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영이 예천우한테 고맙다고 말하려는 사이에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받자마자 그녀의 얼굴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한가득이었다.“예천우 교수님,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현금이 100만 원뿐이여서 진료비로 치고 받으세요.”“그리고 이건 제 명함입니다. 나중에 혹시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제가 힘닿는 데까지 꼭 도와드리겠습니다.”그녀는 말하는 사이에 명함과 현금을 꺼내 예천우한테 건넸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제가 다른 사정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예천우는 마다하지 않고 그녀가 건넨 돈을 바로 받았다. 보니까 있는 집 사모님인 거 같으니 돈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100만 원 따위는 푼돈처럼 여기는 것만 같았다.그에 비해 자기 딸의 목숨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고 무엇보다 중요했다.김준은 예천우 손에 있는 돈을 보고 너무 셈났다. 하마터면 자기 손에 들어와야 하는 돈인데 너무 분했다.김준은 너무 부러운지 뭔가 트집을 찾고 싶어서 말했다. “예천우, 여긴 병원이야. 받은 진료비는 의사 개인한테 주는 게 아니야. 그 100만 원 얼른 나한테 넘겨. 내가 대신 병원에 낼게.”그의 말에 옆에 있던 이영 등 간호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김준을 바라보았다.정말 사람이 염치없이 행동해도 한두 번이지 김준처럼 이렇게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은 처음이다.그의 말에 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 “김 의사, 방금 당신 마음대로 진료비 명세서 작성했던데 지금은 또 나한테서 돈을 빼앗으려는 건가?”“흥. 내가 어디 마음대로 진료비 명세서 작성했다고 하는 건데? 그건 실수라고 실수. 그야말로 당신은 의사 자격증도 없으면서 여기서 불법으로 의사 행세하는 거 아닌가? 그 돈 나한데 주지 않으면 당장 당신 신고해버릴 거야!”“그때 되면 벌금은 둘째치고 당신 평생 의사 행세 못할 거야.” 김준은 흠집 하나 잡은 듯 잘난척하며 말했다.예천우는 그의 말에 너무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정말 낯가죽 두꺼운 사람은 봤지만 이처
윤이가 혼자 있었던 게 아니라 같이 있었던 3명의 아이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이 간 병원에서는 아무 방법 없이 목숨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네, 맞습니다.”김준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가 아이 증상을 보고 바로 치료에 나서 질병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치료 다 끝나고 집에 가서 편히 쉬면 됩니다.”“정말 잘했습니다.” 서 시장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주혜영의 딸과 같이 있었던 아이들도 모두 있는 집 자식이라 이번에 다 완치하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정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그중 채영만의 손자 채량이도 있었다. 지금 채영만은 물론 퇴직했지만 전에는 의원으로 고위직에 오래 있었다.하지만 하 원장님은 속으로 의심했다. 왜냐면 김준은 전에 별다른 실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촌 형인 김 소장님이 있었어도 타고난 실력이 있었으면 지금까지 부교수로 있을 리가 없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 방법을 찾아내 정확하게 치료했다는 거에 대해 아직도 의심스럽다는 생각이었다.“정말 김선생이 치료한 건가?” 하 원장님은 김준을 너무 잘 알기에 아직도 의심한 눈치였다.“당연하죠.”김준은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저한테는 쉬운 일입니다.”“잘했어. 우리 의료 업계에 당신처럼 이런 실력을 갖춘 의사가 있어야지.” 김 소장은 끊임없이 칭찬해 줬다. “아직 부교수 아니야? 이번 일 잘 했으니 당분간 정교수로 되겠구먼.”“그러게. 이번에 정말 큰일 해냈어!” 하 원장님도 그를 아낌없이 칭찬해 줬다.“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요.”김준은 그들의 말에 힘을 입어 더 흥분해했다. 그리고 곁눈으로 옆에 있는 예천우한테 조용하게 있으라고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아니면 불법으로 의사 행세했다는 걸 폭로하면 큰 문제가 될게 분명하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진가인은 너무 화가 났지만 예천우도 아무 말 없으니 그녀도 조용히 있었다. 예천우가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래요. 잘했어요. 이따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 3
