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는 놀란 눈으로 총관 시녀를 보았다. “뭘 잘못 들었다는 것이냐? 본궁이 너더러 남주를 돌려주라 했을 때 대체 뭐라 아뢴 것이냐?”“마마…”총관 시녀는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소인 스스로 총명하다 자만했습니다. 초왕비가 남주를 보내온 것이 초왕을 위한 거라 생각하여 한마디 더 보탰습니다. 초왕비가 마마께 폐하 앞에서 초왕을 위해 덕담 좀 해달라 부탁했다고 아뢰었습니다.”황후는 분노했다.“네가 감히 제멋대로 추측했단 말이더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냐?”저 황후는 별안간 정신을 차렸다. 옥보는 그녀의 시중을 든 지 몇 년이 되었다. 성격이 워낙 차분하여 황제 앞에서 절대로 자신의 추측을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대뜸 저명취를 떠올렸다.전에 명취가 현비를 찾아가겠다고 했었지만, 지금은 현비와 정면으로 대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현비는 태후의 조카였다. 현비의 미움을 산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명원제는 졸지에 안색이 아주 흉해졌다. 옥보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황후의 분부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싸늘한 눈길로 황후의 얼굴을 노려보았다.황후는 나서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총관 시녀의 뺨을 후려치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무엄하다. 어찌 자신의 허튼 생각을 감히 폐하께 아뢸 수 있단 말이냐? 목숨이 여러 개라도 달린 것이냐?”총관 시녀는 땅에 꿇어 앉아 감히 얼굴도 감싸지 못한 채 그저 끊임없이 빌기만 했다. “폐하, 용서하여 주십시오. 용서하여 주십시오!”명원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명했다. “여봐라. 옥보를 끌어내 곤장 서른 대를 호되게 쳐라.”저 황후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를 감싸주지 못하고 그저 화를 내며 한마디 했다. “이걸로 끝내는걸 다행으로 알거라.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지 않고 뭐하느냐?”총관 시녀는 이미 힘이 풀려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말했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그녀는 끌려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퍽
희씨 어멈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은혜를 입었으니 갚아야 했습니다. 지난해 소인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제왕비가 좋은 약을 지어 줘서 병이 완치되었습니다. 이번에 그녀를 한번 도왔으니 그 은혜를 갚은 셈입니다. 소인은 초왕비가 벌을 받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태상황은 아직도 초왕비가 필요하니, 몇 마디 꾸지람만 하실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소인 누구도 해 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오랫동안 머리를 조아린 채로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평온한 얼굴이었다.“소인 이젠 더 할말이 없습니다. 독주를 하사하여 주십시오, 폐하!” 이 생에 진 빚을 그녀는 이젠 다 갚았다. 곧 걸을 황천길에서도 더 이상 그에게 미안한 것이 없었다 명원제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배후의 인물을 말한다면 짐은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겠다.”희씨 어멈은 침묵을 지켰다. 얼굴에는 생사를 도외시하는 결연함이 묻어 있었다. 명원제는 죽도록 미우면서도 마음이 괴로웠다. 그는 당연히 희씨 어멈을 죽이지 못한다. 심지어 이 일을 태상황께 알리지도 못한다. 태상황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데, 어찌 수십 년 동안 당신 곁에서 보필하던 사람이 당신을 독해하려 했단 충격을 견딜 수 있겠는가?오랜 침묵 끝에 그는 담담히 말했다. “자네가 태상황을 해할 마음이 없었다고 하니, 짐도 자네를 믿겠다. 책임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멈도 이젠 연세가 있으니 태상황 곁에서 시중들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어멈이 초왕비와도 인연이 있으니 짐이 초왕비를 위해 태상황께 청을 드리겠다. 어멈은 초왕비를 따라 왕부로 가서 초왕비의 시중을 들도록 하라.” 명원제는 끝내 자신의 손으로 희씨 어멈을 처리하지 않았다. 희씨 어멈이 원경능을 해하려 했으니, 원경능에게 보내 그녀더러 처리하게 내버려 둘 셈이었다.원경능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희씨 어멈은 이만 물러가거라.”명원제가 노기를 거두고 담담하게 명령했다.희씨 어멈은 복잡한 눈길로 원경능을
