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서 상관묵과 육화는 한창 재미있게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청청의 목소리가들려왔다. 이 여우는 한순간의 기회도 놓치지 않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육화는 몸 우에 있던 남자를 밀치고 웃으며 말했다.“상관 도련님, 여우가 도련님을 부르고 있네요!”상관묵은 손을 뻗어 육화의 옷을 잡아당겼는데 단추 하나가 뜯겼다. 젊어서 혈기가 왕성하고 함께 있은후부터 육화의 옷은 일회성으로 변해버린 듯했다. 그는 귀찮아하면서 말했다.“쟤 신경하지 마!”“안 돼, 여우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널 찾아온거면 어떻게 얼른 가봐.”“싫어.”“여우 울겠어. 내가 괴롭힌 것 같잖아. 얼른 가봐.” 육화는 그가 뜻을 이루지 못하게 옷을 꼭 쥐고 있었다.상관묵은 미간을 찌푸리며 흥이 깨진 듯 육화를 한 번 보더니 침대에서 일어났다.상관묵은 문 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방문을 열었다.문밖의 진청청은 두 눈이 밝아졌다. 한 남자를 다른 여자의 침대에서 불러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는 허영감과 성취감을 크게 느꼈다.“도련님, 저...... .”상관묵의 눈빛은 진청청의 얼굴에 떨어져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밤에 내 방문 두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안 배웠어? ” 진청청은 멍해졌다.“당장 꺼져, 한창 사랑을 나누고 있었는데 방해하지 마!”상관묵은 “쾅-” 소리를 내며 방문을 닫아버렸다.문밖의 진청청은 닫기는 문이 가져온 바람에 얼굴을 맞았고 기분도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그러니깐 문을 연 이유가 바로 적나라한 말을 하면서 그녀를 모욕하기 위해서인가?상관묵은 침대로 돌아와 웃으며 육화를 바라보았다.“육화공주, 이제 마음에 들어?”육화는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네 모습 꽤 멋있었어. 사랑스러웠어.” 상관묵은 몸을 돌려 그녀를 덮쳤다.“그럼 계속 날 좋아하고 사랑 해줘. 만약 네가 감히 다른 사람으로 갈아타고 시선이 다른사람한테 쏠린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거야!”......깊은 밤, 육화는 온몸이 부서지는 듯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다.상관묵은 그녀에
육화는 상관묵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화서로 데려갈 거야? 만약 오빠가 나의 종적을 발견하면..... 내가 네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데 두렵지 않아?”상관묵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화화, 그럼 너 떠날 거야?”육화는 손을 뻗어 상관묵의 튼실한 허리를 안고 어깨에 기대고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니, 앞길이 어떻든 난 영원히 네 곁에 있을 거야.”상관묵은 육화를 품에 안았다.‘화화, 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순순히 마지막 길 함께 걸어줘. 내가 죽으면 그때 널 가족의 품으로 보내줄게.”......상관묵은 육화를 데리고 출발했고 곧 화서에 도착했다.그러나 상관묵은 급하게 장한을 만나러 가지 않고 인근의 호텔에 입주하여 육화를 데리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바람을 쐬었다.두 사람은 그림 전시관에 왔다.“우리 여기 들어가자.”“좋아.”전시회에 들어서자 육화는 곧 한 폭의 그림에 시선이 끌렸다. 풍경을 담은 그림인데천고마비의 계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한눈에 들어오는 황금빛 보리 이삭, 대지를 덮은 햇살까지 고요함과 아름다움이 넘쳐흘렀다.아름다운 그림.어디가 아름다운지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마치 거문고 줄처럼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흔들었다.육화는 영문도 알 수 없이 가슴이 뛰면서 문뜩 이 그림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림 아래쪽에 서명이 있었다.[Angel,천사.]육화는 재빨리 직원에게 물었다.“안녕하세요.”직원이 바로 걸어왔다.“네, 고객님,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혹시 이 그림도 작품인가요? 직접 그리신 건가요?” 육화가 물었다.직원은 웃으며 말했다.“네,맞습니다. 이 그림은 그 분이 직접 그리신 거고 5년 전에 한 폭의 그림으로 명성을 떨쳤어요. 그 후 그림마다 고가로 판매되고 심지어 경매까지 하게 되었는데 고객님이 말씀하신 이 그림은 안타깝게도 판매용은 아닙니다. 그분은 전시회를 섭렵하였을 뿐만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사랑받아 지금은 패션디자이너로 정석에 오르셨습니다
