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순간, 스크린이 어두워지더니 잠시 후에 다시 밝아졌다.진수는 화면을 살짝 보았는데,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그는 바로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고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이 말이 나오자 떠들썩한 룸은 조용해졌다.수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진수의 표정은 시종일관 공손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전에는 분명…… 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저쪽에서 전화를 끊은 후에야 그는 윤이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윤이서 아가씨 맞죠? 방금 회의 중이라 전화 못 봤어요. 볼일 있다고요? 그래요, 그럼 우리 만나서 얘기 해요. 그래요, 내일 저녁에 봐요.”……윤이서는 전화를 끊고 온몸은 한결 홀가분해졌다.하지환은 담배를 피우고 돌아왔다.“좋은 소식 있어요?”윤이서는 고개를 들어 웃었다.“맞아요, 내일 약속 하나 잡았어요.”“남자예요, 여자예요?”윤이서는 하지환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남자요.”하지환은 눈살을 찌푸렸다.“그에게 돈을 빌릴 작정인가요?”“네, 예전에 우리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적 있거든요. 그래서 시도해보고 싶어요.”윤이서도 큰 희망을 가지지는 못했다.하지환은 숙연한 얼굴로 윤이서 맞은편에 앉았다.그가 이러는 것을 보고 윤이서는 왠지 긴장했다.“왜요?”하지환은 잠시 침묵하다 질문을 했다.“윤이서 씨, 결과가 정해져 있다 생각해 본 적 없어요?”윤이서는 턱을 짚으며 영문 모른 채 하지환을 바라보았고, 한참 뒤, 어렵게 입술을 움직였다.“그러게요, 내가 왜 그 생각도 못했지. 여기는 북성, 하씨 집안의 천하죠. 하은철이 내가 지기를 원하면 난 질 수밖에 없고, 내가 이기기를 원하면 난 이길 수 있죠. 그러니 내가 돈을 빌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두 그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어요.”그녀가 바로 깨닫는 것을 보고 하지환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숨기고 있었다.“그래요, 그래서 하은철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결과라고 생각하죠?”그녀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그야 당연히 내가 지기를 바라겠죠
“내가 오늘 부탁할 게 있어서…….”진수는 손을 흔들었다.“에이, 윤이서 아가씨는 저랑 처음으로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죠? 우리의 규칙은 먼저 술을 마시고 나서 이야기하는 거예요.”말이 끝나자 그는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냈다.“웨이터,가장 좋은 와인 한 병 가져오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가 술 한 병을 들고 올라왔다.진수는 받자마자 직접 윤이서에게 술을 따랐다.“윤이서 아가씨,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인데, 자, 마셔봐요.”윤이서는 가뜩 따른 와인 잔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싫은 거예요?” 진수는 얼굴을 붉혔다.윤이서는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마셨다.진수의 얼굴은 순간 보기 흉하게 변했다.“보아하니, 윤이서 아가씨는 성의가 없군요. 기왕 이렇게 된 이상, 가봐요.”윤이서는 황급히 말했다.“아니요, 단지 내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요…….”진수가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윤이서는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들고 단숨에 마셨다.진수는 그제야 다시 웃음을 얼굴에 띈 채 말했다.“그래요. 자, 다시 윤이서 아가씨에게 술을 따라줘.”이번에도 술을 가득 따랐다.윤이서는 억지로 마실 수밖에 없었다.술을 마시자 그녀는 나른하게 의자에 쓰러졌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었다.“안 돼, 진 사장님, 저…… 전 마실 수 없을 거 같아요.”진수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음흉한 눈빛으로 탐욕스럽게 윤이서를 쳐다보았다.“그래요? 한 잔 더 하면 100억 빌려줄게요.”윤이서는 어렵게 고개를 들었지만 눈동자는 반짝였다.“정말이요?”진수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나서 윤이서의 잔을 가득 채웠다.“그럼 성의를 보여줘야죠.”윤이서는 애를 쓰며 술잔을 들어 올렸고, 붉은 입술이 컵에 닿자마자 발밑이 미끄러지더니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졌고 와인도 바닥에 쏟아졌다.그녀는 땅에 엎드려 일어서지 못했다.진수는 이 상황을 보고 윤이서의 곁으로 가서 목소리를 낮추었다.“취했어요?”윤이서는 어렴풋하게 눈을 부릅뜨며 말