건곤전에 도착하니 태황상은 반쯤 일어나 앉은 채로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었다.건곤전 안에는 상공공 외에 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이 사람은 온몸에 검은 옷을 두르고 검을 차고 있었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센 것으로 보아 나이가 좀 있어 보였다. 그는 원경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천둥번개가 치듯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었다. 태상황이 해바라기씨를 까면서 그에게 명령했다.“이만 물러가거라.”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손을 모아 인사하고 물러갔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워서 걸음을 옮길 때 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는 듯했다. 그는 잠깐 사이에 건곤전 밖으로 종적을 감췄다.“뭘 그리 쳐다보는 게야? 저 자는 암위(暗卫)이니라. 일은 잘 해결됐느냐?”그녀를 흘겨본 태상황이 한가로이 물어왔다. 그는 꽤 기운이 있어 보였다. 문득 원경능은 이 영감이 정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희씨 어멈을 사주한 사람까지도.영감은 그녀를 보더니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원경능은 머리털이 쭈뼛하고 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 이 영감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상공공, 내 태상황께 따로 할말이 있으니 잠깐 자리를 비켜주시게.”원경능은 혼자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제대로 알아내야 했다. 상공공은 매우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는 곧 밖으로 나갔다.태상황은 여전히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얄밉기까지 했다.“물어볼 거라도 있느냐? 과인이 대답해 줄지는 모르겠다만.”“누가 약을 바꿨습니까?”원경능이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알고 계시지요?”“알지!”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소나자.”“어디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십니까?”“방자하도다!”태상황이 화내며 소리쳤다.“지금 어느 안전에 말하는 것이냐?”원경능은 눈을 내리 깔고 가슴에 가득 맺힌 억울함을 참으며 말했다.“송구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태상황은 ‘흥’하며 콧방귀를 뀌고는 계속해서 해바라기 껍질을 깠다. 그러다가 사실대로
손왕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난 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큰형님도 하고 싶으시겠지, 그러나 난 큰형님을 좋아하지 않으니 그를 천거할 일은 없지 않겠느냐.”탕양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손왕 전하, 전하의 이번 천거는 초왕 전하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손왕은 깜짝 놀랐다.“어찌 해를 끼친단 말이냐? 본왕은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을 뿐인데… 정식으로 천거한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부황도 내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탕양 자네는 너무 조심성이 많아. 자네와 같이 처신하면 무슨 재미로 사나?”탕양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손왕은 본인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폐하께서 본인의 말을 듣지 않을 걸 아는데 왜 굳이 수고스럽게 말씀 드린단 말인가? 손왕 전하는 참 단순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그들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한 손왕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을 수도 있음을 깨닫았다. 그는 자신의 입술을 찰싹찰싹 쳤다.“어리석은 주둥이 같으니라고. 또 내가 실언한 게지?”“괜찮습니다.”우문호가 고개를 저었다.“실언하신 게 아닙니다. 둘째 형님께서 저를 알아봐 주셨으니, 천거하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그의 시선은 계속 밖을 향해 있었다. 원경능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부황은 지금 진노하고 계시고. 부황은 과연 그녀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 것인가?손왕은 과자를 다 먹고는 떠났다. 가기 전에 분노를 가득 담아 우문호를 대신해 범인을 몇 마디 저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로써 형제간의 우애를 다 보여준 셈이었다. 그는 자신의 자금단도 꺼내 탕양에게 건넸다.우문호가 거절하자 그는 아예 우문호에게 던져버렸다.“이 맛도 없는 걸 내가 갖고 있어서 뭐하느냐? 게다가 본왕은 태자 자리에 뜻이 없으니 본왕을 상대하려는 자도 없을 것이다.”그는 던지고는 곧 도망치듯 나왔다. 탕양이 보물을 얻은 듯 얼른 주워 들며 말했다.“손왕 전하께서는 그래도 왕야를 신경 써 주시는군요.”우문호가 덤덤히 대답했다.“본왕도 알고 있다.”둘째 형님은
