를 상대했을 때도 연달아 실수했었다. 게다가 사 씨 가문과 맞서 대처한 일도 있고, 순식간에 이 모든 것이 생각났다.또 예천우는 항상 쉽사리 자신의 음모를 까발리고 언제나 두려움이 없는 모습이 생각할수록 맞는 것 같았다. 이 생각은 그를 머리털이 곤두서고 공포에 떨게 했다.이 시각, 유걸은 마침내 자신이 굉장한 공포의 인물을 건드렸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정말 칼끝에서 춤을 추고 있
채영만의 말을 듣고 사태수의 표정이 확연히 어두워지더니 둔탁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요?”“그는 나의 은인일세.”“얼마 전 우리 귀염둥이 손주가 중독되었는데 그가 나서서 치료해 주지 않았다면 우리 손주 목숨을 잃을 뻔했소.”“아우, 자네가 말해보게. 이 일로 내가 직접 한번 올 만하지 않은가.”이 말을 듣고 나서야 임 씨 가문 사람들은 예천우가 우연히 채 의원의 손주를 살렸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번에는 양 회장의 딸, 이번에는 채 의원의 손주, 운발이 보통 좋은 게 아니다.임완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에도 의술 때문이구나.그렇다면 예천우의 의술이 꽤 괜찮다는 말인데, 그럼 예전에 자신의 의술이 대단하다고 허풍치고 심지어 의선이라고까지 하더니 설마 진짜인가?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의선은 불가능하다. 필경 이렇게 젊으니, 틀림없이 허풍일 것이다.그래도 의술은 진짜 꽤 괜찮은가 보다. 적어도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독특한 처방이 있을 것이다.사태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아우가 형님 체면을 돌보지 않는게 아닙니다. 이 예천우가 우리 사 씨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니 도저히 봐줄수가 없습니다.”“내 부탁도 안되겠는가?”채영만의 표정도 확 변했다. 불쾌함이 얼굴에 쓰여있었다. 사태수는 약간 망설였다. 이미 정년퇴직한 국회의원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채영만의 동생 채영환 또한 진정한 종사 고수이기 때문이다. “채 의원님, 다른 부탁이라면 입만 열면 다 응해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예천우 일은 어떻게 안되겠습니까……”“안돼!”채영만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쨌든, 난 오늘 꼭 예천우를 지켜서 은혜를 갚아야 하네.”이 말을 듣는 순간 사태수의 얼굴에 수많은 표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사람이라면 풀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천우는 제일 죽어 마땅한 놈이다. 절대 놔줄수가 없다.“좋습니다. 형님. 형님 부탁이니 오늘은 놔주지요. 하지만 3일 후, 제가 다시 손쓸 겁니다. 그때에는 누가 말려도 절대 그만두지 않을
이번에는 유은수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가 가버리면 사태수가 사람을 찾지 못하면 반드시 우리 임 씨 가문에 화를 낼 거예요.”“맞소!”“절대 보내선 안되오.”“화는 그가 일으킨 거니 반드시 그가 스스로 인정하게 해야 해요. 우린 모두 법률을 준수하는 착한 시민들이니 우리가 그 대신 이 모든 것을 떠안을 순 없어요.”“그러니까. 예천우 넌 이제부터 아무 데도 못 가. 임 가에서 가만히 있거라.”“맞아, 맞아. 반드시 붙잡아 둬야 해.”임 씨네 사람들은 모두 막아 나섰고, 임선호는 심지어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감시해서 도망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방금 채 의원이 도우려고 한 말을 그들도 다 들었다. 손주를 살린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면, 갚고 나면 더이상 상관이 없다.그러니, 예천우는 결국 별 볼 일 없는 쓰레기이고 반드시 끝장날 것이다.이때, 유걸은 아무도 자신을 주의하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산한 일이 폭로되었으니 지금 빨리 천해시를 떠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못 갈 것 같았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예천우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조롱했다. “당신들이 하는 짓이 참으로 가관이네요.”“당신들을 속이고 사기 친 유걸은 내버려두고, 오히려 줄곧 임 씨 가문을 진심으로 도와온 나를 감시하다니.”이 말이 나오자 마침내 다들 제정신이 들었고 하나 둘씩 유걸 쪽으로 바라보고 격노했다. “유걸 이 사기꾼아, 거기 서!”“빨리, 빨리 가서 잡아 와. 절대 놓쳐서는 안돼.”“갈기갈기 찢어 버려도 시원찮을 놈, 거기 서, 내 돈 내놔.”유은수는 속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예천우는 사람들이 모두 유걸을 쫓아가자 고개를 돌려 임완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완유야, 나 볼 일이 있어 먼저 갈게.”“응, 빨리 가 봐.”임완유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마디 보탰다. “그동안 너를 오해했었다면 양해 바랄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뭐가 뭔지 나도 지금 완전 헷갈려.”비록 유걸이 그렇게 말했지만, 예천우도 아
