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을 다 하길 기다리지 않고, 하지환은 난폭하게 민예지를 문 앞으로 끌고 가서 문을 열고 직접 그녀를 밖으로 던졌다.그의 눈빛은 차가웠고 몸의 기운은 끔찍할 정도로 싸늘했다.“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민예지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상언은 이 장면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윤이서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다니.‘정말 고집이 세군, 나중에 아주 제대로 당하게 될 거야.’……새벽 3시, 윤이서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그 키스는 마치 자신에게 새겨진 낙인 같았고, 입술은 여전히 뜨거웠다.입술을 살짝 만지면 그녀는 마치 다시 차 안으로 돌아온 것 같았고, 그 뜨거운 분위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리고 볼은 어느새 다시 달아올랐다.온몸은 가려웠고 참기 힘들었다.그녀가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왔다.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을 긁는 것 같았다.윤이서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주방에 가서 칼 한 자루를 들고 조심스럽게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 구멍으로 보니 하지환이었다.그녀는 즉시 칼을 던지고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진한 술 냄새가 확 풍겼다.“술 마셨어요?” 윤이서는 몸을 낮추어 하지환을 바라보았다.술에 취한 하지환은 어린 고양이처럼 얌전했고, 두 눈을 꼭 감으니 눈꼬리의 점은 조용히 피부에 박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잠든 줄로 알았을 것이다.“바닥은 너무 차요, 빨리 일어나요!” 윤이서는 손을 뻗어 그를 잡아당겼다.그러나 하지환은 미동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천천히 눈을 떴다.유리 같은 눈동자는 불빛에 비쳐서 그런지 유난히 부드러웠다.“윤이서 씨…… 앉아요, 나 할 말이 있어요.”“할 말 있으면 들어와서 해요!”윤이서는 젖 먹던 힘으로 그를 잡아당겼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조급하게 말했다.“빨리 일어나요!”하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힘을 주더니 직접 윤이서를 품에 안았다.윤이
“원해요?”남자의 목소리는 낮았고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어 정말 취했는지, 아니면 취한 척하고 있는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윤이서는 입술을 꼭 오므렸고 쑥스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하지환은 몸을 숙여 그녀의 붉은 입술을 머금었다.술 냄새에 윤이서는 머리가 어질어질 했지만 손가락은 하지환의 양복을 꼭 쥐고 있었고, 하지환의 동작에 그녀의 손은 미끄러지다 그의 주머니에서 립스틱을 하나 만졌다.뜨거운 열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황급히 하지환을 밀어내며 숨을 헐떡였다.“나…… 해장국 끓여올게요.”말이 끝나자 윤이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그녀는 머리를 두드리며 자신은 멍청하다며 욕했다.하지환은 술에 취했지만, 그녀는 취하지 않았다.만약 정말 무슨 일 생긴다면,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가.그러나 그 립스틱을 생각하자, 윤이서는 약간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마음을 가다듬은 후에야, 윤이서는 해장국을 들고 나갔다.소파 옆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하지환이 이미 잠든 것을 발견했다.그는 두 눈을 꼭 감으며 고른 숨소리를 냈다.윤이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신발을 벗어주었고, 그를 방으로 부축했다.이번에 그는 그녀에 협조하며 더 이상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윤이서는 하지환에게 이불을 덮어준 다음, 그윽하게 그를 바라보고서야 문을 닫고 침실로 돌아가 잠을 잤다.해가 중천에 뜰 때에야 윤이서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윤이서, 문 열어! 빨리 문 열지 못해!”성지영의 목소리였다.윤이서는 잠도 덜 깬 채 문을 열었다.“엄마, 또 왜 그래요?”“나한테 물어 볼 염치가 아직 있는 거야!” 성지영은 한심하다는 듯 윤이서의 머리를 때렸다.“너 은철이랑 내기했니?”윤이서가 입을 열려 할 때, 성지영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너 지금 당장 은철이 만나서 직접 사과해.”윤이서는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성지영의 손을 뿌리쳤다.“난 잘못한
