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시시하다는 듯 웃었다. 그제서야 제일 중요한 일이 생각났다. “참, 당신 내일 입궁하여 아뢸 생각인가요?”“응 아뢰려고.”우문호가 말했다.“석 달이 안되면, 아뢰지 않아도 된다 하지 않았어요?”우문호가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저녁 이렇게 대대적으로 일을 벌였으니까. 비록 다 우리 사람들이라고는 하나, 밤중에 의원을 불러들였으니 무조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불러 일으켰을 거야. 아마 내일이면 의원이 청해서 물어볼걸? 어차피 감출 수 없는 거, 차라리 우리가 스스로 공개해 버리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우리 다른 사람의 감시를 당하고 있어요?”원경응은 주위가 다 부자연스러운 것 같았다.우문호는 그녀의 배가 눌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손으로 그녀를 안고 있었다. “내가 그저 예전의 초라한 친왕이었을 적에도 누군가는 내가 눈에 거슬려 날 암살하려 했어.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경조부윤이란 직위가 하나가 생겼잖아. 게다가 당신이 여섯째를 치료해줬고 또 태상황의 중시를 받고 있어. 우리 부부 둘은 그야말로 다른 사람의 눈엣가시고 살에 박힌 못 일거야.”원경능은 그 말을 듣고 똑바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요.”아니면 우리 아이를 낳지 맙시다. 애가 무슨 죄라고... 라는 말을 원경능은 고려했지만, 감히 꺼내지는 못했다. 우문호는 그녀를 꼭 끌어 안고 진중하게 말했다. “처자식을 보호하는 건 사내의 천직이지. 당신은 시름 놓아도 돼. 난 절대 당신 모자가 억울함을 당하게는 하지 않을 거야.”사내의 강건한 가슴과 부드러운 말투, 확고한 보증은 여인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곤 했다.원경능도 감동을 받았다. 사실 두 사람이 함께 있은 뒤 그녀도 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그는 예전처럼 횡포하지도 냉담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저 가끔씩 멍청한 짓을 하긴 했지만, 가끔은 따뜻하고 자상하기도 했다.특히 지금은 그가 더 책임감을 갖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예전에도 있긴 했지만 지
우문호와 고사가 얼른 일어났다.목여공공은 고사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고대인은 계속 무릎 꿇고 반성하시지요. 당신더러 들라는 교지는 없었습니다.”고사는 어리둥절했다. 황제는 자신의 아들을 편애하고 있었다. 남의 아들은 아끼실 줄 모른 단 말인가?그는 계속 무릎을 끓고 어젯밤의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고 속죄할 수밖에 없었다.우문호가 들어서니 기왕과 내각대신 손정방(孙庭方)이 안에 있었다.손정방은 어서방을 오가는 대신이다. 때문에 그는 자주 어서방을 드나들곤 했는데 명원제는 그를 무척 아끼고 있었다.우문호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소자, 부황을 뵙습니다!”명원제는 차가운 눈길로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몹시 불쾌해했다. “잘하는 짓이다. 당당한 친왕이 무슨 망나니 같은 짓을 하고 다녔는지 좀 보거라!”우문호가 입을 헤 벌리고는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부황 먼저 죄를 묻지 마십시오. 소자 아뢸 말이 있습니다.”명원제가 냉소하며 말했다. “네 그 하찮은 일을 먼저 아뢸 필요 없다. 짐이 너를 부른 건 너를 파견해 일을 맡기기 위해서다.”“저를 파견한다고요?”우문호가 물었다. “무슨 일에 저를 파견하는 것입니까?”명원제는 상주서를 그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네가 직접 보거라.”우문호는 상주서를 읽었다. 이 상주서는 정강부 지부(亭江府知府)가 올린 상소였다. 정강부에 요즘 토구(土匪)들이 출몰하고 있어 정강부 부근의 마을을 불태우고 약탈한다 했다. 이미 열두 명이 토구의 손에 죽었으니 조정에서 병사들을 파견하여 토구들을 숙청해달라 쓰여 있었다.우문호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부황, 병사들을 파견하여 비적을 토벌하려 한다면, 정강부 부근에 있는 대안영(大安营)에서 병사들을 파견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이 일은 확실히 그가 갈 필요가 없었다.기왕이 말했다. “다섯째는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대안영의 병마는 이미 모두 수사영(水师营)에 귀속됐다. 대군은 이미 떠났다.”“언제 있은 일입니까?”우문호가
