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군이 전혀 상처를 입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자 정우환은 거의 무너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라 절대로 이렇게 수치스러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이 장면을 보며 정우찬의 얼굴이 조금 변했다.‘큰일이야. 이런 상황에서 우환은 절대 자존심을 꺾지 않을 거야. 아마 저걸 쓰려고 할 텐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그 말이 끝나자 정우환은 눈이 붉어지며 중얼거렸다.“이 자식이, 난 절대 너한테 지지 않을 거야.”그 말과 함께 그는 오른손으로 약을 꺼내 들더니 바로 입에 넣어 삼켰다.그러자 정우찬의 얼굴이 급변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는 정우환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그는 이를 막으려 했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 이 방법 외에는 더 나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주위 사람들이 잠시 멈칫했다. 지금 이런 시점에서 치유제를 먹어도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다음 순간 정우환은 마치 마교에서나 쓰는 해체 대법을 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몸속에서 폭발적인 힘이 치솟는 것을 느꼈고 그와 함께 그의 기세도 미친 듯이 상승했다.방금 먹은 약물은 그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었다.이것은 마교의 특별한 기법으로 몸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두 배의 힘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단 15분 동안만 효과가 지속되며 그 후에는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다.이 방법을 사용한 후 그는 적어도 3개월 동안 기운을 잃고 무엇보다도 기초가 망가져 앞으로는 더 이상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정우환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언젠가는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이 기술을 쓰면 그 꿈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단지 한 번의 승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전해진 바에 의하면 육지신선의 경지에 도달하면 그 실력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수명도 백 년이나 늘어난다고 한다.그런데 양박군은 정우환이 이 모든 걸
“너는 이제 아마 전혀 막을 수 없겠지.”“네가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어. 됐어. 나는 이제 기다릴 수가 없어.”양박군은 흥분하며 말했다. 마치 눈앞의 상대가 절세 미녀인 것처럼 옷을 벗기고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다.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 상황을 보면 가끔 그들은 양박군이 자살하려는 거 아닌가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들은 양박군이 그 무시무시한 주먹으로 자신들을 몇 번이나 사실을 깨닫게 했다.그들은 그때 비로소 깨달았고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그런데 이 말이 정우환을 완전히 격분하게 했다.정우환의 기세는 마침내 두려움을 넘어서 무시무시한 지경에 도달했다. 그의 두 눈은 불처럼 붉게 변했으며 양박군을 향해 냉정하게 노려보며 분노했다.“이 자식, 죽어!”그 말과 함께 정우환은 전력으로 양박군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기세는 미친 듯이 폭발하며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다가왔다.“좋아. 그럼 받아 보자!”양박군은 그대로 맞서며 뛰어들었고 정우환의 전력 증가를 보며 그는 더욱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자신도 다시 한번 힘을 키워 더 강력해진 상태로 맞섰다.이 장면을 보며 절천의 얼굴은 굳어졌다.‘이 자식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군. 지금의 양박군이라면 내가 나가도 질 것 같아.’그는 원래 정우환이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약 자신이 나서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실력이 정우환보다 한 단계 위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들의 실력은 너무나도 엄청나서 모두가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절정종의 정우찬이 이곳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이다.정우환은 더 이상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는 수많은 강력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가 한 번에 모든 것을 끝내려고 했고 양박군에게 자신의 실수를 절실히 느끼게 하려고 했다.그의 공격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양박군은 몇
정우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다시 한번 미친 듯이 치솟았다. 그는 마치 미쳐버린 듯했고 눈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양박군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는 이제 상대가 강력한 기술을 쓰려고 한다는 걸 직감했다.이번 기술이 끝나면 상대는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양박군은 즉시 전신의 기운을 모았다. 강력한 진기가 두 손에 집중되며 최상의 상태로 준비가 완료됐다.모두가 이 장면을 긴장된 채 지켜봤다. 이 기술 한 방으로 두 사람의 승패가 결정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잠시 후, 두 강력한 힘이 격렬하게 충돌했다.마치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듯한 폭발이 울려 퍼졌고 그들의 주위는 강력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공간이 찢어졌고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그 안에 있는 두 사람은 완전히 보이지 않았고 상황을 알 수 없었다.