장한은 “처남, 오랜만이네.”라고 말했다.상관묵은 계단에 서서 냉담하게 장한을 내려다보면서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한왕, 난 누나도 없는데 언제 너 같은 매형이 생겼는지 기억도 나지 않으니 처남이라는 말은 넣어둬.” 장한은 화가 조금도 나지 않았다. 그는 껌을 씹으며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면서 상관묵 앞까지 다가왔다. 두 남자는 용모도 카리스마도 일품이어서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주시켰다.장한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속에 넣은 채 몸을 약간 앞으로 내밀면서 웃고 있었다. “처남, 상관 도령으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나 봐? 네가 임묵 출신이란걸 잊었어?”“한왕, 나도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너도 별로인 거 같아. 잊었나 본데 내 누나는 너한테서 도망가려고 사라진 거야. 그러고 보니, 아직 나한테 누나 빚졌네?”육화는 옆에서 듣고 있는데 심장이 조마조마했다. 이 두 남자는 서로 흉터를 들추어내고 있었는데 장한은 그의 임묵 출신을 풍자했고 상관묵도 장한의 그 치욕적인 과거를 풍자했다.비록 두 남자는 서로 손을 대지 않고 얼굴에 말도 안 되는 웃음을 띠며 오랜 친구처럼 옛일을 이야기하고 같았지만 육화는 이미 칼을 겨누는 그들의 카리스마를 느꼈고 두 사람 사이에는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허.”이때 장한은 갑자기 웃었으며 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냈다.“처남, 가자. 들어가서 얘기해.”이야기는 분명히 해야 했고 상관묵은 육화의 작은 머리를 만지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얘기하고 올 테니 먼저 올라가. 함부로 뛰어다니지 말고.”육화는 좀 불안해서 가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상관묵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고 먼저 올라가.”육화는 호텔 로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뒤에서 장한과 상관묵의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처남, 너 진짜 대단해. 정말로 육화공주를 품에 넣은 거야? 밖에서는 모두 첫 번째 왕비가 이미 죽은 줄 아는데 수단이 아주 대단해! 한 수 배워야겠어! 복도 참 많지! 즐길줄 아네!”상관묵은 입을 오므리고 불쾌해하며
장한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부하가 즉시 다가와 물었다.“한왕, 왜 그러십니까?”5년 동안 장한은 매우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었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거의 천부적인 감지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하는 신속하게 경계하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장한은 말을 하지 않고 마치 경찰견이 어떤 익숙한 기운을 찾듯이 냄새를 맡고 있었다.“한왕...... .”“입 다물어!”장한은 귀찮아서 부하한테 한마디 했다.부하는 즉시 입을 다물고 더 이상 입도 벙끗하지 못했다.장한은 공중에서 냄새를 맡은 후 긴 다리를 내빼고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 그가 맡은 향기는 틀림없이 치자꽃 향기와 비슷한 소녀의 깨끗하고 달콤한 체향이였다.이 향기는 그로 하여금 5년 내내 잊지 못하게 했고 5년 동안 오매불망 그리워했으며 5년이나 찾게 했다.하지만 5년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그는 갑자기 이 향기를 맡게 되었다.장한이 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풍기는 이 향기는 좀 더 짙어진 듯 했다. 마치...... 그녀가 방금 여기에 있었던 것처럼.장한은 이 향기를 찾아서 호텔 뒷문으로 나와 번화한 거리로 오게 되었다.거리에는 많은 젊은 커플들이 있었고 젊고 아름다운 여자애들로 가득했다. 장한은 두손을 늘어뜨려고 매처럼 날카롭고 음울한 눈동자를 치켜세우면서 한 명씩 훝기 시작했다.그는 망망한 인파 속에서 익숙한 그림자를 찾고 있다.그러나 찾아내지 못했다.이때 거리 건너편에서 임불염은 가로등 아래 조용히 서서 남편 윤동의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차 한대가 달려와 멈추었고 젊고 키가 크며 멋진 윤동이 차에서 내려 신사답게 또 자상하게 조수석 차 문을 열어주었다.“여보, 얼른 타.”임불염은 웃으며 조수석에 탔다.윤동은 임불염을 도와 안전벨트를 매주고 운전석으로 돌아왔다.“여보, 저녁 먹었어?”임불염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오늘 밀라노 패션 위크 디자인 원고 때문에 바빴어. 좀 피곤하네.”윤동은 부드러운 담요를 임불염의
