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죽어 줄 사람이 나타나자 예씨 가문 사람들은 예우림의 생사를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유청아는 싸늘하게 웃었다. “순순히 내 앞으로 걸어와. 그렇다면 모두를 놓아준다.” 예우림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엄진우는 다급히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부대표님, 가면 안 돼요. 진짜 유청아는 사이코라고요. 지금 가면 부대표님은 반드시 죽어요.” 예우림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반드시 가야 해. 내가 물러서면 저 여자는 계속 살인을 저지를 거야. 소중한 내 직원들을 난 절대 잃고 싶지 않아! 내 죽음으로 그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난 반드시 그렇게 할 거야.” 말을 끝낸 그녀는 엄진우가 멍해 있는 틈을 타 이미 유청아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유청아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예우림, 여전히 착하구나? 저런 인간쓰레기들을 위해 네 목숨까지 버릴 만큼. 내가 전에 충고한 적 있지? 사람은 너무 착해도 안 돼. 남 좋은 노릇만 하다가 결국 손해 보는 쪽은 네가 될 테니까.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 얼굴을 봐서라도 더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을 거야.” 유청아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지금 넌 날따라 옥상에 올라간다. 너 혼자만 와야 해.” “다들 제자리에서 조용히 대기하세요. 제 명령 없인 아무도 올라오면 안 됩니다.” 예우림은 하는 수 없이 예씨 가문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예씨 가문 사람들은 미안하기는커녕, 오히려 후련한 마음이 들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우린 살았어.” “예우림이 죽으면 오히려 우리에겐 이득이야. 말이 부대표지, 사실 실권을 전부 들고 있었잖아. 이젠 그 권력도 우리 이사회에 다시 돌아오는 거지.” “하하하!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어? 먹고 즐기는 날이 곧 돌아오는군!” 예씨 가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그때, 참다못한 직원들이 쳐들어와 그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당신들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부대표님은 우리 모두를 위해 자기를 버렸어!”
엄진우는 살며시 옥상으로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래, 아주 좋아. 아무도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겠지? 엄진우가 나타나자 예우림을 붙잡고 있던 유청아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엄진우, 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 걸리적거리지 말고!” 예우림도 다급히 엄진우를 설득했다. “빨리 가! 나만 죽으면 되는 일이야. 그리고 이 여자의 타깃은 나야! 너와는 상관없어!” 엄진우는 턱을 치켜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유청아, 마지막 기회를 준다. 부대표님 놔줘. 아니면 난 네 유골을 날려버릴 거야.” 그러자 상대는 순간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하, 엄진우. 너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유청아는 순간 손바닥을 뻗어 거대한 진기를 모아들이더니 엄진우의 머리를 향해 날려버렸다. 굳이 죽겠다면 내 무정함을 탓하지 마! 진기가 엄진우에게 닿으려는 순간, 엄진우는 가볍게 입김만 불었을 뿐인데 그 진기는 연기처럼 흩어져버렸다. 놀란 유청아는 동공이 커져 버렸다. “저게 뭐야?” 이때 엄진우는 천천히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고 순간 하늘땅이 무너지는 듯한 극도로 공포적인 위압감이 생성되었다. 그 기운에 예우림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고 유청아도 충격에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너... 대종사 아니었어? 어떻게... 지존종사인 내 기운을 흩어지게 할 수 있지?” 대종사와 지존종사는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다. 엄진우는 여전히 무덤덤하게 말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군.” “세계 최고의 절정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보여주지.” 쿠웅! 순간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인 듯 잠시 어둠에 빠져들더니 엄진우의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변해버렸다. “난... 명왕이잖아.” 말이 끝나기 바쁘게 버섯구름 하나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옥상을 뒤덮더니 핵폭발 실험과 맞먹는 위력을 발휘했다. 불과 2초 만에 온 창해시가 10급 지진의 충격을 겪었고 여러 곳에서 해일과 산사태 그리고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