윤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윤수정의 사과는 어쩜 이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까?“진 사장이라니?!” 성지영은 흥분해하며 윤이서를 바라보았다.“누가 네 몸 더럽혔니?”윤이서는 윤수정을 힐끗 보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 어젯밤에 네가 나에게 손을 대라고 진수를 시킨 거야?”윤수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입술을 깨물었다.“아니야, 나는 이미 은철 오빠에게 설명했어. 나는 호의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 나는 정말 그가 그런 짓을 할 줄 몰랐다고.”윤이서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윤수정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너냐고?”“아니…….”윤수정은 입을 열자마자 윤이서에게 뺨을 한 대 맞았고, 머리가 잠시 비뚤어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뜨거운 뺨을 만지며 믿을 수 없단 눈빛으로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이 미친 여자가 감히 하은철 앞에서 자신을 때리다니!이 절호의 기회를 그녀는 놓치려 하지 않았다. 윤수정은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은철 오빠…….”하은철은 이미 마음이 굉장히 아팠는데, 윤수정이 우는 것을 보자 마음은 더욱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윤이서를 바라보며 원망의 눈빛을 띠었지만 윤이서의 매서운 눈빛과 그녀가 어젯밤 당한 일을 생각하곤 자신이 잘못했음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말했다.“진심으로 너를 돕고 싶어서 그래. 근데 진수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줄 누가 알았겠어. 이건 수정이의 의도도 아닌데다 이미 너에게 사과했잖아…….”윤이서는 콧방귀를 뀌며 하은철의 벌겋게 부은 코를 쳐다보았다.“허, 수정이가 이미 사과했다고? 너 내가 어제 하마터면 진수에게 성추행 당할 뻔한 거 알아?”윤수정의 눈 밑에는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하은철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오히려 성지영이 윤이서를 잡았다.“이서야, 됐어. 수정이도 호의로 그런 거잖아.”“호의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윤이서는 차가운 얼
윤수정이 말을 마치진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내가 어떻게 얻었든 너랑 상관없어.”윤이서가 천천히 말했다.“어차피 우리의 약속에 따라, 나는 이혼할 필요가 없고, 너도 투자를 철수할 수 없어.”“GM 그룹 내부가 안정되면 투자를 철수하든 남기고 싶든 마음대로 하고.”“윤이서!” 가장 먼저 안달이 난 사람은 성지영이었다.“너 무슨 말을 이렇게 하는 거야?!”하은철은 숨을 들이마셨고, 윤이서를 비웃었다. 방금 마음속으로 윤이서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윤수정의 그 몸을 팔아먹었냐는 말 때문에 깨끗이 사라졌다.“흥, 내가 정말 너를 우습게 보았군. 그래, 이번에는 내가 졌어.”말을 마치자 그는 윤수정을 밀고 가버렸다.성지영은 이 상황을 보고 급히 따라갔다.윤이서는 왁자지껄한 복도가 완전히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방안으로 돌아갔다.그러다 실수로 하지환의 신발을 밟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웃으며 신발을 선반 위에 놓았고,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하은철은 윤수정과 차에 올라탔지만, 차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윤수정은 얼른 낮은 소리로 말했다.“은철 오빠, 아직도 날 탓하는 거예요?”하은철은 대답하지 않았다.윤수정은 눈을 들어 핸들을 쳐다보고 멍하니 있는 하은철을 발견했고, 마음속으로 당황했는지 얼른 하은철의 팔을 잡았다.“은철 오빠, 왜 그래요?하은철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니야…….”그러나 머릿속에는 그 남자 신발이 떠올랐다.그는 차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내가 기사더러 너 데리러 오라고 할 테니, 먼저 돌아가.”윤수정은 마음속으로 무척 당황했다.막 일어나려던 참에 그녀는 갑자기 뭔가를 깨닫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그녀는 두 손으로 바지를 꽉 쥐며 하은철이 다시 윤이서의 아파트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어젯밤 하은철이 얻어맞은 채 자신을 찾아와 진수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냐고 물었을 때, 윤수정은 윤이서를 향한 하은철의 마음이 달라진 것을
