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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Author: 이제리
북진연이 떠난 후, 온사도 공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온모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삼일 후가 약속한 날이니 그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특히나 사구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완벽히 준비하고 가는 게 맞았다.

독은 사부가 더 뛰어나다고 하지만 상대는 뱀을 부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게다가 전부 다 강한 독성을 가진 독사였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은 수동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뱀에게 물릴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게 싫었다.

온사는 2층 연금대로 바로 갔다.

이곳에는 독성이 강한 약재들 외에도 독벌레도 있었다.

불개미와 독거미, 지네도 있었다.

온사는 그것들을 훑어보다가 맨 마지막에 전갈에게 시선이 갔다.

오독 중에 가장 독한 것이 전갈 독이라고 했다.

독성도 강할 뿐만 아니라 전갈 자체가 아주 흉포한 벌레였다.

온사는 사구를 상대하려면 전갈이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아직은 체형이 너무 작고 독성이 약했다.

온사는 3일 안에 이 전갈을 제대로 육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공간에 영수는 넘쳐나고 가진 독약까지 합치면 대왕 전갈을 육성해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삼일 간 온사는 공간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 기간에 막수가 찾아왔지만 추월이 나서서 응대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약속한 날짜가 다가왔다.

그날 아침, 온사는 아침 일찍 공간에서 나왔다.

3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았지만 워낙 공간 안에 농후한 영기로 가득찼기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정원을 나가자 막수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는 다 됐니?”

온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가시죠.”

막수는 의아한 얼굴로 온사의 등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

“온모는 어디 있니?”

“데리고 가는 중이니 걱정 마세요, 사부.”

그 말을 들은 막수는 온사가 추월에게 맡긴 줄로만 알고 더 캐묻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당나귀를 끌고 산을 내려갔다.

막수는 당나귀 따위를 타기 싫었기에 온사를 위에 태우고 자신은 고삐를 잡고 앞에서 걸었다.

남산 산기슭에 다다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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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장온은 아무런 불만도 말할 수 없었다.분명 마차에 난입하려 한 사람은 셋째였는데 칼은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섭정왕께서 갑자기 기분 나쁘다고 그의 목을 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셋째가 흑기군의 호위 범위에 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왜 자신이 동생의 죄를 대신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온장온은 처음으로 아버지와 동생에게 원망을 느꼈다.온사의 명성을 갖고 섭정왕을 협박한 아버지, 그리고 얌전히 있으랬더니 마차에 난입하려고 한 동생, 둘이 친 사고를 왜 자신이 수습해야 하는지 분통이 터졌다.온장온은 차라리 오늘 따라오지 말걸 하고 후회했다.어머니의 시신이 온사에게 있지만 효심이 지극한 온사이니 시신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다.온사가 화가 좀 풀리면 그가 찾아와서 사정해도 될 일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후회가 치밀자, 온장온은 불만 섞인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버지, 이제 그만하시죠? 어쨌거나 어머니의 시신은 온사가 가져갔지 않습니까. 아버지든 아들인 저희든 지금은 온사를 추궁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막수는 고개를 돌려 놀란 눈으로 온장온을 바라보았다.‘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큰 애가 저렇게 변했지?’그녀는 온장온이 어쩌다가 사람이 할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어떻게든 이들과 대치를 이어가려던 온권승은 불쾌한 눈으로 장남을 노려보았다.북진연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진국공, 나이가 들었으면 패배를 인정하는 게 심신에 좋아. 자넨 이미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구만. 차라리 장남이 나아.”온권승이 냉소를 지으며 반박하려던 찰나, 마차에서 듣고만 있던 온사가 입을 열었다.“진국공 어르신, 자꾸 이렇게 시간을 끌면 당신께서 그렇게 아끼는 사생아가 목숨을 잃을 텐데요.”그 말을 들은 온씨 가문 사내들의 안색이 급변했다.온권승은 잔뜩 분노한 목소리로 마차에 대고 소리쳤다.“너 온모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그 애가 사람을 시켜 어머니의 시신을 훔쳐가고 보복한답시고 시신을 훼손하려 했습니다. 이렇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8화

