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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Author: 류한나
고은서는 고민 끝에 주말에 해야 처리해야 할 회사 일이 있다면서 여시은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시은도 강요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마침 기사가 도착하면서 고은서는 여시은과 간단히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민아는 민준 씨한테 맡길게요.”

고은서는 말하면서 외투를 다시 송민준에게 돌려주었다.

“외투 고마워요. 차에 앉으면 별로 춥지 않으니까 도로 가져가세요.”

송민준은 그제야 외투를 받으면서 온화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네.”

고은서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송민준은 멀어지는 차량을 보면서 외투를 자신의 팔에 걸쳤다.

“친절하시네요.”

곽승재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민준은 그의 날이 선 말을 무시하면서 단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별말씀을요.”

곽승재는 더는 뭐라 하지 않고 떠났다.

“힘내세요.”

여시은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송민준을 보면서 말 한마디를 남기고는 곽승재를 뒤따라갔다.

...

토요일.

고은서는 늦잠을 실컷 자고 고준석을 보러 본가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옷을 다 차려입고 집 문을 나서자마자 엘리베이터 쪽에서 익숙한 여자 한 명이 걸어오는 걸 보았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곽승재랑 스캔들이 난 인풀루언서 마재경이었다.

그녀는 몸에 딱 붙고 짧은 옅은 색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 볼륨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고 가녀린 허리도 밖에 드러나 있었다.

아래에는 베이지 컬러의 와이드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청순하면서 섹시함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는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 몇 명이 서 있었다.

마재경도 고은서를 보자마자 놀라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은서 씨도 이 아파트 주민이세요?”

고은서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이곳 주민이냐고 물은 거지? 설마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거야? 심지어 나랑 같은 동 같은 층에 산다고?’

“그럼 우리 이웃이겠네요.”

마재경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상태인 듯했다.

“며칠 동안 고민 끝에 여기가 환경도 좋고 위치도 좋아서 이곳으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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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비명소리에 이어 욕설을 퍼붓는 나이 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고은서와 박지연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마주 보았다.“구경하러 가고 싶은데.”고은서가 흥미진진해 하며 답했다.“나도.”두 사람은 이내 일어서서 문 쪽으로 다가가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이미 구경꾼들이 적지 않게 몰려들어 있었는데 복도가 북적북적했다.유혜린의 룸에서는 욕설을 주고받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내부 광경이 잘 보이지 않았던 터라 고은서와 박지연은 더 좋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두 사람은 구경꾼들 사이에 서서 몰래 룸 안을 들여다보았다.조수연은 룸 안에 서서 유혜린을 손가락질하면서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험한 욕을 퍼붓고 있었다.유혜린은 뺨을 맞았는지 손으로 얼굴 한쪽을 가린 채 남자 앞에 서 있었다.“유혜린, 의사라는 사람이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해도 되는 거야? 임신했으면 집에 가만히 있을 것이지 감히 나와서 몰래 바람을 피워?”조수연이 호통쳤다.“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친구랑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바람이라뇨?”유혜린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친구는 무슨. 개 같은 자식들이 내가 모를 줄 알아? 이미 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바람을 피웠잖아.”조수연이 화내며 소리쳤다.“아까 들어왔을 때 저 남자가 다정하게 네 어깨에 손까지 올려놓고 있었는데 내가 찾아왔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여기서 더 한 짓이라도... 아악!”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얼굴이 일그러진 유혜린이 다가와 그녀의 뺨을 내리친 것이다.그녀는 가녀린 몸과 다르게 힘은 무척 셌다.조수연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뒷걸음을 쳤다.도중에 상을 잡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땅에 넘어졌을 것이다.한 번도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던 조수연은 한참 동안 멍해져 있다가 이내 미친 듯이 달려가 유혜린의 머리채를 잡았다.“이 빌어먹을 년이 감히 시어머니한테 손을 대? 오늘 내 손에 한 번 죽어 봐!”조수연은 소리를 지르면서 유