잘생긴 남자는 호감을 안겨주기에 처음에 이 직원은 장한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장한이 단번에 이 그림을 찢고 밟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서명이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직원을 압박했다. 직원은 그야말로 일렬의 행동에 어리둥절하여 더듬기 시작했다.“신비로운 화가 겸 패션 디자이너라 저희도...... 작품만 보았을 뿐 실물은 보지 못했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그래?화가? 패션 디자이너? 장한은 비웃었다.“쯧쯧.”‘5년 동안 아주 잘 지냈나 봐.’장한은 손에 들고 있는 서명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예술 세포가 별로 없고 또한 이런 그림을 감상할 마음도 없고 감상하기도 귀찮아하는 사람이다. 육화는 이 그림으로 임불염을 알아보았지만 그는 이 서명으로 임불염을 알아차렸다!그녀의 글씨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5년 전, 그녀는 미인계로 부자 사이를 서로 등지게 하였다. 그때 임불염은 그에게 한 가지 물건을 남겨주었는데 그 충격적인 물건은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인물은 임불염과 장한의 아버지였고 호텔 침대에서 찍은 다정한 사진이였으며 임불염이 남긴글도 있었다.[날 너무 그리워하지는 마!]그때 그는 화가 치밀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지나간 일들이 떠오르자 장한의 눈초리에는 이미 포악한 기운이 물들었으며 그는 험상궂게 목을 비틀었고 피에 굶주린 승냥이처럼 보였다.온몸에 피는 한순간에 끓어 넘쳐 미친 듯이 포효하고 있었다.“이곳 봉쇄하고 안에 있는 모든 직원 다 묶어놔. 그리고 그림에 문제가 생겼다고 소문내.” 장한은 담담하게 명령했다.“형님, 무슨 말씀이세요?”장한은 무심코 싸인한 그 부분을 접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집에 가지 않고 오늘 밤 여기서 기다리려고.”“형님,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부하들에게 가서 조사해 보고 잡아 오라고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불량배처럼 굴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우리 이쁜 토끼 놀라서 도망가지 않게 조용히 있어. 쇼는 이제 막 시작됬
임불염은 사레가 걸려 미간을 찌푸렸다. 이때 장한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두 사람의 얼굴은 거의 마주칠 뻔했다. 그는 악랄한 웃음을 지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떤 신분으로 감히 명령을 내려?”이렇게 가까운 거리는 그녀로 하여금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 짙은 남자 냄새는 광야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처럼 상당히 강렬했고 지금도 짙은 담배 냄새를 풍겨 그녀를 힘들게 했다.임불염은 손가락을 웅크리고 뒤로 물러나고 싶고 여기를 떠나고 싶고 이 남자로부터 멀리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녀린 등을 곧게 펴고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다.“그럼 어쩔 건데?”장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답했다.“게임이나 할가 해. 룰은 나만 정할 수 있어. 만약 어떠한 조건을 제기하고 싶다면 우선 조건을 제기할말한 전제를 나한테 보여줘 봐.”“어떤 전제?”장한의 눈빛은 점점 더 부드럽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고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이동했다.“5년 사이에 몸매가 더 좋아졌네.”장한은 손을 들어 길쭉한 손가락으로 단추를 풀려고 했다.임불염은 그의 행동을 막았다.“다른 전제로 바꿔.”“임불염, 네 주제를 좀 파악해. 몸 말고는 하나도 성에 차지 않아.” 장한은 비꼬며 계속 말했다.“너 지금 개명했지? 뭐였더라......영어 이름인데 꽤 서양적이더라. 임불염, 너 지금 천진하게 네가 무슨 화가나 패션 디자이너라도 되는 줄 알지?” 임불염은 시종 아무런 표정도 없이 차갑고 담담하게 장한을 보면서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임불염이든 뭐든 이름만 다르지 다 나야.”장한의 눈동자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5년의 시간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인정했다. 현재 눈앞에 서 있는 임불염은 더 이상 발버둥 치던 나약한 여대생이 아니라 난공불락 할 정도로 마음이 강대해졌다.아니, 결코 변한 거 같지도 않다. 그녀는 늘 이처럼 끈질겼으니.“그래? 그럼 어디 한번 맛봐볼까? 아직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인지? 너 예전에
