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가 나타나는 지역에 살수가 깔려 있었다. 단순한 늑대 사냥보다 더 흥분됬다.고월영은 옛날 왕자님들의 신분이 귀중해서 누구보다 자기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들 위험을 무릅쓰고, 티비에 나오는 왕자들처럼 호사를 부리지 않는다.강현북이 선두로 늑대사냥을 할 겸 살수도 잡아낼 것이라고 한다.어찌나 신나는지역시 말 등 자란 남령국 사람들!“사황자 전하,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저 ….” 뒤돌아봤더니 어쩔 줄 몰랐다.내 말이 어디 갔어?“내려서 걸어갈것이냐?’ 강현준은 놀리는 웃음을 지었다.“내리면 살수를 상대하면서 언제 어디서 튀어나오는 늑대도 상대해야 하는데, 너가 볼 때...늑대 소리를 들은 순간 늑대 한 마리가 달라붙었다강현준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칼로 벴다.늑대는 반쪽으로 쪼개져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그들은 손톱이 매우 날카로워서 달라붙게 되면 얼굴부터 뜯을 것이다.“사황자 전하, 겁주지 마세요, 저 겁쟁이 아닙니다. ‘“아우____”고월영 다 말하지도 못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강현준 품으로 숨어들었다. 손까지 들어서 얼굴을 막았다. 강현준은 내색하지 않고 입술만 살짝 움직였다. 고월영은 순식간에 얼굴 빨개졌다. 강현준에게 화를 내지 못하니 말 잘 듣는 지언을 구박할 수밖에 없었다. “왜 웃냐, 너도 능력이 되면 몇 마리 잡아오거라”“왕비께서 명을 내리지 않았느냐, 얼른 늑대 10 마리 잡아오거라, 못 잡으면 이 산을 떠날 생각하지 마라 “강현준 흥얼거리면서 말했다. 지언은 고개를 숙여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네, 전하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고월영을 쳐다봤다. 둘이 한패야!“사황자 전하, 저는 농담인데….”“누가 감히 내 앞에서 농담해” 강현준은 고삐를 잡고 앞으로 계속 집입했다.“활을 달라고 했으니,일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던져 내릴 것이다.”“하겠습니다. 하면 되지 않겠소” 던져 내리지 마시오, 그녀는 늑대에게 달라붙어 얼굴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다. 고월영
고월영은 너무나 두려워 온힘을 다해 강현준을 밀어내려고 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큰 산처럼 아무리 밀쳐내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녀가 반항할수록 그 남자의 제압이 더 강력해졌다. 강현준은 팔에 힘을 주면서 그녀의 두 손을 단단히 묶었다. 한 손은 그녀의 머리를 받치면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고개를 숙여 더 강력한 키스를 했다. 이 강력한 침입으로 그녀의 모든 즐거움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고월영은 두렵고 화가 났지만 끝내 그를 벗어날 수 없었다."음…" 그녀는 필사적으로 피했지만, 그 남자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 달라붙은 것 같았다.그 남자는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그녀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음, 음 …놔주십시오..." 이 사람은 사황자 전하이시고, 현우의 형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오?비록 지난번 태후마마의 궁에서도 이렇게 가깝게 지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보약을 마셔서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였고 , 적어도 능동적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 남자는 모든 것을 알면서 제정신 상태에서 그녀를 키스했다!"놔요! 강현준, 놔요!”강현준은 얇은 입술로 그녀의 목선을 따라 아래로 진입했다.상의가 벗겨져 가슴 앞은 차가웠고, 고월영은 손을 꽉 쥐어서 힘겹게 벗어나자마자 그의 가슴을 한 대 때렸다.강현준은 아무렇지 않고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그녀를 끌어안았다.고월영은 반항할 힘조차 없어, 어느새 그의 위에 앉았다.여성 상위 자세이다!가장 부끄러운 자세!"놔 주십시오…사황자 전하!당신은 현우의….”"그의 이름을 다시 부르기만 해봐, 나는 지금 당장 너를 강간할 수 있다!"강현준은 그녀의 두 팔을 잡고 들어 올려 자신의 얼굴을 마주 보게 했다."응? 더 부를 것이냐?”고월영은 입술을 깨물고,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고 있어서 가슴 앞이 활짝 열려 있다. 하얀 가슴살까지 그 남자가 다 보았다.속옷까지 노출되어 섹시한 몸매는 보일랑 말랑하다. 강현준은 욕망을 가득 찬 눈