현비 쪽에서도 원경능의 임신 소식을 듣고 반가워했다.비록 그녀는 원경능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찌됐든 지금 그녀가 이미 초왕비라는 점은 당분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비록 왕비의 가문은 좋지 않으나 적자를 낳는다면 그래도 다를 것이다.이 아이가 사내아이이기만을 고대할 뿐이었다. 현재 친왕 중에는 아직 아들을 낳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넌 이후 죽을힘을 다해 원경능이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정에 무슨 바람이 부는 지 너도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원경능이 아들을 낳는다면….”현비가 목소리를 낮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네가 태자의 자리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현비는 사실 다섯째가 태자자리를 다툴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원경능의 임신은 그녀를 크게 자극했다. 그녀는 지금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고 투지가 충만했다.조정의 형세는 변화무쌍했다. 황제가 오늘날 자손의 여부로 태자자리를 정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모비, 그래도 그 희망은 버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조정에 부는 바람이 부황의 진실된 뜻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네가 뭘 안다고 그러느냐?”현비가 그를 쏘아보았다.“지난날이라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만, 너는 네 부황의 마음이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냐? 네 부황 슬하의 그렇게 많은 황자들 중 아직도 네 부황에게 사내 황손을 안겨준 이가 없다. 백성들도 적지 않게 비난할까 걱정이구나.”그녀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바로 황제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급한 것은 조정에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느냐 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문무대신들이 모두 이 말을 믿기만 한다면, 자연히 다섯째를 떠받들 터였다. 그러면 때가 되어 태자의 자리를 쟁탈할 때 충분한 경쟁 요소를 갖게 되는 셈이었다.현비는 우문호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이 아이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할 것이다. 이 모비가 네게 처방전을 알아봐주마. 듣기론 민간의 몇몇 방법들이 특별
원경능이 침대로 돌아갔을 때 그녀는 자신이 한 번 죽고 다시 살아난 것만 같았다.일어나자마자 하늘과 땅이 빙빙 돌더니 미친 듯이 토했다.태의가 모셔졌다. 그녀가 창백한 낯으로 무기력하게 물었다.“어째서 내 반응이 이렇게 심한 것인가?”조 태의가 말했다.“왕비의 몸이 너무 상하신데다 그저께 격노하시어 간장의 울화로 혈기가 막혀 이렇게 괴로운 것입니다. 몸조리를 잘 하신다면 많이 나아질 것입니다.”“빨리 몸조리해주게. 무슨 약이라도 좋으니. 내 어지럼증과 구토를 멈춰주게….”원경능은 눈을 뜨고 있을 힘조차 없었다. 우문호는 다급해서 한 손으로 어의를 끌고 나갔다.“좋은 처방전은 없는 것인가? 태후께서 하사하신 보약들을 좀 써보게나.”조 태의는 오히려 우문호를 더 멀리 끌고 가서 탄식하며 말했다.“왕야, 사실대로 아뢰겠습니다. 오늘 원판 대인과 의논했었습니다. 왕비의 이번 임신은 시기가 잘못되었습니다. 왕비는 아직 제대로 몸조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왕비가 자금탕을 먹고 며칠 뒤 해독탕을 드렸겠지요. 그건 자금탕의 한성(寒性)을 억지로 누른 것입니다. 지금 갑자기 폭발하니 왕비께선 당연히 몇 백배로 고통스러우실 테지요. 게다가 자객의 습격을 당했을 때 기혈이 손상되기도 했고요. 소인이 듣기 싫은 소리를 좀 하겠습니다. 현재 왕비의 신체 내부는 해진 솜과 같습니다. 가볍게 누르기만 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버틸 힘이 없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요.”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이를 갈았다. 애초에 자신은 왜 그리도 멍청했단 말인가?태의가 말을 이었다.“왕비가 이런 몸 상태에서도 임신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금단의 효력 덕분일 겁니다. 자금단이 왕비의 기혈을 통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일시적인 것입니다. 이젠 약효가 떨어졌으니 모든 것은 왕비의 운에 맡겨야 합니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태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만약, 이 아이를 포기한다면 어찌되는가?”태의가 깜짝 놀랐다.“절대 아니 될 일입니다. 강제로 낙태한다면 왕비의 몸