“예우림을 죽이려는 이유가 뭐야?” 엄진우는 사나운 말투로 물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한바탕 놀아난 것은 그를 분노하게 했다. 유청아는 마른기침하며 말했다. “그건 최상층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라 난 잘 몰라. 하지만 예우림은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야. 예우림을 죽이지 않으면 용국을 망칠 승산이 아주 낮아져.”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용국을 어떻게 망칠 생각이지?” “모든 면에서 하나씩 뚫어가는 거지. 넌 우리의 계획이 얼마나 완벽한지 상상도 못 할 거야.” 유청아는 마치 미치광이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도 난 단지 뷔트젠의 하층 조직원이라 핵심 정보를 접할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 우리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네가 날 죽여도 이 재앙은 막을 수 없어! 기껏해야 3개월이면 용국은 철저히 끝장날 거야!” 유청아의 말에 엄진우는 흠칫했다. 3개월? 뷔젠트의 침투력이 이렇게까지 강하다고? 여러 날을 추적했지만 엄진우는 그저 유청아라는 작은 인물만 찾아냈을 뿐이다. 앞으로의 추적에는 점점 더 어려움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의 죽어가는 유청아를 바라보니 엄진우는 더는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한때는 동료였으니 고통없이 죽여주지.” 유청아는 씩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고맙다, 엄진우! 사실 내 진심을 말하자면 비록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지성그룹에서의 이 시간 동안 난 모두에게 적게나마 마음을 주었어. 내가 죽인 건 회사에서 제 주머니만 불린 나쁜 놈들이야. 그들은 죽어도 마땅하지. 다음 생에는 우리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말을 끝낸 유청아는 바로 자폭해 목숨을 끊었다. 엄진우는 뒤돌아 솟구치는 눈물을 닦았지만 이내 싸늘한 안색으로 돌아와 예우림을 번쩍 안아 들었다. “뷔젠트, 너희들은 예우림 털끝도 건드릴 수 없어. 뷔젠트는 내가 몰살한다.” 이 말을 끝으로 엄진우는 사라져 버렸다. “옥상에서 대
“대표 자리 내놓지 않으면 오늘 당신들은 여기서 나갈 수 없어!” 엄진우의 적나라한 위협에 이사회 사람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엄진우의 지독함은 모두가 직접 목격했고 그는 단 예우림 한 사람의 말만 듣는다. 오랜 침묵을 끝으로 예정국은 그제야 달갑지 않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 넘긴다! 넘기면 될 거 아니야!” 그들은 1시간가량의 시간으로 절차를 밟았고 그사이 예우림도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예우림이 제일 먼저 한 말은 바로 “유청아 씨는?”라는 말이었다. “유청아는 죽었어.” 엄진우의 무표정한 말에 예우림은 예상했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난 유청아 씨를 원망하지 않아. 유청아 씨도 자기 주인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던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얘긴 일단 그만하고, 당신 기절해 있는 동안 예정국은 이미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어. 이제 지성그룹의 주인은 당신이야.” 갑작스러운 서프라이즈에 예우림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겨우 입을 벌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그렇게 쉽게 포기했다고?”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당신 고육책으로 직원들의 존경과 신임을 얻었잖아. 그래서 다들 힘을 합쳐서 이사회를 밀어버렸지.” 예우림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고육책이라니... 난 정말 회사를 위해 그냥 내가 죽으려고 했어.” 엄진우는 씩 웃어 보였다. “대표님, 어쨌든 축하드려요. 이젠 당신은 지성그룹 주인이야.” 예우림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는데 늘 싸늘했던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쑥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엄진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고작 대표일 뿐이야. 내 위에는 회장인 할아버지가 있어.” 하지만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지성그룹의 질적인 도약을 의미하며 이후로는 이사회에 대한 제약이 크게 줄어들 것을 의미한다. 여기까지 생각한 예우림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당장 회의실로 가! 이사회와 모든 임원 회의를 소집할 거야!”
