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92화

작가: 류한나
하지만 빨간 국물과 위에 떠다니는 각종 향신료를 보며 곽승재는 마라탕이 도대체 어떤 맛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의 망설임과 싫어하는 기색을 알아챈 고은서가 일부러 재촉했다.

“먹어 봐. 왜 안 먹어?”

곽승재는 고은서의 재촉에 결국 마라탕을 한 젓가락 집어 들었다.

입가로 가져가자 강렬한 매운 향이 코끝을 찔렀다. 곽승재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됐어.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이건 네가 좋아하는 그런 고급스러운 요리가 아니잖아.”

고은서는 말하며 또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고는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곽승재는 꾹 참다가 결국 마라탕을 입에 넣었다.

순간 낯선 맛들이 입안에 퍼졌고 그는 식사 예절을 유지하려 애쓰며 간신히 뱉지 않고 견뎠다.

고은서가 지켜보는 가운데 억지로 몇 번 씹자 음식물 속에 배어있던 고추기름이 흘러나와 그의 목구멍을 자극했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그는 저도 모르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고은서가 근처에 있던 휴지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뱉어. 먹지도 못하면서 왜 억지로 먹으려고 그래?”

그 말에 곽승재는 오히려 음식을 꿀꺽 삼켰다.

“콜록! 콜록!”

음식을 삼키자마자 다시 기침이 터져 나왔고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며 귀 끝까지 빨개졌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물병을 열고 급히 물을 들이켰다.

물병의 반 이상을 비운 후에야 그는 겨우 기침을 멈췄고 얼굴의 붉은 기운도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목은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었다.

고은서가 테이블 위에 놓인 다른 음식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다른 것들도 시도해 볼래? 아마 마라탕보다 더 매울걸?”

온몸이 불편했던 곽승재는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야? 언제부터 이런 걸 좋아하게 된 거야?”

예원 별장에서 그녀는 이런 종류의 음식을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그의 말에 고은서는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난 처음부터 이런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했어. 하지만 네가 싫어하니까 예원 별장에서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었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어게인, 비긴   제493화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붙잡힌 손목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들어 차갑게 말했다.“이러는 거 정말 구질구질해 보여.”“은서야, 내가 어떻게 하면 만족하겠어?”곽승재의 어두운 눈동자에 깊은 음영이 드리워졌다.“왜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게 다정하면서 나한텐 이렇게 차가워?”고은서가 답했다.“날 존중한다면 제발 내 앞에 자꾸 나타나지 마.”“내가 왜 네 앞에 나타나는 건지는 너도 잘 알잖아.”곽승재의 눈빛은 더 어두워졌다.“은서야, 내가 이혼에 동의했던 건 외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압박 때문은 아니었어. 그저 네가 또다시 위험을 자초할까 봐 걱정돼서였어. 난 이혼 후에 네가 마음의 짐을 덜고 우리의 관계를 좀 더 평온한 상태에서 생각할 수 있길 바랐어. 더 이상 나를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고 밀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 그런데 넌 왜 여전히 날 밀어내는 거야? 내가 그렇게까지 싫어?”곽승재의 눈빛에 깃든 고통스러운 감정을 보며 고은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곽승재, 내가 이혼을 결심한 건 앞으로 너와 어떤 사이로도 엮이고 싶지 않아서야.”“왜 나랑 엮이고 싶지 않은데?”곽승재는 그녀의 손목을 더 세게 쥐며 물었다.“민시후 때문이야?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마음이 그렇게 깊어진 거야? 민시후때문에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야?”고은서가 조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곽승재, 네가 이런 말 하는 걸 들으니 내가 더 가엾게 느껴진다.”전생에 8년간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가 그녀가 몇 달 만에 다른 남자를 사랑했다고 믿는 모습이 너무도 비참했다.‘내가 사랑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믿은 적 없는 건가...’고은서가 곽승재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몸부림쳤지만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놔줘. 안 그러면 약속도 지키지 않을 거야.”곽승재는 싸늘한 그녀의 기운을 느꼈다. 또한 화가 난 그녀가 정말로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곽승재는 고은서를 품으로 끌어당겨 꽉 껴안으며 낮고

