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비서, 병원으로 가지 말고 바로 근처의 아무 호텔이나 찾아서 들어가야겠어.”무진은 이런 약물은 병원에 가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손건호는 무진의 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다.그리고 성연과 무진의 대화도 들었기에 성연의 상황을 대충 알 수 있었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호텔을 찾았다.‘여기가 부근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지.’그리고 곧바로 그 호텔로 차를 몰았다.무진은 성연을 안은 채 바로 데스크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그러나 프론트의 아가씨는 성연의 상태와 두 명의 남자를 보자, 바로 경계하면서 말했다. “선생님, 신분증 좀 보여 주세요.”무진은 자신의 신분증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프런트의 여직원은 반신반의하면서 힐끗 쳐다봤다.“안고 계신 분은 누구신가요?” 프런트가 물었다.“내 약혼녀입니다.” 무진은 짜증이 났지만 대답했다.단지 성연의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정말 약혼녀인가요?” 프론트의 아가씨는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무진 일행의 행동은 너무나 수상했다.자신이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고 생각한 프론트의 여직원은 홀 매니저에게 몰래 통지했다.“맞아요, 지금 바로 방을 마련해 줄 수 있습니까?” 무진의 표정도 싸늘해졌다.“잠깐만요, 방이 있는지 보고요.” 여직원은 능청스럽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방을 조회하기 시작했다.어쨌든 호텔을 찾았기에 무진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사실 여직원은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매니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곧 매니저가 경비 직원 두 명을 데리고 왔다.“인신매매범이 어디 있다는 거야?”후원자가 왔다고 생각한 여직원은 무진과 손건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람들, 바로 저 사람들이에요.”매니저가 뭔가 말을 하려는데 무진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렸다.‘내가 왜 인신매매범이 된 거야?’매니저는 무진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강, 강 대표님.”“내가 인신매매범이야?” 무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여직원과 매니저를 쓸어보았다.“아, 아닙
무진은 우선 성연을 욕실로 데리고 갔다.찬물을 틀고 성연의 몸에 찬물을 끼얹었다.성연은 이미 약효 때문에 의식이 거의 잠식된 상태였다.그러나 무진과 함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너무 긴장한 상태는 아니었다.성연이 바닥에 미끄러질까 봐 무진이 꼭 안고 있었다.곧 무진도 흠뻑 젖었다.그러나 자신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연을 걱정스럽게 바라볼 뿐이었다.“성연아, 좀 어때? 몸이 좀 편해졌어?”성연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 찬물로는 성연의 몸을 전혀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무진은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성연에게 약을 쓴 자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약을 쓴 거야? 지금까지도 약효가 전혀 완화되지 않고 있어.’ “무진 씨, 무진 씨.” 성연은 줄곧 무진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성연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무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줄곧 강인했던 성연에게 이렇게 나약했던 때가 있었을까?’“괜찮아, 괜찮아. 손건호가 돌아오면 다 괜찮아질 거야.” 무진은 품속의 성연을 달래고 싶을 뿐이었다.그러나 성연의 몸에 들어간 약물은 너무나 무지막지했다.무진에게 안긴 성연의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다.치마가 몸에 달라붙어서 아름다운 곡선을 드러냈다.무진도 정상적인 남자인데, 이런 장면을 보자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성연은 마치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는 과일과 같았다.그러나 무진은 애써 자제하면서 고개를 돌렸다.지금 성연이 위기에 빠진 틈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싶지 않았다.바로 무진이 고개를 돌렸을 때, 성연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뜻밖에 먼저 무진에게 무턱대고 키스하기 시작했다.마치 낙지처럼 무진을 꽉 잡은 채.무진은 성인군자가 아니다.