    어쨌거나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란자군의 시신을 가져갈 것이다.란자군은 진국공부 사람이고 죽어서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그녀의 시신은 그녀를 위한 조상묘에 묻혀야 마땅했다.그리고 세월이 지난 후, 그녀와 함께 묻힐 것이다.“섭정왕 전하, 괜히 논점 흐리지 마시죠. 온사의 명성을 그렇게 걱정하신다면 그 애를 설득해서 어미의 시신을 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안 그러면 저도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허튼소리는 여기까지!”북진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온권승의 말을 잘랐다.말에서 내린 그는 성큼성큼 온권승의 앞으로 다가갔다.온권승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북진연이 주는 위압감에 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북진연이 앞으로 다가오자 키차이에서 오는 압박감과 함께 굴욕감이 온권승을 괴롭혔다. 그런 온권승에게 북진연은 더 모욕감을 주는 말을 했다.“난 진국공 자네랑은 달라. 내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 여인의 명성을 갖고 사람을 협박하진 않는다고. 하지만 자네가 딸의 명성을 들먹이며 내게 답을 요구했으니 그 답을 지금 해주지!”그 순간 막수마저 주먹을 불끈 쥐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북진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북진연이 일시적인 충동으로 온사의 명성을 실추시키는 발언을 할까 봐 두려웠다.북진연이 말했다.“난 늘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아왔어. 내가 여인의 접근을 혐오한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 만약에 내가 마음에 품은 여인이 나타난다면 그것 역시 만 천하가 알게 될 거야. 내가 누구를 소중이 생각하고 아끼는 줄 알면 당연히 그 사람을 어렵게 대해야 하거늘!”그 말이 끝나자 현장에 적막이 감돌았다.온장온은 할 말 많은 표정으로 북진연을 바라보았고 온권승은 마치 똥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당장이라도 저 요망한 얼굴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그러니 진국공, 내가 무우 사태에게 어떤 마음인지 이제 알겠나?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한번 더 말해줘야 할까?”온권승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북진연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7화

    “섭정왕 전하!”뒤늦게 온자월의 옆으로 달려간 온권승은 기이할 정도로 휘어진 아들의 다리를 보고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어찌 제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애를 죽이려고 작정했어요?”북진연은 그런 온권승을 바라보며 냉소를 짓더니 말했다.“진국공, 난 명을 받들어 성녀 전하의 안전을 보호했을 뿐이야. 자네의 아들은 흑기군 호위를 따돌리고 강제로 성녀 전하가 계신 마차에 침입하려 했어. 건방지게도 말이야. 이건 섭정왕인 날 무시하는 행위 아닌가. 정말 한방에 죽여버릴까 생각도 했네만 자네를 봐서 참은 건데, 어떻게 생각하나?”“참으로 건방지군요, 섭정왕!”온권승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내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전하께서 이리도 온사 그 계집애를 감싸고 도는 이유 말입니다. 단순히 폐하의 어명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전하께서 온사에게 어떤 마음인지 본인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을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짝!온권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막수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손을 뻗어 온권승의 귀뺨을 쳤다.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온권승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온권승! 이 짐승보다도 못한 놈!”막수는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그게 아비로서 할 말이야? 아무리 무우가 이제는 진국공부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찌 그런 식으로 딸의 명성을 더럽힐 수 있지?”만약 이 소문이 새어나간다면 온사는 경성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특히나 그녀는 부처님 앞에 맹세를 올리고 출가한 승려였다. 만약에 온사가 섭정왕을 홀려서 불도를 더럽혔다는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면 그녀를 벼랑으로 떠미는 격이었다.“아버지, 방금 하신 말씀은 선을 넘으셨어요!”듣다못한 온장온마저 고개를 돌리고 불만스러운 어투로 온권승에게 말했다.마차에 타고 있는 온사가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상심할까?아버지의 말로 그녀의 명예가 실추된다면 그건 정말이지 온사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었다.하지만 온장온은 오라버니인 자기들이 온사의 명성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6화