“그만. 도대체 얼마나 더 수모를 당해야겠어!”참다 못한 임국종이 호통과 함께 다른 이들을 제지했고 그 기백에 겁을 먹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천우야, 유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와 완유는 한때 인연을 맺었던 사이니 굳이 널 막진 않으마. 떠나거라. 최대한 멀리 떠나서 숨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가문은 더 이상 너와 엮이지 않을 것이다.”임국종의 말에 예천우는 살짝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역시 아직 나한테 남은 앙금이 많은 모양이네.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건 싫은 거야.’할아버지의 말에 임완유 역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리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허탈한 기분에 휩싸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치는 걸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할아버지, 안돼요. 지금 이대로 떠나면...”“가만히 있어.”“알겠습니다.”살짝 한숨을 내쉰 예천우가 말을 이어갔다.“할아버님, 그럼 몸 건강히 지내십시오.”이 말을 마지막으로 예천우는 결연히 돌아섰다.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던 소정은 두 눈을 반짝였다.‘천우가 지금까지 했던 일을 전부 말했는데도 이렇게 내쫓는다고? 하여간 멍청하긴...’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무시무시한 사태수를 예천우가 정말 상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밀려들며 조심스레 예천우의 뒤를 따랐다.유걸도, 예천우도 자리를 뜨자 잠시나마 조용했던 집안이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다.“끝이야. 이젠 정말 끝이라고.”“예천우 그 자식이 이런 큰 사고를 쳤으니... 사태수 회장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이제 우린 어떡하죠?”겁에 질린 다른 가족들과 달리 임국종의 표정은 그나마 의연했다.“그만들 해. 사태수 회장이 어디 보통 사람이야? 3일만에 천우가 제대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리고 완유도 말했잖아. 천우도 어디까지나 완유를 구하려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거야. 설령 우리한테 불이익이 떨어진다 해도 천우한테 은혜 갚는다 생각해야지 뭐.”임국종의 말에 그제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
허씨 가문의 위세는 꽤 강력했지만 4대 가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실로 엄청났다.많은 허씨 가족 특히 허가연 아버지의 동생인 허종우와 그의 아들 허광호는 손씨 가문과의 인연을 통해 가문이 성장하기를 바랐다. 손씨 가문과 손을 잡으면 분명히 집안의 실력도 훨씬 더 강해질 것이고 그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허가연의 엄마인 조은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난번에도 자신이 몰래 허가연을 보내서 임선호를 만나러 천해시로 가게 했었다.허가연의 아버지인 허성태도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한편 허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꺼내 임선호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임선호는 답장이 없었다. 게다가 양가의 대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도 임선호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허가연의 마음은 무거워졌다.임선호의 집안이 아주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적어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줄 알았기에 실망스러웠다.임씨 가문 사람들이 말했던 대단한 예천우라는 존재도 결국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허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이런 생각들이 떠오르자 허가연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틀 후면 좋은 날이니 그날 약혼식을 올리는 게 어떨까요? 이견 없으시죠?”손동욱의 어머니인 강지혜가 제안했다. 이미 허씨 가문는 손씨 가문으로 시집오는 게 결정되었고 허성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은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딸이 마음 접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때 갑자기 문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요!”바로 그 순간 예천우와 임선호가 마침내 도착한 것이었다....그 시각, 용도의 예씨 가문.이른 아침에 가문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충격에 빠져 있었다. 조금 전 전해진 소식은 충격적이었다.어젯밤 백호 전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그는 외부에