  • 어게인, 비긴   제494화

    죽을 먹은 곽승재는 노트북을 꺼내 일을 보기 시작했다.고은서도 데이터를 확인한 후 졸음이 몰려와 옆에 있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곽승재는 고은서가 고른 숨소리를 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수중의 일을 멈췄다조명 아래 그녀의 작은 얼굴은 깨끗하고 뽀얗게 빛났다.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건지 그녀는 입술을 살짝 내민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곽승재는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의 찡그린 미간을 살짝 매만져 주려다 그녀가 자신을 꺼리는 것을 떠올리고는 이불을 걷으려던 손을 멈췄다....다음 날 고은서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곽승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시계를 보니 벌써 아홉 시였다.‘정말 잘도 잤네. 그것도 병실에서 곽승재가 있는데...’고은서는 기지개를 켜고 세면을 마친 뒤 간호사에게 곽승재가 퇴원 절차를 밟았는지 물었다.“그분 상태로 퇴원이라니요?”간호사가 답했다.“어젯밤에 급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들어갔어요. 최소 이틀은 더 입원해야 할 겁니다!”고은서가 깜짝 놀라 물었다.“급성 장염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간호사는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해 장에 자극이 간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곽승재가 억지로 삼킨 마라탕을 떠올렸다.‘설마 그것 때문인가? 곽승재 장은 정말 여리구나...’고은서는 어제 차려진 음식을 배불리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작 마라탕 한입에 장염이라니... 난 왜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거지? 너무 깊이 잠들었나?’고은서는 간호사에게 병실을 물어 찾아갔다.노크한 후 병실에 들어서니 곽승재가 병상에 누워 있었다.제대로 수지 못한 탓인지 그의 안색은 어젯밤보다 더 초췌해 보였다.하지만 병실 안에는 곽승재뿐만 아니라 며칠 동안 보지 못했던 전미자와 과일을 깎고 있는 장순이도 있었다.고은서가 노크하자 모든 시선에 그녀에게 쏠렸다.곽승재의 눈빛은 한층 밝아진 듯했다.고은서는 그의 시선을 무시한 채 반가운 마음으로 전미자를 불렀다.“할머니!”“은서야, 깼어?”전미자가 웃으며 물었다.

  • 어게인, 비긴   제495화

    전미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자책하지 않아도 돼.”전미자는 그녀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본 듯 말했다.“승재가 말하길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먹었더니 장염에 걸렸다고 하더구나. 쟤는 어릴 때부터 장이 좋지 않았어. 스스로 조심하지 않은 탓이니 너랑은 상관없단다.”전미자는 상황을 짐작하고도 그녀를 책망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했다.고은서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곽승재가 단순히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줄 알았지 어릴 적부터 위장이 약한 줄은 몰랐다.전미자까지 병원에 온 걸 보면 곽승재의 상태가 꽤 심각한 듯했다.“아침에 할머니께서 전화가 왔는데 우연히 의사와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셨어. 제대로 묻지도 않으시고 그대로 병원으로 오신 것뿐이야.”곽승재가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무심하게 덧붙였다.“별일 아니야. 링거만 조금 맞으면 괜찮아 질 거야.”고은서가 곽승재를 바라보며 물었다.“어젯밤엔 왜 안 불렀어?”곽승재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그만큼 나약하지 않아. 이런 작은 일은 혼자서도 충분해.”고은서는 직접 경험한 적은 없었지만 박지연에게 들은 적은 있었다.장염은 보통 급성으로 발병하며 통증이 극심해서 땀범벅이 되는 건 경증이고 심할 경우 실신하거나 쇼크 하기도 한다고 했다.‘가볍게 말해서 넘기는 건 날 배려하려고 그러는 거겠지...’“은서야, 승재는 여기서 쉬게 놔두고 바쁘지 않으면 나랑 햇볕이나 쬐러 갈까?”전미자가 제안했다.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좋아요.”장순이는 병실에서 곽승재를 돌보겠다며 그들과 함께하지 않았다.고은서가 전미자를 부축하며 병동 아래 작은 정원으로 향했다.“은서야, 몸은 괜찮아?”전미자가 다정하게 물었다.고은서는 전미자가 이전에 옥상에서 뛰어내려 다친 일을 묻는다는 것을 알고 답했다.“할머니, 저 이제 정말 괜찮아요. 사실 크게 다치지도 않았어요.”“너 정말...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일 하면 안 돼!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어. 넌 아직 젊고 널 사랑하는 가족들도 있잖니. 네 목