“천우 오빠......”진가인은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더는 참지 못해 뭐라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흔들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좀 더 지켜보자.”예천우는 자기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김준 저 바보 같은 자식이 사람 구하려고 나설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우의 말에 진가인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들이 말하던 사이에 밖에서 어느덧 몇몇 사람이 들어왔다. 맨 앞에 있는 간호사는 어린 남자아이를 안고 있었고 옆에는 포스가 남다른 어르신과 중년 여성이 있었다.“채 의원님......”서 시장님 등 일행은 급히 다가가 인사했다.“그래, 어느 분이 김 선생님인가? 얼른 우리 손자 한번 봐주게나.” 채영만은 너무 걱정돼 급히 말했다.옆에 있는 중년 여성은 아이 엄마이었고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접니다.”이대 김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계속 나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번 기회를 잘 잡아서 승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방금 서 시장님도 공손하게 인사하는 거보니 채 의원님 손자 완치하게 하면 승진이고 뭐고 다 잘 될 것만 같았다.“자네가 주 회장 딸 치료해 줬는가?”“네, 맞습니다.”“그럼 잘 부탁하네. 우리 손자 꼭 완치하게 해주면 꼭 섭섭지 않게 해줄 테니까 부탁하네.”“채 의원님, 별말씀을요.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도련님 꼭 문제없을 겁니다.”김준은 방금 예천우의 당당한 모습을 따라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자 어린아이는 병실에 옮겨 침대에 누워있었다. 김준은 침을 준비하고 머릿속에는 방금 전 예우천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침을 어느 곳에 놓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혹시나 문제 생길 가봐 하나하나 조심스레 어린아이의 몸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이때 어린아이의 몸에서 갑자기 열이 나 은침을 받고 나서 자극되었는지 온몸이 떨기 시작했다. 게다가 얼굴에는 흉악스러운 표정까지 나타났다.중요한 건 증상이 더 심각해진 거 같았다.이때 채
하 원장은 김준 때문에 너무 화가 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더는 이렇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이영이 지목한 예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김준 선생이랑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정말 방법 있으시면 꼭 부탁드릴게요. 치료 부탁드립니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네네네, 선생님, 우리 아들 꼭 구해주세요. 어떤 요구든 소원이든 다 들어줄 테니 꼭 구해주세요.”여자분도 급한 나머지 예우천을 향해 말했다.“내가 채영만인데, 이래 봬도 인맥이 좀 있어요. 선생님이 우리 손자 구해주기만 하면 꼭 보답할 테니 부탁합니다.” 채영만도 너무 급한 나머지 입을 열었다.하나밖에 없는 손자고 평소에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 모른다. 퇴직하고 손자랑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정말 금산 은산을 줘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예천우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은 없었다. 방금 전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의 말에 다를 옆으로 물러섰고 예천우는 앞으로 다가갔다. 손짓 한번에 방금 김준이 놓은 은침이 날아가 다시 그의 손을 걸쳐 아이 몸에 놓였다. 신기한 건 방금 전이랑 같은 자리에 침을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신기한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안정을 찾았고 안색도 많이 좋아졌다. 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이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중 김준이 제일 불만이 많았고 분해 보였다.“너무 의아해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곁눈으로 본 거라 위치는 맞는데 힘 조절이나 깊고 얕은 거에 대해서는 다 억망입니다.” 예천우는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자기가 침 놓을 때 기운을 더불어서 놓는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의 말에 사람들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전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가 더 빨리 깨어나 눈을 떴다. 그래도 크게 고생한 탓에 얼굴은 아직 창백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이렇게 쉽게 치료되다니? 정말 믿기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난 뒤 채영만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호건아, 자네 저분이랑 아는 사이인가?”“그럼요. 교수님이 저희 엄마 치료해 주신 분입니다. 손자 분이 아프다는 걸 듣고 예우천 교수님께 제일 먼저 전화드렸더니 제일병원에 있다고 하시더라고요.”“그랬구나, 저분이 네가 전화한 그분이구나.”사실 채영만도 전에 황호건 엄마의 소문을 듣고 그렇게 믿지 않았고 애초부터 무슨 신의가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근데 정말 이 세상에 신의가 있다니 오늘 자기 눈으로 보지 않고서야 믿기 힘들었다. 