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네 사진이야. 직접 골라봐.” 소남이 리모컨을 건넸다.훈아는 그것을 받아들고 사진을 고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진을 한 바퀴 돌려봐도 딱히 끌리는 것이 없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라 소남을 바라보았다.“내가 보기엔 다 괜찮은데?” 원아가 훈아를 보고 말했다.‘소남 씨와 같이 찍었던 복고풍 사진도 모두 선택했으니, 훈아의 사진도 모두 선택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원원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오빠 정말 다 멋있고 괜찮아. 고를 수 없으면 전부 다 하자.”훈아는 소남을 바라보았고, 정말 어떻게 선
원아는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 ‘오늘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네. 오늘 레이와 비비안이 와요. 아마 지금쯤이면 레이와 비비안이 곧 비행기에서 내릴 거예요. 이미 공진한테 공항에 마중 나가라고 했으니까. 한 시간 반정도면 도착할 거예요.” 소남은 말하며, 깜빡하고 원아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갑자기 이렇게 빨리요? 그럼 객실을 준비해 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원아가 물었다. 이 집에는 몇 개의 손님 방이 있었지만, 평소에 사람을 맞이할 일이 거의 없어서 일상적인 청소 외에는 특별
오현자는 원아가 케이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을 알고, 이미 케이크 틀을 준비해 두었다.원아는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고,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간식도 준비했다. 소남이 아이들에게 간식을 약속했으니,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원아의 몫이었고, 어차피 이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들이었으니...어느덧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원아는 케이크와 간식을 모두 완성해, 이제 오현자와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그녀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눈이 오네요.”“겨울 날씨가 늘 그렇죠. 그래도 눈이 내
비비안은 헨리에게 다가가 앉으며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몇 년 만에 보는데, 우리 헨리, 정말 많이 컸구나.”“네! 저 많이 컸죠. 매일 밥도 잘 먹어서 이렇게 많이 컸어요.” 헨리는 자신의 키를 자랑하듯 손을 뻗었다. 예전에는 비비안의 종아리 높이밖에 안 됐던 아이가 이제는 허벅지 높이까지 자랐다.“레이 삼촌, 비비안 이모, 안녕하세요.” 훈아와 원원도 레이와 비비안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레이는 세 아이를 바라보며, 푸른 눈동자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 “형님, 아이들이 정말 귀엽군요. 애들아, 삼촌이 너희들에게
“네, 고마워요.” 비비안은 원아가 건네준 차를 받아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맛이 깊고 부드럽네요. R국에서는 이렇게 좋은 차를 마셔본 적이 없어요.”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잔을 소남에게 건넸다.“고마워요.” 소남도 차를 받아 마셨다.비비안은 차를 내려놓고 원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염 교수님, 내일 시간 있어요? 저랑 같이 아파트에 가서 구경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물론이죠, 문제없어요.” 원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헨리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저도 가
하지만 헨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아이는 레이가 정의감이 넘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아빠 소남을 구해준 사람이기에 레이를 좋아했다. 비비안 또한 겉모습은 예쁘지 않을지 몰라도, 매우 다정하고 친근했기에 헨리는 비비안과도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정말 다행이야. 여기서 공부하는 동안 지루하고 외로울 줄 알았는데, 이제 같이 있어줄 사람이 생겼네.” 비비안은 진심으로 헨리를 좋아하며 헨리를 꼭 안아주었다.헨리는 비비안의 무릎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것 같았다.다들 한참 동안 더 이야기를
문자를 보내자마자 남궁산이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형님, 오늘 거기 일요일 아닌가요?]남궁산은 소남이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토요일이야.” 소남은 조용히 정정하며, 노트북을 열어 이메일을 확인했다.[토요일인데 왜 전화도 안 받고, 핸드폰도 안 봤어요? 제가 하루 종일 얼마나 형님한테 연락을 했는 줄 알아요.]남궁산은 다소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남을 매우 신뢰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쌓인 화를 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업무 처리할 게 좀 있었어.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두고 신경 못 썼다.
[맞아요. 이혼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죠.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이혼을 해야죠!] “무슨 말?” 소남은 다시 물었다. 남궁산의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를 들으며, 그가 비비안에게 아직 애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이렇게 버려진 것에 대한 분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남궁산은 비비안이 단호하게 자신을 떠나려고 결심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비비안이 이렇게 남궁산을 회피하는 이유는 빨리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비비안에게 하겠다는 거지?'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