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속으로 감탄했다. ‘무진 씨, 처음부터 벌써 준비하고 있었나 보네.’강명기와 강명재가 돌아섰을 때를 대비해서 무진은 진즉 이 인수 건을 조커로 준비해 온 것이다.이제 WS그룹은 강명기와 강명재의 이탈에 악영향을 받기는커녕 주가가 반등했다.강명기와 강명재가 이 기사를 보고 열이 뻗쳐 죽을지도 모르겠다.무진의 이 한 수는 정말이지 너무나 절묘했다.성연은 거의 손을 들고 무진에게 박수를 보낼 뻔했다.자신이라면 이런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을 터.정말이지 비즈니스적으로 무진의 머리가 무지 뛰어나다고 말할 수 밖에는.‘대단해, 정말 대단해.’한창 무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무진에게서 전화가 왔다.“집에 있어?” 성연을 생각만해도 피곤이 싹 달아나는지 핸드폰 너머에서 무진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성연이 대답했다.“집에 있어요. 무진 씨는요? 식사는 했어요?”“아직, 너는?” 무진은 성연과 소소하게 일상을 나누는 이런 대화가 아주 좋았다.매일 사랑하는 사람과 어쩌면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여유.이런 생활이 무진을 매우 만족스럽게 했다.외부의 사나운 폭풍과 소나기를 자신이 막는 사이, 성연은 그저 집에서 마음 놓고 기다리면 된다.자신의 성연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다.‘성연이 이런 일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성연은 자신에게 어떠한 부담도 준 적이 없었다.최근의 일들로 스트레스가 쌓였던 무진은 어쩌면 성연에게서 위안을 찾고 싶었던 모양이다.만약 성연이 무진의 귓가에 대고 그런 걱정거리들을 종알댄다면, 무진의 마음도 좋지 않을 것이다.“아무리 바쁘다 해도 식사를 잊어서는 안 돼요. 무진 씨 몸 상태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야죠. 왜 그렇게 자기 몸을 생각 안 하는 거예요?”성연이 속 상한 마음에 잔소리를 했다.성연이 바깥 상황에 대해 모두 알았다는 걸 무진도 짐작했다.온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마당이니,굳이 조사하지 않더라도 성연 역시 알 수밖에 없
강명재와 강일헌 부자, 그리고 강명기와 강진성 부자는 요 몇 시간 동안 주가 대폭락을 겪으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강무진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큰집 사람들을 자신들에게 굴복시키기 위해 작심하고 짜낸 한 수였다. 그러나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결국 WS그룹의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네 사람은 함께 모여 어떻게 해야 강무진을 끝장낼 수 있을지 서로 의논 중이다.강무진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생각하자 강일헌은 속이 뒤집어졌다.모두 자신들의 것이어야 마땅한 이것들이 어떻게 강무진의 손에 넘어가게 둘 수 있단 말인가?말 그대로 잘나간다고 할 수 있는 강무진은 지금 자신들을 발톱의 때 만큼도 생각지 않는데.강일헌이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아버지, 반드시 방법을 찾아서 강무진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째, 셋째 일가가 어디에 얼굴을 내밀고 다니겠어요?”“말이야 쉽지. 너 여지껏 그렇게 무시하던 강무진을 이기지도 못해?” 이때 한창 화가 나 있던 강명재가 툭 쏘아붙였다.자신들이 의도를 가지고 낸 수였다.그런데 강무진에게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커다란 돌덩이를 내던졌는데 물 한 방울 튕기지 못했으니,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형님, 이 일로 일헌이를 탓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강무진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지금의 강무진은 수완이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가 손 쓰기도 힘들 정도로요.”강명기가 강명재의 뒤를 이어 말을 받았다.강일헌이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숙부님 말씀이 맞아요.”“어디서 쓸데없는 핑계를 대는 거냐?” 강명재가 노려보자 겁이 난 강일헌이 목을 움츠렸다.강진성이 아래 턱을 쓸며 말했다.“진짜 말도 마세요. 지금 강무진은 진짜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뾰쪽한 수가 없어요.”“어쨌든 한 번은 강무진을 손 봐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을 얼마나 개무시하겠어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강명기의 눈에 잔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무진을 손 봐 주기 위해