오늘 예천우가 있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이때 옆에 힘 없이 주저앉은 김준을 보게 되었다.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변했고 그의 모습을 보고 채영만은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자식 때문에 자기 손자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예천우의 치료가 끝나자 두 아이는 정신이 바로 들어 언제 아팠냐는 듯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활동적이니 바로 뛰어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에 가족들은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예천우한테 계속 고맙다고 말했고 거액의 진료비를 주려고 했다. 예천우는 그 누구의 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은혜를 마음속에 꼭 간직할 것이다.채영만은 다른 두 아이의 모습을 보고 또 자기 손자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워했다. 자기 손자는 아직 얼굴이 창백해 엄마 품에 안겨 있었고 다른 두 아이는 지금 뛰어놀고 있었다. “저기 예천우 선생님, 내가 다른 의미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손자가 더 먼저 치료받았는데 어쩜 상태가 뒤에 치료한 아이보다 더 못한 건가?”아이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조금이 아니라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였다.예천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 쉬었다. “채 의원님,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크게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손자 분은 방금 전 치료 잘 못 받아서 기운이 빠진 상황이라 집에 가서 약 3개월 동안 쉬고 몸조리하면 완치될 겁니다.”뭐라고? 3개월이나 더 쉬어야 한다고? 이게
“뭐든 다?”“그 불쌍한 환자들은 뭘로 보상할 건데?”“그 사람들은 치료받으려고 여기저기 돈 빌리고 심지어 집이랑 땅까지 팔고 남은 돈으로 왔는데. 당신은 어떻게 했는데? 마음대로 진단서 작성하고 그 사람들의 피 같은 돈을 뺏은 거잖아!”“당신은 강도보다 백배 천배 더 추악스러워!”예천우는 말하면 할수록 화가 났고 진가인이 전에 당했던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의 말에 김준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끝장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감옥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이게 무슨 말인가?” 하 원장님이 바로 물었다.그러자 예천우는 전에 본 진단서를 꺼내 원장님께 건네고 사실을 말했다.현장에 있는 간부들도 그의 말에 너무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천해 시에서 이처럼 악마 같은 존재가 있다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이에 비해 방금 전 일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였다.황호건의 표정도 굳었고 이번 일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가 시장 직을 맡는 동안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누가 연루되었던 상관없이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하 원장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말했고 예천우한테 계속 사과했다.서로 얘기 나눈 뒤 김준은 조사받으러 잡혀 들어갔다.“천우 오빠, 정말 너무 멋있으세요. ” 진가인은 너무 좋아해했다. 오늘 엄마의 병도 치료되었고 그 악마 같은 김 의사도 잡혔으니 너무 좋았다.“내가 멋있는 게 아니라 네가 용감한 거지. 그리고 이 100만 원 너 가져.”“아니, 안돼요. 이건 주 회장님이 오빠한테 드린 진료비잖아요. 제가 이걸 어떻게 받아요.”“나 이 돈 필요 없어. 아니면 그냥 빌린 거라고 생각해. 너희 어머니도 몸조리해야 하니까 돈 쓸일 많을거야.”“그럼 염치없지만 받을게요. 천우 오빠, 너무 고마워요. 제가 돈 생기면 바로 갚을게요.”“그래, 내가 데려다줄게.”“아니요, 괜찮아요.”“운전해서 왔으니까 괜찮아. 가자
진가인의 집에서 나온 뒤 예천우의 마음도 싱숭생숭했다. 두 사람이랑 분명히 뭔가 관계있을 것 같았고 자기 출생 비밀이랑도 연관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여덟 살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아무 기억이 없었다.진가인 집에서 나와 차에 타 별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오래된 동네라 길이 좁고 일방통행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에 어느 한 남자가 차 앞에 서 있었다.“내려!”남자는 차를 똑똑 두드리며 내리라는 제스처를 했다. 예천우는 차 문을 열고 내려와 그를 향해 걸어갔고 동시에 상대방을 스캔했다.몸짓도 좋아 보였고 키도 컸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깔끔해 보였고 눈빛은 강했고 마치 어느 산짐승 같았다. 상남자다워 보였고 포스가 강했다.예천우의 눈에 잠깐 놀라운 눈빛이 스쳤고 이 젊은 남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당신이 예천우인가?”“그래, 맞아.”“듣기로는 어디 싸움 잘하고 실력 좀 있다며?”