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출근하지 않고 있던 할머니 안금여가 성연이 요즘 집에서 한가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엠파이어 하우스로 성연을 찾아왔다.학교에서 발생했던 일을 안금여가 알게 되었지만, 성연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고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구나 싶어 안심했다.안금여는 고택의 주방장이 새로 개발 제작한 케익을 성연에게 갖다 주었다.산뜻한 맛의 케익은 느끼함이 없는 단맛으로 성연의 입맛에 잘 맞았다.그래서 안금여가 특별히 가지고 온 것이다.할머니가 오신다는 기별에 성연은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대문을 지나 현관 앞에 세운 차에서 안금여가 내렸다. 팔에 찬합을 들고 있는 안금여를 보며 성연이 말했다.“할머니, 그냥 오시지 뭘 또 이렇게 가져오세요?”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틀림없이 네가 좋아하지 싶어 가져왔다.”성연이 안금여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할머니가 가져오셨는데, 좋아할 게 당연하죠.”안금여가 성연의 코끝을 콕 찍으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면 됐어. 네가 안 좋아할까 걱정했다.”집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소파에 앉자 집사가 바로 차를 준비해 왔다.안금여가 가볍게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러자 은은한 차향이 금세 입 안에 퍼졌다.안금여가 성연에게 말했다.“성연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들었다. 기왕에 네가 우리 강씨 집안의 손자며느리라는 사실이 밖에 알려졌으니, 이 참에 너와 무진의 결혼식을 앞당기자. 너도 이 할머니의 건강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건 잘 알고 있지 않니? 내 건강이 받쳐줄 때 너와 무진의 아이를 보고 싶구나. 하루라도 빨리 증손주를 볼 수 있도록 너희 둘이 힘을 내 다오.”처음 성연이 무진에게 시집왔을 때, 안금여는 성연의 결정을 존중하고 어떤 선택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었다.그러나 지금 날이 갈수록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보니, 안금여의 마음이 조급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서로에 대한 두 사람의 감정이 깊은 것을 확인한 안금여는 두 손 놓고만 있을 수 없어 증손주를 재촉하는 것이다.
안금여의 뒤를 이어 강운경이 도착했다.안금여가 화원에 꽃을 보러 간 틈을 타 강운경이 성연을 구석진 곳으로 이끌었다.강운경의 동작에 이상한 기분을 느낀 성연이 의아한 음성으로 물었다.“고모님?”강운경이 고개를 돌리며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에 말했다.“이번에 너희 학교에서 있었던 소문이 꽤나 멀리까지 났어. 나중에 수습을 하긴 했다만은 그래도 문제가 좀 생겼어.”성연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러세요?”잠시 생각을 가다음은 강운경이 성연에게 말했다.“지금 급히 귀국하려는 여자가 하나 있는데, 이 여자, 너 조심해야 해.”‘여자?’강운경의 입에서 처음으로 내게 어떤 사람을 주의하라는 말이 나왔다.강운경의 말을 들으니, 간단한 인물이 아닌 여자 같았다.그러나 강씨 집안에 와서 알게 되는 사람이 잘못할 리가 있을까?그런데 고모 강운경은 왜 굳이 자신에게 주의하라고 하는 거지?성연은 다소 이해할 수가 없는 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누군데요?”강운경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다.강운경이 자신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다니, 성연은 어딘가 말이 안되는 느낌이었다.강운경이 깊숙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아버지, 즉 무진이 할아버지가 예전에 무진이 혼사를 약속하셨는데, 이후에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파혼이 되었어. 하지만 정혼했던 그 여자애는 계속 무진을 좋아해왔어. 그런데 이번에 네가 무진과 약혼했다는 소문을 듣고 돌아온다는 거야. 이름이 방미정인데 방씨 집안 고명딸이야. 어릴 때부터 워낙 귀하게 자라 좀 제멋대인데다 뒤를 생각 안 해. 성연아, 너 진짜 조심해야 한다.”현재 성연과 무진의 관계는 아주 탄탄하다.강운경 자신도 성연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당연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그리고 박미정에게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성숙하지도 진중하지도 못한 그 애는 성연의 반만큼도 안된다는 생각이다.만약 무진이 방미정과 결혼한다면 기껏해야 집안에 약간의
