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사무실이니까 더 좋은 거 아니야? 새롭잖아.”예천우가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임완유를 사무실 책상 위에 눕히고 오른손으로 임완유의 몸을 더듬었다.“앗.”임완유가 간드러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몸이 저도 모르게 배배 꼬였다. 이윽고 임완유는 밀려드는 쾌락에 온몸을 맡겼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집중한 나머지 문 어구에 서 있는 양서은을 발견하지 못했다.양서은은 두 사람의 소리를 듣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임 대표님도 너무 개방적이신 거 아니야? 사무실에서 이런 짓을... 하지만 예천우 씨도 엄청 대단하네... 이렇게 오래... 나였으면 진작 정신을 잃었을 거야.’거기까지 생각한 양서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이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난 사인을 받으러 온 거지 두 사람의 소리를 엿들으러 온 게 아니야...! 그런데 예천우 씨는 정말 잘생기기도 하고 힘도 세고...’양서은은 어느 순간부터 예천우를 마주하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긴장되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 임완유는 붉은 얼굴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아까보다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만 같았다.“어때? 기분이 상쾌하지?”예천우는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임완유를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런 말 좀 하지 마.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서는... 만약 서은 씨가 보게 된다면 난 정말 창피해서 죽어버릴 거야.”임완유가 밉지 않게 눈을 흘기면서 얘기했다.“서은 씨? 아, 서은 씨가 신경 쓰였구나. 이미 밖에서 다 들었을걸? 적어도 10분 정도 말이야.”예천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양서은에게 이런 취미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아... 그걸 알았으면 진작 얘기할 것이지. 창피하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임완유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예천우가 아니었다면 임완유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부부끼리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부부라니! 아직 혼인신고도 안 했는데!”말을 마친 임완유는 예천우가 화를 낼까 봐 예천우
“다른 방법? 어떤...?”“뭐, 예를 들면...”예천우가 임완유의 손가락을 가리켰다.임완유는 그제야 예천우의 말을 알아듣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얘기했다.“너 정말...!”“어쩔 수 없잖아.”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여기서는 좀...”“뭐?”예천우는 사실 장난으로 임완유를 골려주려고 했던 것뿐이다.임완유가 천상그룹에 온 후로부터 임완유의 스트레스가 급증했으니까 말이다. 예천우는 임완유가 천상그룹에 오지 않아야 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임완유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예천우의 건강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얘기했다.“화장실로 가자. 거기는 사람이 없을 거야.”“...”한 시간 후.임완유는 예천우를 쏘아보고 있었다.이유를 모르겠지만 임완유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예천우가 하자는 대로 몸을 맡겨버렸다.예천우의 정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죄책감 때문일까?예천우는 임완유가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 정도로 모를 줄은 몰랐다.예천우와 임완유는 알고 지낸 지 꽤 되었고 또 많이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단둘이 나와 저녁을 먹는 건 오랜만이었다.예천우는 임완유를 데리고 강가의 맛집으로 왔다.이곳은 다른 사람이 예천우에게 소개해 준 곳이었다. 강가의 바람을 맞으면서 밥을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니까 말이다.회사의 일 때문인지, 아니면 예천우와 함께 있어서인지. 임완유는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그렇게 시간이 일분일초 흘러갔다. 어느새 저녁 아홉 시가 되었다.임완유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통재료의 사장인 주경인이 걸어온 전화였다.주경인은 임완유가 해외에서 유학할 때 알고 지낸 친구였다. 이쁘게 생겼을 뿐만이 아니라 실력도 좋아서 회사를 잘 꾸려나가고 있었다. 다만 요즘에는 모든 돈을 주경인 아버지의 연구에 쏟아붓고 있었다.발신인을 확인한 임완유가 얘기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임완류는 예천우에게 이런 일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예천우와 멀어진 후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완유야, 어때? 생각해 봤어?”주경인은 약간 급한 듯
임완유가 돌아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이미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다 들은 후였다.“끝났어?”예천우가 웃으면서 물었다.“응.”“마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예천우가 웃으면서 이어서 얘기했다.“완유야. 천상그룹에서 일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임완유는 그 질문에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대답했다.“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그럭저럭?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은데. 차라리 임연그룹에 있을 때가 나았지?”“그건... 맞아.”예천우 앞에서 임완유는 거짓말을 숨길 수가 없었다.“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가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주요한 원인은 바로 이거야. 