“어느 정도는 해.”“그건 나를 만나지 않았으니 그런 거지 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이라도 소용없어. 오늘 당신 다리 여기서 부숴버릴 테니까. 날 원망하지 마, 그건 당신이 유걸 도련님을 건들지 말았어야 했어.”“당신이 유걸 부하인가?” 예천우는 그의 말에 놀라워했다.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젊은 남자를 보니 유걸처럼 쓰레기 같은 인간의 부하라니 믿기 힘들었다.“아니!”“그럼 왜 그 사람을 돕는 건데?”“그건 나를 이기고 물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예천우 앞에 다가와 주먹을 날렸다. 30%의 힘만 썼다. 아니면 상대방 얼굴을 작살냈을 것이다.하지만 예천우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주먹을 피했고 바로 오른손을 올려 팔꿈치로 상대방의 가슴 쪽을 쳤다. 정말 실력 있는 고수인 게 틀림없다.젊은 남자도 놀랍다는 표정이었고 다시 몸을 돌려 예천우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바로 또 주먹을 날렸다.두 사람 서로 치고박고 몇 차례 걸쳐 젊은 남자는 다시 공격을 날렸다. 그의 주
예천우의 태극권이 신기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니 젊은 남자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강한 공격으로 그를 이기려 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서워하지 않았다. 두 손을 가겹게 흔들더니 다시 쉽게 그의 공격을 받아치고 또다시 그를 제자리로 보냈다.이제야 젊은 남자는 자기가 예천우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당신 정말 강하고 실력 있군. 내가 졌어.” 남자는 말했다.“당신 이름이 뭔가?”“양호준!”“이름 좋네. 당신이랑 잘 어울려. 지금 내가 이겼으니 왜 유걸을 도와주는 건지 말할 수 있을까?” 예천우는 물었다.양호준은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 “내 여동생이 많이 아파서 수술비 5,000만 원이 필요하거든. 유걸이 당신 다리를 부숴버릴 수 있다면 수술비 준다고 했어.”“그렇군. 근데 지금 실패했으니 어떡할 거야?”“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지 뭐.”“그래? 그럼 나를 도울 생각 없어?” 예천우는 양대복이 모르게 하고 있는 일을 보고 속으로 자기 사람을 키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특히 양호준의 실력을 보니 타고난 것도 있고 자기가 우연히 얻은 청룡법을 수련하면 종사는 식은 죽 먹기일 것 같았다. 청룡법을 수련한 타고난 종사급 고수는 절대적인 존재다.스승님의 말씀처럼 자기의 출생비밀 뒤에 더 큰 세력이 있을 수 있으니 실력 있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하지만 양호준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유걸 도련님도 같은 제안을 했는데 거절했어.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을 도울 생각이 없어.”“근데 나한테 덤볐잖아.”양호준의 표정이 굳었다. 사실 전에 그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아픈 여동생을 보니 어쩔 수 없이 유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사실 당신 이해해. 다 여동생 때문이잖아. 당신 여동생의 병은 나한테 맡기고 내가 꼭 완치할 수 있게 치료해 줄게. 당신은 아무 걱정 없이 나를 도와 일 처리 해주면 돼.”“무작정 거절하지 마. 적성에 맞는지 해보고 다시 결정해. 만약에 안 맞으면 그때 다시 떠난다고 해도 더는 잡지 않
김희자의 눈에는 진나비가 예천우의 여자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나비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설령 애인이 아니더라도 관계는 분명 깊을 것이며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자신의 복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흑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사모님이 상황을 완전히 오해하셨네. 방금도 말했는데 난 이 사람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말이야. 지금 나보고 저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라고? 그런데 목숨만 살려두라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흑호가 전혀 미동도 없자 김희자가 흑호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흑호, 왜 가만히 서 있어? 네가 이 어린놈 하나 제대로 상대하지 못할 만큼 겁쟁이가 된 거야?”흑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이건 무서운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강한 거라고!’“좋아. 넌 이제 내 명령도 무시하려 드는군. 정말 못 써먹겠어!”김희자는 흑호를 향해 노골적으로 화를 냈다. 가장 원망하는 원수가 코앞에 있는데 부하가 자기 명령을 거역하자 김희자는 자신의 체면이 깎인 것 같아서 몹시 화를 냈다.“사모님, 제가 손을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정말로...”“내가 마지막 기회를 줄게. 당장 저놈을 쓰러뜨려. 그렇지 않으면 너도 그 후과를 잘 알겠지.”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하는 김희자의 말에 흑호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었다.‘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냥 저 자식의 실력이 생각보다 약했으면 좋겠어. 그럴 수도 있겠지.’그는 희미한 기대를 품고 예천우를 향해 몸을 날렸다.하지만 예천우는 더 이상 기다릴 마음이 없었고 흑호가 움직이기도 전에 예천우의 발길질이 먼저 날아들었다.김희자를 보호하던 흑호도 사실 수련자였기에 즉시 내공을 운행하며 예천우한테 맞섰다.쾅!예천우의 한 번의 발차기는 흑호의 방어를 순식간에 뚫었고 흑호는 신음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비틀다가