고월영은 철저히 절망에 빠졌다.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벗어나려고 애를 써도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강현준은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무섭게 변해갔다.그는 그녀의 옷을 벗긴 후 그의 가슴을 거칠게 애무해 나갔다.“싫습니다……”고월영은 목이 쉴 정도로 거절하며 발버둥 쳤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하아……”라는 신음을 냈다.그가 말 등에서 그녀를 가지려 했던 것이다.마귀 같은 사람, 그 정도가 무서울 정도였다.“놔주세요……”고월영은 힘껏 발버둥 쳤다. 그러다 그녀는 손에 뭐가 잡혔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대로 강현준을 향해 찔렀다.시간이 순간 멈춘 것 같았다. 강현준은 그녀의 가슴에서 머리 들어 자기 어깨에 찍힌 단도를 보았다.그렇다, 말 위에 있던 칼이었다.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의 단도를 그의 몸에 찔렀던 것이다.순간 선혈이 흘러내렸다.고월영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도 놀란 모양이다.찬 바람이 불어오자, 고월영은 몸을 움츠렸다.몸은 훤히 다 드러났다.바로 그때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강현준을 밀어냈다.강현준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조금 밀려 나갔다.고월영은 재빨리 말에서 내려 허겁지겁 옷을 여몄다.강현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어깨에 박힌 단도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그는 빼고 다시 말 등에 꽂아 두었다.상처에선 선혈이 흐르고 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바로 볼 뿐이었다.말이 앞으로 가자, 그녀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그녀 주변을 살핀 강현준은 눈빛이 변하더니” 움직이지 마!”라고 말했다.고월영은 그가 오려는 줄 알고 놀라서 연이어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위험해!” 강현준은 순간에 얼굴색이 변하더니 말에서 재빨리 내렸다.“오지 마!” 고월영은 놀라서 도망가려 했다.그녀는 자신의 뒤에 절벽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몸을 돌려 반 발짝 내 믿는 순간 몸은 허공에 뜨더니 신속하게 아래로 떨어졌다.바람이 불자 그녀의 머리는 순간에 흐트러졌다.평형감을 잃
마지막 격렬한 충돌 후, 두 사람은 땅 위에서 멈추었고, 고월영은 강현준의 몸 위에 엎드린 채 안기게 되었다.그의 품에서 손을 든 후 제일 먼저 보인 것은 그의 옷에 묻은 커다란 핏자국이었다.그의 몸 전체가 전부 상처였고,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제일 심각한 것은 어깨에 난 칼자국이었고, 선혈은 계속 솟구치고 있었다.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두 눈은 꼭 감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월영은 놀란 나머지 심장이 멎을 것 같았고, 그의 얼굴을 만지는 그녀의 손마저 떨리고 있었다.“현왕 전하, 현왕 전하, 정신 차려 보십시오, 저 놀라게 하지 마십시오, 현왕 전하”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이 의술을 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그의 얼굴을 조심스레 부축하고 있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은 흐르고, 놀란 나머지 몸은 굳어있었다. “ 현왕 전하……” 강현준은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고월영은 그를 보는 순간 무언가 갑자기 떠올랐다.그녀는 그의 큰 손바닥을 들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맥을 짚어보았다,“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어, 아니, 그의 맥박은 아직도 강한 힘이 남아있어!” 고월영은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쉰 뒤, 그의 옆에 기여가 앉아서 그의 옷섶을 열었다.어깨 위의 상처는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다행히도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주위에 혹 피를 멎게 하는 약초가 있을까? 고월영은 주위를 한번 훑어 보고는 일어나려 한 찰나, 강현준이 그녀의 손목을 당기는 힘에 그녀는 그만 그의 몸에 넘어지고 말았다. 고월영은 깜짝 놀란 나머지 자칫 소리칠 뻔했고, 그의 상처 난 곳을 누르게 되었다. “현왕 전하.” “또. 도망갈 셈이냐?” 강현준은 가까스로 눈을 뜨며 입을 열었고, 온몸은 피 냄새로 진동하였다. “아닙니다, 현왕 전하, 정말로 그럴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고월영은 그저 빨리 자신이 그의 어깨에 누르고 있는 손을 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너무 꽉 잡은 나머지 그녀는 자기 손을 뺄 수가 없었다.