성연은 나중에 방미정에 관한 몇 가지 문제를 무진에게 물었다.무진은 사실대로 성연에게 대답했다. 당시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강씨 집안이 커지면서 방씨 집안이 해외로 옮겨갔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혼약이 파기되었다.앞으로 서로를 마음에 둔 두 사람이 과거의 지나간 혼약에 매이지 않기를 바랬다.무진은 방미정에 대해 어렸을 때 같이 놀던 친구라는 기억만 남아 있었다.정혼에 관해서는 자세한 사정을 몰랐었다가 후에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셨다. 무진도 달리 의견을 말하지 않았었다.당시 여자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무진은 누구든 괜찮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나중에 이렇게 성연을 만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혼약이 깨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무진은 속으로 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 귀찮은 일이 생겼을 것이다.성연은 당연히 무진을 믿었고 방미정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방미정은 귀국하는 날 무진에게 전화해서 식사 약속을 했다.어찌 되었든 서로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이다. 과거 서로의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는 집안끼리 사이가 좋았다.이번 한 번만큼은 무진이 나가 만나야 했다.하지만 무진은 혼자 나가지 않고 성연을 데리고 함께 약속 장소로 나갔다.약속한 식당에 도착했다.방미정은 의자에 앉아서 사람을 재는 시선으로 성연을 위에서 아래로 쭉 훑었다.무난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성연은 꽤 괜찮은 마스크였지만, 방미정이 보기엔 그저 젖비린내 나는 어린 계집애에 불과했다.턱을 들어 올린 방미정의 눈에 경멸의 빛이 담겼다.성연은 방미정의 눈빛을 보고서도 못 본 체하며 무진을 따라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성연과 무진 두 사람이 서로 손깍지를 끼는 장면을 본 방미정은 이를 악물었다. 얼굴에 억지로 짓고 있는 미소가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다.“무진 씨, 몇 년 만에 만나는구나.” 무진을 향한 방미정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이 가득 실려 있었다.무진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마치 무진을
바늘 끝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보며 무진의 눈이 깊어겼다.기왕 온 이상 무진 역시 방미정의 체면을 떨어뜨리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일단 주문부터 먼저 하지. 아까부터 종업원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말하면서 무진이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그래요. 일단 주문부터 하죠.” 방미정은 체면을 세워주는 줄 생각하고 메뉴판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물론 습관적이었다.평상시엔 누구나 다 자기중심적이다.그런데 무진은 메뉴판을 바로 옆에 있던 성연에게 건넸다.방미정의 손이 허공 가운데 멈추었다. 하지만 무진이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무엇보다 연적 앞이 아닌가. 방미정은 더 이상 체면을 잃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손을 거두는 척하며 귀 뒤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굴었다.예전에 자신과 강무진이 함께 했던 날들이 무척 그리웠다. 그땐 뭐든지 다 자신에게 양보하던 강무진이었다.늘 자신이 중심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완전히 변했다. 지금 강무진이 진지하게 대하는 상대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원래 강무진의 모든 관심과 배려는 자신의 것이었다.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송성연이 모든 걸 깨뜨려버렸다.성연을 바라보는 방미정의 눈이 증오심으로 일렁였다.성연은 그런 방미정의 눈빛을 못 본 척 넘겼다.손가락으로 메뉴판의 요리 몇 개를 가리키며 무진이 물었다.“이 식당은 이 요리들은 제일 괜찮아. 마침 네 입맛에도 맞을 것 같은데, 한번 먹어 볼래?”예전에 이 식당에 왔을 때에 다음에 성연을 데리고 올 생각에 미리 공부를 좀 했었다.성연은 무진이 수시로 자신의 감정을 배려하고 있음을 느꼈다. 특히 방미정 앞에서.성연은 지금까지 방미정을 라이벌로 의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진이 얼마나 성연을 사랑하고 있는지 성연을 느낄 수 있었다.무진이 가리킨 메뉴를 보던 성연은 확실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임을 알았다.성연은 좀 매운 맛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예전의 무진은 담