    잠자코 자리를 지키던 온사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이때, 막수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막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에게 말했다.“넌 나갈 필요 없어. 네 어머니를 잘 지키고 있어. 내가 나갈게.”말을 마친 막수는 마차에서 내려갔다.고개를 돌린 온권승 부자는 온사가 내려오길 기대했지만 나온 사람은 막수였다.막수는 온권승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온장온과 온자월을 번갈아보더니 담담히 말했다.“넷째는 안 왔네. 하긴, 그 놈은 말도 타지 못하는 약골이니까.”“넷째가 오든 안 오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야? 당장 온사 나오라고 해!”온권승이 옆에 있으니 온자월도 대담해졌다.그는 짜증스럽게 막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감히 건방지게 성녀의 이름을 입에 담아?”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아이에게 막수는 인내심을 잃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권승을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자군이가 세상을 떠난 후에 진국공 가문은 애들을 대체 어떻게 가르친 거지? 어찌 저런 예의 범절도 모르는 망나니가 됐어?”온권승은 불쾌한 얼굴로 경고했다.“막수, 네가 출가인 신분이라는 걸 잊지 마. 어디 출가인이 그런 불경한 말을 해?”“내 성격 진작에 알고 있었잖아? 예전 기억이 별로 없나? 승려한테 욕먹어서 기분이 불쾌해? 또 귀뺨 한번 맞고 싶어?”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당황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온자월과 온장온 형제는 물론이고 북진연마저도 눈썹을 치켜올렸다.‘역시 온사의 사부여서 그런지 개성 있어.’경성에 진국공을 상대로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막수를 제외하고 몇 없을 것이다.온권승은 버럭 화를 내며 막수를 협박했다.“예전에는 부인 체면을 생각해서 참고 있었지만 감히 오늘 내 앞길을 막는다면 나도 더 이상 참고만 있지 않아!”그의 협박에 막수는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네 주제에? 그럴 자격은 있고?”온권승이 음침한 눈으로 노려보는 가운데 막수는 싸늘히 덧붙였다.“넌 사생아의 신분을 은폐하려고 자군의 딸에게 온갖 고통과 시련을 주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5화

    그녀의 침묵에 막수도 잠시 고민에 잠겼다.잠시 후, 막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몇번을 말해. 독과 해독제는 동시에 제조해야 한다고 그렇게 일렀거늘.”온사는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제가 돌아가서 바로 만들게요!”다행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북진연은 흑기군을 이끌고 근처를 배회하던 중에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도주하던 사구 일당이 그대로 북진연의 포위 범위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그리고 그때 마침 진국공부에서 사람을 보내왔다고 한다.“그 사람들이 왜요?”온사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북진연은 안쓰러운 얼굴로 온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온모를 데려갔어. 김사도는 도망치고 사칠과 사구를 우리가 잡았어. 네가 쓸데가 있을 것 같아서 사람을 시켜 이쪽으로 끌고 오는 중이야.”당연히 김사도와 온사의 관계를 아는 북진연이 일부러 풀어준 거였다.그래서 북진연은 부하를 시켜 김사도에게 틈을 주었고 그걸 눈치챈 김사도는 사구와 사칠을 버려둔 채,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여기로 끌고 올 것까진 없습니다. 사칠은 그냥 죽이고 사구의 몸에 뱀독 해독제가 있는지 수색하고 있든 없든 그냥 목을 치면 됩니다.”뱀독 해독제를 연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더 이상 후환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출가인이 사람을 죽이라는 말을 이리도 쉽게 하는데도 북진연은 전혀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온사가 그들의 죽음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것이다.곧 지시가 내려졌고 결과가 나왔다.사구의 몸에는 해독제가 없었지만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안타깝게도 온사는 주저없이 죽이라고 말했고 사구의 목이 떨어졌다.온사와 막수는 온자신과 란자군의 시신을 챙겨 길을 나섰다.당나귀를 타고 갈 수는 없으니 당나귀는 자연스럽게 고요에게 맡겨졌다.“걱정 마세요, 성녀 전하. 제가 이 녀석을 어떻게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흑기군은 그들을 호송하기로 했다.남산 산기슭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4화