고월영은 이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다행히도 강현준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멀지 않은 곳에 작은 강이 있었다.고월영은 약초를 캐온 후 강현준을 데리고 강가에 앉았다.그녀는 자기 치마를 조금 찢어서 냇가에서 깨끗이 씻은 뒤 그의 옆에 앉아서 상처를 조심스레 깨끗이 닦고, 약을 바르고 상처에 붕대를 감아 주었다.“현왕 저하, 온몸이 상처투성이십니다.”“괜찮다,” 피만 흐르지 않는다면 그녀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없다.이런 작은 상처는 그에겐 일상다반사 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몹시 아프십니까?”“그럼 안 아프겠느냐?” 그 역시 사람인지라 아픈 건 사실이다.하지만 그녀를 걱정하게 하는 건 더더욱 싫은 그이기에, 그는 눈조차 찌푸릴 수 없었다.강현준은 주위를 한번 보았다. 이곳은 심연이라 하기보다는 단지 절벽 밑일 뿐이었다 다만 이 절벽은 꽤 높은 편이라 머리를 들어 보아도 위의 상황은 알 수가 없었다. “빨리 길을 찾아서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어의를 찾아서 빨리 현왕 저하의 상처를 봐 드려야 합니다.”고월영 역시 위를 보고 있었다.강현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어섰다.일어설 때 그는 참지 못하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많이 아프십니까?” 고월영이 옆에서 일어서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바라보았다.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송구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이젠 속상하지 않은 것이냐?” 강현준은 머리 숙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고월영은 그를 쳐다보면서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뭐라고 얘기하지? 이후엔 미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얘기해야 하나?그녀는 현우의 부인이고, 그와 알고 지내는 방식은 이미 형과 제수가 닿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단계이다.더불어 그는 그녀의 올 몸을 여러 번 봐버린 상황이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냐?” 강현준은
“이리 와서 신발 벗고 앉아봐, 발 좀 봐봐.” 강현준은 무릎 꿇고 앉았다.고월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앉히고 그녀의 신발을 벗겼다.고월영은 그의 옷자락을 잡았고, 그 아픔은 눈물이 날 정도였다.강현준은 그녀의 양말을 벗기고, 발을 자기 손바닥으로 잡았다.“아픕니다……” 고월영은 눈썹을 찌푸렸다.“조금만 참아.” 그가 힘을 조금만 써도 따뜻한 진기가 바로 그녀의 발로 전해졌다.진기가 전해지니, 정말로 따뜻했다.아픔은 나아지는 듯했다, 다만 발이 많이 부었으니 어떻게 돌아가지?고월영은 머리를 들어 절벽을 바라보았다.“높다!”시선은 강현준의 몸에 멈춰 섰다.“필요할 때만 내가 생각나느냐?” 강현준은 무표정이었다.고월영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그가 발을 내려놓자, 그녀는 그의 어깨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생각지 못한 것은 그녀가 한 발짝 내딛자, 그 아픔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팠고, 식은땀이 흘렀다.아마도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그를 보고 싶었지만, 또한 그러기엔 너무 무서웠다.현왕 저하께서 지금 나를 무척이나 싫어하겠지?뜻밖에도 그는 무릎 꿇고 앉았다.존귀하신 현왕 저하께서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고월영은 너무도 놀라 토끼 눈으로 ”현왕 저하……”“너한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업히지 않으면 혼자 여기 있어야 해, 그럼, 승냥이한테 물고 뜯기겠지.”강현준은 차갑게 얘기를 건넸다. 조금의 연민도 없어 보였다.하지만 그녀의 키에 맞춰 그는 자신을 낮췄다.만약 그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다면 아마 자기 눈을 의심하겠지?고월영 역시 놀랐고, 심지어 경악할 지경이었다.그분께서는 존귀한 현왕 저하이신데!더군다나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인 상태인데.“제가 현왕 저하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습니다……”“셋 셀 때까지 만이다.”“어깨의 상처가 다시 덧날 수 있습니다.”“……!”고월영은 재빨리 자기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다.”현왕 저하, 손이 닿지 않습니다.”그녀는 고대의 꽉
