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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Author: 이제리
성지가 내려지자 복명 성녀가 이틀 후에 금주로 가서 기우제를 지낸다는 사실을 경성 모두가 알게 되었다.

관료들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적어도 백성들은 진심으로 선량한 복명 성녀가 무사히 다녀오기를 기원했다.

이 시점에 재난 지역에 가기를 꺼려하는 관원들도 많은데 여린 여자의 몸으로 그곳까지 간다고 하는 자체가 대단했다.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에 발 벗고 나서준 성녀가 용기 있고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백성을 마음에 품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결단이었다.

한편, 마차에 탄 온사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마차 밖에서 북진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분이 언짢은 거요?”

북진연의 물음에 온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언짢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 폐하께서 얘기하신 중서령의 딸이 오래전 제 친구였어서요.”

“안란심?”

“예, 맞습니다.”

그동안 틈만 나면 수월관에 드나들었기에 북진연은 온사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상대가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온사가 이렇게까지 거부감을 드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하들이 예전에 알아온 소식에 따르면 안란심과 온사 사이에는 분명한 사건이 있었다.

“반년 전에 누군가가 사태를 밀쳐서 호수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더군.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지. 그날 이후로 진국공은 조정에서 중서령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탄핵까지 제안했었지. 설마 범인이 안란심이란 말이오?”

그러자 온사는 그렇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때는 온모가 진국공부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녀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가 바뀌기 전이었기에, 온사가 물에 빠졌었다는 얘기에 온권승은 매우 분노했었다.

온사가 온권승에게 안란심을 처벌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온권승은 당연하게 중서령을 탄압했다.

안란심의 삶이 힘들어진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온사의 답을 들은 북진연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감히 사람을 죽이려고 물에 빠뜨리다니. 간덩이가 부었군.”

온사는 잔뜩 화가 나 있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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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사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잠자코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막수 사태가 주저없이 요구를 승낙했다.막수는 고개를 들려 단호한 눈빛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갈 테니 넌 여기 가만히 있어.”온사는 자기가 가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상의할 여지조차 없어 보이는 막수 사태의 모습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예, 그렇게 할게요. 조심해요, 사부님.”김사도는 몰래 온사를 힐끗 보고는 짐짓 여유 넘치는 어투로 물었다.“내가 갈까?”사구가 담담히 말했다.“아니, 사칠 네가 가.”눈만 빼고 온몸을 꽁꽁 사맨 사칠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형님.”저들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사구는 일당 중에서도 꽤 지위가 있어 보였다.김사도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사칠을 힐끗 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길을 비켰다.사칠은 관을 내려놓고 맞은편을 향해 걸어갔다.그와 동시에 막수 사태도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사구는 눈앞의 늙은 여승을 빤히 노려보았다.3일 전 수월관에서 만났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악취미가 발동해서 상대를 겁주려고 시도했는데 상대의 반응이 참 재미없었던 거로 인상에 남았다.그런데 그 여승이 성녀의 사부이자 수월관의 주지 사태였을 줄이야.사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한편, 사칠이 다가오자 검은 인영이 온사의 뒤편에 나타났다.추월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칠이 자칫 조금만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당장 죽여버릴 기세였다.거래 과정은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사칠이 다가오는 동안에도 온사는 칼로 온모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막수가 어머니의 시신을 옮기려면 시간이 필요했다.그녀는 막수가 어머니의 시신을 관에서 안고 돌아올 때에야 천천히 비수를 내렸다.“아가씨, 가시죠.”사칠의 목소리는 사구보다도 더 흉측했는데 마치 쇠가 갈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그는 예의고 뭐고 다짜고짜 온모의 팔목을 잡아당기며 일행이 있는 쪽으로 이끌었다.“가자! 빨리 가자!”온모는 허둥지둥 사칠을 따라갔다. 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80화