저녁에 막 산책을 하고 돌아오던 중, 성연의 눈앞에 강명기가 나타났다.강명기를 보자마자 성연은 무의식중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성연을 본 강명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질부, 괜찮아? 우리 잠깐 얘기 좀 하지.”성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명기는 근처의 카페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들어가서 얘기 좀 할까?”성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또 엠파이어 하우스와도 가까운 편이었다.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만큼 강명기도 그리 대담하지는 않을 터.그래서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두 사람은 카페 내 칸막이가 둘러쳐진 자리에 앉았다.강명기는 성연의 옷차림을 훑었다. ‘그다지 고가의 브랜드는 아니군.’그리고 성연이 시골에서 왔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러면 분명 명품 같은 물질에 약하겠지?’“송양, 강씨 집안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지? 무진이처럼 경계심이 심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송양을 경계하며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무척 힘들거야.”강명기가 은근슬쩍 어르는 투로 성연에게 말을 건넸다.성연은 그저 강명기의 말이 가소롭게 느껴질 뿐이다.‘바로 자기 얘기하는 거 아냐?’‘무슨 용기로 남을 얼굴에 먹칠하는지 모르겠군.’‘설마 자기 본성이 어떤 지도 모르는 거야?’성연은 강명기의 말에 구역질이 났지만 얼굴을 맞대고 말을 섞기도 귀찮았다.“당숙님, 하실 말씀이 있으면 그냥 솔직하게 하세요.”강명기가 도대체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일까 하며 빙빙 돌려서 하는 말을 해석하고 할 생각이 없었다.“송양, 에전의 생활에 대해서는 나도 좀 들은 바가 있다. 무진과 같은 이 곁에 있으면 행복하기가 힘들어. 우리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게야. 무진의 일정과 서류들에 대해서 알려주면 내가 불시에 2억을 줄게. 괜찮지 않아? 잘 생각해 봐.”강명기는 속으로 꿍꿍이를 품고 제안했다.자신이 제시한 조건 정도면 누가 되었다 해도 엄청난 유혹을 느낄 것이다
강명기가 귀가했을 때, 거실에 있던 강진성은 자신의 아버지 안색이 안 좋음을 알아차렸다.평소 늘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 강명기는 극도로 화가 났을 때만 바로 이런 표정을 짓는다.‘도대체 누가 아버지를 이처럼 화나게 한 거지?’강명기 옆으로 다가선 강진성이 음성을 낮추어 물었다.“아버지, 왜 그러세요? 무슨 일입니까?”옆에 있던 송아연도 귀를 쫑긋 세운 채 듣고 있었다.강씨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여야 자신이 이 집안에 녹아들기 쉬울 거라는 생각이다.살아남기 위해 송아연은 이미 자신의 성격도 바꾸었다.강씨 집안에 있을 때면 강진성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만을 가질까 봐 성질마저 죽였다.노기등등한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과 성연의 반응을 말하는 강명기의 눈에 음산한 빛이 어렸다.“송성연, 사리분별도 못하는 X!”‘내가 직접 찾아가서 제안을 하면 제 복인 줄 알아야지.’‘그런데 감히 그 망할 X이 내 제의를 거절해?’‘진짜 강무진 그 놈과 똑같이 강씨 집안만 믿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내가 WS그룹을 관리, 경영할 때에 아직 진흙이나 가지고 놀던 것들이 말이지.’‘지금 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해? 정말 괘씸해 죽겠군!’강진성이 옆에서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그 여자애는 제가 진작부터 손볼 생각이었어요. 곧 기회가 있을 겁니다.”자신 또한 송성연에게 몇 번을 당했는지 모른다.하지만 송성연을 손볼 정당한 사유를 찾을 수 없었다.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손을 썼을 텐데 말이다.지금 송성연은 강무진의 약혼녀. 강무진이 몹시 아끼는 게 한 눈에 보여서 감히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강무진, 송성연, 기다려! 반드시 본때를 보여줄 날이 올 테니까!’강명기의 말을 들은 송아연이 즉시 끼어들었다.“저에게 방법이 있어요.”‘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준다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지금 난 셋째 일가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진성 씨를 돕는 게 나를 돕는 거지. 앞으로