얼마나 많이 걸었을가? 고월영은 솔솔 잠이 오기 시작했다.그녀는 눈을 비비다가 강현준의 어깨에 엎디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현왕 저하……”“그래.” 강형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산길은 이제 절반가량 지나온 것 같고, 올라가려면 아직도 한 시간쯤은 더 가야 한다.만약 그가 혼자였다면 그는 쉽게 올라갔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업고 있었고, 자신 역시 진기를 상했다.만약 무리하여 올라간다면, 만약 의외라도 생긴다면 뒤에 업힌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다.하여 강현준은 계속하여 걷기로 결심했다.고월영은 눈을 감고 목소리는 조금 희미해졌다.”현왕 저하, 왜 저를 자꾸 힘들게 하십니까?“……” 무슨 질문이 그렇게나 많을까?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도 이유가 필요한가?“현왕 저하…… 전하와 현왕 저하가 쌍생이기 때문이십니까? 주희가 얘기하길, 쌍생은 다들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던데……”“혹 저하를 현왕 저하께서 느끼십니까?”그래서 가끔 현우가 그녀한테 대하듯이 대하고, 있어서는 안될 생각과 충동성이 생기시는 겁니까?강현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이런 생각은 또 어떻게 하는 거지? 멍청한 여인 같으니.“현왕 저하……” 그녀는 또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목소리는 거의 잠든 사람의 목소리처럼 낮았다.그는 한 가지 사실은 진짜로 궁금했다.”만약에 내가 너를 강제적으로 가진다면, 넌 나를 죽일 것이냐?”“강제로 가진다고?”고월영은 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녀의 의식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고, 정신 차렸을 때만큼 겁이 나지 않았다.“못 죽입니다, 현왕 저하……”강현준은 눈가의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왜냐?”“왜냐면, 현왕 저하는 저하의 형이시기에……”“……” 그녀를 떨어뜨릴까? 정말로 그녀를 울리고 싶다.…….모두 현왕 저하를 보았을 땐,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얼굴엔 피의 흔적이 아닌 진흙투성이였다.옷도 모두 찢어져 있었고, 피와 흙이 같이 섞여 있었다. 누가 봐도 놀랄 지경이었다.반면, 그와 같이
주위는 조용했다.산림 전체가 순간에 고요해졌다.주위엔 다만 새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강현준이 손을 들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무사의 허리에 있던 칼은 그의 손에 들어왔다.그는 손을 들어 칼을 빼 들고 무릎 꿇고 있는 무사에게 겨누면서 얘기했다.”말해, 누가 왕비를 시해하라고 시킨 것이냐?”왕비를 시해한다고?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생각지도 못했다. 왜서 왕비를 시해하려 했을까?아무런 권력도 없는 왕비를, 그녀의 부군인 여왕 역시 어릴 때부터 몸이 안 좋아서 그 어떤 내정에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인데.왕비를 시해하다니, 그럴 필요가 있었나.그 무사는 부들부들 떨면서 나지막이”소인, 소인 그런 적이 없사옵니다……아……. “무사는 땅에서 뒹굴면서 비명을 쳤다.“아!” 어느 집 여인이 비명을 질렀는지, 무서워서 뒷걸음질 쳤다.한쪽 손이 그녀의 발까지 굴러왔다.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여인들은 무서워서 숨도 못 내쉴 정도였고, 설사 비명소리가 없었더라도, 몸은 얼어 붙었고, 두려움에 강현준을 쳐다보았다,그의 손엔 아직도 칼이 있었고, 칼엔 피 한 방울 조차 없었다.아까 그저 손만 휘저었을 뿐인데 칼은 그의 손목을 짤라 냈다.무사는 아직도 땅에서 뒹구는 중이고, 현왕은 그저 차갑게 볼 뿐이다,산발된 머리는 말라버린 핏자국이 있었고, 진흙 먼지는 그의 멋지고 눈부신 얼굴에 살며시 흘러내렸다.분명 제일 초라한 모습인데, 그 살기 가득한 눈빛은 너무 매혹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이런 현왕은 거칠고 패기 있고, 독하고 당당하다!매혹적이고 무섭다!“아직도 입을 열지 않을 셈이냐?” 강현준은 또다시 칼을 들었다.이번엔 다들 똑똑히 보았다, 그 칼이 향한 곳은 바로 그 무사의 머리였다.“현왕 저하……”고월영이 그의 옷소매를 잡으며 머리를 저었다,그 피가 가득한 손은 이미 그녀를 속이 울렁이게 했다,그가 만약 또 칼을 휘두른다면, 땅에서 뒹구는 건 아마도 사람 머리겠지?그는 정말…… 마왕처럼 무서운 존재이다.강현준은 칼
황족들 사이의 암투는 예전부터 존재해 오던 것이었다.황족과 혼인한 여자는 살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몸에 익혀야 했다.그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다른 여자보다 더 많이 총애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황족 남자들이 황위를 위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들의 싸움은 피를 흘리지만 여자들 사이의 암투는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고월영은 반항을 포기하고 몸에 긴장을 풀었다.주변을 돌던 호위 무사들은 둘을 보고 멀리 피해서 도망갔다.남령국에서 여왕비의 명성은 아마 눈앞의 이 남자로 인해 바닥으로 추락한지 오래였다.“황족으로 사는 삶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그래도 나를 위해서….”“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삶의 방식이 너무 싫어요! 게다가 전하께서도 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셨잖습니까.”지금 하는 모든 말은 의미가 없었다.고월영은 원망이 아닌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전하의 이 현왕부에서 저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전하의 세력 범위 안에서요. 벌써 잊으셨나요?”