가장 중요한 건 예천우가 부하들을 손쉽게 처리하면서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즉, 예천우의 실력은 자신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이걸 어쩌지!’흑호는 긴장하며 황급히 김희자의 앞으로 나서서 그녀를 보호하려 했고 자신도 섣불리 나서서 예천우를 자극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그 순간, 진나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조금 전까지 그녀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찬 채 하지원과 장미나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무력감과 절망 속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그때 예천우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에 진나비는 간신히 일어나 눈물을 쏟으며 외쳤다.“천우 오빠!”“흑흑, 드디어 오셨군요!”“어서요. 어서 언니랑 미나를 좀 봐줘요!”진나비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본래 강인한 사람이 아니었고 단지 의지할 곳이 없었기에 강한 척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예천우가 나타나자 억눌렸던 연약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걱정하지 마. 괜찮아질 거야.”예천우는 진나비에게 다가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며 자신의 진기를 그녀의 몸속으로 흘려보냈다. 그녀의 몸에 남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마음이었다.비록 예천우는 진나비에게 자기 여자가 되겠다는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만은 확고했다.그가 2조 원이라는 거금을 그녀를 위해 투자한 이유도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하지원과 장미나 역시 심각한 상처를 입었지만 예천우는 이미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둘은 얼굴에 멍이 들고 몇 군데 내상을 입었지만 예천우의 실력으로는 간단히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원 씨와 미나는 두세 번 정도 침을 놓으면 바로 몸이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겠지.’하지원과 장미나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녀들은 평범한 여성이
“쾅!”김희자는 날카로운 굽의 하이힐로 하지원의 몸을 세게 걷어차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네년이 뭔데 감히 진나비 저년을 대신해 막아? 너를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그렇게 소리치며 다시 한번 발길질했다.진나비가 필사적으로 저항하자 그 대가로 그녀와 함께 있던 이들은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하지원은 이 광경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진나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 위에 몸을 덮어 공격을 대신 막아냈다.흑호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김희자는 젊었을 때부터 이렇게나 무자비하고 포악했는데, 나이를 먹고 더 악랄해졌네. 같은 편이라서 다행이야.’그는 속으로 안도했지만 진나비 일행이 김희자를 건드린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말을 초래할지 깨닫고 있었다.‘차라리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하필 백씨 가문을 건드리다니. 이 여자들도 정말 끝장이겠군.’김희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아들 백지훈은 어릴 적부터 그녀의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고 아들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사주고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 나무라지 않았고 대신 이렇게 말하곤 했다.“괜찮아. 네가 무슨 일을 해도 엄마가 다 해결해 줄게.”김희자는 지금까지 아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든 그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에 항상 자신만만했다.그녀는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아직 지훈이는 어리니까 지금은 그냥 아낌없이 사랑해 주면 돼.’무슨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건 백지훈이 크면 자연히 알게 될 거라고 여겼다.그녀는 설령 알지 못한다고 해도 어른이 된 후에 차근차근 대화하며 가르치면 늦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지금 그녀의 아들은 한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앞으로 지팡이 없으면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했기에 그 생각을 하면 김희자는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그녀는 이 모든 것이 진나비 탓이라 확신하며 분노로 치를 떨었다.김희자는 세 여성을 자기 아들 앞에 무릎 꿇게 하려고 끝없는 분노를 참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이곳에서 세 명의