    ‘사구? 사구가 왔어! 드디어 날 구하러 온 거야!’‘온사 이 망할 년! 넌 이제 죽었어!’온모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온사에게 붙잡혀 있는 신세가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사구에게 달려가고 싶었다.“온사 네 이년!”사구 일행은 처참한 모습의 온모를 확인하고 분노를 터뜨렸다.물론 김사도는 예외였다.그는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이 광경을 통쾌하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물론 동료가 보고 있으니 안 그런 척은 해야 했다.그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짐짓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이건 얘기가 다르잖아! 어찌 우리 아가씨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 지금 저 꼴을 봐! 대체 아가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뭔지 모르지만 아주 잘했어!’온사도 그의 눈빛에 숨은 찬탄과 희열을 알아보았다.그녀는 한심한 눈으로 김사도를 바라본 뒤, 담담히 말했다.“난 약속 지켰어. 너와 약속한 이후로는 얘 털끝 하나 안 건드렸으니까.”“그럼 저 상처들은 대체 어떻게 난 거야!”김사도의 목소리는 세 사람 중에 가장 앙칼졌다.온사는 그를 무시하고 음침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니 누가 늦게 오래? 뭐 너무 늦은 건 아니지만. 하루만 더 늦게 찾아왔으면 아마 온모의 시신을 마주했을 텐데 말이야.”적나라한 협박에 사구와 그의 동료는 이를 갈았다.사구는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성녀, 네 어머니의 시신이 우리 손에 있다는 거 잊지 마. 넌 우릴 자극해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어.”온사는 냉소를 짓고는 온모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리고 김사도의 충격 어린 눈빛을 무시한 채, 사구를 협박했다.“어디 해봐. 내 어머니의 시신에 손이라도 대는 날엔 나도 너희의 아가씨를 살려두지 않을 테니까.”“악! 뭐 하는 거야!”온사는 그대로 칼을 빼들어 온모의 목을 겨누었다.“해볼래, 사구?”위협적인 온사의 말투에 온모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눈을 가린 천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9화

    너무 동생이 그리웠던 온자신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을 뒤쫓아갔다. 그는 뒤늦게야 온사가 경성 방향이 아닌 근처의 마을로 향한다는 것을 발견했다.한참 후, 앞에 정자 하나가 나타났다.온자신은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피월정이잖아? 여긴 왜 온 거지?”그가 의혹에 빠져 중얼거릴 때, 이상한 복장을 입은 세 명의 사내가 피월정에 나타났다.온자신은 인상을 찌푸리고 걸음을 멈추었다.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는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그쪽을 주시했다.“온자신이 따라왔어.”막수는 뒤쪽을 힐끗 보고는 온사에게 말했다.온사는 그쪽에 시선도 주지 않고 담담히 답했다.“상관없어요. 이따가 제가 하는 일을 방해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막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둘은 전방에서 다가오는 사구 일행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들 중에는 김사도도 있었다.나머지 한명은 온사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얼굴을 천으로 꽁꽁 싸매고 있어서 눈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등에 관 하나를 짊어지고 있었다.온사 어머니의 관이었다.이들은 도굴할 때 관까지 통째로 가져갔던 것이다.온사는 주먹을 꽉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았다.“성녀 전하, 이건 우리가 3일 전에 했던 약속과 얘기가 다르잖아?”사구는 온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순식간에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지금 약속을 번복하는 건가?”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 너희 아가씨는 이곳에 있어. 다만 내 어머니의 시신을 확인한 후에야 만나게 해줄 수 있어. 너희가 어머니 시신에 무슨 짓을 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그녀는 어머니의 시신이 온전한지, 아니면 이들에 의해 훼손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그렇다면 똑같이 돌려줄 것이다.사구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걱정 마, 성녀 전하. 네 어머니의 시신은 아주 온전한 상태니까.”말을 마친 그는 장풍으로 관 뚜껑을 열었다.이미 그들이 한번 열었어서 그런지 뚜껑은 아주 쉽게 열렸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8화

