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마지막 한 명이 자신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길 바라고 있다. 단 하나라도 좋다.그러나 그녀와 맞선 것처럼 성연의 수하들은 남은 여자 킬러의 행방에 대해 전혀 추적하지 못했다.성연은 이터너티 쪽의 사람들이 자신의 수하들 행방을 쫓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그리고 즉시 자신의 조직 아수라문 쪽 사람들이 대거 나타나면서 상대방을 오해하게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그래서 성연은 수하들을 돌려보냈다.현재 그들은 이미 세 명의 대장을 잃었으니, 현재로서는 자신에게 어떠한 위협도 가할 수 없을 것이다.‘남은 하나만 찾으면 돼. 이건 서한기한테 맡기면 되고.’여기에 너무 오래 머물다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 더 안 좋을 것이다.일을 처리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부족했다.자신의 현재 신분은 아수라문의 문주, 아수라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조직이다.성연은 지금 자신 혼자만이 아니라 제왕그룹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애초에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것이 자신의 수하들에게 아마 위협이 될 수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즉시 모든 일을 다시 제대로 안배했다.성연의 수하들은 하룻밤 사이에 모두 북성에서 물러나 조직으로 돌아갔다.그럼에도 이 도시는 여전히 위험했다. 아직도 많은 일들이 시커먼 물밑에서 끓고 있었다.서한기는 성연과 함께 양쪽에 서 있었다.수하들은 배를 타고 떠났다.지금 이 일이 생긴 데에는 아마도 이터너티 쪽 말고도 다른 사람이 더 있을 것이다.특히 방금 사람이 죽었는데, 그 용병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성연은 수하들의 안전을 반드시 보장해야만 한다.이번 일을 잘 처리하면, 자연히 모든 사람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처벌해야 할 것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서한기는 코트를 성연의 몸에 둘렀다.“보스, 추우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요.”성연이 눈을 들어 서한기를 흘깃 보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성연이 위에 둘러진 코트를 잘 여몄다. 과연 몸이 많이 따뜻
서재 안.무진은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데스크 위에는 많은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매일 그는 다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서류들이 있지만, 무진은 지금까지 피곤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건호가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무진이 동작을 멈추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손건호는 최근의 상황을 종합한 후에 무진에게 들려주었다.“아수라문의 사람들은 이미 철수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그쪽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아수라문의 철수를 보며 아수라문 사람들이 북성에 온 것은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이렇게 하면 그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아수라문의 사람들은 단지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을 뿐.자신들이 지나치게 놀라고 경계한 탓이다.손건호가 계속 말했다.“동시에 우리는 그 죽은 세 사람이 외국의 용병, 전문 킬러라는 점을 알아냈습니다.”“외국의 킬러?” 무진의 안색이 좀 어두워졌다.외국의 킬러들은 무서운 놈들이었다. 저들의 훈련은 비인간적일 정도였다.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들과 상대할 수 있을까?무진은 마음속으로 대략 짐작했다. 아수라문의 사람들은 강씨 집안을 겨냥해서 온 것이 아니다. MS 가문이 고용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오히려 이 세 명의 킬러들의 목표가 도대체 누구였을까.이 일은 그들이 반드시 분명히 해야 한다.“계속해서 조사해. 이 킬러들의 배후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봐.” 무진은 이 세 킬러들이 희한하게 죽은 데다 신분도 알려지지 않았다.나타난 일도 너무 수상쩍다.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에서 떨어져 나가 MS가문에 의탁한 이후로 북성은 내내 평온하지 못했다.매일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그는 이 킬러들의 목표가 자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보스, 알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손건호는 무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을 멈추었다.무진은 손건호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무진이
무진은 회사에 나갈 생각이다.지금 회사는 계속해서 동요하고 있다. 이럴 때 자신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주주들이 나이를 내세우며 으름장을 놓지 못하도록, 또 사람들을 이간질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무진은 자신이 직접 회사에 나가서 살피기로 결정했다.무진이 손건호 앞에 한마디를 꺼냈다.그러자 손건호가 즉시 대답했다.“보스, 보스가 전에 몰던 벤틀리를 이미 수리를 맡겼습니다.”“저쪽 다른 차로 바꿔.” 무슨 차이든 무진은 개의치 않는다.차는 그저 도구에 불과하니까.그러나 무진의 차고에는 값싼 도구는 없었다.“예.” 손건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즉시 처리했다.포르쉐가 벤틀리를 교체되었다. 손건호는 처리할 일이 있어서 직접 무진을 위해 운전할 수가 없어 운전기사 한 명을 준비했다.무진이 바로 차에 탔다.이 운전기사는 자신들의 사람이니, 무진이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포르쉐에 올라탄 무진은 지난 밤 서류 작업으로 잠이 부족한 터라 뒷자석에 앉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그런데 갑자기 앞 자리의 운전기사의 비명이 들려왔다.“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습니다.”무진이 눈을 번쩍 뜨자 차가 갑자기 옆 울타리에 부딪히며 무진의 몸도 크게 흔들렸다.이 충돌이 지나간 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운전기사가 몸까지 떨고 있었다.무진이 눈썹을 찌푸렸다. 운전기사로서 이런 비상 사태에 대비해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침착하지 못하지?무진이 얼굴을 굳히며 운전기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침착해. 길가로 운전하며 서서히 미끄러지면서 차의 속도를 줄여 봐.”무진의 얼굴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했다.‘이번이 이미 두 번째이다. 지난번에 손을 댄 사람은 둘째, 셋째 할아버지였는데, 이번에 손을 댄 사람은 또 누구일까?’‘아마도 강명재와 강명기겠지?’‘과연 부자답게 그 수단마저 비열한 것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 군!’운전기사는 무진의 음성을 들으며 진정되었다.그러나 원래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길가
