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참기 힘들었지만 또 성연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지도 않은 무진.성연이 자신을 옹졸하다고 생각할까 봐.그러나 이 일로 인해 무진은 이미 며칠 내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음을 알았다.하지만 성연은 아무것도 몰랐다.설명 한마디 없다.오직 무진만 여기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다.어쩌다 자신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하는 심정이다.역시 감정은 사람을 가장 성가시게 한다.2층 방향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무진은 마음이 힘들었다.성연이 자신을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정말 좋아한다면 자신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기분이 안 좋은 지 눈치 못 챌 수 있을까?하지만 성연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자기 혼자 여기서 고민하는 것이다. 그날 밤 성연과 만난 사람이 소지한이 아닐까 추측하면서.영화 속에서 본 소지한의 몸과 그날 멀리서 봤던 남자의 몸을 비교해 보았다.그리고 사진 속 모습은 소지한과 매우 비슷하다.그래서 무진은 증거를 구하려 했다.성연이 말하지 않는 한 자신도 말할 수 없다.무진은 소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전에 그와 합작할 때 성연과 소지한은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다. 지금 자신에게도 소지한의 연락처가 있다.애초에 소지한은 성연과 사이가 괜찮으니 남겨두면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다.여기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무진이 전화를 걸었을 때, 마침 소지한은 스케줄 하나를 마치고 막 차에 타고 있었다.발신자 표시를 보고는 자기가 잘못 봤나 생각하고 눈을 비볐다.그러자 옆에 있던 매니저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눈이 안 좋아요?”소지한은 회사의 돈줄이다.인기가 어떻든지 간에 회사에 갖다 주는 이익이 절대적이다.소지한을 몇 년이나 따라다닌 매니저도 소지한 앞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혹시나 소지한에게 실수라도 해서 기분 나쁘게 했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이때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소지한 때문에 매니저는 누구보다 긴장했다.‘그런데 별 일도 없는데, 강무진 대표가 어떻게 나
강무진과 소지한, 두 사람 모두 솔직한 성격이라 바로 약속을 잡았다.두 사람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해서 무진은 조용하면서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장소를 골랐다.그리고 어느 한적한 찻집의 룸에서 만난 두 사람.이미 한 차례 협업을 한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다.소지한은 슈퍼스타이긴 하나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손에 쥔 찻잔을 가볍게 돌리며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무진을 향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강무진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겁니까?”무진이 소지한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소지한 씨에게 여쭤 볼 일이 좀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강무진의 사회적 신분이 어떠한지야 잘 알고 있지만, 그 보다 송성연의 약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강무진에게 정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소지한이지만 직설적으로 무진에게 알렸다.“네, 성연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음식을 먹은 적도 있고요. 친구 사이라 좀 편하게 만나다 보니 이런 저런 것들은 고려하지 못했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제가 강 대표님께 정중히 사과를 드리는 게 맞겠군요. 죄송합니다.”성연은 늘 무심한 사람이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어쩌면 강무진 혼자 은근히 질투하고 있는 것도 잘 모르게 있을 터였다.그러니 자신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해 줄 수밖에.성연을 자신의 친여동생처럼 생각하는 소지한은 성연이 강무진을 좋아하고 있음을 눈치챘다.그게 아니라면 송성연 성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그리 온순하게 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여동생의 애정사를 내가 망칠 수는 없는 노릇 아냐?’‘어쨌거나 강무진 정도면 확실히 괜찮은 편이지.’소지한의 설명을 들은 무진은 가슴을 내리 누르던 큰 돌덩이가 사라진 듯 했다.“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일로 대스타이신 소지한 씨를 번거롭게 했습니다.”무진 역시 성연이 그날 밤 나간 일로 인해 계속 신경이 쓰였음을 자인했다.하지만 이제 모든 오해가 다 말끔히 풀렸다.소지한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제가
