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의 집. 예민주는 3층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멀리서 벤틀리가 정원으로 들어오는 걸 보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재빨리 나가 맞이했다.2층에 있던 성연도 차 소리를 듣고 내려가려고 했지만, 배를 내민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성연이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은 이미 다른 집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해변의 5층 별장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훨씬 편리했다.그러나 성연은 좀 더 있겠다고 버텼다. 지금 사는 집은 WS그룹 본사와 가까운데, 그렇게 멀리 옮긴다면 남편이 매일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걸 고려한 것이다. 성연은 이제 겨우 임신 다섯 달 정도라서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고, 또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다리를 단련하면 몸을 더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무진을 달랬다. “언니, 언니도 무진 오빠를 맞이하려는 거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내려오세요. 제가 먼저 내려갈게요. 마침 커피를 탔는데 무진 오빠 피로가 풀리게 드려야겠어요!”2층을 지나면서 예민주가 성연에게 말했다. 입으로는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도, 성연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부축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곧장 아래층으로 달려갔다.성연은 마음이 다소 언짢아서 눈살을 찌푸렸다.‘내 남편인데 왜 나보다 자기가 더 좋아하면서 설치는 거야?’요즘 성연은 확실히 걱정이 좀 생겼다. ‘예민주는 대수롭지 않게 늘 남편에게 사업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했어. 또 자기도 회사를 하나 차리고 싶다고 하면서.’‘남편도 고심하면서 거리를 두지 않았다면, 예민주를 집에서 내보내고 밖에서 살게 했을 거야.’‘아마 내가 걱정이 많은 모양이야. 임신 중 여자들은 감상적이 되고 일희일비하면서 끙끙 앓는다고 하던데.’‘예민주는 줄곧 어린 여학생처럼 순수하게 행동했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를 정도는 아닐 거야!’성연은 이렇게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해변의 별장으로 옮기는 결정을 다시 생각했다.1층 거실로 온 예민주는 무진이 들어오자 쏜살같이
“언니, 제가 무진 오빠를 데리고 커피를 마시러 갈 건데, 화난 건 아니죠?”예민주는 목소리는 끈적끈적했다. 이전에는 어린 여자애의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성연의 귀에는 혐오감이 드는 소리였다.애초에 왜 굳이 예민주를 집으로 데리고 왔는지 후회하기도 했다. ‘바깥에 따로 머물 곳을 마련해야 했어.’불쾌해진 성연은 더 이상 좋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꽤 냉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사매,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 이제 모두 저녁을 먹을 때인데, 식사 전에 커피를 마시는 건 적합하지 않아!”이런 대답을 듣고도 예민주는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한 달 동안 긴박하게 계획을 추진하고 있던 예민주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원래 차에 독약을 섞던 방식은 무진이 마실 수도 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러나 무진이 정신을 깨기 위해서 블랙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블랙커피의 향은 진하기 때문에 독의 맛을 충분히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원두커피를 우려내고 커피 맛을 본다는 핑계를 대고, 무진을 여러 차례 초대해서 커피를 마시게 했다.지금까지 무려 13번이나 독을 넣었다!13번이나 되는 독약은 이미 좋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진은 자주 뭔가 잊어버리곤 했다. 심지어 며칠 전에 정 이사가 집에 왔을 때, 무진은 정 이사의 신분도 좀처럼 기억하지 못했다.그래서 예민주는 성연을 대체한다는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가급적 무진에게 접근하고 무진이 자신에게 익숙해지도록 해야 했다. 무진의 머리속에 무진의 곁에는 예민주 자신이 있다는 기억이 천천히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아직 가장 결정적인 시기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예민주는 성연과 철저하게 반목하지 못하고 여전히 참아야 했다. “알겠어요, 언니 말대로 할게요. 식사 전은 확실히 커피를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지요! 언니, 요즘 저한테 무슨 불만이 있으세요?” 예민주는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성연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그렇진