“비켜.” 무진이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차가 점점 인파가 많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운전기사의 기술이라면 충분히 능력이 있겠지만, 지금 무진은 운전기사가 행인을 칠까 정말 두려웠다.운전사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진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네, 뭐?” 운전기사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무진은 지금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그는 냉정하게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너는 조수석에 앉아. 내가 운전할 테니까.”‘이제 충분히 명확하게 전달됐겠지? 기사가 못 알아들었 리가 없다고 믿어.’곧 알아들은 기사가 바로 운전석에서 납작 엎드렸다.무진이 뒷좌석에서 몸을 일으켜 운전석의 핸들을 잡았다.핸들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다. 차가 도로 위 차량들 사이를 누볐다.과정은 필연적으로 순조롭지 못했다.중간에 많은 차들과 아슬아슬하게 부딪칠 뻔했다.운전주들이 도로에서 욕설을 퍼부었다.“죽고 싶은 거야? 죽으려면 혼자 죽어, 나를 끌어들이지 말고.”“그러게, 어떤 인간이야? 운전이 미숙하면, 차를 몰로 도로에 나오지 말아야지. 다른 사람들 해치지 않도록.”“아니, 당신들 저 차 이상한 것 보이지 않아요? 고장난 것 같아요.”많은 업종의 사람들이 무진의 차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챘다.원래 무진의 운전 기술이 나쁘다고 욕하던 운전자들이 지금은 욕하지 않고 옆에서 초조하게 무진이 핸들을 잡고 있는 차를 지켜보고 있었다.이런 상황에 누가 가고 누가 죽든 모두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가서 돕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당신들 뭐하고 있어요? 얼른 전화하고 꼭 안으세요. 경찰이 왔으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겠지요.” 군중 속에서 갑자기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모두들 이에 따라 반응하여 분분히 휴대전화를 꺼내 무진과 기사를 도와 경찰에 신고하였다.지금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는 무진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아마도 자신이 주의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 다음 순간에 그와 운전사는 그 자리에서 분골쇄신하게 될 것이다.사람들의 말이 당연히 그에
무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한 번 이런 경험을 했었다.게다가 많은 목격자들이 현장에 있었고, 누군가는 자신들을 위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모두들 차가 추락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콩콩 뛰었다.사람들이 모두 강가에 모여 서로 의논했다. 긴장된 마음으로.“차와 함께 추락하면서 이렇게 실종되는 건 아니겠죠?”“맞아, 포르쉐를 탈 정도면 틀림없이 부자일 거야. 젊은 나이에 정말 안타깝네.”“경찰은 왜 아직 안 와요?”모두 강물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강 아래에서 무진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문을 발로 걷어찼다.무진은 마치 바보처럼 조수석에 멍하니 앉아 있는 운전기사를 쳐다보았다.다시 헤엄쳐 가서 운전기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전벨트를 풀어주었다.기사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무진의 인도에 따라 천천히 헤엄쳐 나갔다.그러나 수압이 큰 탓에 두 사람이 헤엄쳐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하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상류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운전기사의 뒤를 따라 헤엄치던 무진은 기사가 힘이 빠진 것을 보고 뒤에서 힘을 다해 밀었다.자신도 매우 피곤했던 터라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운전기사는 무진의 움직임을 느끼고 눈시울을 촉촉하게 적셨다.무진과 같은 신분의 사람이 뜻밖에도 자신 같은 고용인을 신경 써 주다니.그러나 지금은 감동할 때가 아니다. 무사히 물 속을 빠져나간 다음에 무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해도 늦지 않다.지금 가장 급선무는 먼저 물에서 나가는 것, 일단 나가서 볼 일이다.무진이 힘이 빠진 듯해 보여 운전기사 또한 무진을 끌어당겼다.두 사람의 노력으로 마침내 허우적거리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강물을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이 즉시 두 사람을 발견했다.군중 속에서 비명이 들렸다.“빨리 저기 봐, 그 사람들 나왔어, 나왔어.”모두들 바라보니 과연 수면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이 두 사람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유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물 속에서 헤엄쳐 나왔다.수면과 일정한
무진의 차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강으로 돌진했다는 소식을 들은 성연은 혼비백산하여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상에 누워 있는 무진을 본 성연의 눈시울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무진 씨, 괜찮아요?”성연은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무진도 참 고달픈 인생이야.’하늘은 강무진에게 많은 것들을 주었다. 엄청난 부에 뛰어난 능력, 그리고 잘생긴 외모까지.하지만 동시에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평안한 삶.강무진은 늘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인기척에 고개를 든 무진의 눈에 성연이 들어왔다. 부드러운 손길로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었다.“바보같이, 난 괜찮아.”“진짠지 가짠지 내가 검사할 거예요.” 지난 번에 이미 무진에게 자신의 의학 지식을 들킨 상태였다.