식당 밖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놀란 눈빛으로 속삭였다.“저 여자는... 가수 진나비 아냐?”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자신에게 불똥이 튈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호텔 로비 매니저도 진나비의 신분을 알고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전날 밤에도 진나비가 묵던 방에 문제가 생겼던 것을 기억하며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왜 이렇게 시끄러운 일이 끊이지 않는 거야.’진나비는 김희자의 말을 듣자 화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거짓말하지 마세요. 난 당신 아들이 누군지도 몰라요.”김희자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네가 내 아들을 모른다고? 네가 아니었다면 내 아들이 다리 두 개가 부러지고 지금 혼수상태에 빠질 일이 있었겠어?”그녀는 진나비를 향해 매섭게 외쳤다.“여봐라. 당장 이 년을 끌고 가서 내 아들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만들어!”김희자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부하들은 진나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잠깐만요!”하지원이 다급히 외쳤다.‘나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예천우 씨가 엄청 화를 내실 거야.’“당신들은 이 여자가 누군지 알기나 해요? 감히 우리 나비한테 왜 이러시는 거죠?”김희자는 하지원을 비웃으며 말했다.“누군데? 그냥 연예인일 뿐이잖아. 우리 백씨 가문 안중에는 연예인의 신분은 단지 벌레일 뿐이야.”그러자 하지원은 단호하게 말했다.“나비는 용왕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고요. 용왕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용문의 용왕이에요!”잔뜩 화가 난 김희자는 비웃으며 말했다.“난 용왕이고 뭐고 관심 없어. 내 아들을 다치게 했다면 누구든 죽여버릴 거야. 그놈이 용왕이라도 마찬가지야!”하지만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흑호는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흑호는 김희자와 달리 용왕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레 말했다.“사모님, 용왕이라면...”“용왕이 뭐가 어때서? 너까지 겁먹는 거야? 용왕이라는 사람이 정말로 대단하다면 이런 사람들과 엮일 리 없잖아!”김희자는 차가운
김희자가 일행과 함께 식당에 도착했을 때 진나비 일행은 이미 그들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희자의 말을 들은 순간 세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위압감 넘치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공포를 느꼈다.하지원은 급히 말했다.“나비야, 빨리 예천우 씨한테 연락해!”“근데 바로 천우 오빠 이름을 먼저 말해볼까? 괜히 오빠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진나비는 예천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안 돼! 빨리 전화해. 저 여자를 좀 봐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이잖아. 단순히 이름만으로 안 통할 수도 있어. 게다가 만약 저 사람들이 용왕이라는 이름을 모른다면 어떻게 할 거야? 저 정도로 흉악한 사람들이라면 큰일 날 수도 있다고.”하지원은 서둘러 말했고 진나비도 그 말에 동의했다. 예천우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진나비는 곧바로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순간 예천우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듣지 못했다.왜냐하면 임완유가 아침에 어제와 같은 면 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예천우는 임완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재빨리 요리를 하고 있었다.임완유는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식당 근처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예천우가 면 요리를 완성하고 나서야 전화가 울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전화를 확인한 그는 바로 받았다.“천우 오빠, 지금 호텔 3층 식당에 있어요! 갑자기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식당을 비우고 우리만 남겨두고 있어요. 뭔가 위험할 것 같아요.”진나비는 다급히 말했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짝하고 뺨을 치는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렸다.