밥을 먹고 또 졸리자, 성연은 무진의 부축을 받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성연은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성연은 어떤 방에 뛰어들었다가, 깊이 잠들어 있는 무진과 그 곁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 있는 막내 사매를 보았다. 깜짝 놀란 성연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막내 사매에게 ‘천한 X’이라고 화를 냈다. 막내 사매에게 자신이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도,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막내 사매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었다. 오히려 득의양양하게 비웃더니, 갑자기 성연의 아랫배를 칼로 쿡 찔렀다.아파서 혼절한 성연은 자신이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놀라서 깨어나자 성연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헐떡거리면서 거친 숨을 내쉬던 성연은 그제서야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침대 옆을 보자 무진이 보이지 않았다. 까닭 없이 불안해진 성연이 얼른 무진을 불렀다.“무진 씨, 무진 씨!”목소리가 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문득 3층에서 무진의 대답이 들려왔다.“나는 위층에 있어. 당신 일어났어?”성연은 잠시 멍해졌다. ‘왜 남편이 위층에 올라갔지? 설마 막내 사매 방에 있는 거야?’영문도 모르게 불안해진 성연은 서둘러 일어났다. 비록 발걸음은 무겁지만 재빨리 계단을 올라서 3층으로 갔다.“무진 씨, 뭐 하고 있어요?”예민주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르륵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여기 있어. 민주 방의 욕실 샤워기가 고장난 것 같아서 보고 있어.”무진이 대답했다. 사실 무진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지금 욕실에서 예민주는 얇은 목욕가운만 입고 있었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떨어졌다.성연이 도착한 걸 눈치챈 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비웃으면서 얼른 소리쳤다.“언니, 제가 무진 오빠에게 이 샤워기를 좀 봐 달라고 했어요. 반쯤 씻었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재빨리 욕실로 다가간 성연은, S라인 몸매
무진은 좀 의아했다. ‘사실 예민주를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미 아내에게 여러 차례 에둘러서 이야기를 했었어.’‘하지만 아내는 늘 스승의 은혜가 하늘보다 큰 데다가, 지금 가까스로 돌아온 스승의 딸을 다시 내보내서 떠돌게 한다면 스승에게 부끄럽다고 말했지.’그래서 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예민주가 무슨 엉뚱한 일이라도 저지를까 봐 조심스럽게 경계만 하고 있었다. 무진은 그 7명의 고위 임원들 사건 때문에 예민주를 아주 불신했다. ‘지금 성연이 직접 말했지만, 이것도 괜찮아!’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마음껏 비웃었다.‘마침내 송성연을 격노하게 만들었어.’‘송성연을 좀 더 가지고 놀고, 약을 이용해서 직접 일을 처리할 수도 있어. 그런 수단을 쓸 가치도 없지만 말이야.’그러나 예민주는 여전히 억울한 척 가장했다.“언니, 지금 저를 쫓아내시는 거예요?”“너를 쫓아내는 게 아니야. 네가 계속 머무르고 싶으면, 여기 계속 있으면 돼! 하지만 바닷가의 별장에는 네가 머무를 수 없어!”성연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언니가 그 이유를 말해줄 수 있어요?” 예민주는 계속 능청스럽게 말했다.“아니야! 그냥 우리 부부가 좀 불편해서 그래!”말을 마친 성연이 곧바로 무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여보, 서한기에게 올라와서 고치라고 해요. 이 꼴이 이게 뭐에요. 옷이 다 젖었어요...”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연을 따라 예민주의 방에서 나왔다.2층 침실로 돌아온 성연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주자, 무진이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말없이 무진의 등을 닦아주던 성연이 갑자기 무진의 등을 꼭 껴안았다.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안색이 일그러진 무진이 얼른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급하게 물었다.“왜? 내가 잘못한 거야? 앞으로는 예민주하고 접촉하지 않을게! 그럼 되겠어?”“아니에요! 그냥 나는 정말 좀 무서웠어요. 제가 방금 매너도 예의도 없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사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매는 도를 넘었