방미정은 옆에서 닭살이 오름을 느꼈다.꽉 주먹을 쥔 손바닥에 손톱이 박힐 것 같았다.‘송성연,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물건이야? 강무진은 오로지 내 것이라고.’‘나 한 사람 차지란 말이야.’성연이 다 고른 후에야 무진이 마침내 메뉴파늘 방미정 쪽으로 건넸다.그리고 물었다. “더 주문할 거 있어?”방미정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요염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씨가 결정해.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내 입맛은 변하지 않았어. 무진 씨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방미정의 저 말은 무척 대담하면서도 직설적이다.무진에 대한 고백을 자신의 권리처럼 선포했다.그러나 강무진에게 약혼녀가 있는 상황에서 방미정은 여전하게 굴었다.설령 방씨 가문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성연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성품이 영 별로야.’성연은 방미정이라는 사람이 너무 도도하게 여겨졌다. 세상 사람 모두에게 자신이 강무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해 한스러운 듯했다.게다가 이처럼 안하무인이라니 정말 얄밉기 짝이 없다.물 한 모금 마신 후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미정이 무진 앞에서 아무리 수작을 부려도 무진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이 점을 똑똑히 알고 있는 까닭에 마치 웃긴 얘기로 치부했다.자신이 신경을 썼다면, 방미정이 저처럼 제마음대로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무진이 끝까지 메뉴판을 방미정에 건네며 말했다.“지금 여기서 주문한 것은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것들이야. 네 입맛은 이미 다 잊었어. 못 먹는 게 있으면 따로 주문해도 돼.”무진의 말은 완전히 방미정의 자존심을 때렸다.방미정과의 모든 관계를 간접적으로 거절한 셈이다.강무진은 어쨌든 자신과 방미정의 일은 이미 과거형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무진은 방미정에게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귀찮은 일이 벌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게 좋다.방미정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강무진이 자신의 입장은 전혀
식사를 하던 중에 무진이 화장실을 갔다.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성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귓가에 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금방 돌아올 거야.”성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진이 자신과 방미정과 단둘이 있으며 긴장할까 봐 걱정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성연은 방미정의 체면을 세워줄 거였다. 방미정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한 두 사람 사이엔 별일 없을 것이다.무진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방미정이 오만한 눈빛으로 성연을 훑어보았다.“송성연 씨, 당신은 자신이 어떤 지도 생각지 않아요? 무진 씨에게 어울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젖 비린내 나는 계집애가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면서 고작 배운 게 다른 사람의 남자를 가로채기나 하는 거니? 너 무진 씨와 같이 있으면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살 거라고 생각해? 사실대로 말해봐, 너 돈 때문에 무진 씨 옆에 있는 거 아냐?”“그래.” 성연은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인정해 버렸다.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봐도 소용이 없었다.게다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해도 방미정은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굳이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성연이 단번에 그렇다고 할 줄은 몰랐던 방미정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대충 넘겨버리는 성연의 태도에 방미정은 오히려 자신이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무진의 마음을 꽉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겠는가?방미정은 가볍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너랑 무진 씨는 지금 겨우 약혼했을 뿐이야.”약혼과 약속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더군다나 송성연은 무엇하나 자신보다 못하다. 자신과 비교할 만한 게 뭐 하나 있단 말인가?결국 마지막에 가면 누가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인지 무진이 알게 될 거라고 믿었다.‘지금은 송성연에 대해 잠시 신선한 감정에 느끼고 즐기는 것에 불과해.’송성연이 정말이지 자신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괜찮아. 무진 씨의 마지막이 나