    “무우야!”“사태!”막수와 추월이 동시에 소리쳤다.온사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온자신에게 밀쳐져서 바닥에 쓰러졌다.그녀는 다급히 온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팔뚝에는 가느다란 독사가 매달려서 독니로 그의 살을 깨물고 있었다.추월은 바로 독사를 쳐내고 검으로 그것의 머리를 잘랐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온사는 재빨리 온자신의 옷소매를 위로 걷었다. 독사에게 물린 부위가 이미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빨리 팔뚝을 묶어!”막수는 란자군의 시신을 온사에게 넘긴 후, 해독제를 꺼내 온자신에게 먹였다.그러나 사구의 독사는 독성이 아주 강한 품종이라 해독제도 독이 몸에 퍼지는 시간만 늦출 뿐이었다.그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일각만 지나면 온자신은 독성이 온몸에 퍼져 죽게 될 것이다.“온사야, 내 동생… 괜찮아? 그 뱀… 멀리 도망쳐… 위험해….”온자신이 자신이 곧 죽을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온사의 안위를 먼저 걱정했다.온사는 그 모습을 보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만 말해요. 지금 위험한 건 당신이니 체력을 아껴요.”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하는 온사를 보고 온자신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말 들을게.”온사는 고개를 홱 돌리며 막수에게 물었다.“사부님,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막수는 은침을 꺼내 온자신의 혈자리에 꽂으며 말했다.“있어. 걱정 마. 내가 있는 한 이 녀석 절대 죽지 않아.”그제야 온사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곧이어 막수는 싸늘한 얼굴로 온사에게 말했다.“네 전갈을 시켜서 뱀에게 물린 부위를 물게 해. 독으로 독을 공격해서 뱀독을 약화시켜야 해!”“예.”온사는 전갈왕을 하나 꺼내 온자신의 팔뚝에 놓았다.한 마리로 부족해서 막수는 또 한 마리를 부르라고 했다.그렇게 전갈왕 두 마리가 양쪽에서 독사가 물린 부위를 깨물었다.그러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잠시 후, 온자신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악! 아파, 너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3화

    전갈을 본 사구와 사칠은 의심의 눈초리로 김사도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자신들보다 더 충격에 빠진 그를 보고 의심이 약간 사그라들었다.“가야 합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해요!”저것들은 일반 전갈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중한 독사들이 떼죽음을 당할 상황이었다.사구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사칠과 함께 온모를 붙잡고 뛰었다.“싫어! 나 안 가! 이 무능한 자식들! 어떻게 여자 셋을 처리하지 못해서 이 난리야!”온모는 악에 받쳐 소리쳤다.하지만 이번에 사구와 사칠은 그녀의 말을 따라주지 않았다. 그들은 강제로 온모를 끌고 갔다.김사도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온사를 힐끗 바라본 뒤에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사구가 자리를 뜨자 요행으로 살아남은 뱀들도 뿔뿔이 흩어졌다.물론 움직임이 느린 자들은 전갈의 집게발에 찔려 죽었다.“도망쳤네.”막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구와 온모가 도망친 방향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러고는 흐뭇한 얼굴로 온사를 바라보았다.“미리 대비해 뒀기에 다행이야. 섭정왕 전하의 사람들도 좋은 소식을 전해오겠지.”한차례 대결이 드디어 끝나자 온사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리 좀 하고 저희도 이곳을 떠나죠.”그녀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고는 막수에게 말했다.그런데 이때, 등뒤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사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나무 뒤에 숨어서 이 사태를 지켜보던 온자신이 밖으로 나오며 온사에게 물었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독사의 사체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온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미 다 봤으면서 새삼스럽게 뭘 물어봐요? 보신 그대로예요. 더 설명할 것도 없어요.”온자신은 흠칫하며 막수가 안고 있는 시신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니 막내가… 널 협박하려고 어머니의 시신을… 도둑질해갔다는 얘기야?”“협박이 아니지요.”온사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보복이에요. 분을 못 이겨서 나에게 보복하려고 어머니의 시신을 도굴해서 훔쳐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2화