  • 어게인, 비긴   제496화

    고은서는 전미자가 갑자기 곽승재 부모의 이야기를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물론 그녀도 궁금하긴 했지만 이는 어쨌든 어른들의 일이라 섣불리 물어볼 수도 없었다.전미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자 고은서도 솔직히 답했다.“네, 잘 이해되지 않아요.”서연정은 작은 딸을 데리고 해외로 떠날지언정 곽현수와 이혼하지 않았다.“연정이는 의리가 깊은 사람이야. 옛날에 승재 할아버지에게 큰 도움을 받았거든. 승재 아빠와 결혼한 것도 그녀의 아버지가 원했던 일이었어. 연정이는 아버지께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그래서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아도 끝까지 약속을 지키려 했던 거야. 지금까지 걔는 이혼 얘기를 꺼낸 적도 없어.”전미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지난번 네 일로 연정이가 한국에 왔을 때 네가 단호하게 이혼하는 걸 보고 연정이한테 말했어. 더 이상 약속 지킬 필요 없으니 현수와 이혼해도 괜찮다고 했지. 아무도 탓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거절하더구나. 지금 삶이 괜찮다며 이혼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구나.”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조금 놀랐다.‘아버님이 강압적인 힘을 써서 어머니가 이혼하지 못하도록 막은 줄 알았는데 어머니께서 이혼을 원하시지 않으셨던 거구나.’“은서야, 승재 부모의 사이가 승재에게 큰 영향을 끼쳤어. 그래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야.”전미자가 고은서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미안하다, 은서야. 너와 승재를 결혼시킨 건 내 욕심이었어. 처음부터 네가 승재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고 너라면 승재가 결혼에 관한 생각을 바꿀 줄 알았어. 너랑 혼인신고 했을 때 난 정말 기뻤단다. 이제 의미 없는 말들이겠지만 그래도 말해주고 싶구나. 너희의 결혼이 표면적으로는 내 제안이었지만 승재가 너에게 전혀 감정이 없었던 건 아니야.”전미자는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었다.어제 곽승재도 그녀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하지만 고은서는 이제 그런 말들에 연연하지 않았다.“할머니, 승재와 저는 이제 이혼했어요. 감정이 있든 없든 이혼

  • 어게인, 비긴   제497화

    카페 2층은 한적하니 사람이 없었다.2층으로 올라간 고은서는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원지훈을 보았다.원지훈은 예전의 자신만만하고 거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후드티를 입은 채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멀리서 보면 마치 주인 잃은 강아지처럼 보였다.그럴 만도 한 것이 회사는 이미 파산 상태에 이르러 그를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사람도 많아진 것이다. 그로 인해 원지훈은 더 이상 과시하며 행동할 여유가 없었다.“여기.”그녀를 보자 원지훈이 손을 들어 그녀를 불렀다.고은서는 천천히 다가가 자리에 앉아 직원에게 커피를 주문한 후 물었다.“무슨 일로 보자 한 거야? 백유미 쪽은 어떻게 됐어?”원지훈은 기분 나쁜 듯한 어조로 말했다.“핸드폰 프로젝트와 관련해 횡령한 사실을 알아챘어요. 욕하면서 받은 돈을 토해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더라고요. 체면도 내려놓고 앞으로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빌면서 백유미 말을 듣겠다고 했더니 겨우 화를 풀더라고요.”프로젝트와 뇌물 수수 사건은 고은서가 꾸민 일이었으니 원지훈이 기분 나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고은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하여 물었다.“그다음은? 백유미가 지훈 씨한테 무슨 요구를 했어?”원지훈은 테이블 위의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말했다.“고은혜를 손에 넣으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 주겠대요.”그 말을 들은 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렸다.‘곽승재와 이혼했는데 왜 백유미는 고씨 가문에 집착하는 걸까? 왜 계속 원지훈을 통해 고씨 가문에 접근하려는 거지? 대체 속셈이 뭘까?’“백유미도 고은혜가 지훈 씨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걸 알 텐데 어떻게 손에 넣겠다는 거야?”원지훈이 테이블에 놓인 생수를 마시고 돌려 말했다.“당연히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긴 하죠.”고은서가 미간을 더 깊이 찌푸리며 물었다.“백마 탄 왕자 놀이라도 하게?”그 수법은 원지훈이 전에 사용했던 것이었다.원지훈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고은혜가 옆 도시에서 디자인 전시에 참가 중이잖아요. 저녁이

  • 어게인, 비긴   제498화

    고은서는 원지훈이 돈을 요구하고 있음을 한 번에 알아차렸다.‘역시 욕심이 많네. 두 번이나 줬는데 또 요구하다니...’고은서가 답했다.“돈은 부족하지 않게 줄 테니 일이나 제대로 처리해. 모든 과정을 보고하고 백유미의 신임을 얻은 후엔 즉시 내가 말한 일을 처리해야 해.”원지훈의 얼굴에는 다시금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떠올랐다.“걱정하지 마세요. 확실하고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지훈 씨 어머니 쪽은 어때? 무슨 이유로 백유미네 가정부로 들어가게?”고은서가 물었다.원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백유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라고 했어요. 백유미가 매일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걸 보고 음식 해주고 청소 해주면서 도와주겠다고 하면 돼요. 안 그래도 백유미는 엄마로 저를 통제하고 싶어 했으니 분명 동의할 거예요.”원지훈의 말을 들은 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좋네. 백유미가 월급을 주지 않으면 내가 줄게. 두 사람이 헛수고하게 할 수는 없잖아.”그 말을 들은 원지훈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역시 누나! 시원시원하네요. 백유미는 돈도 짜게 주면서 줄 때마다 생색내거든요. 가끔은 우리가 무릎 꿇고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할 분위기에요.”원지훈의 아첨에도 고은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럼 난 먼저 갈게. 바로 은혜한테 연락할 테니 시시각각 보고해 줘.”말을 마친 고은혜가 카페를 나섰다.차에 올라탄 고은서는 먼저 박지연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고은혜의 번호를 눌렀다.“무슨 일이야?”고은혜가 물었다.“며칠이나 있었는데 전시는 아직도 안 끝난 거야?”“거의 끝났어. 여기서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고 몇몇 디자이너들과 연락처도 주고받아서 조금 더 교류하고 배우고 싶어서.”고은서가 계속 물었다.“아직도 밤마다 술집 가서 놀아?”잠시 멈칫하며 당황한 고은혜가 곧 화를 냈다.“고은서! 무슨 뜻이야? 나한테 사람이라도 붙인 거야?”고은서는 고은혜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원지훈을 통해 알게 된 일과 그가 계획 중인 일을 설명했다.