저녁 식사는 기씨 어멈이 준비했다. 원경능은 입맛이 없어 국물을 한 모금만 삼키고는 상을 치우게 했다.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 챈 기씨 어멈은 다른 일은 묻지 않은 채 녹아를 불러 함께 음식을 정리했다. 기씨 어멈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 그때 원경능이 물어왔다.“어멈, 화가는 괜찮은 것이냐?”그녀가 입을 열자 기씨 어멈이 급히 돌아서며 말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왕비. 그 아이는 이젠 괜찮습니다.”“내일 그를 보러 가마.”원경능이 말했다.“네, 감사합니다!”기씨 어멈은 그녀의 심기가 불편할 때에도 화가 걱정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의 가슴이 뭉클해졌다.원경능은 책을 조금 읽다가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부디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때 희씨 어멈이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면서 문까지 닫았다.원경능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무슨 일인가?”희씨 어멈이 양 손을 공손히 드리우며 담담히 말했다.“왕비, 차라리 직접 말씀해주십시오. 소인에게 어떤 처분을 내리시렵니까?”원경능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그 어떤 처분도 내리지 않을 것이네.”그러자 기씨 어멈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인 잘 알아들었습니다. 왕비께선 소인 스스로 자결하라는 말씀이시겠지요. 아마 이건 폐하의 뜻이기도 할 테지요.”원경능이 담담하게 말했다.“폐하의 뜻은 나도 모르네. 성심을 어찌 함부로 짐작하겠는가? 허나 태상황께서 내게 말씀하셨네. 나더러 자네를 잘 대하라고.”희씨 어멈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곧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태상황께서 진정으로 그리 말씀하셨습니까?”“내가 자네에게 왜 거짓을 말하겠는가? 목숨을 끊어 은혜와 원한을 없애든, 잘 살아서 태상황의 은혜에 보답하든 자네 스스로 고민해보게. 내가 자네를 대신해 결정해주진 못하니 말이야. 이만 돌아가게, 쉬어야 하겠네.”원경능은 바로 축객령을 내렸다.희씨 어멈은 무거운 기분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가 한참을 걸어갔는데도 원경능은 멀리서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
현비는 여전히 걱정이 태산 같았다.“대체 누구의 미움을 샀길래 이렇게 독한 짓을 벌인다는 말이냐?”“누구의 미움도 산 적 없습니다.”우문호가 그녀를 위로했다.“됐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범인은 이미 죽여 없앴으니 전 이제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어미가 바보도 아니고….”그녀는 고개를 들고 원경능을 쳐다보았다. 볼수록 화가 났다. “왜 거기서 멍청히 서있는 게냐? 아랫것들에게 분부해 왕야께 국물이라도 올릴 생각은 못하는 것이냐? 너처럼 시중드는 사람은 처음 보는구나.”원경능이 우문호를 보며 물었다.“드시고 싶으신 거라도 있나요, 왕야?”현비가 화를 냈다.“만들라 명하면 되지 않느냐? 뭔들 나쁠까? 부상당했는데 뭘 먹어야 하는 지도 물어봐야 하다니, 넌 이렇게 작은 일조차 해내지 못하는구나. 그러니 왕부의 일도 감당하지 못하지. 차라리 너를 대신해 일을 할 사람을 찾는 편이 좋겠구나.”원경능은 속으로 비웃었다. 그녀는 측비를 맞이하는 일 때문에 걸음 한 듯싶었다. 자신이 난동을 부릴까 걱정되었던 것일까? 현비는 원경능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그녀는 난동을 부릴 수 없는 처지였다.현비가 천천히 몸을 꼿꼿하게 일으키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미가 걸음한 것은 네 상처를 살피러 온 것 외에도 너와 상의할 일이 있어서란다.”우문호는 그녀가 뭘 말할 지 알고 있었다.“나중에요, 소자 아직 부상이 다 낫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말하기에 적당하지 않습니다.”“꼭 말해야 한다.”현비가 강경하게 말했다.“어미는 이 일에 대해 네 부황께 이미 말씀드렸다. 네 부황께선 반대하지 않으셨어. 그저 저씨 집안의 의향을 물어보라고만 명하셨을 뿐이다. 만약 저씨 집안에서 동의한다면 이 혼사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네 부황께서 너 대신 부탁하는 일인데, 저씨 집안에서 어찌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너는 마음 편히 상처 회복에만 힘쓰거라. 부상이 다 나으면 곧 혼인할 수 있을 것이다.”“됐습니다. 그만하세요.”우문호는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기씨 어멈은 자신이 고생해서 만든 것들이 땅에 떨어져 먼지가 묻은 것을 보며 놀라고 두렵기까지 했다. 이때 서일이 나오며 말했다.