정우환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하며 몇십 미터 뒤로 밀려났고 다시 시합장의 가장자리에 떨어졌다.그는 거의 기력을 잃고 반쯤 무릎을 꿇은 채 있었다. 그의 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갔다.이제 그는 더 이상 싸울 수 없었고 심지어 평범한 사람이라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약해졌다.하지만 다행히도 양박군은 죽지 않았다.조금 전 그는 가장 강력한 힘을 쏟아부었고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모두가 그 안의 상황을 알고 싶어 했지만 혼란스러운 기운 속에서는 예천우와 정우찬 외에는 아무도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정우찬조차도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우환이 가장 강력한 한 방을 날렸고 양박군은 필사적으로 그 힘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결국 양박군은 그 힘을 온전히 막지 못했고 그의 몸은 계속 뒤로 밀려나며 분명히 크게 다쳤다.“이제 드디어 승리한 거군.”그러나 예천우는 더욱 명확하게 보았다. 양박군은 확실히 저 강력한 공격을 막기 힘들었지만 그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후퇴하며 그 공포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우환의 얼굴이 더없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도 결국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와 좌절이 밀려왔다.심지어 상처 하나 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니!“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그는 갑자기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우환아!”정우찬은 깜짝 놀라며 급히 그를 살폈다.다행히도 그저 후유증이 폭발하며 몸이 매우 약해졌을 뿐이었다. 급히 약을 몇 알 먹인 뒤 절정종의 고수들이 그를 데리고 가서 치료했다.정우환이 무사히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양박군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정우찬, 정우환은 내가 이렇게 망가뜨렸어. 사람도 폐인이 됐고 이제 너도 복수하려고 온 거야? 그럼 나를 폐인으로 만들어봐?”“...”사람들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양박군은 정말 정우찬을 미치게 만들려고 했던 거였다. 너무나도 거만한 행동이었다.그들은 양박군이 정우찬을 일부러 모욕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 그는 단지 전투를 원했을 뿐이었다.사람들은 정우찬을 지켜보며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했다.만약 거절한다면 또 한 번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 양박군에게 두려워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화간종의 사람들은 정우찬이 이 요청을 받아들이길 바랐다. 여 전주가 정말 강한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양박군의 실력은 확실히 인정받을 만했다.심지어 해체 대법을 사용한 정우환도 양박군을 이길 수 없었다. 정우찬이 정우환보다 강하다 해도 양박군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만약 해체 대법을 다시 쓰게 되면 양박군이 비록 지더라도 그 후에는 정씨 형제 둘과 혈마가 사라져 승산이 높아질 것이다.정우찬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바로 이 자리에서 양박군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문제는 조금 전 정우환이 그런 상황에 부닥쳤음에도 해체 대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기술을 자신을 위해 아껴두려 했기 때문에 낭비할 수는 없었다.결국 정우찬은 고개를 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양 종주의 무공은 정말 출중하네. 확실히 훌륭한 상대야. 하지만 오늘은 성
“예, 주인님!”예천우의 말을 들은 양박군은 반박 한마디 없이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며 바로 뒤로 물러갔다.이 장면은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조금 전까지 거만하고 거의 무적 같았던 양박군이 여 전주를 앞에 두고 이렇게 존경을 표하며 주인이라 부른 것이다.특히 그가 그렇게 기꺼이 따르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더 큰 인상을 남겼다.이 모습을 보며 정우찬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여전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런 비정상적인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마 여 전주가 진짜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은 아니겠지?’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다.그런 나이로 그런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고대에도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었다.하지만 양박군은 달랐다. 그는 단순히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강하고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에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로 여 전주가 양박군보다 못하다고 확신했다.그때 당만수는 예천우가 양박군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양박군이 지금 이 정도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예천우 덕분이지.’당만수는 방금 양박군이 펼친 전투를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는 양박군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세계관이 흔들린 느낌을 받았다.‘재능이 이렇게 뛰어난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혈마를 쉽게 압도했을 뿐 아니라 내 눈에 절대 무적이라 여겼던 정우환까지도 간단히 상대했네. 심지어 정우환이 해체 대법을 쓰고 기력 폭주 후에도 여전히 무사히 견뎌냈다니. 이건 사람이 아니라 신이야.’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에게는 더 충격적인 진실이 있었다.‘이런 양박군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사 고수도 아니었어. 내가 양박군을 쉽게 압도할 수 있었던 존재였다고.’당만수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이 양박군의 힘에 충격을 받는 것을 알았지만 실제로 그가 아직도 전무후무한 수준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양박군은 이제 막 싸움