  • 어게인, 비긴   제499화

    고은서는 지금 당장 고은혜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는 고은혜를 설득할 수 없었다.‘은혜도 이제 스무 살이니 가문에 대한 책임도 얼마간 져야지.’그래서 고은서는 백유미가 원지훈을 이용해 고씨 가문에 침투해 가문을 몰락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고은혜에게 털어놓았다.성아연이 백유미의 협력자라는 사실도 함께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혜는 충격에 휩싸였다.그녀를 놀라게 한 건 성아연이 아니었다. 성아연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단은숙에게서 들은 적이 있던 터라 인성에 문제 있는 사람이 매수당하는 일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오히려 고은혜를 충격에 빠뜨린 건 백유미의 계획이었다.고은서가 몇 번이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 있다 보니 고은혜도 자연스럽게 백유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고은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곽승재 같은 고고한 남자가 어떤 여자에게도 관심을 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설마 백유미가 곽승재를 얻기 위해 자신에게까지 손을 뻗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한참 동안 멍하니 있던 고은혜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이미 이혼 했잖아. 그런데 왜 백유미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고은서가 답했다.“나도 그 점이 이해가 안 돼. 곽승재가 여전히 나에게 미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우리 가문을 무너뜨려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르지. 어쨌든 너는 이 일만 미리 알고 있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원지훈한테도 경계심은 늦추지 말고. 절대 원지훈이 하는 말에 넘어가서는 안 돼. 그놈은 인성만 나쁜 게 아니라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범죄 기록까지 있어.”고은서는 전생에 고은혜가 원지훈의 말에 속아 넘어갔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이번 생에서는 조금 더 경계심을 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원지훈이 또 다른 수를 쓰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고은서의 말을 들은 고은혜는 불쾌한 듯 말했다.“그런 사람한테 속아 넘어갈 리가 있겠어? 네가 한 얘기만 들어도 역겹고 무

  • 어게인, 비긴   제500화

    금빛 찬란한 로비 아래 직원들은 모두 고대의 궁녀와 호위병들이 입고 있던 의상을 입고 있었다. 얇은 비단 치마를 입은 무희들이 춤을 추는 모습도 군데군데 보였다.안에 들어서자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은서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도아름과 박지연은 이미 도착해서 의복을 다 갈아입은 상태였다.도아름은 짙은 붉은색이 가미된 황후 의상을 입고 있었고 박지연은 짙은 자주색의 귀비 의상을 입고 있었다.화장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보면 꽤 그럴듯했다.“은서 씨, 왔어요? 빨리 가서 옷부터 골라요.”고은서를 보자 도아름이 웃으며 말했다.“가장 예쁜 옷으로 입혀줘요. 애첩들이 입는 그런 스타일로요.”박지연이 덧붙였다.고은서는 박지연을 향해 눈을 흘겼다.직원은 고은서에게 연분홍색 의상을 골라줬는데 그녀의 안색과 잘 어울렸다.룸에 들어서자 도아름과 박지연은 그녀를 보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감사합니다. 황후마마, 귀비마마.”고은서는 진지하게 예를 올리며 장난스레 말했다.“요즘 폐하께서 자주 제 처소에 머무시는데 정말 피곤해 죽겠어요. 황후마마, 차라리 여제가 되세요. 우리 모두 해방되게요.”“하하, 좋은 생각이네요.”도아름과 박지연이 박장대소하며 그녀의 제안에 동의했다.세 사람은 한참이나 장난을 치며 담소를 나눴다. 박지연은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린 후 그녀들에게 좋아요를 누르라고 했다.이내 궁녀 복장을 한 직원들이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음식을 담은 그릇과 플레이팅은 매우 정교했는데 마치 황실 연회를 연상케 했다.박지연이 감탄하며 말했다.“아름 언니, 여기 정말 좋은데요? 명운이 상장되면 저희 여기 자주 데려오셔야 해요?”“당연하죠.”도아름이 호쾌하게 답했다.“상장 안 하더라도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요.”“은서 씨, 이 보양탕 좀 많이 먹어요. 특별히 주문한 거예요. 몸을 따뜻하게 해줄 거예요.”도아름이 고은서에게 말했다.고은서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감사해요, 아름 언니.”박지연에게서 그녀의