“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아?”억울한 마음이 든 성연이 말했다.“무진 씨는 내가 그렇게 싫어요?”성연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자, 이제는 무진이 급해졌다.“누가 그랬어. 그래서 내가 너를 싫어할 거라고 물은 거야?”‘성연을 사랑하는 것도 모자랄 판인데.’“당신은 나를 싫어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이튿날 오후가 되어서야 성연은 잠에서 깨어났다.몸을 움직였지만 누군가 자신을 두 팔로 꼭 껴안고 있었다.그 두 팔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성연의 피부에 직접 닿아 있었다.성연도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점차 떠올렸다.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무진 씨와 지금까지 관계가 진전되었고 때가 되어 자연히 이루어진 셈이라 해도.’‘이런 장면일 줄은 몰랐어.’‘그러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무진 씨라서 다행이야.’성연은 무진의 가슴에 머리를 묻은 채 절대 나오려 하지 않았다.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프니?”성연은 고개를 젓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부끄러워서 성연은 얼굴을 내밀 수도 없었다.무진도 이해했다.일어나서 이불로 성연을 감싼 뒤 소파로 안고 갔다.성연은 앙증맞은 얼굴만 겨우 드러냈다.눈만 깜빡이면서.이런 귀여운 모습을 보자, 참지 못한 무진이 성연의 입술을 가볍게 건드렸다.“우선 여기에 있어. 내가 침대 시트를 바꿀게.”호텔에 객실 담당 직원이 있지만, 성연과의 첫 관계의 흔적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처리한 것이다.성연의 눈빛도 침대로 옮겨졌다.침대는 아주 어수선했다. 성연의 볼이 빨개지면서 눈앞의 장면을 똑바로 볼 수도 없었다.침대 시트를 바꾼 뒤에 무진이 다시 성연을 침대에 안고 왔다.그리고 호텔에 룸서비스로 죽과 담백한 반찬도 시켰다.성연의 현재 상황도 담백한 것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음식이 배달되자 무진이 숟가락을 들고 식힌 뒤에 성연의 입에 넣어주었다.“식었으니까 먹어도 돼. 자, 먹어.”성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나 혼자 먹을게요. 내가 먹을 수 있어요.”‘무진 씨에게 이런 보살핌을 받는 것은 정말 좀 부끄러워.’무진도 말없이 조용하게 성연을 바라보았다.무진의 시선이 집중되자 성연은 볼까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먹을게요. 먹으면 되잖아요.”무진은 원하던 대로 성연에게 죽을 먹여
매일 무진은 성연을 돌보는 한편 조수경을 찾아내도록 사람들에게 지시했다.성연은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사건의 자초지종을 무진에게 알려주었다.흉수가 결국 조수경이라는 걸 알게 된 무진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조수경을 찾아낼 때까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찾아내겠어!’성연이 다시 잠이 들자 무진은 비로소 다른 일을 처리했다.방 안에는 칸막이가 하나 더 있었다.방음 효과가 좋아서 성연을 방해할 염려는 전혀 없었다.무진의 앞에 선 손건호가 일의 진척 상황을 보고했다.“보스, 조수경은 이미 회사에 없습니다. 숙소에 갔는데도 없었습니다.”“인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조수경을 찾아내야 해.” 무진의 말투에는 싸늘함이 묻어났다.‘조수경 그 여자가 영원히 피할 수는 없어.’만약 그때 무진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성연은 일찌감치 그 나쁜 놈들에게 짓밟혔을 것이다.‘성연이 털털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뼛속 깊이 새겨두는 사람이야.’그래서 무진은 줄곧 성연의 감정을 보듬었다.성연의 결정을 존중하면서.그러나 하마터면 다른 놈들이 건드릴 뻔했다고 생각하자, 바로 그자들의 손을 잘라내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애초에 조수경을 믿지 말아야 했어!’‘늑대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다가 하마터면 성연이가 해를 입을 뻔했어.’“예, 알겠습니다.” 무진의 곁에 그렇게 오래 같이 있었기에, 손건호도 당연히 무진에게 성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조수경은 이번에 재난을 피하기 힘들 거야.’‘애초에 조수경이 무진에게 손을 썼을 때 보스는 아직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어.’‘그러나 누가 조수경에게 바로 보스의 역린인 사모님을 건드리라고 했어?’“조수경을 찾아서 잡아와, 내가 직접 심문하겠어!”무진은 조수경의 마음속에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야 했다.“예, 그럼 잡아 놓은 두 놈은 어떻게 할까요?”손건호가 물었다.“그 놈들은 지하 감옥에 가둬 두고 모든 형벌을 한 번씩 집행해.”무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차갑기 그지없는 말투는 듣는