윤이서는 문을 열었지만 복도는 텅 비어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이상하네, 왜 아무도 없지?” 그녀는 중얼거렸다.하지환도 따라 나와 좌우를 한 번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들 장난인가 보죠. 얼른 가서 밥 먹어요.”“네.”윤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문을 닫았다.복도가 완전히 조용해지자, 하은철은 그제야 비상 통로에서 나왔다.그 굳게 닫힌 문을 보며, 그의 마음은 허전해졌다.윤이서는 결혼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남자와 동거하고 있었다.그는 윤이서가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기를 바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꿈이 이루어졌는데, 왜 그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처럼 기쁘지 않고 오히려 심장에 무언가가 막혀 있는 것처럼 답답한 것일까?그는 심지어…… 그들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직접 볼 용기가 없어 숨기로 했다.……버블티 가게 앞.윤이서와 임하나는 각각 버블티 한 잔을 주문하고 걸으며 수다를 나누었다.“너 정말 그의 주머니에서 립스틱 발견했어?” 임하나는 빨대를 빨며 말했다.윤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립스틱을 생각하니 그녀는 정말 서운했다.“그 립스틱이 누구 건지 안 물어봤어?”“결혼 전에 우리는 이미 약속을 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사적인 일을 물어볼 수 없어.”임하나는 빨대를 세게 물었다.“어휴, 전에 그 남자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또 쓰레기라니. 지난번에 네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또 너를 설득하고 싶었는데. 지금 보면 네 말이 맞아, 남자는 좋은 놈이 하나도 없어!”윤이서는 부드럽게 웃었다.“사실, 나는 그가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아. 결국,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면 안 된다고 약속했으니, 그도 단지 계약을 지키고 있을 뿐이잖아.”임하나는 걱정했다.“야, 너 왜 그의 편을 들어주는 거야? 설마 그를 사랑하게 된건 아니지?”윤이서는 멈칫했다.사랑?그녀가 하지환을 사랑한다고?말도 안 돼!“헛소리 하지 마, 내가 하은철 그 인간 때문에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진짜
“응.” 임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윤이서에게 물었다.“그럼 어르신한테 어떤 서예 작품 선물할지 생각해 봤어?”윤이서는 경매장의 공식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홈페이지에 전시된 것은 바로 오늘의 경매품이었다.“이 그림이야.”윤이서는 임하나에게 보여주었다.“조지건의 작품인데, 비록 이 사람의 작품은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글씨체가 독특해서 할아버님이 좋아하는 타입이야. 이것도 내가 할아버님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고.”“넌 그 어르신한테 정말 잘 해준다니까.”임하나가 물었다.“그럼 이 작품은 대략 얼마 하는데?”“2억 정도.”임하나는 깜작 놀랐다.“2억?!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다고?”“요 몇 년 동안 모은 돈이 좀 있어.”윤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님이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셨지만 나는 오히려 그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의 손주며느리가 되지 못했으니 이 작품도 나의 성의라고 할 수 있지. 너무 미안하잖아”“하지만 이 일은 네 탓이 아니잖아!”윤이서는 임하나의 말을 끊었다.“하나야, 경매가 곧 시작되는데 나 먼저 화장실에 갔다 올게.”“그래.” 임하나는 일어나 윤이서가 나가도록 했다.윤이서는 줄곧 안내에 따라 화장실에 도착했는데, 볼일 보고 나오자마자 화장을 고치고 있는 민예지를 보았다.그녀는 손에 립스틱을 들고 그리고 있었다.윤이서는 힐끗 보았지만 흠칫 놀랐다.민예지가 손에 들고 있는 그 립스틱은 그녀가 어젯밤에 본 것과 똑같았다.‘그 립스틱 설마…….’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그럴 리가 없었다.민예지는 민 씨 집안의 아가씨인데, 하지환이 어떻게 그녀와 관계가 있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브랜드의 립스틱은 아주 잘 팔려서, 이 립스틱을 갖고 있는 사람만 해도 수만 명이라고 한다. 그 사람들 모두가 하지환과 관련이 있기라도 하다는 것인가?내가 정말 미쳤구나.“흥!” 민예지는 다가오는 윤이서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듣자니 너 요 며칠 아주 대단하던데? 전기 제품 사장을 북성에서 쫓아냈을