최신 챕터

  • 어게인, 비긴   제732화

    “당연히 되지!”민시후가 이내 좋아하면서 답했다.“손에 있는 일을 다 끝내자마자 해성으로 돌아갈게.”“...”어이가 없어진 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박지연한테 같이 밥 먹자고 연락했다.그러나 박지연이 처리할 일이 있다고 거절하는 바람에 다음에 다시 약속 잡기로 했다.박지연은 오늘 온범준이 할 얘기가 있다고 조수연 병실로 올 수 없냐고 하는 전화를 받았다.“할 말은 이혼하기 전에 이미 다 한 거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그쪽이랑 할 얘기가 더는 없는데요.”박지연이 거절했다.그러자 온범준이 이레 병원 원장이 온승준이 두 병원을 바삐 오가는 걸 보고 조수연을 이레 병원으로 옮겨주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박지연은 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직접 만나러 가든지 혹은 이레 병원에서 만나든지 두 가지 선택뿐이었다.박지연은 당연하게도 직접 만나러 가는 걸 선택했다.그녀는 가기 전에 온승준한테 연락했는데 수술 중인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문자를 남기고 조수연이 있는 병원으로 홀로 갔다.병실로 들어가기 전에 박지연은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여러 번 한 다음 허리를 곧게 펴고 아주 떳떳한 자태로 걸어 들어갔다.그러나 예상 밖으로 온범준과 조수연은 전처럼 그녀를 향해 비아냥거리지 않았다.“지연이 왔니?”온범준이 아주 평온한 말투로 먼저 인사했다.이를 본 박지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온범준은 수많은 제자를 아래에 둔 교수로서 뼛속까지 오만함으로 차 넘치는 사람이었다.이혼하기 전에 조수연처럼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항시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깔보는 자태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오늘따라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녀를 향해 먼저 인사를 한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어른인데 인사하면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조수연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를 왜 찾으신 거죠?”박지연도 똑같은 말투로 되물었다.조수연은 박지연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온범준과 오늘 절대 화를 내

  • 어게인, 비긴   제731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좋지 못한 안색을 무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여씨 가문에서 결혼 제안을 동의했다는 건 그만큼 당신이 마음에 들었다는 거겠지. 그리고 당신 아버지도 여시은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던데. 두 집안의 동의를 다 거친 결혼이라면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정말 여씨 가문을 괜찮다고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아니면 얼른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함정으로 가득 한 물음이었지만 고은서는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둘 다야.”곽승재의 눈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고은서, 내가 너랑 민시후 사이를 방해할까 봐 그러는 거야?”민시후까지 나온 이상 더 말해 보았자 일만 커질 뿐, 고은서는 너무 피곤한 탓에 곽승재와 별로 다투고 싶지 않았다.“나 먼저 올라갈게.”그녀는 담담하게 한 마디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곽승재는 묵묵히 고은서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과거의 고은서라면 누군가 그에게 접근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GS그룹으로 달려가 그 사람을 어떻게서든 멀리 쫓아내려고 난동을 부렸을 것이다.‘그런데 왜 지금은 도리어 날 결혼하라고 달래는 거지? 심지어 아무렇지 않아 보여. 방금전 본가에서는 나를 걱정하며 끌어당기기까지 했잖아. 그리고 내 손을 뿌리치는 대신 순순히 내 품에 안겼었잖아.’그러나 곽승재는 자기 생각을 입 밖에 내는 순간 고은서가 모든 걸 부인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차마 입을 뗄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칠 후.고은서는 직원들과 제인 제약 프로젝트에 관한 일들을 의논하고 중요한 이메일 여러 개를 처리한 후 여시은 집들이 선물을 사러 갔다.‘집들이인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그녀는 유명한 옥방에 가서 좋은 의미가 담긴 옥 장식품 하나를 샀다.그리고 그곳에서 정교하게 만든 영롱하고 귀엽게 생긴 옥토끼도 함께 구매했는데 곽승연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그녀가 결산을 마치고 나가려고 할 때 익숙한 사람 한 명