네 마음속에 천상그룹은 내 어머니의, 나의 회사라는 거지. 괜히 부담 갖지 마. 업무에서 실수할까 봐, 그룹이 손해를 볼까 봐, 우리가 화를 낼까 봐 그러는 거지?”예천우가 계속해서 물었다.임완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의 말은 틀린 곳 하나 없었다.임완유는 만약 남궁은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어. 내 모든 건 다 네 것이야. 그러니까 천상그룹은 우리의 기업이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아니야. 현실은 생각과 달라.”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천상그룹은 어머님이 피와 땀으로 세운 그룹이야. 내가 무너뜨려서는 안 돼.”“알겠어. 그러면 천상그룹을 떠나면 돼.”“떠난다고?”“그래. 다른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돈을 벌고 출근을 하지만 넌 달라. 넌 예천우의 여자로서 마음대로 이 회사를 떠날 수 있어. 이게 너한테 가장 맞는 선택이야.”“하지만 난 이 회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데 벌써 떠나면... 어머님이 나를 쓸데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해?”“그럴 리가 없어.”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네가 이 회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넌 이미 그 짧
예천우는 그 프로젝트가 돈을 벌 수 있는지 없는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임완유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얘기하게 내버려두었다.임완유는 그 프로젝트가 얼마나 대단한 프로젝트인지 얘기해주었다.한통재료의 건전지 개발이 성공한다면 충전 속도도 빠르고 오래 쓸 수 있는 안전한 건전지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단점도 없었다.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았다.짧은 시간 안에는 빛을 보기 어렵다.하지만 임완유는 주경인의 자신감과 실력을 믿었다. 주경인은 정말 연구에 적합한 사람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연구에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1년이면 된다고 한 주경인의 말을 임완유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임완유는 주경인에게 투자할 의향이 있었다.예천우가 흥미를 갖는 것을 본 임완유가 얘기했다.“요즘 용국에서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신경 쓰고 있잖아. 주경인은 해외에서 유학할 때 알게 된 친구인데 마침 친환경 자동차 건전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더라고. 천상그룹도 군용 버스 산업으로 바쁘잖아. 건전지는 친환경 사업의 중심이니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조금만 알아보면 주경인 회사의 건전지 사업이 얼마나 선진적인 기술인지 알 수 있어.”전에 임완유는 전문가를 찾아 알아보기도 했고 해외 자료들도 많이 읽어본 후 투자 결정을 내렸다.이 모든 것을 듣고 난 예천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겠네. 난 널 응원해.”“하지만 확실히 어려운 점이 있어. 다른 건 몰라도 제일 중요한 건 대량의 인력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거야.”“상관없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낼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나 들든지 상관없어. 내일 오전에 네 계좌로 20조를 보낼게. 그 프로젝트, 진행해.”“정말 20조를 나한테 보낸다고?”“20조가 모자라면 40조. 얼마가 필요해? 원하는 만큼 보내줄게.”예천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뭐 하는 사
남궁은서는 그 말을 듣고 멍해서 물었다.“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왜 그렇게 생각한 거니?”임완유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남궁은서에게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다.임완유는 예천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예천우는 그 신호를 보지 못한 채 얘기했다.“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회사가 어머니 회사라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회사가 어머니 회사라서 완유가 직접적인 결정을 못 해요.”“...”예천우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임완유는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빼앗아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남궁은서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예천우의 말에서 남궁은서는 임완유가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아마도 임원들이 임완유를 좋아하지 않아 임완유가 내는 의견을 모두 묵살해버린다는 뜻일 것이다.남궁은서는 여전히 임완유를 높이 평가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남궁은서가 준 기회를 꽉 잡고 죽어도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임완유의 뜻을 이해한 남궁은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만 같았다.두 사람이 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면 남궁은서는 모든 주식을 두 사람한테 넘겨줄 것이다. 그러면 남궁은서도 편히 쉴 수 있고 두 사람도 부담 없이 일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그렇구나. 알겠어. 완유 좀 바꿔봐.”“네.”예천우가 전화를 임완유에게 건네며 웃었다.“어머니가 너랑 통화하고 싶대.”“아...”임완유는 잔뜩 굳어버린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고 진정한 후 핸드폰을 건네받아 전화를 받았다.“어머님, 안녕하세요. 사실 천우의 얘기가 약간 왜곡된 게 있는데...”“긴장하지 마. 나는 다 이해하니까 말이다.남궁은서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전에는 내가 생각이 짧았다. 너한테 이런 고민이 있을 줄이야.”“아니에요, 어머니. 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전 어머님이 절 생각해 주셔서 아주 행복했어요.”“그래, 나도 더 뭐라 하지