바닷가의 별장에 솔솔 부는 해풍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5층 베란다의 벤치에 앉은 성연은 온몸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거대한 발코니 바로 아래는 수영장이고 주위는 온통 풀밭이다. 입구에서 별장까지는 긴 길을 따라서 가야 했다. 이 부지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몰랐다.“고생했어요, 여보! 이제 매일 출퇴근하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네요!” 무진이 손에 칵테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고개를 저은 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회장이니까 아무 때나 출근해도 돼. 게다가 차도 마이바흐로 바꿨으니까, 자면서 회사까지 갈 수도 있어.” “아무 영향도 없어. 당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게 가장 중요해!”고개를 숙인 무진이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딥 키스를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랬다가 또 빠져들면, 분명히 곤란해질 것이기에.성연은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곳은 원래 살던 빌라보다 시설도 더 완비되었고 공간도 더 넓어서, 확실히 가슴이 탁 트이면서 기분이 좋았다.물론 주방 아주머니와 하인들도 다 따라왔다. 성연의 입맛을 잘 알고 있고 게다가 임신기의 주의사항도 알고 있어서, 무진이 따로 조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손건호도 당연히 같이 와서 지내면서, 진성의 대원 10여 명을 배치해서 주변의 경비를 책임지게 했다.전반적으로 말해서 이곳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다.“막내 사매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사매는 항상 좀 진실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애초에 프로방스에서 사매를 만났던 그 날, 내가 왜 그렇게 쉽게 믿었는지 모르겠어요!”예민주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성연에게 일어났다. 예민주가 성연에게 세 번의 약물을 먹였던 때가 마침 성연의 임신했을 때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람의 기억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지만, 성연의 몸에서는 배척당하면서 약효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래서 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었다.이에 고무된 무진이 아예 대놓고 물었다.“
그날 밤. 별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자, 예민주는 아예 일어나서 트렁크안의 병과 단지들을 꺼내서 또 주무르기 시작했다.이번에 예민주는 바로 15일치 분량을 전부 하나의 알약으로 만들었다.무진이 이 알약을 먹고 다시 깨어나게 되면 모든 기억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그리고 예민주가 그때 무진의 곁에서 모든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을 도와서, 성연의 자리에 자신을 집어넣어야 했다.불빛 아래서 옅은 갈색을 띤 알약은 독한 냄새를 풍겼다. 예민주의 눈에서는 음산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날이 밝자, 넓은 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제멋대로 몸을 뒤척였다. 침대가 이렇게 부드럽고 편안해서 수면의 질이 특히 좋았다.무진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 성연이 일어나자 하인들이 세면 도구를 가져왔고, 주방 아주머니가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아침식사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세수를 마치자, 갑자기 뱃속이 한바탕 뒤척이는 걸 느꼈다. 두 녀석도 잠에서 깬 듯 힘껏 몸부림치고 있었다.‘마치 세탁기처럼 구르면서 정말 한껏 몸부림치네.’성연은 아기가 너무 소란스럽게 움직이다가 자칫 탯줄이 목을 감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의사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좀 긴장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곧 평정을 되찾았다.아침을 먹고 나자, 손건호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보스께서 오늘은 사모님이 검사하는 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알았어! 지금 갈게.”손건호는 성연이 흔들리지 않고 차내의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게 아주 천천히 운전했다.이때 예민주는 이미 WS그룹빌딩의 아래층에 도착했다.그녀는 우뚝 솟은 빌딩을 쳐다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즐거운 기분을 느꼈다.‘곧 내가 이 거대한 빌딩의 여주인이 될 거야! 지금 강무진에게 그 알약을 먹게 만들기만 하면 돼.’물론 무진이 반드시 자신을 만나러 나올 거라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무진 오빠, 저 예민주인데요. WS그룹을 구경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전화를 건 예민
병원에서 성연은 검사를 모두 마쳤다. 산부인과의 경험 많은 여의사가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성연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태아의 위치는 여전히 정상이에요! 검사 결과를 보면 탯줄이 목을 감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상황을 잘 유지하면, 두 녀석 모두 건강해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의사의 미소는 아주 감화력이 강해서, 성연의 걱정을 단번에 깨끗하게 사라지게 했다.‘하긴 이상해. 나도 의사지만 이쪽에서는 다른 사람이 긍정적인 말을 해야 안심할 수 있어.’의사에게 감사를 표한 성연은 병원을 나온 뒤 무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보, 나는 검사 다 마쳤어요. 모든 게 다 좋다고 해요. 