  • 어게인, 비긴   제730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품에 나오면서 고개를 저었다.“괜찮아.”곽승재는 품이 갑자기 허전해 나면서 약간 속상하긴 했으나 티 내지 않았다.“내려가자.”소란 소리를 들은 서연정과 전미자도 계단 쪽으로 다가왔다.“승재야, 무슨 일이니? 네 아버지랑 회사 일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고 하더니 왜 갑자기 다투기 시작한 거야?”“의견이 맞지 않아서 말다툼 좀 한 것뿐이에요.”전미자한테 걱정 끼치기 싫었던 곽승재는 아주 간결하게 답했다.“어디 다친 곳은 없어?”서연정이 걱정하면서 물었다.“없어요.”곽승재는 약간 어색해하며 답하고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먼저 은서를 데려다주고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나 차 가지고 왔어. 힘들게 데려다주지 않아도 돼. 할머니와 어머니랑 얘기 나눠.”고은서는 그와 거리를 두며 거절했다.“은서야, 시간도 늦었고 한데 네 차는 본가에 두고 그냥 승재 차에 가. 내일 기사한테 네 차를 가져다주라고 할게. 금방 아버지랑 싸웠는데 널 데려다주면서 바람이라도 쐬게 해.”전미자가 고은서를 달랬다.“걱정하지마. 나도 예원 별장으로 돌아갈 건데 그저 가는 김에 널 데려다주는 것뿐이야.”곽승재가 말하면서 먼저 밖으로 나갔다.“저 자식이. 고집 하나는 세 가지고.”전미자가 혀를 끌끌 차며 고은서에게 말했다.“은서야, 얼른 가 봐. 사실 승재도 네가 본가로 온 걸 이미 알고 있었어. 그런데 네가 꺼려할까 봐 참고 돌아오지 않았던 거야.”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미자와 서연정에게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곽승재는 이미 차를 문 앞에 세우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도 더는 고집부리지 않고 조수석에 올라탔다.그는 약속한 대로 가는 길에 그녀한테 말을 걸지 않고 운전만 했다.고은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차창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종일 바쁘게 보낸 탓인지 아니면 차 안의 노래가 너무 유유한 탓인지 그저 눈만 감고 휴식하려던 고은서는 어느새 진짜 잠들어버렸다.깨어났을 때 그녀는 은은한 설송향이 나는 검은 외

  • 어게인, 비긴   제729화

    고은서는 순간 흠칫했다.‘곽승재랑 여시은을 결혼시키려는 거야? 그런데 아주 마땅한 일이긴 하지. 여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힘과 배경으로 두 가문이 사돈을 맺게 되면 서로 아주 큰 이익을 얻게 될 거야.’“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해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직 고은서뿐이에요.”곽승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단순한 협력이라면 저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사돈을 맺으려 하거든 꿈 깨세요.”“곽승재, 너 지금 그게 무슨 태도야! 감히 나랑 대들어?”곽현수가 단단히 화난 모양이다.“사내애가 각종 기회를 이용해서 가문 기업을 더 크게 이끌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종일 사랑에 빠져있다는 게 말이 돼? 대체 언제쯤 철이 들 거야?”“철이 든다는 게 아버지께서 제안하신 결혼을 받아들이는 건가요? 결혼을 무기로 이용하려 한다는 게 하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곽승재가 반박했다.“너!”곽현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젠 아버지까지 무시하려 드는 거야? 네가 백씨 부녀한테 한 짓들은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줬잖아.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건데 왜 자꾸 나랑 맞서지 못해서 안달이나 하는 건데!”“정말 저를 위해서 생각하신다면 다신 저한테 아무와 결혼하라는 소리 하지 마세요.”곽승재의 목소리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아버지만 아니었으면 백유미가 왜 그렇게 겁도 없이 흉악 무독한 짓을 저질렀겠어요.”“내가 도와준 게 뭐 어때서! 네 승엽이 아저씨가 지금까지 날 위해 해준 일이 얼만데. 큰 공로는 없어도 고생만은 수없이 많이 했어. 내가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진짜 아저씨만 도와주신 거예요?”곽승재의 목소리에서 한기가 느껴졌다.“백유미를 해성으로 들이고 돈까지 주면서 저와 고은서 사이를 이간질하게 했잖아요.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고은서도 곽현수가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 왜 백유미를 도와 자신을 해치려 하는 건지 너무 궁금해서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고씨 가문이 뭐가 볼 데가 있다고. 그리고 고은서한테 별 감정도 없으면서