    북진연이 떠난 후, 온사도 공간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온모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삼일 후가 약속한 날이니 그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특히나 사구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완벽히 준비하고 가는 게 맞았다.독은 사부가 더 뛰어나다고 하지만 상대는 뱀을 부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다.게다가 전부 다 강한 독성을 가진 독사였다.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은 수동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뱀에게 물릴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게 싫었다.온사는 2층 연금대로 바로 갔다.이곳에는 독성이 강한 약재들 외에도 독벌레도 있었다.불개미와 독거미, 지네도 있었다.온사는 그것들을 훑어보다가 맨 마지막에 전갈에게 시선이 갔다.오독 중에 가장 독한 것이 전갈 독이라고 했다.독성도 강할 뿐만 아니라 전갈 자체가 아주 흉포한 벌레였다.온사는 사구를 상대하려면 전갈이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그런데 아직은 체형이 너무 작고 독성이 약했다.온사는 3일 안에 이 전갈을 제대로 육성하기로 마음먹었다.공간에 영수는 넘쳐나고 가진 독약까지 합치면 대왕 전갈을 육성해낼 수도 있었다.그렇게 삼일 간 온사는 공간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그 기간에 막수가 찾아왔지만 추월이 나서서 응대했다.시간은 어느덧 흘러 약속한 날짜가 다가왔다.그날 아침, 온사는 아침 일찍 공간에서 나왔다.3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았지만 워낙 공간 안에 농후한 영기로 가득찼기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정원을 나가자 막수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준비는 다 됐니?”온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 가시죠.”막수는 의아한 얼굴로 온사의 등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온모는 어디 있니?”“데리고 가는 중이니 걱정 마세요, 사부.”그 말을 들은 막수는 온사가 추월에게 맡긴 줄로만 알고 더 캐묻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당나귀를 끌고 산을 내려갔다.막수는 당나귀 따위를 타기 싫었기에 온사를 위에 태우고 자신은 고삐를 잡고 앞에서 걸었다.남산 산기슭에 다다랐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7화

    그는 혹시라도 막수가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해명을 덧붙였다.하지만 그럴수록 막수의 눈에는 더 수상해 보일 뿐이었다.온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그랬군요. 어서 앉으세요. 제가 차를 내오죠.”그녀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고 북진연과 막수만 정원에 남았다.막수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섭정왕 전하의 마음이 너무 티가 납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다 보일 정도예요. 무우는 현재 우리 수월관 사람이니 전하께서 이럴수록 무우의 수행을 망치는 것입니다.”북진연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서신을 받은 후,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온 그였다.수월관에 도착하고 막수와 부딪쳤을 때에야 그는 자신의 행위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밤중에 여인의 처소로 달려오다니, 다른 사람이 봤으면 온사의 명성에 큰 누를 끼칠 것이다.북진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생각이 짧았군. 사태,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다음엔 더 주의하겠습니다.”막수는 다음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불만 가득한 눈으로 북진연을 노려보았다.이때, 온사가 뜨거운 차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세 사람은 정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온사는 북진연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넨 뒤, 막수와 아까 나누던 이야기를 계속했다.“사부님, 독사의 사체는 어디에 쓰려고 남기라고 한 건가요?”온사는 혐오스러운 눈으로 구석 쪽을 바라보았다.북진연은 그제야 구석진 곳에 쌓인 피 묻은 보따리를 발견했다.살짝 풀어진 틈새로 독사의 머리가 보였다.비취색의 영롱한 색상을 보고 북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독성이 매우 강한 독사인데다가 한 마리가 아니었다.보따리의 형태로 봐서 적어도 열 마리는 될 것 같았다.이게 모두 온사의 정원에서 나왔고 오늘 온사가 하마터면 독사에게 물릴 뻔했다고 생각하니 북진연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이미 죽은 녀석들이고 좋은 약재로 쓰일 수 있어. 마침 3일 후에 그 사구라는 인간을 만나야 하니 그 전에 이것들로 좋은 선물을 준비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6화