윤이서는 허둥거리며 침대 옆에 있는 발 닦는 수건으로 진수의 입을 막았다.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었다.지금까지 버틴 것은 이미 그녀의 한계치였다.지금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그러나 밖에서는 오히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이서 씨, 나예요.”윤이서는 흠칫 놀라며 거의 아무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고,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 하지환이라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흥분하며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모든 불안과 공포는 한순간에 사라졌다.“당,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하지환은 윤이서의 가녀린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내가 오지 않았으면, 윤이서 씨는 어떡하려고요?”그리고 눈을 들어 버러지 같은 진수를 쳐다보았다.“여기서 기다려요, 어디 가지 말고요.”그는 윤이서를 위로한 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어둠 속에서 카메라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그는 앞으로 걸어가서 카메라를 조용히 껐다.그 모습이 우아하고 담담하여 마치 귀공자 같았다.진수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목구멍에서 몇 글자를 짜냈다.“당신은…….”하지환은 눈을 들어 진수의 앞에 가서 카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진수는 멍해졌다.“나간 후에 이 카드를 그 여자에게 줘. 사과하는 의미로 말이야.”진수는 하지환이 자신에게 손을 쓸 의사가 없는 것을 보고 말했다.“내 손을 빌려 윤이서에게 돈을 주고 싶다니, 나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나중에 도련님이 날 탓하면, 으악-”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진수의 오른손 팔은 비틀어졌다.그는 갑자기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하지환은 그저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줄 거야, 안 줄 거야?”“아니-- 으악--”그의 다른 팔도 부러졌다.“주, 줄게요…….”진수는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말했다.하지환은 카드를 진수의 주머니에 넣었다.“비밀번호는 그 여자의 생일이야, 알았어?”진수는 얻어맞았기에 순순히
핸드폰에서 귀를 찌르는 듯한 벨소리가 윤이서의 이성을 붙잡았다.그녀는 하지환을 밀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전, 전화, 왔어요, 하나의 전화일 거예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황급히 받았다.“하나야.”“휴, 전화 받았구나, 정말 걱정했단 말이야. 어때, 그 늙다리가 널 난처하게 하지 않았지?”윤이서는 뒤에 있는 하지환을 쳐다볼 수 없었다.“아니, 나는 이미 떠났어.”“떠났으면 됐어, 잠깐.”임하나는 갑자기 수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서야, 너 왜 이렇게 숨을 헐떡거리니, 설마 그 늙은 놈이 너를 쫓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지금 너 찾으러 갈게…….”“아니야, 아니야.”윤이서는 얼른 말했다.“난 괜찮아. 너무 긴장했나 봐. 아무튼, 일은 이미 해결됐어. 내……. 내가 내일 다시 전화할게.”전화를 끊고 윤이서는 너무 금방 끊은 걸 후회했다.차 안은 무척 조용했고,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방금 전의 애매한 기운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오히려 아까보다…… 더 어색해졌다.그녀는 한참 꾸물거리다 입을 열었다.“……그래서, 방금 또 날 시험한 건가요?”하지환은 차의 온도를 낮추었지만 체내의 열기는 올라가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았다.그는 초조하게 “응” 이라고 말했다.“……지난번보다 많이 늘었죠?”말을 마치자마자 윤이서는 어디 땅굴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하지환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졌고, 그녀의 향기가 아직 입술에 남아 있어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그는 눈빛 속의 욕망을 꾹 눌렀다.“내가 집에 데려다 줄게요.”“그래요.” 윤이서도 그러길 바랐다.도중에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하지환은 윤이서를 집에 데려다준 후, 이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지금 술집에 있어.”이상언이 웃으며 말했다.“말하자면 네 조카도 참 이상해. 밤새 네 와이프 일 알아보고 있거든. 설마 어르신 쪽에서 네가 결혼했다는 것을 믿지 않고 나한테 떠보는 것은 아니겠지?”하지환은 초조하게 넥