너무 바쁘게 일하지 말고 점심 먹는 거 꼭 기억해요!] [그리고 병원에 가서 머리 검사하는 거 잊지 마세요!]커피숍 입구로 걸어가던 무진은 핸드폰을 보고 아내에게 답장을 보냈다.[여보, 난 다 괜찮아.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 [검사가 끝나면 함께 차를 마시러 가자!]답장을 본 성연은 행복감에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커피숍에 들어선 무진은 단번에 예민주를 발견했다.무진이 다가가자, 예민주가 종업원을 불러서 주문했다.“블루마운틴 두 잔요. 설탕하고 우유 넣지 말고요!”“네, 잠시만요!” 종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민주의 맞은편에 앉아서, 무진은 숙연한 표정으로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다. ‘커피는 무슨 커피야. 겉으로 전혀 무해해 보이는 이 여자에게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지만 알고 싶을 뿐이야.’“간단하게 말해 봐. 넌 도대체 누구야? 정말 예중천의 딸이 맞아?”무진은 조금의 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곧바로 물었다.“호호, 무진 오빠, 왜 나를 이렇게 사납게 대하는 거예요? 저는 좀 무서운 걸요!” 예민주는 여전히 가장하고 있지만, 무진의 눈빛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무진의 몸에서 발산되는 기세에 넋이 나간 듯이 자기도 모르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얼이 빠진 무진이 예민주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말해! 네 아버지 예중천이 어떻게 우리 강씨 가문의 은인이 된 건지!”예민주는 마치 그때의 아버지가 전혀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처럼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그래요, 바로 당신네 강씨 가문의 은인이지요! 그 때, 당신의 부모님과 우리 아버지는 그야말로 막역한 친구였어요. 당신의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소개한 거예요.” “일찍이 강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각각 남쪽과 북쪽에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 호응해서 동맹을 맺었지요. 사업에서는 줄곧 두각을 보이면서, 두 가문 모두 점차 유니콘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었어요.” “우리 아버지가 순조롭게 예씨 가문의 가주 지위를 계승한 뒤에는, 당신네 강씨 가문과 더욱 많이 협력했지요!”“당신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때는 북쪽의 도시들이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고, 지금처럼 남쪽의 경제도 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때 아버지는 여러 방면에서 당신 부모님을 도왔어요.”“다만 너무 급하게 자신을 증명하려던 당신의 아버지가, 사사로이 유럽의 한 조직과 협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확실히 처음에 당신 아버지는 많은 돈을 벌면서 강씨 가문을 키웠어요. 그러나 나중에...”갑자기 말을 멈춘 예민주가 복잡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할머니도 더 이상 언급하기를 꺼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무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나중에, 당신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다년 간의 주문 계약을 체결했어요.” “원자재의 가격이 갑작스럽게 오르자, 당신의 아버지는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 조직과의 협력 관계를 파기하려고 했다가 배신을 당한 거예요!” “당신네 강씨 가문은 그 조직에게 철저한 미움을 사게 됐어요! 이것이 바로 모든 사건의 시작이에요!”“그 조직에서는 당신 부모님께 손을 쓰기 위해서 여러 국적의 킬러들을 사들였어요! 당신의 부모님은 그야말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된 거예요. 알겠지요?” “우리 아버지는 그
집에 돌아온 성연은 무진과 함께 느긋하게 차를 마실 생각이었다!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무진은 시종 연락이 없었다.걱정이 된 성연이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바빠서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오후 내내 연달아 전화를 걸고, 카톡을 보냈지만 여전히 답이 없었다.‘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 갑자기 긴장한 성연은, 손건호와 서한기에게 연락해서 가능한 한 빨리 무진을 찾도록 했다.저녁이 되어서야 별장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 서한기가 성연에게 소식을 알렸다.“괜찮아, 그 여자에게 알려도 돼!” 기가 막혀서 말도 못하는 서한기를 마주하고도, 예민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무진의 허벅지 위에 앉아 있었다.무진의 두 눈은 여전히 공허했지만, 예민주를 보면서 진지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민주야, 네가 함께 있으니 정말 좋아!”서한기는 이런 모습을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왜 보스가 예민주를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면서, 심지어 아내라고 부르는 거지?’