유은수는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정말 예천우가 와 있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여 어색하게 말했다.“천우야, 왔구나. 아까는 내가 그냥 헛소리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예천우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요?”그는 이번에는 다른 차를 타고 왔다. 아마도 그래서 유은수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따지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완유야, 선호야, 차에 타.”임선호와 임완유는 즉시 차로 다가가 올랐다.“선호야, 네가 운전해.”예천우는 바로 차 열쇠를 선호에게 던졌다.그러자 임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를 잡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는 운전을 좋아해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흥분된 얼굴이었다.유은수도 차에 오르려 했지만 예천우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줌마, 어디 가시려고요?”“나도 같이 가야지. 선호 일인데 부모가 곁에 있어야 할 거 아니야?”유은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요? 그렇다면 부모님이 계시니 저는 굳이 안 가도 되겠네요.”예천우는 내리려는 척하며 차 키를 건네려 했다. 유은수는 이를 보고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야, 아니야. 그럼 난 집에서 기다릴게. 천우야, 선호를 좀 부탁해.”예천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차에 앉았다. 뒤이어 임완유가 자리를 마련해 주며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천우가 있으니 선호는 무사할 거예요.”“그래, 그래. 안전하게 다녀와.”유은수는 차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속으로 욕했다.‘왜 저렇게 잘난척하는 거야? 용왕일 뿐이잖아. 용국의 다른 대단한 사람들은 너랑 달리 그렇게 예절 바르던데.’차가 출발하자 임선호는 예천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말했다.“매부, 죄송해요. 다시 한번 매부한테 폐를 끼치게 되네요. 아까 엄마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좀 입이 거칠어요.”“괜찮아.”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편하게 운전이나 해. 정말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
김형준은 잠시 당황하다가 급히 말했다.“저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남다른 편이라서 굳이 훈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하라면 하는 거야. 안 갈 거야?”예천우가 물었다.“가겠습니다!”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싶어 김형준은 바로 대답했다.예천우는 양박군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곧바로 알려주고 직접 양박군에게 전화해 이 일을 설명했다.아직 당장 예천우를 따라다닐 수는 없었지만 이제 예천우의 작은 동생이 된 셈이니 앞으로 기회가 무궁무진할 거라며 김형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이안은 예천우와 이렇게 말이 잘 통하자 바로 다가와 물었다.“형부, 언니 일은 좀...”“이미 말했잖아, 더 얘기할 필요 없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난 자야겠어. 더 할 얘기 없으면 얼른 돌아가.”유이안은 무척 답답했다.‘뭐가 더 할 얘기가 없다는 건지. 분명 중요한 일인데... 형부가 일부러 피하고 있는 거잖아.’이번엔 정말 예천우가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임완유는 어쩌나 싶어 걱정이 밀려왔다.어쩔 수 없이 유이안은 김형준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가는 길에 유은수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예천우가 이미 단호히 결심했고 더 이상 그들과 얽힐 의사가 없다고 했다.사실 유이안이 예천우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도 유은수의 도움이 컸다. 유은수는 유이안이 예천우를 설득해 임완유를 용서하게 만들길 바랐던 것이다.그러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유은수는 자신이 한 일들이 크게 후회되기 시작했다.‘내가 왜 그렇게 어리석게 굴었을까.’두 사람을 돌려보낸 후 예천우는 푹 자고 아침 6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문득 임완유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임선호와 함께 동성시로 가기로 한 일이었지만 너무 사소한 일이라 깜빡 잊었다.예천우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고 임씨 가문으로 향했다. 과속 감시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속도를 내며 빠르게 이동했다.한편 임선호는 아침 7시가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