“난 지성그룹의 최대 주주로 최고 의사 결정권을 가졌어.” 예흥찬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우림이 감히 우리 예씨 가문의 밥그릇을 깨겠다고? 그건 어림없는 짓이지! 나에게 방법이 있어.”그 말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잔뜩 흥분에 겨워 물었다. “어떤 방법요?” “자산을 전부 이전하는 거지. 예우림이 입지를 다지기 전에 대부분의 회사 자산을 우리 예씨 가문 명의로 옮기는 게 좋겠어. 그렇게 되면 권력을 얻는다고 해도 껍데기일 뿐이야.” 예흥찬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임원들은 참지 못하고 다시 날 호출할 거야. 그때가 되면 아무리 대표라 한들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어.” 예씨 가문 사람들은 환호를 질러댔다. “그래요. 먼저 자산부터 전이해야죠! 우리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회사 자산을 법적인 수단을 통해 예씨 가문 명의로 옮기면 예우림은 돈이 없어서 결국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거예요.” “역시 노련하시네요. 아버지, 대단하십니다.” ... 지성그룹. 예우림은 사무실에서 꼬박 세 시간 동안 물도 마시지 않았다. 조수가 엄진우를 찾았을 때야 엄진우는 회장인 예흥찬이 회사 대부분 자금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흥찬이 예우림에게 남겨준 건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엄진우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혼잣말했다. “바보.” 엄진우는 그녀를 위해 직접 라면을 끓여 사무실로 가져갔다. “나가! 나 지금 뭐 먹을 기분 아니야!” 예우림의 얼굴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리고 냉기가 돌았는데 마치 여왕과 같은 카리스마를 풍겼다. 그러자 엄진우는 느닷없이 손을 들어 예우림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엄마야!” 깜짝 놀란 예우림은 뒤통수를 감싼 채 무고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째려보았는데 종래로 보지 못했던 귀여움이 듬뿍 담겨 있었다. “너 지금 나 때렸어?” “남편한테까지 진지하게 굴래?” 엄진우는 피식 웃으며 예우림의 코를 꼬집었다. “빨리 먹지 않으면
“그렇게나 많이?” 동그랗게 뜬 예우림의 두 눈동자에는 희망이 불타고 있었다. 그녀는 여태 예흥찬이 돈을 빼돌린 것만 생각했지 이런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엄진우, 네 말 들어보니 나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예우림은 진지하게 말했다. “별도의 지사를 설립해 불야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회사에서 지금 가장 유망한 라이브 커머스 사업도 지사에 통합할 생각이야.” 독립적인 성질을 갖춘 지사를 설립함으로써 어느 정도로는 이사회의 지시와 간섭을 피할 수 있다.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지사 대표로는 반드시 총명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을 선택해야 해. 아니면 실패할 수도 있어.” 예우림은 히쭉 웃으며 말했다. “내 눈앞에 마침 한 사람이 서있잖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당신 앞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는데?” 말을 끝내고 나니 그제야 엄진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헐, 예 대표? 진지해? 나한테 지금 지사 대표를 맡기는 거야?” “왜? 자신 없어?” 예우림이 물었다. “아니, 회사에 실력 있는 인재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보다 더 적합한 고참들도 많잖아...” 엄진우는 우물쭈물했다. 엄진우는 단지 심심풀이로 지성그룹에 취직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우림이 그에게 맡기는 일은 점점 많아졌고 심지어 이젠 지사 대표까지 맡으라고 한다. “너 7팀에 보냈을 때, 사실 난 널 골탕 먹일 생각이었어. 근데 넌 잘 해냈잖아. 게다가 날 도와서 큰 문제도 해결해 줬지. 그러니 너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예우림은 턱을 치켜들고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 “이건 상사로서의 명령이야. 만약 거절한다면... 앞으론 우리 집에 오지 마!” 엄진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진짜 독한 년이네? 강직 처리나 월급을 깎는다면 전혀 신경 쓰지 않겠는데 집에 오지 말라니?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결국 엄진우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예우림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하이힐을 밟고 다급히 현장을 떠나갔다. 