  • 어게인, 비긴   제1066화

    이미숙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더 긴장해 했다.“은서 씨, 더는 이렇게 무리하게 일하면 안 돼요. 건강도 챙겨야죠. 그러다 몸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고은서에게 있어서 이미숙은 거의 가족과 다름없었다.그녀의 관심에 고은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로 고은서는 이틀 동안 이미숙의 요구대로 집에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화장실을 가고 밥 먹는 것 외에는 거의 침대에서 내려올 일이 없었다.사실 이미숙은 밥까지 침대로 가져다줄 생각이었는데 고은서가 거절하는 바람에 그 생각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재택근무라도 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곧 폐인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아줌마, 저 진짜 괜찮아요. 그냥 조금 불편한 것 빼곤 아무렇지 않아요. 게다가 이틀 동안 누워 있어서 이젠 다 나았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볼일 보러 가세요. 그리고 저녁엔 지연이랑 밥약이 있어서 제 저녁은 준비하지 않아도 돼요.”고은서가 이미숙을 달랬다.정식으로 병원에서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던지라 박지연은 이틀 동안 계속 병원 업무에 시달려 있었다.따라서 고은서 또한 그녀에게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전할 기회가 없었다.오늘 마침 두 사람 다 시간이 있어서 같이 밖에서 밥을 먹으면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려고 미리 약속을 잡아두었다.고은서는 이미숙의 끝없는 당부를 들으면서 준비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의사가 음식을 가려 먹으라고 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하는 홍콩식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웨이터는 고은서를 이 층으로 안내했다.마침 다른 웨이터가 옆 룸에 음식을 올리고 있었는데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힐끔 안을 들여보았다.그런데 룸 안에서 익숙한 사람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온승준의 현 와이프 유혜린이었다.남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간단히 위로 묶어 올린 유혜린은 성숙미가 넘쳐흘렀다.유혜린 옆에는 사십 대 좌우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는데 꽤 괜찮게 생긴 듯했다.남

  • 어게인, 비긴   제1065화

    의아해하는 고은서와 달리 곽승재는 아주 덤덤해 보였다.“지금 중요한 건 배후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과 네 안전을 보장하는 거잖아. GS그룹에서 나왔다고 해서 나한테 해가 될 일은 없어. 그전보다 한가한 시간도 더 많아지고 해서 차라리 더 좋아.”고은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육현석이 전에 그녀한테 곽승재가 GS그룹에 있은 지도 꽤 오래되고 또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는 데 왜 이리 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모든 게 다 그의 계획의 일부분이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곽승재와 아무런 다툼도 없는 잔잔한 대화를 이토록 오래 이어간 게 얼마 만이지?’전에는 남은 생에 더는 곽승재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과 고씨 가문이 전생의 비극적인 결말을 또다시 맞이하는 걸 막기 위해 모든 원한을 내려놓고 그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곽승재 또한 고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고은서와 재결합하고 싶은 건 맞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었다.두 사람은 해결 대책에 관해 간단히 토론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서는 체력이 고갈되었다.배가 아픈 데다가 낮에 회의하고 병 보이러 가고 또 정신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두통까지 생겼다.그녀가 피곤해한다는 걸 발견한 곽승재는 온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데려다줄게. 먼저 돌아가서 쉬어. 나머지는 나중에 만나서 다시 얘기해.”고은서는 더는 고집부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곽승재는 차창을 내리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경호원을 향해 와서 운전하라고 손짓했다.도중에 곽승재가 고은서의 배를 어루만져주려고 했으나 그녀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날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그래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줬으면 좋겠어. 나를 여성 파트너로만 생각해 줘. 선 넘는 일은 삼가해주고.”그러나 곽승재는 그녀의 거절을 마다하지 않고 고은서의 배를 어루만져주기

  • 어게인, 비긴   제1064화

    “그때 그 목소리 엄청 익숙했는데 혹시 백유미 목소리였어?”고은서의 물음에 곽승재도 이내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육현석이 종래로 중요한 일로 연락이 온 적이 없었던데다가 당시 마침 백유미를 심문하고 있었던지라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고 박지연의 전화는 행여나 고은서한테 문제라도 생겼을까 봐 잊지 않고 받은 것이었다.이 가능성을 고려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곽승재한테 직접 들으니 마음이 자꾸 저도 모르게 흔들렸다.곽승재는 과거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눈에 띄게 변해 있었다.전에는 고은서를 자신을 성가시게 만드는 존재라고만 여기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는 그녀를 관심해 주고 지켜주는 사람이 되었다.“고마워.”그러나 곽승재는 그녀의 감사 인사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가까운 사이라면 굳이 고맙다고 인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곽승재는 고은서가 자신을 피하지 않고 도움을 받으려 하면서 그와 함께 C선생에 관해 의논한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사이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징조라고 생각했다.반면 고은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백유미한테 약을 먹인 사람에 관해서 계속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아. 그런데 나랑 고씨 가문을 해치려는 사람이 누군지 짐작이 가는 혐의 대상이 한 명이 있긴 해.”“여시은을 말하는 거야?”곽승재가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고은서는 그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 약간 놀라긴 했지만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에는 순진해 보이지만 속이 아주 깊은 사람이야.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나한테 접근한 거고.”“전에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면서 나더러 여시은과 정략결혼까지 하라고 했잖아.”곽승재가 덤덤하게 말했다.“전에는 당신 아버지 때문에 그런 거야.”곽승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고은서와 쟁론하고 싶지 않았다.“아버지는 정략결혼을 통해 우리 회사를 더 강하게 만들 생각으로 그런 거야. 그런데 난 단 한 번