잊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이 왕부의 상공에 얼마나 거대한 먹구름이 끼었는지 처음으로 확인했다.더 이상 현왕부에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지 않을 것 같았다.고월영은 그를 부드럽게 밀치고 갈 길을 가버렸다.그는 홀로 정원에 남아 고독을 달랬다.고월영이 영하각으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무아린이었다.“어머니께서는 무안희를 버리셨습니다. 저에게 돌아가서 성녀의 자리를 물려받으라고 하더군요.”무아린은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그래서 떠나려고요?”고월영은 무아린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선택이 있는 법이다.“저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돌아가지 않으면 갈 곳도 없고요.”어머니가 그녀를 마음먹고 찾으면 어디로 도망가도 소용없었다.며칠 돌아가는 시간만 늦출 뿐이었다.무안희마저 백단교 사람들의 마수를 피해가지 못했는데 무아린은 자신이 없었다.“오라버니랑은 이
말을 마친 강현준은 뒤돌아섰다.“현준아!”안비가 다급히 붙잡으려 달려갔지만 강현준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지금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현준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단지 너와 현우가 너무 보고 싶어서….”안타깝게도 그 말은 이미 멀리 가버린 강현준에게 닿지는 않았다.안비는 고개를 돌리고 마지막 희망을 강현우에게 걸었다.그녀는 달려가서 강현우의 손을 잡으려 했다.“현우….”강현우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현우 너마저 이 어미를 버리는 것이냐!”안비가 울며 울부짖었다.강현우는 그 모습을 낯선 눈빛으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토록 자식을 아끼던 어머니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왜 이렇게 된 걸까?약병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결국 그는 쥐고 있던 약병이 그의 손 안에서 깨졌다.“현우야!”안비는 아들의 손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하지만 강현우도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밀치고 가버렸다.두 아들이 모두 그녀를 버리고 가버린 것이다.“현우야!”여왕마저 떠난 뒤, 그녀는 무기력하게 바닥으로 주저앉아 흐느꼈다.고월영은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등 뒤에서 안비의 외침이 들려왔다.“고월영, 이 악랄한 년! 넌 곱게 죽지 못할 거야!”걸음을 멈춘 고월영은 고개를 돌리고 담담히 말했다.“세상에 들통나지 않을 거짓말은 없어요, 마마. 무슨 일이든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요.”“양심도 없는 년! 어찌 나한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안비는 두 아들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모든 원인이 고월영에게 있다고 생각했다.세상에 어찌 이렇듯 매정하고 악랄한 여자가 있단 말인가!고월영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안비를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다.뒤에서 안비의 처절한 저주가 들려왔다.“언젠가 넌 나보다 더 비참한 처지가 될 것이야!”“모두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고 모두가 널 혐오할 것이야!”“고월영, 이 죽일
시안이 자결했을 때 방 문은 안으로 잠겨 있었다.진심으로 죽음을 택했기 때문이었다.정말 죽으려는 사람은 절대 방해 받지 않을 시간과 환경을 마련하고 행한다. 일부러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바라고 행한 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말이 되지 않았다.“내 궁에서 그딴 불경한 소리를 지껄이다니!”안비의 두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고월영은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제 질문이 불편하셨다면 송구합니다. 다른 뜻은 없었어요.”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품에서 약을 꺼내 강현우에게 건넸다.“현우 오라버니, 이걸 마마께 드리세요. 멍자국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멍자국?”강현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안비는 아무리 봐도 어디 다친 것 같은 반응은 아니었다.고월영이 말했다.“목을 매달았다면 온몸의 중량이 저 천으로 쏠립니다. 그 과정에서 목덜미에 압박흔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이 약을 발라드리면 멍이 사라질 겁니다. 약을 안 바르면 나중에 흉터가 남을 수도 있어요.”모두의 시선이 안비의 목덜미로 향했다.안비는 밤중이라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하얗고 긴 목덜미가 그대로 드러났다.안비는 당황한 얼굴로 목덜미를 가렸다.“어머니….”강현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갑자기 실망감이 몰려왔다.“나… 난 괜찮다. 사실 바로 발견돼서….”“참. 너는 이 밤중에 마마께서 나쁜 생각을 하실 줄 어떻게 알고 침소로 뛰어들어왔느냐?”