노부인은 이 말을 듣지 못했다는 듯 손씨 어멈더러 준비하라 일렀다.경후는 노부인이 반드시 그의 앞날을 생각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긴히 부탁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물러갔다.경후의 생각이 맞았다.경후부의 사람이 왔을 때 우문호는 그녀를 만나지 못하게 했지만 그는 그녀가 노부인을 관심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 노부인이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왔으니 만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그가 친히 나가서 맞이하며 공손히 인사했다. 심지어 ‘조모’라 부르기까지 했다.노부인은 현주 출신이었으니 예의를 알고 있었다. 그가 우문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왕야, 너무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초왕의 조모는 지금의 태후였다. 만약 친밀한 관계라면 그런대로 구애받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규칙이 적절하여 잘못을 골라낼 수 없었다.우문호가 이미 이 말을 입밖에 냈으니 그녀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라면 눈치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우문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으로 초대했다. 원경능은 노부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어나 앉으려 했다. 우문호가 재빨리 다가와 그녀를 말렸다.“일어나지 말고 누워있어. 어르신이 남도 아니고.”원경능이 불만을 터뜨렸다.“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누워있었다고요.”“나중에 내가 주물러줄게. 어르신과 얘기하고 있어. 관아에 좀 다녀올게.”겅후부에 그가 혐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직 노부인 뿐이었다.노부인이 왔으니 그도 안심되었다. 조손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그가 있으면 불편할 터였다. 그러나 왕부에 있으면서도 대접하지 않는 것도 좋지 않았다. 그러니 그 틈을 타 관아에 다녀왔다.원경능도 그가 떠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틀 동안 그의 빈틈없는 감시하에 누워 있었더니 미칠 지경이었다.우문호가 떠난 후 노부인이 침대 곁에 앉아 매우 만족스러운 목소리고 말했다.“네게 잘해주는구나.”원경능은 노부인을 보며 그녀의 말을 잇지 않고 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직 병이 낫지 않으셨어
기왕비와 제왕비의 선물도 도착했다.기왕비가 보낸 것은 비취 송자 관음(送子观音)이었다. 매우 정교하게 조각한 최상의 물건이었다. 적지 않은 은자의 값어치를 할 것이다. 기왕비는 이번에 큰 밑천을 들였다.그녀가 큰 선물을 보낸 것이 원경능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기왕비의 체면에 관련된 일이니 언제나 최고로 잘해내야 했으니까.반면 제왕비 저명취의 선물은 초라했다. 인삼 두 뿌리와 당귀 몇몇이었다.저명취는 실속을 따지는 사람으로, 겉치레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원경능을 좋아하지 않았고 임신하는 것은 더더욱 보기 싫었다. 이런 것들을 보낸 것도 아마 부중의 가신이 약간의 성의 표시를 한 것일 테다. 필경 동서지간인데 아무것도 보내지도 않고, 상관하지도 묻지도 않으면 옹졸해 보일 수밖에 없다. 또 정말로 먹을 것이나 약재를 주어도 초왕비가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너무 좋은 것으로 챙길 필요도 없었다.기씨 어멈은 송자 관음을 좋은 곳에 잘 들여놓으려고 했지만 닦는 과정에 송자 관음의 등에 실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균열은 뚜렷하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비취 무늬나 옥근(玉根)인 줄 알았을 것이다.모든 불상 조각은 완전무결해야 했다. 금이 간 송자 관음을 보낸 건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화가 난 기씨 어멈이 희씨 어멈에게 알렸다.희씨 어멈이 말했다.“됐네, 한 쪽에 놔두고 왕야께 아뢰면 되네. 왕비껜 아뢰지 말고. 화를 내시지 않게 말이야.”기씨 어멈이 화를 냈다.“기왕비는 사람을 참 업신여기는군요. 이건 저주가 아닙니까? 이렇게 속이 시커먼 여인은 처음 봤어요.”기씨 어멈은 항상 조심하고 분수에 맞게 말했다. 이렇게 한 왕비를 비난하는 일은 예전이라면 절대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녹아가 가끔 예의 없는 말을 할 때면 그녀는 꾸짖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일에 착오가 있거나 금기를 범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매우 불길한 일이었다.만약 발견하지 못하고 이 관음상을 방에 놓은 채, 왕비가 밤