김희자는 거칠게 진나비의 뺨을 내리치자 진나비는 순간 멍해졌고 얼굴 한쪽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그녀가 들고 있던 휴대폰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당신 뭐 하는 거예요! 왜 사람을 때려요!”장미나와 하지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들어보니 어떤 여자 연예인 때문이라고 했다.‘비록 무슨 상황인지 잘 몰라도 이 진나비라하는 년은 이제 죽었어. 아무리 인기 있는 스타라도 우리 백가의 몇십조 자산 앞에서는 먼지에 불과해.’화가 난 김희자는 이를 악물며 휴대폰을 꺼내 들고 명령을 내렸다.“흑호야, 지금 바로 조사에 들어가. 내일 아침까지 진나비가 어디에 사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네 놈들도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이어 김희자는 영상을 하나 전송하며 말했다.“그리고 이 영상을 확인해.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야 해.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나비의 위치를 알아내는 거야!”‘진나비를 찾아내야만 우리 지훈이를 해친 그 자식을 잡을 수 있겠지.’흑호는 명령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김희자가 이렇게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렇게 사람을 찾는 건 드문 일이었기에 그는 즉시 명령을 실행에 옮겼다.흑호는 동성에서 악명 높은 흑호파의 두목이었다. 흑호파가 동성 지하세력 중에서 막강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뒤에서 백씨 가문이라는 대단한 세력이 받쳐줬기 때문이었다.진나비라는 이름까지 알았기에 그녀가 사는 곳을 찾는 건 흑호파에게 있어서 식은죽 먹기였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진나비가 묵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 번호까지 알아냈다.다음 날 아침, 김희자는 흑호와 그의 부하들을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호텔로 향했다. 그녀의 표정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내 아들을 다치게 한 자들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겠다.”이때 진나비, 하지원, 장미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회사 설립을 위해 일찍 일어나 있었다.특히 하지원은 회사 설립에 대한 모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동분서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아침 7시쯤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해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며 일정을 논의했다.“나비야, 넌 밖에 잘 나다니지 말고 회사에 대한 비전 같은 걸 준비하는 데 집중해.” “알겠어.”하지만 이때, 레스토랑 문이 열리며 김희자와 흑호 일당이 들어섰다. 김희자는 화려한
“왜 그래? 맛없어?”임완유의 이상한 반응에 예천우가 살짝 당황했다. ‘설마 내 요리 실력이 이렇게 퇴보했을 리는 없는데... 울 정도로 맛이 없는 거야?’“아니야! 맛있어. 너무 맛있어서 그래.”임완유가 울먹이며 말하자 예천우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맛있으면 천천히 먹어. 그렇게 급하게 먹을 필요 없어. 난 네가 맛없어서 우는 줄 알았잖아.”그 말에 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웃기지 마. 먹다가 뿜을 뻔했잖아.”임완유가 웃자 마치 방 안에 꽃이 만개하는 듯 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예천우는 그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왜 멍하니 보고 있어?”“널 보고 있지.”“쳇. 거짓말쟁이.”임완유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다시 몇 가닥 국수를 집어 먹다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예전에도 자주 면 요리했어?”“자주까진 아니야. 다른 요리도 했지.”“다른 요리도 할 줄 알아?”“당연하지. 난 요리뿐만 아니라 레이싱, 서예, 점술도 할 줄 알아.”“진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걸 다 배웠어?”예전 같으면 임완유는 절대 그의 말을 믿지 않겠지만 지금은 아예 달랐다.“하하. 농담이야.”비록 사실이었지만 예천우는 자신이 너무 완벽해 보이면 임완유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가볍게 넘겼다.“또 날 속이는 거야? 정말 못됐어.”임완유는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었지만 면 요리를 먹으며 입가에는 달콤한 미소가 떠올랐다.식사를 마친 후 예천우는 웃으며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배도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일을 해볼까?”임완유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았지만 이번에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오늘 밤에는... 뭐든 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해줄게.” “뭐든 다 해준다고? 정말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되는 거야?”예천우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들은 아직 다른 많은 자세를 시도해 보지 못했다.“왜 알면서도 묻는 거야. 싫으면 관둬.”임완유는 그의 품을 살짝 벗어