무진은 집에 오기 전에 먼저 영화관에 들러 소지한의 영화를 관람했다.집에 돌아오니 집사가 이미 식사 준비를 다 끝낸 상태였다.마침 식탁에 앉아 있던 성연이무진을 보더니 바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왔어요? 얼른 손 씻고 밥 먹어요.”성연의 웃는 얼굴을 본 무진은 이런 성연을 의심했던 자신을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다.이렇게 사랑스럽고 착한 성연이 어떻게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자신의 생각이 너무 지나쳤다.“응, 왔어.” 이 일 때문에 성연의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지 쓰려 오는 무진이다.성연이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낭비한 셈인가?절대 성연이게 그래서는 안되었다.식사를 하면서 무진이 입을 열었다.“소지한의 새 영화 봤어?”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성연은 무진이 왜 갑자기 소지한의 영화를 말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두 사람이 예전에 협업을 했던 생각에 물어보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거겠지?’이렇게 결론을 내린 성연은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무진이 말했다.“나도 봤어. 이번에는 너와 같이 보지 못해 아쉬웠어. 그런데 소지한의 연기가 정말 좋더군.”이번 일은 성연과 소지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우정을 생각지 못한 자신이 너무 옹졸했었다.무엇보다 두 사람의 담백한 관계를 생각하니 무진은 속으로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자신은 억지로 성연을 밀어내기까지 했었다. 절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진에게 영화평을 하기 시작했다.“영화에서 소지한 연기가 정말 끝내 줬어요. 진짜 어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더라고요.”성연은 특별히 영화 속 장면들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그만큼 그 장면들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성연은 소지한에 대한 약간의 팬심도 생겼다.소지한이 수많은 대중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나도 그 장면에서 유난히 깊은 인상을 받았어.” 무진도 성연에게 영화를 본 감상을 말하
마침내 무진의 떨떠름한 태도가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된 성연이 빙긋 웃었다‘이 인간이 알고 보니 계속 질투하고 있었던 거야?’‘혼자 영화를 보러 간 것도 공통된 화제를 찾기 위한 거였네.’‘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어.’성연이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성연이 무진의 질문에 대답했다.“소지한과는 그냥 좋은 친구에요.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해요. 물론 소지한은 절대 내 스타일이 아니에요.”성연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 말했다. “내 스타일은 무진 씨에요!”무진의 고백에 대답한 만큼 성연도 자신의 본분을 잘 지킬 것이다.자신에게 세심하고 자상한 무진이야 말로 성연을 설레게 하는 유일한 남자였다.그리고 소지한과는 영원히 그런 관계로 발전할 수 없었다.왜냐,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소지한도 나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아.’자신의 마음을 성연이 눈치채자 무진은 좀 난감한 기분이었다. 결국 픽하고 웃은 무진은 이 일에 대해 마음이 개운해졌다. 성연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마음까지 표현했으니까.무진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사랑하는 성연과의 사이에 어떤 틈도 생겨서는 안 된다.그리고 오해가 쌓이면 두 사람의 감정에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무진은 자신이 그렇게 잘 삐쳤다가 금세 마음이 풀릴 줄은 몰랐다. 성연이 한 두 마디만 해도 바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 버리니.어쩌면 이 순간, 무진은 자신에게 성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절대 자신에게서 분리될 수 없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미 자신의 살과 뼈 속으로 녹아 들어 성연과 연관된 일이라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성연이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무진 씨는 내가 그렇게 자유분방한 사람으로 보여요? 걱정 말아요. 무진 씨를 인정한 이상, 친구 사이 말고는 어떤