  • 어게인, 비긴   제1063화

    고은서가 이런 상태로 곽승재와 대화하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아무런 공격성도 느껴지지 않았고 일부러 냉담한 척하지도 않았으며 더는 정신을 곤두세우고 그를 경계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곽승재는 약간 씁쓸하긴 했지만 전에 비해 두 사람의 사이가 호전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고은서는 그의 품에서 나오면서 말했다.“알겠어. 그럼 C선생을 찾아내고 나랑 고씨 가문이 더는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 당연히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런 부탁을 하는 건 무례겠지.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당신을 사랑하는 것 빼곤 다 해줄 수 있으니까.”그녀의 혼자 힘으론 도무지 C선생을 상대할 수가 없었으므로 유력한 조력자가 필요했다.송민준은 처음부터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었고 주인혁은 연예인으로서 자칫하면 앞날을 망칠 수 있었고 유성준은 MQ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벅찬 상태였다.지금으로써는 곽승재가 조력자로서 제일 알맞는 인물이었다.게다가 곽승재가 요즘 들어 계속 몰래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미리 정보를 공유하고 이른 시일 내로 손을 잡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었다.“당신이 모자란 게 별로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그런데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볼게.”고은서가 설명을 보태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약간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은서야, 자꾸 날 이기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난 단 한 번도 너한테서 뭘 바란 적이 없어. 일부러 네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돕는 것도 아니야.”고은서는 자기 말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히 도움을 받는 입장이면서도 불구하고 거만한 태도를 선보이는 게 확실히 마땅치 않았다.그녀는 이내 그에게 사과했다.“그럼 우린 이젠 한배를 탄 거네. 백유미한테서 더 들은 거 없어? 백승엽 일에 관해서는 어떤 태도였어?”고은서는 이어 백유미에 관한 얘기를 이어갔다.곽승재는 백유미가 백승엽의 일에 관해 많은 의심을 품고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줬다.백승엽이 백

  • 어게인, 비긴   제1062화

    “그런데 아무런 의심스러운 곳도 찾지 못했다는 건 송민준이 C선생이 아니란 뜻이잖아.”곽승재는 고은서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 자세히 분석하기 시작했다.“딱 두 가지 가능성이야. 하나는 송민준이 확실히 무고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우리한테 꼬투리 하나 잡히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사람이라는 것.”고은서는 송민준이 무고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치밀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그런데 송민준은 왜 나랑 고씨 가문을 무너뜨리려 하는 거지? 애초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과 집안이잖아.’“백유미는 그 뺑소니 범인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대?”곽승재 또한 전에 백유미한테 물어봤었는데 고은서와 고준석이 해찬시에 갔을 때 두 사람을 처리할 만한 절호의 기회라고만 소식을 전했을 뿐 모든 건 C선생 혼자 계획한 일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그 말인즉슨 백유미는 두 사람이 사고가 날 거라는 걸 알고만 있었을 뿐 자세한 계획에 관해서는 모르고 있었단 뜻이다.‘곽승재가 두 범인 사진을 보여줬을 때 아무런 당황한 기색도 드러내지 않았던 게 다 이유가 있었네. 난 그저 곽승재가 백유미의 편을 들어주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줄이야.’고은서는 문뜩 무언가가 떠올랐다.‘전생에 백유미가 만났던 절도 방화범도 그 두 남자였는데 그러니까 전생의 배후도 C선생이었던 거야. 할아버지가 다친 것도 우리 집이 망한 것도, 또 내가 정신병원에서 겪은 모든 일이 다 그 C선생이 꾸민 짓인 거야.’고은서는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면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곽승재는 몸을 떨고 있는 고은서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물었다.“은서야, 괜찮아? 병원 갈까?”고은서는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한기에 휩싸인 듯 마치 당장이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 끝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고은서는 이번 생에 곽승재와 이혼만 하고 백유미를 망가뜨리기만 하면 나머지 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현실은 매우 잔인했다.백유미는 그