  • 어게인, 비긴   제728화

    다행히도 넘어지진 않았지만 고은서는 순간 자신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굳이 숨바꼭질을 하나 이기겠다고 이럴 필요가 있나? 행여나 다치기라도 하면 완전 웃음거리가 되는 거잖아. 그래도 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고은서가 한숨을 내쉬면서 서랍을 닫으려고 할 때 서랍 안에 있던 나무 상자 하나가 떨어져 나왔는데 그 안에는 아주 익숙한 물건 하나가 있었다.보라색 크리스탈로 만든 반달 모양의 머리핀이었는데 그녀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를 하도 좋아해서 열여덟 살 생일 때 고준석이 여러 가지 크리스탈 머리핀들을 그녀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특별히 디자이너를 찾기까지 했는데 그 머리핀들 중 하나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것저것 바꿔 쓰면서 잃어버린 것도 많았는데 특히 반달 모양의 액세서리는 이미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진 지 몇 년이 되었다.‘내 머리핀인가? 아니면 누가 똑같은 걸 사서 여기에 놔둔 건가? 어머니랑 할머니는 이런 색깔 모양의 액세서리를 별로 쓰지 않는데. 그리고 곽승연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 해외로 가는 바람에 이런 낡은 물건을 여기에 둘 리가 없고. 하인이 머리핀을 나무 상자에 넣어서 여기에 두었다는 건 더 불가능할 텐데.’호기심이 생긴 고은서가 머리핀을 들고 확인해 봤는데 끝부분에 대문자 Q라는 문양이 박혀 있었는데 당시 디자이너한테 특별히 부탁한 것이었다.‘진짜 내 머리핀이잖아.’“고은서 씨, 여기 계셨어요?”고은서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을 때 하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승연이가 은서 씨를 찾고 있어요. 책상 아래 있는 작은 찬장 안에 숨으셨구나. 그래서 승연이가 찾지 못했던 거네요.”하인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고은서를 보며 물었다.“은서 씨, 왜 그러세요? 뭘 보고 계시는 거예요?”‘본가에서 오랫동안 일 한 하인이라면 알지도.’고은서가 책상을 가리키며 물었다.“이 책상 주인이 누군지 아세요?”“도련님 책상인데요. 여기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 다 도련님 물건들이에요. 어르신께서 버리기

  • 어게인, 비긴   제727화

    이어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곽 회장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곽현수가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지?’그녀는 본가에서 곽현수와 마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저 서연정과 사이가 안 좋아서 본가로 안 오나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언니, 우리 사진 찍자.”곽승연이 좋아하며 그녀를 불렀다.고은서는 곽승연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웃으면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반 시간 후, 서연정이 곽승연에게 먹일 약과 물을 들고 정원으로 찾아왔다.곽승연은 별다른 불만 없이 약을 먹고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채 기뻐하며 고은서한테 함께 숨바꼭질을 놀자고 졸랐다.고은서는 곽승연이 이리도 유치한 유희를 놀자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필경 그녀에게 있어서는 초등학교 때까지만 놀던 유희였으니까 말이다.“집에 있는 하인들이 승연이를 어린아이로 대하면서 함께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는데 아마 재미를 들인 모양이야.”서연정이 대신 설명해줬다.고은서는 곽승연과 놀아주고 싶었지만 그보다 곽현수와 마주치면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서연정이 나긋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승연이 아빠는 어머니한테 불리워 가서 마주칠 일 없을 거야.”고은서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본가 안으로 돌아갔을 때 서연정 말대로 곽현수와 전미자가 보이지 않았다.곽승연이 평소에 이 층에서 지내면서 이 층과 삼 층에서 많이 놀곤 해서 고은서는 그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숨바꼭질을 할 방과 범위를 정한 다음 그들은 함께 게임을 할 하인 몇 명을 더 불렀다.“승연이를 너무 얕보지 마. 사람 찾는데 엄청 능해.”게임 시작 전에 서연정이 고은서에게 미리 말해줬다.고은서는 처음에 서연정의 말을 별로 새겨듣지 않았는데 곽승연한테 여러 번 잡힌 이후로 서연정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었다는 걸 믿게 되었다.승부욕이 생긴 고은서는 이번엔 확실하게 꽁꽁 숨겠다고 마음먹었다.이 층에 있는 방들