고월영은 어린 궁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겁에 질린 어린 궁녀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안비의 눈치를 보려고 했는데 고월영이 앞으로 나서며 시선을 가렸다.“설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월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네 이년, 무슨 망언을 하는 것이냐!”안비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고월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말해 보거라! 너는 어쩌다가 마마의 침소로 들어오게 된 것이냐!”“너 이….”강현준이 싸늘한 시선이 날아오자 안비는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그는 고
강현준은 손에 힘을 풀었다.그녀가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어쩌다가 온기를 찾은 심장이 다시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고월영은 그가 정신을 판 사이에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전하!”밖에서 지언이 다급히 안으로 달려왔다.“전하, 안비마마께서 자결하셨습니다!”그날 밤 현왕부 사람들은 모두 궁으로 몰려갔다.고월영도 강현우의 부탁으로 함께 궁으로 갔다.다행히 안비는 자결 시도만 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안비는 고월영을 보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저년이 내 궁에 어쩐 일이야? 누가 저년을 들여보냈어? 여봐라! 당장 저년을 밖으로 끌고 나가!”궁녀와 태감들이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하지만 현장에는 현왕과 여왕도 함께 있었다.강현준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그들은 전부 고개를 숙이고 구석으로 물러섰다.고월영은 홀로 궁을 나갈 수는 없으니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그녀는 따분한 얼굴로 안비 궁 안의 시설들을 구경했다.방 안에는 안비의 울음소리만 들렸다.두 아들은 멀뚱멀뚱 서서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한참을 울던 안비는 아들들이 반응이 없자 목청을 높였다.결국 마음이 약해진 강현우가 말했다.“어머니, 형님도 너무 화가 나셔서 그런 거지 않습니까. 며칠만 참고 기다리면 금족령은 금방 풀릴 겁니다.”안비는 조심스럽게 강현준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는 줄곧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그녀는 더 구슬피 울며 말했다.“그래도 이 어미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은 우리 현우밖에 없구나. 아들이라고 둘밖에 없는데 현준이는….”강현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현왕은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그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성격이었다.안비는 더 큰소리로 통곡했다.이 왕조에는 귀비가 없었다. 황후 다음으로 귀한 위치가 비였다. 현왕이 공훈을 많이 세웠기에 안비도 궁 안에서 모두에게 떠받들리는 존재가 되었다.그런 존재가 통곡하고 있자 안비 궁 궁인들의 눈에도
“대체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겁니까?”고월영은 점점 강현준의 처소랑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그녀는 이 시점에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떠날 건데 더 이상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이따가 알게 될 거야.”강현우는 이번에 작정하고 둘을 화해시키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고월영은 그에게 질질 끌려가다시피 해서 현왕의 정원으로 들어왔다.강현준은 정원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술 취한 사람이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그날 밤 술을 먹고 자신을 침범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가 치밀었다.이 사람이랑 영원히 보지 않고 살았으면 좋을 것 같았다.강현우는 그녀를 끌고 정원 안으로 저벅저벅 들어간 뒤, 그녀의 등을 밀치고는 휑하니 가버렸다.고월영은 발을 헛디뎌 그대로 강현준의 품에 무너졌다.‘저런 사람도 부군이라고!’고월영은 속으로 강현우를 욕하며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강현준은 팔을 뻗어 품을 벗어나려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전하!”“네가 먼저 품에 달려들었다. 뭐가 불만이지?”강현준은 홀린 듯한 눈으로 탐스럽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눈빛에서도 다정함이 넘쳤다.정말 오랜만에 보는 다정한 눈빛이었다.고개를 든 고월영은 순간 홀린 듯 그를 바라보았다.“전하도 아시다시피 제가 원해서 넘어진 게 아니지 않습니까.”하지만 강현준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았다.“전하, 자중하십시오!”