성연은 지금은 이미 활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무진이 너무 길지 않게 산책 시간을 정해 주었다.걸으면서 이따금씩 쉬어야 했다.성연은 정말 좀 난감해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모르는 사람들은 성연이 불치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을 것이다.‘하지만 무진 씨가 나를 귀찮게 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렇게 해 주지 뭐.’성연은 그래도 이렇게 무진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었다.음식도 모두 그릇에 담겨 있어서 수저와 입만 움직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평소에 무진 씨도 내게 아주 잘해주지만.’‘하지만 요 이틀 간은 유난히 눈에 띄게 잘해줘.’‘아마도, 우리 두 사람이 이미 관계를 가져서...’성연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고르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했다.집에서 하루 쉰 뒤 무진은 성연과 함께 안금여를 만나러 본가로 갔다.“할머니.” 성연은 무진의 뒤에 숨은 채 가볍게 소리쳤다.안금여는 성연이 다른 때보다 지금 많이 부끄러워한다고 느꼈다.표정과 태도도 다른 때와는 달랐다.안금여가 좀 신기한 듯이 말했다.“성연아, 너희들 요 며칠 어디 놀러 갔었니?”강운경도 옆에서 보고 있었다.성연이 풋풋하던 모습에서 벗어나서 성숙한 여자처럼 어여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강운경이 바로 간파하고 말했다.“엄마, 곧 증손자를 안을 수 있겠어요.”강운경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기에, 눈이 휘둥그레진 성연은 부끄러움에 얼굴도 빨개졌다.안금여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데, 성연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모를 수가 있을까?안금여는 성연과 무진 사이에 틀림없이 좋은 일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안금여는 바로 크게 기뻐했다.“성연아, 무진아. 좀 보자. 이제 아무 근심도 없게 되었으니까 너희들 결혼식을 미루지 말고 빨리 처리하자. 이제 그럴 때도 됐어.”안금여는 마음이 조급했다. 좀 더 억지로라도 무진과 성연을 바로 결혼시키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결혼하기만 하면 증손자는
며칠째 수색이 계속되었다.마침내 부하로부터 조수경의 소식이 전해졌다.부하의 보고에 따르면 조수경과 손민철이 북성 옆의 도시에 나타났다고 한다.무진은 본래 혼자 가려고 했다.이 소식을 듣고도 성연이 어떻게 기꺼이 집에서 기다릴 수만 있겠는가!성연은 정말 간절하게 조수경을 죽도록 고생하게 만들고 싶었다.“나 무진 씨하고 같이 갈래요!” 성연은 정말 화가 났다.다행히 조수경에 대해서 그래도 약간의 믿음은 가지고 있었다.‘조수경은 그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결국 마지막에 조수경 때문에 한바탕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조수경은 우리 모두를 바보라고 여긴 거야!’그리고 조수경은 일이 실패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걱정조차 하지 않았다.조수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쇼핑을 하고 있었다.손민철은 여전히 조수경의 뒤에서 큰 가방을 들고 따라다녔다.미니버스를 몰고 간 무진의 부하들이 길에서 바로 두 사람을 잡아왔다.두 사람은 한바탕 망연자실한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전혀 몰랐다.조수경과 손민철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쳤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빨리 나를 풀어줘, 빨리 풀어줘!”부하들은 더 이상 설명도 하지 않고 그냥 데려갔다.조수경과 손민철은 뒷좌석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손민철, 혹시 당신이 건드린 사람 아니야?” 손민철은 무고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내가 북성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미움을 살 수 있겠어?”“누가 알겠어, 당신은 나날이 분수를 모르잖아.” 조수경은 손민철을 원망하며 바라보았다.손민철은 조수경에게 조금도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단지 한 마디만 말했다.“당신이 다른 사람의 미움을 샀는지 생각해 보는 게 나을 텐데?”“내가 어떻게...”막 반박하려던 조수경이 갑자기 무슨 뭔가 떠올리고 말을 뚝 그쳤다.‘내가 저지른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강무진이 틀림없이 진상을 알았을 거야.’‘이 사람들은 아마도 강