그래서 성연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무진의 맥을 짚고 몸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했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성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상 옆 의자에 앉았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저 가벼운 찰과상일 뿐이야, 크게 다친 데는 없어.”“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또...”감정이 북받친 성연은 하던 말을 채 끝내지 못했다.지난번에도 똑같은 수법이었다. 다행히 이번엔 지난번보다 좀 나았다. 강에 빠진 차에서 바로 빠져나왔으니.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제어가 안됐어.” 가느다랗게 좁혀 뜬 무진의 눈에 차가운 빛이 어렸다.무진의 표정을 본 성연은 바로 이해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누군가 차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분명 둘째, 셋째 일가 쪽에서 손을 쓴 것일 터.저들은 어쩜 그렇게 모질기만 한 건지? WS그룹을 나간 후로 끊임없이 무진을 적대하면서 잠시도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괜찮다니 다행이에요.” 무진의 손을 꽉 잡은 성연은 둘째, 셋째 일가에 대한 증오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손건호도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성연은 손건호를 질책했다.“손 비서님, 왜 무진 씨 곁에서 밀착 보호하지 않았어요? 아니 어떻게
손건호는 지체없이 운전기사를 병실로 불렀다.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운전기사의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병상 위에 누운 무진을 본 운전기사가 금세 눈물을 글썽였다.“대표님, 감사합니다. 절 구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무진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그만.”운전기사를 쳐다본 손건호는 바로 알 수 있었다.운전기사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음을, 사고 당시 그는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음을 말이다.손건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우선 감정을 좀 가라 앉혀요. 물어볼 게 좀 있으니.”운전기사가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네, 물어보세요.”무진이 자신을 위해 한 일들을 봐서 운전기사는 아는 대로 모두 말할 게 분명했다.감정을 가라앉힌 기사를 본 무진이 입을 열어 물었다.“들으니 네가 계속 포르쉐를 운전했다고 하던데, 그럼, 그 동안 고장 난 적은 없었나?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은 발견 못했나?”운전기사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대답했다.“대표님, 잠시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무진은 재촉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운전기사의 생각을 끊지 않기 위해서.병실 안에 잠시 침묵이 흐르던 중, 돌연 운전기사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기억이 났습니다. 확실히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요.”단서를 찾은 것임을 알아차린 무진이 몸을 세우고 똑바로 앉았다.“말해 봐.”“열흘 전, 길에서 포르쉐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급한 대로 도로에 있던 한 자동차 정비소로 들어가서 타이어를 교체했습니다.” 운전기사는 생각이 나는 그대로 말했다.무진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아무래도 도로에 있던 그 정비소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그때 정비소 직원이 차에 손을 댄 것이다.물론 그들은 둘째, 셋째 일가 쪽에서 고용한 사람들일 테고.무진이 바로 말했다. “손 비서, 당장 그 정비소를 찾아 가.”“예.” 무진에게서 지시를 받은 손건호가 바로 나갔다.최근 열흘 사이에 한 번 고장이 있었기 때문에 운전기사는 아주 잘
계속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침묵하던 운전기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당시 차를 수리하던 기사가 기억났습니다. 제가 손 비서님의 조사를 도울 수 있습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손 비서를 도와.”운전기사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병실을 나갔다.운전기사 역시 사고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강무진 대표님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마터면 자신을 죽일 뻔한 그 놈들은 자신의 원수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만약 강무진을 도와서 그 놈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고통 속에 처벌을 받는 그 놈들을 볼 수만 있다면 자신도 몹시 기쁠 것이다.병실에는 성연과 무진 두 사람만 남았다.“잠깐 올라와서 나랑 같이 누워 있을래?” 무진이 자신의 옆자리를 탕탕 두드렸다.“여긴 병원이라 싫어요.” 다른 사람이 보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민망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옆에 눕지 않는 게 좋아.’무슨 말을 하려던 무진의 귀에 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 성연과 함께 있을 때면 부드러운 표정을 짓던 무진은 금세 평소의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들어온 사람은 소지연이었다. 손에 꽃 한 다발을 든 채.꽃을 탁자 위에 놓은 소지연이 병상 옆의 의자에 앉았다.“무진 오빠, 괜찮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무진을 찾아온 소우진의 가슴에 분노가 일었다.이 일을 사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그들과 손을 잡은 것에는 자신이 무진과 함께한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었다.만약 무진에게 어떤 불상사라도 생겼다면, 저들과 끝장을 보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소지연의 눈에 강무진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으니까.“몰라, 아직 조사 중이야.” 소지연을 대하는 무진의 태도는 여전히 온화하다.소지연이 자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빠는 어때? 다친 데는 없어?” 소지연이 초조한 얼굴을 한 채 창백한 무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이번 사고 또한 언론에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