모두들 일어나 하지환과 인사하려던 참에 그는 하은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사람들은 멍해졌다.하은철을 포함해서.한참 후에야 하은철은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들었다.“둘째 작은아버지?”하지환의 눈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하은철의 얼굴을 곳곳을 찔렀다.이상언은 이 상황에 가장 먼저 반응하여 얼른 다른 사람들더러 먼저 나가라고 눈짓을 보냈다.“지환아, 너 왜 그래?”“그래요, 왜 갑자기 날 때리는 거예요?”“내가 왜 너를 때렸는지 모르겠어?” 하지환은 손등에 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미친 듯이 부풀었다. 이상언이 가로막지 않았다면 그는 주먹으로 또 내리쳤을 것이다.“네가 아무리 윤이서를 싫어해도 다른 남자를 통해 모욕하려는 건 너무 지나쳤어!”지난번 수술 때, 지환은 이미 하은철의 행위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는데, 뜻밖에 그는 더 대담하게 그녀를 괴롭혔다.하은철은 깜짝 놀랐다.“내…… 내가 언제 다른 남자를 찾아 이서를 모욕했다는 거예요?”“윤이서는 오늘 밤 진수에게 당할 뻔했어. 내가 직접 봤는데, 아직도 거짓말을 할 거니?”“진수요?!” 하은철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그는 휴대전화를 꺼냈다.“만약 믿지 못하겠으면 내 통화기록을 한번 찾아봐요. 난 그 남자와 연락한 적이 없어요.”하지환은 비웃으며 하은철의 휴대전화를 들고 몇 번 누르더니 증거를 그의 앞에 놓았다.“어떻게 설명할 거야?”하은철은 핸드폰에 완전히 낯선 번호를 보고 멍해졌다. 그리고 몇 분 후에야 그는 어젯밤 윤수정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안색이 변하더니 비틀거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아니에요, 수정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하지환은 주먹을 꽉 쥐었다.“만약 네 여자를 잘 단속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처리해주지!”하은철은 넋을 잃은 채 심란한 듯 몸을 돌려 룸을 떠났다.룸 안이 완전히 조용해지자 이상언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나 곧 너와 윤이서 씨의 결혼식에 참가할 수 있을 거 같은데?”하지환은 찬성하지 않은 듯 눈살을 찌푸렸
그녀가 말을 다 하길 기다리지 않고, 하지환은 난폭하게 민예지를 문 앞으로 끌고 가서 문을 열고 직접 그녀를 밖으로 던졌다.그의 눈빛은 차가웠고 몸의 기운은 끔찍할 정도로 싸늘했다.“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민예지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상언은 이 장면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윤이서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다니.‘정말 고집이 세군, 나중에 아주 제대로 당하게 될 거야.’……새벽 3시, 윤이서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그 키스는 마치 자신에게 새겨진 낙인 같았고, 입술은 여전히 뜨거웠다.입술을 살짝 만지면 그녀는 마치 다시 차 안으로 돌아온 것 같았고, 그 뜨거운 분위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리고 볼은 어느새 다시 달아올랐다.온몸은 가려웠고 참기 힘들었다.그녀가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왔다.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을 긁는 것 같았다.윤이서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주방에 가서 칼 한 자루를 들고 조심스럽게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 구멍으로 보니 하지환이었다.그녀는 즉시 칼을 던지고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진한 술 냄새가 확 풍겼다.“술 마셨어요?” 윤이서는 몸을 낮추어 하지환을 바라보았다.술에 취한 하지환은 어린 고양이처럼 얌전했고, 두 눈을 꼭 감으니 눈꼬리의 점은 조용히 피부에 박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잠든 줄로 알았을 것이다.“바닥은 너무 차요, 빨리 일어나요!” 윤이서는 손을 뻗어 그를 잡아당겼다.그러나 하지환은 미동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천천히 눈을 떴다.유리 같은 눈동자는 불빛에 비쳐서 그런지 유난히 부드러웠다.“윤이서 씨…… 앉아요, 나 할 말이 있어요.”“할 말 있으면 들어와서 해요!”윤이서는 젖 먹던 힘으로 그를 잡아당겼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조급하게 말했다.“빨리 일어나요!”하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힘을 주더니 직접 윤이서를 품에 안았다.윤이