‘결혼했어?’장한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임불염은 고개를 끄덕이고 숨길 생각도 없었고 그에게 숨길 수도 없는 일이다.“맞아, 결혼했어.”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 나올 정도로 장한은 임불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그녀를 한입에 삼켜버릴 기세로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임불염은 손가락을 웅크렸다.“나 이미 결혼했어. 그러니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내 몸에 손대지 마.”“그 말은 남편 때문에 이렇게 저항하는 거야?” “그래, 왜?”장한은 비웃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열려나셨네. 진짜 가관이다 너.”“장한, 너 같은 사람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거야!”이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오늘 밤 장한은 임불염을 때리기도 하고 욕도 했으며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뻔도 했다. 지금은 조용해졌는데 이러한 조용함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은은한 휴대전화 벨 소리가 또 울렸는데 윤동으로부터 전화가 또 왔다.임불염은 핸드폰을 끄려 했지만 장한은 그윽하게 입을 열었다.“끊지 말고 받아.”임불염은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다.“내 앞에서 받아. 어떻게 남편과 알콩달콩 이야기하는지 들어보자.”장한이 비웃었다.임불염은 거절할 권리가 전혀 없다. 이 남자 손에 있는 한 어떤 미친 일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다.임불염은 연결 버튼을 눌렀고 전화를 받자마자 윤동의 초조하고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 왜 이렇게 전화 안 받아 걱정했잖아.” “나 괜찮아. 전시회에 일이 좀 생겨서 처리하고 있었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싫어! 여보가 옆에 없는데 어떻게 잠이 오겠어.”윤동은 알콩대기 시작했다.임불염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장한은 키득거렸다.그는 웃음거리처럼 지켜보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불쾌했다.키득거리는 소리는 즉시 윤동에게도 전해졌다.“여보, 곁에 누가 있어? 남자 목소리 들은 거 같은데?”임불염은 마음이 조여졌다.“맞아. 일 처리하고 있는데 직원 중에 이성도 있어.”“여보, 나 지금 막 전시회
임불염은 핸드폰을 꺼내 윤동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벨 소리가 두 번 울리더니 약간 피곤한 듯한 윤동의 목소리가 들렸다.“응, 여보.”“여보, 왜 아직도 집에 안 와? 일이 바쁜 거야?”“여보, 오늘 회사에 돌발 상황이 생겨서 제시간에 집에 못 갔어. 전화한다는 걸 깜빡했네. 미안해.”윤동의 목소리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부드러웠다.임불염은 마음이 조급해졌다.“회사에 뭔 일 생겼어?”“최근 대형 오피스 빌딩 건축 프로젝트에 투자했는데 공사장에서 사고가 일어났어. 공사 할 때 노동자 두 명이 고공에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져버렸어.”“모든 시공 노동자에게 보험을 들게 되어있는데 직원이 일을 어떻게 했는지 임시로 모집한 노동자여서 보험을 들지 않았어. 지금 사람목숨이 공사장에서 없어졌으니 유가족들이 찾아와서 난리도 아니었어.”임불염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이 이렇게 엄중하고 심각할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의 목숨이 없어지다니...... .“그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마지막까지 잘 모셔줘. 유가족이 제기한 모든 요구는 될수록 들어줘야 해. 유가족이 금전배상에 관해 이야기 했어?”“제기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런 배상도 원하지 않고 있어. 법적책임을 추궁하고 목숨으로 배상 원한데...... .” 임불염은 점점 더 불안해졌고 이 일이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한과 갈라지자마자 윤동한테 일이 생기다니 너무 공교로웠다.임불염은 장한의 품행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미친 사람이나 다름없는 그는 어떤 수단이든 모조리 쓸 수 있을 거다.“여보, 걱정하지 마. 이미 변호사에게 맡겼고 난 지금 차 몰고 집에 가려고.”“알았어, 운전 천천히 하고 조심해서 와.”......회사에서 나온 윤동은 임불염과의 전화를 마치고 고급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도중에 갑자기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불쑥 나타나더니 곧 윤동의 차로 들이박을 것만 같았다.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나면서 윤동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제야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