강명기의 허락을 받은 다음날, 송아연은 왕대관을 찾아갔다.“넌?” 송아연은 한 카페에서 왕대관과 약속을 잡고 만났다. 송아연을 본 적 없던 송대관은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안녕하세요, 저는 송성연의 의붓여동생, 송아연이에요. 어쨌든 우린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송아연이 웃으며 왕대관에게 호의를 표현했다.“넌 성연이와 사이가 좋아?” 왕대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좋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네요.”송아연이 느긋한 음성으로 대답했다.그러자 왕대관은 바로 성연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그 재수 없는 짠순이가 누구와 사이가 좋겠어? 이것도 저것도 아까워하는 애한테 친구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왕대관이 드디어 원하던 대로 화제를 입에 올리자, 송아연은 눈을 반짝거리며상체를 좀 더 기울이더니 사근사근한 음성으로 왕대관에게 말했다.“송성연이 몇 번이나 두 분을 도와드리지 않은 건 당신이 싫어서예요. 이제 왕 선생님이 강씨 집안의 자제 강진성 씨와 제대로 협력관계만 맺는다면 앞으로 성공할 기회가 얼마나 많겠어요?”“강씨 집안의 강진성? 얼마 전에 강씨 가문의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과 관계를 끊었다는 기사가 났지 않아? 그런데 내가 무슨 이득을 얻는다고?”비록 돈을 밝히는 왕대관이지만, 머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강씨 가문의 상징은 바로 WS그룹. WS그룹과 더 이상 관계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송아연은 몰래 왕대관을 향해 눈을 흘겼다.그러나 마주한 얼굴을 향해 상냥한 음성으로 말했다.“외부에서 사람들이 하는 허튼소리는 들을 필요 없어요. 비록 강씨 가문에서 나왔다 해도 둘째, 셋째 일가는 여전히 잘 나간답니다. 그들 집안의 자금력은 당신의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게다가 이제 새로 세운 회사가 금세 WS그룹과 맞먹을 정도로 커질 거예요. 저들과 협력해서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걸요?”왕대관이 잠시 생각해 보니 확실히 송아연의 말이 맞다.비록 강씨 가문에서 나왔다 해도 둘째, 셋째 일가는 자신들 같은 사람이 따라
송아연이 자리를 뜬 후에 카드를 잘 챙긴 왕대관은 집으로 돌아갔다.침실에서 아내 진미선에게 불평하듯이 말했다.“이 봐, 당신 딸 성연이 강무진의 약혼녀로 귀한 신분이 되면 뭐해. 제대로 당신을 대접한 적도 없는데. 이런 결혼은 안 하느니만 못해. 지금 우리에게 엄청 좋은 기회가 왔어. 북부의 명문가 소씨 집안과 협력관계를 맺는 거야. 내가 보기에, 성연이는 소씨 집안의 큰 아들과 더 잘 맞을 듯해.”진미선은 남편 왕대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성연이는 내 말을 안 들을 거예요.”왕대관이 바로 설득을 시작했다.“성연이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는 문제야. 당신이 걔 친엄마야. 내일 성연이한테 한 번 다녀와. 가서 소씨 집안 큰아들 만나보자고 해.”진미선은 여전히 좀 망설여졌다.“하지만 성연인 이미 강씨 집안과 혼인을 정했잖아요? 만약 우리가 다시 결혼 상대를 정하면 좀 안 좋을 것 같은데요?”성연의 성질은 진미선 자신이 제일 잘 안다.또 이전의 일에 대해서도 성연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정말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진미선 또한 성연에게 가서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엄마로서 자신은 정말이지 완전히 실패했다. 매번 딸에게 도와달라고 사정이나 하고.그러나 왕대관 쪽의 상황은 진미선이 거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강무진이 성연에게 아주 잘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던 진미선은 두 사람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진미선의 이런 모습을 본 왕대관이 눈동자를 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내가 이러는 건 모두 당신을 위해서야. 봐, 우리 어머니, 내내 당신에게 편견을 가지고 계셔. 만약 당신의 그 대단한 사위가 우리를 도와주었더라면, 우리 어머니 분명 두 말 하지 않으셨을 거야.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나도 어머니를 거역하기 힘들어. 평소 우리 어머니가 당신에게 지나치게 해도 나는 뭐라 말씀드리기 더 힘들어. 어떻게 생각해?”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잘 안다.시어머니는 확실히 자신을 눈에 거슬려