윤이서가 자리에 돌아왔지만 표정은 아주 이상했다.임하나는 또 하이힐을 신은 채 돌아온 민예지를 보고 얼른 그녀에게 물었다.“민예지가 또 너 괴롭힌 거야?”말하면서 임하나는 일어나서 민예지를 찾아가려고 했다.윤이서는 재빨리 임하나를 붙잡았다.“아니야.”“그럼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윤이서는 얼굴을 어루만졌다.“배가 좀 불편해서 그래.”“병원 갈래?”윤이서는 빙그레 웃었다.“그렇게 심각한 정도 아니야. 밀크티를 마셔서 그런지, 배가 좀 아프네. 곧 나아질 거야.”임하나는 눈살을 찌푸렸다.“너 예전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잖아, 그럼 내가 가서 뜨거운 물 한 잔 받아올게.”“응.” 임하나가 민예지를 찾아가지 않는 한, 그녀가 뭘 하든 윤이서는 모두 찬성이었다.임하나가 떠나자, 윤이서는 제자리에 앉아 손을 비볐다.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가 뜻밖에도 민예지와 결혼하려 하다니.그녀는 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처럼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아내를 찾으면 틀림없이 사리에 밝고 부드러우며 마음 가짐이 올바른 명문 집안 아가씨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윤이서는 미간을 누르더니 갑자기 자신이 우습다고 느꼈다.하은철 둘째 작은아버지가 누구와 결혼하든 그것은 그의 마음이었다.그녀는 앞으로 하 씨 집안과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을 텐데, 이렇게 많은 것을 간섭해서 뭘 하겠는가.이렇게 생각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가시가 하나 박혀 있는 것처럼 불편했다.이때 2층에 있는 VIP룸 안.하은철은 주렴을 걷어 올리더니 아래층에 앉아 있는 윤이서를 가리키며 하지환에게 말했다.“둘째 작은아버지, 봐요, 윤이서가 또 왔어요.”그날 윤이서 아파트에서 떠난 후, 그녀의 그림자는 줄곧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이때 윤이서가 또 ‘우연하게’ 그가 나타난 곳에 나타났으니, 요 며칠 동안 그를 괴롭히던 불안감과 당황함은 한순간에 사라졌다.그녀는 여전히 그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하지환은 하은철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는데, 깊은 눈동자에는 아무도 알
임하나조차도 참지 못하고 윤이서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이서야, 너 미쳤어?”아무리 이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 비싼 값을 내서는 안 된다.그녀에게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딨다고?윤이서는 오히려 담담하게 앞줄의 화가 난 민예지를 보면서 임하나의 손등을 두드렸다.“걱정마. 우릴 대신해서 계산할 사람 있어.”임하나는 납득이 안 갔다.그녀는 묻고 싶었지만, 앞줄의 민예지가 이미 팻말을 들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20억!고함을 지르고서야 겨우 한숨을 되찾은 듯 기세등등하게 턱을 들어 윤이서를 흘겨보았다.윤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팻말에 손을 얹었지만 들지 않았다.무대 위의 사회자는 1분 넘게 기다렸는데, 아무도 가격을 부르지 않는 것을 확신했다.“20억 한 번!“20억 두 번!”“20억 세 번!”“…….”그림은 낙찰되었다.민예지는 20억의 가격으로 조지건의 서예 작품을 따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민예지를 보는 눈빛은 마치 멍청이를 보는 것과 같았다.민예지는 처음에 기세등등했지만 스태프가 포장한 서예를 그녀에게 주고서야 그녀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의식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윤이서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윤이서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웃었다.민예지는 화가 나서 일어나려 했지만 친구가 붙잡고 있어서 그녀는 윤이서를 필사적으로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눈빛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한쪽의 임하나는 웃다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하하하, 웃겨 죽겠네. 20억으로 2억짜리 작품을 사다니, 이번에 민 씨 집안 아가씨는 또 북성의 농담거리가 되겠어.”윤이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우아하게 휴대전화를 훑으며 다음 작품을 찾았다.그녀는 전에 따지기를 싫어했고, 전심전력으로 하은철만 바라봤지만, 최근에 정신을 차리면서 점차 얌전할수록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물며 화장실에 있을 때, 그녀는 이미 민예지에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오늘 경매한 작품 중 한 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