  • 어게인, 비긴   제726화

    그러나 바로 그때, 서연정이 곽승연이 고은서를 보고싶어 한다면서 본가로 와줄 수 없냐면서 연락이 왔다.그날 이후로 곽승연의 상태가 좋았다가 나빴다 했는데 모처럼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그녀를 거절할 리가 없었다.곽승재는 의외로 고은서가 제인 제약에서 나올 때까지 그녀한테 말을 걸지도 않았고 미팅이 끝난 이후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아직 시간이 많았기에 고은서는 송민아를 먼저 회사로 데려다주기로 했다.“고은서, 곽승재가 아직도 너한테 미련 남아 있어 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않고서야 제인 제약 같은 프로젝트에 직접 나설 필요가 없잖아.”송민아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그래?”“그렇다니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앉아있으면서도 네가 발언하러 올라갈 때부터 너한테서 시선을 뗀 적이 없다니까. 엄청 미련 담긴 눈빛으로 널 바라보고 있었어. 엄숙한 자리만 아니었으면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민시후한테 보내주는 건데.”고은서는 어이없다는 눈길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두 사람 사이 안 좋은 거 알잖아. 그만 약 올려.”“약 올리다니? 민시후한테 약간의 압력을 주려는 것뿐이야. 그렇지 않으면 종일 자신밖에 모르면서 거만하게 군다니까. 잠깐만. 그러니까 너 지금 두 사람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야?”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에 함께 어머니 묘에 다녀왔어.”송민아는 멈칫하더니 자세를 바꾸며 등을 좌석에 붙이면서 말을 이어갔다.“아줌마가 거의 사십 세가 되어서 민시후를 낳아서 엄청 이뻐했거든. 아줌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나도 장례식에 갔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민시후가 슬퍼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전엔 누구한테도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 너한테 주동적으로 알려줬다는 건 널 신임하고 있다는 뜻일 거야.”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너처럼 힘든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길 다 하고 그러는 거야?”송민아는 피식 웃으면서 답

  • 어게인, 비긴   제725화

    응접실에 있는 곽승재를 본 송민아는 고은서를 힐끗 보았다.그러나 고은서는 그녀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민시후가 전에 곽승재가 융자에 관한 일을 직접 책임질 거라고 했는데 사실이었네.’곽승재는 제인 제약 응접실에서도 분망하게 주민기가 건네주는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고 매니저님, 오셨어요? 회의실 이미 다 준비되었으니까 먼저 들어가 계세요.”제인 제약의 직원이 고은서한테 인사하며 말했다.곽승재도 고 매니저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그녀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아직 근무 상태에 빠져 있어서인지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차마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은서를 본 그의 눈빛이 조금이나마 녹아내리는 듯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 고 매니저님.”주민기가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다시 삼키고 제인 제약 직원을 따라 그녀를 고 매니저라고 불렀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민아를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고은서 씨!”문을 들어서려던 순간 여시은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고은서는 송민아를 먼저 회의실로 들여보내고 의아해하며 여시은을 향해 물었다.“시은 씨도 제인 제약 프로젝트에 참여했나요?”여시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저 이런 방면에 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어요. 그저 아빠가 곧 GS그룹이랑 협력하게 되는데 미리 곽 대표님 곁에서 회사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해서 따라온 것뿐이에요.”여시은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저도 어쩔 수 없이 서류를 작성해서 곽 대표님한테 봐달라고 했는데 오후에 시간이 없으시다고 하는 바람에 직접 이곳으로 가져온 거예요.”‘민시후가 전에 여씨 가문이랑 GS그룹이 협력한다고 알려줬었는데 순리롭게 진행된 모양이네.’“곽승재 저기 있으니까 얼른 가봐요.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고은서가 웃으면서 말했다.“은서 씨, 혹시 토요일에 시간 되나요? 제가 해성에서 집을 마련해서 토요일에 집들이하려고 하는데 은서 씨도 초대하고

  • 어게인, 비긴   제724화

    민시후는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경고하는데 날 넘보지 마. 나 당신 매부가 될 생각 없어. 그리고 얼른 고은서한테 나랑 송민아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약혼도 그저 해본 소리라고 설명해줘.”“그만해.”고은서가 민시후를 쏘아보며 말했다.그녀는 단 한 번도 그와 송민아 사이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아마 송민아가 그에게 미련이 남아있을까 봐 이런 말을 하는 듯했다.민시후는 고은서의 꾸지람 소리에도 화내지 않고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알겠어. 네 말 들을게. 안 말하면 되지?”방금전까지만 해도 껄렁대던 그가 갑자기 처음 보는 온순한 모습으로 변하는 바람에 송민아와 송민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고은서도 할 말을 잃었다.저녁 식사는 예상 밖으로 평화롭게 끝났다.민시후는 시도 때도 없이 남친처럼 고은서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도중에 민시후는 손 씻으러 룸 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고 송민아도 마침 웨이터를 부르러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룸 안에 송민준과 고은서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송민준은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은서 씨, 시후가 여자애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은 저도 처음이에요. 은서 씨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 같네요.”고은서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혹시 민아 때문에 지금까지 사귀지 않는 건가요? 그렇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민아가 내려놓겠다고 말한 이상 더는 시후한테 집착하지 않을 거예요. 비록 고집이 세긴 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애예요.”“민아 때문이 아니에요. 그저 민시후랑 더 깊이 알아가려고 그러는 거예요.”고은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마침 민시후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중단되었다.“송 대표님, 요즘 해성에서 사업한다고 들었는데 이젠 해성으로 들어오려고 결정 내린 거야?”민시후가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그저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어서 시도해보려 한 것뿐이야. 해성으로 들어오려거든 아직 너무 이르잖아.”송민준이 웃으면서 답했다.고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