“원해요?”남자의 목소리는 낮았고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어 정말 취했는지, 아니면 취한 척하고 있는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윤이서는 입술을 꼭 오므렸고 쑥스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하지환은 몸을 숙여 그녀의 붉은 입술을 머금었다.술 냄새에 윤이서는 머리가 어질어질 했지만 손가락은 하지환의 양복을 꼭 쥐고 있었고, 하지환의 동작에 그녀의 손은 미끄러지다 그의 주머니에서 립스틱을 하나 만졌다.뜨거운 열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황급히 하지환을 밀어내며 숨을 헐떡였다.“나…… 해장국 끓여올게요.”말이 끝나자 윤이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그녀는 머리를 두드리며 자신은 멍청하다며 욕했다.하지환은 술에 취했지만, 그녀는 취하지 않았다.만약 정말 무슨 일 생긴다면,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가.그러나 그 립스틱을 생각하자, 윤이서는 약간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마음을 가다듬은 후에야, 윤이서는 해장국을 들고 나갔다.소파 옆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하지환이 이미 잠든 것을 발견했다.그는 두 눈을 꼭 감으며 고른 숨소리를 냈다.윤이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신발을 벗어주었고, 그를 방으로 부축했다.이번에 그는 그녀에 협조하며 더 이상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윤이서는 하지환에게 이불을 덮어준 다음, 그윽하게 그를 바라보고서야 문을 닫고 침실로 돌아가 잠을 잤다.해가 중천에 뜰 때에야 윤이서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윤이서, 문 열어! 빨리 문 열지 못해!”성지영의 목소리였다.윤이서는 잠도 덜 깬 채 문을 열었다.“엄마, 또 왜 그래요?”“나한테 물어 볼 염치가 아직 있는 거야!” 성지영은 한심하다는 듯 윤이서의 머리를 때렸다.“너 은철이랑 내기했니?”윤이서가 입을 열려 할 때, 성지영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너 지금 당장 은철이 만나서 직접 사과해.”윤이서는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성지영의 손을 뿌리쳤다.“난 잘못한
윤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윤수정의 사과는 어쩜 이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까?“진 사장이라니?!” 성지영은 흥분해하며 윤이서를 바라보았다.“누가 네 몸 더럽혔니?”윤이서는 윤수정을 힐끗 보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 어젯밤에 네가 나에게 손을 대라고 진수를 시킨 거야?”윤수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입술을 깨물었다.“아니야, 나는 이미 은철 오빠에게 설명했어. 나는 호의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 나는 정말 그가 그런 짓을 할 줄 몰랐다고.”윤이서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윤수정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너냐고?”“아니…….”윤수정은 입을 열자마자 윤이서에게 뺨을 한 대 맞았고, 머리가 잠시 비뚤어졌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뜨거운 뺨을 만지며 믿을 수 없단 눈빛으로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이 미친 여자가 감히 하은철 앞에서 자신을 때리다니!이 절호의 기회를 그녀는 놓치려 하지 않았다. 윤수정은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은철 오빠…….”하은철은 이미 마음이 굉장히 아팠는데, 윤수정이 우는 것을 보자 마음은 더욱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윤이서를 바라보며 원망의 눈빛을 띠었지만 윤이서의 매서운 눈빛과 그녀가 어젯밤 당한 일을 생각하곤 자신이 잘못했음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말했다.“진심으로 너를 돕고 싶어서 그래. 근데 진수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 줄 누가 알았겠어. 이건 수정이의 의도도 아닌데다 이미 너에게 사과했잖아…….”윤이서는 콧방귀를 뀌며 하은철의 벌겋게 부은 코를 쳐다보았다.“허, 수정이가 이미 사과했다고? 너 내가 어제 하마터면 진수에게 성추행 당할 뻔한 거 알아?”윤수정의 눈 밑에는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하은철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오히려 성지영이 윤이서를 잡았다.“이서야, 됐어. 수정이도 호의로 그런 거잖아.”“호의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윤이서는 차가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