  • 어게인, 비긴   제1061화

    “은서야, 왜 그래? 어디 문제라도 있어?”곽승재가 눈살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긴 고은서를 향해 물었다.고은서는 자신이 전에 받았던 전화에 관해 얘기했다.그러자 곽승재도 따라 눈살을 찌푸렸다.“내 추측이 맞았어. 아마 백유미가 일을 망친 데다가 혹시나 무언갈 폭로하기라도 할까 봐 희생양으로 삼고 모든 죄명을 덮어씌운 걸 거야.”녹음된 증거도 있고 해서 고은서는 이미 그 일에 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그런데 백유미 배후에 있는 사람이 제보자일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다.“백유미는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에 관해 아무 말도 없었어?”고은서의 물음에 곽승재는 눈살을 또다시 찌푸렸다.“백유미도 배후가 대체 누구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어. 전에 암암리에 조사해 보았다고는 했는데 딱히 쓸만한 걸 찾아내지는 못했대. 그런데 의심되는 상대가 한 명 있다고 했어.”“누구?”곽승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익숙한 이름 하나를 내뱉었다.“송민준.”고은서는 약간 의외이긴 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앞섰다.백유미가 송민준을 의심했었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 건 송민준 자체가 원래부터 꽤 위험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송민준은 왜 백유미 더러 고씨 가문을 해치라고 한 거지?’“송민준을 의심하는 이유는?”곽승재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당시 고은서가 사고로 유산하게 된 일을 꺼냈다.송민아의 도우미가 백유미 어머니랑 아는 사이인 건 맞았다. 심지어 진숙희가 먼저 그녀 어머니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연락한 것이었다.진숙희 신분을 알게 된 백유미 또한 그 절호의 기회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또 마침 고은서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진숙희에게 그 아이가 민시후의 아이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그 소식을 송민아한테 전하라고 시켰던 것이다.송민아가 고은서를 찾아가 아이를 없애라고 했던 것도 다 백유미가 계획한 것이었다.“진숙희가 은혜를 갚기 위해 백유미를 도운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그런데 백유미 또한 사람을 그렇게 쉽게

  • 어게인, 비긴   제1060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은서는 백유미가 그동안 자신을 상대로 저질렀던 만행들이 모두 누군가의 지시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백유미가 고은서는 이미 누군가의 표적이 됐다고 그토록 확신에 차서 말하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백유미는 겉으로는 내 아버지의 지시를 받고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지만 사실 또 다른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어. 너와 너희 가문을 상대하라고 말이야.”곽승재가 말을 덧붙였다.고은서는 계속해서 곽승재에게 물었다.“이 모든 것도 다 백유미가 너한테 알려준 거야? 그래서 내가 진짜 위험해질까 봐 사람을 보내서 날 지켜보게 한 거고?”“말하자면 그렇지.”곽승재의 수심으로 가득 찬 눈동자에는 죄책감마저 엿보였다.“원래는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찾아내서 네가 더는 위험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는데 너무 철저하게 숨은 탓에 현재로서는 그 사람에 대한 유리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고은서는 언제 이 모든 것들을 알게 되었냐고 곽승재에게 물었다.곽승재는 백유미가 L국에서 납치를 계획할 때부터 백유미의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말했다.이후에 백유미는 C선생이라는 사람이 계속 자신에게 모든 것을 지시해왔다고 순순히 인정했다.C선생이라는 말에 고은서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고은서는 한참을 생각해낸 끝에 그때 백유미가 원지훈 무리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을 때 백유미에게 전화가 온 사람이 C선생이었다는 것이 떠올랐다.고은서는 그때 전화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C선생이라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도 했다.하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설마 그때 전화가 온 것도 백유미한테 일의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나 물어보려고 그런 건가? 근데 백유미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서 백유미를 버리려고 한 거고?”고은서는 이 일을 곽승재에게 말해주었다.곽승재는 고은서가 C선생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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