우문호는 어린 시녀에게 물었다.“그 송자 관음은 어떻게 생겼더냐? 무슨 색이지?”어린 시녀는 방금 이미 너무 놀라서 눈물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우문호가 이렇게 물었지만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얼버무렸고 머릿속이 텅 빈 채 혀가 굳어버렸다.“그… 그건, 소인은, 소인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옥백색인 듯싶습니다.”우문호가 냉소를 터뜨리며 기왕비를 쳐다봤다.“큰 형수, 형수의 눈에는 제가 바보로 보이나 봅니다. 얼렁뚱땅 넘길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기왕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다섯째 시동생, 무슨 뜻입니까?”“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허면 그 사건은 계속 수사를 하는 걸로 하지요.”우문호가 몸을 돌렸다. 기왕비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천천히 다시 폈다.“제씨 어멈(齐嬷嬷), 네 죄를 알렸다!”기왕비가 엄하게 소리쳤다. 방금 어린 시녀에게 손대려 했던 어멈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했다.이 어멈은 기왕비가 시집올 때 데리고 온 총관 어멈이었다. 기왕비와 매우 사이가 두터웠으며 몇몇 계책은 그녀가 대신 낸 것이기도 했다.이번에 우문호는 기왕비의 말을 기다리지 않은 채 명령했다.“부중의 시위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밖에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여기 있습니다!”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제씨 어멈을 끌고가 곤장 서른 대를 쳐라.”기왕비는 침통한 얼굴로 어멈을 쳐다봤다. 입술을 달싹였으나 결국 자비를 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시위더러 끌고 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우문호는 사람을 시켜 맞는 것을 감시하게 했다. 한 톨의 인정도 베풀지 못하도록 말이다.기왕비는 처량하게 웃었다.“이럴 필요까지 있습니까? 왕야는 어찌 한 노비에게 이렇게까지 따진단 말입니까?”“바늘이 살에 박히지 않으면 기왕비는 영원히 그 고통을 모를 것 아닙니까?”우문호는 분풀이를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기왕비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왕야께서 이렇게 변변치 못한 분인 줄은 미처 몰랐군
원경능이 눈물을 떨구는 것을 본 우문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를 껴안았지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우문호, 집이 그리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원경능은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얼마나 많은 딸들이 출가 후에도 친정에 갈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딸들이 임신했을 때 엄마가 이것저것 챙겨와서 보살펴 주는가? 외손자를 위해 작은 옷이며 양말을 준비하고, 임신에 대한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그녀는 알 수 없는 시공 구석에 떨어져 평생 엄마를 만나지 못하는 처지였다. 엄마는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우문호는 그녀가 조모 생각이 나는 줄 알고 얼른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알겠어, 알겠어. 얼른 녹아더러 조모를 모셔오라고 할게. 조모를 모셔와 당신 곁에 머물게 할게, 응?”원경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욱 서글프게 통곡했다.우문호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그녀를 대신해 아파할 수 없었다. 어떤 말로 달래도 소용없었다.기씨 어멈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서 약간 달라진 안색으로 말했다.“왕야, 태상황께서 오셨습니다.”우문호는 잠시 멍해있다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뭐라?”“정말입니다. 지금 밖에 계십니다. 희씨 어멈이 맞이하고 계십니다.”기씨 어멈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세상에, 태상황께서 출궁하지 않으신지 얼마나 오래 됐던가? 그런 태상황이 왕비를 보러 걸음 하시다니?원경능은 울음을 그치고 우문호와 눈을 마주쳤다. 이게…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이건 정말… 정말 너무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태후나 황후, 현비가 온다면 모를까 태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평복 차림이시더냐?”우문호가 물었다.“아닙니다. 의장(仪仗)이 길을 내었습니다.”우문호가 원경능을 보며 말했다.“잠시 다녀올게.”그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밖에 나가 보니 과연 태상황이 상공공과 함께 걸어왔다. 의장은 뒤에 있었고 한 무리의 궁인과 시종들이 따라 나섰는데 그 기세가 대단했다.우문호가 다가가 인사 올렸다.“황조부를 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