“어멈, 일어나시게. 현비마마는 어멈에게 화난 게 아니야. 그 분은 왕야께 화가 난 것이네.”기씨 어멈은 더는 묻지 못하고 바닥의 간식들을 줍고 물러났다.궁으로 돌아가던 현비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녀는 자신의 심복을 불렀다.“아버님께 말을 전하거라. 측비를 들이는 일에 지장이 생겼으니, 경후와 몇 마디 말씀을 나누고 오시라고.”“네!”그녀의 심복이 명령을 수행하러 떠났다.***경후는 최근 정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날 제왕비는 사람을 보내 제왕부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나 이틀동안 계속 갔음에도 불구하고 제왕비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현재 자신은 참으로 형편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예전처럼 왕부의 문 앞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반 시진 넘게 기다려서야 제왕비의 가마가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는 분을 삭이고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인사했다.“제왕비를 뵙습니다!”저명취는 발을 젖히며 차갑게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후야(侯爷)시군요.”“네! 네!”경후는 그녀의 말투가 우호적이지 않은 것을 보고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저명취가 담담하게 말했다.“돌아가세요, 경후. 제왕부의 문벌이 낮아 경후를 제대로 모시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혹여 초왕비의 심기를 건드려 황제 폐하 앞에서 제 잘못을 날조하게 하면 안되니까요. 돌아가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발을 내렸다. 가마는 경후를 그 곳에 홀로 세워 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경후는 어찌 되었든 후작 관저(侯爵府邸)의 사람이었다. 연속해서 삼일 동안이나 계속 찾아왔는데 이렇게 문전박대 당하다니, 실로 크나큰 치욕이었다. 그의 얼굴이 단번에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물러나기도, 그렇다고 들어가기도 애매했다.그는 제왕부 문지기(门房)의 비웃는 눈빛과 마주하고 나서, 씩씩거리며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경후!”뒤에서 그를 부르
탕양은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러면 황제와 태상황께서 모두 진노하실 것이다.그러나 진노는 잠시일 뿐, 왕비와 이혼한다면 왕부는 그때부터 태평할 것이다. 경후 또한 성가시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로운 점이 더 많았다.“허면 저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와 혼인하는 일에 대한 왕야의 생각은 어떻습니까?”우문호는 이 화제에 싫증이 났지만 부황과 어머니께서 계속 이야기를 꺼내셨으니 무조건 이 문제와 당면해야 했다. 그는 다시 탕양에게 반문했다.“넌 어떻게 보느냐?”탕양이 분석하기 시작했다.“국면으로 볼 때, 확실히 왕야께 유리합니다. 저씨 집안에서는 비록 큰 아가씨를 제왕에게 시집보냈지만, 저수부(褚首辅)는 제왕을 지지한다는 태도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태후 때문에 저수부는 줄곧 주저하고 계시는 것이지요. 게다가 태상황도 왕야를 높이 평가하고 계시니 저씨 집안이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여지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오늘날의 국면입니다. 그러나 왕야께서 저씨 둘째 아가씨와 혼인하신다면, 저씨 집안은 어느 정도 왕야께 신경을 쓰게 될 것입니다. 만약 제왕이 쓸모 없다고 느낀다면 저수부는 왕야께 모든 힘을 쏟을 것입니다.”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자네도 어머니의 말씀에 공감하는 모양이군.”탕양이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국면을 놓고 분석할 때는 이렇습니다만, 소인은 왕야께선 도모하실 마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인은 왕야께서 저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를 측비로 맞이하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만약 저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측비가 되길 원하신다면 말입니다.”“자네 이 말은 왜 앞뒤가 맞지 않느냐?”“모순되지 않습니다. 현비마마께서 왕야더러 저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와 혼인하라 하심은 순전히 자리를 쟁취하기 위함이지요. 그러나 소인은 왕야께서 저씨 집안의 비호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우문호가 냉랭하게 말했다.“본왕이 저씨 가문의 비호를 받아야 한단 말이냐?”“왕야, 어떤 일들은 왕야께서는 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