“그래? 내가 얘기했었지. 완유가 어떤 요구를 하든, 어떤 제안을 하든지 모두 들어주라고.”“하지만 이 프로젝트로 인해 회사가 몇백억, 지어는 몇천억의 손해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몇천억? 내가 그 정도도 없는 사람으로 보여?”남궁은서가 화를 내면서 물었다.“아, 아닙니다! 회장님께 몇천억은 껌값이죠!”예선홍은 어두운 표정으로 애써 대답했다.“알면 됐어. 내가 네 속셈을 모르는 줄 알아? 완유가 네 자리를 위협할까 봐 그러는 거지?”남궁은서가 차갑게 말을 이어 나갔다.“사실 넌 그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예선홍은 표정이 밝아졌다.‘임완유는 절대로 내 자리를 빼앗아 가지 못할 거야.’그렇게 기뻐하고 있을 때, 남궁은서가 차갑게 얘기했다.“완유가 원한다면 대표 자리는 언제든지 완유의 것이니까.”그 말을 들은 예선홍은 찬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것만 같았다.“일이 이렇게 됐으니 나도 숨길 생각은 없어. 완유는 내가 찜한 며느리야. 내 모든 재산은 곧 완유의 것이 되겠지. 그러니 대표직도 완유가 원할 때 가져갈 수 있는 거야.”‘며느리?’그 말을 들은 예선홍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어버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그 순간, 예선홍은 왜 회장님이 그토록 임완유를 신경 쓰는지 알 것 같았다.그 순간, 예선홍은 회장님의 며느리와 다투려고 한 본인이 얼마나 멍청한지 깨달았다.그 순간, 예선홍은 본인이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졌다는 것을 깨달았다.다른 그룹이라면 모르겠지만 천상그룹은 대부분 지분이 다 남궁은서에게 있었다. 남궁은서는 예선홍의 처절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선홍아, 너도 나랑 오랫동안 일한 사람으로서 정말 수고가 많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너도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겠지. 난 널 믿고 그 자리에 앉힌 거다. 그러니 너도 현실을 깨닫고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 공적은 그대로니까. 널 하대하진 않을 거야. 그리고 완유도 대표직에 관심이 없어
전화를 끊은 임완유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임완유는 남궁은서가 본인한테 너무 잘해준다고 생각했다.‘아까 예천우 이 자식 때문에 놀라서 죽을 뻔했는데...’그 생각에 임완유는 다시 화가 났다.“다음부터 이러지 마. 너 때문에 놀라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무서울 게 뭐가 있어.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예천우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얘기했다.“우리 어머니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발견 못 한 거야? 네가 더 편하게 대하면 어머니는 더 좋아할 거야.”임완유는 멍해 있었다.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물었다.“정말?”“당연하지. 그게 바로 진짜 너니까.”예천우가 얘기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가족이라면 서로에게 솔직해야 하지 않겠는가.밖에서 가면을 쓰고 집에서도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 그건 참 힘들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임완유는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만 같았다. 전에 임씨 가문에 있었을 때 얼마나 불행했는지 떠올랐다.어차피 회사에서 일하는 건 임완유가 좋아하는 일이다. 목표가 뚜렷하고 방향이 확실하며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으니까.임완유는 본인이 지금보다 더욱 기쁠 수 없다고 생각했다.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있어서 가장 편하고 가장 다정하며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그렇게 생각한 임완유가 눈물에 젖어 얘기했다.“천우야, 고마워.”“나한테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정말 고마우면 오늘 화장실에서 해준 거, 더 해줘.”예천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절세미인으로 불릴 만큼 예쁜 임완유가 본인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생각하면 예천우는 피가 들끓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예천우 앞에서 무릎 꿇고 있던 것을 떠올린 임완유는 유교 사상이 무너진 기분이 들었다.“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 절대 안 해줄 거야!”“왜 그래, 엄청 좋았는데.”“됐어. 더 얘기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임완유가 부끄러워하면서
하지만 그것 또한 마두석의 망상에 불과했다. 마두석은 용기내어 조심스레 물었다.“예 대표님이 바쁘시다면 제가 대신 관리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네가?”“네, 네! 전 회사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은 편입니다. 전에도 백 회장님을 따라다니면서 회사의 업무를 도왔습니다.”마두석이 긴장한 채로 대답했다.사실 백 회장 옆에 있으면서 마두석이 한 건 귀빈을 맞이하는 것뿐이었다. 중요한 사항들은 거의 백 회장 혼자서 결정하곤 했다.“그래? 그럼 네가 먼저 임시회장을 해. 그리고 잘하면 정식 회장을 시켜줄게.”예천우가 얘기했다.다른 회사였다면 이사회를 열어서 투표를 했겠지만 백성 그룹은 백씨 가문이 갖고 있는 주식이 너무 많아서 이사회 없이도 회장 선거가 가능했다.그래서 누가 회장이 될지는 백씨 가문에게 달려있었다.그리고 지금 그 선택권은 예천우 손에 있다.“알겠습니다. 꼭 열심히 회사를 잘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마두석이 흥분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본인이 회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무리 임시라고 하지만 마두석은 본인의 아부 능력으로 예천우를 모시면 꼭 정식 회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백 회장도 똑같은 수법으로 당했으니까 말이다.“그래, 그럼 그렇게 해.”