“그러면 시작하자!”정우찬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지경까지 왔으니 더 이상 걱정할 것도 없었다. 어쩌면 상대는 그냥 겁주는 것일 수도 있고 게다가 자신은 진법의 힘을 쥐고 있다. ‘누구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지듯 이동했고 마치 유령처럼 중간 지점에 나타났다.예천우도 몸을 살짝 움직이며 거의 순간적으로 정우찬의 맞은편에 섰다.하지만 두 사람의 기세는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고 강함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특히 예천우는 기세를 완전히 가라앉힌 채 마치 고요한 호수처럼 초강력한 절세 고수가 아닌 듯 보였다.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정우찬은 더 이상 방심할 수 없었다. 그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고 차갑게 말했다.“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여 전주, 준비되었나?”“덤벼봐.”예천우는 여유롭게 대답했다.정우찬은 그가 자신을 이렇게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화가 나서 발끝을 땅에 찍어 밟으며 몸을 날리듯 앞으로 돌진했다. 그의 몸을 움직이자 엄청난 기세가 밀려 나왔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압도적인 기운이 퍼져 나가며 주변 공기를 압박했다.‘드디어 시작되었어!’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눈을 떼지 않았고 예천우가 진정으로 종사 후급인지 아니면 다른 강자인지 곧 밝혀질 것임을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지금까지 예천우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저 태산처럼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저렇게 자신감 넘치게 보인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비록 정우찬이 지금 내지른 한 손의 공격이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종사 후급의 수준에서는 결코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그런데도 예천우는 그 공격을 교묘하게 받아쳤다.정우찬은 사실 여러 가지 기술을 바꾸려 했지만 예천우는 그 어떤 변화에도 능숙하게 대응하고 있었다.그것만 봐도 예천우는 정말 대단한 상대라는 것을 느낄 수
비록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사람들은 예천우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화간종의 원현주 등은 예천우의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랐고 또 은근히 부끄러움을 느꼈다.처음에 그들은 예천우를 계속 무시했고 심지어 예천우가 젊고 무지하다고 여러 번 느꼈다.비록 정우찬과의 싸움을 앞두고 상황이 좀 변했지만 그들은 내심으로는 여전히 찜찜했다.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더욱 예천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지금 예천우의 우아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원현주와 원성희 자매의 두 눈에는 애틋한 감정이 묻어났다.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절세의 강자는 정말 보기만 해도 안심되고 사랑스러웠다.다만 아쉬운 건 생김새가 좀 부족해 보였다.그렇지 않으면 정말 모든 여자가 예천우에게 반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 원씨 자매들도 그중 두 명일 것이다.임우빈은 눈이 더욱 휘둥그레졌고 그는 마침내 왜 전주가 자기보고 손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전주님의 실력은 이 정도로 무서웠네.’뒤에 있던 수라전의 두 천왕은 더욱 멍한 표정이었다. 전주님이 이렇게 강한 실력일 줄은 그들도 미처 몰랐고 심지어 그들은 전주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몰랐다.임우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다만 예천우가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고 눈앞의 사람이 바로 수라전의 전주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예천우의 무서운 실력 때문에 깜짝 놀랐으나 정우찬은 별로 크게 놀라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모든 걸 예상하였던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가장 중요한 건, 정우찬은 최종 승자는 여전히 자신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여 전주, 자네 실력은 확실히 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해. 하지만 오늘 이곳의 승자는 여전히 나뿐이지.”정우찬은 사실 정우환보다 더욱 신중한 사람이었다. 그는 워낙 예천우가 무서운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정말 그의 생각이 전