엄진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저 빙산녀, 가끔은 꽤 귀엽단 말이야.” 내일은 중요한 날이다. 집을 떠난 지 반년이 넘는 엄진우의 여동생인 엄혜우가 방학이라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엄혜우는 당시 아버지 살해의 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제경의 권 세자가 아직도 엄혜우를 노리고 있다면 엄진우는 반드시 전력을 다해 엄혜우를 지켜야 한다. 다음 날 아침 엄진우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캐릭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소녀가 가늘고 하얀 다리를 움직여 성큼성큼 걸어왔는데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청초하고 귀해 보였다. “혜우야!” 엄진우가 그녀를 불렀다. “오빠!” 엄혜우는 잔뜩 신나서 엄진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진우는 그녀의 캐리어를 받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콤하게 웃었다. “키가 또 컸네? 대학교 생활은 어때? 먹는 건 괜찮았어?” 엄혜우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그럼. 나 친구도 많이 사귀고 콘테스트에도 많이 참가했어. 특히 엄마랑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 엄진우는 오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돌아왔으니 집에서 푹 쉬어. 엄마 너 온다고 아침부터 시장에서 뭐 엄청 많이 사 들고 오셨더라. 지금 아마 부엌에서 바삐 보내고 계실걸?” “오예! 역시 엄마랑 오빠가 최고야!” 엄혜우는 환호하며 깡충깡충 뛰었다. 어릴 때부터 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사이좋게 자랐는데 엄진우는 그런 엄혜우와 하수희의 목숨을 자기 목숨보다 더 귀하게 생각했다. 엄진우는 엄혜우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길에서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엄혜우의 대학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엄혜우는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맞다, 오빠. 결혼했다며? 게다가 상대가 대표라고? 새언니 아주 예쁘다며?” “아, 뭐...” 예우림을 언급하자 엄진
기사의 미소는 순간 굳어졌다. “지금 내 돈 떼먹겠다는 거예요?”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난 양아치한테는 양아치처럼 대하는 편이라.” 말을 끝낸 엄진우는 바로 엄혜우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기사도 차에서 내려 사나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 나 진짜. 좋게 좋게 말해줬더니 이거 아주 건방진 놈이네? 이 주변에 내 사람들 쫙 깔렸으니까 너 앞으로 집에서 나오지 마. 그러다 내 사람들에게 죽을 수도 있어.” 대학생인 엄혜우는 처음 보는 상황에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오빠, 됐어. 그 돈 내가 줄게. 그냥 액땜한 셈 치자.” 그녀는 가족들이 이런 사람에게 찍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지갑을 열어 현금을 꺼내려는 순간,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막았다. “돈 도로 넣어. 이런 자식한테 한 번 타협하면 다음에는 더 지랄발광을 해댈 거야.” 엄혜우는 워낙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아 그저 먹고 사는 데만 넉넉할 뿐 비싼 화장품을 살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아껴 먹으며 모은 돈을 이런 양아치에게 줄 수는 없었다. “이 새끼가!” 기사는 버럭 화를 냈다. “너 여기 꼼짝 말고 있어. 나 지금 당장 사람 부른다. 그때면 12만 원으로 끝나지 않아!”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시던가.” 기사는 씩씩거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얘들아, 나 지금 택시비도 안 주는 양아치 새끼 하나 만났거든? 당장 애들 불러서 이쪽으로 와. 제대로 혼 좀 내줘야겠어.” 그 말에 엄혜우는 잔뜩 겁에 질려 말했다. “오빠, 저 사람 진짜 같아. 빨리 신고부터 하자.” 엄진우는 여전히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런 일은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 이 오빠한테 맡기고 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엄진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어렸을 때 널 지켰던 것처럼, 성인이 된 지금도 난 여전히 널 지켜줄 거야.” “오빠...” 엄혜우는 입을 삐죽 내밀고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 지나지 않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