어느 창고 안.무진과 성연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하들이 조수경과 손민철을 그들 앞에 데려왔다.“조수경, 조수경, 당신 심보는 정말 지독했어! 왜 나한테 약을 쓴 거야!”조수경을 보는 성연의 눈빛은 예리했다.‘같은 여자로서, 조수경은 이런 일이 한 여자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알고 있었어.’‘그러나 조수경은 여전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내게 손을 댔어.’조수경의 추측대로였다.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역시 성연과 무진이었다.조수경은 무서워서 벌벌 떨며 눈물을 흘렸다.“성연 씨, 난 아니에요, 난 정말 아니에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이 결백하다는 걸 밝히고 싶었다.“아니라고? 조수경, 사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당신 거짓말이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성연은 냉소를 지었다.“나, 나는 무심코 그런 거예요. 내가 한 게 아니라 커피숍 종업원이 그랬어요. 나는 강요를 받고 그런 거예요.” 조수경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성연과 무진은 조수경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의 말은 모두 의문투성이야.‘아무런 원한도 없는 커피숍 종업원이 왜 내게 약을 먹였을까?’‘게다가 조수경은 현장에 있었어.‘저 여자야말로 가장 범행 동기가 있는 사람이야.’무진은 고개를 돌려 손민철에게 물었다.“저 여자는 다른 사람에게 사주를 받았다는데? 당신 아니야?”잡혀온 이후 지금까지 손민철은 줄곧 망연자실한 상태였다.조수경이 단지 자신을 이용했고,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 또 강무진을 유혹하려고 했다는 걸 손민철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손민철은 조수경에게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손민철이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나와 상관없습니다.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조수경이 떠나려고 한다는 걸 알고서 데리고 갔을 뿐입니다.”“정말인가요?” 무진이 자세히 보니 손민철의 표정은 진실했고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그럼 지금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조수경밖에 없어.’“정말 확실합
무진은 손민철이 줄곧 조수경을 대신해서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그들이 결국 함께 쇼핑도 했다는 건, 조수경이 말했던 그런 상황은 애초에 없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어.’‘지난번에 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무서워했어.’무진은 보고 있으면서 상황이 아주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손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원한이 있지 않나요?”손민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무진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성연이 제대로 보았다.‘이 모든 게 다 조수경의 거짓말이었어.’‘손씨 가문에 업신여김을 당해서 강씨 가문에 의탁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도 사실 모두 거짓이었어.’‘즉, 조수경은 결국 할머니까지 속인 거야.’‘할머니가 이전에는 정말 조수경을 좋아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할머니가 조수경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조수경은 자신이 이렇게 판을 짜고 모든 사람을 속인 거야.’‘조수경이 어디가 단순하다는 거야. 그야말로 뱀이나 전갈과 별 차이가 없어.’성연은 바로 조수경에게 다가가서 뺨을 때렸다.“빨리 진실을 말해. 네 목적이 도대체 뭐야?”조수경은 얼굴을 가린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지금은 일이 모두 발각되어서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어.’‘나와 무진 씨 사이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결국 조수경은 손민철에게 희망을 걸었다.그녀는 구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손민철을 바라보며 말했다.“민철 씨, 빨리 나를 도와줘. 저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게 전혀 아니야. 저 사람들은 고의로 나를 해치려는 거야.”조수경의 목소리를 듣자 손민철의 마음은 심란했다.‘강무진은 큰 인물이야. 절대 시간을 헛되이 소비하지 않아. 오해해서 조수경을 데려오는 번거로운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어.’‘모든 일이 조수경을 향하고 있어.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야.’손민철은 갑자기 좀 실망스러웠다.조수경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지만, 자신은 거의 조수경에게 코가 꿰인 채 다닌 것이었다.이제서야 자신이 조수경을 조금도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