“이렇게 되면 여 전주님이 위험해질 거야!”이 말이 떨어지자 주변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그렇게 된 거였어?’‘왜 정우찬은 이렇게 강력한 거지?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너무 강해. 정말 너무 강해.”그때 독박쥐가 흥분하며 말했다.“종주님의 실력은 아까 전성기였던 양박군보다 더 강해 보이는데... 종주님은 역시 종주님이야!”귀왕종과 수라전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면서도 엄청나게 흥분했다.‘설령 수라전의 여 전주가 실력을 숨겼다고 해도 그들 절세의 종주를 만나면 결국 죽음밖에 남지 않겠지.’이때 대사자는 급하게 소리쳤다.“여 전주님, 정우찬이 속임수를 쓰고 있어요. 마도 대진을 써서 자신의 힘을 증폭시키고 있어요. 싸우지 마세요!”이 말이 나오자 귀왕종과 수라전의 사람들은 비로소 정우찬의 힘이 왜 이렇게 갑자기 강해졌는지 알게 되었다.“상관없어요! 그게 더 재미있는 거죠. 아니면 너무 재미없잖아요.”예천우는 여유롭게 말했다.사실 예천우는 이미 처음에 정우찬이 마도 대진을 운용하기 시작했을 때 그 변화의 징후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었다.하지만 그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것쯤은 신경 쓰지 않았다.오히려 새로운 것을 관찰하며 그게 자신한테 무슨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의 말투는 매우 여유로워 보였지만 모두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역시 양박군의 주인답네. 말하는 방식이 양박군과 똑같아. 아니, 아마 양박군도 그 주인에게 배운 걸 거야.’선우서림은 대사자의 말을 듣고 정우찬의 반응을 보며 깜짝 놀랐다.그녀는 여 전주님이 바로 예천우임을 알았지만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심지어 예천우에게 위험이 닥치면 목숨을 내걸고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사실 그녀는 예천우가 이미 육지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몰랐다.그렇다면 그녀는 눈빛을 반짝이며 예천우의 활약을 기대했을 것이다.대사자는 예천우의 대답에 당황했다. 여 전주는 이 증폭 효과를 몰랐을 거라고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
예천우가 잠시 말이 없자 한지연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물론 그녀 입장에선 아들을 위해 이신향이 조신우 같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천우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그녀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서둘러 나섰다.“조신우 씨, 농담이죠? 여긴 그냥 평범한 식당인데 그런 최고급 술이 있을 리가 있나요.”하지만 조신우는 턱을 치켜들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럼 딴 데 가시죠. 이딴 데선 도저히 못 먹겠네요.”그 말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풋, 네가 나한테 밥 한번 사보겠다고? 한참 멀었어. 이 정도 식당에서 몇십만 원 쓰는 것만으로도 네 눈은 휘둥그레지겠지.’조신우는 속으로 그렇게 예천우를 조롱하고 있었다.그런데 예천우는 그를 슬쩍 쳐다볼 뿐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애초에 난 널 초대한 적도 없어.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그 말에 조신우의 얼굴빛이 확 어두워졌고 이제동은 깜짝 놀라 급히 끼어들었다.“천우야, 너 지금 무슨 말버릇이니. 조신우 씨가 어떤 분인데? 이런 분께 음식 대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너에겐 큰 영광이야.”예천우는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고 그러자 이신향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아빠, 그런 말은 너무하시잖아요. 오늘은 천우 씨가 초대한 자리예요. 뭐가 나와도 그걸로 먹는 거죠. 손님이 무슨 메뉴까지 고르고 술까지 따져요?”그러고는 예천우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천우 씨, 제가 가서 식당에 무슨 술 있는지 보고 올게요. 적당한 거 가져다드리면 되죠.”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막았다.“괜찮아요. 제가 준비해 왔어요. 굳이 여기 술 안 써도 됩니다.”사실 그가 가져온 술은 모두 공간 반지 안에 들어 있었기에 언제든 꺼낼 수 있었지만 굳이 이목을 끌고 싶진 않아 자연스럽게 옆 가방에서 꺼내는 척을 했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방금까지 분명 손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느새 술병이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누구
“흥, 그건 당연하지.”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쟤는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알아서 무릎 꿇게 될걸요?”“그럼요. 조신우 씨,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죠.”이제동은 말하면서도 속으론 걱정이 가득했다.이신향이 갑자기 남자 친구를 데려왔다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예천우가 무턱대고 나서서 조신우를 자극할까 봐 더 불안했다.특히나 예천우라는 사람은 뭘 좀 안다고 착각하는 무모함까지 있으니 더 위험했다.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먼저 안으로 향했다.그런 모습에 이제동과 한지연은 눈살을 찌푸렸고 이신향은 난감한 마음에 얼른 뒤따랐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예천우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괜히 그가 모욕당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조신우도 마지못해 따라 들어왔고 일행은 함께 식당 안으로 향했다.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전통적이고 소박한 농가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오히려 대도시 고위층들이 선호하는 콘셉트 중 하나였다.하지만 조신우는 들어서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투덜댔다. “뭐야, 이런 촌스러운 데를? 딱 봐도 저질이네. 대도시에서 인당 2만 원도 안 되는 데면 분명 어디서 쿠폰이라도 긁어온 거겠지.”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히려 잘 됐네. 이따가 제대로 면박 줄 수 있겠다.”사실 오늘 조신우는 아버지에게서 활동 자금으로 4억 원을 통 크게 받아온 상태였다.그 돈으로 오늘 제대로 부자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이번 자리는 급하게 잡긴 했지만 예천우에겐 아무런 어려움도 아니었다.왜냐하면 이 동강루의 최대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바로 천상 그룹이었고 결국 이 식당도 그의 사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러니 예약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사실 식당 대표는 그에게 가장 최고급 방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예천우는 일부러 거절했다.너무 티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안내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