성연이 막 게임 한 스테이지를 마쳤을 때, 엄마 진미선의 전화를 받았다.예전 엄마 진미선의 행동들 때문에 자연 진미선을 향해 좋은 말투가 나가지 않았다.“무슨 일이에요?”귀찮아 하는 성연의 음성을 들은 진미선은 어색한 나머지 목이 메었다.성연이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왕대관이 어젯밤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린 진미선은 꾹 참으며 성연에게 말했다.“성연아, 나와서 엄마랑 밥 먹자. 엄마는 네가 보고 싶었어. 우리 둘이 만난지도 한참 됐잖아?”“이번에는 또 무슨 목적이에요? 난 더 이상 도와줄 생각 없어요.”성연이 비꼬듯이 말했다.진미선이 자신을 찾을 때면 매번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다.매번 혹시나 하고 믿었다가 번번이 실망했다.성연에게 진미선은 신용이 몹시 안 좋은 사람이다.“성연아, 그때 이후로 너를 찾지 않은 건 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에 면목이 없어서야. 난 그냥 너랑 밥 한 끼 먹고 싶을 뿐이야.” 진미선은 일부러 섭섭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성연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소지한이 광고를 찍어 준 이후로 진미선은 한동안 자신을 찾지 않았다.‘설마 진짜 양심상 그랬다는 거야?’“정말 밥만 먹는 거예요? 다른 목적은 없는 것 맞아요?” 성연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진짜야, 성연아, 엄마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엄마 마음이 무척 슬프다.”진미선이 울먹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성연을 믿게 만들기 위해서 정말 고심했다.그녀로서는 정말이지 방법이 없었다. 성연이 아니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예전에 자신이 잘 되었다면 성연에게도 제대로 감사했을 것이다.기껏해야 앞으로 성연이 잘 지내지 못한다? 그러면 자신이 다시 데려오면 그만이다.그때면 자신도 능력이 있을 테니까.진심이 담긴 듯한 진미선의 음성에 성연의 의심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하지만 성연은 잊지 않고 미리 경고의 말을 했다.“밥을 먹자고 했으니 밥만 먹을 거예요. 만약 또 다시 나에게 속임수를 쓴 게 들키면
진미선이 말한 장소에 도착한 성연이 막 자리에 앉으려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정우를 보았다.진미선이 성연에게 열심히 소개했다.“성연아, 자, 여기는 소씨 집안의 첫째 자제분이신 소정우 씨야. 가세도 대단할뿐더러 인물도 좋은 인재야. 특히 예의 바른 점이 엄마는 무척 마음에 들어.”진미선의 소개가 좀 이상했다. 마치 꼭 중매라도 서는 듯한 느낌?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아마 자신이 너무 앞서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자신은 이미 강무진과 약혼한 사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진미선이 자신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하는 말도 안되는 일을 할 리는 없지 않을까?진미선이 미친 게 아니라면 말이다.그래서 성연도 예의를 지키며 소정우를 향해 웃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송성연입니다.”소정우는 성연을 보는 순간 눈이 확 뜨이는 듯했다. 소정우의 눈에 경탄의 빛이 서렸다.송성연은 아주 예뻤다. 화장으로 꾸민 외모가 아니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깨끗한 얼굴이 가슴 떨릴 정도로 아름다웠다.‘이게 바로 천연의 미야.’소정우는 성연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이런 작은 곳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만날 줄은 몰랐다.성연에 대한 호감이 수직으로 상승하자 손을 내밀어 성연과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성연은 소정우의 손가락 끝만 살짝 스치며 바로 손을 뺐다.어찌할 사이도 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빼는 바람에 소정우는 좀 실망했다.하지만 이후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하니,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지 싶었다.식사를 하는 동안, 소정우는 스테이크를 썰어서 성연에게 건넸다.“성연 씨, 이거 드세요.”성연이 거절을 하기도 전에 아직 손대지 않은 성연의 접시를 가져갔다.어쩔 수 없이 성연은 감사인사를 했다.“감사합니다.”소정우가 계속해서 말했다.“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성연은 계속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머리를 흔들어 마음속의 생각을 털어냈다.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옆에서 분위기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을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