    약속 시간을 잡은 사구는 그 길로 뒤돌아섰다.그렇게 온사의 정원을 지나던 그는 뭔가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는 늙은 여승이 있었다.사구는 그 여승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그가 옷소매를 휘두르자 뱀들이 소매에서 기어나와 여승이 있는 곳을 향해 기어갔다.사구는 그걸 본 여승이 겁에 질려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승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흥미가 사라진 사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 길로 수월관을 벗어났다.사구가 떠난 후, 추월은 정원 안팎을 꼼꼼히 확인했다.그리고 정원 곳곳에서 십여 마리의 뱀을 잡아냈다.“사구 놈이 다녀간 후로 내 처소가 뱀 소굴이 다 되었네.”독사를 전부 처치한 추월은 굳은 표정으로 뱀의 사체를 한곳에 모아 불사르려 했다.그리고 이때, 막수의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들려왔다.“잠깐, 그 독사들은 그대로 둬.”고개를 돌린 온사가 물었다.“사부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내가 안 왔으면 네가 나 몰래 이렇게 큰 일을 치르고 있을 줄도 몰랐잖니.”막수는 싸늘한 시선으로 온사를 쏘아보았고 온사는 괜히 찔려서 어깨를 움츠렸다.사부는 밖에서 그녀와 사구의 대화를 다 들은 모양이었다.온사는 어색한 표정으로 해명했다.“사부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작정하고 숨긴 게 아니라 확실해지면 사부님께 말하려고 했어요!”“정말이니?”막수 사태는 못 믿겠다는 어투로 그녀에게 재차 물었다.온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저도 출가인입니다, 사부님!”“하, 말은 잘해.”막수는 냉소를 지으며 온사에게 말했다.“일단은 믿어주도록 하마. 허나 삼일 후 나도 너와 같이 가겠다.”“그건 안 돼요, 사부님!”온사는 당황하며 막수를 말렸다.“아주 위험한 상황이란 말이에요. 상대가 몇이나 데리고 나올지도 모르고 그쪽에서 만약 사람이 많이 오면 한바탕 피바다가 될 거예요. 사부님은 출가인인데 어찌 그런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겠어요?”“그럼 넌 출가인이 아니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5화

    미리 대비를 해두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그 독사에게 물릴 뻔했다.“나에 대한 정보를 대체 누가 줬을까?”중년 사내는 위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배신자는 빨리 제거해야 해서 말이야.”온사는 당연히 이 시점에 김사도를 배신할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주인이 워낙 겁쟁이라 좀 겁만 줬을 뿐인데 전부 말하더라고. 그걸 꼭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알아?”“쯧,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군.”사구는 눈썹을 꿈틀하더니 질문을 이어갔다.“그런데 참 궁금하단 말이야. 고결하신 성녀 전하는 대체 우리 아가씨한테 어떤 식으로 겁을 줬을까?”능글맞게 웃는 그의 눈매에서 위협이 느껴졌다.하지만 온사에게는 저런 속임수가 통하지 않았다.“내가 할 줄 아는 게 하도 많아서 말이야. 궁금하면 너도 경험하게 해줄 수 있어.”말을 마친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됐어. 난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고. 성녀 전하의 시련 같은 건 받고 싶지 않아. 그러니 본론부터 얘기하지.”사구는 손을 뻗더니 소매 안에서 고급 소재의 헝겊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성녀 전하, 이게 뭔지는 알고 있지?”온사는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그것은 사망하신 어머니께서 입관할 때 입었던 옷이었다.온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좋아. 어디 네 얘기 한번 들어보지.”그녀는 소매를 만지는 척하며 공간 안에서 뭔가를 꺼내 상 위에 올려놓았다.피 묻은 머리카락이었다. 딱 봐도 억지로 잡아당겨 뽑은 것으로 보였다.사구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내 어머니의 물건으로 날 협박하려 하지 마. 네가 어머니를 완전한 상태로 돌려준다면 너희의 아가씨도 무사할 테니까.”물론 지금 인사불성이 되었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그래도 사지 멀쩡하고 손발가락 그대로 붙어 있으니 완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사구는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호통쳤다.“이런 식으로 나에게 협박한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없었어!”“그건 예전이고 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4화