성연과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서한기는 차마 이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서한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빨리 말해! 무진 씨는 괜찮아?] [급해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성연이 다급하게 재촉했다.그러나 서한기는 정말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때 또 무진이 예민주를 ‘여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서한기는 자기도 모르게 예민주를 향해 화를 냈다.[예민주 씨, 도대체 보스에게 무슨 짓을 했어?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강 대표님은 당신 선배의 남편이야!][서한기, 무슨 소리야? 너 제정신이야? 감히 민주에게 이렇게 고함을 치다니?]무진은 돌연 서한기를 노려보더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예민주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다고 나무랐다.그 말을 들은 서한기는 온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아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성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쓰러질 정도로 아팠다손건호가
종업원은 그 알약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변화시킬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예민주는 친구가 위가 좋지 않은데도 매번 커피를 마시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데, 이 약을 커피에 넣으면 위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종업원을 속였다.무진은 평소의 한가한 정취는 전혀 없이 단숨에 커피를 다 마셨다. 단지 빨리 해독제를 얻어서, 아내가 처음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5분도 안 돼 커피를 다 마신 무진이 예민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이제 해독제를 줘야겠지? 그리고 내 기억 상실은 도대체 또 어떻게 된 일이야?”“그래요, 해독제를 줄게요.”말을 마친 예민주는 가방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낸 뒤 알약 하나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사실, 이 알약은 전혀 상관이 없다. 예민주가 연구하다가 실패한 불량품일 뿐, 해독제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예민주가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커피 속의 약이 효과를 발휘해서 무진이 깊은 잠에 빠지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의 기억 상실 현상은 앞으로는 없을 거예요. 그건 단지 내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향기 중 하나로 만들었을 뿐이에요.”예민주는 완전히 사실을 왜곡해서, 자신의 몸에서 나는 고혹적인 향기를 무진의 기억 상실 원인이라고 말했다.알약을 받던 무진은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테이블에 머리를 찧을 뻔했다.곧 마음속으로 크게 경계하면서 예민주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더욱 득의양양해서 조롱하듯이 눈빛을 반짝였다.“무진 오빠, 이제 말해 줄게요. 방금 오빠는 더 심각한 독을 먹었어요! 이 독은 오빠로 하여금 평생 송성연을 완전히 잊게 해 줄 거예요!” “그리고 오빠는 단지 오늘부터 내가 오빠 아내고, 오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 예민주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요!”무진은 이미 천지가 빙빙 도는 상태인 데다가 속도도 빨라서, 반항할 기회도 전혀 없었다.무진의 눈앞에서 주변의 모든 것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점차 변화했고, 무지개 같은 흐름이 결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여전히 오랫동안 아버지를 따라다녔던 7명의 임원들을 전부 강씨 가문으로 보냈어요.” “당신들이 예씨 가문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면서요!”예민주는 차갑게 무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예민주는 무진에게 거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무진의 각진 얼굴과 그 그윽한 눈동자를 보면서, 예민주의 마음속 분노는 사라지고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그럼 우리 예씨 가문이 당신네 강씨 가문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때 당신의 할머니는 심지어 아버지에게 앞으로 당신과 나를 결혼하게 하겠다고 약속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당신의 할머니는 이 일을 잊어버린 것 같더군요!”‘예민주가 자신의 가장 큰 집념을 완전히 드러냈어.’‘원래 자신이 해야 할 아내의 역할을 선배인 성연에게 뺏겼다는 거지.’‘이 세상의 인연이 바로 이렇게 황당하고 웃기지도 않다니.’사건을 다 듣고 난 뒤에, 무진은 한참 동안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결국 무진은 예민주를 바라보면서 약간 누그러진 말로 물었다.“당신이 말한 걸 나는 확신할 수가 없어. 