    온모의 호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등 뒤에 있던 사구가 담담한 미소를 짓더니 답했다.“명을 받들겠습니다, 아가씨.”걸걸한 목소리가 울리자 사방에서 쉭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수십 마리나 되는 비취색 독사들이 빠른 속도로 온사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그것들은 온사 일행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방을 포위했다.그 광경을 본 온모는 지금 당장 고통받는 온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온사가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살려달라 애원할 생각을 하니 웃음이 터져나왔다.그런데 이때, 온모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갑자기 입에서 피를 뿜었다.“아가씨!”당황한 사구가 얼른 달려와서 온모를 부축했다.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검붉은색이었다.“감히 아가씨께 독을 먹였어?”사구는 눈을 부릅뜨고 온사를 노려보았다.온사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독사들을 노려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사전에 독을 먹이지 않았으면 너희 같은 비겁한 자들을 어떻게 상대하라고?”“젠장! 당장 해독제 내놔!”“그 전에 네가 우릴 무사히 보내준다면 기꺼이 줄 수 있어.”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돼… 절대 보내주지 마!”온모는 피를 토하면서도 사구를 꽉 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온사는 절대 돌려보내면 안 돼!”그동안 그 고생을 견디며 참아온 이유는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다.그래서 절대 온사를 무사히 돌려보낼 수 없었다.“하지만 아가씨, 체내의 독은….”“닥쳐! 이 무능한 자식! 당장 저 늙은 할망구부터 잡아. 저 할망구가 쟤 사부야. 저 늙은이만 잡으면 온사가 어련히 알아서 해독제를 내놓겠지!”사구는 그 말을 듣고 곧장 반절이 넘는 독사를 막수에게로 보냈다.막수는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독사를 발로 차버리고는 소매에서 웅황이 든 독약을 독사들에게 뿌렸다. 앞에서 돌진하던 독사 몇 마리가 독을 맞고 쓰러졌다.하지만 그 뒤로 더 많은 독사가 몰려왔다.수량이 많아지니 막수도 점점 상대하기 버거워졌다.그녀는 란자군의 시신까지 안고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시신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1화

    “좋아.”사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잠자코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막수 사태가 주저없이 요구를 승낙했다.막수는 고개를 들려 단호한 눈빛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갈 테니 넌 여기 가만히 있어.”온사는 자기가 가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상의할 여지조차 없어 보이는 막수 사태의 모습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예, 그렇게 할게요. 조심해요, 사부님.”김사도는 몰래 온사를 힐끗 보고는 짐짓 여유 넘치는 어투로 물었다.“내가 갈까?”사구가 담담히 말했다.“아니, 사칠 네가 가.”눈만 빼고 온몸을 꽁꽁 사맨 사칠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형님.”저들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사구는 일당 중에서도 꽤 지위가 있어 보였다.김사도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사칠을 힐끗 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길을 비켰다.사칠은 관을 내려놓고 맞은편을 향해 걸어갔다.그와 동시에 막수 사태도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사구는 눈앞의 늙은 여승을 빤히 노려보았다.3일 전 수월관에서 만났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악취미가 발동해서 상대를 겁주려고 시도했는데 상대의 반응이 참 재미없었던 거로 인상에 남았다.그런데 그 여승이 성녀의 사부이자 수월관의 주지 사태였을 줄이야.사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한편, 사칠이 다가오자 검은 인영이 온사의 뒤편에 나타났다.추월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칠이 자칫 조금만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당장 죽여버릴 기세였다.거래 과정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사칠이 다가오는 동안에도 온사는 칼로 온모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막수가 어머니의 시신을 옮기려면 시간이 필요했다.그녀는 막수가 어머니의 시신을 관에서 안고 돌아올 때에야 천천히 비수를 내렸다.“아가씨, 가시죠.”사칠의 목소리는 사구보다도 더 흉측했는데 마치 쇠가 갈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그는 예의고 뭐고 다짜고짜 온모의 팔목을 잡아당기며 일행이 있는 쪽으로 이끌었다.“가자! 빨리 가자!”온모는 허둥지둥 사칠을 따라갔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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