    “뭐라고?”온자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사를 노려보았다.온사는 그런 그를 싸늘히 노려보고는 말했다.“거래 안 한다고. 알아들었어? 내가 다시 말해줘?”“온사, 너!”온자월이 온사의 이름을 부른 그 순간, 검은 인영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놀란 온자월은 품에 간직한 비수를 꺼내려 했다.하지만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추월의 주먹에 맞아 바닥에 떨어졌다. 곧이어 추월은 주먹으로 온자월의 얼굴을 쳤다.퍽!온자월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그가 일어나서 반격하기도 전에 추월은 그의 복부를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너… 넌 누구야? 감히 진국공가의 공자에게 무력을 휘두르다니!”온자월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신분으로 추월에게 겁을 주려 했다.온사는 그런 그들에게 한발 한발 다가갔다. 추월이 고개를 숙이고 온사의 뒤에 섰을 때에야 온자월은 상황을 눈치챘다.“이 아이는 내 사람이야. 뭐, 불만 있어?”온사는 바닥에 쓰러져서도 소중히 연을 감싸고 있는 온자월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아들이 원수의 딸을 구한답시고 친히 만들어준 연을 거래 조건으로 들고 나온 걸 어머니가 아시면 참 후회하실 거야.”“원수의 딸이라니! 또 무슨 헛소리야!”온자월은 바닥에 쓰러져 몸도 못 일으키면서도 언성을 높여 말했다.“참, 내 정신 좀 봐. 또 쓸데없는 얘기를 했네.”온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는 생전에 우리를 무척 사랑하셨어. 네가 불효자인 걸 아셨어도 후회는 없으셨을 거야.”말을 마친 온사는 온자월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온자월 너는 후회 안 해?”온자월은 주먹을 꽉 쥐고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뭘 하려는 건지 알아. 넌 나와 막내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어. 하지만 착각하지 마. 혈연을 떠나서 막내는 내 동생이야!”“그래? 진실을 알게 되는 날에도 그 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게.”그 말을 끝으로 온사는 수월관으로 돌아가 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온자월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그가 끝까지 정신 못 차리고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73화

    온사는 그가 뭐 하러 온 건지 바로 알아차렸다.그녀는 온자월이 대체 뭘 갖고 왔을지 궁금했다.밖으로 나가서 온자월이 들고 있는 연을 보자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연까지 가지고 왔네?”온자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 연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면 나도 쓸데없는 말 안 할게. 너 어머니의 물건을 원하잖아? 이 연을 너에게 줄게. 당장 막내를 풀어줘.”온사는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온모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걔를 위해서 어머니까지 버릴 생각이야?”“어머니를 버린 게 아니야!”그 말을 들은 온자월은 곧바로 반박했다.“네가 막내를 납치하지 않았으면 내가 어머니의 물건을 꺼낼 일도 없었어!”온사는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넌 결국 어머니와 외부인 둘 중에 외부인을 택했다는 거잖아!”“헛소리하지 마!”온자월은 격앙된 목소리로 호통쳤다.“막내는 외부인이 아니야. 외부인은 너지! 잊지 마, 넌 이미 진국공가의 딸이 아니야. 진국공가의 딸은 막내 한 명뿐이야. 걔가 내 동생이라고!”“그래! 양심도 없는 놈. 역시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끼리 잘 어울리네. 원래부터 너희가 일가족이었나 봐!”온사는 눈을 부릅뜨고 온자월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지금 누굴 욕한 거야?”온자월도 눈을 부릅뜨고 온사를 노려보았다.“온사, 내가 너한테 주먹을 못 휘두른다고 함부로 막내 욕하지 마!”온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나한테 주먹을 휘둘러? 참 대단하네. 경성의 사내들 중에 여자한테 주먹을 휘두르는 건 아마 너밖에 없을 거야?”“너!”온자월은 발끈하며 온사에게 다가가려다가 손에 든 연을 놓칠 뻔했다. 그는 뒤늦게 연이 괜찮은지 살펴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온사는 그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연을 외부인인 나에게 갖고 와서 거래를 하자는 사람이 뭘 그렇게 긴장해?”그녀는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설마 내가 이걸 소중히 보관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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