적어도 내 부모님이 가문을 그런 위기에 빠뜨리고, 결국 예씨 가문까지 연루되게 할 정도로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을 거라고 믿어.”“흥! 믿든 말든!”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예민주는 몹시 화가 난 눈빛으로 무진을 쓸어 보았다.그때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오자, 커피 향이 사방으로 퍼졌다.예민주는 커피를 들고 냄새를 맡던 예민주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정말 좋은 향이야. 정통 블루마운틴 커피네.”“그래, 알겠어. 완전히 이해했어! 그럼, 성연이에게는 도대체 무슨 독약을 쓴 거야? 해독제는 있겠지.” “그리고 이렇게 내 기억이 깜빡하는 상황 역시 당신과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무진이 문제의 핵심을 꺼냈다.그러나 예민주는 한바탕 차갑게 웃었다.“하하하,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무진 오빠, 당신네 강씨 가문은 우리 예씨 가문에게 그렇게
얼이 빠진 무진이 예민주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말해! 네 아버지 예중천이 어떻게 우리 강씨 가문의 은인이 된 건지!”예민주는 마치 그때의 아버지가 전혀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처럼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그래요, 바로 당신네 강씨 가문의 은인이지요! 그 때, 당신의 부모님과 우리 아버지는 그야말로 막역한 친구였어요. 당신의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소개한 거예요.” “일찍이 강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각각 남쪽과 북쪽에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 호응해서 동맹을 맺었지요. 사업에서는 줄곧 두각을 보이면서, 두 가문 모두 점차 유니콘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었어요.” “우리 아버지가 순조롭게 예씨 가문의 가주 지위를 계승한 뒤에는, 당신네 강씨 가문과 더욱 많이 협력했지요!”“당신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때는 북쪽의 도시들이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고, 지금처럼 남쪽의 경제도 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때 아버지는 여러 방면에서 당신 부모님을 도왔어요.”“다만 너무 급하게 자신을 증명하려던 당신의 아버지가, 사사로이 유럽의 한 조직과 협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확실히 처음에 당신 아버지는 많은 돈을 벌면서 강씨 가문을 키웠어요. 그러나 나중에...”갑자기 말을 멈춘 예민주가 복잡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할머니도 더 이상 언급하기를 꺼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무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나중에, 당신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다년 간의 주문 계약을 체결했어요.” “원자재의 가격이 갑작스럽게 오르자, 당신의 아버지는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 조직과의 협력 관계를 파기하려고 했다가 배신을 당한 거예요!” “당신네 강씨 가문은 그 조직에게 철저한 미움을 사게 됐어요! 이것이 바로 모든 사건의 시작이에요!”“그 조직에서는 당신 부모님께 손을 쓰기 위해서 여러 국적의 킬러들을 사들였어요! 당신의 부모님은 그야말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된 거예요. 알겠지요?” “우리 아버지는 그
병원에서 성연은 검사를 모두 마쳤다. 산부인과의 경험 많은 여의사가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성연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태아의 위치는 여전히 정상이에요! 검사 결과를 보면 탯줄이 목을 감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상황을 잘 유지하면, 두 녀석 모두 건강해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의사의 미소는 아주 감화력이 강해서, 성연의 걱정을 단번에 깨끗하게 사라지게 했다.‘하긴 이상해. 나도 의사지만 이쪽에서는 다른 사람이 긍정적인 말을 해야 안심할 수 있어.’의사에게 감사를 표한 성연은 병원을 나온 뒤 무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보, 나는 검사 다 마쳤어요. 모든 게 다 좋다고 해요. 너무 바쁘게 일하지 말고 점심 먹는 거 꼭 기억해요!] [그리고 병원에 가서 머리 검사하는 거 잊지 마세요!]커피숍 입구로 걸어가던 무진은 핸드폰을 보고 아내에게 답장을 보냈다.[여보, 난 다 괜찮아.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 [검사가 끝나면 함께 차를 마시러 가자!]답장을 본 성연은 행복감에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커피숍에 들어선 무진은 단번에 예민주를 발견했다.무진이 다가가자, 예민주가 종업원을 불러서 주문했다.“블루마운틴 두 잔요. 설탕하고 우유 넣지 말고요!”“네, 잠시만요!” 종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민주의 맞은편에 앉아서, 무진은 숙연한 표정으로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다. ‘커피는 무슨 커피야. 