“언제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인데?”궁에서 처음 그가 그녀를 껴안았을 때 했던 말이었다.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일인데도 아득하게 멀게 느껴졌다.“월영아, 우리 화해하면 안 될까?”강현준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목덜미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그의 입가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화해?그게 가능할까?고월영은 한참을 반복적으로 생각했다.화해할까?하지만 이미 잃은 사람과 전에 입었던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였다.결국 그녀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전하, 제가
강현우는 얼굴을 붉히며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나중은 못 보았습니다.”단지 강현준이 뜨겁게 그녀의 입에 입술을 맞추는 장면을 보았을 뿐이었다.그때는 무슨 생각인지 그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평생 살면서 남녀 사이의 일을 겪어보지 않은 강현우였기에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형님께서… 저고리 고름을 풀 때 돌아왔습니다. 나중은… 정말 못 보았어요.”강현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기침했다.“끝까지 가지는 않았다.”적어도 그날 밤은 그랬다.하지만 어쩐 일인지 강현우 앞에만 서면 자꾸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방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형제였지만 이 순간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한참이 지났을 때, 강현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또 할 말이 남았느냐?”강현우는 긴 한숨을 내쉬고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형님과 월영이 사이에 서로에게 미련이 남은 것을 압니다. 그날 밤 월영이는 진심으로 형님을 밀쳐내지 않았어요.”강현준은 말없이 붓대만 놀릴 뿐이었다.강현우는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정말 형님께 마음이 없었더라면 제가 아는 월영이는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거절했을 겁니다.”붓대를 잡은 강현준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그가 아는 고월영이라면 죽더라도 원하지 않는 일은 거부하는 성격이었다.적어도 그날 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역시 쌍둥이라서 그런지 강현우보다 강현준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시안의 죽음이 월영이의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안겨서 아마 잠시는 잊어버릴 수 없을 거예요.”“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나중에 상처가 아물고 옅어지면 형님을 다시 떠올리게 될 거라고 믿어요.”“녀석, 언제부터 이렇게 듣기 좋은 말만 골라했지?”강현준은 붓을 내려놓고 찻잔에 차를 따라 동생에게 건넸다.“말하느라 목도 말랐을 텐데 차나 한잔 하고 가거라.”강현우는 찻잔을 받아 한숨에 삼켜버렸다.형님이
운조와 서령 대군이 연합하여 청성이 함락될 위기라는 전보였다. 청성과 가까운 수성도 민심이 흔들리고 성 안은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황제는 여왕 강현우를 선봉 장군으로 봉하고 내일 즉시 출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아침에 가신다고요?”고월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굳게 닫힌 방 문을 바라보았다.큰 오라버니는 길을 떠나도 문제없지만 심각하게 다친 고월영은 지금 길을 떠나기엔 무리였다.적어도 반 달은 요양해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용기도 장군으로써 수성으로 복귀하는데 언니만 혼자 여기 남게 된 상황이 조금 안타까웠다.“알겠습니다. 저도 전하랑 같이 가겠습니다.”고월영이 말했다.강현우의 두 눈에 희열이 스쳤다.“나는… 네가 여기 남겠다고 할 줄 알고….”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어차피 네 언니도 돌봄이 필요하니까.”“전하, 제가 현왕 전하 곁에 남겠다고 할까 봐 걱정하신 거지요?”고월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이제 오해도 풀렸으니….”“전하, 전장에 나가 보신 적은 있으세요? 현왕 전하 없이 스스로 전장에 나가신 적 있냐고요?”“월영아, 나에게는 네가 필요해.”강현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황제의 지시가 내려진 후 그는 줄곧 긴장한 상태였다.강현우의 가장 큰 약점은 스스로 결단을 내릴 주견이 없다는 점이었다.전에는 형의 말을 들었고 지금은 고월영의 의사에 따랐다. 스스로 무언가 결정을 내리는 일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저와 현왕 전하는 이제 끝난 사이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뒤돌아서려던 그녀는 한마디 덧붙였다.“아직도 저를 전하의 왕비로 생각하신다면 조금만 더 전하의 곁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싫으시다면 앞으로 저를 시종으로 부려도 좋아요.”“난 한 번도 너를 내치려는 생각을 한 적 없다!”그가 두려운 건 그녀가 명의뿐인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일이었다.“그런데 왜 한동안만 내 곁을 지킨다고 하는 거냐? 평생 내 옆에 있으면 되지 않느냐?”“전하께서도 진짜 혼인을 하