방미정은 이것저것 물건을 사고 꽃도 한 다발 산 뒤에 허신미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서 한바탕 난리를 쳤음에도 허신미의 병세에 대해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만 말할 뿐이다. 몸에도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허신미의 말을 들은 방미정의 눈에 공포심이 가득 들어찼다.허신미와 작당을 하기 전에도 방미정은 송성연에게 좀 무서운 마음을 가졌다.송성연은 정말이지 너무 특이했다.그때 자신이 오줌을 지리는 낯부끄러운 일을 하게 된 것도 송성연 때문이었다.머릿속으로 한참을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도대체 송성연, 어떤 방법을 쓴 거야? 무슨 발정제라도 쓴 거야? 아니면 마취젠가? 그게 아니라면 신미가 어떻게 죽은 듯이 정신을 잃을 수가 있어?’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보았다. 방미정 자신의 눈이 잘못 봤을 리가 없다.그리고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 허신미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지금 허신미는 크게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방미정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당시 사고가 났을 때, 자신은 단지 잠시 의식을 잃었을 뿐이라고 느꼈다. 결코 무섭지는 않았다.방미정이 자신에게 너무 과장되게 말한다고 생각했다.지금 21세기에서 무슨 귀신 같은 것을 믿겠는가.방미정이 자신의 귓가에 속닥인 그런 일들에 대해서 허신미는 자신의 판단을 더욱 믿었다.분명 송성연에 대한 시기 질투에 눈이 먼 방미정이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자극하려 한다고 생각했다.송성연, 그냥 한낱 어린 계집아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북성에서 오랫동안 구른 자신이 설마 그깟 계집애 하나 혼내 주지 못하겠는가, 하고.허신미는 이를 악물었다. 절대 이렇게 화를 삭일 수는 없었다.“내가 그 계집애에게 반드시 본때를 주고 말 테다!” 지금까지 이렇게 창피한 적은 없었다.‘북성 어디에서든 처리할 수 있어.’‘어떻게 이렇게 억울하게 당할 수 있지?’‘내가 데려온 놈들이 모두 전멸했다고? 정말 하나같이 쓸모 없는 놈들뿐이군!’이번에 퇴원하면 자신의 눈앞에 거슬리지 않도록
그날 저녁, 방미정이 갑자기 성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연은 누군지 몰라서 그냥 받았다.[안녕.]바로 이 기회를 틈 타 방미정이 말했다.[송성연 맞지? 나 방미정이야. 지난번 일은 내가 잘못했어. 이전의 내 행동에 대해서 사과하려고 해. 사실 이미 무진 씨도 포기했어. 다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야. 지금은 너에 대한 감정은 없어. 한 번 나와서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 좋겠어. 내가 사과할 수 있게.]방미정의 이 사과는 마치 진심처럼 들렸다.방미정은 전화로 성연과 이야기하면서 구역질을 느꼈다.‘그러나 어쩔 수 없어. 만약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송성연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거야.’만약 성연이 현장에 도착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계획을 실시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그냥 헛수고하고 마는 것이다.방미정이 하는 말을 성연은 전혀 믿지 않았다. 바로 방미정의 초대를 거절하고 냉정하게 수화기 건너편의 방미정에게 말했다.“네가 나한테 감정 있다고 해도 상관 없어.”성연이 허신미의 생각에 신경 쓸 리가 없다. ‘방미정이 나를 미워하면 또 어때?’자신이 방미정을 못 이기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방미정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방미정이 사과했다 해도 당연히 성연에게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권리가 있다.‘방미정은 정말 나를 무슨 호구로 아는 거야?’‘그런 몹쓸 짓을 하고도 아직 무진 씨를 빼앗을 생각을 하다니.’‘내가 뭘 믿고 그렇게 쉽게 넘어가?’수화기 저편의 방미정은 하마터면 참지 못할 뻔했다.하마터면 또 다시 성연에게 화를 터트릴 뻔했다.송성연의 말은 정말 사람을 너무 화나게 했다.매번 송성연 때문에 열 받으면서 방미정은 속으로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다.그러나 허신미가 자신에게 지시한 일을 생각하면서 방미정은 그래도 꾹 참았다.방미정이 평소 같지 않은 부드러운 말투와 태도로 다시 성연에게 말했다.[내 체면을 한 번 세워준다고 생각해 줘. 내가 운전해서 너를 데리러 갈게. 장소는 네가 마음대로 골라. 그렇지 않으면 허신미는 틀림없