겉으로 전혀 무해해 보이는 이 여자에게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지만 알고 싶을 뿐이야.’“간단하게 말해 봐. 넌 도대체 누구야? 정말 예중천의 딸이 맞아?”무진은 조금의 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곧바로 물었다.“호호, 무진 오빠, 왜 나를 이렇게 사납게 대하는 거예요? 저는 좀 무서운 걸요!” 예민주는 여전히 가장하고 있지만, 무진의 눈빛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무진의 몸에서 발산되는 기세에 넋이 나간 듯이 자기도 모르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그날 밤. 별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자, 예민주는 아예 일어나서 트렁크안의 병과 단지들을 꺼내서 또 주무르기 시작했다.이번에 예민주는 바로 15일치 분량을 전부 하나의 알약으로 만들었다.무진이 이 알약을 먹고 다시 깨어나게 되면 모든 기억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그리고 예민주가 그때 무진의 곁에서 모든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을 도와서, 성연의 자리에 자신을 집어넣어야 했다.불빛 아래서 옅은 갈색을 띤 알약은 독한 냄새를 풍겼다. 예민주의 눈에서는 음산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날이 밝자, 넓은 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제멋대로 몸을 뒤척였다. 침대가 이렇게 부드럽고 편안해서 수면의 질이 특히 좋았다.무진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 성연이 일어나자 하인들이 세면 도구를 가져왔고, 주방 아주머니가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아침식사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세수를 마치자, 갑자기 뱃속이 한바탕 뒤척이는 걸 느꼈다. 두 녀석도 잠에서 깬 듯 힘껏 몸부림치고 있었다.‘마치 세탁기처럼 구르면서 정말 한껏 몸부림치네.’성연은 아기가 너무 소란스럽게 움직이다가 자칫 탯줄이 목을 감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의사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좀 긴장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곧 평정을 되찾았다.아침을 먹고 나자, 손건호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보스께서 오늘은 사모님이 검사하는 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알았어! 지금 갈게.”손건호는 성연이 흔들리지 않고 차내의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게 아주 천천히 운전했다.이때 예민주는 이미 WS그룹빌딩의 아래층에 도착했다.그녀는 우뚝 솟은 빌딩을 쳐다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즐거운 기분을 느꼈다.‘곧 내가 이 거대한 빌딩의 여주인이 될 거야! 지금 강무진에게 그 알약을 먹게 만들기만 하면 돼.’물론 무진이 반드시 자신을 만나러 나올 거라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무진 오빠, 저 예민주인데요. WS그룹을 구경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전화를 건 예민
바닷가의 별장에 솔솔 부는 해풍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5층 베란다의 벤치에 앉은 성연은 온몸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거대한 발코니 바로 아래는 수영장이고 주위는 온통 풀밭이다. 입구에서 별장까지는 긴 길을 따라서 가야 했다. 이 부지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몰랐다.“고생했어요, 여보! 이제 매일 출퇴근하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네요!” 무진이 손에 칵테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고개를 저은 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회장이니까 아무 때나 출근해도 돼. 게다가 차도 마이바흐로 바꿨으니까, 자면서 회사까지 갈 수도 있어.” “아무 영향도 없어. 당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게 가장 중요해!”고개를 숙인 무진이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딥 키스를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랬다가 또 빠져들면, 분명히 곤란해질 것이기에.성연은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곳은 원래 살던 빌라보다 시설도 더 완비되었고 공간도 더 넓어서, 확실히 가슴이 탁 트이면서 기분이 좋았다.물론 주방 아주머니와 하인들도 다 따라왔다. 성연의 입맛을 잘 알고 있고 게다가 임신기의 주의사항도 알고 있어서, 무진이 따로 조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손건호도 당연히 같이 와서 지내면서, 진성의 대원 10여 명을 배치해서 주변의 경비를 책임지게 했다.전반적으로 말해서 이곳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다.“막내 사매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사매는 항상 좀 진실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애초에 프로방스에서 사매를 만났던 그 날, 내가 왜 그렇게 쉽게 믿었는지 모르겠어요!”예민주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성연에게 일어났다. 예민주가 성연에게 세 번의 약물을 먹였던 때가 마침 성연의 임신했을 때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람의 기억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지만, 성연의 몸에서는 배척당하면서 약효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래서 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었다.이에 고무된 무진이 아예 대놓고 물었다.“