예천우는 귀찮아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은 마두석은 흥분해서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이번에 회장직을 맡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예천우 같은 배후도 생겼으니, 마두석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임완유는 통화 내용을 듣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네가 산 회사에 회장이 없어서 그래?”“아니, 지금 생겼어.”예천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하지만 마두석의 실력이 어떤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만약 사람이 모자라면 내가 가 봐도 돼.”임완유가 얘기했다.임연그룹과 천상그룹을 관리해 본 경력이 있었던 임완유는 자신만만했다.그리고 예천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전에는 예천우와 본인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완유는 본인을 더욱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
예천우가 잠시 말이 없자 한지연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물론 그녀 입장에선 아들을 위해 이신향이 조신우 같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천우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그녀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서둘러 나섰다.“조신우 씨, 농담이죠? 여긴 그냥 평범한 식당인데 그런 최고급 술이 있을 리가 있나요.”하지만 조신우는 턱을 치켜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럼 딴 데 가시죠. 이딴 데선 도저히 못 먹겠네요.”그 말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풋, 네가 나한테 밥 한번 사보겠다고? 한참 멀었어. 이 정도 식당에서 몇십만 원 쓰는 것만으로도 네 눈은 휘둥그레지겠지.’조신우는 속으로 그렇게 예천우를 조롱하고 있었다.그런데 예천우는 그를 슬쩍 쳐다볼 뿐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애초에 난 널 초대한 적도 없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그 말에 조신우의 얼굴빛이 확 어두워졌고 이제동은 깜짝 놀라 급히 끼어들었다.“천우야, 너 지금 무슨 말버릇이니. 조신우 씨가 어떤 분인데? 이런 분께 음식 대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너에겐 큰 영광이야.”예천우는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고 그러자 이신향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아빠, 그런 말은 너무하시잖아요. 오늘은 천우 씨가 초대한 자리예요. 뭐가 나와도 그걸로 먹는 거죠. 손님이 무슨 메뉴까지 고르고 술까지 따져요?”그러고는 예천우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천우 씨, 제가 가서 식당에 무슨 술 있는지 보고 올게요. 적당한 거 가져다드리면 되죠.”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막았다.“괜찮아요. 제가 준비해 왔어요. 굳이 여기 술 안 써도 됩니다.”사실 그가 가져온 술은 모두 공간 반지 안에 들어 있었기에 언제든 꺼낼 수 있었지만 굳이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아 자연스럽게 옆 가방에서 꺼내는 척을 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방금까지 분명 손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술병이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누구
“흥, 그건 당연하지.”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쟤는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무릎 꿇게 될걸요?”“그럼요. 조신우 씨,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죠.”이제동은 말하면서도 속으론 걱정이 가득했다.이신향이 갑자기 남자 친구를 데려왔다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예천우가 무턱대고 나서서 조신우를 자극할까 봐 더 불안했다.특히나 예천우라는 사람은 뭘 좀 안다고 착각하는 무모함까지 있으니 더 위험했다.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먼저 안으로 향했다.그런 모습에 이제동과 한지연은 눈살을 찌푸렸고 이신향은 난감한 마음에 얼른 뒤따랐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예천우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괜히 그가 모욕당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조신우도 마지못해 따라 들어왔고 일행은 함께 식당 안으로 향했다.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전통적이고 소박한 농가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오히려 대도시 고위층들이 선호하는 콘셉트 중 하나였다.하지만 조신우는 들어서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투덜댔다. “뭐야, 이런 촌스러운 데를? 딱 봐도 저질이네. 대도시에서 인당 2만 원도 안 되는 데면 분명 어디서 쿠폰이라도 긁어온 거겠지.”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히려 잘 됐네. 이따가 제대로 면박 줄 수 있겠다.”사실 오늘 조신우는 아버지에게서 활동 자금으로 4억 원을 통 크게 받아온 상태였다.그 돈으로 오늘 제대로 부자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이번 자리는 급하게 잡긴 했지만 예천우에겐 아무런 어려움도 아니었다.왜냐하면 이 동강루의 최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바로 천상 그룹이었고 결국 이 식당도 그의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러니 예약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사실 식당 대표는 그에게 가장 최고급 방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예천우는 일부러 거절했다.너무 티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안내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