아무도 무안희가 어떻게 속박을 풀었는지 신경 쓰지 못했다.모두의 시선이 안비에게 쏠린 틈을 타서 그녀는 어느새 밧줄을 풀었다.그리고 손에 칼을 빼들고 고여추의 목에 겨누었다.강현준은 음침한 얼굴로 기를 모았지만 입에서 또 다시 피가 뿜어져 나왔다.“형님!”강현우는 다가가서 그를 부축하고 고월영의 손을 잡아당겼다.고용기는 무안희를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지금도 여전히 그녀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힘들었다.연일이 무안희를 쫓아갔다.“오지 마!”무안희는 비수를 고여추의 목에 들이댔다. 하얗고 가는 목에서 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안 돼!”결국 고용기는 밖으로 쫓아 나갔다.고월영도 강현우의 손을 놓고 마당으로 달려나갔다.“무안희, 그만해!”“고월영, 너 때문에 난 모든 것을 잃었어. 내가 이 자리에서 네 언니의 목숨을 취해도 넌 할 말 없잖아?”고여추의 목에서는 점점 많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숨이 끊어질 것이다.“안 돼!”고월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강현우가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무안희, 인질 풀어주면 오늘 무사히 왕부를 떠나게 해주겠다!”“내가 너희를 믿을 것 같아?”무안희는 고여추의 목에 칼을 들이댄 채로 후문을 향해 뒷걸음질쳤다.고여추는 안비에 의해 섭혼술이 중단된 이후로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그녀는 마치 허수아비처럼 무안희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다.아무도 무안희를 막지 못했다.연일은 여러 번 강현준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가 미동이 없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왕부의 하인들도 마찬가지였다.안 그래도 고월영은 강현준을 사무치게 증오하는데 이 왕부에서 언니마저 잃으면 아마 현왕에게 죽자고 달려들 수도 있었다.무안희는 그렇게 고여추를 끌고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쫓아!”연일은 그제야 부하들을 호령하여 쫓아 나갔다.고월영과 강현우도 뒤따라갔다. 무안희는 뒷산의 방향으로 도망쳤다.고월영 일행이 도착했을 때, 연일이 고여추를 안고 되돌아오고
강현준의 시선이 안비에게 닿았다.안비는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아들에게서 저런 시선을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처음은 심복이 고월영에게 독을 먹였을 때였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겁에 질린 안비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무안희는 강현준을 똑바로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모두 안비의 짓이었습니다. 난원을 압박해서 고월영의 체내에 독을 주입했어요. 고월영은 그때까지 아이가 무사히 살아 있다고 애원했어요.”무안희는 안비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하지만 마마는 한 번에 실패하자 난원에게 한 번 더 독을 주입하라고 명령했지요.”“그때 아무도 고월영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어요. 독을 두 번이나 주입했고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으니까요! 전하, 이게 당신 어머니의 본 모습이에요! 얼마나 감동스러운 아들 사랑인가요!”무안희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를 제외하고 아무도 웃지 않았다.두 번의 독 주입, 그건 고월영의 목숨을 노리고 한 짓이었다.강현우는 어느새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현준은 온기 하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봤다.안비는 그 시선을 마주하고 한발 한발 뒤로 물러섰다.“그런 거 아니야. 난원이…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어. 태어나도 정상이 아닐 거라고….”“현준아, 어미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정상이 아닌 아이가 태어나면 현왕부는… 이게 다 너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강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어머니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아무도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강현준 본인도 포함이었다.머릿속에 자신의 여자가 죽어 가는 장면이 펼쳐졌다.그녀는 이미 복 중에서 숨이 끊어진 아이를 붙잡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기적인 인간들은 멈추지 않고 헐떡이는 고월영을 붙잡고 재차 독을 주입했다.푸흡!강현준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