제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하던 성연이 허신미에게 승낙했다.“알았어. 나갈게.”성연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비록 방미정과 허신미가 자신에게 한 약속이 호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 해도 성연에게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단지 약간의 잔재주일 뿐이다.이미 두 번이나 두 사람과 맞붙어 본 성연은 저들이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느꼈다.‘내가 경계해야 할 범위 내에 있지 않아.’‘저 두 여자 모두 정말 행동도 단순하고 생각도 깊지 않아.’성연이 알아서 충분히 대처할 수준이었다.차를 몰고 엠파이어 하우스에 도착한 방미정이 성연을 태우고 바로 떠났다.예전에는 무진을 엄청 귀찮게 쫓아다녔지만 지금은 한 번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마치 자신이 얼마나 결단력이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물론 방미정이 일부러 성연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사실 마음속으로는 지금도 엠파이어 하우스의 여주인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이 일이 성공한다면 송성연은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 테지.’‘당연히 내가 가져야 할 것을 되찾는 거야.’아직 집에 있었던 무진은 창문을 통해 그 장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옆에 서 있던 손건호에게 지시했다.“손 비서, 사람들 데리고 따라가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해.”‘방미정을 보니, 완전히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어.’방미정에게서 호의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성연 또한 당연히 알아차렸을 거라 믿었다그런데도 성연은 방미정을 따라 나갔다.성연이 아주 똑똑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때로는 예측할 수가 없을 때가 있었다.무진 자신은 반드시 성연을 잘 보호해야 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따라 나갔다.방미정은 성연에게 장소를 고르라고 했고, 성연도 사양하지 않았다.성연은 엠파이어 하우스 근처의 중국 음식점을 골랐다.그곳의 음식은 정말 맛이 좋았다.만약 잠시 후에 일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해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을 터.두 사람은 먼저 종업원이 마련한 룸에 앉았다.30분 후에 허신미도 왔다.성
두 사람은 분명히 사과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방미정이 데려온 삐쩍 마른 남자 하나가 바빠서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 주방에 몰래 들어갔다.그 남자는 성연이 주문한 음식들을 확인한 후, 흰색 가루가 든 봉지를 꺼내서 한 음식 위에 뿌렸다. 주위를 살펴보고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 것을 살핀 후에 그 남자는 조용히 주방을 떠났다.방미정과 허신미는 계속 성연에게 사과하면서 듣기 좋은 말을 골라 했다.“송성연 씨, 지난 번 일은 우리가 정말 고의로 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충동이었을 뿐이야.” 허신미가 성연에게 차 한 잔을 따랐다.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볍게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체면을 세워주었다.방미정도 따라서 말했다.“그래, 그리고 우리도 교훈을 얻었어. 앞으로도 우리는 북성에서 계속 지낼 텐데,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게 당연히 가장 좋을 거야.”성연은 비웃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송성연 씨는 술집에 가는 것을 좋아해? 내가 당신에게 우리 술집의 VIP 카드를 줄 수 있어. 그러면 언제 어디든 들어갈 수 있어. 그리고 돈은 일절 내지 않아도 돼.”말을 하면서 허신미가 카드를 꺼냈다.성연이 손사래를 쳤다.“아니, 나는 술집에 가는 것에 관심이 없어. 넣어둬.”이 두 여자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아직 짐작이 되지 않았다.그러나 저들이 인내심을 보이는 이상 성연도 개의치 않고 두 사람과 어울렸다.“뭐 그렇다면 그만 둘 게. 나도 송성연 씨에게 강요하기는 어렵겠지. 그날의 일은 나와 미정이가 잘못했어. 오늘 식사를 대접하는 김에 사과할 테니 우리 과거의 앙금은 풀자.” 허신미가 대범한 척하며 말했다.“괜찮아.” 성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저들이 사과하기를 원하는 이상 성연도 저들의 낯을 봐 줄 생각이 있다.만약 정말 저들이 말한 대로 한다면 성연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어쨌든 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음식이 하나씩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것들로 주문한 음식이다. 방미정과 허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