무진은 좀 의아했다. ‘사실 예민주를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미 아내에게 여러 차례 에둘러서 이야기를 했었어.’‘하지만 아내는 늘 스승의 은혜가 하늘보다 큰 데다가, 지금 가까스로 돌아온 스승의 딸을 다시 내보내서 떠돌게 한다면 스승에게 부끄럽다고 말했지.’그래서 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예민주가 무슨 엉뚱한 일이라도 저지를까 봐 조심스럽게 경계만 하고 있었다. 무진은 그 7명의 고위 임원들 사건 때문에 예민주를 아주 불신했다. ‘지금 성연이 직접 말했지만, 이것도 괜찮아!’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마음껏 비웃었다.‘마침내 송성연을 격노하게 만들었어.’‘송성연을 좀 더 가지고 놀고, 약을 이용해서 직접 일을 처리할 수도 있어. 그런 수단을 쓸 가치도 없지만 말이야.’그러나 예민주는 여전히 억울한 척 가장했다.“언니, 지금 저를 쫓아내시는 거예요?”“너를 쫓아내는 게 아니야. 네가 계속 머무르고 싶으면, 여기 계속 있으면 돼! 하지만 바닷가의 별장에는 네가 머무를 수 없어!”성연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언니가 그 이유를 말해줄 수 있어요?” 예민주는 계속 능청스럽게 말했다.“아니야! 그냥 우리 부부가 좀 불편해서 그래!”말을 마친 성연이 곧바로 무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여보, 서한기에게 올라와서 고치라고 해요. 이 꼴이 이게 뭐에요. 옷이 다 젖었어요...”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연을 따라 예민주의 방에서 나왔다.2층 침실로 돌아온 성연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주자, 무진이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말없이 무진의 등을 닦아주던 성연이 갑자기 무진의 등을 꼭 껴안았다.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안색이 일그러진 무진이 얼른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급하게 물었다.“왜? 내가 잘못한 거야? 앞으로는 예민주하고 접촉하지 않을게! 그럼 되겠어?”“아니에요! 그냥 나는 정말 좀 무서웠어요. 제가 방금 매너도 예의도 없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사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매는 도를 넘었
밥을 먹고 또 졸리자, 성연은 무진의 부축을 받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성연은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성연은 어떤 방에 뛰어들었다가, 깊이 잠들어 있는 무진과 그 곁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 있는 막내 사매를 보았다. 깜짝 놀란 성연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막내 사매에게 ‘천한 X’이라고 화를 냈다. 막내 사매에게 자신이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도,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막내 사매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었다. 오히려 득의양양하게 비웃더니, 갑자기 성연의 아랫배를 칼로 쿡 찔렀다.아파서 혼절한 성연은 자신이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놀라서 깨어나자 성연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헐떡거리면서 거친 숨을 내쉬던 성연은 그제서야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침대 옆을 보자 무진이 보이지 않았다. 까닭 없이 불안해진 성연이 얼른 무진을 불렀다.“무진 씨, 무진 씨!”목소리가 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문득 3층에서 무진의 대답이 들려왔다.“나는 위층에 있어. 당신 일어났어?”성연은 잠시 멍해졌다. ‘왜 남편이 위층에 올라갔지? 설마 막내 사매 방에 있는 거야?’영문도 모르게 불안해진 성연은 서둘러 일어났다. 비록 발걸음은 무겁지만 재빨리 계단을 올라서 3층으로 갔다.“무진 씨, 뭐 하고 있어요?”예민주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르륵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여기 있어. 민주 방의 욕실 샤워기가 고장난 것 같아서 보고 있어.”무진이 대답했다. 사실 무진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지금 욕실에서 예민주는 얇은 목욕가운만 입고 있었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떨어졌다.성연이 도착한 걸 눈치챈 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비웃으면서 얼른 소리쳤다.“언니, 제가 무진 오빠에게 이 샤워기를 좀 봐 달라고 했어요. 반쯤 씻었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재빨리 욕실로 다가간 성연은, S라인 몸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