“늦게까지 일했는데... 배고프지 않아?”예천우가 물었다. “괜찮아. 아직 별로 배고프지 않아.”하지만 임완유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안 배고프다니. 거짓말 하지 마. 자, 나랑 야식 먹으러 가자.”“너무 늦었어. 그냥 배달 음식을 시켜 먹자.”임완유는 이 근처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음식을 먹으려면 멀리 가야 하거나 차를 타야 하는데 그러면 내일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신경이 쓰였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배달 음식도 괜찮긴 하지만 자주 먹는 건 별로야. 밖에 나가기 시끄럽다면 잠시만 기다려. 내가 금방 다녀올게.”예천우는 말하면서 바로 집을 나섰다.집 근처에 작은 마트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서 면 같은 걸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빠르게 움직인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에 도착했고 예천우는 필요한 것들을 금방 골랐다.계란, 면, 조미료, 간장만 샀다. 하지만 마트 주인은 예천우의 잘생긴 외모에 눈이 반짝였고 서비스로 신선한 채소를 조금 건네줬다.임완유는 예천우가 물건을 들고 집에 돌아오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뭐야? 설마 직접 요리하겠다는 거야?”“맞아. 내 요리 실력을 한번 보여줄게.”예천우는 싱크대를 살펴봤고 낮에 가스가 연결된 걸 확인한 기억이 났다.“너 요리할 줄도 알아?”임완유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면 요리 정도는 간단하니까 별로 어려울 건 없겠지. 설령 맛이 없어도 참고 맛있게 먹어야겠네.’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예천우 지금의 신분으로 직접 면을 끓여주겠다는 것 만으로도 임완유는 몹시 행복했다.“조금만 기다려 보면 알거야.”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요리를 시작했고 그의 동작은 매끄럽고 능숙했다. 계란를 손쉽게 풀어 면발에 고르게 섞고 빠르게 준비한 재료를 넣어 조리했다.그가 만든 건 채소와 계란을 넣은 간단한 국수였다.시작부터 요리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
장미나는 얼굴 가득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앞으로는 더 이상 누구도 나비 언니를 괴롭힐 수 없어. 우리도 이제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돈도 이미 계좌로 입금되었으니 이제 모든 일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좋은 회사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하지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 비천 엔터테인먼트 어때?”“비천?”진나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하필 비천이에요?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이야?”하지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하늘로 날아오르겠다는 뜻도 있지. 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뜻도 있어.”진나비는 살짝 멍해졌지만 즉시 하지원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웃음을 지었다.“이제 알겠네요. 비는 나비 언니 이름 중의 비자네요. 천은 예천우 씨의 천에서 따온 거네요. 언니와 예천우 씨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거네요. 게다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도 담겨 있어서 의미가 두 배로 좋네요!”진나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와, 정말 멋진 이름이네! 우리 이름이 합쳐졌다는 게 너무 좋아! 이 이름으로 회사를 만드는 일은 지원 언니한테 맡길게요.”“걱정하지 마. 이런 시끄러운 일은 내가 다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안아도 돼. 미나야, 네가 도와줘야 할 일도 좀 있을 거야.”하지원은 진나비의 믿음을 느꼈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비가 이렇게 날 믿고 있으니 난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만약 흑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바로 이 돈을 가지고 사라졌을 것이지만 하지원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원은 진나비와 장미나와 각별한 사이였기에 절대 그녀들을 배신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예천우의 위엄을 직접 목격한 그녀는 그가 자신의 투자금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예천우 씨는 내가 감히 돈을 손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비가 돈을 나에게 맡길 거라는 것도 이미 예상했을 테지.’하지원은 마음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