무지이 돌아오자 음식이 나왔다.세 사람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방미정은 처음에는 매우 조용했다. 그러다 무진 앞에 있는 음식을 집으려고 했다.분명히 일어서면 될 것을 일부러 멀어서 집지 못하는 척했다.방미정이 무진에게 야살스럽게 말했다.“무진 씨, 무진 씨 앞에 있는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데, 집을 수가 없어요. 나에게 좀 집어 줄래요?”무진은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이로써 방미정의 이런 행동을 무진이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보고 있던 성연이 직접 방미정이 원하던 음식을 앞으로 갖다 주었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방미정 씨, 자, 이제는 어쨌든 집을 수 있겠지요?”방미정은 손에 힘을 주고 젓가락을 세게 쥐었다. 정말 화가 났다.송성연, 이건 바로 시위 그 자체였다.하필 무진은 처음부터 줄곧 자신을 거드는 말을 하지 않았다.‘설마 무진 씨가 진짜 이 계집애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근데 송성연 저 딴 애 어디가 좋은 거지?’모든 게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 어쨌든 자신은 반드시 무진 씨를 되찾아 올 거야.’방미정의 분에 찬 모습을 보니 성연은 후련함을 느꼈다.성연이 일부러 말했다.“방미정 씨, 또 먹고 싶은 음식을 집어먹을 수 없다면, 잊지 말고 나에게 꼭 알려주세요. 내가 도와 줄게요.”방미정은 이를 악문 채 웃는 듯 마는 듯 성연을 노려보았다.“그럼 정말이지 고맙겠네요!”성연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천만에요.”방미정은 송성연의 예리함에 자신은 적수가 못되는 것 같았다. 송성연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조용히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먹는 도중에 방미정은 또 다시 무진에게 몇 가지 문제를 던졌다.무진의 대답은 모두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수시로 성연에게 음식들을 집어주는데 얼마나 세심한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 장면을 보던고 방미정은 더 기분이 나빴다.식사를 하는 내내 무진의 태도를 바꾸지 못하자 저 밑에서부터 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량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무진이 농담하듯이 성연에게 물었다.“저녁 먹으며 화 났어?”무진은 어젯밤의 질문으로 성연이 방미정의 존재에 신경 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성연의 마음속에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점을 설명한다.그래서 오늘 성연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방미정을 일절 상대하지 않았다. 역시 성연이 자신을 믿도록 하기 위해서.결과적으로 괜찮았다. 앞으로 방미정은 절대 자신을 쉽게 초대하지 못할 것이다.무진의 말을 들은 성연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내가 그럴 줄 알았어요?”생각하면 할수록 성연은 화가 났다. 어떤 상황인 줄 알면서도.무진은 반드시 방미정을 만나러 갔어야 한다. 안 갔다면 좋지 않았을 것이다.자신이 무진 때문에 질투하는 것을 보고 무진 매우 기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설마 무진 씨가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겠지?’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성연이 무진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무진은 순간 갑자기 터진 성연의 귀여움에 충격을 받고 얼어 버렸다.이 아이는 감정이 밖으로 드러날 때가 극히 드물다.성연이 신경 쓰기 시작했음을 말하고 있었다.불현듯 무진은 마음속의 충동을 아무리 해도 참을 수 없었다.무진이 바로 성연을 끌어안고 입술에 키스했다.앞에 운전기사가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 앞에서 이런 친밀한 행동을 한다는 생각에 성연은 몹시 불편한 마음이 들어 무진을 밀어내려고 했다.무진이 어찌나 세게 꽉 안았는지, 성연은 근본적으로 무진의 팔을 풀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무진의 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앞에서 운전하는 사람은 바로 비서 손건호였다.‘왜 갑자기 뒤에 아무 소리도 안 들리지?’백미러를 통해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본 손건호의 얼굴은 바로 불이 붙은 듯했다.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무엇보다 싱글에겐 치명타였다.손건호는 조용히 운전석과 뒷자석 사이의 칸막이를 올렸다.‘됐어, 눈에 안 띄면 돼. 그냥 안 본 걸로 하지 뭐.’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